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은 곧 큰 TV로 재생이 되었다. 강변 주변의 내팽개쳐진 공사장 현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 한 놈이 바로 왕씨 가문 사람이었고, 왕정민은 그 현장에 없었다.거기다 젊은 남녀들도 있었다. 하현은 몇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조금도 알아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 중 한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구경선.일류 가문이자 구씨 가문의 방계였고, 박재민의 여자친구이기도 했다. 박재민은 강가에 서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강대교 위에 몇 줄기의 그림자가 이쪽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히 보이지가 않았다. 그 다음……왕씨 가문 사람은 박재민 앞으로 가서 돈다발을 던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재민, 어서 말을 하고 돈 가지고 멀리 꺼져버려. 아니면 여기서 죽든지. 그 천한 목숨을 버리든, 네가 선택해……”“너희들…… 내가 여기 있는 지 어떻게 알았어?”박재민은 비할 수 없이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이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야. 재민아. 네가 어떻게 왕씨 가문과 싸울 수 있겠어? 게다가 왕씨 가문이 우리와 얘기를 하려고 하잖아. 우리에게 혜택을 주겠다고 하는 건 분명 이미 우리의 체면 세워준 건데, 네가 이 사람들의 체면을 깎으면 안되지. 어서 대답해!”구경선은 노파심에서 거듭 충고를 하며 권유했다. “그래 재민아, 네 자신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좀 생각해 줄래?”“우리는 오랫동안 너랑 함께 지냈는데 만약에 우리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참을 수 있겠어?”“왕 세자는 우리를 상위층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고, 그 대가로 그 폐물이 준비한 모든 걸 그냥 말해주기만 하면 될 뿐이야. 이 얼마나 수지가 맞는 장사냐!”분명 이때 박재민은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그의 여자친구, 그가 가장 신뢰했던 여자친구가 지금 그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현을 팔아 넘기라고 권하고 있었다. “너희들!” 박재민의
“너희들!!!”박재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믿었던 친구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자신을 협박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먼저, 그를 잡아!”왕씨 집안 사람이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곧 이어 박재민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두 눈을 감고 뒤편에 있던 큰 강으로 뛰어 내렸다.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그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맨 마지막 장면을 보고 하현의 얼굴은 짙은 어두움이 극에 달했다. 쾅!하현은 주먹으로 옆에 있는 탁자를 내리쳤다!단단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탁자가 뜻밖에도 주먹으로 내리치자 사분오열되어 와르르 부서져 내렸다!하현의 살기는 번져 나가지 않았고, 이 순간 방안의 온도가 뚝 떨어졌다. 그는 그가 남원을 떠난 지 3일 만에 박재민이 이런 일을 당하게 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박재민은 그의 기업을 지키기 위해, 핍박을 받지 않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옆에 있던 공해원이 하현을 힐끗 쳐다보며 벌벌 떨었다.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전설의 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사람이 이미 돌아왔었구나!그가 발만 굴러도 강남 전체가 바뀐다. 이 생각에 미치자 공해원은 재빠르게 말했다. “이 일은 보시는 대로 입니다. 박재민 선생님이 투신했을 때 그를 핍박했던 사람들은…… 왕가, 구경선, 그 밖의 몇 명입니다……”“그 몇 사람은 주변 인물들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그들은 당시 박재민 선생님의 절친들이었습니다……” “박 선생님이 투신한 이후 이 사람들은 모두 왕가의 도움을 받아 각자 자기 회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특별히 구경선은 구씨 집안의 방계라 더 좋은 이득이 있었죠……”공해원은 한쪽으로는 설명을 하면서 또 다른 한쪽으로는 약간의 문서와 신문, 사진 등을 증거 자료로 내 놓았다. “와자작______”곧 이어, 공해원은 하현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가루로
이튿날.하현은 아침 일찍 구씨 가문의 미디어 회사에 도착했다.하현은 홀에 도착해 구경선의 초대형 포스터를 보았다. 포스터에는 구경선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마치 여신과 같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잘것없는 집안의 방계, 당시에는 18살의 인플루언서였을 뿐이었는데, 여기까지 왔다니 괜찮네……”“그런데 자신의 남자친구를 팔아 먹다니, 허허……”하현은 포스터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얼굴에는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옆에 있던 슬기가 조용히 말했다. “회장님, 제가 구경선씨와 미리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우리 차례입니다.”“응, 그래.”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기왕 구경선을 만나러 왔으니 그녀의 규칙을 따라야지. 그도 조급할 것이 없었다. 얼마 후, 접대원이 건너왔다.“하 선생님,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를 따라 오세요……”맨 꼭대기 층의 회장 사무실. 입구에 아직 몇 명의 경호원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몸 수색을 한 차례 마친 후에야 하현과 슬기를 들여보내 주었다. 이런 점에서 구경선은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회장 사무실로 들어가니 구경선은 지금 업무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리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하 선생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다 될 거예요!”바로 이때 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구경선, 너 정말 위풍당당하구나.”“어!?”이 말을 듣자 구경선은 갑자기 조금 낯이 익은 거 같기도 했고, 마치 어디서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구경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앞에 선 사람을 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치며 입을 열었다. “하현!?”당시 그들은 모두 대학 동창이었기에 그들은 당연히 서로 아는 사이였다. 다만 구경선은 결코 하현의 진짜 신분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하현이 박재민과 같은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마치 전설의 그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았
“말도 안돼! 이 영상은 가짜야! 내가 어떻게 재민이를 해칠 수가 있겠어!”구경선은 즉시 부인했다. 하현은 침착하게 일어서며 말했다.“좋아, 그럼 나 갈 테니 후회하지 마!”“잠깐, 조건이 뭐야?”구경선이 입을 열었다. “내가 했다고 인정하면 또 어쩔 건데?”“근데 너도 만만치 않다! 이런 영상을 경찰에 안 넘기고 나한테 협박을 하다니 너도 뭐 좋은 사람은 아니네!”분명 구경선은 하현이 이 영상을 그녀에게로 가지고 와 협박을 해서 사기를 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박재민이 죽기 직전에 느꼈던 고통을 그녀가 맛볼 수 있도록 하현이 이미 손을 써놨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정가! 2천억!”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뭐? 2천억? 너 정말 미쳤구나! 너 왜 왕가에 가서 뺏지 않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구경선은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왕가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거 같거든. 네 생각은? 어떨 거 같아?”“너 백 있어? 구씨 집안?”“구씨 집안 사람들이 너를 상대해 줄까?”“나는……”구경선은 정말 당황했다. 그녀는 구씨 집안의 방계일 뿐인데 구씨 집안이 어떻게 그녀를 위해 나설 수 있겠는가? 만약 구씨 집안이 그녀를 중시했다면 당시 그녀가 왜 왕가 사람들과 협력을 했겠는가?구경선은 안색이 조금 창백해지며 말했다. “2천억 원을 요구하다니, 너무 비싸서 줄 수가 없어!”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영상 속에 너희 네 사람이 있잖아! 2천억도 못 모아?”“내가 하루의 시간을 줄게. 네 친구들에게 가서 잘 얘기 해봐!”“만약 내일 아침까지 돈이 안 보이면 영상은 공개하는 걸로 할게.”“맞다. 이 핸드폰은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기념품이야!”하현은 웃으며 아직 많은 사본들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만약 돈을 내지 못하면 그는 언제든지 공표할 수 있었다. “내일 봐, 미녀님……”
“이 영상, 조작일 가능성도 있잖아……”노명진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요즘엔 조작하는 일이 너무 많았다. 구경선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방금 너희들을 기다리면서 이 영상은 가짜일 수가 없다는 것을 거듭 확인을 했어.”“즉 이 영상이 일단 나가면 우리가 다 들통난다는 얘기지?” 세 사람 중 가장 겁이 많은 태수혁이 인상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맨 마지막으로 여동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가 노출된다고 무슨 큰일이야 나겠어?”“하지만 일단 폭로가 되면 왕가는 추문이 일어날 거야.”“왕가가 그들의 가문의 명예를 위해 우리를 반드시 해결해 줄 거야. 왕 세자가 어떤 인물인지 몰라?”노명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럼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야 돼?”구경선은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너희들이랑 같이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한 건데 너희들은 별 생각이 없는 거 같네?”“별 다른 방법이 없어. 2천억 원을 주고 그 동영상을 사오지 않으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야!”태수혁이 한참 후에 입을 열었다. 사실상 지금은 정말 어떤 해결책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설마 정말 돈 내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여동민은 고개를 떨궜다. 노명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 형님들 몇 분이면 2천억이 아니라, 2천만 원이면 되지 않겠어? 네 사람이 똑같이 나누면 낼 수 있지 않을까?”“싫다고 무슨 방법이 있겠어?”여동민이 되물었다. 그때 구경선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사실, 하현에게 돈을 준다고 해서 동영상을 폐기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무슨 방법?”모두들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푸른 뱀의 혀와 말벌의 침, 둘 다 독하지 않다. 가장 독한 건 여인의 마음이다! 구경선은 비록 여신처럼 생겼지만 가장 악랄했다. 당시 박재민의 죽음도 그녀가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구경선은 서두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마음이 급하면 뜨거운 두부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거의 10시쯤이 다 되어서야 그녀는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선생. 돈은 준비가 다 됐어. 근데 현금이라 옮기기가 불편해.”“내가 클럽 주소 하나 보낼게. 잊지마, 동영상 원본은 꼭 가져오고 다른 사본은 없다는 것을 보장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나는 돈을 주지 않을 거야!”구경선은 하현을 믿지 않는 말투였지만 이것은 그녀가 연기를 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야 더할 나위 없이 진짜 사실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현이 대답했다.“좋아, 기다려, 꼭 보자.”잠시 후 구경선은 하현의 핸드폰으로 위치를 보냈다.그곳은 개인 클럽이었는데 지금 이미 그 네 사람은 모두 그곳에 와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은 그들 네 사람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었다. 여기서 일을 처리해야 더 편할 것이다. “내가 이미 다섯 분의 길바닥 킬러들을 배치해 놨어. 하나같이 악랄한 사람들이야. 각 사람당 2억씩 줬어. 일이 잘 해결되고 나면 2억씩 더 주기로 했어!”태수혁은 입을 열었다. “좋아, 돈은 큰 문제가 아니야!”“하현을 해결 할 수만 있으면 이 정도 돈이야 뭐 어때?”구경선은 은근히 긴장을 하긴 했지만 더 많은 살의를 비치고 있었다.12시가 가까이 왔을 때 하현은 개인 클럽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슬기를 데려가지 않았고 변백범을 데리고 갔다. 왜냐하면 이 일에 있어서는 슬기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구경선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맞이하고 있었다. 하현과 변백범이 온 것을 보자 그녀의 눈동자에 기이한 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 그녀는 요염한 얼굴로 말했다.“하현, 너무 오래 기다려서 초초했잖아.”하현은 웃을 듯 말 듯 이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전에 너무 차갑지 않았었나?살려고 자존심을 버린 건가?곧 구경선의 안내를 따라 일행은 내부에 있
“맞아! 빨리 영상 원본 꺼내. 그렇지 않으면 먼저 네 다리를 부러뜨리고 널 죽여버릴 거야!”여동민도 협박했다. 분명 이 일은 자신들의 이익과 근본적으로 관련이 있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일심 동체였다. 하현의 웃는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면서 이때 그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그래, 재미있네. 그 당시 재민이를 보며 너희들이 이렇게 협박을 했었지?”“나를 재민이한테 보내려고?” 구경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우리는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우리가 그 폐물을 가지고 놀다 죽였으니 너도 그렇게 될 거야!”“너무 무섭다!”하현이 말했다.“근데 너무 무서워서 영상을 안 가지고 왔어. 사람을 시켜서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 곧 도착할거야.”“뭐? 원본을 안 가지고 왔다고?”구경선과 몇 사람은 멍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현이 영상 원본을 가지고 오지 않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상관없어, 그냥 일단 죽여버리자!”태수혁은 바로 킬러에게 손을 쓰게 했다. 구경선은 그들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잠깐, 먼저 영상 원본을 받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곧 하현이 말한 영상 원본이 도착했다. 공해원이 직접 보내온 것이다. 영상 원본을 보고 구경선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빼앗으려 했지만 하현이 벌써 앞으로 나가 원본을 손에 넣었다. 이것은 작은 카메라였지만 지금 이 순간 장내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건은 내가 줄 수 있는데 먼저 돈부터 계산해야겠지?”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노명진이 이것이 원본임을 확인하고 이때 차가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하현, 너 죽을 뻔 했는데 아직도 돈에 관심이 있는 거야?”“너 아직도 모르겠어?”“너 정말 우리가 너한테 돈을 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거야?” “경고하는데 오늘 이 원본을 확실히 망가뜨릴 거야!”“너의 목숨도 원해!”태수혁, 노명진, 여동민 이 세 사람은 모두 흉악하기 그지 없는 웃음을 지었다. 구경
“너희들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거 아니야? 소위 길바닥 킬러 5명으로 우리 회장님에게 손을 대려고? 장난하냐?”변백범은 고개를 들고 차가운 시선으로 구경선과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의 길바닥 거물은 나름 기품이 있었다. 지금 그가 입을 열자 구경선과 사람들은 온몸에 오한이 났다. 구경선과 세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태수혁에게 시선을 떨어뜨렸다. 이 킬러는 그가 찾아 온 사람들이었는데 누가 이렇게 일격을 당할 줄 알았겠는가? 태수혁도 지금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많은 연줄로 찾아낸 거야. 길바닥 킬러가 이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겠어!”“그리고 강하다고 쳐도 지금 이 판국에 무슨 소용이 있겠어?”“제일 죽일 놈은 바로 너야, 난 원래 돈 줄 생각이었어! 이제 어떡해?”구경선은 찌질이 같은 태수혁을 보면서, 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노명진과 여동민 두 사람을 보고 이 세 남자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하얀 허벅지를 드러내고는 변백범에게 윙크를 보내며 말했다.“잘생긴 오빠, 만약 오늘 밤 일만 잘 넘겨주면 내가 반드시 보답할게.”변백범은 ‘피식’하고 웃었다.이 여자는 정말 어리석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를 꼬시려 하다니? 웃기고 있네! 변백범이 움직이지 않자 구경선은 하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매혹적인 눈으로 말했다.“하현, 이런 작은 일로 꼭 그렇게 상처를 내야겠어? 너 돈이 필요한 거 아니야? 이제 내 돈도 내 사람도 다 네 꺼야……”하현의 얼굴은 차가운 비웃음으로 가득했다.“나는 당시에 재민이가 어디를 봐서 너를 마음에 들어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너 같은 여자는 재민이의 머리카락 한 올도 어울리지 않는데!”말을 하면서 하현의 시선은 태수혁에게로 향했다.시선이 떨어지자 마자 변백범은 태수혁의 목을 졸랐다. 이 광경을 보고 구경선은 온몸을 떨며 공포에 질려 말했다.“너…… 너희들 뭐 하는 거야?”“그 당시 원인을 제공했으니 오늘
관공서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문밖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주택건설부 수장 주광록이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그의 친동생이자 경찰서 수장인 주향무가 함께하고 있었다.두 사람이 함께 모이니 더욱 살벌하고 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주 부장님...”황택호와 이홍파는 모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오늘 무슨 일로 이렇게 두 분이 함께 오셨습니까?”“무슨 일이 있으시면 부하들한테 전화 한 통만 하시면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직접 오셨어요?!”주광록은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하현에게 달려가 연신 허리를 굽신거렸다.“하 대사님! 이렇게 또 뵙네요!”“덕으로 원한을 대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이 주광록이 눈이 멀었어요!”“제발 대인배의 도량으로 너그러이 봐주시고 더 이상 그 일은 따지지 말아 주십시오.”“제발 저를 좀 살펴봐 주세요!”주광록은 겁먹은 표정으로 아우디 차량 열쇠를 꺼냈다.혹시라도 하현이 거절할까 봐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주 부장님, 제가 도와드리지 못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닙니다.”“문제는 저의 증명서가 가짜라고, 다 무효라고 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불법 풍수 관상 및 무면허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만약 제가 저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부장님한테 뭐라고 말한다면 저들이 주장하는 죄목의 증거가 눈앞에 존재하는 게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요?”“그러면 원죄에 죄가 더해져서 더 무거운 벌을 받겠죠. 저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습니다.”“개자식!”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을 향해 발길질을 했다.관청 직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힘쓰기는커녕 권력을 믿고 함부로 남을 괴롭히고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다니!이런 무법천지를 봤나!주광록의 얼굴에는 분노로 차올랐다.“오늘 당신들은
한바탕 자신의 부하에게 화풀이를 한 황택호의 시선이 이 사건의 장본인인 이홍파에게 떨어졌다.이홍파는 이 상황이 못마땅한지 흐린 낯빛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하현이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어떻게 데릴사위 주변에 이렇게 대단한 거물들이 몰려들어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주고 있는가?이건 정상이 아니다!“두 분, 머리가 좀 어지럽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며 온몸에선 약간 오한도 느껴지시죠?”이때 하현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고 눈동자에는 냉소가 가득 차 있었다.지금껏 있었던 일은 하현에게 있어 재미난 연극 한 편이나 마찬가지였다.“이제야 두려움을 알았다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차갑게 비꼬는 하현의 말에 이홍파는 참을 수가 없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다.그는 탁자를 세게 내리치며 하현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개자식! 너 지금 뭐라고 했어?”“부자 몇 명 안다고 지금 유세 떠는 거야?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아?”“잘 들어!”“당신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봐주다가 이제 우리 손에 넘어왔어. 천왕 노자가 와도 당신을 구해 줄 수 없을 거야!”“내가 말하는 거 똑똑히 기억해!”“지금 당장 자신의 죄를 자백하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어!”이홍파는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이 금정에서는 안 될 것이 없는 무적의 존재라는 것을 확신했다.하현의 주변에 있는 부자들이 얼핏 무서워 보이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그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을 몰아붙이는 조직들과 그가 이미 한배를 탔다는 것이다.그래서 이제 와 기세를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현은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내가 불법으로 풍수 관상을 봤는지, 내 증명서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당신들 보고도 전혀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말을 듣고 서로의 눈을 마주 보다가 갑자기 불안한 기색이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순간 하현의 증명서가 완벽했다는 사실
”개자식! 이게 무슨 태도야?!”“어?!”하현의 모습을 보고 이홍파는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당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홍파가 손을 쓰려고 했을 때 취조실 바깥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빠르게 노크를 했고 곧이어 잔뜩 긴장한 얼굴의 형사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황택호는 침착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이홍파의 행동을 제지하며 옆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이 자식의 동료들이 입을 열었어?”부하 형사가 빠르게 말했다.“반장님, 이놈의 공범들의 신원을 모두 다 파악했습니다!”“잘 됐군. 요즘 놈들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진 정신을 못 차리거든...”황택호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일부로 하현을 힐끔 쳐다보며 보이지 않는 압박을 주었다.그러나 하현은 그의 눈빛에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그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눈동자에는 미동이 없었다.“말해 봐! 그 패거리들이 어떤 신분이야? 하 씨 이놈이 잘 이해하도록 보고해 봐!”“반장님, 그게...”부하 형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뒤치다꺼리를 해 주는 사람은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수장이라고 합니다. 수하에 몇십 명의 건달들을 거느리고 있고요...”황택호는 부하의 말을 듣고 희미하게 눈을 흘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신사 상인 연합회? 그 사람들이 이런 막노동을 할 줄은 몰랐군. 보아하니 엄도훈도 요즘 할 일이 없는 모양이야...”비록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황택호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신사 상인 연합회가 꽤나 힘이 있는 집단이었지만 그가 관리하고 상대하는 조직이었다.엄도훈같이 똑똑한 사람이 이런 조무래기들 때문에 자신을 귀찮게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자 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래, 조사한 걸 계속 말해 봐. 무슨 죄가 있는지, 하현과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그건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쓸모없는 것들!”황택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다른 놈들의 신분은?”“놈들?”이
하현 일행은 모두 공무 차량에 탑승했다.심지어 핸드폰도 모두 압수되어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었다.“웅! 웅! 웅!”차가 중간쯤 도착했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고 그 위에는 낯선 전화번호가 표시되었다.황택호는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맞은편에서 정중하고 예의 바른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기 하 대사님 맞으시죠? 저는 일전에...”황택호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 대사는 무슨 하 대사! 하현은 무면허로 관상을 보고 불법적으로 영업을 해서 우리한테 잡혔어!”“내가 좋은 마음으로 충고하는데, 앞으로 이 사기꾼 찾지 마!”“곧 감옥에 처박힐 테니까!”상대는 잠시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광록인데, 당신은 누구야?”“내가 누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상대방의 말투에 황택호는 화가 났다.“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아니면 당신도 같이 잡아넣을 거야! 알았어?”“알았냐고?!”말을 마친 후 황택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었다....공무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정 경찰서 제6지서에 도착했다.취조실 안은 에어컨이 강하게 켜져 있어 방 전체가 싸늘했다.하현 앞에는 싸구려 커피 한 잔이 놓여 있었다.커피라고 하기엔 너무나 구역질 나는 냄새가 풍겼다.그의 맞은편에는 황택호와 이홍파 두 사람이 다리를 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노려보며 건방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름!”“성별!”“직업!”“돈이 어디서 나서 이 풍수관을 산 거야?!”“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속였어?”“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냔 말이야?!”“어서 말해!”두 사람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날 같은 말투로 하현을 몰아붙였다.분명 그들은 심문 경험이 매우 풍부한 것 같았다.지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여 하현을 단죄하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하
하현에게 서류로 얼굴을 두드려 맞은 듯한 이홍파는 얼굴이 화끈거렸다.화를 내고 싶어도 더 이상 핑곗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때 나박하는 이러다 둘 사이에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봐 서둘러 억지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나와 화해를 시도했다.“이 팀장님! 오해예요! 오늘 오해하셔서 이렇게 헛걸음을 하셨네요!”“하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 헛걸음만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제가 점심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오해로 시작되었지만 모두 좋게 끝나야지요!”“오해? 뭐가 오해야? 내가 당신을 오해한 모양이군!”이홍파는 나박하를 발로 걷어차며 악랄하게 입을 열었다.“당신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우리한테 밥을 사네 마네 이런 식으로 뇌물을 주려고 시도한다면 공무집행 방해로 당장 고발할 거야!”“감옥에 당장 처넣을 거라고!”잘못도 없는 사람한테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려다 실패로 돌아가자 엄한 사람한테 적반하장격으로 화풀이를 하는 이홍파를 보고 나박하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나박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을 때 하현이 급히 손짓을 하며 그를 말렸다.그러고 나서 하현은 웃으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자, 두 분. 우리 집복당이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아셨죠? 난 자격증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든 조사가 끝났고 이번에는 당신들이 해명할 차례입니다.”“어서 설명해 보시죠!”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아무 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지금까지 함부로 횡포를 부리던 그의 성정으로 봤을 때 어떻게 평범한 시민한테 고개를 숙이며 순순히 해명을 할 수가 있겠는가?그건 너무나 창피스러운 일이었다!이때 한쪽에 서 있던 황택호가 갑자기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이런 조그만 풍수관이 모든 증명서를 다 갖추고 있다고?”“흥! 난 믿지 않아!”“설마 가짜 증명서를 만든 건 아니겠지?”“어디 한번 보자고!”말을 마치자마자 황택호는 이홍파
”불법적인 일?”주위를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던 손님들은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형사님, 뭔가 잘못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맞아요. 이곳 집복당은 오랫동안 운영되어 오던 풍수관이에요. 이웃 중 많은 사람들이 이곳 단골이고요!”“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결코 함부로 부당한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거예요!”“그런데 불법적인 일이라니요? 수상한 일이라니요?”“맞아요. 집복당은 왕조 시대 때부터 있었는데 어떻게 절차상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설마 두 분 머리를 다치신 건 아닙니까? 컨디션이 좀 안 좋으신 건 아닌지요?”이웃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이홍파와 황택호는 이 모습을 보고 흰자위를 가득 드러내며 버럭 했다.“우리는 관청을 대신해서 법을 집행하고 있어요.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까?”“이 집복당은 사이비 집단입니다!”“그걸 왜 모르는 거예요?”이홍파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져서는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어서 물러들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다 잡아서 조사할 겁니다!”“잘못이 있든 어떻든, 그것은 당신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풍수관이란 곳은 원래 민간이 하는 작은 소일거리 장사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곳을 믿고 있어요!”“왜냐하면 우린 여기서 많은 일들을 해결했거든요. 우리 딸이 결혼했을 때도 여기서 날을 잡아 결혼했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화목하게 잘 삽니다!”“특히 하 대사는 우리들의 구세주입니다!”“경찰서와 주택건설부 사람들이 쓸데없이 여기 와서 조사할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폐유 처리 업체나 두부 공장 공정이나 조사하세요! 괜히 우리 하 대사 귀찮게 하지 말고요!”“점점 더 많은 손님들과 이웃들이 몰려들었다.합동 단속반이 집복당 간판을 철거하고 집복당을 봉쇄한다고 하니 다들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합동 단속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닥쳐! 모두 닥쳐요!”황택호는 일순 안색이 험상궂게 변했고 손을 세차게 흔들
하현 일행이 집복당으로 돌아왔을 때 문 앞에는 이미 십여 대의 관용차가 서 있었다.이 차들은 경찰서 소속인 것도 있었고 주택건설부 소속인 것도 있었고 동사무소 소속인 것도 있었다.말하자면 정부 차원의 합동 집행부가 다 모인 것이다.수십 명의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집복당을 둘러싸고 저마다 삿대질을 하며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채굴기를 몰고 와서 위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맨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은 대머리 남자였고 한 사람은 키가 좀 크고 다른 한 사람은 좀 뚱뚱했다.키가 큰 사람은 주택건설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새겨진 명패에는 이홍파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뚱뚱한 사람은 경찰서의 황택호 형사였다.두 사람은 관청 동기로 알려져 있으며 항상 함께 출동해 각종 불법 건축물과 불법 매장을 소탕했다.오늘 그들의 목표는 바로 집복당이었다.고명원은 앞에 나서진 않았지만 부하들을 시켜 집복당 문을 막도록 하여 이홍파와 황택호 두 사람이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합동 단속반은 기세가 등등해서 뭐라도 하나 걸리기만 한다면 내부 인테리어 전부를 깡그리 부술 태세였다.이렇게 되면 일이 더 커진다.고명원은 연합 단속반에게 미움을 사는 것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오직 하현의 집복당이 잘못되어 뭐라고 설명할 말이 없게 될까 그것이 두려웠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는 왕인걸도 와 있었다.그는 집복당에 와서 아첨이라도 좀 해 볼까 했는데 마침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하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왕인걸과 고명원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얼른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하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박하가 합동 단속반에서 나온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이거 이홍파 팀장님과 황택호 형사님 아닙니까?”“무슨 바람이 불어서 두 분이 함께 우리 집복당엘 다 오셨습니까?”“이 누추한 곳에 두 분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영광입니다.”말을 하면서 나박하
”전부?”이 말을 듣고 강우금의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여자한테 빌붙어 살면서 꼴에 자기가 재벌 2세인 줄 아나?”“정말 요즘 사람들은 자기 분수를 너무 몰라!”“전부는 고사하고 그의 전 재산을 다 부어도 소남가인 옷 한 벌 못 살 거야. 아니, 양말 한 켤레라도 산다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어!”금정의 스타트업 사장이나 재벌 2세들도 소남가인 브랜드의 옷을 함부로 사지 못한다.그런데 한낱 한량에 불가한 하현이 돈이 어디 있어서 저런 비싼 옷을 산단 말인가?매장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좋은 구경거리를 보려고 시선을 집중했다.소남가인 직원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살짝 망설였지만 결국 황보정에게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곧 황보정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모두 골랐다.수십 개의 옷 가방들이 순식간에 매장에 늘어섰다.이게 다 얼마인가?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삑!”하현은 별일 아닌 듯 단번에 카드를 긁었다.그러자 승인되었다는 소리가 나면서 영수증이 좌르륵 쏟아져 나왔다.“어머?!”순간 소남가인 매장 안팎에선 수군거리는 소리로 소란스러워졌다.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은 하현을 쳐다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황보정에게는 질투와 부러움의 시선들이 쏟아졌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하현이 저 많은 옷을 한 번에 결제하다니!그야말로 거부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럴 수 없어! 절대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강우금과 그녀의 매장 직원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해졌다.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와 그녀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그들은 도저히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방금까지 그들은 입만 열면 하현을 비난하는 말을 퍼부었다.노점상에나 가서 옷을 사라고 쫓아냈다.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의 얼굴이 화끈화끈거렸다.역시 가장 난처해하는 사람은 강우금이었다.그녀는 도저히 믿기지
강우금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옷도 안 사고 민폐만 끼치다니!덜떨어진 저런 사람이 이런 가게를 드나들 수는 없다!정말 재수없어!황보정은 슬쩍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강우금, 당신 같은 점장이 어디 있어요?”“정말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우할 거예요?”“우리가 정말로 못 살 거라고 생각해요?”“이런 식으로?”강우금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황보정,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에요?”“내가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 당신이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요?”“난 금정 쇼핑몰 판매율 10위 안에 드는 사람이에요! 연봉이 일억이 넘는다고요!”“흥! 그런데 당신은 뭐죠? 하얗게 세탁한 싸구려 티셔츠 한 장 입고 와서 무슨 부자 행세를 하고 그래요?”“그리고 정말로 옷을 사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사세요! 여긴 당신이 살 수 있는 옷이 없어요!”말을 하면서 강우금은 바깥을 가리키며 냉소를 흘렸다.“1킬로미터 정도 나가면 많은 노점상들이 있을 거예요!”“거기 가면 한 벌에 몇 천 원짜리가 널렸을 거라고요!”“그래도 당신이 우리 가게에서 옷을 사고 싶다면 내가 특별히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이 그래도 집복당 아가씨니만큼 이월된 재고 상품들 중 쓸 만한 것을 권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문제는 살 수 있느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이월 상품이라고 해도 값이란 게 있는 건데 당신이 살 수 있겠어요?”하현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가 손을 뿌리치며 물건을 카운터에 올렸다.그리고 나서 황보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다른 데 가서 사자고!”황보정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하현을 따라 가게를 나섰다.강우금은 이 광경을 보고 냉소적인 목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다.“그들이 만진 물건들과 지나간 자리 얼른 소독하고 방향제 뿌려!”“저런 싸구려 인간들이 우리 가게를 더렵히게 놔두면 안 되지!”“뭐라고?”“다른 가게에 가서 산다고? 흥! 아무리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