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오는 폐인이 되었고 용천두의 심복도 죽었어.”“용천진은 아마 지금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껄껄 웃지 않을까?”“나와 용천두가 충돌해 서로 죽자 사자 싸웠으니.”“만약 순리대로 간다면 내가 용천두를 죽일 것이고 결국 용천진은 손 안 대고 승리를 거두게 되겠지.”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오늘 이 일이 용천두가 일부러 한 짓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용천진이 용천두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 생각해?”하현의 말을 듣고 진주희 일행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하현의 말이 맞았다.오늘 이 일은 얼핏 보면 우연하게 일어난 듯 보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용철구의 등장도 그렇고 탁심설이 그를 구하러 나타난 것도 뭔가 의도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이 모든 것이 용천진의 계산이라면 용천진은 생각보다 음흉한 사람임이 틀림없다.진주희는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열었다.“하현,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방금 이슬기 쪽에서 세운 인수 계획을 실행할 건가요?”“실행이라. 안 할 이유가 없지, 안 그래?”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이슬기가 여기까지 오기는 좀 불편하니까 조남헌, 당신이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인수하는 일을 맡아줘.”“명심해. 조금의 차질도 없이 빠르고 정확해야 해!”“진주희, 당신은 내 아내 가족의 안전을 맡아줘. 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하현의 명령을 받은 진주희와 조남헌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명령을 이행했다.두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나니 하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홀가분해진 하현은 가끔 남궁나연 일행이 가르치는 데 조금 조언을 하거나 학생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여유가 생긴 하현은 자주 후원으로 나가
프런트 데스크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보안 요원들이 다가와 두 눈에 경계하는 핏대를 잔뜩 세우고는 설유아 일행을 쳐다보았다.“우리는 무성상업연맹 소유였던 무도관을 인수하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시간이 촉박해 아직 정식으로 통보하지는 못했습니다만.”“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정상적인 재산권 인수인계일 뿐 당신들의 일과 임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설유아는 미리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청산유수로 관련 사항을 전했다.“난 설유아라고 해요. 당신들 경영진한테 인수인계하려 왔다고 전해 주세요.”잠시 후 설유아의 뒤에서 보좌관 한 명이 공식 문서를 꺼내 프런트 데스크에 보여주었다.“무도관을 인수한다고?”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도 어제 있었던 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곧 십여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가 훤칠하고 예쁘장한 얼굴을 앞세우며 한 여자를 에워싼 채 걸어 나왔다.용천진이 거느리는 여자들 중 한 명인 모지민이었다.깔끔한 오피스룩에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려 곱게 화장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어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매혹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했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겼고 꿰뚫어 보듯 설유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섭기 그지없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설유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사장님, 그들이 이 문서를 들이밀며 무도관 인수인계 작업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안녕하세요. 전 국술당의 설유아입니다.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지금 정식으로 무도관을 인수인계하러 왔습니다.”설유아가 당당하게 걸어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아름다운 여성분은 누구시죠?”설유아는 정중한 말투로 말을 건넸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아직 앳된 기운이 물씬 풍겼다.모지민은 마뜩잖은 눈빛을 가득 담은 채 입을 열었다.“무도관을 인수인계한다고?”모지민은 차가운 미
”됐어, 더 이상 쓸데없는 소리 마!”모지민은 귀찮다는 듯 설유아의 말을 끊었다.“오해한 것도 없고 친구건 말건 상관없어!”“내가 전화할 필요도 없어!”“지금 이 자산의 명의는 다 용천진이기 때문이야!”“우리 영업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 당장 물러나. 순순히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용천진에게 전화 걸어서 하현이 부하들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물어보라고 할 거야!”말을 마친 모지민은 손을 흔들며 누군가에게 지시했다.“이봐, 이 사람들 다 쫓아내!”그러자 경비원 십여 명이 달려 나와 손에 든 기기들을 휘두르며 위협을 주었다.설유아는 이런 대우는 처음이라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그녀와 이쯤에서 타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요!”설유아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국술당으로 돌아갔다.“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몽땅 용천진 명의로 바꿨다고?”설유아의 말을 듣고 하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급하게 움직일 것 없어. 일단 상황을 알아보자고.”그러고 나서 하현은 만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만천우도 어리둥절해하며 하현과 전화를 끊었다가 관청에 연락을 취했다.잠시 후 만천우는 하현에게 전화를 걸었다.“하현, 이번에는 우리가 용천진한테 당한 것 같습니다.”“용천오가 그에게 빚졌다는 수천억짜리 차용증을 용천진 그놈이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관청 사람들이 정식으로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동결하기 전에 채권 방식으로 만들어 용천오에게 서명하게 한 뒤 그의 자산을 다 가져갔다고 합니다!”“용천오도 운명이라고 단념하고 기꺼이 서명했다고 들었습니다.”“그들은 기막힌 타이밍에 빠르게 움직이는 바람에 관청에서도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동결할 틈이 없었습니다...”“아무래도 우리가 그 작자들에게 속은 것 같습니다...”“알겠어.”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쩐지 어젯밤 용천진이 직접 나타나지 않고 탁심설을 보내서 날 보호해 주는 척하더라니.”“다른 용건이 있었던 거로군.”
”용천오가 그렇게 악랄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뒤에 용천진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지.”“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용천진은 이 모든 진상을 감추기 위해 어젯밤 특별히 그의 부하들을 보내 공공기기를 사적으로 남용하며 용천두의 사람을 죽였어!”“용천두가 정의감 때문에 용천진의 모든 비리를 폭로하려고 했기 때문에 용천진이 손을 쓴 거지!”“이렇게 꾸며서 소문을 퍼뜨리는 거야!”“어때? 이보다 더한 막장이 없지 않아?”“한마디로 용천진과 용천오가 한통속이 되어서 일을 꾸몄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야!”“정의를 품었던 용천두는 계속 표적이 되었고 말이야!”“용 씨 집안의 내란은 용천진한테서 기인한 거라는 인상을 심어 줘야 해...”“아주 진흙탕 싸움이 되는 거야!”“우르르 쾅쾅!”진주희와 조남헌이 하현의 명령을 받고 모든 것을 준비하러 나갔을 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이 쳤다.무성 전체가 순식간에 무덥고 습한 기운에 휩싸이며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듯 어두워졌다.저녁 무렵.무성 교외의 개인 골프장.햇살은 보드라운 손길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어루만졌다.방금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은 골프 치기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청명함을 선사했다.용천진은 모지민을 데리고 여유롭게 공을 치면서 걸었다.선남선녀의 조합에 수많은 손님들이 멀리서 힐끔힐끔 눈길을 쏟았다.하지만 용천진의 얼굴을 알아보자마자 다들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모지민을 힐끔 쳐다보다가 용천진에게 뺨세례라도 당할까 봐 얼른 시선을 거둔 것이었다.그러나 오늘 용천진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 따위 의식하지 않고 기분 좋게 걸으며 모지민을 칭찬했다.“아주 잘했어!”“하 씨 그놈이 날뛰는 걸 꾹 참은 이유는 그놈이 아직 쓸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야.”“결국 그놈의 손발을 빌려 용천두와 용천오를 함께 밟았어!”“이제 용천오는 폐인이 되었어.”“용천두의 심복은 하 씨 그놈한테 목숨을 잃었어!”“그 둘은 서로
이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웃고 떠들고 있던 그때.멀리서 4륜 SUV 차량이 달려오더니 용천진 일행 앞에 멈춰 섰다.곧이어 화려한 메이크업에 운동복 차림을 하고 썬캡을 쓴 사청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이미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잘 아는 용천진마저도 그녀를 볼 때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그녀의 매력은 아주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모지민은 용천진의 총애를 두고 자신과 겨루는 적수가 나타나자 눈을 흘겨보며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사청인, 용천진께서 오늘 여기 오라고 하지 않았을 텐데 무슨 일로 갑자기 나타난 거야?”“용천진께서 말씀하시길 이미 당신은 효용 가치가 없다던데?”용천진은 빙그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모지민, 모두 자매 같은 사람들인데 서로 질투하지 말고 화합하며 지내.”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는 분명 여인들의 보이지 않는 암투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결국 이것이 그의 매력과 지위가 상당하다는 걸 말해 주기 때문이다.모지민은 용천진의 말을 듣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오히려 사청인은 모지민이 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용천진 앞으로 나서며 환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용천진, 오늘 당신 좀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니야?”“아무리 그래도 하현은 우리랑 동맹 관계잖아!”“게다가 이번에는 그가 나서서 무성상업연맹을 무너뜨렸어.”“그는 합법적으로 무성상업연맹 자산을 인수할 수 있어.”“그런데 우리가 중간에 그가 거둔 이익을 싹 가로챘으니 이건 그가 이룩한 강산을 싹 빼앗은 거나 마찬가지야.”“공과 사를 막론하고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야!”“좀 더 심사숙고해 줬으면 좋겠어.”사천인이 진지한 눈빛을 띠며 용천진이 뭐라고 입을 열기를 기다리자 모지민이 냉소를 흘리며 끼어들었다.“사청인, 머리에 물이라도 들어간 거야?”“여기서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그가 거둔 이득이라고? 뭐? 그가 이룩한 강산을 어쩌고 어째?”“첫째, 이번에 용천진께서 나서서 그를 비호하지 않았더라면
용천진이 거느리는 여자들 중 수백억 대 자산을 손에 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그중에서도 사청인은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용천진의 여자였기 때문에 그녀는 항상 다른 여자들에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용천진이 사청인을 아끼고 있고 용천진의 많은 일에 사청인이 관여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여자들은 이미 용천진에게 그녀를 끌어내리라고 압박을 가했을 것이다.사청인은 모지민이 은근히 자신을 비방하고 나선 것을 보고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용천진, 오해하지 마.”“난 당신이 걱정되었을 뿐이야.”“어쨌든 하현 그놈은 수법이 교활한 놈이야. 우리가 이렇게 하면 그가 화가 나서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아마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어...”모지민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뭐? 화를 내? 그 외지인이 화낼 게 뭐가 있어?”“무슨 자격으로 화를 낸단 말이야?”“설사 그가 화를 낸다고 해도 용천진의 상대가 될 수 있겠어?”“순진하기는! 아주 가증스럽다니까!”“자, 이제 그만. 사소한 일에 무슨 말이 이렇게 많아?!”용천진은 눈을 번쩍이며 손을 흔들면서 모지민을 제지했다.이어 그는 사청인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 안으며 말했다.“사청인, 내가 당신한테 확실하게 설명해야 할 게 있는 것 같군.”“그가 이번 일에 많은 힘을 썼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내가 당신한테 이 일에 개입해서 그 자산을 장악하라고 한 것은 당신이 하현과 싸울 때 뭔가 밀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당신이 그를 두려워한 나머지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할까 봐.”“그래서 모지민한테 사람을 데리고 가서 자산을 인수하게 한 거야. 그녀도 실력이 좋으니까.”“물론 당신한테 적절한 보상을 할 거야.”“무성 황금회사 알지? 그것도 우리 용 씨 가문 자산이 될 거야.”“이 다음 단계에서 내가 그것을 우리 자산으로 복귀시켜서 당신이 관장하도록 할 거야.”“하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그가 손오공 할아버지
”무성의 각 언론들이 동시에 용 씨 가문 자제들이 상석에 오르는 일로 극도로 대치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악의적으로 많은 시민을 모함한 용천오의 배후에는 용천진이 있다고 떠들고 있다고요!”“용 씨 가문 세 도련님 중 설마 용천두만이 마지막 양심인가?”“거액의 손해 배상을 피하기 위해 용천오는 이미 자신이 자산을 용천진에게 옮겼다!”“용천오는 지금 행방불명 상태이나 이것도 다 용천진이 꾸민 일이다!”용 씨 가문 별채로 돌아와 핸드폰을 통해 뉴스를 보던 용천진은 하마터면 혈압이 올라 쓰러질 뻔했다!파렴치한 것들!치사하고 비열한 것들!이것은 자신을 불에 매달아 지글지글 태우는 짓일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될 비밀까지 폭로된 셈이었다.심지어 용천오에 대한 대중의 원망도 모두 용천진에게 전가되었다.하필이면 용천오의 모든 자산이 용천진에게 인수되었기 때문이다.많은 뉴스 플랫폼에는 양측이 서명한 문서까지도 유출되었다!간단히 말해서 이전에 무성 사람들은 대부분 용천오를 미워했지만 지금은 그 미움이 용천진에게 떨어진 것이다.그러나 용천오처럼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집에서 꼼짝도 못 하는 신세는 면했다.유일한 이유는 하현이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용천진이 하룻밤 사이 용천오의 모든 자산을 인수한 것은 이미 확고부동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 손을 쓸 수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런 확고한 사실 앞에서 용천진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자칫 잘못하다간 용천진 자신이 제2의 용천오가 될 수도 있다.길을 나서기만 하면 사람들의 돌팔매가 사정없이 날아들 뿐만 아니라 사람마다 때려죽이라고 외치는 통에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하현 이 개자식! 지금쯤 용천두랑 서로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날 상대할 시간이 있어?”“나와 용천두가 연합해서 손을 쓰면 어쩌려고 이렇게 덤비는 거냐고?”용천진은 이를 갈며 하현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심복
사청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모지만, 다시는 그런 안일한 말 꺼내지 마!”“하현이 무도 고수인 거 몰라서 그래? 그에게 무력이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고?”“만약 그가 실력이 없었다면 무성 바닥에서 브라흐마 아부를 없애고 조한철의 얼굴을 때릴 수 있었겠어?”“보통 사람이 그런 짓을 했다면 아마 백 번도 더 죽었을 거야!”“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한다면 도대체 당신은 우리가 뭘 했으면 좋겠어?”모지민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하 씨 그놈이 계속 이렇게 제멋대로 군다면 우리 용천진은 아마도 무성의 우스갯거리라 될 거야!”“그렇게 되면 용 씨 가문의 상석에 앉는 것은 고사하고 용 씨 가문 원로들에게 문책당하지 않는 것만도 천만다행이야!”“하현이 이렇게 나온다면 할 수 없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모지민의 말을 듣고 사청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용천진, 하현 같은 사람은 남이 자신을 존경해 주면 그도 남을 존경할 줄 알아.”“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난 당신이 무성상업연맹의 자산들을 좀 내려놓았으면 좋겠어.”“그게 결국엔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거야.”“그런 것들 때문에 하현과 끝까지 갈 필요가 뭐 있어?”“두 사람이 이렇게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결국 이득을 보는 사람은 용천두가 될 거야.”“어부지리로 앉아서 곶감을 주워 먹는 사람은 용천두가 될 게 뻔해.”“그러니 용천진, 소탐대실하지 마.”“퍽!”용천진은 손바닥으로 사청인의 뺨을 후려갈기며 냉소를 흘렸다.“이 여자가 감히 날 가르치려는 거야?!”“하 씨 그놈이 이딴 쪼잔한 수법으로 나 용천진을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말도 안 되는 소리지!”“내가 망신을 당할 수는 있어도 용 씨 가문은 절대 그럴 일 없어!”사청인은 얼굴을 감싸 쥐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용천진, 예전에 용천오도 당신처럼 이런 태도를 보였었지. 그러다가 그는 지금...”“도련님, 누군가가 USB를 보내왔습니다.”
최희정은 하현이 어디서 이 명함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맞아. 정말로 형홍익 명함인데?”우다금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오히려 화를 버럭 내었다.“아휴! 잘난 데릴사위가 형홍익의 명함을 얻었으니 이제는 금정 최고 거물의 명함도 받을 수 있겠군그래!”“설 씨 집안도 대구 정 씨 가문과 연락이 닿아 아홉 번째 집안이 되어 꽤나 번성하고 발전했을 텐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생색은 한껏 내면서 이런 핑계나 대고 있으니 원!”“정말 실망이야!”“이렇게 우릴 무시할 거면 확실히 말할 것이지! 앞으로 내가 절대 이 집안에 얼씬을 하나 봐! 절대 안 올 거야!’우다금은 노점에서 사 온 선물 꾸러미를 떠올리자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거실에 있는 찻주전자라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우다금의 말에 최희정과 설재석은 어이가 없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설은아는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아끌었다.“하현, 당신이 좀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이 정말...”이쯤 되니 설은아도 자신의 행동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현과 최희정은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런 하현이 최희정을 위해 나서서 우 씨 고모를 도와주려 하겠는가?설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런 사소한 일로 형홍익 어르신을 귀찮게 할 필요도 없어. 내 하녀한테... 그러니까 내 친구한테 말 한마디만 꺼내면 돼.”말을 마치며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우소희의 취업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다.그는 1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끊었고 우다금 모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잘 해결되었습니다.”“거짓말하지 마!”“어디서 계속 장난질이야!”“데릴사위인 주제에 금정 최고 책임자라도 되는 양 허
”허! 제부! 시도도 안 해 보고 노력도 안 했는데 당신들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잖아요!”“그게 도와주겠다는 사람 태도예요?”우다금은 냉소적인 얼굴로 쏘아붙였다.“당신들이 우릴 친척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우리 소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제부, 난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내가 자존심도 다 버리고 도와달라고 이렇게 애원하는데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정말 너무 뻔뻔들 하네!”최희정은 자신보다 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다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지금 뭐라는 거야?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온 언니를 내가 영광으로 생각하며 대했어야 한다는 거야?”“엄마, 아빠...”설은아는 또 말다툼이 시작되려 하자 걱정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하현, 혹시 이모 도와줄 수 있겠어?”설은아는 하현이 금정은행에서 형홍익의 개인 명함을 내놓은 것이 문득 떠올랐다.그렇다면 하현과 형홍익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래서 하현이 방금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허풍이 아니라 정말로 도와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눈앞의 난처한 상황을 보고 설은아는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도와줄 수 있어?”설은아의 말에 우다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은아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면 안 되겠니?”“네 전 남편이 얼뜨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어?”“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지!”“능력이 없다는 둥 변명만 늘어놓더니 이제는 얼뜨기를 내세워 나한테 헛바람이라도 넣으려고 그래?”“놀리는 거야? 놀리니까 재미있어?”“우린 바보가 아니야!”말을 마치며 우다금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부라렸다.그녀는 설은아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이런
”제부, 희정아, 은아야. 이 일은 아무래도 너네들이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어쨌든 너네들은 매일 친구 모임에도 다니면서 여러 거물들과 친분도 있고 인맥도 많을 거 아냐?”“너네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 같은 과부와 내 딸은 어떻게 살아?”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희정의 식구들은 신세한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는 우다금을 보고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너네들, 우리 소희가 일자리도 없이 집에서 폐인이 되어 가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양심에 찔리지 않겠냐고?”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우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손을 놓은 뒤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엄마, 희정이 이모나 이모부가 별로 능력이 없는 것 같아.”“이 사람들은 이제 돈이 많아서 우리 같은 가난한 친척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나 봐!”“돈푼깨나 좀 있다고 잘난 줄 알아?”“능력 있다고 자랑이나 하지 말던가!”하현은 우소희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머리가 텅텅 빈 데다 당돌하기까지 했다.이 말을 듣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모, 우리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은 금정에서 확실한 인맥이 없어요.”“게다가 형 씨 가문 그룹은 금정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굴지의 그룹이에요.”“매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어요.”“그중에는 배경도 대단하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도 널렸고요.”“그런데 형 씨 가문이 우리가 뭐라고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어요?”“형 씨 가문 고위층과 아는 사이긴 하지만 취업 청탁을 할 만한 위치는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물론 우리도 최선을 다해 볼 거예요!”설은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최희정과는 완전히 달랐다.겉으로 매정한 말을 못 한 채 질질 끌려가지 않았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고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한 것도 한편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