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 있던 원호는 지금이 자신이 나설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그는 가격표도 보지 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얼마 안 하는데 뭐가 그리 비싸다고 그래? 내 아내가 좋아하면 금산 은산도 다 줄 수 있는데 그까짓 가방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지!”겨울은 깜짝 놀란 듯 원호의 얼굴에 뽀뽀를 하며 말했다.“원호야, 너 나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너 같은 남편이 있어서 정말 너무 행복해!”은아는 이 광경을 보며 몸서리를 쳤다. 이 공연은 그렇게 전문적이지도 않고, 그녀가 바보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랜드 하얏트에 갔을 때 하현이 직접 그녀에게 그곳에 있던 옷과 가방을 전부 사줬었다. 겨울의 이런 샤넬 가방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겨울은 그녀 앞에서 자랑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가게 괜찮은 거 같은데 마음에 들어?”이때 하현이 은아 곁으로 다가가 두리번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는 어느 가방을 보고 물은 게 아니라 가게 전체를 놓고 물었다. 은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그녀는 지금 하현의 능력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완전히 폐물인가? 아니면 어떤 사람의 대변인인가?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자기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하현이 이 가게를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런 생각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지만 왠지 은아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었다. “아이고, 하현아, 너 네 뱃가죽이 터질까 두렵지 않니? 은아가 이 가게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해도 네가 이걸 살 수 있겠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네!”겨울이 보기에 하현이 이 기회를 빌려서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 기회를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이 만약 입을 열지 않는다면 그녀는 그를 비아냥거릴 기회가 없을 것이다!하현은 겨울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오로지
겨울이 열심을 다해 입을 열 때마다 하현을 야유하는 모습을 보고 은아는 화가 났다. 이때 은아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겨울아, 네가 계속 이렇게 말을 하니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말을 하면서 은아는 가게 맨 안쪽에 있는 카운터를 향해 곧장 걸어갔다. 은아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지금 겨울은 두피가 저릴 뿐이었다. 그곳에는 모두 한정판 물건들만 있었는데 기본 최저가가 몇 천 만원이었고 비싼 건 몇 억짜리 물건들도 있었다. 이런 물건들은 평소에 그녀는 감히 한 번 쳐다보지도 못했었다. 은아 언니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건너가네?이 뭣도 모르는 여자가 의외로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니!지금 겨울은 이를 악물고 건너갔다. 은아가 점원에게 가장 비싼 가방을 내려달라고 손짓하는 것을 보고 겨울은 기절할 뻔했다. “언니,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이건 글로벌 500개 한 정으로 거의 3억 7천만 원 짜리야!” 이 가격을 말할 때 겨울은 자신의 온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너 나한테 선물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당연히 가장 비싼 걸로 골랐지. 원호가 일년에 몇 억은 버는데 어떻게 이렇게 작은 액수도 감당 못해?”은아가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지금 겨울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할 뻔했다. 그녀는 하현을 자극하러 온 것이지 자신을 자극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방금 억지로 은아에게 선물을 하겠다고 한 건 하현을 낮게 평가해서 그가 자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계속 이 일을 언급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은아가 이렇게 악랄하게 손을 쓸 줄이야!?”“언니,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선물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비싼 걸 해주겠다고 하진 않았어. 그렇게 김칫국 마시지 마!”겨울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네 말은 이게 비싸다는 거야? 그래서 못 사주겠다고? 그럼 됐어.”은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원래 그녀는 이런 일을 따지는
이 장면은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 이 한정판 가방의 가격은 3억 7천 만 원짜리였다. 누가 선물하겠다고 마음대로 말한다고 바로 선물을 할 수 있겠나?겨울과 원호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그들이 입을 연 사람을 보았을 때 얼굴빛이 ‘싹’ 새하얗게 질렸다.우윤식!?어떻게 이 사람이!?아침에 미진이 우윤식이 원호의 절친이라고 했는데 지금 우윤식이 등장했다.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있겠는가? 아침에 그 뉴스 때문에 설은아와 사람들은 우윤식의 사진을 봤기에 지금 모두 다 알아봤다. 그래서 지금 은아는 경악을 했다. 어째서 우윤식이 자기에서 이 가방을 선물한다고 하는 걸까?설마 방금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나? 사진 속에 있었던 그 젊은 청년의 뒷모습이 하현? 자기가 그때 나름 추측을 해보긴 했지만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윤식이 갑자기 등장했고 자신의 생각을 방증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자 은아는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한번 쳐다봤고 아무 표정이 없는 그를 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하현을 잘 몰랐지만 우윤식은 하현과 1년 넘게 친위로 지냈기에 하현이 조금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때 그는 몸이 약간 굳어졌고, 무의식적으로 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설 아가씨, 너무 갑작스러우시죠? 제가 설명을 좀 해드릴게요. 전에 천일그룹에서 열린 회의에서 제가 아가씨를 한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오늘은 저희 면세점이 오픈한 이후로 10만번째 손님으로 오셔서 선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억지스러운 설명이었지만 이 말을 듣고 원호와 겨울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설은아와 우윤식이 무슨 관계가 있는 줄 알았다!이제 보니 설은아는 정말 개똥 운이 대단하다!천일그룹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이유로 우윤식에게 선물을 받다니!자신은 천일그룹의 부장이었다. 우윤식이 은아를 보고서도 이렇게 깍듯하게 대한다면 자기를 볼 때는 무릎을 꿇고 아첨을 떨어야 하는 거 아닌가?원래 전
우윤식이 떠나고 나서야 은아는 웃으며 말했다.“이모, 겨울아. 오늘 우연히 좋은 분을 만났고 따지지 않으셨으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오늘 그녀는 겨울에게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겨울은 굉장히 어두운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언니, 내 남편이 우윤식과 절친이 아니라고 해도 언니네 폐물 남편 보다는 천 배, 만 배는 나아!”은아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적어도 내 남편은 이렇게 들통나지는 않는데.”“언니……”겨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때 희정이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자, 자, 다 같은 친척인데 뭘 다퉈? 밖에서 다른 사람들이 비웃겠어.”은아는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하현은 희정을 한번 쳐다보았다. 분명 희정은 겨울과 같은 편이었다. 보아하니 이번에 자신을 겨냥해 이 사람들과 오래 전부터 계획을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하현은 오히려 화를 내지 않았고 희정과 장미진 사람들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이것은 하나의 연극일 뿐이었다. 그는 오히려 이 추악한 드라마가 결국 어떤 방식으로 막을 내릴지 보고 싶었다. 일행은 샤넬점을 나왔고 겨울은 다시 체면을 살리기 위해 다음 가게로 들어가려고 했다. “맞다, 내가 깜빡 하고 물건을 놓고 왔네.” 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하고 있을 때 하현이 빠른 걸음으로 샤넬 가게로 갔다.“은아야, 네 남편이 너한테 가방을 사주러 갔나 봐. 할인 상품인지 이월 상품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네?”겨울의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가득했다. 그녀는 하현이 가방을 사러 갔다 해도 이미 철 지난 상품이거나 엄청 할인을 해주는 물건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런 물건을 살 때도 은아의 카드를 긁어야 할 것이다. 은아는 하현의 뒷모습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설마 정말 가방을 사러 간 건
곧이어 겨울은 은아의 손에서 물건을 낚아채더니 웃으며 말했다.“언니, 무슨 볼썽사나운 물건도 아닌데 왜 굳이 집에 가서 봐요?”“물건이 너무 싸구려라 망신당할까 봐 두려운 거예요?”“이겨울, 너 너무 심하다!”은아는 얼굴빛이 차가워졌다. 이건 하현이 자신에게 준 선물인데 무슨 근거로 겨울이 빼앗아 가는 건가?겨울은 자신의 무례함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언니,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난 다 언니를 위해서 이러는 거라고!”“나는 이 쓸모없는 언니네 남편이 아무거나 선물해놓고 언니를 속일까 봐 그러는 거야. 만에 하나라도 몇 년 전 구형 모델을 0.5% 할인 받아서 37만원짜리 뭐 이런 거를 사온 거라면 다시 새로운 걸로 선물해달라고 해야지!” 말을 하면서 겨울은 벌써 선물 포장지를 뜯었다.그런데 포장지 안에 있는 물건을 보았을 때 그는 온몸이 감전된 것처럼 멍해졌다.한정판!?방금 그 3억 7천짜리 한정판!?지금 이 순간 겨울은 자신의 눈이 침침해 진 줄 알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비벼댔다. 그러자 원호는 이때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은아 누나, 만약에 쓰레기 같은 거라면 내가 10배는 더 좋은 걸로……”그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목소리가 뚝 그치고는 비할 데 없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현이 이 한정판 가방을 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때 원호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그는 돌아서서 하현을 보고 이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 폐물 쓰레기라고 하지 않았었나?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거의 4억에 가까운 이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일반 가정집에서는 평생 모을 수 없는 돈이다!“하현씨. 이거 당신이 훔친 거지!?”겨울은 하현을 정면으로 가리키며 물었다.“네가 못 산다고 다른 사람도 못 살 거 같아?”하현은 어깨를 으쓱 거리며 가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겨울은 이것을 하현이 샀다고는
“당신들 장님이야? 이렇게 비싼 물건을 누가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고!”겨울은 이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도도하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몇 명의 점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곧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가씨,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안가는 데요?”“무슨 말이냐고? 당신들이 봐봐. 저 사람이 뭘 샀는지! 뭘 가져갔는지 보라고!”겨울은 뒤에 있는 하현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점장은 이상한 얼굴로 겨울을 쳐다보고는 또 하현을 쳐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이게 뭐가 잘못 됐다는 거예요? 이 선생님이 이 물건을 사신 게 확실 한데요.”지금 점장의 공손함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하현이 방금 긁은 카드의 잔고에 0이 몇 개나 있었는지 그녀는 아직 다 세보지를 못했다. “그럴 리가? 당신 눈 똑바로 크게 뜨고 확실하게 봐. 이 사람이 어떻게 이 가방을 샀겠어!?”겨울은 지금 조금 다급해졌다.그녀는 하현을 망신시키러 온 것이지 자신에게 망신을 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가씨, 말씀을 좀 삼가 주시면 좋겠네요! 여기 계신 이 선생님이 이 가방을 구매하신 게 확실합니다. 여기 영수증이 있으니 잘 보세요!”점장은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얼굴이었다. 소란을 피우는 걸 본적은 있어도 이렇게 소란 피우는 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 물건을 사는 거랑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너 미쳤어?겨울은 이 말을 듣자 순간 자신의 마음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단념하지 않고 영수증을 확인했다. 곧바로 그녀의 얼굴은 ‘싹’하고 새하얗게 질렸다.영수증에는 금액이 정확하게 적혀 있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3억 7천 만원이었다.그러니까 이 가방을 정말 하현이 산 거라고?그럴 리가!?그는 분명 폐물인데 어떻게 이렇게 돈이 많을 수가 있지?겨울은 자기도 모르게 은아를 쳐다보았다. 설마 하현이 정말 그녀의 카드로 긁었단 말인가?“언니, 정말 대단하다.
“폐물, 너 또 뭐 하려고?”겨울이 못마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설마, 또 언니한테 선물 하려고?”“그래, 그럼 어디 한번 사봐! 능력이 있으면 여기 있는 가방 다 사봐!”“당신이 할 수 있으면 내가 무릎 꿇고 절이라도 할게!”지금 겨울은 거만하게 굴었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이 4억에 가까운 가방을 산 건 억지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 가게에 있는 가방을 전부 사라고 하다니? 어쩜 이럴 수가?다 하면 몇 억은 되지 않겠는가?“네가 직접 말했어.”하현이 미소를 짓고는 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따가 동영상 찍는 거 잊지마.”말을 마치고 하현은 그 점장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여기 있는 가방 다 포장해주세요.”떠들썩 하던 점장은 얼떨떨해졌다. 정말 전부 다 달라고?여기에 있는 물건들을 다 하면 거의 15억원에 육박했다!“선생님, 농담이시죠?”정장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물론 아니죠.”하현은 단호했다. 점장은 숨을 한 모금 들이 마셨다. 물론 그녀는 하현이 돈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물건을 사는 사람은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이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수풀로 뒤덮여 어떤 반응도 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겨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하현이 정말 이렇게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려고?하지만 문제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비록 은아가 회장이라고 하지만 거의 십 몇 억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다!“빨리 포장해서 계산하지 않고 뭐해요!”이때 겨울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지금 겨울은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폐물이 자신의 머리를 짓밟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옆에 있던 원호는 식은 땀을 ‘뚝뚝’ 흘렸다. 그는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 하현이 굉장히 침착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 너무 담담해서 조금도
희정은 이 순간 재빨리 반응을 하며 말했다.“은아야,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잖아. 돈이 있다고 이렇게 함부로 쓰지 말라고. 게다가 이 돈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온 건지, 너 확실히 물어봐야 해!”“만약 또 빌린 거라면 너 반드시 하현에게 그 빚은 자기 거라는 거에 서명을 받아 놔야 돼. 우리랑은 무관하다고!”희정의 이 말을 듣고 장미진 일가의 안색이 다시 피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서 이렇게 뻐기는 건 앞으로 어떻게 돈을 갚느냐에 달려있다!은아는 이상한 표정으로 하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하현의 돈이 어디서 났는지를 알 수 없었지만 하현이 돈을 빌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도 큰 돈을 바람에 날리듯 아무렇게나 십 몇 억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관건은 돈을 빌리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하현은 방금 전화할 시간도 없었다! 잠시 의아한 점들은 내려놓고 은아가 천천히 말했다.“엄마, 이모. 오늘은 아무도 괴롭힐 생각이 없어요. 방금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우려고 했는지 다 보셨잖아요.”“설마 겨울이 저를 괴롭히는 거는 괜찮은 거예요?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제가 겨울이를 괴롭혔다고요?”은아는 오늘 단단히 화가 났다. 겨울이 너무 심하게 굴었다!미진과 희정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일련의 일들은 은아가 하현을 싫어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이 망신을 당했다. 그러나 하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겨울, 너 네가 한 말 잊은 거 아니지?”하현이 이렇게 말하자 순간 모든 사람이 하현을 노려보았다. 물론 당연히 잊지 않았다. 방금 이겨울이 직접 말했다. 만약 하현이 이 물건들을 다 사면 하현에게 무릎을 꿇고 절을 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겨울은 하현을 전혀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정말 그렇게 할 수가 있겠는가?겨울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런 데릴사위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거기다 동영상까지 찍겠다고? 만
보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조차 이 물건이 순수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심금을 울려 놓는다는 걸 깨달았다.정말 너무너무 예뻤다!너무나 화려하고 눈부셨다!이렇게 아름답고 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한순간에 다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말문이 막혀 버렸다.진홍헌의 눈빛도 바위 덩어리처럼 굳어졌다.그는 전문가였다.전문가는 본질을 깊이 파악하고 문외한은 겉모습에 매달린다.그는 한눈에 이 물건이 고가의 물건이란 사실을 알아차렸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들어 설유아의 목에 걸었다.우아한 목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걸치자 마치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 같은 모습이었다.설유아는 상기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빙 돌았다.그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게다가 아름다운 설유아의 미모까지 더해지자 마치 공주처럼 우아하게 빛났다.수많은 여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부러워서 질투에 활활 타올랐다.설유아는 너무 예뻤다!그 보석도 너무나 화려했다!설유아와 보석이 한몸처럼 너무나 환상적으로 어울렸다.진홍민은 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벅벅 갈았다.“흥! 어차피 노점상에서 산 가짜일 거야!”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의 앱을 켜서 사진을 찍은 뒤 검색에 들어갔다.“어머! 어머 어머! 이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까르띠에 상품이래! 그것도 올해 새로 나온 거라는데!”보석업을 하는 집안 출신의 여자도 앞으로 나와 몇 번이고 유심히 살펴본 뒤 입을 열었다.“맞아! 이거 까르띠에 신상품이야. 국내에는 108세트밖에 안 들어온 한정품이라던데! 가격은 또 어떻고! 어마어마해!”“흥! 신상품은 무슨 신상품!”“딱 봐도 우리 오빠가 산 것보다 못한 것 같은데 뭘!”진홍민은 속으로는 제 발 저렸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입을 열었다.“이게 진짜라고 해도 십억이나 되겠어?”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까지 말하던 진홍헌은 하현을 너무 사지로 몰아넣지는 말자고 생각했는지 한 발 물러섰다.“이 자리에서 당장 물건을 꺼내라고 강요하지는 않겠어. 위층에 있는 금정 쇼핑센터에 가서 뭔가를 살 시간을 주지. 두 시간이야!”“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뭐라도 사 와 봐!”자신의 오빠가 한 말에 진홍민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우리 내기할까?”“두 시간이면 부족하지 않겠어?”“그렇다면 그냥 무릎 꿇고 빌어. 빌면 두 달도 더 줄 수도 있어!”“그때는 장기라도 팔아야 할 거야!”“하지만 촌뜨기의 장기가 뭐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어! 하하!”진홍민은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한껏 비아냥거리며 웃었다.십억이 뉘 집 개 이름이란 말인가?많은 사람들은 평생 벌어 보지도 못하는 돈이다.하현은 볼품없는 촌뜨기인데 두 달은 고사하고 평생을 줘도 못 만져 볼 돈이었다.“두 시간도 안 걸려. 지금 바로 설유아에게 줄 선물을 가져올 수 있어.”하현은 그들의 비아냥에도 별다른 반응 없이 품에서 왕인걸이 준 선물 상자를 꺼냈다.왕인걸한테 받을 때 하현은 슬쩍 상자를 열어 보았었다.그 안에 든 것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비록 하현이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왕인걸이 건넨 선물이었으니 가히 대단한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적어도 진홍헌이 준비한 물건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장담했다.“선물?”진홍헌은 싸늘한 눈초리로 눈을 힐끔거렸다.“보아하니 설유아한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 것이로군.”“그런데 당신이 뭘 준비할 수 있었겠어? 기껏해야 몇백만 원짜리 반지? 아니면 목걸이?”“가난한 사람들이 체면치레하려고 일부러 무리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선물이 있으면 어서 꺼내 봐! 쭈뼛거리지 말고 어서!”“꺼내지 않으면 그 안에 마늘이 들었는지 보석이 들었는지 누가 알겠어?”무리를 지은 사람들은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비웃었다.하현이 분명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십억
진홍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화를 내고 싶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겨우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자신의 고귀한 신분을 생각하며 이런 촌뜨기한테 섣불리 화를 내서는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진홍헌!”“마침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만난 김에 경고 하나 하지!”“설유아가 솔로이든 아니든.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 내가 맞든 안 맞든 간에.”“이런 식으로 윽박지르는 거, 설유아가 가장 싫어하는 거야!”“앞으로 당신은 설유아를 좀 멀리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아무 소용없어!”하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두 남매를 주시했다.하현의 날선 눈빛과 매서운 경고의 말이 서늘하게 두 남매를 압박했다.진홍헌은 순간 온몸에 오한이 났고 마음속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에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하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정신을 다잡았다.그는 수조 원 자산의 중천그룹 아들인데 어떻게 이런 촌뜨기를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하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설유아를 대신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는 거야?”진홍민도 완전히 격노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내가 이미 당신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라고 했어!”“당신은 설유아의 남자도 아니고 그냥 설유아의 형부일 뿐이잖아!”“그것도 데릴사위!”“설 씨 집안에서 먹고 마시고 편하게 지내는 한량 주제에 어디서 주제넘게 형부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염치도 모르는 놈!”“감히 우리 오빠한테 대들어?”“설유아는 우리 오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우리 오빠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우리 오빠가 실수로 가짜를 샀다고 해도 정말로 우리 오빠는 십억을 썼다고!”“뭘로 우리 오빠랑 비교를 하겠다는 거야?”“데릴사위 주제에 처제를 위해 나서겠다고? 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아?”“설유아한테 뭘 해 줄 수
하현은 사랑의 정표라고 하는 다이아몬드를 쥐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십억?”“그 말인즉슨 이것도 결국은 유리구슬이라는 거잖아?”“촌뜨기는 촌뜨기야. 유리와 다이아몬드도 구별하지 못하는 식견이라니!”진홍헌은 하현을 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야.”“그래서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한 사랑이라는 말이 나온 거야...”“그래?”진홍헌이 더 많은 말을 늘어놓기 전에 하현은 그의 말을 끊은 후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차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이아몬드가 가루가 되어 하현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하현은 물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닦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사랑이 다이아몬드보다 강하다며?”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모두들 무슨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막막한 얼굴로 멍하니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았다.정상적인 다이아몬드라면 아무리 센 망치로 쳐도 절대 가루가 될 수 없다.그럼 이게 정말 유리조각이라는 것인가?아니, 유리조각이라고 해도 그렇지!어떻게 맨손으로 가루를 만들 수가 있는 것인가?순간 하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두려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직 설유아만이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분명 형부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던 듯했다.그녀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진홍헌은 가능한 한 도덕적으로 그녀를 납치해 그녀의 승낙을 얻으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거칠 것 없이 그의 얼굴을 때린 셈이었다.진홍헌의 체면은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은 것이다.이 원한!절대 참을 수가 없었다!“짝짝짝!”하현은 손뼉을 치며 손에 묻은 가루를 털어내었다.동시에 그는 진홍헌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진홍헌. 당신이 이 물건을 사는데 얼마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방금 사람들이 똑똑히 봤듯이 이 물건은 아주 질이 나쁜 유리조각일 뿐이었어!”“이런 걸 가지고 와서 십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당신은 나한테 말했지. 백억! 백억이면 썩 꺼진다고?!”“이제 다시는 설유아를 괴롭히지 않는 거지?”“개자식! 당신이 뭔데 자꾸 확인을 하고 그래?”진홍민이 나서며 거들먹거렸다.“우리 오빠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어디서 감히 우리 오빠를 거들먹거리는 거야?”진홍헌도 사납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개자식! 정말 나와 맞서고 싶어?”그는 하현이 백억을 절대 가져올 수 없다고 믿었다.설령 정말로 내놓는다고 해도 그가 이 조건을 들어줄 리가 없다.설유아 같은 아름다운 여인을 얻는 것이 그리 간단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설유아도 탐이 났지만 그녀 뒤에 떡 하고 버티고 있는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인 대구 정 씨 가문이야말로 진홍헌이 탐을 내는 것이었다.하현은 진홍헌을 완전히 단념시키기로 결심했고 앞으로 나서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돈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 당신은 설유아를 괴롭혔기 때문에 난 절대 예의 같은 거 차리지 않을 거야.”“지금 협박하는 거야?”진홍헌은 코웃음을 쳤다.“내가 누군지 알긴 알아? 여자를 사이에 두고 나랑 싸우자는 거지?”“난 중천그룹 아들이야. 우리 집 자산은 수조 원이나 돼!”하현도 매서운 눈초리로 되받아쳤다.“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열여덟 살에 북화대학에 입학했고 스무 살에 복수 학위를 취득했어. 그리고 스물네 살에 노국에 있는 복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땄어!”“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중천그룹 아들이고 내 이름으로 18개의 기업이 있어. 내 사업은 대하 각지에 퍼져 있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나 진홍헌은 평생 먹고 놀아도 될 만큼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어.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지!”“난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이야.”진홍헌은 기세등등한 자태로 또박또박 한 마디도 밀리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였다.하지만 경박
”이, 이 남자 누구야? 설마 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는 아니겠지?”“너무 평범하게 생겼는데?”“딱 봐도 촌놈처럼 생겼잖아?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아니, 얼굴도 저렇게 예쁜데 왜 저런 남자를 좋아해?!”“왜 스스로 신분을 낮추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러 저런 망나니랑 어울리냐고?”“저런 촌뜨기와 함께 고생하며 산다면 무슨 행복이 있겠어?”“그러니까 말이야! 진 도련님이 이렇게 멋지고 돈도 많은데, 게다가 당신한테 일편단심이잖아! 영광스럽게 생각해야 해!”많은 사람들이 모두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들 진홍헌을 두둔하는 말뿐이었다.허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의 본성이니까 그럴 만도 했다.예쁜 여자들은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이 녀석이 진홍헌의 여자를 빼앗으려 해?정말 주제넘어도 한참을 넘었군!낯선 남자가 나타나 설유아와 친근한 듯 말을 주고받자 진홍헌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차올랐다.그는 직접 수표 한 장을 품에서 꺼내 숫자를 쓱쓱 휘갈기고는 책상 위에 떨어뜨렸다.“십억이야! 당신 같은 촌뜨기가 평생 뼈빠지게 일해 봐야 만질 수도 없는 돈이야!”“얼른 이 수표 가지고 썩 꺼져! 얼른 설유아 곁에서 떨어지라고!”시원시원하고 박력 있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진홍헌의 이름을 외쳤다!한껏 흥분한 여자들은 진홍헌의 사랑을 받고 서 있는 설유아가 마치 자기 자신이라도 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툭!”하현도 수표 한 장을 꺼내 숫자를 쓰고는 바로 진홍헌의 얼굴에 수표를 내리쳤다.“백억이야! 이제 꺼져!”백억?꺼지라고?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이 정신 나간 게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진홍헌이 십억을 내놓은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중천그룹의 아들이었고 재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하늘을 뚫은 기세로 거만하다는 건 말해 봐야 입 아플 정도였다.하지만 하현이 백억을 꺼내 진홍
”당신이 대답하지 않으면 난 일어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진홍헌은 이미 반쯤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 애틋한 눈빛으로 사랑을 구하지 못하면 조금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마치 설유아가 그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땅에 머리라도 박을 기세였다.“설유아, 어서 대답해! 뭐 하는 거야?”“맞아! 진홍헌이 저렇게까지 무릎 꿇었는데 뭘 망설이는 거야? 저러다 무릎이라도 까지면 어떻게 할 거냐고?”“무릎을 꿇었는데도 대답을 하지 않다니!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만약 진홍헌이 그런 당신한테 화가 나서 마음이 상해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사람이 왜 그래? 저렇게까지 하는데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니야?”이때 십여 명의 여자들이 모두 설유아를 호통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진홍헌 같은 부잣집 도련님한테 고백을 받다니!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그런데 그녀는 행복한 줄도 모르고 굴러들어 온 복을 발로 뻥 차려고 하다니?거절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세상 물정 모르는군!여자들의 말에 비춰 보자면 설유아는 승낙은 고사하고 당장 옷을 벗고 진홍헌에게 뛰어들어야 마땅할 것 같았다!여자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설유아의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그녀는 많은 부잣집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행태를 보아 왔다.그러나 진홍헌처럼 뻔뻔하고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었다.동창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거리낌 없이 자신을 협박하다니!이로 인해 설유아는 진홍헌에 대한 인상이 더욱 나빠졌다.자신의 오빠가 미녀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기 위해서, 그리고 중천그룹에 대구 정 씨 가문이라는 큰 태산을 연결하기 위해서 진홍민은 비길 데 없이 열심히 열을 올리는 것이다.“대답해! 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대답하라고!”그녀는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눈짓으로 설유아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라고 부추겼다.아마 옆에서 계속 이렇게 압박을 하면 설유아처럼 사회 경험이 없는 여자는 결국 응할 것이라고 믿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이 장면을 지켜보다가 한 걸음 내디뎠다.설유아는 진홍헌의 구애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협박까지 받은 것이다.이 시점에서 하현은 형부로서 당연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러나 하현이 막 발을 내디뎠을 때 방금 설유아의 앞을 가로막았던 그 남자들이 하현의 앞길을 막아섰다.키가 1미터 90센티미터에 가까운 남자는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사나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진 도련님이 고백하는 거 못 들었어요?”“관계자 외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말을 하면서 남자는 하현을 밀어내며 어서 물러가라고 했다.하현은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설유아는 내 동생인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이 날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동생?”양복 차림의 남자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오빠든 아빠든 누가 와도 소용없어요!”“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어요. 진 도련님이 미인을 품에 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못 들어갑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치켜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어쭈, 지금 화낸 거야?”“보아하니 당신은 설유아의 오빠가 아니라 설유아가 마음에 품은 사람인가 보군, 그렇지?”“내 여자가 남한테 구애받고 모욕당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존엄성을 침해당했다고 생각해?”양복 차림의 남자가 사납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무 소용없어. 기분 나쁘면 벽에 머리라도 쥐어박아. 우리한테 와서 소란 피우지 말고!”중천그룹 경호팀장인 그는 키가 1미터 90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를 앞세워 자신만만하게 하현에게 맞섰다.어쨌든 오늘 진홍헌은 그에게 외부인을 식당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중책을 맡겼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함부로 레스토랑에 들어오게 할 수 없었다.대화를 듣고 있던 몇몇 사내들도 히죽히죽거렸다.하현의 절박한 얼굴을 보고 그들은 하현이 설유아가 마음에 둔 사람인 줄 완전히 착각한 것이다.어쩌면 두 사람이 사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까지 생각했다.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먹잇감으로 당하기 직전
진홍헌, 오늘 이런 이벤트를 해줘서 고마워.”설유아의 얼굴이 차가워졌다.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마치 그녀를 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생일 파티에 왔다가 뜬금없이 고백을 하는 진홍헌에게 그녀는 조금도 호감이 가지 않았다.“진홍헌, 이런 물건은 사랑하는 여자한테 선물해야 하는 거야.”설유아는 말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자칫하다 진홍헌에게 말꼬리를 잡혀 쓸데없는 기회를 주게 된다면 곤란하다.“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그래서 당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가 없어.”진홍헌은 조건도 탁월하고 인물도 아주 잘생겼지만 설유아의 마음속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홍헌의 여동생 진홍민은 순간 얼굴색이 확 변하며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서 이러는 거야? 부끄러워서 지금 우리 오빠를 거절하는 거냐고? 그러면 안 돼!”“오빠를 쫓아다니는 여자들이 금정에서 대구까지 쫙 깔렸어!”“당신이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 생에 다시는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없을 거야!”진홍헌은 당황한 기색을 숨기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설유아, 부끄러워하지 마. 좋아하는 남자가 어디 있다는 거야?”“있다고 해도 이런 남자는 나 하나밖에 없어. 당신과 어울릴 수 있는 남자는 나뿐이라구!”“그러니까 거절하지 말아줘!”설유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진홍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평범한 동창일 뿐이야.”“그리고 난 정말 마음에 품은 사람이 있어!”“무엇보다 오늘은 내 생일 파티잖아.”“내 생일 파티에 네가 이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진홍헌은 설유아의 말에 조금도 타협할 마음이 없다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설유아, 바로 오늘이 당신 생일이기 때문에 내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 거야!”“왜냐하면 난 정말 진심으로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야! 그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어!”“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