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는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지금 설지연이 그녀를 대놓고 모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이러면 또 어떤가?왕씨 집안 사람이 너무 대단한걸!역시 남원의 일류 가문이다!왕태민은 아직 후계자가 아니라서 변방의 인물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 한 통에 하씨 가문의 하 매니저가 직접 초대장을 보내왔다. 왕씨 집안의 인맥이 너무 대단하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제주에서 하씨 집안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집안이 왕씨 집안인가?설재석은 창자가 파랗게 질릴 정도로 후회했다. 자기가 어떻게 설은아에게 이런 폐물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던가?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이혼시켜야 한다. 그 다음에 이 사위를 호적에 올릴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왕씨 도련님처럼 이렇게 좋은 사위가 있다면 자다가도 웃으면서 깨겠지?앞으로의 삶은 매일 돈을 세면서 살면 되지 않겠는가?뭘 더 할 수 있겠는가?왕태민은 조금 어리둥절했다. 다른 사람들은 하 매니저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고 그는 아주 잘 알았다. 자기 자신은 고사하고 자신의 큰형 왕정민도 하 매니저가 원하지 않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분명 누군가 실수를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는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래야 자신이 더 위풍당당해 질 수 있었다. 이 생각에 미치자 왕태민은 살며시 웃었다.“설씨 어르신 죄송하지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겨우 열 장밖에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수준의 만찬에는 정원이 많지 않습니다.”설씨 어르신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왕태민 도련님 별말씀을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상상을 초월하시네요! 자, 한 잔 받으세요!”그러자 왕태민도 매우 정중하게 말했다.“이왕 이렇게 된 이상 열 장의 초대장을 드렸는데 누가 만찬에 참석할 지 설씨 집안에서 정해보세요.”“네!”설씨 어르신은 초대장 한 묶음을 받았고 그는 바로 미소를 지었다.그를 제외하고 설동수 가족, 설지연 가족 전부 초대장을 받
설민혁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하현 너 네 얼굴 좀 볼 수 없어? 이 초대장은 왕태민 도련님이 부탁해서 받은 게 분명한데 너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왕태민 역시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 뭐 하는 물건이야? 감히 내 공을 가로채?”설동수는 설재석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셋째야! 너 네 사위 꼴 좀 봐라! 빨리 데리고 나가!”“아니면 이 사람을 빨리 문 밖으로 쓸어버리던지!”“나중에 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망신 당하지 말고!”“우리 설씨 집안이 너 때문에 체면을 구길 수 없어!” 하현이 막 무슨 말을 하려는데 설은아가 뺨을 한 대 후려쳤다.“나 따라와!!!”설은아는 이미 이 사람 때문에 창피를 당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늘 그녀는 자신이 받은 모욕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하현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고 끊임없이 그녀를 창피하게 했다. 그녀의 심성이 비록 좋다 할지라도 이 순간에는 이런 좋은 마음씨도 다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술집 밖.설은아는 배꽃에 빗방울이 맺힌 듯 울며 말했다. “하현, 제발 부탁이야!”“설씨 집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내가 어렵게 다져놓은 기업이 이젠 없어졌어!”“나는 남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다시 새롭게!”“나 좀 살려줘. 나에게 살 길을 열어줘. 더 이상 나 좀 창피하게 하지 마!”“네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나는 정말 버틸 수가 없어. 버틸 수가 없다고……”설은아는 울면서 억울한 마음에 불쌍한 여자아이처럼 길가에 쪼그리고 앉았다. 하현의 마음은 비할 데 없이 아팠다.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의 눈물 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은아야. 너 내일 만찬에 가고 싶어?”설은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누가 안 가고 싶겠어? 설씨 집안을 대표해서 가는 건데. 대표해서 가면 나중에 설씨 집안에서 집권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거야.”“설씨 집안이 그 밥통들을 건네 줄 수 있을까?”“게다
호텔 객실.지금 설은아의 표정은 싸늘했고 다른 사람들의 얼굴빛은 괴상하고 기이했다. 방금 설은아가 그들 가족 전부 내일 하씨 후계자의 환영만찬에 모두 참석할 거라고 확실히 선포했다.지금 두 눈빛이 하현에게로 떨어졌다. “자, 여러분 맞춰보세요. 이 놈이 어떻게 초대장을 구했을까요? 도둑질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빼앗은 걸까요?”“어쩌면 어디서 샀을까요?”왕태민이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아마 모르겠지만 이런 초대장을 살 수 있다 해도 일반 사람들은 살 길이 없어요……”“방법이 있다 해도 한 장당 가격이 6억 이상 이에요. 온 가족이 다 같이 가려고 5장을 사도 30억이에요!”“이들 가족이 이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나요?”“있겠지? 설은아가 가지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값어치가 있지 않아?”“근데 이런 물건을 임시로 내놓으면 아마 가격이 많이 깎이지 않을까?”“정말 가엽다. 겨루기 위해서 반지를 다 팔아야 한다니!”설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바보를 바라보는 얼굴이었다. 모두들 무슨 상황인지, 누구 집에 돈이 있고 없는지, 누가 모르겠는가? 설은아는 지금 설씨 회사의 재무에 관여하지 않았다. 서울 쇼핑몰 프로젝트도 지금은 다른 사람이 인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은아 집에 무슨 돈이 있겠는가?설령 있다 하더라도 몇 억으로 버티다 죽을 것이다. 초대장을 사러 전부를 내 놓았나?앞으로 계속 살아 갈 수는 있을까? 비아냥거리는 시선 속에서 종업원이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야채두부들을 보니까 조금 불쌍해 보여. 아니면 찐빵을 갖다 달라고 할까?”설민혁이 호의적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왕태민은 늠름하게 말했다. “설회장님, 저는 설씨 집안이 돈이 모자라 보이지는 않는데요. 최소한 국이 네 개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만에 하나라도 몇 사람이 배고파서 죽으면 불길하잖아요!”“그래요!”설씨 어르신은 손짓을 했다. 곧 설은아 테이블에 야채두부 세 개랑 야채두부탕 한
왕태민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며 돌아섰다. “아이고_____”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 역시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하현 이 폐물이 남원에 오지 않았다면 그와 설은아는 이혼하고 저절로 잘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설은아는 왕태민에게 시집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 일가는 곧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이때 왕태민이 그들 앞을 지나가며 이렇게 거듭 탄식하며 하는 말은 정말 그들로 하여금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다같이 우리 새 별장에 가자.”“오늘 밤 우리 설씨 집에서 마음껏 얘기하면서 놀자. 남원의 발전과 내일 만찬에 대해서도!” “너희들도 다 방청해야 돼. 너희들에게 다 도움이 될 거야!”“그리고 왕태민 도련님, 이번에는 저희가 초대할게요.”설씨 어르신은 지금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설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특히 설재석은 설씨 집안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요 몇 년 동안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밤 그는 자신도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 셋째 너희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거라.”설재석은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아버지, 저는……”“너는 뭐야? 여기엔 네가 필요 없어. 게다가 네 좋은 사위가 그렇게 발악을 하는데, 나는 내 새 별장이 더러워질까 무섭다.”설씨 어르신은 이 말을 뿌리치고 여러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 떠나기 전 설민혁과 설지연이 하현 앞에 와서 웃으며 말했다. “하씨 후계자. 내일 밤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너는 정말 당당한 후계자구나!”“들어갈 수 없으면 설씨네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마. 우리 설씨 집안은 너 같은 놈 때문에 창피당할 집안이 아니니까!”‘후계자’이 세 글자가 나오자 설민혁과 설지연은 비웃었다. 이 데릴사위는 너무 웃기다. 스스로를 후계자
밤새 말없이 다음날 아침까지 설은아는 자료를 뒤졌다. 다음날 저녁까지 설은아는 그에게 조금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불쾌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만찬이 시작될 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 설은아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참지 못하고 마침내 일어서서 말했다. “하현, 나 너 믿어. 나 너에게 모든 걸 걸었어.”“하지만 내가 지금 너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초대장은?”“나는 원래 네가 초대장을 몇 장 구하러 나갈 줄 알았는데.”“하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너는 계속 잠만 잤잖아!”“너 문으로 나간 적도 없고, 거기다 전화 한 통도 안하고!”“네가 준비한 초대장은 어디서 오는 거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이때 설재석과 희정도 참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하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네가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어?”“어젯밤 은아한테 큰 소리 쳐놓고 네가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설씨 집안에서 설 자리가 없어!”하현은 손목 위의 롤렉스 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저랑 같이 가시면 돼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설씨 식구 4명을 데리고 문밖으로 나가 택시를 한 대 잡더니 환영 만찬을 하는 곳으로 왔다. 백운외원!백운외원은 하씨 집안의 백운별원은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하씨 집안에 예속되어 있는 백운산 앞산의 한 개인 장원이다. 평소에 하씨 가문이 귀빈을 접대하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일류 가문들도 만찬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연회가 이곳에서 열리다니, 상상을 초월했다. 택시가 백운외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리에 맥이 풀렸다. 이 곳은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 곳은 일반인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만약 그가 하현이 이 사람들을 여기로 데리고 오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분명 승차를 거부했을 것이다.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곧장 백운외원의 정문으로 걸어갔다.“재미있네. 감히 너희들이 정말 오다니?
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남원에서 십 몇 년 동안 있으면서 조금 진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너 같은 아들이 있다는 게 나는 너무 창피해!”“나는 이전에 네 데릴사위가 폐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역시 그 인물과 같은 셈이야!”“네가 네 사위랑 같은 폐물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 집의 막내가 모두 쓸모없는 놈이네!”“푸하하하……”이 때 그곳에 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설재석에게로 떨어졌다. 이때 설재석은 쥐구멍이라고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하현이 죽을 만큼 미웠다. 이때 설씨 집안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다. 설은아도 이 순간 하현을 보며 실망하는 얼굴이었다. 이후 그들은 다시는 설씨 집안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녀와 하현은 아마 지금부터 의절할 것이다. “초대장도 없이 만찬에 참석하려고?”“너 웃기러 온 거야?”“내가 너한테 사실을 하나 말해줄게!” “설은아, 너 서울에서 성과가 좀 있었다고 생각하지 마. 그냥 우리 설씨 집안 인물이라 그랬던 거야!”“남원에 오니 너 확실히 보고 분명히 알았겠지?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설민혁은 차갑게 웃으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설지연은 다정하게 설씨 어르신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우리 그냥 들어가요. 만에 하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리 설씨 집안도 이런 빈대인줄 알겠어요!”“아이고, 우리 설씨 집안에 이런 창피한 장난감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설씨 집안 모든 사람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기세가 등등하여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설재석은 하현을 매섭게 쏘아보며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했다. 하현은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그들을 보고 있어보세요. 그들은 들어갈 수 없어요.”백운외원 입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현과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금 설민혁은 두려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살짝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건드려? 너 내가 누군지 알아?”“내가 하씨 후계자에게 만찬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한 날 그가 바로 오겠다고 대답했었어.” “네가 감히 우리 설씨 집안에게 미움을 사? 친위대 주제에……”“짝____”대장 같이 보이는 인물이 설민혁의 따귀를 갈기며 바로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더 이상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엔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거야.” 친위 대장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부들부들 떨며 설민혁을 끌고 달아나려고 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설재석이 이 광경을 보고 일종의 말 못할 기쁨을 느꼈다. “하현, 네가 한 말이 맞네. 그들이 들어가지 못했어.”하현이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우리 들어갈 시간이에요.”“싫어! 너는 죽는 게 무섭지 않아? 왕씨 집안이 준 초대장으로도 못 들어갔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겠어?”설재석 부부는 평소에 오만 방자하게 굴며 제멋대로 날뛰는 인물로, 하늘도 무섭지 않고 땅도 두렵지 않다고 할만한 인물들이었는데 지금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설유아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형부, 장난하지 마요……”설은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현, 만약 정말 체면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우리는 초대장도 없는데……”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 둘이 이혼해야 되는 거잖아. 그러니 우리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의 가벼운 표정을 보고 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배짱이 생겼다. “그래, 난 널 믿어. 내가 한 번 봐볼게.”말을 하는 동안 설은아가 적극적으로 하현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마음속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 강한 여자는 이 순간 감정을 억누르며 강행했다. 5명이
설재석, 최희정, 설은아, 설유아……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이 친위대는 그들의 초대장을 검사하기는커녕 그들에게 깍듯이 대하며 백운외원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밖에서 웃음거리를 보려고 준비하고 있던 설민혁과 사람들은 지금 하나같이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들…… 그들이 어떻게 들어 간 거야?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설씨 어르신은 멍한 표정과 불가사의한 얼굴로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했다. 설재석과 희정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쳐다보고는 모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아주 시원하다. 어쨌든 그들은 들어왔다. 설재석은 남원에서 여러 해 동안 숨어 지내며 여기저기 섞여 있으면서 이곳이 얼마나 들어오기 어려운 곳인지를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꿈을 꾸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들어왔네? 훌륭한 사위, 어떻게 한 거야?”이때 그는 호칭마저 바뀌었다. 전에는 하현을 폐물, 쓸모없는 놈, 쓰레기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훌륭한 사위라고 불렀다. 이 순간 그들은 이 사위가 다소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들을 대신해서 체면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희정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 “하현, 네가 전에 네 대학 동창이 남원에서 서울에로 와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었잖아……”“이번에도 그가 도와 준거야?”하현의 그 동창은 그에게 20억도 마음대로 빌려주고, 포르쉐도 주고, 분명 인물이었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미세한 것까지 잘 살피시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맞춰보세요!” “응?”설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동창이 어느 집 가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알 수도 있겠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인물이에요. 돈이 좀 있을 뿐이지 어떤 가문에서 나온 사람은 아니에요.”설재석은 우러러보며 말했다.“그것도 맞아, 남원은 수심이 깊어서 인맥보다는 돈이 더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간민효랑 그냥 평범한 친구 사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설은아의 두 눈에 찬서리가 내려앉았다.“그럼 내가 김탁우랑 그냥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한다면 당신 믿겠어?”“그거랑 이거랑은 달라.”설은아의 말을 듣자마자 하현이 되받아쳤다.“뭐가 달라?”설은아도 지지 않고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긴장감을 올렸다.“김탁우가 이 사진을 주었을 때 우리 부부간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며 약간 망설였었어.”“하지만 지금 보니 이 사진들이 아니었어도 우리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훼손될 감정도 없는 것 같아!”“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 둘 게 있어!”“내 차는 정비한다고 당신 비서 이시운이 가져갔어.”“그래서 일이 끝난 후 김탁우가 마침 가는 길에 날 데려다준 것뿐이야!”“나와 그 사람은 결백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고! 누구와는 정말 다르지!”하현은 설은아의 말에 다소 화가 치밀어 올라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난 당신을 믿어. 하지만 김탁우는 믿지 않아.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야. 설마 당신이 그것을 눈치 못 챌 리가 없을 텐데?”“하현, 함부로 말하지 마! 김탁우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설은아는 얼굴 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내가 이 사진들을 당신 앞에 내놓은 것은 적어도 당신이 조금이라도 반성하길 바래서였어!”“앞으로 이 들개 같은 여자랑 엮이지 말라고 말이야!”“하지만 당신은 결국 나의 호의는 전혀 헤아리지도 못하고 이런 무의미한 질투까지 하고 있어!”“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우리의 재혼에 대해 엄마한테 잘 말할 수 있는지 그런 거나 궁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조건을 내걸었잖아?”“당신을 대구 정 씨 가문 수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그래서 나도 그쪽으로 노력하고 있어...”“뭐?”하
나천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다.“하현, 주광록은 여섯 은둔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주 씨 가문 출신이야.”“은둔가 주 씨 가문은 예전에 금정이 수도였던 시절의 왕가였어.”“그래서 금정 은둔가 중에서 주 씨 가문의 권세가 가장 강해.”“주 씨 가문 사람들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대개가 다 관청이나 관청 산하에 있지.”하현은 생각에 잠긴 듯 살짝 눈썹을 오므렸다.그는 요즘 보이지 않는 세력이 은둔가들을 공격하는 듯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그러나 은둔가 가문들이 자신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까지 발견된 것은 없었다.짚이는 데가 있긴 하지만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나천우 부부와 헤어진 뒤 하현은 다시 집복당으로 돌아가 인테리어 공사하는 것을 둘러보고 몇 가지 풍수적인 사항을 짚어본 뒤 그곳을 떠났다.설 씨 집안으로 돌아온 그는 방에 들어와 창문을 열었다.바로 그때 마세라티 한 대가 집 앞에 멈춰 서는 것이 보였다.차창 아래로 얼굴을 내민 사람은 김탁우였다.곧이어 조수석에서 내리는 설은아의 모습이 보였고 김탁우는 신사다운 점잖은 모습으로 그녀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다.이를 본 순간 하현은 눈빛이 차갑게 식었지만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 설은아는 전혀 들으려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곧 문 앞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방문이 열리자마자 방금 돌아온 설은아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하현이 창가에 서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당신, 방금 다 봤어?”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은아를 쳐다보았다.“그가 당신한테 접근한 것은 분명 다른 의도가 있을 거야.”“다음부턴 만나지 마.”하현이 자신을 힐난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자 설은아는 갑자기 화가 났다.그녀는 냉랭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하현, 지금 상당히 선을 넘은 것 같은데!”“잊지
”오늘은 나천우 부부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의 실랑이는 하지 않을 겁니다!”“하지만 다음엔 절대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때 가서 후회하는 일 없길 바랍니다!”“나천우, 제수 씨. 나 먼저 갈게요!”“다음에 또 얘기해!”말을 마친 후 주광록은 차 열쇠를 들고 불쾌한 낯빛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나이도 젊은 사람이 저렇게 건방지게 굴다니!사기꾼 주제에 감히 날 속이려 해?흥!어림도 없지!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뭐? 죽음의 기운?어이가 없어서 원!하현에 대한 분노로 속이 부글부글거리던 주광록은 이참에 하현의 집복당에 대해서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샅샅이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불법적인 부분이 발견되는 즉시 그의 집복당을 당장 문 닫게 만들 작정이었다.앞으로 하현이 자신 앞에 어떤 얼굴로 찾아올지 두고 볼 참이다.“주 부장님!”“형님!”나천우는 양측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보고 얼른 일어섰다.“형님! 가지 마세요!”“하 대사는 형님을 속이지 않습니다.”“믿어도 된다고요!”“나천우, 나 씨 가문 사람이 되어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머리가 나빠? 풍수지리술 따위를 믿다니!”주광록은 언짢은 듯 한껏 무시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진심으로 충고할게. 이 사기꾼과는 더 이상 왕래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된통 속아서 있는 돈 다 뺏기게 될 거라고!”“사업가로서 이런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말에 의존하지 말고 사업 구상이나 잘 해!”주광록은 분명 나천우 부부까지 원망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말을 마치자마자 주광록은 얼른 뒤돌아서서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고 각자의 운명이 있음을 느끼며 더 이상 주광록의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나천우와 임단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결국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 부부를 따라 쫓아나왔다.하현은 주광록이 검은색 아우디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온통 죽음의 기운이 감돌던 아우디 차체는
하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맞습니다. 바로 이 차 열쇠입니다. 당신 차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괜찮으시다면 차를 좀 보여주시겠습니까?”하현의 말을 듣고 주광록은 피식하고 웃었다.하지만 고위직에 있는 그는 이런 이유로 함부로 욕설을 퍼부을 수는 없었다.단지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나천우를 쳐다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나 사장, 당신이 소개한 이 친구가 농담을 꽤나 잘 하는군.”“오늘은 처음 만난 자리라 농담하는 걸로 알고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하지만 다음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나천우가 또 이런 사람을 소개한다면 그때는 정말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포의 말이었다.나천우는 흔들림 없는 하현의 근엄한 표정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 부장님, 하 대사는 농담을 늘어놓는 사람이 아닙니다!”“조심스럽게 충고를 드리자면 그의 말을 귀담아들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만약 금정 지맥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나천우 부부도 하현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나천우 부부는 오히려 하현의 말에 더 믿음이 확고해졌다.임단은 하현에게 빠르게 메시지를 보냈다.주된 내용은 그들에게 있어 주광록은 인성 좋은 형님이니 어떻게 해서든 그를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주광록이 꽤나 청렴한 관리임을 눈치챈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광록을 쳐다보았다.“주 부장님, 제 말이 거슬렸다면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하지만 들어봐 주시길 권합니다.”“혹시 최근에 이 차를 가지고 묘지를 가 본 적 있거나 어떤 불길한 물건을 본 적 있으세요?”“아니요!”주광록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이 차는 최근에 새로 산 차예요. 최근에는 몰고 다닌 적도 없어요.”“난 묘지에 가 본 적도 없고, 불길한 물건을 본 적도 없어요.”“말하자면 이 차는 오늘 처음 운전한 겁니다!”“평소에 차 열쇠를
나천우는 주광록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장난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형님, 사양하지 마세요.”“하현, 이 형님 좀 봐줘!”“이 형님이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그래!”주광록은 어쩔 수 없이 나천우의 체면을 생각해 몸을 곧게 펴며 말했다.“알았어. 자, 그럼 하 대사 좀 봐 보세요!”방금 두 사람이 악수를 했을 때 하현은 주광록의 몸에 죽음의 기운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죽음의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가?간단히 말해서 사람의 운이 극도로 떨어졌다는 것이다.겉으로 보기에 그의 몸은 여전히 건강한 듯했지만 사람 전체에 생기가 뚝 떨어진 것이다.죽음의 기운은 보통 임종을 앞둔 노인에게만 나타난다.하지만 오래 살지 못할 운명의 사람들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염라대왕이 데려가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가 거역할 수 있겠는가?바로 이런 불길한 기운이 죽음의 기운인 것이다.하현이 자세히 주광록의 얼굴을 보니 역시나 온몸이 죽음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만약 그가 관직에 몸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미 열흘이나 보름 전에 죽었을 것이다.관운이 그를 그나마 비호해 주었기 때문이다.다만 관운이 그를 지켜주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죽음의 기운이 퍼지면 결국 주광록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한참을 주광록에게 시선을 깊숙이 고정했던 하현은 그의 손에 차량 열쇠가 들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아마도 아우디 A8인 것 같았다.하현의 눈에는 바로 이 열쇠가 불길한 기운의 집합체로 보였다.지금 이 순간도 죽음의 기운이 계속 퍼져 주광록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하현은 잠시 눈초리를 가늘게 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 부장님,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제가 보기엔 부장님은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아마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합니다.”“게다가 이 불길한 기운은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겁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잦은 사고가 발생했거나 심각한 병이 덮쳤을 겁니다.”“
나천우의 말을 들은 주광록은 다 이해한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어르신도 참 강경한 스타일이시지.”“예전에는 나한테도 방법을 좀 생각해 봐 달라고 하셨었지. 아는 명의들 좀 소개해 달라고.”“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아는 사람들은 다 당신이 아는 사람들이었어.”분명 주광록은 은둔가 나 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것 같았다.그렇지 않았더라면 나천우의 아버지가 그에게 그런 말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임단은 주광록에게 손수 차를 한 잔 따라주며 말했다.“많이 애써 주신 거 다 알아요.”주광록은 자리에 앉은 뒤 나천우 부부를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싱긋 웃었다.“그런데 두 분이 이렇게 느긋하게 차도 마시러 나올 기분이 되었다니, 아마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지?”“하하하! 확실히 해결되긴 했죠!””안 그랬으면 주 부장님의 혜안이 밝았다고 할 수 없죠, 안 그래요?”“그리고 이 모든 게 다 하 대사 덕분입니다.”“주 부장님, 제가 소개해 드리죠.”“이분은 저와 형제나 다름없고 저의 귀인이자 뛰어난 풍수지리사, 하현입니다!”“또한 우리 부부의 오랜 골치거리였던 아픈 문제를 해결해 주었습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하현, 이분은 금정 관청 주택건설부 부장님이신 주광록, 내 형님이나 마찬가지야.”“앞으로 금정개발에 무슨 어려움이 있거나 누군가 집복당을 괴롭히는 일이 있다면.”“언제든지 주 부장님한테 전화해. 그러면 그가 모든 걸 책임지고 해결해 줄 거야! 장담해!”하현은 나천우가 자신을 위해 금정의 인맥을 소개해 준 것임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다지 탐탁지는 않았지만 오른손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주 부장님, 안녕하세요.”주광록도 하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말했다.두 사람의 손바닥이 닿은 순간 하현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주광록을 바라보았다.죽음의 기운?한창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주광록의 몸에서 죽음의
하현의 말에 임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원래 이 일을 몰래 진행하려고 했었다.그런데 하현의 조언을 듣고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몰래 땅을 취하려고 하면 상대는 이 땅에 뭔가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훼방을 놓으려 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정개발이 이여웅과 경쟁하기 위해 완전히 악수를 두는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하며 정신 나갔다고 생각할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소한의 대가로 이 쓰레기 매립장을 차지할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의 충분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금정 화원 유적지를 찾는 순간 이 프로젝트는 홍보도 없이 단숨에 유명해질 수 있다.임단의 눈에 감격에 겨운 빛이 가득 흘러넘쳤다.그녀는 하현이 크게 화를 낼 줄 알았다.그런데 그는 진작부터 그녀를 도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임단으로서는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양측 사이에 일어난 약간의 오해가 풀렸을 즈음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웅웅웅!”식사가 반쯤 이루어졌을 때 나천우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잠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은 뒤 빠르게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하현, 잠시 후에 아주 중요한 인물이 올 거야.”“당신이 이래저래 사람을 만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하지만 이 사람은 알고 있으면 당신의 풍수관에도 큰 도움이 될 거야!”“만약 그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당신은 금정에서 훨씬 운신의 폭이 커질 거야.”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은둔가의 나 씨 가문 나천우가 이렇게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상당한 신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군데?”나천우는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약 30분이 지나자 노크 소리가 들렸고 임단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나천우, 아, 제수씨도 계셨네요? 이제 두 분의 사업이 크게
”무덤에 가서 단련을 해요?”노인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사님, 저는 일찍 일어나서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기껏해야 옆에 있는 공원에 가는 거예요. 무덤에 가지 않습니다!”“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가장 꺼리는 거예요!”노인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무덤에 가 본 적이 없는 그가 왜?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그럼 길에서 현금을 주운 적이 있습니까? 그 안에 조심스럽게 접힌 종이가 있어서 혹시 그 종이를 들고 장수를 빌어 달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까?”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하현은 노인을 자세히 응시했지만 음기는 이미 사라졌기 때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어딘가에서 음기에 접했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니 돌아가셔서 계속 조심하세요. 어르신의 체질로 봤을 때 해가 뜨기 전에는 외출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하현의 말을 들은 노인 부부는 삼만 원을 남기고 떠났다.하현은 의아한 듯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가 아직 남아 있는 손님들의 문제를 해결했다.다행히 이 손님들은 기본적인 택일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도 않았다.거의 정오가 다 되었을 무렵 하현은 나박하에게 전화를 걸어 금정 남쪽 편에 있는 금공관으로 갔다.두 사람이 예약한 방에 막 도착하자마자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나천우와 임단이 일어섰다.임단은 직접 하현에게 차를 따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당신이 금정개발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 주었는데 내가 별로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어!”“게다가 당신이 써 준 종이에 물까지 묻혀 망가뜨리다니!”“다 내 잘못이야.”나천우도 미안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당신이 한 말이 자꾸 떠올랐어. 젊은 나이에 풍수지리술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해.”“금정의 지맥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지금까지 금정의 그 수많은 대사들은 좋은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결국 당신이 발견했어!”“당신한테 정말
”다만...”화성봉은 종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 지맥도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물이 묻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이곳은 공중 정원의 유적지가 있었던 곳입니다.”“그런데 이곳의 좌표가 없으면 우리는 그 지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금정 화원의 진위 여부를 세상에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안타까워하는 화성봉의 말을 듣고 현장에 있던 임원들의 시선이 갑자기 임단에게 쏠렸다.은연중에 그들의 얼굴에는 불만의 기색이 슬몃슬몃 떠올랐다.“우선, 내가 전화해서 하현에게 물어보겠습니다...”임단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다음 날 아침.일찍부터 집복당에서 인테리어를 지켜보던 하현은 나천우와 임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그들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현에게 청했다.하현은 금정개발에 관련한 일임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거절하지 않았다.서둘러 황보정에게 자신의 일들을 맡긴 뒤 그는 떠날 채비를 했다.그러나 하현이 문을 나서기도 전에 장용호가 당황한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대사님, 큰일 났습니다. 누가 쓰러졌어요.”“우리 집복당 앞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그는 최근 며칠 동안 밤마다 유령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해서 견디다 못해 이곳으로 왔다고 했어요.”“줄을 서라고 했더니 결국 기절해서 입에 거품까지 물었어요...”장용호는 은근히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가 손을 쓰는 도중에 쓰러지기라도 했다면 자신에게 오명이 씌였을 터였기 때문이다.하현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서둘러 로비로 다시 들어갔다.로비에는 예닐곱 명의 손님들이 회색 가운을 입은 노인을 둘러싸고 있었다.노인은 완전히 기절한 채 가끔 경련을 일으키며 입가에 흰 거품을 물고 있었다.그의 옆에는 아내로 보이는 사람이 통곡을 하고 있었다.“안 죽는다고 버티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잖아요?”“진작에 집복당에 가자고 했건만 괜찮다고 그렇게 버티더니 이게 뭐예요? 시간만 끌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