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박으로 된 명함이었다.위쪽에는 다른 문양이나 글자는 없고 용인서 세 글자뿐이었다!하지만 위용이 넘치며 힘이 묻어나는 이 세 글자를 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특히 용천오의 안색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용인서는 용 씨 가문 문주이자 용문의 문주였다.비록 그가 용 씨 가문에 있는 시간이 적고 실질적으로 용 씨 가문은 노부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용인서라는 세 글자는 용 씨 가문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위신을 자랑하고 있었다.이 명함만으로도 사람들을 압도하기 충분했지만 그가 직접 쓴 것이라면 하현에 대한 그의 신임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사람들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용천오의 안색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의 모든 용 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도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어떻게 하현이 이런 물건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사실 이 명함은 예전부터 용인서가 하현에게 준 것이었지만 하현은 계속 지니고 있으면서도 딱히 쓸 일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이 물건이 쓸모가 있을 줄이야!용철구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던 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왜? 명함 처음 봐?”“처음 본다고 해도 이 세 글자는 알겠지?”“용 씨 가문의 문주라는 거?”용철구는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리며 차가운 눈초리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 새끼가! 너 이거 어디서 훔쳤어?”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된 건지 당신이 궁금해할 위치는 아닌 거 같은데.”“당신은 이 물건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만 말해주면 돼!”용철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 씨 이놈! 이런 증표는 우리 용 씨 가문에 없어!”“문주님 비서한테 직접 전화해서 확인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용철구는 명함을 조심스레 들여다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구석진 곳으로 다가갔다.이에 하현은 가타부타 따지지 않고 그저 무덤덤하게 내뱉었
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보였던 용철구는 하현에게 꼼짝없이 휘둘리게 되었다.하현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났다.원래 그는 용철구가 아무리 오만불손하게 나와도 용인서가 준 증표를 보여주면 조금은 기가 꺾일 줄 알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용철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이는 용인서의 상황이 정말 위급하다는 것을 설명했고 어쩌면 정말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용 씨 가문 계승 후보자 세 명은 문주 자리를 놓고 생사도 넘나드는 싸움을 시작했다는 뜻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용철구가 이렇게까지 미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이에 하현은 약간의 위험을 감지했을 뿐만 아니라 용철구 뒤에는 용 씨 가문 세 도련님 중 한 명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하현이 추측하는 그 한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용천두가 거의 99%의 확률로 확실할 것이다.만약 이런 인물이 뒤에 떠받히고 있지 않다면 용철구가 어찌 감히 이 시점에서 자신을 모함하고 용천진의 일을 망칠 수가 있겠는가?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은 용철구를 먼저 휘어잡은 뒤 때를 보는 것이다.“용 관사를 풀어줘!”용철구가 하현에게 휘어잡히는 것을 본 용 씨 가문 무도 고수들은 모두 소리를 내며 뛰쳐나왔다.그들은 하나같이 칼집에서 칼을 빼내며 살벌한 모습을 보였다.용천오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냉정을 되찾고는 희미한 냉소를 흘렸다.그는 지금 하현이 날뛰면 날뛸수록 더 보기 흉하게 죽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하현은 용천오를 습격하여 용 씨 가문 재산을 횡령하려 했고 문주의 증표까지 위조했다!”“그 심보가 가히 가증스러워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용철구는 지금 자신의 목구멍에 칼끝이 있음에도 속사포 같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모두 하현 이놈을 완전히 포위해!”“3분 안에 재빨리 제압하지 못한다면 인정사정 봐 주지 말고 포박해!”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위조
용철구의 말을 듣고 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그는 서릿발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용철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지?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봐!”“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이번엔 똑똑히 들어!”용철구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뿐이 아니야. 당신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목숨을 잃을 거야. 조상들의 무덤까지 파헤쳐 버릴 거야!”“뼈를 갈아서 가루로 내버릴 거라고!”“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어디 날 때려 보시든가!”“자!”용철구는 필사적으로 하현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아주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퍽!”하현은 쓸데없는 말로 대꾸하기 귀찮아서 뺨을 한 대 날려 버렸다.그러자 용철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 한 대는 용 씨 가문 사람으로서 문주를 존경하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이번 한 대는 대하인으로서 대하의 왕법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세 번째 한 대는 남을 무시하고 안하무인한 당신의 태도에 대한 거야!”“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뛰쳐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왜?“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감히 당신을 못 때릴 것 같았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닥치는 대로 용철구의 뺨을 후려갈겼다.용철구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용철구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연신 뺨을 얻어맞은 용철구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는 한바탕 버럭 고함을 질렀다.“개자식! 네가 감히 날 때려?!”“모두 내 명령을 들어! 하 씨 이놈에게 칼을 겨눠!”“1분 내 이놈을 죽여!”“내 생사는 신경 쓰지 말고 이놈을 죽여!”용철구는 증오에 활활 타올랐다.그의 부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든 병기를 움켜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일제히 멈춰섰다.곧이어 문이 열리며 무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순식간에 용철구와 하현을 포위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들을 지켜보았다.용천진이 용문 전당의 힘을 이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현은 전에 용문의 내외 팔당과 삼십여섯 지회가 모두 용천진의 휘하에 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그러나 간단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이 장면을 목격하고 보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용천진이 실제로 뭔가를 시작하면 용천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인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현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차의 조수석이 열렸고 검은 무도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매우 호리호리한 몸매였다.섹시할 뿐만 아니라 차갑고 늠름하기까지한 자태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녀는 말할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고 몸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딱 봐도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무엇보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여유와 자신감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지시하며 사람들을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어찌 보면 그녀는 황궁 같은 높은 곳에서 성지를 낭독하고 타인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예지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철구와 그의 부하들은 탁심설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그저 그녀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듯 마뜩잖은 표정을 보였다.탁심설이 높은 신분이라도 돼?그녀가 하현이 한 말을 보증한다는 거야?그렇다면 하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진짜 문주의 증표란 말이야?!그렇다면 하현은 정말로 용천진의 귀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이 귀하게 받들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고수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고 다시는 하현을 상대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어찌 보면 신선이 싸우는 싸움에 인간이 끼어서 괜히 험한 꼴을 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은 나한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웠고 내가 내민 문주의 증표를 위조했다고 몰아붙이며 내게 칼을 들이댔어. 내 가족을 모조리 죽고 조상들 무덤을 다 파헤쳐 뼈를 날리겠다고 한 놈이라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고작 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게 벌이야?”“용천진 사람으로서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사람이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현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며 덤벼들자 탁심설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이때 용철구가 옆에서 냉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개자식! 네가 뭔데?”“네가 뭔데 우리 용문과 용 씨 가문에서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야?”“용천진이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날 우습게 보는 거야?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똑똑히 들어! 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아무리 핏줄이 약하다고 해도 내 성은 용 씨라고!”용철구는 영악한 미소를 얼굴 가득 그리며 말을 이었다.“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것만으로도 네놈 체면을 엄청 세워 준 거라고!”“잘 들어! 당신 같은 하찮은 놈들 목숨 따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들었어?!”“오늘 탁심설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당신을 보내 주겠어!”“하지만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그땐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당신 가족도 모두 죽여버릴 거라고!”“참, 당신 아내는 특별히 제일 나중에 죽일지도 몰라. 아주 얼굴이 쓸 만하거든!”“맛있게 즐긴 뒤 죽여버리겠어!”“생각만 해도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분명 용철구는 오늘 하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듯했다.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보내기엔 너무 억울했다.그래서 그는 제 버릇 남 못 주듯 거친 입으로 험한 말을 내뿜고 있었다.하현한테 맞은 뺨이 몇 대인가?지금 누구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됐어, 용철구. 나까지 창피하게 만들지 마!”“이제 와서 그런 헛소리하면 뭐해?”“남들이 우릴 보고 웃을 거야!”탁심설은 용
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입도 뻥긋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현의 손에 있던 검이 날아와 용철구의 목을 그대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푸...”용철구는 피를 크게 내뿜으며 헉헉 소리를 냈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제멋대로 날뛰며 천하를 호령할 것 같던 용철구.땅바닥에서 온몸을 덜덜 떨며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장내는 태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고요했다.아무도 입도 뻥긋할 수 없이 멍하니 서서 믿기지 않는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하현이 이렇게까지 날뛰다니!용천오를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면 됐지 탁심설이 보는 앞에서 용천진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가다니!사실 탁심설이 왔을 때 사람들은 신선계에서 누군가 내려와 용철구의 목숨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때 용철구의 얼굴에는 하현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그는 탁심설이 오자 하현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얻고 자신이 맞닥뜨린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리고 재기를 도모하여 다시 하현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그런데 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그를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목숨까지 앗아가버렸다!난 단지 당신 아내를 노리고 당신과 당신 가족을 죽이려고 했을 뿐인데 정녕 날 이대로 죽일 셈이야?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얼마나 고귀한 핏줄인가 말이야?외지놈 주제에 감히 날 죽여?그것도 탁심설 앞에서!세상에 이런 오만방자한 놈은 보지 못했어!용철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험악한 얼굴을 한 채 몇 초 동안 몸부림치다가 결국 고개를 툭 떨구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하현은 이제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지금 용천두뿐만 아니라 용천진에게도 미움을 사게 되었다!게다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까지!이것은 용 씨 가문 전체의 미움을 살 만한 일이었다!누가 그에게 이런 배짱을 주었단 말인가?“개자식
”하현! 이 개자식아!”마침내 탁심설이 소리쳤다.그녀는 하현이 감히 그녀가 뻔히 보는 앞에서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어쨌거나 그녀는 몇 번이고 하현에게 경고를 했었다.그것은 그녀의 뜻이기도 했고 그녀의 뜻은 용천진의 뜻이기도 했다.그런데 감히 이 개자식이 사람을 죽이다니!순간 탁심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다만 분하고 화가 나도 피범벅이 된 것은 현실이라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받아들인 또 한 가지 이유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계속 함부로 날뛴 일이 알려진다면 이는 분명 용천진과 용천두 사이에 큰 앙금을 남길 것이다.이로써 양측의 암투는 더욱 가열차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심지어 용천두 쪽은 이 상황을 용천진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사태가 이렇게 발전되는 것은 용천진에게 결코 좋을 것이 없었다.그러자 탁심설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 씨!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용철구를 풀어주라고 했지?!”“우리가 그를 처리할 거야. 당신이 개입할 자리가 아니라고!”“그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감히 손바닥으로 때려죽여?”“지금 장난하는 거야?!”탁심설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와 살기는 이미 하현을 죽이고도 남을 만큼이었다.“당신들이 어떻게 처리하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급여를 삭감해. 난 나대로 사람을 죽일 테니까!”“각자의 방식대로 처리하자고. 서로 아무 상관없이 말이야.”“왜? 기분 나빠?”“기분 나쁘면 어디 한번 날 갈기갈기 뜯어봐?!”“하지만 그전에 용천진에게 그럴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내가 용천오를 죽일 수 있는지, 용천진을 죽일 수 있는지 어떤지 그가 당신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그를 위해 내가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하지만
탁심설이 명령을 내리자 장내의 수십 명의 전당 고수들은 모두 조건반사에 응하듯 손에 든 병기를 들었다.동시에 그들은 살의를 내뿜으며 주위에 있던 용 씨 가문 고수들을 물러가게 했다.몇몇 용철구의 측근들은 오만불손한 얼굴로 길을 막으려 했지만 곧 전당 사람들에게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용문 전당 고수들의 강력한 일격에 용 씨 가문 고수들은 억울하고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3분 후 하현은 자신의 도요타 엘파 차량에 올라탔고 탁심설의 사람에게 최희정을 병원으로 데려다줄 것을 지시했다.탁심설은 언짢은 듯 이마에 굵은 핏대를 세우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 다가와 소리쳤다.“하현! 지금 뭐 하는 거야?”“내 말 못 들었어?”“용천진께서 만찬을 준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하현은 시동을 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가서 용천진한테 전해.”“오늘 밤 이 모든 일은 약속했던 것과 다르다고.”“이제 난 그에게서 조금의 진정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전해.”“그가 날 그토록 만나고 싶다면 국술당으로 오면 돼!”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현은 액셀을 밟고 훌쩍 떠나버렸다.탁심설은 초조하고 화가 나서 손에 든 화살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이 손가락을 튕겼다.나뭇잎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탁심설의 손에 있던 활을 툭 쳐서 날려버렸다.순간 탁심설은 팔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하현이 이 정도로 실력이 강할 줄이야!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었다.그래서 용천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거리낌이 없는 것인가?탁심설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때 하현은 거침없이 액셀을 밟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통화를 마친 그는 뒷좌석에 있는 설은아의 용태를 살피며 속도를 계속 높였다.어스름 황혼이 질 무렵 차는 국술당 입구에 멈춰섰고 루돌프 일행은 이미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하현이 설은아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