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민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하며 돌아섰다. “아이고_____”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 역시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만약 하현 이 폐물이 남원에 오지 않았다면 그와 설은아는 이혼하고 저절로 잘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설은아는 왕태민에게 시집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 일가는 곧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이때 왕태민이 그들 앞을 지나가며 이렇게 거듭 탄식하며 하는 말은 정말 그들로 하여금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다같이 우리 새 별장에 가자.”“오늘 밤 우리 설씨 집에서 마음껏 얘기하면서 놀자. 남원의 발전과 내일 만찬에 대해서도!” “너희들도 다 방청해야 돼. 너희들에게 다 도움이 될 거야!”“그리고 왕태민 도련님, 이번에는 저희가 초대할게요.”설씨 어르신은 지금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설재석과 희정 두 사람도 기대하는 눈빛으로 설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 특히 설재석은 설씨 집안의 중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요 몇 년 동안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밤 그는 자신도 이 자리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설씨 어르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자, 셋째 너희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거라.”설재석은 약간 망설이며 말했다.“아버지, 저는……”“너는 뭐야? 여기엔 네가 필요 없어. 게다가 네 좋은 사위가 그렇게 발악을 하는데, 나는 내 새 별장이 더러워질까 무섭다.”설씨 어르신은 이 말을 뿌리치고 여러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 떠나기 전 설민혁과 설지연이 하현 앞에 와서 웃으며 말했다. “하씨 후계자. 내일 밤 우리를 실망시키지 마!”“너는 정말 당당한 후계자구나!”“들어갈 수 없으면 설씨네 데릴사위라고 말하지 마. 우리 설씨 집안은 너 같은 놈 때문에 창피당할 집안이 아니니까!”‘후계자’이 세 글자가 나오자 설민혁과 설지연은 비웃었다. 이 데릴사위는 너무 웃기다. 스스로를 후계자
밤새 말없이 다음날 아침까지 설은아는 자료를 뒤졌다. 다음날 저녁까지 설은아는 그에게 조금도 원망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불쾌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만찬이 시작될 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 설은아는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참지 못하고 마침내 일어서서 말했다. “하현, 나 너 믿어. 나 너에게 모든 걸 걸었어.”“하지만 내가 지금 너를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초대장은?”“나는 원래 네가 초대장을 몇 장 구하러 나갈 줄 알았는데.”“하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너는 계속 잠만 잤잖아!”“너 문으로 나간 적도 없고, 거기다 전화 한 통도 안하고!”“네가 준비한 초대장은 어디서 오는 거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이때 설재석과 희정도 참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왔다.“하현, 도대체 뭘 하려는 거야?”“네가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어?”“어젯밤 은아한테 큰 소리 쳐놓고 네가 이것을 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설씨 집안에서 설 자리가 없어!”하현은 손목 위의 롤렉스 시계를 한 번 보았다. “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저랑 같이 가시면 돼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설씨 식구 4명을 데리고 문밖으로 나가 택시를 한 대 잡더니 환영 만찬을 하는 곳으로 왔다. 백운외원!백운외원은 하씨 집안의 백운별원은 아니었지만, 마찬가지로 하씨 집안에 예속되어 있는 백운산 앞산의 한 개인 장원이다. 평소에 하씨 가문이 귀빈을 접대하는 곳이다. 평상시에는 일류 가문들도 만찬에 참석할 자격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연회가 이곳에서 열리다니, 상상을 초월했다. 택시가 백운외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다리에 맥이 풀렸다. 이 곳은 굉장히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이 곳은 일반인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만약 그가 하현이 이 사람들을 여기로 데리고 오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분명 승차를 거부했을 것이다.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곧장 백운외원의 정문으로 걸어갔다.“재미있네. 감히 너희들이 정말 오다니?
설씨 어르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는 네가 남원에서 십 몇 년 동안 있으면서 조금 진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어!”“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너 같은 아들이 있다는 게 나는 너무 창피해!”“나는 이전에 네 데릴사위가 폐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너 역시 그 인물과 같은 셈이야!”“네가 네 사위랑 같은 폐물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 집의 막내가 모두 쓸모없는 놈이네!”“푸하하하……”이 때 그곳에 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비아냥거리는 시선이 설재석에게로 떨어졌다. 이때 설재석은 쥐구멍이라고 찾아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하현이 죽을 만큼 미웠다. 이때 설씨 집안 모든 사람들 앞에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자존심을 모두 잃어버렸다. 설은아도 이 순간 하현을 보며 실망하는 얼굴이었다. 이후 그들은 다시는 설씨 집안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녀와 하현은 아마 지금부터 의절할 것이다. “초대장도 없이 만찬에 참석하려고?”“너 웃기러 온 거야?”“내가 너한테 사실을 하나 말해줄게!” “설은아, 너 서울에서 성과가 좀 있었다고 생각하지 마. 그냥 우리 설씨 집안 인물이라 그랬던 거야!”“남원에 오니 너 확실히 보고 분명히 알았겠지?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설민혁은 차갑게 웃으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설지연은 다정하게 설씨 어르신의 팔을 부축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우리 그냥 들어가요. 만에 하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리 설씨 집안도 이런 빈대인줄 알겠어요!”“아이고, 우리 설씨 집안에 이런 창피한 장난감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설씨 집안 모든 사람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하현을 한 번 쳐다보더니 기세가 등등하여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설재석은 하현을 매섭게 쏘아보며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어 했다. 하현은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그들을 보고 있어보세요. 그들은 들어갈 수 없어요.”백운외원 입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하현과 사람들을 떠올리며 지금 설민혁은 두려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살짝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건드려? 너 내가 누군지 알아?”“내가 하씨 후계자에게 만찬에 참석해달라고 초청한 날 그가 바로 오겠다고 대답했었어.” “네가 감히 우리 설씨 집안에게 미움을 사? 친위대 주제에……”“짝____”대장 같이 보이는 인물이 설민혁의 따귀를 갈기며 바로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더 이상 물러나지 않으면 다음엔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거야.” 친위 대장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설씨 집안 사람들은 부들부들 떨며 설민혁을 끌고 달아나려고 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설재석이 이 광경을 보고 일종의 말 못할 기쁨을 느꼈다. “하현, 네가 한 말이 맞네. 그들이 들어가지 못했어.”하현이 웃으며 설은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우리 들어갈 시간이에요.”“싫어! 너는 죽는 게 무섭지 않아? 왕씨 집안이 준 초대장으로도 못 들어갔는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겠어?”설재석 부부는 평소에 오만 방자하게 굴며 제멋대로 날뛰는 인물로, 하늘도 무섭지 않고 땅도 두렵지 않다고 할만한 인물들이었는데 지금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설유아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형부, 장난하지 마요……”설은아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현, 만약 정말 체면을 위해서 그러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우리는 초대장도 없는데……”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들어가지 못하면 우리 둘이 이혼해야 되는 거잖아. 그러니 우리 한 번 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하현의 가벼운 표정을 보고 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약간의 배짱이 생겼다. “그래, 난 널 믿어. 내가 한 번 봐볼게.”말을 하는 동안 설은아가 적극적으로 하현의 손을 잡았지만 그녀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마음속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 강한 여자는 이 순간 감정을 억누르며 강행했다. 5명이
설재석, 최희정, 설은아, 설유아……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으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이 친위대는 그들의 초대장을 검사하기는커녕 그들에게 깍듯이 대하며 백운외원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밖에서 웃음거리를 보려고 준비하고 있던 설민혁과 사람들은 지금 하나같이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그들…… 그들이 어떻게 들어 간 거야? 이게…… 어떻게 이럴 수가?”설씨 어르신은 멍한 표정과 불가사의한 얼굴로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했다. 설재석과 희정이 고개를 돌려 한 번 쳐다보고는 모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아주 시원하다. 어쨌든 그들은 들어왔다. 설재석은 남원에서 여러 해 동안 숨어 지내며 여기저기 섞여 있으면서 이곳이 얼마나 들어오기 어려운 곳인지를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꿈을 꾸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들어왔네? 훌륭한 사위, 어떻게 한 거야?”이때 그는 호칭마저 바뀌었다. 전에는 하현을 폐물, 쓸모없는 놈, 쓰레기라고 불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훌륭한 사위라고 불렀다. 이 순간 그들은 이 사위가 다소 쓸모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들을 대신해서 체면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희정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 “하현, 네가 전에 네 대학 동창이 남원에서 서울에로 와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었잖아……”“이번에도 그가 도와 준거야?”하현의 그 동창은 그에게 20억도 마음대로 빌려주고, 포르쉐도 주고, 분명 인물이었다.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미세한 것까지 잘 살피시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맞춰보세요!” “응?”설재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동창이 어느 집 가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알 수도 있겠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무대에 오르지 못한 인물이에요. 돈이 좀 있을 뿐이지 어떤 가문에서 나온 사람은 아니에요.”설재석은 우러러보며 말했다.“그것도 맞아, 남원은 수심이 깊어서 인맥보다는 돈이 더
설재석과 사람들은 모두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왕태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왕씨 집안이라는 배경이 있어서 이런 일들은 가볍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심지어 왕태민이 한 마디만 하면 그들 집안은 내팽개쳐질 수도 있었다. 설은아는 찡그린 얼굴로 왕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왕 도련님, 저희는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원한이 없어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뭐에요?” 왕태민은 미소를 지으며 설은아의 귀에 가까이 대고 겨우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인 내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니 이건 너에게 영광이야. 근데 뜻밖에도 너는 이 폐물과 이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네?” “너는 도련님인 나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구나!”“하지만 너희 두 자매가 오늘 나와 봄철의 밤을 함께 하기만 한다면 내가 너희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 어때?”“아마 나중에 너희들에게 프로젝트 하나 더 해줄 수도 있고, 괜찮지 않아?”“당신…… 당신 염치도 없군요!”설은아가 어떻게 이런 조건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설은아로 말할 것 같으면 그녀를 때려 죽여도 이런 조건을 들어 줄 리가 없었다. “좋아. 그럼 너 기다려봐.”왕태민은 소리 없이 온통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 떠나갔다. 은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하현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은아야, 왜 그래? 왕태민이 어떻게 하려고 했어?”설은아는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야.”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녀는 속으로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왕태민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분명 뭔가 다음 액션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하현이 어떻게 그와 맞설 수 있겠는가?오늘 밤 요행만 잘 비켜가라. 설은아는 마음속이 내내 불안해 안절부절 못했다. 그런데 반쯤 걸어갔을 때 갑자기 열 명의 양복을 입은 하씨 친위대가 하현의 다섯 사람들을 에워쌌다. 이 사람들은 하씨 집
“초대장 빨리 꺼내!”왕태민은 살기가 등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초대장이 없어도 돼.”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하하. 대장, 당신 들었어? 초대장도 없으면서 뭐가 필요가 없다고 하는 거야?”왕태민은 껄껄대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이 데릴사위는 확실히 문제가 있네. 아마 담장을 넘어서 기어 들어온 게 분명해!”이 친위대장은 조금 의심을 했다. 그는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직책이 있었기에 지금 바로 명령을 내렸다.“이 사람들을 먼저 보안실로 데리고 가서 자세히 조사해봐!”설재석과 사람들은 순간 당황했다. 만약 끌려가서 심문을 당하면 그들은 분명 백운외원에서 쫓겨 나게 될 것이다. 지금 설씨 집안 사람들이 아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텐데.이렇게 나가게 되면 그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겠는가?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잠깐만! 언니, 우리 정문에서 보안실을 지나서 들어왔잖아!”“초대장이 없는데 그들이 무슨 증거로 우리를 보안실로 지나가게 할 수 있었겠어요? 우리는 잘못도 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설유아는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말을 듣자, 왕태민은 웃으며 말했다. “여동생, 거짓말도 그럴싸하게 해야지! 너희가 들어온 뒤에 초대장을 버렸다고 해도 이 거짓말 보다는 진짜 같지 않아?”“너희들 여기가 어딘지 모르나 본데 내가 너희들에게 경고 하나 하지!”“여기는 백운외원이야!”“하씨 가문 사람이라도, 하씨 후계자라도, 들어오려면 초대장이 있어야지!”“초대장이 없는 사람은 문제가 있어!”“손님들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초대장을 확인해야겠어.”그 친위대장도 분명하게 입을 열었다. 분명 이 만찬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신분은 매우 높았다. 초대장으로 신분을 증명하지 않고 어떻게 이렇게 높으신 분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다 데리고가!”그리고 친위대장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있으면 이렇
친위대장도 지금 시큰둥한 얼굴이었지만 하씨 가문에서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충동적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 본 뒤에야 천천히 말했다. “좋아, 그럼 우리 하 매니저님이 너 같은 데릴사위를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좀 봐야겠네!”이 말을 듣고 왕태민은 더욱 기뻤다. 보아하니 이 연극은 더 흥미진진해 질 것 같다. 지금 주변에는 사람들로 둘러싸였다. 설재석 부부와 설은아 자매는 지금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창피해! 정말 너무 창피해!이 친위대장은 재빨리 하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상대방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고 나자 친위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다. 하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이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그의 무릎도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자신이 전설의 그분에게 폐를 끼치다니, 감히 내가……“알겠습니다…… 하 매니저님……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습니다……”이때 친위대장은 부르르 떨며 말했다. 왕태민은 기대하는 눈으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장, 하 매니저님이 뭐래요? 이 데릴사위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하던가요?”“탁______”비할 데 없이 우렁찬 따귀로 그에게 대답을 해주었다. 왕씨 집안 사람은 또 어떻게 됐는가?손바닥을 떼어내자 왕태민의 몸은 날아가 버렸고, 바닥에 떨어졌을 때 돼지 머리와 같이 얼굴이 바로 부어 올랐다. “왜…… 왜…… 네가 감히 나를 때려……”“나는 왕씨 집안…… 왕태민……”“왕태민은 의아한 얼굴이었다. 그는 왕씨 집안 사람이다!하씨 가문이 하늘이라 해도 친위대장은 그들이 고용한 사람 하나일 뿐인데, 감히 자기에게 손을 대다니?이 친위 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가 그가 말하지 못하게 왕태민의 얼굴을 짓밟았다. “왜냐고?”“너 왜 그러는지 몰라?”“하 선생님과 설씨 아가씨 일행은 우리의 귀한 손님이야!”“네가 사적인 일로 우리 하씨 가문을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
하현은 여음채의 말을 듣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페낭은 정말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이렇게 공공연하게 정경유착이 만연할 줄이야!하현의 표정을 살피던 여음채는 순간 하현이 겁을 먹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자 여음채는 다시 의기양양한 기운을 내뿜으며 이를 악물고 하현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았다.“왜? 무서워?”“이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겠어?”“지금이라도 용서를 빌면 봐줄 수도 있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억세게 불행한 일들뿐일 거야!”말을 하는 동안 여음채는 부일민에게 손짓을 하며 다른 의료진과 경호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하현 일행을 겹겹이 에워쌌다.기세등등하게 하현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그들 무리는 당장이라도 덤벼들 듯 사나운 모습이었다.이 광경을 본 여음채는 더욱 득의만만해져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이봐, 이제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 어서 사과하고 내 신발 밑창을 개처럼 깨끗이 핥아!”“그렇지 않으면 당장 오늘 밤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야!”강옥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하구봉은 콧방귀를 뀌며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주위의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하현에게 다가올 불운을 생각하며 탄식했다.아무리 거세게 싸운다고 해도 경찰관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설마 하현 일행은 법이라도 어기려는 건가?하현은 냉담한 얼굴로 여음채의 얼굴에 시선을 던졌다가 이내 평온한 표정이 되었다.“내가 감옥에 갈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 그런데 어떻게 이익만 챙기고 인명을 돌보지 않는 거야?”“멀쩡한 병원이 사기꾼 소굴이 되어 관광객을 속이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군.”“당신들 오늘 잘 만났어. 당신들은 이제 좋은 날 끝났어.”“이 병원, 망하게 해 줄게.”하현의 말을 들은 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코웃음을 쳤다.그녀들은 허
잠시 후 넋이 나간 듯 멍하던 여음채는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배를 움켜쥐고 일어나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날 걷어차?”“내 엄마가 누군지 알아?”“당신은 누구야? 의료 윤리를 저버린 원장 아니야?”하현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말했다.“때린 건 당신이야.”“뭐?”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하현의 목소리와 행동에 여음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하현을 가리키며 호통쳤다.“모두 저놈을 죽여!”“일이 터지면 내가 다 수습할 거야!”그녀의 말에 수십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사납게 웃으며 하현을 에워쌌다.강옥연은 이런 막무가내 인사를 본 적이 없었다.병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결국 강옥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조심해!”그녀의 말을 들은 부일민은 냉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우리 원장님한테 미움을 산 사람은 살아남지 못해!”예쁘장한 간호사들은 앳된 얼굴로 눈을 흘기며 거들었다.“흥! 조심해 봤자 소용없어! 죽어야 해!”주위를 둘러보던 환자와 의료진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탄식하듯 깊은 한숨을 쉬었다.여음채의 인품이 별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그녀의 영향력과 인맥은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페낭 병원에서 누가 감히 그녀한테 대들 수 있겠는가?아무 물정 모르는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하필 여음채를 건드리다니!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인가?이때 선두에 선 경호원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하현에게 다가왔다.그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까딱 꺾으며 광분한 사냥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이놈아!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어디라고? 눈을 어디다 둔 거야?”“퍽!”“앗!”경호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듣기 귀찮다는 듯이 손바닥을 휘둘러 그를 내동댕이쳤다.맨 앞에 있던 경호원은 눈앞이 캄캄해졌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기절하고 말았다.기절했어?!이 광경을 보고 놀
앞뒤 사리를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여음채의 모습에 강옥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뭐가 모욕이에요?”“당신들은 환자를 구하고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데 환자를 구하기는커녕 무슨 스타가 나타났다고 부리나케 쫓아다니지 않았냐구요?!”“응급실에 30분씩이나 방치해 놓고 이제 와서 보증금은 돌려주지 못하겠다니요?”“당신들 같은 병원이 무슨 의료 윤리 의식이 있겠어요?”“병원이 아니라 사기 소굴이에요!”강옥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식약청에 고소할 거예요!”하현은 침착한 눈빛으로 여음채의 표정을 살피다가 하구봉에게 원가령의 안전을 보호하라는 손짓을 했다.아마도 강옥연의 강경함에 여음채는 일을 처리하기가 좀 곤란해졌다고 느꼈을 것이다.여음채는 눈빛이 서늘해지더니 달려오는 수십 명의 경비원들에게 하현 일행을 포위하라고 손짓하며 지시했다.이어 그녀는 경멸하는 표정으로 긴 다리를 뻗으며 다가와 말했다.“우리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고 잘못을 하면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해.”“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해. 그리고 내 신발 밑창을 깨끗이 핥아. 그뿐만 아니라 우리 부일민 의사에게 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덮어 두겠어!”“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지 마.”“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당신들은 칠흑 같은 남양 감옥에 갇히게 될 거야!”“1년 반 동안 안에서 통곡만 하다가 세월을 보내게 될 거라고!”분명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했다.여음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주 능수능란했다.어떤 외국인이라도 감히 페낭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는 모두 이런 꼴을 당했을 것이다.부일민 일행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채 고소하다는 듯 히죽거렸다.큰소리 뻥뻥 치더니 하현이 아주 제대로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페낭 거물도 아닌데 감히 페낭 병원에 와서 행패를 부려?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르는 거지!강옥연은 한기를 가득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은 아주 법도 뭣도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