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하태규와 하민석의 수행 하에 당인도는 특별히 마련해둔 맨 가운데 자리로 갔다. 하태규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 군단장님! 이 자리는 특별히 군단장님을 위해 마련해둔 자리입니다. 군단장님 말고 이곳에서 감히 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군단장님 앉으시죠!”강남의 2인자 공문수도 자리로 모시려는 듯한 손짓을 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에게도 당인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인준은 이 말을 듣고도 입을 열지 않았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이때 그는 자리에 앉지를 않고, 다른 동작을 취하지도 않고 눈 앞의 자리를 바라보며 눈빛이 계속 변화무쌍하게 바뀌었다. 지금 이 순간, 다들 좀 당황해 했다. 특별히 하씨 집안 사람들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거물은 하씨 집안 사람이라 할지라도 신중하게 대해야 한다. 그래서 한 가지를 생각하더라도 그들은 반나절 동안 추측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일부 하씨 가문 사람들은 속으로 약간 감탄을 하였다. 만약 3년 전 그 사람이 권력을 잡았을 때, 하씨 가문이 하늘을 찌를 듯 했을 때였다면 어디 이렇게 깍듯이 대할 필요가 있었겠는가?연경, 금정, 대구, 호남, 도박으로 유명한 도시에서 큰 거물급 인사들이 온다 해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았었나?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곧 하씨 가문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오늘은 하씨 가족이 3년전과 같이 강남의 진정한 하늘이 되어 누구도 이 자리를 넘볼 수 없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것을 보고 교각살우라고 한다. 작은 일에 집중하다 큰 일을 망친다. 하민석은 하태규를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태규는 심호흡을 하고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군단장님? 무슨 의문점이라도 있으신가요? 혹시 할머니가 풀어 주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방금 이 자리는 가장 귀한 자리라고 하셨죠? 가장 중요한 자리라고요?”
당인준은 웃으며 말했다.“이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확실히 저는 아닙니다……”“그럼 다른 사람 누구요?”“도대체 누구를 말씀 하시는 건지, 아니면 군단장님이 지목을 해주세요!”하태규가 입을 열었다. “아! 그 분이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시면, 저는 감히 그 분의 이름을 말 할 수가 없어요.”당인준은 신비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그 분은 지금 이미 이곳에 와 계십니다. 저는 이미 그 분을 뵀습니다!”“뭐요!? 여기서 군단장님보다 높으신 분이 있다고요?”“군단장님의 신분으로도 감히 누구신지 말할 수 없다고요?” 순간 장내는 대 혼돈 속에 빠지게 되었다. 룸 안에 있던 할머니도 참지 못하고 창문 틈으로 밖을 내다 보았다. 그녀도 도대체 어떤 큰 인물이 남원에 왔는지 알고 싶었다. 설마 연경에서 귀인이 오셨나?“군단장님, 늙은이가 실례를 무릎 쓰고 여쭙겠습니다. 그 분이 어떤 분이십니까?” 룸에서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노인의 목소리는 노쇠했지만 모두를 제압했다. 하씨 가문의 할머니는 하씨 가문을 수십 년 동안 지켜 오면서 벌써 백세가 다 되었다. 할머니 같은 사람은 수 많은 풍파를 겪어왔기에 살아있는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인준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기에 이때 그는 그 방향으로 깍듯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르신께 말씀 드리자면, 이 분은 군단의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입니다!”“뭐!?”“군단의 신화?”“설마 당도대를 창설한 그 사람인가?”“헉______”사방팔방에서 놀라 숨이 멎는 소리들이 들렸다. 당인준 같은 거물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어떤 신분, 어떤 지위를 가져야 하는 걸까?지금 하태규와 하민석, 하은수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생신 잔치에 왔는데 하씨 집안 사람들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단 말인가?이건 너무 두렵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만에 하나라도 당인준이 입에 담고
곧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일어섰고 그들은 당인준이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기를 바랬다. 안수정과 구지성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보려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온 장내가 요동했고, 특히 당인준이 가운데 줄을 지나갔을 때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장내에서는 하현만 냉담한 기색으로 높은 산처럼 안정적이었고 흔들림이 없었다. 설유아는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형부, 당인준이 말한 사람이 형부는 아니겠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흠, 네가 맞춰봐.”하지만 설유아는 형부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고 히죽 웃었다.곧 일행이 뒷줄에 도착했다. 이 뒷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이었다. 군단의 신화를 맨 뒷줄에 앉히다니?만약 이것이 알려지면 큰 일이다.어쩌면 하씨 집안은 어른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소문이 날 지도 모른다.곧 일행은 맨 뒷줄까지 갔다. 하태규는 한 눈에 봐도 기세 등등해 보이는 중년의 남성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하현이 여기 있었지만 그는 하현을 거물이라 여기지 않았다. 만약에 그가 일찍이 하씨 가문을 되찾았다면 혹시 여기에 앉았을 지도?하민석과 하은수 두 사람도 인상을 찡그렸다. 그들도 누가 도대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은지 알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뒷줄에 앉은 사람들은 마지못해 초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거의 대부분이 보너스로 온 사람들이었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여기에 앉아 있는 거야? 이때 모두들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곧 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설유아 조차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당인준이 점점 그들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당인준이 걸음을 멈췄다!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가장 중요한
설마, 진짜 형부!?지금 설유아의 마음은 충격으로 가득 찼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순간, 온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이들에게로 쏠렸다. 하현과 두 사람은 장내의 유일한 이슈가 되었다!지금 이 순간 설유아는 긴장감이 넘쳤다!그녀는 자신이 숨을 쉴 수 없음을 느꼈다. 이 순간은 마치 시간이 정지하고 공간이 굳어져 버린 것 같았다. 모든 의식이 사라지고 뇌가 하얗게 되었다. 이때 설유아는 자신의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하현에게 다시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 힘이 없었다.이 남자는 너무 신비롭다!“탁탁탁______”이때 당인준이 갑자기 성큼 한 발을 내디뎠고, 카펫 위에서 군화의 일정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때 망치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았다. 이 소리는 그 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실신 상태에서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이 줄에 있던 한 남자와 여자를 보고 모두들 한 가지 가능성 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여자는 분명 고등학생으로 보인다. 그럼 그녀는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 일리가 없다. 그럼 하현 밖에는 없다!그가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이다!당인준 뒤에서 따라온 하태규와 사람들은 잠시 생각이 멈춰졌고,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모두 산 송장처럼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반응이 없었다!이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이 일의 결과가 그들의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이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들이 전혀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인준보다 신분이 높다니. 만약 3년 전 같았으면 하씨 집안 전체가 들끓고 환호하며 펄쩍펄쩍 뛰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그리고 안수정과 구지성의 시선도 당인준과 함께 움직였다. 그곳에 하현만 앉아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 사람? 설마 그 사람이? 당인준이 말한 그 사람?자기 할아버지가 정말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는 잠룡이었다! 구지성은 온
충격! 충격적이다!믿을 수가 없다!이것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일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심지애, 양지수, 채곤 등 사람들은 여기서 하현을 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 사람이야 말로 이 자리에서 유일한 왕이었다!당인준은 다른 사람들에게 놀랄 틈도 주지 않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대장님, 맨 앞자리로 가시죠!”“저 자리는 대장님을 위한 자리입니다!”“저 자리는 대장님께만 어울리는 자리입니다!”하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응.”바로 이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반응을 했다. 당인준은 천천히 돌아서서 그 자리에 있던 하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태규, 하민석씨 당신들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싶으세요?”“제가 말씀 드릴게요!”“이 분은 3년전에 남원을 잠시 떠나셨어요.”“그 때 당시 이 분은 하 세자라고 불렸어요!”“3년 후 다시 돌아왔고, 이 분이 원하신다면 여전히 하 세자라고 불릴 것입니다!”“하씨 집안 사람들은 아무도 이 분의 걸음을 막을 수 없습니다!”……“뭐? 하현이 하 세자라고? 거기다 군단의 대장? 그럴 리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안수정의 얼굴엔 충격적인 기색이 가득 했다. 그녀는 원래 하현을 의심했었고, 하현이 허풍을 떤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하현은 모든 것이 변했고, 전설의 하 세자가 되었다. 동시에 그는 살아있는 전설, 대장이었다!그리고 방금 그 앞에서 그를 비웃었던 구지성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구지성은 지금 오줌을 쌀 것 같았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끊임없이 조롱하던 남자가 전설의 하 세자라니? 벌써 3년 전, 강남의 하늘이 되었던 그 사람! 하씨 가문!하 세자!어쩐지 방금 그의 온갖 비아냥거림에도 하현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땅강아지들과 따지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하늘처럼 높은 용이 땅바닥에 있는 땅강아지를 신
방금 까지도 그녀는 하현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이 허풍이라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는 돌아가서 자기 할아버지에게 앞으로는 이 놈에게 속지 말라고 설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갑자기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만약 그녀가 이전에 멍했다면, 지금은 더욱 더 멍해졌다. 하현의 시선은 구지성에게로 담담하게 떨어졌지만, 가볍게 한 번 쳐다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현의 시선이 스쳐 지나가자 구지성은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곧이어 몸에 힘이 축 빠져 ‘털썩’ 무릎을 꿇었다. 시종일관 하현은 그를 두 번 다시 보지 않았다. 그는 자격이 없었다!하현은 천천히 맨 앞자리로 걸어갔다. 당인준은 하현의 의자를 반쯤 앞으로 당겨주었고,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는 당인준과 설유아가 있었고, 그 옆에는 공문수와 양정국 등이 있었다! 하현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당인준이 오늘 왜 군복을 입고 여기에 나타났는지를 알게 되었다.그는 소위 생신 잔치에 참석하러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러 온 것이었다. 하현, 하 세자, 대장을 지키는 임무였다! 오늘은 하씨 가문과 전설의 하 세자가 만나는 날이다.이게 무슨 생신 잔치인가? 아니다! 이건 근본적으로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잔치였다! 지금 이 순간 강남의 거물이라도 비할 데 없이 후회가 되었다. 빨리 날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강남의 하늘끼리 싸우는 전투에 그들이 동참해야 한단 말인가?하현은 손을 살짝 들고 흔들어 보였다. 당인준은 즉시 알아차리고 무대에 올라 장내를 한 바퀴 둘러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하씨 가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빨리 퇴장하십시오!”“오늘 일에 대해 누구든 한 마디라도 내 뱉을 경우, 밖에서 소문이 돌면 모두들 그 결말은 잘 아실 겁니다!”공문수가 제일 먼저 일어섰다. 그가 강남의 2인자라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은 것들
현장에 곧 두 무리의 사람들만 남았다. 한쪽은 하씨 가문 사람들. 다른 한쪽은 하현, 당인준, 설유아 세 사람. 하씨 집안 사람들의 안색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 세자 이 세 글자는 그들에게 있어서 당연히 마음을 짓누르는 마음의 병이었다!하지만 하씨 가문은 강남의 하늘이니 당연히 자부심이 있었다.하 세자면 또 어때서?3년 전에도 남원에서 몰아 냈으니 3년 후에도 당연히 가능하다. ……무대 아래 쪽 룸에서 분향하는 냄새가 피어났다. 하수진은 소복을 입고 안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하씨 가문의 할머니가 이때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오른 속으로 각양각색의 보석이 박힌 용머리 지팡이를 움켜쥐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 불효자가, 정말 왔어?”할머니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주름진 얼굴에서 의미심장한 기운이 풍겨져 나왔다. “할머니, 그가 왔어요. 게다가 강남 군단의 제일 가는 전신 당인준이 그의 곁을 지키면서 그를 대장이라고 불렀어요!”하수진은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듯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허, 중앙아시아 전장에 갔다가 운 좋게 목숨을 건져 대장이라는 호칭을 얻었다고 자기가 정말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하 세자,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만약 이 늙은이가 하씨 가문을 오랫동안 돕지 않았더라면 저 애송이 녀석이 하씨 가문의 이름을 빌어 거들먹거릴 수 있었을까?”할머니는 냉담한 기색이었다. “가자, 수진아. 우리 같이 가서 이 불효자 녀석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인지 한번 보자……”“3년동안 못 봤더니 기대가 되네……”할머니는 원기가 왕성했다. “할머니 안심하셔도 돼요. 둘째 오빠가 이미 준비를 다 마쳐놨어요. 군단 쪽에서도 이미 다 배치를 해놨어요……”하수진이 입을 열었다. 할머니가 담담하게 말했다. “응. 민석이에게 전해. 3년 전에는 민석이가 마음이 약하고 모질지 못해서 그런 거니 나도 탓하지 않는다고……”“하지만 3
회의장 중앙. 그래서 하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반쯤 무릎을 꿇었다. 하민석처럼 세력이 있고 하태규처럼 강한 사람도 지금은 앞장서서 무릎을 꿇었고 동시에 약간 뒤쪽으로 기울여 경의를 표했다. 왜냐하면 지금 나타난 사람은 하씨 가문의 어르신이었기 때문이다. 듣기로 할머니는 한국 10대 가문과 견줄 만한 호족출신이라고 한다. 그녀가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에게 시집을 왔을 때 하씨 가문은 강남의 일류 가문에 불과했었다. 그녀가 하씨 집안에 시집을 온 이 후에야 하씨 가문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불과 20년 만에 강남의 유일한 정상급 가문이 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강남의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하씨 가문의 할머니 이일해야 말로 진정 하씨 가문을 일으켜 세운 사람이다. 하씨 집안의 할아버지는 하현이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몇 년 복을 누리지 못하셨다. 하씨 가문은 중 후반에 조타자가 몇 명 바뀌긴 했지만 진정한 대권은 결국 할머니가 쥐고 있었다. 하씨 가문의 역대 권력자들 중 유일하게 하현만이 감히 그녀를 거역했었다. “삐걱삐걱______”이때 이일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에 들고 있던 용머리 지팡이가 땅에 한 번씩 찍히면서 둔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불멸의 권위를 대표해서 속세로 걸어 들어오는 것과 같았다. 그녀가 높은 단 위에 올라 섰을 때, 뒤에서 유일하게 하수진이 홀로 썰렁하게 서 있었다.무대 위에서 반쯤 무릎을 꿇은 사람들 사이로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하현과 하현 옆에 군계일학처럼 당인준이 엄숙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현, 너 건방지게! 할머니께 감히 무릎을 꿇지 않다니!”하태규가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이미 우리 하씨 집안에 반역을 했다 해도 할머니께 인사를 안 하다니!”“너 아직도 앉아 있을 낯이 있는 거야? 그 자리에는 할머니만 앉으실 수 있어!”“너 안 꺼져!”“……”한 무리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
”생화학 무기?”이것을 보자마자 엄도훈은 숨을 헐떡이며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렸다.“당신들이 미국과 한통속이 되어 이렇게 역겨운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그러나 당신들이 이런 물건을 들이댄다고 해서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알아?”“당신들이 내 몸을 갈기갈기 찢고 뼈를 가루로 만든다고 해도 난 절대 두희랑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어서 단번에 날 죽여!”“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내가 살아 돌아간다면 당신들 하나하나 갈기갈기 찢어 버릴 테니까!”“오호! 그 당찬 기개 정말 마음에 들어!”요염한 눈매의 여자가 메이크업 파우치를 닫고 나서 주사기를 꺼내 집게손가락으로 툭툭 털었다.“다만 그런 당찬 기개도 우리 앞에선 아무 소용이 없어.”“당신은 이게 뭔지 잘 알 거야. 우리가 이걸 당신 몸에 넣기만 하면 1분 안에 아무리 기개가 강철 같은 사람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게 될 거야!”“그렇게 되면 당신은 우리 말에 절대 복종하게 될 거야!”이 말을 듣고 엄도훈의 안색이 크게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이 바닥에 오랫동안 굴러먹은 그는 분명 주사기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임에 틀림없다.미국인들이 개발한 생화학 무기는 사람을 해치는 가장 사악한 술법인 묘강고술의 특성과도 깊이 결합되었다.일단 몸에 들어가면 사람이 절대 자신의 의지력으로 살아갈 수 없고 완전히 통제력을 잃게 된다.순간 엄도훈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뻔뻔스러운 놈들!”요염한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여섯 은둔가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어 두희랑을 죽이게 된다면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부는 수장이 없는 꼴이 돼.”“우리가 조금 비열하고 뻔뻔스럽다고 해서 그게 뭐 어때서?”엄도훈은 치를 떨며 내뱉었다.“그 당시 당신들을 내쫓은 사람은 금정 간 씨 가문 간민효였어!”“당신들은 사람도 아니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야! 지금 와서 두희랑에게 그 분풀이를 하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