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오의 주먹이 가슴속 분노를 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렸다.맹렬한 기세로 그의 얼굴이 끓어올랐다.용천오는 완전히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 같았고 확실히 전신의 문턱에 닿은 사람처럼 기세가 천지를 뒤흔들 정도였다.다만 원래 그는 절정의 병왕 정도일 뿐이고 약을 먹어서 당분간은 전신의 실력을 유지할 수 있을 뿐이다.하현은 이런 정도의 실력자를 상대하는 데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왼손으로 의식을 잃은 설은아를 끌어안고 오른손을 마구 휘둘렀다.“촥촥!”날카롭고 예리한 소리와 함께 용천오의 몸이 움찔하더니 그대로 7~8미터를 날아가 땅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동시에 용천오의 얼굴에는 시뻘건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그는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당신, 도대체 뭐야?”“어떻게 이런 무서운 실력을?!”하현은 올가미 같은 음모를 꾸밀 뿐만 아니라 상대를 능가하는 실력을 겸비한 사람이었다.문제는 그 실력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이다.방금 하현의 공격을 상대하느라 용천오는 이미 자신이 가진 능력의 7할을 소모했다.하지만 하현을 물리치기는커녕 그가 휘두른 손바닥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체면이 말이 아니기도 해서 괴로울 따름이었다.비록 무학당 체인점 문제로 인해 하현의 실력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던 용천오라도 그가 이 정도로 자신을 능가하는 실력을 가졌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용천오는 수년간 와신상담하며 무수한 인력과 자산을 들여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그러나 지금 그는...하현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용천오는 이를 악물고 다시 앞으로 나갔다.이번에는 모든 총력을 동원해 하현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용천오의 동작은 기이하기 이를 데 없이 빨랐고 모든 수단과 방법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살상력이 담겨 있는 듯 매서운 기세를 뿜었다.마치 그가 가진 모든 기세로 하현의 온몸을 꽁꽁 묶어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
그 누구도 아닌 용천오였다!용 씨 가문 강력한 후계자 세 명 중 한 명인 용천오!용 씨 가문의 미래 예비 문주 중 한 사람!그런 그가 왜 이렇게 무력한 모습이 되었을까?왜 이렇게 고꾸라졌을까?다들 어안이 벙벙하고 머리가 멍해졌다.그들은 모두 용천오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인도에서 공수한 약을 먹은 후 그의 실력은 더욱 일취월장해 전신의 경지에 오른 그였다!그런데 왜 이렇게 허망한 꼴이 되었을까?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피비린내 나는 진실은 이렇게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져 있었다.완전히 폐인이 된 용천오!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순간 장내 어디서도 격앙된 사람들은 없었고 복수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절망적인 모습이었다.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평소에 하늘도 땅도 두려울 것이 없었지만 용천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자 그들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다.눈을 질끈 감고 있던 몇몇 여자들은 조심스럽게 눈을 뜨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하현이 이렇게 강한 상대였다니?!양복 차림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서로를 쳐다보며 멀뚱거렸다.비록 그들의 손에는 총과 칼이 남아 있었지만 하현의 곁에는 설은아라는 걸림돌이 있었다.그래서 그 누구도 감히 하현과 끝까지 싸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하현은 장내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사람들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모두들 항복해.”항복?!이 말을 듣자마자 수십 명의 사내들은 피를 토할 뻔했다.겨우 하현 한 사람인데 이 많은 무리들을 두고 항복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다니!하 씨 이놈은 정말이지 오만방자한 놈이 아닐 수 없었다.사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죽여!”“이놈에게 복수가 뭔지 제대로 알려줘!”몇몇 우두머리들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이놈이 죽지 않으면 용천오가 우릴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게다가 지금까지 우리가 어려웠을 때 용천
”쾅!”하현이 의식을 잃은 설은아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을 때 십여 대의 벤츠 차량들이 기세등등하게 담장을 부수고 돌진해 왔다.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사방에 퍼졌다.곧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이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그들은 하나같이 관자놀이가 불뚝 솟아 있었고 눈동자에서는 매서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한눈에 딱 봐도 모두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잠시 후 그들은 바로 흩어져서 한 손으로 설은아를 부축한 하현을 에워싸 포위했다.용천오 뒤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사내들도 들이닥치는 이 남자들을 보고 하나같이 굳은 얼굴이 되었다.땅바닥에서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던 용천오조차도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그리고는 하현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가득 담은 채 고개를 돌렸다.당신도 나처럼 이제 곧 죽은 목숨이라는 무언의 눈빛이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자코 무도 고수들을 바라보았다.하지만 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멀리서 열두 대의 무장 헬기가 선회하며 날아오고 있었다.무장 헬기들의 문이 열리는 순간 석궁이 등장했고 뒤이어 최신식 총이 튀어나왔다.살기를 가득 품은 그들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흉악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용천오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공포가 밀려왔다.하현도 지금은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약속대로라면 지금 나오는 사람은 용천진이어야 옳았다.용천오를 뭉개버리는 일은 용 씨 가문 사람이 해야 보기에 이치가 더 맞아 보이는 일이었다.우웅!멀리서 핏빛을 몰고 오듯 벤츠 차량이 매섭게 질주해 왔다.문이 열리자 양복을 입은 네 명의 남자가 민머리 남자를 에워싸고 내렸다.민머리 남자는 서른 살 정도에 키는 170센티미터 이쪽저쪽으로 보였지만 걸을 때마다 풍기는 아우라는 말도 못 할 지경이었다.보석을 박은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어 더욱 귀티가 흐르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섬뜩한 미소
”뭐? 감히 우리 용 씨 가문의 용천오를 협박하다니?”“용천오가 우리 용 씨 가문 유력 후계자 세 명 중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걸 몰라?”“용천오를 모욕하는 것은 우리 용 씨 가문의 존엄을 건드리는 것과 같아!”용철구는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허리춤에 있던 칼집에서 칼을 빼내 하현의 이마를 향했다.“순순히 내 말 들어. 그렇지 않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날 원망해도 소용없어!”용철구는 용천진의 사람도 아니고 용천오의 사람도 아니었다.오히려 그는 용 씨 가문 세 도련님 중 가장 몸을 낮추고 있는 용천두의 사람이었다.용천두는 하현과 용천진이 맺은 동맹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지 못했지만 이해타산을 따져 보았을 때 용천진이 용천오를 짓밟는 꼴은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용천오가 죽지 않는 한 용 씨 가문 삼파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만약 용천오가 정말로 죽는다면 용천두는 용천진과 싸워야 한다.사실 용천두는 아직 용천진과 맞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 밤 용철구를 내보낸 것이다.용천오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용철구가 나타나는 것을 본 순간 자신에게 일말의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래서 용천오는 먼저 머리를 조아리고 용철구에게 납작 엎드린 것이다.자신이 해야 할 것은 이제 용철구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뿐이라고 믿었다.그렇게 해서 하현에게 누명을 씌우는 데 성공한다면 지금 당장 그를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절대로 하현은 누명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용철구도 자신이 이 자리에 나타남으로써 용천두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래서 나타나자마자 용천오에게 협조하기 시작한 것이다.“내 말 못 들었어?”“순순히 따르지 않다가 나중에 후회하며 날 원망하지나 마.”“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나는 용 씨 가문 관사이자 노부인을 모시는 사람이야!”“무성에서 우리의 말은 법이나 상관없지!”“우리 말을 순순히 듣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억울하지!”하현은 결백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난 그냥 내 아내와 지나가는 길이었어.”“그런데 내가 지나가려고 했을 때 용천오가 마영아를 때리는 것을 보았어.”“얼핏 보니 마영아도 용천오를 때리는 것 같았고.”“두 사람이 서로 때리고 아주 가관이 아니었지!”“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말리게 되었고 결국 이렇게 된 거야.”“당신이 믿든 안 믿든 이건 사실이야...”“다른 일이 없다면 난 먼저 가 봐야겠어.”“내 아내가 방금 이 피비린내 나는 상황에 놀라 기절했거든. 얼른 병원에 데려가야 되어서 말이야.”말을 하면서 하현은 설은아를 부축해 도요타 엘파 뒷좌석에 올라탔다.그가 운전석으로 옮기려고 하자 용철구가 얼른 다가와 차 문을 발로 뻥 차서 닫아버렸다.“날 바보 취급하는 거야?”“마영아는 용천오가 가장 신임하는 비서야. 그녀는 죽었다 깨어나도 용천오에게 손을 댈 사람이 아니야!”“미안하지만 누명을 씌우려거든 좀 더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대!”“보아하니 사람들을 때린 사람은 당신이로군!”“쓸데없는 소리 말고 우리와 함께 같이 좀 가야겠어. 조사에 순순히 협조해!”“만약 당신이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우리도 당연히 정의에 따라 당신을 풀어줄 거야.”“조사?”“정의에 따라?”하현은 냉소를 금치 못했다.“노부인의 친위대가 언제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둔갑했지?”“왜? 당신은 왕법과 규칙 위에 군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나를 조사하는 건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어.”“하지만 관청에 정식으로 보고해서 경찰서 수사팀장을 보내라고 해!”“당신 용철구만으로는 자격이 부족해!”용철구는 하현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그가 무성을 걸어 다니면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용철구는 하현의 두 눈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소리쳤다.“닥쳐!”“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변론할 필요 없어. 다만 당신이 지금 하는
금박으로 된 명함이었다.위쪽에는 다른 문양이나 글자는 없고 용인서 세 글자뿐이었다!하지만 위용이 넘치며 힘이 묻어나는 이 세 글자를 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특히 용천오의 안색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용인서는 용 씨 가문 문주이자 용문의 문주였다.비록 그가 용 씨 가문에 있는 시간이 적고 실질적으로 용 씨 가문은 노부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용인서라는 세 글자는 용 씨 가문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위신을 자랑하고 있었다.이 명함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지만 그가 직접 쓴 것이라면 하현에 대한 그의 신임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사람들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용천오의 안색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의 모든 용 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도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어떻게 하현이 이런 물건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사실 이 명함은 예전부터 용인서가 하현에게 준 것이었지만 하현은 계속 지니고 있으면서도 딱히 쓸 일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이 물건이 쓸모가 있을 줄이야!용철구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던 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왜? 명함 처음 봐?”“처음 본다고 해도 이 세 글자는 알겠지?”“용 씨 가문의 문주라는 거?”용철구는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리며 차가운 눈초리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새끼가! 너 이거 어디서 훔쳤어?”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된 건지 당신이 궁금해할 위치는 아닌 거 같은데.”“당신은 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주면 돼!”용철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 씨 이놈! 이런 증표는 우리 용 씨 가문에 없어!”“문주님 비서한테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용철구는 명함을 조심스레 들여다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구석진 곳으로 다가갔다.이에 하현은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내뱉었
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보였던 용철구는 하현에게 꼼짝없이 휘둘리게 되었다.하현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났다.원래 그는 용철구가 아무리 오만불손하게 나와도 용인서가 준 증표를 보여주면 조금은 기가 꺾일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용철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이는 용인서의 상황이 정말 위급하다는 것을 설명했고 어쩌면 정말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용 씨 가문 계승 후보자 세 명은 문주 자리를 놓고 생사도 넘나드는 싸움을 시작했다는 뜻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용철구가 이렇게까지 미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에 하현은 약간의 위험을 감지했을 뿐만 아니라 용철구 뒤에는 용 씨 가문 세 도련님 중 한 명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하현이 추측하는 그 한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용천두가 거의 99%의 확률로 확실할 것이다.만약 이런 인물이 뒤에 떠받히고 있지 않다면 용철구가 어찌 감히 이 시점에서 자신을 모함하고 용천진의 일을 망칠 수가 있겠는가?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은 용철구를 먼저 휘어잡은 뒤 때를 보는 것이다.“용 관사를 풀어줘!”용철구가 하현에게 휘어잡히는 것을 본 용 씨 가문 무도 고수들은 모두 소리를 내며 뛰쳐나왔다.그들은 하나같이 칼집에서 칼을 빼내며 살벌한 모습을 보였다.용천오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냉정을 되찾고는 희미한 냉소를 흘렸다.그는 지금 하현이 날뛰면 날뛸수록 더 보기 흉하게 죽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하현은 용천오를 습격하여 용 씨 가문 재산을 횡령하려 했고 문주의 증표까지 위조했다!”“그 심보가 가히 가증스러워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용철구는 지금 자신의 목구멍에 칼끝이 있음에도 속사포 같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모두 하현 이놈을 완전히 포위해!”“3분 안에 재빨리 제압하지 못한다면 인정사정 봐 주지 말고 포박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위조
용철구의 말을 듣고 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그는 서릿발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용철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지?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봐!”“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이번엔 똑똑히 들어!”용철구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뿐이 아니야. 당신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목숨을 잃을 거야. 조상들의 무덤까지 파헤쳐 버릴 거야!”“뼈를 갈아서 가루로 내버릴 거라고!”“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어디 날 때려 보시든가!”“자!”용철구는 필사적으로 하현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아주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퍽!”하현은 쓸데없는 말로 대꾸하기 귀찮아서 뺨을 한 대 날려 버렸다.그러자 용철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 한 대는 용 씨 가문 사람으로서 문주를 존경하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이번 한 대는 대하인으로서 대하의 왕법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세 번째 한 대는 남을 무시하고 안하무인한 당신의 태도에 대한 거야!”“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뛰쳐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왜?“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감히 당신을 못 때릴 것 같았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닥치는 대로 용철구의 뺨을 후려갈겼다.용철구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용철구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연신 뺨을 얻어맞은 용철구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는 한바탕 버럭 고함을 질렀다.“개자식! 네가 감히 날 때려?!”“모두 내 명령을 들어! 하 씨 이놈에게 칼을 겨눠!”“1분 내 이놈을 죽여!”“내 생사는 신경 쓰지 말고 이놈을 죽여!”용철구는 증오에 활활 타올랐다.그의 부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든 병기를 움켜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