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요. 운이 조금 없는 거 같네요.” 연아도 자기가 담첨 되어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할거라고 생각 못 했다.“이게 과연 조금일까요?” 하태윤은 더 크게 웃었다. “어쨌든 게임은 게임이니까 대답하셔야 합니다.” 이게 게임 룰이니 어쩔 수 없었다.연아는 웃으며 간단하게 말했다. “저의 모든 첫 번째는 다 저의 전임이거든요. 첫 경험이라면 그것도 저의 전임이겠죠?” 연아는 정말 똑 부러지게 난감한 질문에 대응했다.하태윤은 크게 웃었다. “다시 질문할 때는 이름까지 써라고 해야겠어요. 아니면 우리 대표님처럼 노련하게 빠져나갈 수 있거든요.”그리고 게임은 또 시작되었다. 이때 누군가 중앙광장으로 뛰어왔다.오민은 재빨리 연아 옆에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아 씨, 지금 지훈 도련님 취하셨거든요. 제가 아무리 달래도 안되네요......”연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지훈의 꼼수에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연아 씨, 지훈 도련님 아직 완치되지 않아서 이렇게 술 많이 마시면 안 됩니다... 그게 다친 것도 연아 씨 때문에 다친 거잖아요. 그러니까 불쌍하다 치고 한 번만 가보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 마시지 말라고 한 번만 얘기해 주세요.”“오민 씨!” 연아는 두 사람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더 이상 나랑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에요. 저 때문에 다친 건 맞는데 저도 보상할 만큼 했어요. 지금 저렇게 술 마시는 거는 자기 건강을 해치는 거니까 그건 그 사람 혼자의 선택입니다.”“연아 씨, 그래도......”“오민 씨, 그만하세요. 불쌍한척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오민은 잠깐 멍해졌다. 자기 계획이 연아한테 들킬 줄 몰랐다.그러자 그는 바로 말했다. “연아 씨, 그건 제가 지훈 도련님한테 시킨 거예요. 사실 도련님이 사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남녀 간의 문제는 아무 경험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이건 연아 씨도 잘 아시잖아요. 제가 불쌍한척하면 연아 씨가 가엽다고 생각한다고 알려줬거든요. 이게 일이 이렇게 될
그리고 뛰는 자세를 취하며 연아한테 물어보았다. “오늘 저녁 게임할 때 후반전에는 뭔가 심각해 보이던데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그렇게 보였어요?”“네 맞아요.” 하태윤은 단오한 말투로 말했다.“너무 졸려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연아는 하품을 했다.“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일심 녹화장 여기는 너무 이쁘네요. 아무래도 스타엔터 CEO로서 계속 긴장하고 집중해야 하니까 갑자기 풀리면 졸릴 수 있죠. 제가 봤을 때는 우리 아버지를 여기로 모셔야 할거 같아요.”“아저씨요?”“네. 그 불타오르는 성격을 이런 곳에 와서 가라앉히게 해야죠.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느끼게 해야죠. 저 나이에 그런 성격이 말이 되나요?”연아는 하태윤의 말에 웃었다. “아저씨가 알게 되면 맞을 거 같은데요.”“히히히, 지금 옆에 없으니까 제가 감히 이런 말 하는 거죠. 룰루랄라!” 하태윤은 마치 물 만난 붕어처럼 까불고 있었지만 자기 아버지 앞에서는 고양이처럼 얌전했다.연아가 있는 민박에 도착하니 어느덧 하늘은 어두워 졌다. 민박집의 등불이 비쳤고 저녁이 되니 일심 녹화장은 또 다른 분위기이었다.“먼저 들어갈 테니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내일 또 녹화 있잖아요.”하태윤은 연아가 민박집에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를 불렀다. “대표님.”연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왜요?”“혹시 지훈 도련님 때문에 신경 많이 쓰이시는 건가요?”연아는 잠깐 놀랐다가 바로 웃었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마음에 없으니까 신경 쓸 일도 없죠.”“그러게 말이에요. 다 지나갔으니까 앞을 보고 더 좋은 미래를 기대해야죠.” 그리고 하태윤은 주머니에서 빨간색 꽃을 건넸다.“선물입니다. 아름다운 대표님.”연아는 그가 건넨 빨간 꽃을 보고 마치 어릴 때 선생님이 말 잘 듣는 어린이한테 주는 꽃처럼 상을 받는 거 같았다.“일심 녹화장처럼 이렇게 경치가 좋은데, 누가 감히 여기 있는 꽃을 따겠어요. 이건 오늘 무대 장식할 때 하나 뺏은 거예요. 여전하니 다행이네요.”“고마
“정말 이럴 거예요?” 하테윤은 한시름 놓은 듯 숨을 쉬고 또 불쌍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먹고살기 힘드네요.”스스로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다.연아는 그의 이상한 표정에 참지 못하고 웃었다. “하태윤, 당신 그래 봬도 남자 배우인데 표정 관리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네네네.” 그리고 알겠다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자기 얼굴을 쓰다듬고 몸을 흔들며 긴장을 풀게끔 했다.그리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연아한테 손을 흔들고 안내한다는 행동을 취했다. “그럼 대표님 편히 들어가서 쉬세요.”연아는 그의 과장한 연기를 보면서 더는 참지 못하고 크게 웃었다. “제 생각에는 다음 회 남우주연상도 당신 하태윤 몫일 거 같아요.”“그럼 먼저 고맙다고 해야겠어요.”“별말씀을요.” 그리고 연아는 하태윤과 인사하고 민박집 안으로 걸어갔다.연습생들과 선생님들의 일상을 찍기 위해 복도에도 많은 카메라를 설치했다.연아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방안은 너무 깜깜해 바깥 불빛으로 안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술 냄새가 나는 거 같아 재빨리 불을 켰고 발에 뭔가 닿은 거 같아 넘어질 뻔했다. 불이 다 켜지니 민지훈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온통 술병이었다. 연아도 어렸을 때부터 술 담배 냄새를 많이 맡아서 냄새만으로 독한 술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오민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민지훈이 불쌍한척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미친 듯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독한 술을 마시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연아는 그가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기 방에서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더 위험하고 그걸 자기한테 덮어 씌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민지훈!” 연아는 쭈그려 앉아 그를 천천히 흔들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민지훈 일어나! 술을 마시려면 네 방에 가서 마셔 내 방에서 마시지 말고.”연아는 옆에 있는 술병을 보고 민지훈이 자기 방에 들어오고 나서 나가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자, 민지훈은
연아는 지금의 민지훈의 모습이 너무 무서웠다. 이 남자는 마치 잠시 조용해진 호랑이처럼 조금만 움직이면 사람을 잡아먹을 듯 무서운 존재다. 지금 술까지 마셨으니 더 건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바로 웃었고 그 웃음을 본 연아는 멍했다.마치 그 웃음이 옛날 16살인 소년 얼굴에서 본 거 같았고 그 불바다에서 소년이 그녀를 꼭 안아 자기한테 약속을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연아는 그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리고 갑자기 그는 사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꼬마 아가씨, 남편을 죽이려는 건가?”꼬마 아가씨라는 말에 연아는 또 잠시 생각에 빠졌다.그리고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남편 죽인다는 거야? 제발 좀 정신 차리고 네 마음대로 말하지 마. 지금 오민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게.”그러자 민지훈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됐다. 내가 술 취한 사람이랑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내가 이상한 거지.”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오민한테 전화했지만, 그는 계속 받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몇 번을 해도 똑같은 안내 말이었다.민지훈이 취하고 오민이 전화 안 받는 걸 보면 이 두 사람이 같이 꾸민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오민이 전화 안 받는 거는 무조건 일부러 안 받는거라고 생각했다.연아는 이를 악물고 너무 화가 나 더 이상 소파에 있는 민지훈한테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침대로 향했다.“꼬마 아가씨......”그녀가 몇 발자국 내딛지도 않았는데 민지훈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내가 그때 기억을 잊어버리는 게 아닌데.”그의 말에 연아의 머리는 완전 하애졌고 두 눈을 크게 떠 민지훈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자 마치 뭔가 통한 듯 미칠 것만 같았다.연아는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가 다시 그의 앞에 서있게 되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 연아는 술에 취한 민지훈을 보고 물었다.“너를 잊은 게 내 잘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기 뜨거운 눈물을 만지고 나니 자기가 울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눈물을 닦고 뒤돌아 가려 했는데 바닥에 빨간색 액체가 보여 자세히 보니 피였다.연아의 눈빛이 달라졌고 다시 술에 취한 민지훈을 보고 그의 겉옷을 벗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어깨 쪽 상처가 터져 와이셔츠가 빨갛게 물든 거다.“민지훈 상처 터졌는데 아무 감각 없는 거니?”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듯한 민지훈은 자기 가슴 쪽에 손짓하며 안쓰럽게 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더 아파.”그는 마치 상처받은 아이처럼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미친놈!” 연아는 어쩔 수 없는 듯 입술을 깨물었고 약상자를 들고 가위로 그의 어깨 쪽 셔츠만 찢었다. 그건 나중에 또 자기 몸을 봤다고 덮어씌울까 봐 걱정해서 그런 거다.방송 녹화인 이유로 방마다 간단하게 상처 치료할 수 있는 약상자를 준비했다.연아는 재빨리 그의 상처에 소독하고 다시 밴드를 묶었다. 전에 매화마을에서 해본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능숙하게 끝냈다.밴드를 묶은 뒤 전에 매화마을에서 자기를 구하기 위해 낸 상처를 보니까 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거 같았다. 사실 이 상처보다 더 신경 쓰이게 한건 등 뒤에 있는 상처였다.매화마을에 있을 때 그의 등 뒤에 있는 화상으로 인한 상처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그 상처가 어떻게 되었든 더는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더는 물어볼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밴드까지 다시 묶어 준걸로 감지덕지하게 여겨야 된다고 생각했다.“오민이가 네 전화 안 받아. 밖에 다 카메라니까 오늘 저녁 소파에서 하룻밤 보내. 네가 많이 취했으니까 내가 봐주는 건데 내일 아침 술 깨면 당장 돌아가. 알았지?”연아의 말이 끝나고 다시 일어나려고 했는데 민지훈은 또 그녀를 안았다.“민지훈! 너! 술김에 뻔뻔스럽게 뭐 하는 짓이야? 얼른 놔!”“말랑말랑하고 좋은 냄새 나는 거 보니까 우리 와이프 맞네.”“미친놈!”이 사람이 술을 마셔서 이렇게 뻔뻔스럽게 변했는지 모
민지훈은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입에 입맞춤을 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정말 술 취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어?”연아는 잠이 들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술 몇백 박스? 네 남편을 너무 모른다.” 그는 몇만 박스 살 거라고 생각했다.연아는 면 소재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무 거치적거린다.”그리고 어깨에 상처가 있는 채 그녀의 옷을 다 벗겼다.연아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잠을 잤다. 지금 밖에서 천둥번개가 쳐도 아무것도 모른채 잘 텐데 이 정도로는 잠에서 깰 일이 없다.......다음날 아침 여름철의 햇빛이 커튼을 통해 방안으로 비쳤다. 연아의 하얀 얼굴에 비쳤다.그녀는 눈이 부신지 손을 들고 햇빛을 막으려고 했다.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몸을 돌려 햇빛을 피해 다시 자고 싶었지만 뭔가 익숙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연아는 갑자기 정신이 들어 일어났고 긴 머리 밑에 그녀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연아는 이불에 자기를 꽁꽁 싸 동시에 옆에 자고 있던 남자를 침대 밑으로 찼다.“민지훈! 나쁜 새끼야!”민지훈은 잠귀가 밝아 연아가 하루 저녁에 몇 번 몸을 돌렸는지도 다 알고 있었는데 방금처럼 일어나 이불 잡은 걸 모를 리가 없다. 그는 자기 꼬마 아가씨가 어떤 반응일지 궁금했을 뿐이다.일 년이 지나니 순한 토끼였던 연아가 어느새 날카로운 고양이로 변했고 힘도 세져 자기를 차기까지 했다.“자기야?” 그의 잠긴 목소리가 더 매력적이었다.하지만 연아는 너무 화가 나 미칠 지경이다.“뭐라고? 자기?” 그녀가 물었다.“나랑 한 침대에 잤는데 아니야?”“민지훈 나쁜 자식! ” 연아는 너무 화가 나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선심 써서 여기서 하룻밤 자게 했는데 어디 침대까지 올라와서 같이 자?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생각이 짧았다. 어제 술 취한 민지훈을 보고 술김에 다음 날 아침까지 잘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된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리고 뭐?” 그는 그녀가 화난 모습을 지
“대표님, 저희 아침에 이벤트 하나 있거든요. 촬영팀이 카메라 들고 방에 들어가 촬영할 건데 지금 아마 대표님 차례예요.”이때 노크 소리가 다시 들렸다.“대표님, 준비하세요.” 그리고 PD님은 전화를 끊었다.문밖에는 촬영팀 목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저희 모닝콜 팀입니다. 일어나셨나요?”모닝콜이라고? 아침 깨워주는 서비스?연아가 봤을 때는 이건 놀랍게 해주는 서비스다. 지금 이 상황을 촬영팀이 본다면 어디 확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다.“민지훈, 이거 안 놔! 지금 촬영팀 왔다고!”“응. 알아.” 그는 마치 촬영팀의 노크 소리와 말소리를 못 들은 듯 자기를 놔줄 생각이 없는 거 같았다.“알면서 왜 아직 안 놓는데?”“우리 와이프가 너무 이뻐서 놓고 싶지 않아.” 그는 웃으며 말했다.피부 하얗고 연한 사람이 바로 자기 꼬마 아가씨라고 생각했다.말이 끝나자마자 민지훈은 그의 머리를 잡고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이런 제기랄! 연아는 그의 입술을 깨물었고 한시 양보도 없이 세게 깨물어 바로 피가났다.민지훈이 아프다고 느낀 다음 그를 바로 밀어내 이불과 옷을 잡고 화장실로 뛰어갔다.“잠깐만!” 그녀는 바깥을 향해 말하고 화장실에 들어가 바로 문을 닫았다.씻고 나와 보니 민지훈도 옷을 챙겨 입었다. 셔츠 어깨 쪽은 어제 연아가 가위로 찢었지만 겉옷을 입으니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아직 안 가고 여기서 뭐 해?” 연아가 화장실에서 나와 한 첫마디였다.민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와이프랑 같이 촬영하려고.”뭐? 촬영? 제기랄, 누가 같이 촬영하겠데?“대표님, 다 됐나요?” 촬영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연아는 어쩔 줄 몰랐고 1m90cm 넘는 남자를 어디로 숨겨야 할지 몰랐다.민박집의 옷장은 다 간단하게 설치한 거라 사람 숨기기에는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에 숨기자니 혹시 화장실까지 들어갈까 봐 걱정돼 그렇게 되면 상황이 더 난감해질 거다.그러자 연아의 시선은 베란다의 유리문에 있었다. 민지훈 방이 자기 옆방이란 걸 깜빡했다.그러자
그녀는 민지훈이 싸다고 생각했다.자기가 뭐 멋있는 대표님이니까 키스하고 싶으면 하는 건가? 자기도 대표니까 깨물고 싶으면 물면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빨리 여기를 나가게끔 하기 위해 연아는 마음속 화를 가라앉히고 베란다의 유리문을 열어줬다. 그냥 꺼지라는 뜻이었다.그는 가겹게 옆방으로 넘어갔다. 전에 그녀를 위해 옷장에 들어가고 또 베란다를 넘는 거 보니 생전 하지 않았던 일을 다 한거 같다.민지훈은 웃으며 입술에 있는 상처를 만졌다.“헉......” 정말 아팠다. 순한 토끼였던 연아가 날카로운 고양이가 되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모든 사나움을 감췄을 뿐이다.생각해 보니 더는 웃을 수 없었다. 더는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고슴도치처럼 자기 털을 세워 스스로를 보호했다.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때문에 세운 거라 이미 피투성이 되었다.그는 서러움을 감추지 않고 바람에 머리가 헝클어졌다. 마음속의 아픔은 여전했다. 그는 입을 열어 혼잣말을 했고 마치 다짐한 듯 단오했다.“넌 영원히 내 것이야.”......연아는 민지훈이 옆방 베란다로 넘어간 걸 보고 다시 문을 닫고 커튼을 막았다.그리고 재빨리 문을 열었다. 촬영팀은 대기 한지 꽤 됐다.“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 습격입니다.” 그리고 촬영팀은 장난한 듯 그녀한테 하트 모양의 손짓을 보냈다.“좋은 아침입니다.” 연아는 촬영팀 사람들한테 고개를 끄덕이었다.촬영팀이 연아의 방에서 아무런 이슈거리도 못 찾을 때 드디어 쓰레기통에서 술병을 발견했다.“다들 아시다시피 대표님 남동생님이 조인주업의 대표님이잖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조인주업의 술병을 발견했네요. 어떤 술인지 같이 보고 우리 대표님이랑 같은 술을 즐기는지 확인해 보죠. 하지만 미성년자는 음주 금지입니다.”그리고 촬영팀 사람은 재빨리 술병을 들었다.연아는 그들이 이렇게 자세하게 볼지 생각 못 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민지훈보고 쓰레기통까지 같이 들고 넘어가라고 했을텐데. 깜빡했다. 자기가 먹은 술은 자기가 처리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