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빨리 영상 원본 꺼내. 그렇지 않으면 먼저 네 다리를 부러뜨리고 널 죽여버릴 거야!”여동민도 협박했다. 분명 이 일은 자신들의 이익과 근본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일심 동체였다. 하현의 웃는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면서 이때 그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래, 재미있네. 그 당시 재민이를 보며 너희들이 이렇게 협박을 했었지?”“나를 재민이한테 보내려고?” 구경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우리는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우리가 그 폐물을 가지고 놀다 죽였으니 너도 그렇게 될 거야!”“너무 무섭다!”하현이 말했다.“근데 너무 무서워서 영상을 안 가지고 왔어. 사람을 시켜서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 곧 도착할거야.”“뭐? 원본을 안 가지고 왔다고?”구경선과 몇 사람은 멍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현이 영상 원본을 가지고 오지 않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상관없어, 그냥 일단 죽여버리자!”태수혁은 바로 킬러에게 손을 쓰게 했다. 구경선은 그들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잠깐, 먼저 영상 원본을 받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곧 하현이 말한 영상 원본이 도착했다. 공해원이 직접 보내온 것이다. 영상 원본을 보고 구경선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지만 하현이 벌써 앞으로 나가 원본을 손에 넣었다. 이것은 작은 카메라였지만 지금 이 순간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건은 내가 줄 수 있는데 먼저 돈부터 계산해야겠지?”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노명진이 이것이 원본임을 확인하고 이때 차가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하현, 너 죽을 뻔 했는데 아직도 돈에 관심이 있는 거야?”“너 아직도 모르겠어?”“너 정말 우리가 너한테 돈을 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거야?” “경고하는데 오늘 이 원본을 확실히 망가뜨릴 거야!”“너의 목숨도 원해!”태수혁, 노명진, 여동민 이 세 사람은 모두 흉악하기 그지 없는 웃음을 지었다. 구경
“너희들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거 아니야? 소위 길바닥 킬러 5명으로 우리 회장님에게 손을 대려고? 장난하냐?”변백범은 고개를 들고 차가운 시선으로 구경선과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길바닥 거물은 나름 기품이 있었다. 지금 그가 입을 열자 구경선과 사람들은 온몸에 오한이 났다. 구경선과 세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태수혁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 킬러는 그가 찾아 온 사람들이었는데 누가 이렇게 일격을 당할 줄 알았겠는가? 태수혁도 지금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많은 연줄로 찾아낸 거야. 길바닥 킬러가 이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겠어!”“그리고 강하다고 쳐도 지금 이 판국에 무슨 소용이 있겠어?”“제일 죽일 놈은 바로 너야, 난 원래 돈 줄 생각이었어! 이제 어떡해?”구경선은 찌질이 같은 태수혁을 보면서, 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노명진과 여동민 두 사람을 보고 이 세 남자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고는 변백범에게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잘생긴 오빠, 만약 오늘 밤 일만 잘 넘겨주면 내가 반드시 보답할게.”변백범은 ‘피식’하고 웃었다.이 여자는 정말 어리석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를 꼬시려 하다니? 웃기고 있네! 변백범이 움직이지 않자 구경선은 하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매혹적인 눈으로 말했다.“하현, 이런 작은 일로 꼭 그렇게 상처를 내야겠어? 너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이제 내 돈도 내 사람도 다 네 꺼야……”하현의 얼굴은 차가운 비웃음으로 가득했다.“나는 당시에 재민이가 어디를 봐서 너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너 같은 여자는 재민이의 머리카락 한 올도 어울리지 않는데!”말을 하면서 하현의 시선은 태수혁에게로 향했다.시선이 떨어지자 마자 변백범은 태수혁의 목을 졸랐다. 이 광경을 보고 구경선은 온몸을 떨며 공포에 질려 말했다.“너…… 너희들 뭐 하는 거야?”“그 당시 원인을 제공했으니 오늘
다음 날.왕가의 장원, 하나의 관이 왕가의 대문 입구에 배달되었다. 거기다 많은 조화들도 있었다. 왕가의 장원이 있는 그 지역은 전부 왕가의 땅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왕가네 사람들은 금방 알았다. 왕가는 전통적인 오래된 대 가문이어서 이런 일들을 매우 꺼려했다. 곧 아직 아침 운동을 하고 있는 왕정민에게 소식이 겹겹이 전해졌다. 그는 급하지도 않고 늦지도 않게 샤워를 마친 후에 고대 복장으로 갈아 입고 대문 입구에 도착했다. 이때, 왕정민 장원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있었다. 왕가네 사람들은 하나 같이 얼굴 빛이 어두웠다. 특별히 어르신들은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근데 그 안에 도대체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누가 보냈는지 알아?”왕정민은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비록 이 물건이 결코 무섭진 않았지만 좋은 느낌이 들진 않았다. 가장 관건은 오랫동안 하씨 가문이 왕가에 이처럼 도발한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지금 이런 사람이 튀어나왔지? 이게 뭘 하는 걸까?죽으려고 작정을 하나?“세자님, 주변에 있던 CCTV로는 누가 보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하지만 제가 의심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대변인이 보내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대담하지 못합니다.”왕태민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왕정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관을 열어 봐, 안에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하지만 지금 왕가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며 앞으로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필경 이 물건은 사람들을 오싹하게 했다!관건은 안에 도대체 뭐가 있냐는 것이었다. 혹시 폭탄이라도?그렇다면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왕태민은 건너가고 싶었지만 감히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쓰레기 같은 것들!”왕정민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이 앞으로 나가 스스로 관을 걷어 찼다.“툭_______”관속에 있던 시체를 보았을 때 왕
“보아하니, 그 사람이 이번에 강해져서 돌아온 것 같은데 그 당시의 일을 청산하려는 것 같아.”왕정민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떡하죠? 세자님, 만약 그 사람이 손을 대면 우리가 막을 수 있을 까요?”구경선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 해에 그 사람이 썼던 수법을 그녀는 비록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람이 그녀에게 주는 압박감은 너무나도 컸다. 만약 3년 전, 그에게 닥친 불행이 내부에서 일어나 이미 하씨 집안에 의해 정리되었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다면 구경선은 감히 박재민을 배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박재민도 한때 그 사람의 대변인이었다. “폐물! 어찌 이런 폐물이 우리 왕씨 집안의 하인 일 수 있단 말인가! 왕가의 체면을 완전히 구겨 놨네!”왕태민이 굉장히 불쾌한 얼굴로 구경선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서 그는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세자님, 제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하현은 이번에 대도 경수를 동원할 겁니다. 하지만 대도 경수는 남원에서 실력이 중하위권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 사람으로 우리를 제압하려고 한다면 그야말로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변백범이라는 자도 한 명 있지 않아?”왕정민은 한 마디 덧붙였다. “변백범 한 사람 더해 봤자 뭘 어떻게 하겠어요? 세자님, 남원 길바닥 일인자가 우리 사람이잖아요.” 왕정민은 담담하게 말했다.“남원 길바닥에서 이름 있는 세 명을 불러서 잘 준비하라고 해.”“하현이 이렇게 우리에게 도발한 이상 아마 실제로 손을 쓸 때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구경선과 두 사람은 이 말들을 듣고서야 안심하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특히 구경선은 이때 요염한 얼굴로 말했다. “왕 세자님, 당신이야 말로 세자라고 불릴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십니다!”“보잘것없는 하현, 하찮은 데릴사위가 감히 우리에게 용서를 구하라고 하다니? 죽기를 기다려라!”왕태민은 천천히 말했다.“세자님, 저는 하현이 도대체 우리에게 어떤 서프라이즈를 가져다 주려
집에 있던 하현은 슬기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끊은 후 설은아가 바로 하현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게 제일 먼저 공사장으로 가라고 했다. 하현은 이곳에 와서 대도 경수의 부하들만 일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원래 백운회사에 소속된 직원과 시공팀이 전부 떠났다. 하현은 설은아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설은아가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침 일찍 천일 그룹측에서 전화가 왔는데 하는 말이 나만 회사의 회장으로 인정해준대……”“할아버지가 전화를 받은 후에 펄쩍펄쩍 뛰시면서 제일 먼저 시공팀과 직원들을 다 불러 냈다는 얘기를 들었어.”“네가 회장인데, 그들이 네 말을 안 들어?”하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구 말을 듣느냐가 문제가 아니야. 이 직원들과 시공팀은 똑똑한 사람들이야. 우리가 지금 내부에서 이렇게 혼란스러우니 이 일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는 그들이 출근하지 않을 거 같아.”설은아는 한숨을 쉬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오히려 이 직원들이 이해가 갔다.대 가문 내부의 권력 다툼은 종종 피를 보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 전에 설씨 집안 전체가 설은아를 지지했을 때는 그들도 자연히 회장의 말을 따랐었다. 하지만 지금 설은아는 설씨 집안에서 쫓겨났고, 천일 그룹 쪽에서는 또 설은아를 계속 백운회사의 회장으로 맡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양측의 갈등은 매우 커진다.거기다 하현이 왕씨 집안에 미움을 산 일은 이미 소문이 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평범한 직원들이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왕가의 일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는 다면 설은아가 백운회사의 회장이라 해도 사람을 불러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틀 후에 자신이 왕가를 다 해결하고 나면 그 사람들은 자연스레 돌아올 것이다. 공사장이 하루 이틀 쉰다고 크게 영향 받을 건 없었다. 하현이 이것을 보고
다음날 저녁. 내일이면 왕가와 결판의 시간이 다가 올 것이다. 이날 밤, 하현은 고급 요리를 불러 한 상을 차렸다. 거기다 마오타이 술도 한 병 꺼냈다. 하현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른 후 갑자기 속삭이며 말했다. “은아야, 말해봐, 우리 설씨 집안에게 한 번 기회를 줄까?”“어?”설은아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녀는 하현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몰랐다. “내일, 왕가 일은 해결 될 거야. 그리고 백운회사는 완전히 당신 손에 넘어 갈 거야. 그러면 당신은 남원 전체에서 최연소 여 회장이 될 거야……”“나는 비록 설씨 가문이 눈꼴 사납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쨌든 네 가족이잖아.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한 번 줄까 생각하고 있어.”“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려고 왕가의 맞은 편에 선다면, 그러면 그들에게 계속 회사의 49%의 지분을 주고 그들과 같이 돈을 버는 것도 불가능 한 건 아니지!”하현이 허풍 떠는 소리를 듣자 설은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지경까지 하현이 자신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쉽지만 이런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왕가와 하 세자가 충돌이 있을지 없을지 이 일은 하현이 자기 멋대로 말한 것일 뿐 누가 그 진위를 알 수 있겠는가?둘째, 설씨 가족도 바보는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위해 왕가의 반대편에 설 수 있겠는가?설씨 집안은 왕가에 빌붙어서야 남원에 오게 됐는데.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설은아도 차마 그에게 들춰내지는 못했다. 그를 좀 더 즐겁게 해주자.내일 만약 하 세자가 왕가 사람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두 사람은 아마 완전 끝장 날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전에 하루라도 즐겁게 보내자. “그래, 그럼 네가 다시 설씨 집안에게 기회를 한 번 줘봐.”설은아가 웃었다. 하현은 설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현, 너 뭐 하는 거야? 넌 지금 우리 설씨 집안과는 아무 상관도
저녁. 변백범은 하현에게 자진해서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저에게 연락하라고 분부하신 몇몇 사람들에게 다 연락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회장님의 지시를 듣고 이미 제일 먼저 가능한 사람들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거기다 통제권을 모두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잘했어. 내 전화 기다려.”하현이 말했다. 이튿날. 하현은 아침 일찍 설은아와 함께 박재민의 묘에 도착했다. 하현은 소주 한 병을 가지고 와 박재민의 묘 앞에 뿌렸다. “이 사람은……”“박재민, 나 대학 시절 때 제일 친했던 형제야……”하현은 조금 어두운 기색이었다. 설은아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하현이 설마 자신이 왕가에 의해서 죽임 당할 거라는 걸 눈치챈 건가? 그래서 지금 친구에게 와서 미리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하자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고 결심을 굳혔다. 기왕 자기도 애당초 그와 함께 설씨 집안을 떠날 때 닭에게 시집가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를 따르겠다고 했으니. 그럼 지금은 어쩌면 그저 그와 함께 죽어야 할 수도 있다. 왕가도 분명 그를 잡으려고 손을 써 놨겠지? 어쩌면 그게 오늘 이려나? 설은아는 어렴풋이 미소를 짓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큰 차 한대가 질주해서 오더니 멈춰 섰고, 뜻밖에도 설재석과 희정이 그 차에서 내렸다.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그들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설마 납득을 한 건가? 나랑 함께 서기로 한 건가?생각지도 못하게 설재석과 희정은 아무 말도 없이 설은아를 끌고 가 차에 쑤셔 넣었다. 설은아는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뭐 하는 거예요?”“방금 소식을 들었어! 뜻밖에도 이 폐물이 왕 세자를 도발하는 편지를 보냈대! 오늘 왕 세자와 생사를 가른다고 하더라!”“이 폐물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들어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으니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너는 그와 함께 죽을 수 없어!”“너는 우리
설은아가 떠날 때까지 기다린 뒤. 그제서야 변백범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왔고, 그 외 박경태 부부도 호송되어 왔다. “회장님, 왜 사모님을 구하러 가도록 허락하지 않으시는 겁니까?”변백범은 이해할 수 없었다.“가게 해도 괜찮아. 하씨 가문의 일들을 해결하기 전에 아내가 내 신분을 알아서 좋을 건 없어.”“네, 그 밖에 회장님께서 저에게 찾으라고 하신 몇 사람도 같이 왔습니다. 지금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회장님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사람들의 통제권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보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 내 명령을 기다려.”변백범은 마음속으로 조금 기뻤다. 주인이 나를 신뢰해 주시는 구나. 그도 지금 군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양손을 공손하게 늘어뜨린 채 한 쪽 옆에 서있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대도 경수가 달려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하 도련님,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왕가가 출동했다고 합니다……”……같은 시각 왕가 장원. 지금 왕태민의 인솔하에 모든 왕씨 집안 사람들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별히 나이가 지긋이 든 세대들도 조금도 지체함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관을 보낸 이 일에 대해 그들은 비할 데 없이 불길함을 느꼈다. 앞장서서 수습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왕정민은 고대 복장을 입고 왼손에는 옥 반지를 끼고 이따금씩 돌려가며 헤아릴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왕태민이 건너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세자님,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이 오만 방자한 데릴사위를 해치우러 갈 수 있습니다.” “좋아.”왕정민은 대모산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을 시켜 하씨 가문의 동태를 잘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는 하씨 가문이 분명 끼어들지 않을 것 같다.“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야. 너희들이 먼저 손
관공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문밖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주택건설부 수장 주광록이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친동생이자 경찰서 수장인 주향무가 함께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모이니 더욱 살벌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주 부장님...”황택호와 이홍파는 모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까?”“무슨 일이 있으시면 부하들한테 전화 한 통만 하시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직접 오셨어요?!”주광록은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하 대사님! 이렇게 또 뵙네요!”“덕으로 원한을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이 주광록이 눈이 멀었어요!”“제발 대인배의 도량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고 더 이상 그 일은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제발 저를 좀 살펴봐 주세요!”주광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우디 차량 열쇠를 꺼냈다.혹시라도 하현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부장님,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문제는 저의 증명서가 가짜라고, 다 무효라고 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법 풍수 관상 및 무면허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만약 제가 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장님한테 뭐라고 말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죄목의 증거가 눈앞에 존재하는 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그러면 원죄에 죄가 더해져서 더 무거운 벌을 받겠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개자식!”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관청 직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권력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다니!이런 무법천지를 봤나!주광록의 얼굴에는 분노로 차올랐다.“오늘 당신들은
한바탕 자신의 부하에게 화풀이를 한 황택호의 시선이 이 사건의 장본인인 이홍파에게 떨어졌다.이홍파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흐린 낯빛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하현이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거물들이 몰려들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는가?이건 정상이 아니다!“두 분, 머리가 좀 어지럽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온몸에선 약간 오한도 느껴지시죠?”이때 하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에는 냉소가 가득 차 있었다.지금껏 있었던 일은 하현에게 있어 재미난 연극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야 두려움을 알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차갑게 비꼬는 하현의 말에 이홍파는 참을 수가 없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하현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개자식! 너 지금 뭐라고 했어?”“부자 몇 명 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잘 들어!”“당신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봐주다가 이제 우리 손에 넘어왔어. 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야!”“내가 말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지금 당장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홍파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이 금정에서는 안 될 것이 없는 무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하현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이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을 몰아붙이는 조직들과 그가 이미 한배를 탔다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와 기세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봤는지, 내 증명서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당신들 보고도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말을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순간 하현의 증명서가 완벽했다는 사실
”개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어?!”하현의 모습을 보고 이홍파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파가 손을 쓰려고 했을 때 취조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르게 노크를 했고 곧이어 잔뜩 긴장한 얼굴의 형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황택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이홍파의 행동을 제지하며 옆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의 동료들이 입을 열었어?”부하 형사가 빠르게 말했다.“반장님, 이놈의 공범들의 신원을 모두 다 파악했습니다!”“잘 됐군. 요즘 놈들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진 정신을 못 차리거든...”황택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부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주었다.그러나 하현은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눈동자에는 미동이 없었다.“말해 봐! 그 패거리들이 어떤 신분이야? 하 씨 이놈이 잘 이해하도록 보고해 봐!”“반장님, 그게...”부하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은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수장이라고 합니다. 수하에 몇십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있고요...”황택호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희미하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 그 사람들이 이런 막노동을 할 줄은 몰랐군. 보아하니 엄도훈도 요즘 할 일이 없는 모양이야...”비록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황택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꽤나 힘이 있는 집단이었지만 그가 관리하고 상대하는 조직이었다.엄도훈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조무래기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래, 조사한 걸 계속 말해 봐. 무슨 죄가 있는지, 하현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쓸모없는 것들!”황택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다른 놈들의 신분은?”“놈들?”이
하현 일행은 모두 공무 차량에 탑승했다.심지어 핸드폰도 모두 압수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웅! 웅! 웅!”차가 중간쯤 도착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는 낯선 전화번호가 표시되었다.황택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기 하 대사님 맞으시죠? 저는 일전에...”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 대사는 무슨 하 대사! 하현은 무면허로 관상을 보고 불법적으로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잡혔어!”“내가 좋은 마음으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이 사기꾼 찾지 마!”“곧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상대는 잠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광록인데, 당신은 누구야?”“내가 누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상대방의 말투에 황택호는 화가 났다.“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당신도 같이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알았냐고?!”말을 마친 후 황택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공무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 경찰서 제6지서에 도착했다.취조실 안은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어 방 전체가 싸늘했다.하현 앞에는 싸구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커피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풍겼다.그의 맞은편에는 황택호와 이홍파 두 사람이 다리를 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며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름!”“성별!”“직업!”“돈이 어디서 나서 이 풍수관을 산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어?”“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냔 말이야?!”“어서 말해!”두 사람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날 같은 말투로 하현을 몰아붙였다.분명 그들은 심문 경험이 매우 풍부한 것 같았다.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하현을 단죄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
하현에게 서류로 얼굴을 두드려 맞은 듯한 이홍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핑곗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때 나박하는 이러다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봐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화해를 시도했다.“이 팀장님! 오해예요! 오늘 오해하셔서 이렇게 헛걸음을 하셨네요!”“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헛걸음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제가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오해로 시작되었지만 모두 좋게 끝나야지요!”“오해? 뭐가 오해야? 내가 당신을 오해한 모양이군!”이홍파는 나박하를 발로 걷어차며 악랄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우리한테 밥을 사네 마네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장 고발할 거야!”“감옥에 당장 처넣을 거라고!”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실패로 돌아가자 엄한 사람한테 적반하장격으로 화풀이를 하는 이홍파를 보고 나박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나박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급히 손짓을 하며 그를 말렸다.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 두 분. 우리 집복당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아셨죠?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든 조사가 끝났고 이번에는 당신들이 해명할 차례입니다.”“어서 설명해 보시죠!”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함부로 횡포를 부리던 그의 성정으로 봤을 때 어떻게 평범한 시민한테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황택호가 갑자기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런 조그만 풍수관이 모든 증명서를 다 갖추고 있다고?”“흥! 난 믿지 않아!”“설마 가짜 증명서를 만든 건 아니겠지?”“어디 한번 보자고!”말을 마치자마자 황택호는 이홍파
”불법적인 일?”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곳 집복당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오던 풍수관이에요.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단골이고요!”“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결코 함부로 부당한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그런데 불법적인 일이라니요? 수상한 일이라니요?”“맞아요. 집복당은 왕조 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어떻게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설마 두 분 머리를 다치신 건 아닙니까?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건 아닌지요?”이웃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모습을 보고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버럭 했다.“우리는 관청을 대신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까?”“이 집복당은 사이비 집단입니다!”“그걸 왜 모르는 거예요?”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물러들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다 잡아서 조사할 겁니다!”“잘못이 있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풍수관이란 곳은 원래 민간이 하는 작은 소일거리 장사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믿고 있어요!”“왜냐하면 우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거든요. 우리 딸이 결혼했을 때도 여기서 날을 잡아 결혼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화목하게 잘 삽니다!”“특히 하 대사는 우리들의 구세주입니다!”“경찰서와 주택건설부 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 와서 조사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폐유 처리 업체나 두부 공장 공정이나 조사하세요! 괜히 우리 하 대사 귀찮게 하지 말고요!”“점점 더 많은 손님들과 이웃들이 몰려들었다.합동 단속반이 집복당 간판을 철거하고 집복당을 봉쇄한다고 하니 다들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합동 단속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닥쳐! 모두 닥쳐요!”황택호는 일순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고 손을 세차게 흔들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