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에서 한 연습생이 큰 소리로 하태윤에게 사랑을 표현했다.하태윤은 무대에 서서 큰 소리로 웃었다. 손에 대본을 든 채 소녀를 가리키며 호탕스럽게 말했다. “이가희 씨 맞죠?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해요! 탈락입니다!”하태윤이 말을 하자 촬영장에 있던 소녀들은 모두 웃었다.이어서 하태윤이 말했다. “오늘은 첫 번째 평가 날입니다. 무대 아래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시죠? 다들 아시나요? 모르셔도 상관없습니다. 나중에 소개해 드릴게요.”청중 전체가 다시 폭소를 터뜨렸고, 옆에 놓인 대형 전광판에서는 강사들의 소개가 시작됐다.강사들은 차례로 무대에 올라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건넸다.조연아도 팀원들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한쪽에 서서 첫 녹화를 지켜보고 있었다.하태윤의 연기는 훌륭했다. 진행 능력도 매우 좋았으며, 현장 분위기도 지루하지 않았다.이때 하태윤이 조연아에게 관심을 돌려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은 저희 첫 번째 녹화이니 만큼, 특별히 스타엔터의 CEO이신 조연아 님을 깜짝 멘토로 모셨습니다!”하태윤이 말을 하자마자 한쪽 대형 스크린에서는 스타엔터의 소개 멘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조연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조화로운 이목구비, 아름다운 얼굴, 약간 곱슬기가 있는 긴 머리, 완벽한 몸매 라인을 돋보이게 해주는 타이트한 슈트, 곧은 어깨와 가느다란 다리가 더욱 눈길을 끌었다. "와, 너무 예쁘다... 몸매도 좋고 다리도 길어!" "회장님이 우리와 경쟁하면 우리 모두 한 계단씩 내려가야 할 것 같아!" "맞아, 회장님이 확신의 센터야. 너무 예뻐!"청중석에 있던 학생들이 웅성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조연아는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에 서서 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100명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안녕하세요 여러분, 조연아 입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 "누구에게나 데뷔의 기회는 있습니다. 기회는 당신의 손에 있어요. 어떻게 그 기회
그는 대본에 있는 내용을 보고 서미나가 협찬사 대표님 딸인 걸 알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지금처럼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고 팀명을 자기 이름으로 지어 인지도를 얻으려는 수작이다.“내가 뭐 배운 게 있어야 좋게 대답하겠는데 힘드네요. 다른 선생님한테 물어보죠. 이름 어떠신가요?” 하태윤은 현장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한테 말을 돌리고 물었다.그러자 몇몇 선생님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요. 다들 이쁘다고 하니 여러분이 준비한 무대 시작하시죠.”하태윤은 이 틈을 타 빨리 대화를 중단시켰고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무대에서 여자애들은 춤추고 노래를 시작했다.“나는 씻는 게 좋아, 나의 매끈한 피부 너무 좋아. 아이아이야.”서미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아이아이야만 했다. 그녀의 춤 실력은 눈 뜨고 볼 수 없었지만 계속 메인 자리에 있었다. 노래하는 동안 윙크, 섹시하게 턴하고 또 윙크하고 턴뿐이었다.한 곡이 끝나자 선생님들도 이어폰을 내려놓았다.하태윤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느 선생님의 평가를 받고 싶으세요?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게요.”리더인 서미나가 앞서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희가 지훈 도련님 팬이어서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다들 아시다시피 여기서 조연아 대표님과 스캔들도 있고 해서 조연아 선생님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서미나의 말에 기타 선생님들도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몇몇 무대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참가자들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미나 일부로 저러는 거 아니야? 너무 티 난다.”“그러니까. 저 이유는 너무 말도 안 되잖아. 무조건 일부러 저런 거야.”“조용히 해. 쟤 이번 행사 협찬사 대표님 딸이잖아.”서미나는 계속 웃는 얼굴로 말했고 이 상황에 하태윤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모든 사람의 시선 끝에 연아는 웃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공연 잘 봤습니다. 여러분 피부 너무 좋은 거 보니 정말 씻는 걸 좋아해서 그런 거 같네요. 리더인 서미나씨의 피부는 반짝반
“쉿! 조용히 해. 너도 알다시피 서미나는 협찬사 대표님 딸인데 결승까지 올라가서 데뷔할지도 모르지.”무대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연습생들도 서로 속닥거리며 말했다.연아는 웃으며 다른 선생님들과 같이 D 점수를 주고 아무 감정 기복 없이 시미나에 대해 평가했다. 그녀의 실력은 다들 본 게 있어서 같은 생각이었다.서미나는 표정이 안 좋아 서러워서 울기 시작했다. 현장 분위기도 조용해졌다.서미나 등 일행이 무대로 내려가려는 사이에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들렸다.“저의 평가 듣고 싶다면서요?” 이때 누군가가 다른 입구에서 걸어 나왔다.그의 아우라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의 목소리가 들 리자 조연아는 민지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자기도 민지훈이 현장에 올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정장을 입은 민지훈이 만인들 앞에 서니 현장의 함성소리는 끊기지 않았다.“엄마야, 저게 누구야? 민지훈 아니야?”“잘 생기고 재력 있는 민지훈이잖아! 멋있고 나의 우상 민지훈이잖아! 와! 정말 빛이 난다. 빛이나.”“전 남편 전 부인이 같은 현장에 있다니 내가 무슨 프로그램에 온 거니? 현장에서 두 사람 배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하태윤은 민지훈을 보자 안색이 변했다. 카메라가 민지훈을 향할 때 PD가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지훈 도련님이 모노 영상을 인수했거든요. 오늘이 첫 녹화인 거 알고 연아 아가씨처럼 시청률을 위해 특별 게스트로 오신 거예요.”하태윤은 PD의 말에 아무도 모르게 눈알을 희번덕거렸다.시청률은 개뿔 그건 다 거짓말이다. 때문에 왔다고? 모노 영상이 뭐 안중에나 있겠어?하태윤은 민지훈이 큰돈 쓰고 모노 영상을 인수하는 건 다른 게 아니라 조연아 때문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조연아인데 하태윤은 너무 화가 나 욕설을 퍼부울 것만 같았다.“하 배우님, 얼른 말씀하셔야죠. 현장 분위기 이끌어야 해요.”PD의 끊임없는 재
“나 민지훈의 아내는 조연아 하나 뿐이야. 그러니까 내 마음 가는 데로 따라다는 거니까 그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민지훈의 말에 현장의 함성소리는 전보다 더 컸다.“근데 제가 알기로는 조연아 대표님이 어느 유명한 변호사랑 친분이 깊다던데 지훈 도련님이 정신 차리셔야 할거 같네요. 조연아 대표님은 당신한테 관심 없는 거 같습니다.” 서미나는 마치 공주처럼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연아를 마음에 두면 되는 겁니다.”현장의 함성소리가 너무 커 녹화 진행에 영향을 끼쳤다.연아는 바로 여기서 나가고 싶었지만 녹화 끝날 때까지 참기로 했다.서미나는 민지훈의 말에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현장 스태프들은 서미나가 협찬사 사장님의 딸인 걸 알고 있기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민지훈과 자가네들 상사인 조연아 두 사람을 더 건들 수 없어 서미나를 설득해 무대에서 내려가게끔 했다.서미나처럼 오냐오냐하게 큰 사람이 어디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있겠는가. 민지훈이 조연아를 아끼는 걸 보고 자기는 계속 당하기만 해서 무대에서 내려온 뒤 너무 분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다.“흑흑흑.....” 서미나는 무대 밑에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서미나 울고 있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제목은 이었다. 이 기사는 인터넷에서 난리 났다.다음 참가자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했지만 조연아는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다. 민지훈은 조연아의 손을 꼭 잡고 있어 어떻게든 힘써 벗어나고 싶었지만 헛수고였다.“저희는 지훈 도련님의 평가를 듣고 싶어요.” 연습생들이 끝나고 민지훈의 평가를 받고 싶어 했다.그러자 그는 마이크를 들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괜찮네요.”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한마디였다.하태윤은 바로 추가 설명했다. “지훈 도련님의 괜찮다는 말은 참 듣기 힘든 말이네요. 그럼 다시 T.Y 선생님의 평가를 들어보죠.”하태
그녀의 말이 무기라면 그는 이미 수백 번 죽었을 거다.연아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 힘을 썼고 힘이 더 들어가니까 동작도 커져 그녀의 하얀 손이 빨개졌다.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가 다칠까 봐 손을 놓게 되었다.그리고 연아는 아무 말 없이 뒤돌아 PD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이게 무슨 일이죠?”“사장님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PD도 갑자기 뭔지 몰라 물어봤다.“민지훈.” 연아는 그의 이름을 말했다.“아, 대표님 이게 갑자기 넣은 게 아니라 원래 모노 영상 대표님이 오시기로 되어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민하그룹에서 인수를 해 지훈 도련님이 오신 겁니다.”“모노 영상을 인수했다고요?”“네.” PD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사실 저희도 너무 놀랐습니다. 전에 아무 소식 없이 갑자기 인수했거든요. 현장에 있었던 모노 영상의 고위직도 몰랐던 거 같아요. 민하그룹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보인 적이 없어서 자기네 대표님이 모노 영상을 민하그룹한테 인수해 줄 거라고 생각 못 했데요.”연아는 민지훈이 왜 갑자기 모노 영상을 인수했는지 알 거 같았다.이건 분명히 양육강식인듯 민지훈은 더 큰 걸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민지훈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는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꼭 해내는 성격이었다.하태윤은 다른 PD와 추후 내용에 대해 얘기하고 끝나고 다 알겠다는 손짓을 했다.그리고 연아를 보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저 오늘 어땠어요? 괜찮았죠?” 하태윤은 웃으며 연아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었다.“뭐 볼만하던데요. 너무 잘난척하지 말죠.”“뭐라고요? 그냥 볼만하다고요? 어떻게 이런 말을 하시다니 너무 속상하네요.”“전에 아저씨가 저한테 절대 칭찬해 주면 안 된다고 말해줬거든요. 칭찬하면 너무 좋아서 어디에 튈지 모르니 다음엔 꼭 실수하신다고요.”하태윤은 연아의 말을 듣고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우리 아버지가 저를 제일 잘 아시네요.”하태윤의 말에 연아는 너무 웃겨 웃음을 참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
“하태윤의 방은요?” 그는 다시 물었다.오민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연아 씨랑 제일 멀리 떨어진 방으로 바꿨습니다. 걸어오면 10분은 걸릴 겁니다.”“잘했어요.”오민이 칭찬을 받자 바로 웃었다. “허허허.”사실 오민 스스로도 자기가 참 잘했다고 여겨 현재 사회에서 능력 있는 남자를 대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오민의 핸드폰이 울렸고 회사 사람들이 보낸 문자를 보고 있었다. “도련님, 지금 연아 씨랑 도련님 실시간 검색어 올라갔어요.”그리고 핸드폰을 바로 민지훈한테 넘겼다.민지훈은 핸드폰을 받고 실시간 검색어 1위인 기사 제목 을 보게 되었다.기자 사이에서는 이미 다 소문이 퍼졌다. 서미나가 계속 시비를 걸어 조연아가 그렇게 말한 거였고 서미나는 포기하지 않고 지훈 도련님의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지훈 도련님이 정말 현장에 와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전 부인을 감싸주었다. 다들 빨리 영상으로 확인해 보라며 같이 핑크빛 사랑을 느껴보자고도 했다.그리고 현장에 있던 영상이었다. 서미나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조연아는 그냥 그녀의 말에 맞대응했다. 그 다음은 민지훈이 전 부인을 감싸는 내용을 한 영상에 담아 모든 사람이 전 스토리를 쉽게 볼 수 있게끔 만들었다.어렴풋이 찍었지만 민지훈이 말한 그 몇 마디는 잘 들렸다.민지훈의 말 몇 마디는 너무 멋있었고 어디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남자다웠다.네티즌들은 난리 났다.“어머 세상에 민지훈 같은 남자 만나게 해주세요! 너무 멋있다! 조연아도 너무 멋있다. 서미나한테 한 말들 짱 멋있어. 조연아 역시 있어 보인다.”“나 지금 민지훈한테 푹 빠졌어! 영상 내용 보니 민지훈은 정말 조연아를 사랑하는 거 같아.”
“훈조커플” 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들이 나왔다. 연아는 민박집에 도착하자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너무 화가 나 핸드폰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었다.자기의 인스타에서도 수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남겨 다들 민지훈을 지지하는 말들이었다.“조대표님, 지훈 도련님 한 번만 봐주세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습니다.”“훈조커플 짱! 두 사람의 재결합을 기다립니다.”“조대표님, 영상 한번 보세요. 지훈 도련님 너무 안쓰러워요.”연아는 핸드폰을 꺼 옆으로 던졌다.그러자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연아는 일어서 문 열어보니 스태프였고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도 평소와 달랐다. 정말 모든 사람이 알게끔 이슈가 된 게 다 민지훈 그 인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대표님, 저녁 준비 다 됐습니다.”“네.”연아는 고개를 끄덕이었고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자기 옆방으로 간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훈 도련님, 저녁 준비 다 됐습니다.”지훈 도련님?연아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몰라 조심스레 옆방을 보니 웬걸 정말 민지훈이었다.문을 닫으려는 차에 갑자기 문이 열려 힘으로 닫을 수 없어 문이 열렸다. 그리고 다시 닫혔고 그녀도 문짝에 꼼짝 못 하게 붙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연아는 아무 반응할 틈도 없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민지훈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민지훈......”밖에서는 사람 걷는 소리와 말하는 소리가 들려 혹시 오해할까 봐 연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이름 생겼다.” 민지훈은 너무 좋은 듯 웃었다.연아는 그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뭐?”“훈조부부.” 민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연아는 너무 화가 나 바로 말했다. “미쳤어? 이거 놔! 누가 네 와이프인데, 너랑 별명 생기는거 싫어. 그리고 우리 부부 아니야!”“지금 화내고 있는 사람이 내 와이프거든.” 그는 모든 게 자기 뜻대로 되는 듯 웃었다.연아는 그의 말에 인정하지 않았다. “나 화 안 났거든.”그러자 민지훈의 얼굴에는 웃음기
민지훈이 내뱉은 열기가 그녀의 얼굴에 닿아 연아는 덥다고 생각해 그의 시선을 피했다.“행패 부려서 나랑 재결합할 수 있다면 그건 당신 잘 못 생각 한 거야. 이거 내가 딱 싫어하는 방식이야.”그녀의 말이 끝나자 연아는 민지훈이랑 눈 마주쳤다. 민지훈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녀를 놔줬다. 그러자 연아는 문을 열고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갔다.연습생 저녁도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었다.오늘 저녁은 민박집 단지 중앙광장에서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카메라는 이미 다 준비되었고 4개 구역으로 나누어 빈틈없이 연습생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다.생방송이 시작하자마자 500만 명이 들어와 보고 있었고 네티즌들은 댓글로 민지훈을 찾았다.“지훈 도련님은 어디 있어? 지훈 도련님 나와주세요.”“조연아는 어디 있어? 지훈 도련님이랑 같이 나오게 해주세요.”“두 대표님의 러브스토리 보고 싶습니다.”현아가 중앙광장에 도착하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게 되었다. 그녀는 아름답다 못해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미모를 갖고 있었다. 한 번 보면 또 보고 싶어 할 것이다.“대표님, 날씨도 더운데 차가운 사이다 드세요.” 삼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여서 열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이번에 선생님을 맡은 강단이 사이다를 건넸다.“고마워요.” 연아는 고개를 끄덕이었고 고맙다고 말하며 연습생들과 같이 식사하러 갔다.연아도 성격이 좋아 연습생들과 어느새 친해졌다.“대표님, 많이 드세요. 이 호주 랍스터 너무 맛있어요.”“고마워요.” 연아는 연습생이 건넨 랍스터 다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방송을 보고 있는 네티즌들 또 열렬하게 토론하게 되었다.“이런! 음식 먹는데도 저렇게 이뻐? 조연아 너무 이쁘다.”“그걸 말이라고! 안 이쁘면 지훈 도련님이 그렇게 따라다니겠어?”“근데 지훈 도련님은 왜 안 보이지? 어딨지?”......어느덧 어두워져 현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진실게임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생각하고 있는 질문을 박스에 넣고 북 치는 소리에
오민이 어떻게든 버티려는 추연을 억지로 병실에서 내보내고 다시 조용해진 병실.조연아를 꼭 안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연기 좋았어.”단호한 말투에 조연아의 몸이 순간 움찔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큭.”피식 웃던 민지훈이 하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상관없어. 연기가 맞든 아니든 난 협조할 테니까.”“...”말없이 민지훈의 품에 안긴 조연아의 눈동자가 살짝 가라앉았다.‘뭐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 연기는 완벽했어. 그런데 왜... 들킨 걸까?’“나 피곤해.”대충 핑계를 대고 민지훈의 품에서 벗어난 조연아는 그를 등진 채 돌아누웠다.“재워줄까?”‘예전의 조연아라면 분명 그래 달라고 하겠지.’한편, 이미 들킨 거나 마찬가지지만 모르쇠를 대기로 했으니 조연아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떻게 재워줄까?”이때 조연아의 곁으로 훅 다가온 민지훈의 숨결이 그대로 그녀의 귀를 적셨다.‘미친 변태자식.’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조연아의 볼이 슬그머니 달아올랐다.착잡한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조연아의 볼에 뽀뽀를 하고 이불까지 잘 덮어준 민지훈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눈을 감고 있고 돌아누워 등까지 진 상태였지만 그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어지러운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조연아는 방금 전 추연의 말과 반응들을 다시 떠올렸다.‘추신수... 그 자식이 날 물속으로 잡아당길 때 분명히 봤어. 목에 걸린 옥 목걸이를.’그 옥 목걸이는 조연아의 어머니와 추연 두 자매의 어머니, 즉 조연아의 외할머니가 두 딸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일무이한 팬던트였다.‘하지만 엄마가 하고 있던 팬던트는 6년 전에 이미 깨졌어. 유품 정리할 때 분명 확인했다고. 그럼 추신수 목에 걸린 건 이모 거란 소린데... 이모 팬던트가 왜 추신수한테 있는 거지?’한번 불씨를 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추신수
“너무 무리하지 마.”민지훈이 조연아를 끌어안았다.아무런 저항 없이 얌전히 안긴 모습, 모든 게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이때 밖에서 요란스러운 인기척이 들려왔다.“뭐? 연아가 기억상실증?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당장 들어가서 확인해야지.”“이모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나 연아 이모야. 무슨 자격으로 날 막아!”그렇게 막무가내로 문을 열고 들어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던 오민도 눈을 질끈 감았다.‘세상에 두분 지금... 서로 안은 거 맞지?’“이모.”이때 추연을 발견한 조연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이모도 왜 병원복 차림이에요? 이모도 어디 아파요?”“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충격을 받은 추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너... 진짜 아무것도 기억 안 나는 거야?”“네.”그리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화가 치미는 추연이었다.“민 대표, 두 사람 이렇게 스킨십하는 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봤어 봐. 우리 연아 입장이 얼마나 난처해지겠어? 두 사람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이혼이요?”조연아가 깜짝 놀란 얼굴로 민지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우리 언제 이혼한 거야?”“이혼”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상한 민지훈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이모님, 이만 나가주시죠. 이모님도 다치셨는데 푹 쉬셔야죠.”오민 역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네, 의사선생님께서 이모님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으니까 얼른 가시죠.”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추연이 아니었다.“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기억상실증에... 걱정하지 마. 잃어버린 기억은 천천히 되찾으면 되니까. 아니, 영원히 찾지 못해도 상관없어. 그 동안 있었던 일 이모가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줄 테니까. 네 옆에 서 있는 이 남자 때문에 네가 무슨 일을 당할 뻔했는지. 그리고 두 사람이 왜 이혼하게 된 건지 전부.”하지만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는 여전히 혼란스러움으로 가득했다.“이모 말
“환자분,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십니까?”검사를 마친 의사가 물었다.말없이 고개를 저은 조연아는 또다시 공허한 눈빛으로 민지훈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대표님, 환자분 뒤통수에 생긴 상처는 아마 며칠 동안 통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이고 뇌출혈 증상도 없으니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네.”의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민지훈의 시선은 여전히 조연아를 향해 꽂혀있었다.“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민지훈을 향해 꾸벅 인사를 남긴 의사가 병실을 나서려던 그때, 조연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병실의 정적을 깨트렸다.“저... 어떻게 다친 거죠?”그 질문을 들은 순간, 의사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환자분, 어떻게 다치셨는지 기억 안 나십니까?”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던 조연아는 민지훈을 돌아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여보, 나 어떻게 다친 거야?”“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여보?’확실히 어딘가 이상한 모습에 민지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아, 남편이라는 호칭 불편해? 미안. 그러니까 그렇게 화난 표정 짓지 말아줘.”3년 전 그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은, 조심스럽고 겁 많은 새 같은 모습. ‘뭐지?’혼란스러웠지만 민지훈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다.“아니. 남편 맞아. 화난 거 아니야.”그리고 다시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린 민지훈이 꾸짖 듯 물었다.“별문제 없다면서요. 이게 무슨 상황이죠?”당황스러운 건 의사도 마찬가지였다.“그러게 말입니다. 뒤통수 가격으로 인해 출혈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외상일 뿐입니다. 기억상실증까지 올 수준은 아닌데요... 물에 빠진 뒤 잠깐의 익수가 있었지만 구조가 빨랐기에 뇌손상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도 기억을 잃은 거라면 트라우마로 인한 단발적인 기억상실증이 큽니다. 이 문제는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럼 가장 실력 좋은 의사로 컨택해 주세요.”“네.”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빠르게 병실을 나서고 조용해진 병실, 조연아의 옆에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여전히 걱정스레 민지훈을 바라보던 오민은 뭔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래. 욕 먹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할 얘기는 해야 해.’“저기... 대표님. 지금 총알을 빼내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연아 씨가 깨어나고 나서 대표님 이런 모습 보면 얼마나 속상해하겠어요. 아니,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행여나 앞으로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면 큰 결함을 가지게 되는 거잖아요. 다른 라이벌들 이길 수 있으시겠어요?”민지훈이 가장 끔찍하게 생각하는 건 조연아뿐이라는 걸 알고 있는 오민은 자극 요법을 사용했다.“대표님. 제발 연아 씨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그제서야 살짝 흔들리던 민지훈이 결국 일어섰다.“그래요. 치료하죠.”“네, 네.”잠시 후, 역시 수술실로 옮겨진 민지훈은 바로 총알 제거 수술을 받은 뒤 마취가 풀리기도 전에 바로 조연아가 있는 응급실로 달려갔다.그리고 조연아가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그녀와 함께 VIP 병동으로 입원까지 할 수 있었다.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오민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저 발만 동동 구를뿐이었다.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민지훈이 사랑 때문에 이 정도로 충동적으로 움직이다니. 이게 사랑의 힘인가 싶었다.‘연아 씨,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연아 씨가 깨어나야 저희 대표님 좀 쉬실 거 같으니까...’...조용한 병실, 차가운 달빛이 커튼을 넘어 침대를 비춰주었다.민지훈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조연아의 손을 꼭 잡았다.‘연아야... 제발...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힘든 건 다 내가 감당할 테니까 넌 그냥 행복만 해줘.’...한편 조연아는 깊은 꿈속을 걷고 있었다.오로라를 기다리던 그날 밤, 그토록 그리워했던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꼭 끌어안고 귓가에 다정한 사랑의 말을 건네는 꿈이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남자는 잔인한 얼굴로 그녀를 불바다 속으러 밀어버리고
가슴을 움켜쥐고 바다에 추락하는 걸 바라보는 조연아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왔다.그리고 그런 조연아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던 민지훈이 한 마디 내뱉었다.“겁 먹지 마.”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조연아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핏기도 느껴지지 않았다.민지훈의 요트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이제 정말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바다에 빠졌던 추신수가 불쑥 수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요트 난간을 부여잡은 추신수가 악에 받친 얼굴로 조연아의 다리를 잡아끌었다.“으악!!”비명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사방에 튕기고 그와 동시에 민지훈은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다.“대표님!”이에 오민 역시 짧은 고함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졌다....두려울 정도로 조용한 바다...방금 전까지 시끌벅적하던 소음이 전부 사라지고 턱턱 막히는 숨이 이곳이 물속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아... 이렇게 죽는 건가...’의식이 아득하게 사라지고 천근만근 무거운 몸에선 더 이상 바닷물의 차가움마저 느껴지지 않았다.바로 그때, 탄탄한 팔이 그녀를 꽉 껴안고 빠르게 수면위로 올라갔다.하지만 민지훈과 조연아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탕탕탕 소리가 들려왔다.갑판 위에 남은 남자들이 해수면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조연아를 꽉 끌어안은 민지훈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총 따위 무섭지 않아. 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연아만 무사하다면...’한편,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뜬 조연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닷물에 엉망으로 젖었음에도 여전히 멋진 민지훈의 얼굴이었다.쿵.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과 함께 위급한 이 상황이 잊혀질만큼 마음속 한 구석에 묘하게 따뜻해졌다.“탕!”비처럼 쏟아지는 총알이 민지훈의 팔을 관통하고 피가 뿜겨져나왔다.“민지...”바다 내음인지 피냄새인지 헷갈리는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지만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에 조연아의 의식은 다시 저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들이 갑판
추신수의 말대로 저 멀리 수평선 뒤로 다가오는 요트들을 발견한 조연아는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새도 없이 마음이 다시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또... 민지훈이라고? 또 이렇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건가?’이때, 그녀의 머리채를 홱 잡은 추신수가 총구로 그녀의 머리를 겨누었다.“허튼 짓 할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아무리 구조 요트로 도망쳐 봤자 쾌속 요트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추신수는 조연아를 미끼로 쓰기로 결정했다.“민지훈. 이 여자 머리에 구멍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멈춰.”추신수가 무전기를 사용해 소리쳤다.한편, 인질로 잡힌 조연아를 발견한 민지훈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곧 모든 요트들이 멈춰서고... 방금 전까지 당황한 표정이던 추신수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하, 전 와이프한테 남은 미련이 그렇게 많아? 그 유명한 민지훈 대표가 이렇게 순정남일 줄 몰랐어. 우리 동생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길래 잊지를 못하실까? 뭐 침대에서 끝내주나 보지? 하하하.”추신수의 음담패설에 오민이 확성기를 빼앗아들고 소리쳤다.“추신수 씨, 이쯤에서 그만 하십시오. 당신이 저희 대표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세요? 괜한 발버둥치지 말고 조연아 대표 풀어주세요.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으면.”하지만 오민의 경고가 굉장한 농담이라도 되는 듯 추신수는 웃음을 터트렸다.“그만 해? 의미없는 발버둥? 하하하, 정말 의미없는 발버둥일까? 조연아가 내 손에 있는 한 민지훈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너희 잘난 대표님 얼굴 좀 봐. 날 찢어죽이고 싶은데 어쩌할 방도가 없는 저 모습을.”“원하는 게 뭐야?”민지훈이 물었다.“아, 역시 통쾌하셔.”추신수가 피식 웃었다.“요트 한 대만 가까이 붙여. 조종수 한 명만 남겨두고.”잠시 후,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는 요트를 바라보며 추신수는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그만!”“너, 뛰어내려.”추신수가 배에 타고 있는 오민을 향해 말했다.조연아가 인질로 잡힌 상황인데다 어차피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인 추연의 모습에 조연아가 소리쳤다.“이모, 이모. 정신 좀 차려봐요. 이모.”겨우 눈을 뜬 추연아는 애써 고개를 저었다.털썩.남자들의 손길대로 움직이다 그대로 갑판 위에 쓰러진 추연을 바라보는 조연아는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 역시 꿈쩍도 할 수 없는 터라 그저 애타게 소리칠 뿐이었다.“이모! 이모!”그녀의 목소리가 추연에게 닿아 정신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이모랑 사이가 이렇게 좋았어?”한편, 흥미롭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추신수가 피식 웃었다.“너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연이 이모는 너한테도 이모잖아.”“동생아, 내가 그걸 모를까 봐? 내가 가족, 핏줄 그런 데 얽매이는 사람처럼 보여? 그럴 거면 애초에 납치도 하지 않았어. 너희 두 사람 오늘 절대 살아서 여기서 못 벗어날 거니까 쓸데없는 기대 따위 하지 마.”추신수가 음침한 미소에 순간 소름이 돋는 조연아였다.“너... 진짜 미쳤구나? 왜? 나랑 이모 다 죽이고 스타엔터 네가 차지하려고?”“그래. 네 말이 맞아.”그 와중에 여유롭게 총구를 닦던 추신수가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널 죽인다고 해서 내가 스타엔터를 차지할 거란 보장은 없지. 하지만 확실한 건... 네가 살아있는 한 그 회사가 내 몫이 될 수는 없다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도 내가 널 죽였다곤 상상도 못할걸. 여기서 물고기밥이 되어서 시체도 못 찾을 텐데. 안 그래?”“너... 신수야, 너 어떻게 그런 짓을.”바닥에 쓰러져있던 추연이 소리쳤다.“아무리 미워도 우린 피를 나눈 가족이야. 어떻게 가족한테 이런 짓을 해... 넌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죄책감?”한발 앞으로 다가간 추연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죄책감 그게 밥 먹여줘? 돈만 가질 수 있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말을 마친 추신수는 추연의 배를 거칠게 걷어찼다.“이모!”“왜 그런 눈으로 봐?”추신수가 증오로 번뜩이는 눈빛의 조연아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배 위야. 동해일 가능성이 크고.”망망대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순 없었지만 임천시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동해라 그렇게 추측한 것이었다.“신수가... 신수가 벌인 짓이야. 네 얼굴 직접 보고 사과하려고 했는데 거기서 추신수 그 자식을 만났어. 그리곤 바로 쓰러졌고.”피 묻은 추연의 옷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모, 자세한 설명은 안전해지면 그때 해주세요. 지금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추신수 그 미친 자식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몰라. 구조정... 이 정도 규모의 배라면 구조 보트 같은 건 있을 거야. 그걸 타고 여기서 벗어나야 해.’하지만 추연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연아야. 난 신경쓰지 말고 너 먼저 가... 이모는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괜히 따라나서봤자 너한테 짐만 될 거야.”“이모...”“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얼른 가. 이러다간 우리 둘 다 꼼짝 못하고 여기서 죽는 거야.”어느새 추연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려왔다.“아니요.”하지만 조연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저 이모 버리고 못 가요.”“어차피 신수 타깃은 내가 아니라 너야. 당장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못할 텐까 너라도 일단... 일단 도망쳐. 그리고 사람들이랑 다시 와서... 날 구해줘.”출혈이 너무 심해서인지 어느새 힘이 빠진 추연은 자꾸만 의식이 흐릿해져만 갔다.“그러니까 어서 가.”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추연은 조연아의 손을 뿌리쳤다.“얼른 가. 얼른!”“그럼... 저 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해요. 알겠죠?”조연아가 입술을 깨어물었다.추연 말대로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이나 부릴 때가 아니었다.어떻게든 누구라도 도망쳐 사람들을 불러오는 것, 그게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마음을 독하게 먹고 갑판으로 나선 조연아는 한쪽에서 구조 요트를 발견했다.‘저기 있다.’그런 그녀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차가운 총구가 그녀의 뒤통수를 겨누었다.“하, 내가 정말
꽤 규칙적인 흔들림 속에서 조연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머리는 지끈거리고 사지에 힘은 풀린 와중에 피 냄새까지 풍겨왔다.칠흑같은 어둠속 나무판 사이 틈으로 흘러드는 빛 한줄기 덕에 조연아는 본인이 어디 있는지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여긴 배...잖아?’조연아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을 다시 돌이켜보았다.‘이모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하고 나서 나도 공격받았어. 아, 이모... 이모는 어디 계시지?’조연아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잡동사니로 가득 들어찬 방에는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더 주위를 둘러보던 조연아는 구석에서 날카로운 철편 하나를 발견했다.어두운 이 공간에서 밧줄을 자를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도구.힘겹게 꿈틀거리며 조금씩 이동하던 그때, 바깥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헉, 뭐지?’당황한 조연아는 바로 그 자리에 누운 채 아지 깨어나지 않은 척 눈을 질끈 감았다.역시나 다음 순간, 문이 열리고...조연아가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 여자 상당히 발칙한 X이라니까 조심해. 그리고 이 여자 이모는 옆방에 있으니까 종종 들여다보고. 어촌에서 잡아온 여자들이랑 노닥거리지 말고.”“참나. 형님, 저도 사내입니다. 저딴 여자 두 명 상대 못할까 봐요.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럼에도 “형님”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당부를 이어갔다.“저 여자가 누군지 알아? 스타엔터 조연아 대표라고. 보통 여자가 아니야.”“대표면 뭐요. 결국 힘없고 약한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얼굴에 몸매도 반반한 것이... 한 번 건드려보고 싶은데요?”“어허. 너만 그러고 싶은 줄 알아? 나도 사실은... 엘리트 여자랑 해보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역겨운 주제에 배멀미까지 더해져 순간 밀려오는 구역질을 조연아는 억지로 참아냈다.잠시 후, 남자들이 방을 나서자 다시 번쩍 눈을 뜬 조연아는 꿈틀거리며 철조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으윽...”겨우 철조각에 손이 닿아 손발을 묶은 밧줄을 풀어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