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겨울은 계속해서 말했다.“당신, 내가 보기에 당신도 좀 아는 사람인 거 같아요!”“근데 사람이 눈이 높으면 안돼요!”“우리 원호를 좀 보세요.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천천히 쌓아가는 거야 말로 진정한 남자죠!”“당신도 그렇게 많이 배워가야 돼요. 남자로서 이렇게 발전 가능성이 없으면 어떡해요!”“이게 다 은아 언니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에요!”“만약에 이 정도의 능력도 없다면 은아 언니를 일찌감치 떠났어야죠. 언니의 인생을 망치지 마세요!”겨울은 한참을 말하고 나서야 마침내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진도 맞장구를 치며 입을 열었다. “맞아,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돼! 그렇게 신세지면서 살면 안 되지!”“능력도 없으면서 밥만 잘 챙겨먹고! 이런 남자를 어디다 써먹겠어?”희정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미진아, 그만해! 이 놈이 우리 딸한테 최면을 걸어놔서 내 딸이 벌써 이 놈한테 빠져 있어. 나는 우리 딸 때문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야!”분명 미진과 희정 두 사람은 하나는 검은 얼굴로, 하나는 하얀 얼굴로 악역을 맡아 하현을 공격했다. 그 김에 은아를 일깨워보려는 것이었다. 은아의 얼굴은 좋지 않았지만 윗사람이 입을 연 터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하현이 대강대강 대꾸했다. “어머니, 이모님, 걱정 하지 마세요. 제가 원호랑 같이 배워볼게요.”하현이 입으로는 배워보겠다고 했지만 마음은 딴 데 가있는 것을 보고 희정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계획대로라면 이 폐물은 지금쯤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어야 하는데 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걸까?옆에서 재석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힘 낭비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현은 얼굴이 철판보다 두꺼워. 이 몇 마디로는 뜨뜻미지근해서 반응을 못해. 하현이 들었다면 귀신인 거야.”재석은 직설적으로 말했지만 하현은 은아를 한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곳 분위기가 조금 썰렁해졌다. 이전에 희
“겨울이 이렇게 말한 이상, 손님이니 당연히 그들의 의견을 따라야지!”“은아야, 네 이모의 흥을 깨지 마!”재석이 이때 입을 열어 단번에 결정을 하였다. 은아는 어쩔 수 없이 쇼핑몰에 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사람들은 곧 밖으로 나갔다. 은아가 포르쉐 마칸을 운전하는 것을 보고 장미진 일가는 조금 깜짝 놀랐다. 은아가 설가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 거 같았다. 하지만 미진이 보기에 원호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포르쉐 마칸은 엔트리급 포르쉐로 1억 2,3천만원 정도에 불과할 뿐 내부 공간도 좁고 좀 옹색했다. 원호는 이제 막 귀국을 했지만 지금 벤츠 S클래스로 320이었지만 겉치장을 아주 많이 했다. 중요한 건 은아가 더 대단해 봤자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녀의 남편이 저렇게 폐물이니 틀림없이 그녀에게 폐를 끼칠 것이다. 이 생각에 미치자 미진은 희정의 가족이 점점 더 불쌍해졌다. 은아는 원래 좋은 패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하현이라는 쓸모없는 패를 내놨다. 정말 좋은 패들이 다 산산조각이 났다! 더욱이 자신의 훌륭한 사위는 보면 볼수록 즐겁고,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새로 오픈한 면세점에 왔는데 손님들의 유동량이 너무 많고 특히 일부 고급 액세서리 매장에는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있었다. 면세점 물건들은 보통 매장보다 조금 더 싸기 때문에 남원의 일부 중산층들은 아무 일이 없이도 이곳에 물건을 사러 왔다. 물건도 싸고 여행도 할 수 있었다. 이런 면세점을 열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명 큰 인물이 있었다. “이 쇼핑몰의 사장님이 우윤식씨야. 송월만 우씨 가문의 스피커이기도 하고 우리 원호의 절친이기도 해!” 겨울이 소개를 하면서 일부러 원호의 절친 이라는 말을 덧붙여 과시하며 하현을 공격했다. 희정은 듣기에 매우 괴로웠다.비록 이번에 이런 계획을 제안한 건 그녀였지만 겨울에게 면전에서 비아냥거림을 당하니 그녀는 너무 창피함을 느꼈다. 재석
한쪽에 있던 원호는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가격표도 보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얼마 안 하는데 뭐가 그리 비싸다고 그래? 내 아내가 좋아하면 금산 은산도 다 줄 수 있는데 그까짓 가방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지!”겨울은 깜짝 놀란 듯 원호의 얼굴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원호야, 너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너 같은 남편이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해!”은아는 이 광경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이 공연은 그렇게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녀가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랜드 하얏트에 갔을 때 하현이 직접 그녀에게 그곳에 있던 옷과 가방을 전부 사줬었다. 겨울의 이런 샤넬 가방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겨울은 그녀 앞에서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가게 괜찮은 거 같은데 마음에 들어?”이때 하현이 은아 곁으로 다가가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어느 가방을 보고 물은 게 아니라 가게 전체를 놓고 물었다. 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녀는 지금 하현의 능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완전히 폐물인가? 아니면 어떤 사람의 대변인인가?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기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하현이 이 가게를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런 생각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지만 왠지 은아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아이고, 하현아, 너 네 뱃가죽이 터질까 두렵지 않니? 은아가 이 가게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해도 네가 이걸 살 수 있겠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겨울이 보기에 하현이 이 기회를 빌려서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기회를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만약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를 비아냥거릴 기회가 없을 것이다!하현은 겨울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로지
겨울이 열심을 다해 입을 열 때마다 하현을 야유하는 모습을 보고 은아는 화가 났다. 이때 은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겨울아, 네가 계속 이렇게 말을 하니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말을 하면서 은아는 가게 맨 안쪽에 있는 카운터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은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금 겨울은 두피가 저릴 뿐이었다. 그곳에는 모두 한정판 물건들만 있었는데 기본 최저가가 몇 천 만원이었고 비싼 건 몇 억짜리 물건들도 있었다. 이런 물건들은 평소에 그녀는 감히 한 번 쳐다보지도 못했었다. 은아 언니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건너가네?이 뭣도 모르는 여자가 의외로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니!지금 겨울은 이를 악물고 건너갔다. 은아가 점원에게 가장 비싼 가방을 내려달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겨울은 기절할 뻔했다. “언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건 글로벌 500개 한 정으로 거의 3억 7천만 원 짜리야!” 이 가격을 말할 때 겨울은 자신의 온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너 나한테 선물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당연히 가장 비싼 걸로 골랐지. 원호가 일년에 몇 억은 버는데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액수도 감당 못해?”은아가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지금 겨울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그녀는 하현을 자극하러 온 것이지 자신을 자극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방금 억지로 은아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한 건 하현을 낮게 평가해서 그가 자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계속 이 일을 언급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은아가 이렇게 악랄하게 손을 쓸 줄이야!?”“언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선물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비싼 걸 해주겠다고 하진 않았어. 그렇게 김칫국 마시지 마!”겨울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네 말은 이게 비싸다는 거야? 그래서 못 사주겠다고? 그럼 됐어.”은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원래 그녀는 이런 일을 따지는
이 장면은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 한정판 가방의 가격은 3억 7천 만 원짜리였다. 누가 선물하겠다고 마음대로 말한다고 바로 선물을 할 수 있겠나?겨울과 원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그들이 입을 연 사람을 보았을 때 얼굴빛이 ‘싹’ 새하얗게 질렸다.우윤식!?어떻게 이 사람이!?아침에 미진이 우윤식이 원호의 절친이라고 했는데 지금 우윤식이 등장했다.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있겠는가? 아침에 그 뉴스 때문에 설은아와 사람들은 우윤식의 사진을 봤기에 지금 모두 다 알아봤다. 그래서 지금 은아는 경악을 했다. 어째서 우윤식이 자기에서 이 가방을 선물한다고 하는 걸까?설마 방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나? 사진 속에 있었던 그 젊은 청년의 뒷모습이 하현? 자기가 그때 나름 추측을 해보긴 했지만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윤식이 갑자기 등장했고 자신의 생각을 방증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한번 쳐다봤고 아무 표정이 없는 그를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하현을 잘 몰랐지만 우윤식은 하현과 1년 넘게 친위로 지냈기에 하현이 조금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때 그는 몸이 약간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설 아가씨, 너무 갑작스러우시죠? 제가 설명을 좀 해드릴게요. 전에 천일그룹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가 아가씨를 한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오늘은 저희 면세점이 오픈한 이후로 10만번째 손님으로 오셔서 선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억지스러운 설명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원호와 겨울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설은아와 우윤식이 무슨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이제 보니 설은아는 정말 개똥 운이 대단하다!천일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우윤식에게 선물을 받다니!자신은 천일그룹의 부장이었다. 우윤식이 은아를 보고서도 이렇게 깍듯하게 대한다면 자기를 볼 때는 무릎을 꿇고 아첨을 떨어야 하는 거 아닌가?원래 전
우윤식이 떠나고 나서야 은아는 웃으며 말했다.“이모, 겨울아. 오늘 우연히 좋은 분을 만났고 따지지 않으셨으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오늘 그녀는 겨울에게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겨울은 굉장히 어두운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언니, 내 남편이 우윤식과 절친이 아니라고 해도 언니네 폐물 남편 보다는 천 배, 만 배는 나아!”은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적어도 내 남편은 이렇게 들통나지는 않는데.”“언니……”겨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희정이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자, 자, 다 같은 친척인데 뭘 다퉈?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비웃겠어.”은아는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하현은 희정을 한번 쳐다보았다. 분명 희정은 겨울과 같은 편이었다. 보아하니 이번에 자신을 겨냥해 이 사람들과 오래 전부터 계획을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하현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고 희정과 장미진 사람들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하나의 연극일 뿐이었다. 그는 오히려 이 추악한 드라마가 결국 어떤 방식으로 막을 내릴지 보고 싶었다. 일행은 샤넬점을 나왔고 겨울은 다시 체면을 살리기 위해 다음 가게로 들어가려고 했다. “맞다, 내가 깜빡 하고 물건을 놓고 왔네.” 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하고 있을 때 하현이 빠른 걸음으로 샤넬 가게로 갔다.“은아야, 네 남편이 너한테 가방을 사주러 갔나 봐. 할인 상품인지 이월 상품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네?”겨울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는 하현이 가방을 사러 갔다 해도 이미 철 지난 상품이거나 엄청 할인을 해주는 물건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런 물건을 살 때도 은아의 카드를 긁어야 할 것이다. 은아는 하현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 가방을 사러 간 건
곧이어 겨울은 은아의 손에서 물건을 낚아채더니 웃으며 말했다.“언니, 무슨 볼썽사나운 물건도 아닌데 왜 굳이 집에 가서 봐요?”“물건이 너무 싸구려라 망신당할까 봐 두려운 거예요?”“이겨울, 너 너무 심하다!”은아는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이건 하현이 자신에게 준 선물인데 무슨 근거로 겨울이 빼앗아 가는 건가?겨울은 자신의 무례함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난 다 언니를 위해서 이러는 거라고!”“나는 이 쓸모없는 언니네 남편이 아무거나 선물해놓고 언니를 속일까 봐 그러는 거야. 만에 하나라도 몇 년 전 구형 모델을 0.5% 할인 받아서 37만원짜리 뭐 이런 거를 사온 거라면 다시 새로운 걸로 선물해달라고 해야지!” 말을 하면서 겨울은 벌써 선물 포장지를 뜯었다.그런데 포장지 안에 있는 물건을 보았을 때 그는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멍해졌다.한정판!?방금 그 3억 7천짜리 한정판!?지금 이 순간 겨울은 자신의 눈이 침침해 진 줄 알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벼댔다. 그러자 원호는 이때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은아 누나, 만약에 쓰레기 같은 거라면 내가 10배는 더 좋은 걸로……”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목소리가 뚝 그치고는 비할 데 없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현이 이 한정판 가방을 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원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그는 돌아서서 하현을 보고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 폐물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었나?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거의 4억에 가까운 이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일반 가정집에서는 평생 모을 수 없는 돈이다!“하현씨. 이거 당신이 훔친 거지!?”겨울은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물었다.“네가 못 산다고 다른 사람도 못 살 거 같아?”하현은 어깨를 으쓱 거리며 가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은 이것을 하현이 샀다고는
“당신들 장님이야? 이렇게 비싼 물건을 누가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고!”겨울은 이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도도하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몇 명의 점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곧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가씨,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가는 데요?”“무슨 말이냐고? 당신들이 봐봐. 저 사람이 뭘 샀는지! 뭘 가져갔는지 보라고!”겨울은 뒤에 있는 하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점장은 이상한 얼굴로 겨울을 쳐다보고는 또 하현을 쳐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이게 뭐가 잘못 됐다는 거예요? 이 선생님이 이 물건을 사신 게 확실 한데요.”지금 점장의 공손함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하현이 방금 긁은 카드의 잔고에 0이 몇 개나 있었는지 그녀는 아직 다 세보지를 못했다. “그럴 리가? 당신 눈 똑바로 크게 뜨고 확실하게 봐. 이 사람이 어떻게 이 가방을 샀겠어!?”겨울은 지금 조금 다급해졌다.그녀는 하현을 망신시키러 온 것이지 자신에게 망신을 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가씨, 말씀을 좀 삼가 주시면 좋겠네요! 여기 계신 이 선생님이 이 가방을 구매하신 게 확실합니다. 여기 영수증이 있으니 잘 보세요!”점장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얼굴이었다. 소란을 피우는 걸 본적은 있어도 이렇게 소란 피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는 거랑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 미쳤어?겨울은 이 말을 듣자 순간 자신의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단념하지 않고 영수증을 확인했다. 곧바로 그녀의 얼굴은 ‘싹’하고 새하얗게 질렸다.영수증에는 금액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3억 7천 만원이었다.그러니까 이 가방을 정말 하현이 산 거라고?그럴 리가!?그는 분명 폐물인데 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겨울은 자기도 모르게 은아를 쳐다보았다. 설마 하현이 정말 그녀의 카드로 긁었단 말인가?“언니, 정말 대단하다.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