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철구의 말을 듣고 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그는 서릿발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용철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지?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봐!”“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이번엔 똑똑히 들어!”용철구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뿐이 아니야. 당신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목숨을 잃을 거야. 조상들의 무덤까지 파헤쳐 버릴 거야!”“뼈를 갈아서 가루로 내버릴 거라고!”“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어디 날 때려 보시든가!”“자!”용철구는 필사적으로 하현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아주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퍽!”하현은 쓸데없는 말로 대꾸하기 귀찮아서 뺨을 한 대 날려 버렸다.그러자 용철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 한 대는 용 씨 가문 사람으로서 문주를 존경하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이번 한 대는 대하인으로서 대하의 왕법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세 번째 한 대는 남을 무시하고 안하무인한 당신의 태도에 대한 거야!”“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뛰쳐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왜?“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감히 당신을 못 때릴 것 같았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닥치는 대로 용철구의 뺨을 후려갈겼다.용철구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용철구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연신 뺨을 얻어맞은 용철구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는 한바탕 버럭 고함을 질렀다.“개자식! 네가 감히 날 때려?!”“모두 내 명령을 들어! 하 씨 이놈에게 칼을 겨눠!”“1분 내 이놈을 죽여!”“내 생사는 신경 쓰지 말고 이놈을 죽여!”용철구는 증오에 활활 타올랐다.그의 부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든 병기를 움켜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일제히 멈춰섰다.곧이어 문이 열리며 무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순식간에 용철구와 하현을 포위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들을 지켜보았다.용천진이 용문 전당의 힘을 이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현은 전에 용문의 내외 팔당과 삼십여섯 지회가 모두 용천진의 휘하에 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그러나 간단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이 장면을 목격하고 보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용천진이 실제로 뭔가를 시작하면 용천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인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현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차의 조수석이 열렸고 검은 무도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매우 호리호리한 몸매였다.섹시할 뿐만 아니라 차갑고 늠름하기까지한 자태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녀는 말할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고 몸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딱 봐도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무엇보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여유와 자신감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지시하며 사람들을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어찌 보면 그녀는 황궁 같은 높은 곳에서 성지를 낭독하고 타인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예지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철구와 그의 부하들은 탁심설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그저 그녀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듯 마뜩잖은 표정을 보였다.탁심설이 높은 신분이라도 돼?그녀가 하현이 한 말을 보증한다는 거야?그렇다면 하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진짜 문주의 증표란 말이야?!그렇다면 하현은 정말로 용천진의 귀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이 귀하게 받들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고수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고 다시는 하현을 상대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어찌 보면 신선이 싸우는 싸움에 인간이 끼어서 괜히 험한 꼴을 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은 나한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웠고 내가 내민 문주의 증표를 위조했다고 몰아붙이며 내게 칼을 들이댔어. 내 가족을 모조리 죽고 조상들 무덤을 다 파헤쳐 뼈를 날리겠다고 한 놈이라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고작 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게 벌이야?”“용천진 사람으로서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사람이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현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며 덤벼들자 탁심설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이때 용철구가 옆에서 냉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개자식! 네가 뭔데?”“네가 뭔데 우리 용문과 용 씨 가문에서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야?”“용천진이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날 우습게 보는 거야?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똑똑히 들어! 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아무리 핏줄이 약하다고 해도 내 성은 용 씨라고!”용철구는 영악한 미소를 얼굴 가득 그리며 말을 이었다.“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것만으로도 네놈 체면을 엄청 세워 준 거라고!”“잘 들어! 당신 같은 하찮은 놈들 목숨 따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들었어?!”“오늘 탁심설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당신을 보내 주겠어!”“하지만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그땐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당신 가족도 모두 죽여버릴 거라고!”“참, 당신 아내는 특별히 제일 나중에 죽일지도 몰라. 아주 얼굴이 쓸 만하거든!”“맛있게 즐긴 뒤 죽여버리겠어!”“생각만 해도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분명 용철구는 오늘 하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듯했다.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보내기엔 너무 억울했다.그래서 그는 제 버릇 남 못 주듯 거친 입으로 험한 말을 내뿜고 있었다.하현한테 맞은 뺨이 몇 대인가?지금 누구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됐어, 용철구. 나까지 창피하게 만들지 마!”“이제 와서 그런 헛소리하면 뭐해?”“남들이 우릴 보고 웃을 거야!”탁심설은 용
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입도 뻥긋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현의 손에 있던 검이 날아와 용철구의 목을 그대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푸...”용철구는 피를 크게 내뿜으며 헉헉 소리를 냈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제멋대로 날뛰며 천하를 호령할 것 같던 용철구.땅바닥에서 온몸을 덜덜 떨며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장내는 태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고요했다.아무도 입도 뻥긋할 수 없이 멍하니 서서 믿기지 않는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하현이 이렇게까지 날뛰다니!용천오를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면 됐지 탁심설이 보는 앞에서 용천진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가다니!사실 탁심설이 왔을 때 사람들은 신선계에서 누군가 내려와 용철구의 목숨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때 용철구의 얼굴에는 하현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그는 탁심설이 오자 하현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얻고 자신이 맞닥뜨린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리고 재기를 도모하여 다시 하현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그런데 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그를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목숨까지 앗아가버렸다!난 단지 당신 아내를 노리고 당신과 당신 가족을 죽이려고 했을 뿐인데 정녕 날 이대로 죽일 셈이야?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얼마나 고귀한 핏줄인가 말이야?외지놈 주제에 감히 날 죽여?그것도 탁심설 앞에서!세상에 이런 오만방자한 놈은 보지 못했어!용철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험악한 얼굴을 한 채 몇 초 동안 몸부림치다가 결국 고개를 툭 떨구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하현은 이제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지금 용천두뿐만 아니라 용천진에게도 미움을 사게 되었다!게다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까지!이것은 용 씨 가문 전체의 미움을 살 만한 일이었다!누가 그에게 이런 배짱을 주었단 말인가?“개자식
”하현! 이 개자식아!”마침내 탁심설이 소리쳤다.그녀는 하현이 감히 그녀가 뻔히 보는 앞에서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어쨌거나 그녀는 몇 번이고 하현에게 경고를 했었다.그것은 그녀의 뜻이기도 했고 그녀의 뜻은 용천진의 뜻이기도 했다.그런데 감히 이 개자식이 사람을 죽이다니!순간 탁심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다만 분하고 화가 나도 피범벅이 된 것은 현실이라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받아들인 또 한 가지 이유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계속 함부로 날뛴 일이 알려진다면 이는 분명 용천진과 용천두 사이에 큰 앙금을 남길 것이다.이로써 양측의 암투는 더욱 가열차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심지어 용천두 쪽은 이 상황을 용천진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사태가 이렇게 발전되는 것은 용천진에게 결코 좋을 것이 없었다.그러자 탁심설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 씨!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용철구를 풀어주라고 했지?!”“우리가 그를 처리할 거야. 당신이 개입할 자리가 아니라고!”“그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감히 손바닥으로 때려죽여?”“지금 장난하는 거야?!”탁심설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와 살기는 이미 하현을 죽이고도 남을 만큼이었다.“당신들이 어떻게 처리하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급여를 삭감해. 난 나대로 사람을 죽일 테니까!”“각자의 방식대로 처리하자고. 서로 아무 상관없이 말이야.”“왜? 기분 나빠?”“기분 나쁘면 어디 한번 날 갈기갈기 뜯어봐?!”“하지만 그전에 용천진에게 그럴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내가 용천오를 죽일 수 있는지, 용천진을 죽일 수 있는지 어떤지 그가 당신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그를 위해 내가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하지만
탁심설이 명령을 내리자 장내의 수십 명의 전당 고수들은 모두 조건반사에 응하듯 손에 든 병기를 들었다.동시에 그들은 살의를 내뿜으며 주위에 있던 용 씨 가문 고수들을 물러가게 했다.몇몇 용철구의 측근들은 오만불손한 얼굴로 길을 막으려 했지만 곧 전당 사람들에게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용문 전당 고수들의 강력한 일격에 용 씨 가문 고수들은 억울하고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3분 후 하현은 자신의 도요타 엘파 차량에 올라탔고 탁심설의 사람에게 최희정을 병원으로 데려다줄 것을 지시했다.탁심설은 언짢은 듯 이마에 굵은 핏대를 세우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 다가와 소리쳤다.“하현! 지금 뭐 하는 거야?”“내 말 못 들었어?”“용천진께서 만찬을 준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하현은 시동을 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가서 용천진한테 전해.”“오늘 밤 이 모든 일은 약속했던 것과 다르다고.”“이제 난 그에게서 조금의 진정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전해.”“그가 날 그토록 만나고 싶다면 국술당으로 오면 돼!”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현은 액셀을 밟고 훌쩍 떠나버렸다.탁심설은 초조하고 화가 나서 손에 든 화살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이 손가락을 튕겼다.나뭇잎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탁심설의 손에 있던 활을 툭 쳐서 날려버렸다.순간 탁심설은 팔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하현이 이 정도로 실력이 강할 줄이야!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었다.그래서 용천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거리낌이 없는 것인가?탁심설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때 하현은 거침없이 액셀을 밟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통화를 마친 그는 뒷좌석에 있는 설은아의 용태를 살피며 속도를 계속 높였다.어스름 황혼이 질 무렵 차는 국술당 입구에 멈춰섰고 루돌프 일행은 이미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하현이 설은아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용천오는 폐인이 되었고 용천두의 심복도 죽었어.”“용천진은 아마 지금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껄껄 웃지 않을까?”“나와 용천두가 충돌해 서로 죽자 사자 싸웠으니.”“만약 순리대로 간다면 내가 용천두를 죽일 것이고 결국 용천진은 손 안 대고 승리를 거두게 되겠지.”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오늘 이 일이 용천두가 일부러 한 짓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용천진이 용천두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 생각해?”하현의 말을 듣고 진주희 일행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하현의 말이 맞았다.오늘 이 일은 얼핏 보면 우연하게 일어난 듯 보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용철구의 등장도 그렇고 탁심설이 그를 구하러 나타난 것도 뭔가 의도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이 모든 것이 용천진의 계산이라면 용천진은 생각보다 음흉한 사람임이 틀림없다.진주희는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열었다.“하현,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방금 이슬기 쪽에서 세운 인수 계획을 실행할 건가요?”“실행이라. 안 할 이유가 없지, 안 그래?”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이슬기가 여기까지 오기는 좀 불편하니까 조남헌, 당신이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인수하는 일을 맡아줘.”“명심해. 조금의 차질도 없이 빠르고 정확해야 해!”“진주희, 당신은 내 아내 가족의 안전을 맡아줘. 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하현의 명령을 받은 진주희와 조남헌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명령을 이행했다.두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나니 하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홀가분해진 하현은 가끔 남궁나연 일행이 가르치는 데 조금 조언을 하거나 학생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여유가 생긴 하현은 자주 후원으로 나가
프런트 데스크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보안 요원들이 다가와 두 눈에 경계하는 핏대를 잔뜩 세우고는 설유아 일행을 쳐다보았다.“우리는 무성상업연맹 소유였던 무도관을 인수하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시간이 촉박해 아직 정식으로 통보하지는 못했습니다만.”“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정상적인 재산권 인수인계일 뿐 당신들의 일과 임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설유아는 미리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청산유수로 관련 사항을 전했다.“난 설유아라고 해요. 당신들 경영진한테 인수인계하려 왔다고 전해 주세요.”잠시 후 설유아의 뒤에서 보좌관 한 명이 공식 문서를 꺼내 프런트 데스크에 보여주었다.“무도관을 인수한다고?”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도 어제 있었던 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곧 십여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가 훤칠하고 예쁘장한 얼굴을 앞세우며 한 여자를 에워싼 채 걸어 나왔다.용천진이 거느리는 여자들 중 한 명인 모지민이었다.깔끔한 오피스룩에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려 곱게 화장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어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매혹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했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겼고 꿰뚫어 보듯 설유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섭기 그지없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설유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사장님, 그들이 이 문서를 들이밀며 무도관 인수인계 작업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안녕하세요. 전 국술당의 설유아입니다.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지금 정식으로 무도관을 인수인계하러 왔습니다.”설유아가 당당하게 걸어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아름다운 여성분은 누구시죠?”설유아는 정중한 말투로 말을 건넸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아직 앳된 기운이 물씬 풍겼다.모지민은 마뜩잖은 눈빛을 가득 담은 채 입을 열었다.“무도관을 인수인계한다고?”모지민은 차가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