‘그러나 조의는 자신의 증거와 죄증을 장악했어. 자신이 조금만 흔들리기만 해도 이 증거를 꺼내 자신을 위협할 거야.’“제가 조만간 죽이겠어요!”손태경은 이를 악물고 낮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목에서 짜내는 것처럼 목소리에서는 살기를 뿜어냈다.“앞으로 그럴 필요 없어, 그 실력이 있다면 지금 나를 죽여!”쾅!서재의 문이 누군가에 의해 강하게 열렸고, 한 사람이 밖에서 바로 걸어 들어왔다.갑작스러운 변고에 손하림과 손태경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들 부자 두 사람은 문밖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뜻밖에도 진루안인 것을 보자 눈의 차가운 기운은 자기도 모르게 더욱 커졌다.특히 손하림의 표정은 더욱 음울하기 짝이 없었다.“여기는 손씨 가문이고 더욱이 나 손하림의 서재야. 내가 설사 무대에서 내려온다 하더라도 용국의 원로야. 진루안 네가 감히 나를 이렇게 모욕해? 우리 손씨 가문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손하림은 분노하여 노발대발하며 진루안을 노려보았다.그러나 진루안은 이에 대해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도살용 칼을 왜 쓰겠어?’진루안은 손태경을 힐끗 보았다. 바로 이렇게 한눈에 손태경이 강한 적을 맞닥뜨린 것처럼 만들자, 온몸에 피가 굳어지면서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그 실력이 없으면 큰소리치지 마. 병은 입으로 들어오고 화는 입으로 나오는 법이야. 말조심해야지. 당신이 이렇게 어른이면 이 도리를 알아야 해!”진루안은 경멸하고 냉소하며 손태경에게서 눈길을 거둔 뒤 계속 손하림을 바라보며 웃었다.“손 대신님, 가주를 바꿔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 손씨 가문은...”손하림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의 이 그릇이 되지 못한 표면상의 큰아들 손태경이 뜻밖에도 놀라서 전혀 말도 하지 못하고, 똑바로 서지도 못한 채 비틀거리는 모습은 비할 데 없이 분개하게 만들었다. 마치 쥐가 고양이를 보고 놀라서 꼼짝 못하는 모습이었다.‘손씨 가문에 이런 가주가 있다면 앞으로 정말 지금의 제일 잘 나가는 운세를 유
손하림의 진루안에 대한 정서는 사실 아주 복잡했다. 한편으로 그는 진루안이라는 후배를 정말 좋아했다. 총총히 7년여의 시간을 들여서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했는데, 정말 극히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었다.심지어 용국 조정 위에서 오직 한 명인 특수한 존재로, 전무후무한 사람일 것이다.그는 때때로 백무소 영감을 정말 부러워했다. 이렇게 우수한 어린 제자를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사람들의 눈에 핏발이 서게 만들었다.그 당시 백무소는 진루안을 직접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큰 제자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백무소는 온 세상에서 꿈나무을 찾아 제자로 받아들였다.꼬박 3년동안 백무소는 20여명의 꿈나무들을 모았고, 최종적으로 이 꿈나무들 가운데서 진루안이 굴기했다. 제1회 세계전신대회에서 개인전, 조별전, 도전전 우승의 3개 우승을 따낸 것이다.그때가 바로 백무소가 진루안을 제자로 받기로 결정했을 때였다. 그후 6년 동안 진루안은 줄곧 백무소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였다. 그리고 2년 전에 임페리얼을 모두 진루안에게 넘겨주었다.도태된 유망주들은 당연히 모두 임페리얼에 들어갔고, 진루안을 보좌하는 가장 강한 주력이 되었다. 예를 들면 임페리얼의 금오위 대장, 금황위 대장, 이 주장들은 모두 동기였던 꿈나무들이다.또한 주한영이라는 정보 책임자를 발탁했다. 백무소는 주한영의 영민한 재능을 중시해서 결국 정보를 책임지게 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서남 변경의 321부대 안의 장교들, 현태상, 백정동, 심지어 하도헌도 모두 백무소가 그 해에 선발한 꿈나무들이었다. 다만 결국 끝까지 가지 못했다.진루안만이 끝까지 유지하며 굴기해서 지금의 지경까지 성장하였다.이는 손하림의 진루안의 좋은 면에 대한 감정이다. 당연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진루안의 존재는 그들의 손씨 가문을 엄중하게 위협했다. 손하림 그도 위협했고 그의 많은 일과 계획을 파괴하였다. 임페리얼의 존재 때문에 그들 재상 대신들은 더더욱 정수리에 마치
“아버지, 손복기 그 배신자가 진루안을 따라 갔어요!”극도로 일그러진 표정의 손태경이 말을 하면서 온통 분노에 찬 눈으로 손하림을 바라보았다.손하림은 손태경의 말을 들었지만 이상하게 평온했다. 손복기가 떠났다고 해서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일찍부터 손복기가 틀림없이 진루안을 따라 떠날 것이라고 예측했다.진루안이 손씨 가문에 와서 한 경고는 말로만 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손복기를 데려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손씨 가문은 오른팔이 부족하게 된다. 그들의 손복기에 대한 태도가 어떻든 간에, 적어도 손복기는 3급대신이다. 만약 천촉성에서 일이 나지 않았다면, 조만간 용국 정사당에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심지어 양사림보다 희망이 더 컸다.결국 양사림의 나이는 손복기보다 몇 살이 더 많기 때문에 희망이 많이 줄었지만 손복기는 다르다. 바로 한창 일을 할 때였다.진루안이 손복기를 데려가면, 손씨 가문은 내세울 인재가 한 명 줄어들고 중요한 대신을 잃게 된다. 필연코 손씨 가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이것이 바로 진루안의 계획이다. 이런 수단을 통해서, 경고가 구두 경고가 아니라 실제적인 보복이라는 것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람은 돈이라면 목숨도 내걸게 돼. 그러니 진루안을 따라간 거야.”한숨을 내쉬는 손하림의 얼굴에 어쩔 수 없이 씁쓸한 기색이 많아졌다. 명예퇴직을 결정한 후부터 그는 인생이 재미없다고 느꼈다. 이미 그의 정신을 차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손복기의 배신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야. 진루안의 출현이 없더라도 손복기는 자립해서 조만간 떨어져 나갔을 거야.’“요즘 좀 활동을 해서, 네 동생 한동을 경도로 전근시켜서 너를 돕도록 할게.”“내가 미움을 산 사람도 적지 않아. 만약 그들이 갑자기 손씨 가문에게 화를 낸다면, 다소 번거로울까 봐 걱정이 되는구나.”“한동이가 돌아와서 너를 돕게 된다면 너를 많이 홀가분하게 해 줄 거야.”손태경에게 한마디 당부한 손하림은 손태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나가라고 손
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말했다.“긴장할 필요 없어요. 당신이 천촉성에서 한 일은 좀 지나쳤지만, 한 방에 때려 죽일 정도는 아니라서 관대하게 처벌했던 겁니다. 당신이 교훈을 기억하고 거듭 잘못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건성은 천촉성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건성은 경제나 발전 정도를 막론하고 천촉성보다 훨씬 강합니다. 만약 당신이 건성에서 대신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이것은 당신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당신 스스로 잡아야 해요!”“전해강은 이미 휴직했으니, 당신이 건성 정사당의 넘버2 대신을 맡아서 잘 하도록 하세요. 새로 승진한 선임대신 심경도와 잘 협력하세요.”진루안은 손복기의 나이 때문에 아무런 꺼림칙함도 없었다. 해야 할 말, 경계해야 할 말을 모두 말했다.손복기도 감히 큰 것을 부탁하지 못했다. 지금 그의 모든 것은 진루안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명당인 건성에 가는 것이다. 거기는 진루안의 구역인데, 그가 어떻게 감히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진 선생님, 심경도 그 사람도 당신의 사람입니까?” 손복기는 떠 보듯이 한마디 물었지만, 마음속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진루안은 손복기를 힐끗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경도 심씨 가문, 심정운 영감님의 유일한 손자입니다!”“원래 심 장군님의 손자였군요. 어쩐지...”손복기는 온 얼굴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심경도가 뜻밖에도 심정운의 손자일 줄은 몰랐다.경도 심씨 가문은 일류 장군 가문이다.‘심정운은 예전에 태종 국왕의 수하로 혁혁히 이름난 대장군이었어. 지금은 80세가 넘어서 이미 세상에 나오지 않고 있지. 그러나 한 장군 가문에서 뜻밖에도 대신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이는 정말 상상하기 어려워.’‘게다가 진 선생과 심경도의 관계가 아주 좋으니, 필연적으로 심씨 가문과도 관계가 아주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어.’‘진루안이 보여준 것은 전부의 바탕이 아니지만, 진루안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뒷길과 후원자가
‘심경도 그는 여전히 너무 젊어. 40세도 안 되는 30대에 정무를 주관하는 보스에게 불복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어. 건성 본토에도 사람은 많아.’‘손복기를 약진시켜서 심경도를 돕게 하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어.’손복기가 곧 건성에 입주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와 진루안은 여전히 비행기에 있었다.건성 정사당의 많은 대신들이 이 일을 토론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모두 충격이었고, 언젠가 건성의 넘버2인 대신 한 명을 내려 보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전해강의 일은 모두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모두 전해강이 쓰러진 것이 아주 정상적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진루안에게 손을 쓰다니 배짱이 어디서 생긴 거야?’진루안과 전광림 사이의 관계가 그렇게 긴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들인 전해강은 감히 진루안에게 반역을 저질렀다. 진루안이 그를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반목하여 원수가 되었다고 하니, 심성이 아주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다만 원래 전해강이 내려간 후 이 정사당 2대신의 위치는 경력이 아주 오랜 정사대신 오일환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원래 오일환은 선임대신이 되기에도 충분했지만 결국 심경도가 승승장구했다.지금 오일환은 또 넘버2 대신이 될 뻔하다가 또 손하림이 차지했으니, 오일환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할지 가히 알 수 있었다.사무실에서 오일환은 혼자 묵묵히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경주 경치를 바라보았다.현재의 경주는 점점 더 잘 발전하고 있고, 매일 새로운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이 건성은 도대체 언제 나의 것이 될까?” 오일환은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공기를 포옹하면서 자신이 이미 건성 전체를 포옹했다는 환상을 품었다.똑똑!이때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 오일환이 가서 문을 열었는데, 눈에 띈 사람은 바로 아주 젊은 얼굴이었다.“심 대신님, 무슨 일이세요?”오일환은 평소와 같은 표정을 회복하고 미소가 가득한 채 심경도를 바라보며 물었다.심경도가 오일환을 바라보는 표정이 약간 복잡했다. 그
심경도는 직접 여러 대신들에게 어떤 두가지 함의가 있는지 통지했다. 오일환은 너무 언명할 필요 없이 알아야 할 건 모두 알고 있다고 느꼈다.책상을 정리한 오일환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구김 하나 없는 회색 양복을 입었다.그는 사무실을 나서면서 동시에 여러 명의 대신들이 모두 이때 사무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모두 함께 모여 눈빛으로 교류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심경도의 이 수법은 아주 교묘했다.그들 모두 자신도 모르게 심경도에게 한 수 눌렸지만 어떤 성질을 부리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심경도가 선임대신이 되는 순간 마치 전체 건성의 대왕과 같았다.그들 중 만약 누가 심경도에 대해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면, 극히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바로 이 순간 오일환조차도 감히 심경도에게 불만을 드러내지 못했다. 정사당의 다른 대신들은 말할 것도 없다.경쟁에서 실패하는 건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실패 후에 아직 아무런 회개와 경계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것이 죽음을 취하는 길의 시작이다.건성 정사당의 회의실은 건물 꼭대기층에 있다.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건성 정사당의 11명의 대신이 모두 도착했다.심경도가 회의실에 가장 먼저 나타났다. 처음으로 선임대신의 가죽소파에 앉았는데 유아독존의 느낌과 맛이 있었다. 좌우 양쪽의 10명의 대신들의 표정이 모두 그의 눈에서 무한히 확대되는 것 같았다.‘양사림은 평소에 이런 느낌이었을까?’‘선임대신은 과연 현묘하기 그지없어.’심경도의 마음이 좀 상쾌해졌다.“여러분, 조금 있으면 진 선생님이 건성에 새로 부임하는 손복기 대신을 데리고 우리에게 올 겁니다.”“그래서 이따가 모두 나를 따라 내려가서 진 선생님을 맞이해야 합니다.”“하지만 너무 엄숙하고 공식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진 선생님은 모두 잘 알고 있듯이 우리 편입니다.”“건성에 진 선생님이 계시니 머리 위의 비를 막을 수 있는 하늘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우리가 안정된 환경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고, 나라를 위해 국
“이분은 정도헌 홍보대신입니다!”“이 분은 연정 장군입니다. 건성 군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심경도는 선임대신의 신분을 잘 활용해서 일일이 손복기에게 건성 정사당의 주요 성원들을 소개하였다.연정은 아주 특수하다. 그 자신은 결코 대신이 아니지만 정사당 대신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건성 정사당에서 더욱 없어서는 안 될 부분으로 군부를 대표하고 있다.다만 연정은 군부의 일에 전념하고, 건성의 정사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손복기는 활짝 웃으며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속에는 도도한 물결이 일어났다. 그는 건성의 주요 성원들이 뜻밖에도 모두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다.‘오일환이라는 이 대신을 제외하고 성태윤, 정도헌과 같은 사람들은 전부 40세 좌우의 사람들이야. 어떤 사람은 심지어 30대 중반밖에 안 된다.’‘진 선생님의 지역답게 정사당조차도 이렇게 남다르구나.’‘차세대 대신과 잘 어울리는 차세대 용국의 전신이야!’‘잘 어울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모두 회의실에 가서 회의를 합시다!”진루안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아주 위선적인 악수와 미소를 나타내는 그들을 쳐다보았다. 손을 휘저으며 먼저 건물 안으로 걸어갔다.심경도와 서로 잘 아는 대신들은 눈을 마주쳤고 모두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진루안은 여전히 그 진루안이야, 조금도 변하지 않았어.’“갑시다, 손 대신님, 우리 들어갑시다!”몇 분 후에 모두 회의실로 돌아왔다.심경도는 모두 계속 선임대신의 자리에 앉았고 그의 오른손 옆의 첫 번째 위치는 비어 있었다. 왼쪽 옆의 첫 번째 자리가 오일환이다.진루안은 회의 테이블 옆에 앉지 않고 회의실 창문 앞에 서 있었다.그는 구체적인 회의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 이치는 알고 있다.‘손복기를 건성의 서열2위 대신으로 배치하는데 대해 말하면, 국왕 조의도 필연적으로 거절하지 않을 거야. 손씨 가문이 분화될 수 있기에, 국왕 조의는 자연히 기꺼이 만나게 될 거야.’물론 진루안에게 양보해서,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진루안이 한방에
회의가 끝난 것을 본 진루안이 고개를 들어 조용히 물었다.“진 선생님, 접니다!”건성의 물자관리대신은 진루안이 묻는 말을 듣고 급히 일어섰다. 눈에는 의아함과 약간의 긴장이 배어 있었다. 진루안이 갑자기 그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몰랐다.그의 이 통장 대신은 후방의 근무를 책임지고 있고, 또 일부 구체적인 공사 사무도 있다.“나하고 좀 나갑시다!” 진루안은 직접 입을 열지 않고 그를 향해 인사하며 회의실을 나섰다.“그...” 물자관리대신은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심경도는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오현수 대신님,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진 선생님이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겁니다.”“그래요, 오 대신, 진 선생은 자기 사람에게 줄곧 잘해 주는데, 뭘 긴장하는 겁니까?” 정도헌이 씩 웃으면서 오현수의 긴장에 대해 웃기만 했다.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인 오현수가 몸을 돌려 회의실을 나갔다.회의실에서 대신들이 모두 눈빛으로 교류하고 있는데, 그들도 진 선생님이 왜 오현수를 나가라고 불렀는지 몰랐다. ‘설마 정말 오현수가 무슨 일을 저질렀을까?’심경도는 모두 몇몇 대신들이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은 오히려 진루안이 오현수를 부른 이유를 알아차렸다.‘진씨 가문은 동강시에 간 후에도 진씨 가문 자체의 거주지가 없는 것 같아.’‘그래서 진루안이 오현수를 부른 것은, 진씨 가문의 사적인 일을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아.’10분 후, 오현수는 만면에 초월한 듯한 표정을 하고 들어왔다. 조금 전의 긴장했던 표정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는 약간 의기양양했다.“심 대신님, 진 선생님이 제게 400억 원이 든 VIP카드를 건네주었습니다. 저로 하여금 각지의 공사 역량을 동원해서 동강시에 가서 진씨 가문의 거처를 짓게 해달라고 하셨습니다.”오현수는 금빛 찬란한 VIP카드를 책상 위에 놓았다.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감탄해 마지 않았다.손복기는 더욱 다른 감동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
말없이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진루안은 맞은편 큰아버지의 숨소리를 들었지만, 먼저 말을 하지 않은 채 아주 자연스럽게 그대로 있었다.그리고 큰아버지 지수천도 침묵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이 제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추측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추측한 듯했다.다만 침묵한 뒤에 누군가는 침묵을 깨야 했다.지수천은 진씨 가문 후손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진씨 가문의 후손과 연락이 닿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큰아버지, 저는 진루안이라고 합니다. 진봉교 할아버지의 장손입니다!”나지막한 목소리로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한 진루안은 또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원래 자기가 말을 하면 큰아버지가 전화를 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지수천도 침묵한 채 말이 없었다.진루안은 큰아버지가 어떤 이유를 대고 전화를 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지수천은 마음속으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이 아이는 왜 말을 하지 않지?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가 어떻게 침묵을 깨야 하나?’[험험, 신호가 약한가?] 지수천이 의아한듯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진루안은 순간 마음속으로 한숨을 돌렸다. 큰아버지가 자신의 전화를 끊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계속 말할 수밖에 없었다.“큰아버지, 잘 지내세요?”진규직은 묵묵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는 스승과 진루안 사이의 친척 관계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원인을 모르기에 더 물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진루안의 물음에 지수천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 후손이 아주 진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거나 의례적인 말도 하지 않았고 긴장한 목소리로 자신이 잘 지내는지 물어본 것이다.진봉교는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 둘째 삼촌은 좋은 분이셨어. 다만 좀 보수적이라서 낡은 규칙을 고수했지.’‘진씨 가문은 그의 손에서 아마 평생 빛을 보지 못할 거야.’‘이 녀석이 둘째 삼촌의 장손이라면 진태사의 자식이겠지?’‘아쉽게도 제수씨가 복수 때문에 죽었지.’[속세에 있
‘그 분의 신분과 실력으로 용국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용국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거물이 되었을 거야.’‘R국에 갔다면 R국의 총리의 고위 참모로 존경을 받았겠지. 결국 큰아버지의 어머니는 R국 고위 귀족의 딸이었으니 말이야.’‘오늘날의 이 귀족 가문, 바로 나카무라 가문은 이미 R국 10대 귀족의 으뜸이 되었지.’‘예전에 언급했던 하타다 가문도 10대 가문의 말미에 머물렀을 뿐이야.’‘큰아버지는 본심을 굳건히 지키시고, 당초의 맹세를 굳건히 지키면서 오늘에 이르셨어.’‘이런 분이기에 사람을 탄복하게 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해.’“그래서 당신이 그렇게 월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큰아버지 때문이군요?”진루안은 그제서야 진규직이 월급을 언급할 때 눈에 비쳤던 열띤 기대감을 떠올렸다.‘만약 가난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다면, 마치 생명의 근원처럼 그렇게 돈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을 거야.’“그래요, 월급이 들어오면 사부님께 반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진규직은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루안의 마음은 오히려 몹시 괴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내 옷 한 벌을 사는 돈도 진규직의 한 달 월급보다 비싸니, 큰아버지의 생활비는 말할 것도 없어...’“제가 큰아버지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갈망하면서 진규직에게 물었다.이 일은 진규직이 동의해야 한다. 결국 그전에는 진루안은 지수천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진씨 가문에 대한 지수천의 태도는 보통이라서, 만약 거절당한다면 자신의 마음은 더욱 괴로울 것이다.진규직은 스승과 진씨 가문 사이의 문제를 몰랐기 때문에, 진루안의 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승낙했다.“그렇게 하세요!”진규직은 핸드폰을 꺼내 진루안에게 건네주었다.그의 핸드폰은 이미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으로, 기능이나 프로그램도 이미 한참 예전의 것이었다.그래서 이 핸드폰을 보자 스승과 제자가 평소 얼마나 청빈하게 생활했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었다.말
“당신 사부님 이름이 뭐라고요? 지수천이라고요?”진루안의 마음속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만약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당초에 스승 백무소와 할아버지 진봉교가 말하길,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과 R국의 여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진태동이라고 했고 후에 나카무라 이치로라고 불렀다고 했다.결국 역사적 원인 때문에 발생한 참극 때문에, 그때부터 그는 이름을 쓰지 않고 지수천이라고만 했고 M국으로 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지수천, 바로 진루안의 백부가 지금 쓰는 이름인 것이다.진루안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진규직을 바라보았다. ‘이 20대의 젊은 의사가 뜻밖에도 큰아버지의 제자였어?’‘땅이 하늘을 지킨다는 뜻의 이 이름은 아주 패기 있고 또 천도를 무시한다는 뜻도 있어.’‘그렇지 않고 하늘이 땅을 지킨다면 천수지라고 했을 거야. 지수천이라고 했을 리가 없어.’“왜 그러세요?” 진규직의 표정에는 의아한 기색이 가득했다. ‘스승의 이름을 말했더니 왜 진루안이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이렇게 반응이 큰 걸 보면, 설마 스승님과 아는 사이인가?’‘아니면 스승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건가? 아니야, 스승님은 반평생 아무 명성도 없이 바로 산속에 집을 짓고 오랫동안 조용하게 수행하셨어.’‘명성이 있다 해도, 종종 일반인들을 진찰하기도 해서 단지 사방 수십 리 사이에만 명성이 있을 뿐이야.’‘하지만 만km가 넘는 바다를 가로질러서 명성이 용국에 전해진다는 건 전혀 불가능해.’“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당신의 스승님은 제 큰아버지일 겁니다!”복잡한 눈빛으로 한참동안 진규직을 보던 진루안은 그래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진루안의 말을 들은 진규직도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았다.“어쩐지 그래서 스승님께서 해독해 주라고 하셨군요.”스승은 여태껏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규직은 앞서 스승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금 진루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스승과 진루안이 친척 관계
진루안은 표정에는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진규직의 스승을 전혀 알지 못하는데, 왜 진규직의 스승이 나를 해독하라고 지시했는지 정말 이상한 일이야.’‘설마 단지 의사로서의 자애로운 마음일 뿐인 건가?’‘이 시대에 순수한 의사의 자애로운 마음이 어디 있겠어. 단지 돈에 타락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을 뿐이지.’“제 스승님의 마음을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해독을 하라고 말씀하신 이상 다른 마음은 없습니다!”진루안의 안색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본 진규직은, 진루안이 뭘 생각하는지 짐작하고 바로 대답했다.진루안은 비록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이 들었지만, 진규직의 말을 믿기로 했다. 진규직의 스승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든 자신의 독은 반드시 해독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떻게 해독할 계획입니까?” 진루안은 웃으면서 해독에 대한 의학적 소견을 물었다.진루안 자신도 백무소로부터 간단한 의술을 배우긴 했지만, 따로 연구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그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그러나 진루안은 그 안의 현묘한 이치는 알아들을 수 있다. 만약 진규직이 정말 능력이 있다면, 당연히 그 처방도 아주 뛰어날 것이다.진루안이 묻자 진규직은 진루안이 자신을 평가하려는 생각임을 알아차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묻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여전히 내 말을 믿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진규직은 마음속으로 좀 불만스러웠다.결국 혈기 왕성한 청년이기에 진루안에게 업신여김을 당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말했다.“당연히 한약으로 해독할 겁니다. 그러나 한 달은 걸립니다.”“그래서 그동안 내가 당신을 따라가야 합니다.”진규직의 말은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이었고 자신의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앞서 주한영은 진루안에게 진규직이 진루안의 곁에 있어야 한다고 말할 것이고, 이 역시 진규직의 스승이 지시한 거라고 보고했다. 그리고 진규직이 어떤 수작을 부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방비해야 한다고 말했다.지금 진규직은 당당하게 이를 제
주한영은 일어난 뒤 바로 떠났다.차분한 표정으로 멀어져 가는 주한영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루안은 고개를 저었다.“밖에서 그렇게 오래 기다렸는데, 들어와서 차나 한 잔 하세요!”진루안은 계속 병실 문을 주시하면서, 이번에는 주한영이 아니라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진규직에게 말했다.그는 진규직의 체내에서 발산하는 아주 희미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운은 실력이 아주 높은 고대무술 수련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앞서 진루안이 막 깨어났을 때는, 불패의 일 때문에 자세히 관찰할 수가 없었다.이제서야 진규직이 정말 간단하지 않고 정말 신비에 싸인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렇다면 그의 스승은 더욱 신비로운 인물이겠지.’‘이런 제자를 배출할 수 있다면, 그의 스승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짐작할 수 있어.’“몸은 좀 나아졌습니까?”웃으면서 손에 과일바구니를 들고 병실에 들어선 진규직은, 과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뒤 바로 진루안에게 물었다.그의 관심은 거짓이 아니었고 위선적인 인사치레도 아니다.진규직의 미소를 보면서, 진루안은 마음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평온한 표정이었다.“이 테스트 보고서를 한번 보세요!”진루안은 바로 테스트 보고서를 진규직에게 건네주었다.주한영 때문에 진규직이 이 보고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보고서를 본 진규직은 바로 눈살을 찌푸리며 침착하게 말했다.“내 짐작이 맞았군요. 불패 안의 탄소독이 아주 강력합니다.”“만약 괜찮다면 제가 그걸 부수고 안의 구조를 좀 볼 수 있을까요?” 주먹을 불끈 쥔 진규직이 차갑게 불패를 쳐다보았다.그 말에 개의치 않고 진규직의 온몸에서 스며 나오는 기세를 주시하던 진루안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연골3중의 경지라니.’‘나보다 한 단계가 더 높아.’진루안은 시종 자신이 경지를 돌파할 기회를 보류하면서, 좀 더 착실하게 준비한 뒤에 일거에 연골4중 경지를 돌파하려고 했다.‘그런데 이 진규직은 이렇
진루안은 앞서 주한영의 사무실에 있던 안선유를 떠올리고 화제를 돌렸다.‘그 안선유는 나를 조금도 존중하지 않았고, 심지어 주한영이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그러나 주한영이 그 모든 걸 용납한 걸 보면 주한영과 안선유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그리고 안선유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없어.’‘교만하고 무례한 데다가 제멋대로 설치는 성격이지.’‘권문세가의 여자들만 그렇게 성질을 부릴 수 있어.’‘일반 가정의 여자들은 기껏해야 순진한 척하면서 내숭을 떠는 정도지.’주한영은 순간 흠칫했다. 좀 전에 깨어난 진루안이 안선유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안선유에 대해서 진루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진루안에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안선유는 안씨 가문의 장녀입니다!”“안씨 가문의 할아버지가 제 할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으셨습니다. 그 어르신이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안선유를 돌봐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주한영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진루안에게 대답했다. 대답은 아주 간결하고 간단했지만, 진루안은 오히려 얼버무리려는 느낌이 가득하다고 느꼈다.진루안은 화를 내는 대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안선유를 처음 만났을 때, 주한영은 마치 자신에게 이 안선유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대충 넘어갔어. 왜 그랬던 걸까?’‘게다가 안선유와 주한영의 관계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관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손윗사람의 부탁이라는 주한영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어.’“당신이 그 아가씨와 어떤 관계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문 출신인지도 나와는 상관이 없어.”“하지만 그 아가씨가 정보를 취급하게 해선 안 돼!”“당신의 다음 계승자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진루안이 사실대로 말한 것은 주한영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그는 확실히 주한영에게 마음의 가책을 느꼈다. 자신 때문에 주한영의 언니 주경영은 희생을 치러야
불패가 든 주머니를 상자에 넣은 진루안은 일어나서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더없이 복잡한 눈빛으로 창밖의 경성 풍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경성은 이미 해질녘에 접어들었다. 붉게 타오르는 구름은 점차 어두워지면서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궐주님, 보고할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참 동안 불패를 바라보던 주한영이 계속 말했다.“뭘 보고하려는 거야? 말해 봐!” 고개를 끄덕인 진루안이 주한영을 바라보았다.주한영은 쓸데없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아까 화장실에서 진규직이 그의 스승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을 그대로 진루안에게 알려주었다.물론 이는 그녀가 들은 것뿐이며, 잘 듣지 못한 걸 사실처럼 보고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 젊은 의사는 분명히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주한영은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젊은 의사가 이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비현실적이야. 진루안을 진찰한 두 노교수는 모두 50여 년 동안 의사로 일했다는 것을 알아야 해.’‘그들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는데, 20대에 불과한 이 진규직이 문제를 알아차렸다는 건 믿기 어려워.’‘다만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진규직이 진루안이 혼절한 증거를 찾았고 실증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야.’그래서 주한영은 진규직은 진씨 가문의 멸망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고, 설사 이와는 무관하다 하더라도 이 불패와 아주 큰 관계가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불패는 바로 진규직의 스승 소행일 거야.’그녀는 추측한 내용을 모두 진루안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있던 진루안은 마지막에 주한영을 보고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당신은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확신하는 거야?”“궐주님,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루안의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본 주한영이 얼른 권유했다.진루안이 이 일을 엄밀하게 대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느낀 것이다.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신 추측은 일리가 있어. 하지
그러나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고, 진루안에게도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진규직이 자신의 내막과 허실을 한눈에 알아차렸기에, 주한영은 더욱 꺼리면서 경계하게 되었다.‘어떤 계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규직에게는 반드시 계획이 있어.’“내가 있는 한 궐주에게 접근할 생각은 버려요!”조용히 경고한 주한영은 진규직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려 나갔다.진규직은 자신에게 경고하고 돌아선 주한영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이 말뿐인 위협은 당연히 무의미했다.‘그렇다고 해도 이 위협은 나에 대한 주한영의 경각심을 말해 주고 있어. 스승님의 지시에 따르는 건 아마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내가 진루안의 신임을 얻기만 하면 돼.’‘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진루안의 해독을 돕는 거지, 진루안을 해치려는 게 아니야. 이건 스승님의 지시니 당연히 그대로 따라야 해.’고개를 저은 진규직은 주한영의 뒤를 따라 테스트 센터의 홀로 돌아왔다.지금 3번 창구의 간호사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센터장이 직접 지키고 있었다.언제 감정 결과가 나오든 주한영이 떠나야 센터장도 한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 이런 거물이 메디컬 테스트 센터에 계속 남아 있다면, 센터장은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한 시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센터장은 테스트 보고서를 직접 주한영에게 건네준 뒤 자루 안에 든 단목불패도 건넸다.주한영은 불패를 꽉 쥔 채 진규직이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마음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테스트 보고서를 대충 훑어본 뒤, 주한영은 진규직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테스트 센터를 나섰다.진규직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이미 멀어진 아우디 차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주한영은 스승님과의 통화 내용을 듣고 이미 나를 의심하고 있어.’‘여자의 의심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야.’‘원래 여자의 마음은 전혀 종잡을 수가 없잖아.’진규직은 택시를 타고 경성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다시
“진루안이라는 청년은 체내의 탄소독이 아주 심각한 수준입니다.”“사부님, 이 일을 조사하라고 하셨는데, 이 일은 이미 잘 파악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보고를 마친 진규직은 계속 사부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사실 그가 용국에 온 것은 이 일 때문이다. 일을 마쳤으니 원래대로라면 이미 M국으로 돌아가도 되었다.그러나 사부의 구체적인 명령 없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전화기에서는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스승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스승이 말을 하지 않으니 그 역시 경솔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한참 후에 전화기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능하다면 진루안의 곁에 남아서 체내의 독소를 해결해 주도록 해라!]“예, 사부님!” 사부의 말을 들은 진규직은 의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그래, 다른 일이 없으면 끊는다. 국제전화는 비싸!]뚜뚜뚜!진규직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은 여전히 이렇게 고지식하시지. 고지식하면서도 빈틈이 없으셔서 여태까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고, 쓸데없는 얘기조차 하지 않으셨어.’이 사람이 바로 그를 십여 년 동안 이끌어 준 스승이다.애석하게도 그는 스승의 진짜 이름도 알지 못했고, 단지 자칭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는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사부님은 생계도 어렵고 궁핍하게 생활해기 때문에, 전화비가 비싸다고 말한 것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돈을 아끼려는 거야.’‘그러나 스승님은 생활이 어려웠음에도 나를 십여 년 동안 길러 주셨어. 특히 내 생활비와 영약을 사는 돈은 거의 모두 스승님이 돈을 내셨지.’지금 그는 스승과 떨어져 있어서 만나고 싶어도 쉽지 않았다.원래는 M국으로 돌아가서 스승의 슬하에서 돌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승은 오히려 진루안과 함께 있을 기회를 찾으라고 지시했다,‘혹시 사부님과 진루안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 건 아니겠지?’그가 그런 관계를 알 수 없다고 해도 스승의 지시를 거역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