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저녁. 내일이면 왕가와 결판의 시간이 다가 올 것이다. 이날 밤, 하현은 고급 요리를 불러 한 상을 차렸다. 거기다 마오타이 술도 한 병 꺼냈다. 하현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른 후 갑자기 속삭이며 말했다. “은아야, 말해봐, 우리 설씨 집안에게 한 번 기회를 줄까?”“어?”설은아는 어리둥절해 했다. 그녀는 하현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지 몰랐다. “내일, 왕가 일은 해결 될 거야. 그리고 백운회사는 완전히 당신 손에 넘어 갈 거야. 그러면 당신은 남원 전체에서 최연소 여 회장이 될 거야……”“나는 비록 설씨 가문이 눈꼴 사납긴 하지만, 그 사람들은 어쨌든 네 가족이잖아. 나는 그들에게 기회를 한 번 줄까 생각하고 있어.”“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려고 왕가의 맞은 편에 선다면, 그러면 그들에게 계속 회사의 49%의 지분을 주고 그들과 같이 돈을 버는 것도 불가능 한 건 아니지!”하현이 허풍 떠는 소리를 듣자 설은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 지경까지 하현이 자신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는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아쉽지만 이런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첫째, 왕가와 하 세자가 충돌이 있을지 없을지 이 일은 하현이 자기 멋대로 말한 것일 뿐 누가 그 진위를 알 수 있겠는가?둘째, 설씨 가족도 바보는 아니다. 그들이 어떻게 자신을 위해 왕가의 반대편에 설 수 있겠는가?설씨 집안은 왕가에 빌붙어서야 남원에 오게 됐는데. 하지만 하현이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니 설은아도 차마 그에게 들춰내지는 못했다. 그를 좀 더 즐겁게 해주자.내일 만약 하 세자가 왕가 사람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그 두 사람은 아마 완전 끝장 날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죽기 전에 하루라도 즐겁게 보내자. “그래, 그럼 네가 다시 설씨 집안에게 기회를 한 번 줘봐.”설은아가 웃었다. 하현은 설씨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현, 너 뭐 하는 거야? 넌 지금 우리 설씨 집안과는 아무 상관도
저녁. 변백범은 하현에게 자진해서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저에게 연락하라고 분부하신 몇몇 사람들에게 다 연락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회장님의 지시를 듣고 이미 제일 먼저 가능한 사람들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거기다 통제권을 모두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잘했어. 내 전화 기다려.”하현이 말했다. 이튿날. 하현은 아침 일찍 설은아와 함께 박재민의 묘에 도착했다. 하현은 소주 한 병을 가지고 와 박재민의 묘 앞에 뿌렸다. “이 사람은……”“박재민, 나 대학 시절 때 제일 친했던 형제야……”하현은 조금 어두운 기색이었다. 설은아는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하현이 설마 자신이 왕가에 의해서 죽임 당할 거라는 걸 눈치챈 건가? 그래서 지금 친구에게 와서 미리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 건가?여기까지 생각하자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고 결심을 굳혔다. 기왕 자기도 애당초 그와 함께 설씨 집안을 떠날 때 닭에게 시집가면 닭을 따르고, 개에게 시집가면 개를 따르겠다고 했으니. 그럼 지금은 어쩌면 그저 그와 함께 죽어야 할 수도 있다. 왕가도 분명 그를 잡으려고 손을 써 놨겠지? 어쩌면 그게 오늘 이려나? 설은아는 어렴풋이 미소를 짓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큰 차 한대가 질주해서 오더니 멈춰 섰고, 뜻밖에도 설재석과 희정이 그 차에서 내렸다. 하현은 약간 의아해했다. 그들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설마 납득을 한 건가? 나랑 함께 서기로 한 건가?생각지도 못하게 설재석과 희정은 아무 말도 없이 설은아를 끌고 가 차에 쑤셔 넣었다. 설은아는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뭐 하는 거예요?”“방금 소식을 들었어! 뜻밖에도 이 폐물이 왕 세자를 도발하는 편지를 보냈대! 오늘 왕 세자와 생사를 가른다고 하더라!”“이 폐물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들어서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고 있으니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너는 그와 함께 죽을 수 없어!”“너는 우리
설은아가 떠날 때까지 기다린 뒤. 그제서야 변백범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왔고, 그 외 박경태 부부도 호송되어 왔다. “회장님, 왜 사모님을 구하러 가도록 허락하지 않으시는 겁니까?”변백범은 이해할 수 없었다.“가게 해도 괜찮아. 하씨 가문의 일들을 해결하기 전에 아내가 내 신분을 알아서 좋을 건 없어.”“네, 그 밖에 회장님께서 저에게 찾으라고 하신 몇 사람도 같이 왔습니다. 지금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회장님의 호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리고 그 사람들의 통제권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보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일은 너한테 맡길게. 내 명령을 기다려.”변백범은 마음속으로 조금 기뻤다. 주인이 나를 신뢰해 주시는 구나. 그도 지금 군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양손을 공손하게 늘어뜨린 채 한 쪽 옆에 서있었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대도 경수가 달려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하 도련님, 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왕가가 출동했다고 합니다……”……같은 시각 왕가 장원. 지금 왕태민의 인솔하에 모든 왕씨 집안 사람들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특별히 나이가 지긋이 든 세대들도 조금도 지체함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관을 보낸 이 일에 대해 그들은 비할 데 없이 불길함을 느꼈다. 앞장서서 수습을 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왕정민은 고대 복장을 입고 왼손에는 옥 반지를 끼고 이따금씩 돌려가며 헤아릴 수 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잠시 후, 왕태민이 건너와 공손한 얼굴로 말했다.“세자님,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호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이 오만 방자한 데릴사위를 해치우러 갈 수 있습니다.” “좋아.”왕정민은 대모산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을 시켜 하씨 가문의 동태를 잘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그쪽에서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보아하니 이번에는 하씨 가문이 분명 끼어들지 않을 것 같다.“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야. 너희들이 먼저 손
왕정민은 왕 세자라 불렸고, 부하들도 자연히 길바닥의 자원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일도와 같이 남원 길바닥의 일인자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왕씨 가문은 자금이 많았고,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왕태민이 왕정민의 이름을 내걸고 이일도를 초청하자 그도 기꺼이 온 것이다. 그러자 이일도는 웃으며 말했다.“왕 세자님, 약속대로 오늘 저는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일이 성사되고 나면 성남 땅을 모두 내게 팔아야 합니다.”“당연하죠. 게다가 가장 할인된 가격에 드리겠습니다. 이후엔 한 패가 될 거니까요.”왕정민은 조금도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었다. 비록 그 땅값이 가장 비싸긴 했지만 이일도에게 선물한 셈 치면 또 뭐 어떤가?왕가는 강남의 하늘이 되기 위해 길바닥의 일인자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도 꼭 필요했다. 왕정민의 이 말을 듣자 이일도는 웃으며 말했다.“좋습니다!” 그는 그 때가면 자연히 왕정민이 몇 백억 정도 되는 것을 반값에 팔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오늘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왕가를 지탱해 준 것 만으로도 이렇게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는 당연히 개의치 않을 것이다. “이 분은 남원의 거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엔터테인먼트를 장악하고 있는 홍씨 아가씨예요. 아주 조용하지만 남원 길바닥에서 이 분의 위치는 상상 이상입니다……”“이 분은 밀가루 장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임귀식 입니다. 수하에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하나 같이 목숨을 걸고 하고 있지요……”“이 분은 도박장을 하시는 분이고……”“이 분은……”이번 왕가의 일을 위해 이일도는 정말 체면을 세워주려고 남원 길바닥의 서열이 있는 인물들을 모두 부른 것이 분명했다. 다소 조심스러웠던 왕정민은 마지막에는 아예 앞으로 나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왕가의 지위가 높고 권세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거물들을 동시에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일로 왕가는 전화위복으로 큰 이익을 얻을 지도 모른다. 만약 이 기회를 잡아 이
대모산 뒷편, 백운별원.하 매니저는 옛 홀의 문을 조심스레 두드렸다. 그리고 나서야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 하민석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둘째 도련님, 왕가 쪽에서 출발했습니다.”“그 사람과 붙으려고?”하민석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 듣기로 그 사람이 그 당시 강변에서 일어났던 동영상을 올려 일부러 왕가를 건드렸다고 합니다.”“그리고?”“왕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길바닥 사람들을 다 불렀고, 이일도의 도움을 받아 남원 길바닥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모았습니다……”이번에 하민석은 바둑을 두던 왼손을 멈추고 잠시 후 미소를 지었다.“지금 왕정민이 사람을 보내 나를 감시하고 있는데 만약 내가 움직이면 그는 아무 손도 쓸 수가 없어……”“주변에 있는 사람 아무나 찾아가서 한 번 보라고 해. 내가 제일 먼저 결과를 알 수 있게.” “저……”하 매니저가 잠시 망설였다.“그녀가 갔어?”하민석은 눈썹을 찡그렸다.“네, 아가씨가 어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분명 오시겠지 했는데……”“따라가봐……”하민석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고 차가운 기색이었다.단지 이 순간 홀 안의 전체 온도가 갑자기 조금 떨어졌다. 하 매니저는 온 얼굴에 식은 땀을 흘리며 반 마디도 내 뱉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하민석은 담담하게 말했다.“가봐.”“네……”하 매니저가 떠나자 냉담했던 하민석의 얼굴에 갑자기 흉악한 빛이 떠올랐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옥으로 된 바둑판이 박살이 났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그래,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게 좋아? 그럼 충분히 봐! 그가 도대체 어떻게 죽는지 직접 보라고!”“너는 지금이 여전히 3년 전인 줄 알아! 그가 발을 구른다고 남원이 흔들릴 거 같아?”“하수진, 넌 날 너무 실망시켰어……”……같은 시각, 설씨네 별장. 설씨 집안에서 파견된 사람이 제일 먼저 이 소식을 전하자 하나 같이 부들부들 떨었다. “남원 길바닥의 1
“너 나가면 안돼! 오늘 하현은 무참하게 맞아 죽을 거야. 너도 나가면 안돼!”설재석과 희정은 설은아를 필사적으로 감시하면서 어떻게든 그녀가 밖으로 나갈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집에서 오직 설유아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하게 형부에게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 아쉽게도 하현은 지금 그녀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그녀는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하현은 벌써 박재민의 묘소 앞에서 새 향로에 향 세 다발을 직접 꽂았다. 변백범과 사람들도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이때 똑같이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박경태 부부는 이 광경을 보며 흥분이 되면서도 두려워 타이르며 말했다. “하현, 이만하면 됐어!”“왕가는 너무 강해서 우리는 이길 수 없어. 진실을 안 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해!”“우리는 이미 아들을 하나 잃었어.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하현이 웃는 얼굴로 안심시키며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걱정 마세요. 저는 보잘것없는 왕가 따위는 아예 신경 안 써요.”변백범과 대도 경수와 사람들도 타이르며 말했다. “박 선생님, 박 부인. 어떤 사람이 적수가 되든, 우리 도련님을 만나면 여기에 순순히 무릎 꿇게 될 겁니다!”한창 말을 하고 있는 동안 이따금씩 자동차의 굉음이 들려왔다. 장사진과 같은 차량 행렬이 나타났다.주변에 공터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차를 세울 수도 없었을 것이다. 박경태는 눈 앞에 수백 대의 차를 보고 너무 놀라 멍해졌다. 고급차는 많지 않았고 기본적으로 승합차와 상용차였다.하지만 이런 차가 사람을 가장 잘 속일 수 있었다. 차 안에 도대체 몇 명이 있는지 숫자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곧 가장 앞에 있던 고급 차 안에서 왕씨 집안 사람이 천천히 내렸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신비롭고 강한 왕정민은 고개를 쳐들고 가슴을 펴고 있었다. 기세 등등한 모습이었다. 안하무인격이다.그들은 오늘 하현, 이 데릴사위만 해결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더 나아가 남원
하지만 대도 경수 무리들이 두려워한다고 해서 하현이 두려워한다는 것은 아니다.지금 하현은 여전히 뒷짐을 지고 서서 산천을 집어 삼킬 듯한 기개를 가지고 있었다. 눈앞에 이들이 나타났다고 해서 어떤 감정적 변화도 없었다. 왕가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하나같이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너는 네가 직면하게 될 일이 어떤 일인지 전혀 파악을 못했구나!”왕태민이 비웃으며 말했다. 왕씨 가족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하현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맘껏 웃어! 네 엄마도 웃으시네! 나중에 네가 어떻게 웃는지 보자!”“네 곁에 있는 몇 사람도 이일도 앞에서는 꼬마들일 뿐이야!”왕가네 사람들은 차가운 비웃음을 연발했다.하현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른다. 곧 이일도 뒤에서 회칼을 든 수십 명의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이 사람들은…… 이일도 수하에 있는 도마단이다! 하나같이 사람을 베는 고수들이었다!”이 사람들을 보았을 때 공해원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소식통이었고, 이런 것들에 대해 가장 정통했다. 이일도 수하에 있는 도마단은 하나하나 모두 엄선해서 뽑은 길바닥 고수들이었다. 보통 한 사람이 3-5명을 상대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일도가 평소 일을 처리할 때 아무나 몇 명 보내도 바로 일이 해결됐다. 오늘 모든 도마단이 함께 나타난 것은 남원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도마단 외에 지금 뒤에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었다. 한눈에 봐도 수백 명이 있는데다가 홍 아가씨의 부하들까지 합치면 적어도 천명은 될 것이다. 이 순간 수천 명이 한데 모여 난폭하게 굴며 하나 같이 살을 에는 듯이 싸늘하게 웃고 있으니 이 싸움은 수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같은 일류 가문인 구씨 가문이나 안씨 집안이라 할지라도 이 싸움을 보면 겁을 먹었을 것이다. 남원 전역에서 이런 싸움을 무시할 수 있는 유일한 집안은 하씨 가문 밖에는 없었다. 이 싸움은 왕씨 가문에게는 힘의 최정
“너희들 아직도 무릎 안 꿇어?!”“너희들 간이 크구나? 그까짓 실력으로 감히 우리 형님과 맞서겠다고!?”“말은 자기 얼굴이 긴지 모르는 법이지!”홍 아가씨와 임귀식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연발했다. 분명 그들이 보기에 이 사람들은 사리분별을 못하고 죽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였다. 대도 경수와 공해원이 서로 눈이 마주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둘은 동시에 이일도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형님, 우리 남원 길바닥의 가장 큰 형님이십니다. 저희는 당연히 형님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오늘 저희는 우리 보스를 위해 싸울 겁니다.”“그래, 오늘은 옛날 얘기를 할 때가 아니지!”“보아하니 너는 목숨을 걸고 이 데릴사위를 보호하려고 하는 거 같은데?”이일도는 비아냥거리는 얼굴이었다.“나는 정말 모르겠다. 그 사람이 너희들에게 무슨 이득이 된다고 너희들이 이렇게 목숨까지 바치는지!” 공해원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형님, 과거의 정도 있고 하니 제가 기회를 한 번 드릴게요!”“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고 계시겠죠!”“제가 아무한테나 주인이라고 한다고 생각하세요?”“형님은 모를 거예요. 오늘 형님 맞은편에 있으신 분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하하하하……”공해원의 말을 듣고 장내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공해원, 네가 엉터리 사설 탐정소 하나 차렸다고 여기서 귀신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우리도 진작에 다 들어서 확실히 알고 있어. 데릴사위일 뿐이야!”“기껏해야 다른 집 동생일 뿐이야. 그것도 언제든지 희생시킬 수 있는 그런!” “너희들 아직도 너희들이 귀인을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이일도와 사람들은 큰 소리로 비아냥거렸다.그들이 보기에 공해원이 한 말은 가장 웃긴 소리였다. “하하하하……”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공해원과 대도 경수 두 사람이 비웃기 시작했다.이 장면은 이일도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너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의
이때 왕인걸은 남을 괴롭히던 습성을 드디어 드러내며 사나운 진면목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몇몇 사나운 친구들은 모두 맥주병을 들고 다가와 하현의 머리를 깨뜨릴 준비를 했다.설은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당신들, 함부로 굴면 관청에 신고할 거야!”“신고?”예쁜 종업원이 냉소를 흘렸다.“신고가 먹힌다면 내가 성을 갈겠어!”“경찰서는 모두 우리 왕 도련님 사람들이야!”“경찰서에 신고는커녕!”“당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부탁해 봐도 아무 소용없어!”“설은아, 괜찮아. 내가 처리할게.”하현은 전화를 걸려던 설은아를 제지했고 냉담한 시선으로 왕인걸을 쳐다보았다.“스스로 용서를 구할 기회를 정말로 포기할 작정이야?”왕인걸은 냉소를 지으며 피가 섞인 침을 바닥에 내뱉었다.“용서를 구하라고?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그래? 내가 그런 자격이 없는 건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손가락으로 튕겨 한 번에 왕인걸의 이마에 올려놓았다.“이젠 어때? 이만하면 내가 자격이 되는 건가?”“무슨 허튼수작이야?!”왕인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이게 뭐야?”“명함?”“이게 날 밟을 수 있는 자격이라는 거야?”“당신은 당신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세자라도 돼? 아님 부잣집 도련님?”이번엔 예쁜 종업원이 나섰다.“명함 한 장으로 우리 왕 도련님을 겁주려고?”“막장 드라마를 너무 본 거 아니야? 당신이 막장 드라마 주인공인 줄 알아?”왕인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마에 있던 명함을 집어 들어 찢을 준비를 했다.그러나 그가 찢으려고 했을 때 눈가에 예기치 못한 잔광이 비치기 시작했다.그가 유심히 명함을 보는 순간 전선에 온몸이 닿은 것처럼 찌릿하고 전율이 솟아올랐다.간민효.간결하고 명료한 이 이름 석 자가 왕인걸의 온몸을 벌벌 떨게 만들었다.간민효의 명함을?!게다
”개자식! 감히 날 때려?!”이때 왕인걸이 얼굴을 가린 채 비틀거리며 기어올랐다.그는 얼굴 가득 원망과 흉악함으로 뒤덮인 채 하현을 향해 이를 갈며 격노했다.“넌 이제 죽었어!”“넌 이제 끝이야!”몇몇 불량한 친구들도 잡아먹을 듯 눈빛을 사납게 이글거리며 하현과 설은아를 노려보았다.분명 이 두 사람은 오늘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예쁜 종업원도 얼른 양복 차림의 사나운 남자 십여 명을 불렀다.아마도 식당 경비원들인 것 같았다.하현은 이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 위에 있는 차를 집어 들고 단숨에 들이마신 후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직도 무릎을 꿇고 사과할 기회가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당신들 손은 부러질 거야!”하현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은 모두 하현처럼 허여멀건한 사람이 감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금정이란 곳은 힘이나 능력 좀 있다고 함부로 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금정 같은 대도시에서는 역량, 인맥, 배경, 출신, 권력, 지위 그 모든 것이 갖춰져야 어느 정도 어깨에 힘깨나 줄 수 있다.하현이 감히 부잣집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아마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촌뜨기! 넌 이제 죽었어!”예쁜 종업원이 노여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왕 도련님이랑 싸운단 말이야!”“왕 도련님이 누군지 알기나 해?”“왕 도련님은 금정 간 씨 가문 산하의 명성 필름 사장님이야.”“그는 금정 간 씨 가문의 먼 친척이야. 어떻게 당신 같은 촌놈이 모욕을 줄 수 있겠어?!”“못 들어봤어?”“옛날 왕사당 앞에 평범한 백성들이 드나들었다는 말 말이야!”예쁜 종업원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왕인걸은 탑클래스 인물이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정 사 씨 가문과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얼뜨기 한 놈이 왕인걸을 함부로 발로
하현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가 조용해졌고 모두들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며 자신의 귀를 후벼팠다.이 말이 왕인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모두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런데 어디서 튀어나왔는지도 모를 촌뜨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어불성설 아닌가?왕인걸도 놀라서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재미있군. 내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사람은 오랫동안 없었어.”“당신이 처음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야.”“이렇게 하지. 무릎 꿇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리고 물러가.”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거기에 세 번 더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하현의 말을 들은 왕인걸의 얼굴에는 더욱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더해졌다.이 촌뜨기가 지금 누구랑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건가?“왕인걸, 이놈이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는군!”“뭐? 왕인걸한테 머리를 세 번 조아리라고? 네놈이 무덤에 들어가지 않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거야!”“왕인걸, 이놈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나오니 하늘과 땅이 얼마나 무서운지 죽는 게 뭔지 직접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한 무리의 불량배들이 모두 호들갑을 떨며 한마디씩 덧붙였다.그들은 조금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처럼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왕인걸은 무리들의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고 이대로 있는 것은 너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결국 왕인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개자식! 더 이상 네놈 체면 따위 생각할 필요 없어! 당장 네놈을 죽여버릴 거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왕인걸은 손바닥을 휘둘러 하현의 얼굴과 코를 때리려고 했다.그러나 그의 손바닥이 막 튀어나왔을 때 하현이 재빨리 손바닥을 휘둘렀다.“퍽!”낭랑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왕인걸은 얼굴이 따끔거리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온몸이 멍해져 오는 것 같았다.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친구를 하자는 말을 특히 강조하며 왕인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그 말속에는 친구 이상의 음흉한 관계를 의미하는 낌새가 다분히 느껴져 그를 따르던 짐승 같은 남자들이 히죽히죽 웃었다.하지만 왕인걸은 마치 해야 할 말을 정상적으로 했을 뿐이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하현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했다.설은아는 왕인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하현을 향해 차가운 눈빛만 쏘았다.“이제 다 먹었어? 그럼 가자.”이 광경을 본 여자 종업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약한 년! 왜 이렇게 자꾸 잘난 척하는 거야?!”“왕인걸이 스스로 발걸음을 했는데 아직도 고고한 척 콧대를 세우는 거야?!”“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값어치가 나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고!”“왕 도련님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야!”“자자,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 위협하지 마. 미녀 앞에선 상냥하게 굴어야지!”왕인걸은 여자 종업원에게 손을 내저은 다음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소금에 절인 채소와 생선볶음을 뒤적거리고 있던 하현을 보고 웃었다.“저기 선생님, 난 당신의 여자가 마음에 들어요!”“대충 다 먹었으면 저리 썩 꺼져 주시죠! 어서요!”“이렇게 예쁜 여자는 못 참죠!”“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요!”말을 하면서 왕인걸은 자신의 포르쉐 열쇠와 금정 별장 출입카드를 꺼내어 하현 앞에 놓았다.이 모습을 본 한 무리의 불량배들은 모두 껄껄 웃으며 하현을 비웃었다.한 방에 보내버리는군!완전히 더는 큰소리치지 못하도록 쇄기를 박는 거지!눈앞의 얼뜨기는 아마 800년을 분투해도 저런 물건은 손에 넣지 못할 거야!예전에 왕인걸이 이렇게 나오자 보통 남자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겁에 질렸었다.사회 경험이 좀 있는 남자라면 다 알 것이다.이런 물건을 가진 남자에게 함부로 저항할 수 없다는 걸 말
”손님, 다시 한번 자세히 보세요!”“손님 옆에 있는 남자가 밥 먹는 거 말고 뭘 할 줄 알겠어요?”“보세요! 지금도 아무 거절도 못 하잖아요!”“그런데 왕 도련님은 어때요? 손님 옆에 있는 저 남자보다 몇천 배는 더 좋죠! 만약 손님이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거예요!”말을 하면서 여자 종업원은 하현에게 눈을 내리깔았다.그녀는 줄곧 하현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궁상스럽기 짝이 없는 이 남자를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녀의 눈에 금정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남자는 오직 왕인걸이었다.설은아는 더 이상 여자 종업원과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홧김에 버럭 소리를 질렀다.“저리 꺼져요!”여자 종업원도 냉소를 흘리며 지지 않고 대꾸했다.“손님, 정말 어지간하시네요!”“그렇게 있는 척하면 뭐가 좋아요? 무슨 소용이 있냐구요?”설은아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당신 사장한테 말해서 당신을 해고해 버릴 거예요! 두고 보세요!”바로 그때 이들의 모습을 흐릿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왕인걸이 와인잔을 움켜쥐고 천천히 걸어왔다.걸을 때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얼마나 당차고 당당한지 보는 사람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다.그의 길을 막고 있던 일부 손님들은 얼른 길을 내주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다.왕인걸은 마치 원하는 것은 모두 손에 넣겠다는 듯 거만하고 당당하게 걸어왔다.그를 따르던 무리들도 지금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왔다.“쯧쯧쯧, 결국 왕인걸이 이렇게 여자를 빼앗는군!”“자고로 왕인걸의 눈에 띈 여자가 도망갈 곳이 어디 있겠어?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기는 게 능사지!”“예전에 청순미녀라고 이름을 날리던 어린 스타가 처음에는 왕인걸한테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었지.”“그러다가 나중에 어떻게 되었어? 왕인걸이 모든 지원을 끊자 결국엔 그에게 기어들어왔지.”“그리고 자기가 여신급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줄 알고 왕
”안녕하세요.”하현과 설은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곱게 화장을 한 종업원이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들고 다가왔다.“저분이 두 분께 드리는 것이니 받아주세요.”종업원은 설은아와 하현이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귀한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술을 보냈어요? 82년산 라피트를?”하현과 설은아는 모두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종업원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지방시에서 옷을 맞춰 입은 멋진 남자가 와인잔을 살짝 들어 보였다.그는 젊고 멋있고 부유해 보였다.딱 봐도 금정에서 성공한 사람 같았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몇 명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다.순간 그들은 하현과 설은아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이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설은아가 주저하지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난 저분을 몰라요. 그러니 이거 가져가세요!”“그게...”설은아의 차가운 눈빛에 여자 종업원은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손님, 손님 뜻은 알겠지만 왕 씨 가문 도련님이 다른 사람한테 이렇게 대하는 건 아주 드물어요. 그러니 저분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예요.”“어쨌든 금정에 왔으니 저분이 젊고 잘생기고 부유하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테니까요!”“많은 여자들이 저분한테 시선 한 번 받으려고 해도 좀체 기회가 없었다구요!”“저분이 와인을 한 병 주셨어요. 그것도 82년산 라피트 한 병을요! 설마 당신들은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모르는 건 아니겠죠?”“정말 이해가 안 되네요. 왜 거절하시는 거예요?”예쁜 종업원은 설은아가 배려라는 걸 너무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보아하니 왕 씨 가문 도련님은 이곳의 단골이고 신분이 범상치 않으며 이 여자 종업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모양이었다.이것은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의 앞에 있는 안줏거리를 씹었다.계속 먹자니 맛이 나쁘지 않았다.방금 비행기
저녁 6시, 금정 쇼핑센터 맞은편에 있는 금정 포장마차.포장마차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금정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이고 매일 수천 번까지 번호가 매겨진다고 한다.그리고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는 모두 각양각색의 고급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설은아는 진작부터 하현을 이곳에 데리고 와서 식사를 하려고 마음먹었다.그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번호표를 꺼냈을 때 적잖이 놀랐다.두 사람이 차를 세우고 금정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자 저녁 식사가 절정인 이때 화려한 옷을 입은 손님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설은아는 종업원에게 번호표를 제시했고 두 사람은 미리 남겨둔 자리로 안내되었다.이 과정에서 설은아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었다.화장을 곱게 하고 팔과 허벅지를 드러낸 여자들과 달리 설은아는 별로 화장기도 없지만 외모나 기질로 보아 모든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예쁜 여자를 옆에 둔 남자들도 설은아를 힐끔힐끔 쳐다보았고 눈에선 뜨거운 시선이 광선처럼 빛났다.이 사람들 중에는 금정의 부잣집 2세들도 있었고 이제 막 사업에 분투해 성공 가도에 진입한 사람들도 있었다.물론 의기양양하고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종사자들도 많았다.기질과 스타일로 볼 때 이 사람들은 하현을 앞서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그래서 설은아 옆에 있는 하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야유를 보냈다.그러나 설은아는 이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사이사이를 지나가는 주문 기계에 몇 가지 특별 요리를 주문한 다음 손을 뻗어 하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모처럼 부드러운 여인의 손길을 느끼며 하현은 술을 한잔 마신 뒤 설은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샤넬의 코트를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매력적인 몸매를 가졌다.여기에 옥처럼 빛나는 외모와 가끔 다리를 꼴 때마다 흘러내리는 미끈한 각선미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달나게 했다.하현은 설은아가 사업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슈퍼우먼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찻잔
이때 간민효는 하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서 잔뜩 호기심이 솟아올랐다.그녀는 다시 하현에게 조금 더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하현, 오늘 밤 시간 있어? 같이 밥 한 끼 할까?”“고맙지만 오늘 밤 하현은 시간이 없어!”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던 설은아가 마침내 더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당당하게 걸어와 하현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팔짱을 끼고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하현은 오늘 밤 나와 함께 저녁을 먹을 거거든.”간민효는 설은아를 보고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말했다.“설은아, 이 사람이 그 능력 없는 네 전남편이야?”하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비슷한 외모에 비슷한 나이대의 두 여인을 쳐다보았다.설은아와 간민효가 아는 사이?하지만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것이 정상이었다.모두 금정에서 내로라하는 정상급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는 간민효에게 무슨 설명을 하기도 귀찮아서 얼른 하현을 끌고 VIP 출구로 나와 자신의 빨간 페라리로 들어갔다.그 후 그녀가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굉음을 내며 쌩하니 그 자리를 떠났다.갑자기 혼자가 된 간민효는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조수석에 탄 하현은 안전벨트를 매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오랜만에 만난 전처, 아니 와이프라고 해야 하나?이런 어색하고 떨떠름한 자리라니!차는 금정 국제공항을 빠져나왔고 하현이 금정의 가을빛을 감상할 사이도 없이 설은아는 거칠게 차를 몰았다.그리고 가속페달을 사정없이 밟으며 그녀는 떠보는 듯 입을 열었다.“간민효, 예쁘고 상냥하지?”맞는 말이었다.간민효는 전신급에 달하는 독술을 가졌으면서도 아름답고 성격도 시원시원했다.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하현은 그녀의 기질이 참 따뜻하고 상냥하다는 것도 알았다.그러나 차 안을 뒤덮은 질투의 불길을 느끼며 하현은 정색을 하고 말했다.“간민효가 어느 정도 사람 좋고 매력적이라는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비행기는 어느새 금정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하현과 간민효는 함께 VIP 통로를 걸었다.얼핏 보면 두 사람이 한 쌍의 연인처럼 보였다.이에 간민효의 뒤를 따르던 양복 차림의 남자는 못마땅한지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두 사람은 공항의 VIP 출구에 다다랐고 간민효는 하현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가는 길까지 내가 데려다줄게.”하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비행기 탔을 때 이미 아내한테 내 일정을 보냈어.”“아마 마중 나올 거야.”“아내?”‘아내’ 라는 말을 들은 간민효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네 번째 손가락을 쳐다보았다.반지가 없었다.간민효의 눈빛을 알아차린 하현이 입을 열었다.“아, 이제 전처라고 봐야지.”하현의 말을 듣고 간민효는 그제야 소리 없이 웃었고 한층 더 하현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하현, 당신에게 아내가 있든 없든 간에 내가 말했듯이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금정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자, 우리 작별의 포옹이라도 해!”이 말을 들은 몇 명의 사내들이 모두 순식간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하나같이 험악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자, 다음에 또 봐!”하현도 험악한 표정의 남자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앞으로 나가 간민효와 포옹을 나누고 그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참, 마침 내가 무학에 어느 정도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 몸에 뭔가 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아마 십중팔구는 입신에 이르는 독술과 관련이 있을 거야.”“그래서 말인데 내가 필요할 땐 언제든 연락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줄게.”말을 하면서 하현은 쪽지 한 장을 여자의 가슴에 쑤셔 넣었다.이 행동은 예의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동을 함으로써 하현은 침착하게 기운의 광선을 통과해서 여자의 심맥을 보호했다.“내 병을 눈치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