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3626장

Author: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정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전체를 장악한 것처럼 보였던 용철구는 하현에게 꼼짝없이 휘둘리게 되었다.

하현의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났다.

원래 그는 용철구가 아무리 오만불손하게 나와도 용인서가 준 증표를 보여주면 조금은 기가 꺾일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용철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이는 용인서의 상황이 정말 위급하다는 것을 설명했고 어쩌면 정말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용 씨 가문 계승 후보자 세 명은 문주 자리를 놓고 생사도 넘나드는 싸움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용철구가 이렇게까지 미쳐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에 하현은 약간의 위험을 감지했을 뿐만 아니라 용철구 뒤에는 용 씨 가문 세 도련님 중 한 명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하현이 추측하는 그 한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용천두가 거의 99%의 확률로 확실할 것이다.

만약 이런 인물이 뒤에 떠받히고 있지 않다면 용철구가 어찌 감히 이 시점에서 자신을 모함하고 용천진의 일을 망칠 수가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하현이 할 수 있는 가장 옳은 방법은 용철구를 먼저 휘어잡은 뒤 때를 보는 것이다.

“용 관사를 풀어줘!”

용철구가 하현에게 휘어잡히는 것을 본 용 씨 가문 무도 고수들은 모두 소리를 내며 뛰쳐나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칼집에서 칼을 빼내며 살벌한 모습을 보였다.

용천오는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냉정을 되찾고는 희미한 냉소를 흘렸다.

그는 지금 하현이 날뛰면 날뛸수록 더 보기 흉하게 죽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현은 용천오를 습격하여 용 씨 가문 재산을 횡령하려 했고 문주의 증표까지 위조했다!”

“그 심보가 가히 가증스러워 절대 용서할 수가 없다!”

용철구는 지금 자신의 목구멍에 칼끝이 있음에도 속사포 같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모두 하현 이놈을 완전히 포위해!”

“3분 안에 재빨리 제압하지 못한다면 인정사정 봐 주지 말고 포박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위조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재벌 사위면 될까?   3627장

    용철구의 말을 듣고 하현의 눈빛에 차가운 냉기가 흘렀다.그는 서릿발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용철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방금 뭐라고 했지?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 봐!”“딱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이번엔 똑똑히 들어!”용철구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나한테 무슨 변고가 생긴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그뿐이 아니야. 당신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목숨을 잃을 거야. 조상들의 무덤까지 파헤쳐 버릴 거야!”“뼈를 갈아서 가루로 내버릴 거라고!”“왜?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어디 날 때려 보시든가!”“자!”용철구는 필사적으로 하현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아주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퍽!”하현은 쓸데없는 말로 대꾸하기 귀찮아서 뺨을 한 대 날려 버렸다.그러자 용철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이 한 대는 용 씨 가문 사람으로서 문주를 존경하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이번 한 대는 대하인으로서 대하의 왕법을 지키지 않은 데 대한 거야!”“퍽!”“세 번째 한 대는 남을 무시하고 안하무인한 당신의 태도에 대한 거야!”“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뛰쳐 날 상대하겠다는 거야?”“왜?“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존재라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내가 감히 당신을 못 때릴 것 같았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은 손을 뒤로 젖히고 닥치는 대로 용철구의 뺨을 후려갈겼다.용철구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고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용철구의 얼굴은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연신 뺨을 얻어맞은 용철구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그는 한바탕 버럭 고함을 질렀다.“개자식! 네가 감히 날 때려?!”“모두 내 명령을 들어! 하 씨 이놈에게 칼을 겨눠!”“1분 내 이놈을 죽여!”“내 생사는 신경 쓰지 말고 이놈을 죽여!”용철구는 증오에 활활 타올랐다.그의 부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에 든 병기를 움켜

  • 재벌 사위면 될까?   3628장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랜드로버 차량 행렬이 일제히 멈춰섰다.곧이어 문이 열리며 무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순식간에 용철구와 하현을 포위했다.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이들을 지켜보았다.용천진이 용문 전당의 힘을 이용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하현은 전에 용문의 내외 팔당과 삼십여섯 지회가 모두 용천진의 휘하에 있다는 말을 듣긴 했었다.그러나 간단히 흘려들었는데 지금 이 장면을 목격하고 보니 그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되었다.용천진이 실제로 뭔가를 시작하면 용천오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보인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하현이 흥미롭게 이 광경을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차의 조수석이 열렸고 검은 무도복을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나왔다.그녀는 매우 호리호리한 몸매였다.섹시할 뿐만 아니라 차갑고 늠름하기까지한 자태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그녀는 말할 때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고 몸에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딱 봐도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무엇보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여유와 자신감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그녀는 기세등등하게 지시하며 사람들을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어찌 보면 그녀는 황궁 같은 높은 곳에서 성지를 낭독하고 타인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예지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용철구와 그의 부하들은 탁심설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그저 그녀의 말이 귀에 거슬리는 듯 마뜩잖은 표정을 보였다.탁심설이 높은 신분이라도 돼?그녀가 하현이 한 말을 보증한다는 거야?그렇다면 하현이 가지고 있는 것이 정말 진짜 문주의 증표란 말이야?!그렇다면 하현은 정말로 용천진의 귀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용 씨 가문이 귀하게 받들어야 할 사람일 수도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고수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고 다시는 하현을 상대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어찌 보면 신선이 싸우는 싸움에 인간이 끼어서 괜히 험한 꼴을 당하는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 재벌 사위면 될까?   3629장

    ”이놈은 나한테 함부로 죄를 뒤집어씌웠고 내가 내민 문주의 증표를 위조했다고 몰아붙이며 내게 칼을 들이댔어. 내 가족을 모조리 죽고 조상들 무덤을 다 파헤쳐 뼈를 날리겠다고 한 놈이라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런데 고작 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게 벌이야?”“용천진 사람으로서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야?”“사람이 양심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하현이 감히 자신을 의심하며 덤벼들자 탁심설의 안색이 갑자기 일그러졌다.이때 용철구가 옆에서 냉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개자식! 네가 뭔데?”“네가 뭔데 우리 용문과 용 씨 가문에서 하는 일에 이래라저래라야?”“용천진이 오냐오냐하니까 아주 날 우습게 보는 거야? 날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똑똑히 들어! 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아무리 핏줄이 약하다고 해도 내 성은 용 씨라고!”용철구는 영악한 미소를 얼굴 가득 그리며 말을 이었다.“반 년치 급여를 못 받는 것만으로도 네놈 체면을 엄청 세워 준 거라고!”“잘 들어! 당신 같은 하찮은 놈들 목숨 따위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야! 알아들었어?!”“오늘 탁심설의 체면을 봐서 이대로 당신을 보내 주겠어!”“하지만 다음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그땐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 아내도, 당신 가족도 모두 죽여버릴 거라고!”“참, 당신 아내는 특별히 제일 나중에 죽일지도 몰라. 아주 얼굴이 쓸 만하거든!”“맛있게 즐긴 뒤 죽여버리겠어!”“생각만 해도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분명 용철구는 오늘 하현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잘 아는 듯했다.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보내기엔 너무 억울했다.그래서 그는 제 버릇 남 못 주듯 거친 입으로 험한 말을 내뿜고 있었다.하현한테 맞은 뺨이 몇 대인가?지금 누구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됐어, 용철구. 나까지 창피하게 만들지 마!”“이제 와서 그런 헛소리하면 뭐해?”“남들이 우릴 보고 웃을 거야!”탁심설은 용

  • 재벌 사위면 될까?   3630장

    하지만 하현은 그에게 입도 뻥긋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하현의 손에 있던 검이 날아와 용철구의 목을 그대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푸...”용철구는 피를 크게 내뿜으며 헉헉 소리를 냈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제멋대로 날뛰며 천하를 호령할 것 같던 용철구.땅바닥에서 온몸을 덜덜 떨며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장내는 태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고요했다.아무도 입도 뻥긋할 수 없이 멍하니 서서 믿기지 않는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광경이었다.하현이 이렇게까지 날뛰다니!용천오를 만신창이로 만들었으면 됐지 탁심설이 보는 앞에서 용천진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가다니!사실 탁심설이 왔을 때 사람들은 신선계에서 누군가 내려와 용철구의 목숨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때 용철구의 얼굴에는 하현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그는 탁심설이 오자 하현에게서 벗어날 기회를 얻고 자신이 맞닥뜨린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리고 재기를 도모하여 다시 하현을 공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그런데 하현이 손바닥 하나로 그를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그리고 지금은 그의 목숨까지 앗아가버렸다!난 단지 당신 아내를 노리고 당신과 당신 가족을 죽이려고 했을 뿐인데 정녕 날 이대로 죽일 셈이야?난 용 씨 가문 사람이야!얼마나 고귀한 핏줄인가 말이야?외지놈 주제에 감히 날 죽여?그것도 탁심설 앞에서!세상에 이런 오만방자한 놈은 보지 못했어!용철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험악한 얼굴을 한 채 몇 초 동안 몸부림치다가 결국 고개를 툭 떨구며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하현은 이제 자신이 한 행동 때문에 지금 용천두뿐만 아니라 용천진에게도 미움을 사게 되었다!게다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용천오까지!이것은 용 씨 가문 전체의 미움을 살 만한 일이었다!누가 그에게 이런 배짱을 주었단 말인가?“개자식

  • 재벌 사위면 될까?   3631장

    ”하현! 이 개자식아!”마침내 탁심설이 소리쳤다.그녀는 하현이 감히 그녀가 뻔히 보는 앞에서 용철구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어쨌거나 그녀는 몇 번이고 하현에게 경고를 했었다.그것은 그녀의 뜻이기도 했고 그녀의 뜻은 용천진의 뜻이기도 했다.그런데 감히 이 개자식이 사람을 죽이다니!순간 탁심설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다만 분하고 화가 나도 피범벅이 된 것은 현실이라 그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받아들인 또 한 가지 이유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계속 함부로 날뛴 일이 알려진다면 이는 분명 용천진과 용천두 사이에 큰 앙금을 남길 것이다.이로써 양측의 암투는 더욱 가열차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심지어 용천두 쪽은 이 상황을 용천진의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사태가 이렇게 발전되는 것은 용천진에게 결코 좋을 것이 없었다.그러자 탁심설은 하현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 씨! 내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용철구를 풀어주라고 했지?!”“우리가 그를 처리할 거야. 당신이 개입할 자리가 아니라고!”“그가 어떤 신분인지 알기나 해?”“감히 손바닥으로 때려죽여?”“지금 장난하는 거야?!”탁심설의 얼굴에 떠오른 분노와 살기는 이미 하현을 죽이고도 남을 만큼이었다.“당신들이 어떻게 처리하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야?”하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신들은 급여를 삭감해. 난 나대로 사람을 죽일 테니까!”“각자의 방식대로 처리하자고. 서로 아무 상관없이 말이야.”“왜? 기분 나빠?”“기분 나쁘면 어디 한번 날 갈기갈기 뜯어봐?!”“하지만 그전에 용천진에게 그럴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내가 용천오를 죽일 수 있는지, 용천진을 죽일 수 있는지 어떤지 그가 당신보다는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자선 파티에서 있었던 일은 그를 위해 내가 입도 뻥긋하지 않았어”“하지만

  • 재벌 사위면 될까?   3632장

    탁심설이 명령을 내리자 장내의 수십 명의 전당 고수들은 모두 조건반사에 응하듯 손에 든 병기를 들었다.동시에 그들은 살의를 내뿜으며 주위에 있던 용 씨 가문 고수들을 물러가게 했다.몇몇 용철구의 측근들은 오만불손한 얼굴로 길을 막으려 했지만 곧 전당 사람들에게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용문 전당 고수들의 강력한 일격에 용 씨 가문 고수들은 억울하고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었다.3분 후 하현은 자신의 도요타 엘파 차량에 올라탔고 탁심설의 사람에게 최희정을 병원으로 데려다줄 것을 지시했다.탁심설은 언짢은 듯 이마에 굵은 핏대를 세우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에게 다가와 소리쳤다.“하현! 지금 뭐 하는 거야?”“내 말 못 들었어?”“용천진께서 만찬을 준비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하현은 시동을 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가서 용천진한테 전해.”“오늘 밤 이 모든 일은 약속했던 것과 다르다고.”“이제 난 그에게서 조금의 진정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전해.”“그가 날 그토록 만나고 싶다면 국술당으로 오면 돼!”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하현은 액셀을 밟고 훌쩍 떠나버렸다.탁심설은 초조하고 화가 나서 손에 든 화살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활시위를 당기기도 전에 하현이 손가락을 튕겼다.나뭇잎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탁심설의 손에 있던 활을 툭 쳐서 날려버렸다.순간 탁심설은 팔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하현이 이 정도로 실력이 강할 줄이야!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이었다.그래서 용천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거리낌이 없는 것인가?탁심설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때 하현은 거침없이 액셀을 밟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명령을 내렸다.통화를 마친 그는 뒷좌석에 있는 설은아의 용태를 살피며 속도를 계속 높였다.어스름 황혼이 질 무렵 차는 국술당 입구에 멈춰섰고 루돌프 일행은 이미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하현이 설은아를 안고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 재벌 사위면 될까?   3633장

    ”용천오는 폐인이 되었고 용천두의 심복도 죽었어.”“용천진은 아마 지금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껄껄 웃지 않을까?”“나와 용천두가 충돌해 서로 죽자 사자 싸웠으니.”“만약 순리대로 간다면 내가 용천두를 죽일 것이고 결국 용천진은 손 안 대고 승리를 거두게 되겠지.”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서, 당신들은 오늘 이 일이 용천두가 일부러 한 짓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용천진이 용천두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 생각해?”하현의 말을 듣고 진주희 일행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하현의 말이 맞았다.오늘 이 일은 얼핏 보면 우연하게 일어난 듯 보이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용철구의 등장도 그렇고 탁심설이 그를 구하러 나타난 것도 뭔가 의도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이 모든 것이 용천진의 계산이라면 용천진은 생각보다 음흉한 사람임이 틀림없다.진주희는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열었다.“하현,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방금 이슬기 쪽에서 세운 인수 계획을 실행할 건가요?”“실행이라. 안 할 이유가 없지, 안 그래?”하현이 옅은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것들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잖아?”“이슬기가 여기까지 오기는 좀 불편하니까 조남헌, 당신이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인수하는 일을 맡아줘.”“명심해. 조금의 차질도 없이 빠르고 정확해야 해!”“진주희, 당신은 내 아내 가족의 안전을 맡아줘. 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하현의 명령을 받은 진주희와 조남헌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명령을 이행했다.두 사람에게 일을 맡기고 나니 하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홀가분해진 하현은 가끔 남궁나연 일행이 가르치는 데 조금 조언을 하거나 학생들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여유가 생긴 하현은 자주 후원으로 나가

  • 재벌 사위면 될까?   3634장

    프런트 데스크의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던 보안 요원들이 다가와 두 눈에 경계하는 핏대를 잔뜩 세우고는 설유아 일행을 쳐다보았다.“우리는 무성상업연맹 소유였던 무도관을 인수하는 일을 하러 왔습니다.”“시간이 촉박해 아직 정식으로 통보하지는 못했습니다만.”“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정상적인 재산권 인수인계일 뿐 당신들의 일과 임금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설유아는 미리 만반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청산유수로 관련 사항을 전했다.“난 설유아라고 해요. 당신들 경영진한테 인수인계하려 왔다고 전해 주세요.”잠시 후 설유아의 뒤에서 보좌관 한 명이 공식 문서를 꺼내 프런트 데스크에 보여주었다.“무도관을 인수한다고?”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도 어제 있었던 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갔다.곧 십여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가 훤칠하고 예쁘장한 얼굴을 앞세우며 한 여자를 에워싼 채 걸어 나왔다.용천진이 거느리는 여자들 중 한 명인 모지민이었다.깔끔한 오피스룩에 머리를 단정하게 틀어 올려 곱게 화장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세련되어 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녀의 매혹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하게 했다.그녀의 눈동자에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겼고 꿰뚫어 보듯 설유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매섭기 그지없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설유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사장님, 그들이 이 문서를 들이밀며 무도관 인수인계 작업을 하러 왔다고 했습니다.”“안녕하세요. 전 국술당의 설유아입니다.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우리는 지금 정식으로 무도관을 인수인계하러 왔습니다.”설유아가 당당하게 걸어와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 아름다운 여성분은 누구시죠?”설유아는 정중한 말투로 말을 건넸지만 그녀의 몸에서는 아직 앳된 기운이 물씬 풍겼다.모지민은 마뜩잖은 눈빛을 가득 담은 채 입을 열었다.“무도관을 인수인계한다고?”모지민은 차가운 미

Latest chapter

  • 재벌 사위면 될까?   4195장

    최희정은 하현이 어디서 이 명함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맞아. 정말로 형홍익 명함인데?”우다금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오히려 화를 버럭 내었다.“아휴! 잘난 데릴사위가 형홍익의 명함을 얻었으니 이제는 금정 최고 거물의 명함도 받을 수 있겠군그래!”“설 씨 집안도 대구 정 씨 가문과 연락이 닿아 아홉 번째 집안이 되어 꽤나 번성하고 발전했을 텐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생색은 한껏 내면서 이런 핑계나 대고 있으니 원!”“정말 실망이야!”“이렇게 우릴 무시할 거면 확실히 말할 것이지! 앞으로 내가 절대 이 집안에 얼씬을 하나 봐! 절대 안 올 거야!’우다금은 노점에서 사 온 선물 꾸러미를 떠올리자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거실에 있는 찻주전자라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우다금의 말에 최희정과 설재석은 어이가 없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설은아는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아끌었다.“하현, 당신이 좀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이 정말...”이쯤 되니 설은아도 자신의 행동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현과 최희정은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런 하현이 최희정을 위해 나서서 우 씨 고모를 도와주려 하겠는가?설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런 사소한 일로 형홍익 어르신을 귀찮게 할 필요도 없어. 내 하녀한테... 그러니까 내 친구한테 말 한마디만 꺼내면 돼.”말을 마치며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우소희의 취업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다.그는 1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끊었고 우다금 모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잘 해결되었습니다.”“거짓말하지 마!”“어디서 계속 장난질이야!”“데릴사위인 주제에 금정 최고 책임자라도 되는 양 허

  • 재벌 사위면 될까?   4194장

    ”허! 제부! 시도도 안 해 보고 노력도 안 했는데 당신들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잖아요!”“그게 도와주겠다는 사람 태도예요?”우다금은 냉소적인 얼굴로 쏘아붙였다.“당신들이 우릴 친척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우리 소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제부, 난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내가 자존심도 다 버리고 도와달라고 이렇게 애원하는데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정말 너무 뻔뻔들 하네!”최희정은 자신보다 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다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지금 뭐라는 거야?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온 언니를 내가 영광으로 생각하며 대했어야 한다는 거야?”“엄마, 아빠...”설은아는 또 말다툼이 시작되려 하자 걱정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하현, 혹시 이모 도와줄 수 있겠어?”설은아는 하현이 금정은행에서 형홍익의 개인 명함을 내놓은 것이 문득 떠올랐다.그렇다면 하현과 형홍익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래서 하현이 방금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허풍이 아니라 정말로 도와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눈앞의 난처한 상황을 보고 설은아는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도와줄 수 있어?”설은아의 말에 우다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은아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면 안 되겠니?”“네 전 남편이 얼뜨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어?”“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지!”“능력이 없다는 둥 변명만 늘어놓더니 이제는 얼뜨기를 내세워 나한테 헛바람이라도 넣으려고 그래?”“놀리는 거야? 놀리니까 재미있어?”“우린 바보가 아니야!”말을 마치며 우다금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부라렸다.그녀는 설은아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이런

  • 재벌 사위면 될까?   4193장

    ”제부, 희정아, 은아야. 이 일은 아무래도 너네들이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어쨌든 너네들은 매일 친구 모임에도 다니면서 여러 거물들과 친분도 있고 인맥도 많을 거 아냐?”“너네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 같은 과부와 내 딸은 어떻게 살아?”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희정의 식구들은 신세한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는 우다금을 보고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너네들, 우리 소희가 일자리도 없이 집에서 폐인이 되어 가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양심에 찔리지 않겠냐고?”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우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손을 놓은 뒤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엄마, 희정이 이모나 이모부가 별로 능력이 없는 것 같아.”“이 사람들은 이제 돈이 많아서 우리 같은 가난한 친척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나 봐!”“돈푼깨나 좀 있다고 잘난 줄 알아?”“능력 있다고 자랑이나 하지 말던가!”하현은 우소희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머리가 텅텅 빈 데다 당돌하기까지 했다.이 말을 듣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모, 우리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은 금정에서 확실한 인맥이 없어요.”“게다가 형 씨 가문 그룹은 금정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굴지의 그룹이에요.”“매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어요.”“그중에는 배경도 대단하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도 널렸고요.”“그런데 형 씨 가문이 우리가 뭐라고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어요?”“형 씨 가문 고위층과 아는 사이긴 하지만 취업 청탁을 할 만한 위치는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물론 우리도 최선을 다해 볼 거예요!”설은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최희정과는 완전히 달랐다.겉으로 매정한 말을 못 한 채 질질 끌려가지 않았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고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한 것도 한편

  • 재벌 사위면 될까?   4192장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 재벌 사위면 될까?   4191장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 재벌 사위면 될까?   4190장

    보기만 해도 끔찍한 장면이 벌어졌다.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마동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알이 휘둥그레졌다.그의 눈앞에서 마사영이 차 유리에 부딪혀 상처투성이가 된 것이다.이 광경을 본 뒤 마동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눈이 뒤집혔다.“개자식! 감히 내 후배를 이 꼴로 만들어! 그렇게 자신 있어? 뒷감당할 자신 있냐고?”마동수는 포효하며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괴물처럼 커다란 주먹을 움켜쥐었다.순간 하현의 손바닥이 마동수의 얼굴을 덮쳤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마동수의 몸이 튕겨나가 트럭 좌석 위에 나가떨어졌다.그의 시야에는 하현의 매서운 표정만이 어른거렸다.“실력도 별로구만. 괜히 쓸데없는 말만 많은 놈이군.”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티슈를 꺼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닦았다.마동수는 눈앞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이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하현한테 먼저 일격을 당하다니!마사영도 이 광경을 보고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그녀는 헐떡거리며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사장님, 이리 와서 처리 좀 해주시죠.”...고명원이 사람을 데리고 와서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설은아의 부상은 경미했지만 심적으로 많이 놀란 상태였다.그래서 링거를 맞고 있는 설은아에게 하현은 상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서 사고가 난 거라고 둘러댔다.상대 운전자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차를 수리해 주기로 했고 수천만 원의 의료비도 배상한다고 덧붙였다.설은아는 하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고 자신의 몸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병원을 떠났다.다만 가족들에게는 교통사고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하현에게 당부했다.가족들에게 쓸데없는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하현은 아무 말 없이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오

  • 재벌 사위면 될까?   4189장

    ”그러니 내가 지금 당신을 찾아와 따지는 게 지나친 일은 아니지, 안 그래?”마동수는 당연한 듯 입을 열었다.하현은 그의 이름을 듣고 어딘가 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순간 얼마 전 엄도훈이 자신에게 한 얘기가 떠올랐다.“당신 둘은 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에서 내쫓긴 그 마동수와 마사영이지?”“내 기억이 맞다면 서남 천문채는 당신들에게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다던데.”이전에 엄도훈은 이 두 사람이 치명적인 권법을 터득하기 위해 동료 몇 명을 죽이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들은 서남 천문채에서 제명되고 급기야 현상금이 붙은 채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하현은 고성양에게 이런 배경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고성양과 그의 모친은 곤경에서 벗어나자마자 사람을 시켜 이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설은아가 아직 차 안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정홍매와 고성양의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내 탓만을 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언젠가는 드러날 일이었어.”“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이를테면 내가 위자료의 의미로 당신에게 일억 정도 준다든가 말이지. 어때?”하현은 냉정을 유지하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하지만 내 아내와 아들은 당신이 죽길 원해.”“그들은 당신이 죽어야만 숨을 쉴 수가 있다고 말했어.”마동수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걱정하지 마. 당신이 떠나는 길, 외롭지 않게 해줄 테니까.”“난 이미 다 알아봤지.”“당신을 죽인 뒤 장인 장모 일가족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고명원을 죽일 거야!”“당신 여자는 며칠 있다가 죽일 거야.”“내 아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여자거든.”“며칠 편안하게 데리고 있다가 같이 보내줄게.”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하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곳은 금정이라 그는 가능한 한 몸을 낮추려고 했다.하지만 상대는 그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 재벌 사위면 될까?   4188장

    김나나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하현은 설은아의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도중에 설은아는 하현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으나 일이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 만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차가 교외로 빠져나왔을 때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언뜻 눈을 들어보니 엄도훈이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건너편에서 다급한 엄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현 형님! 큰일 났습니다!”하현은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큰일 날 게 뭐가 있어?”엄도훈은 못마땅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명원 그놈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그는 고성양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그 모자를 죽이려고 했습니다!”“아주 날을 잡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 셈이었던가 봐요!”“그런데 오늘 아침에 정홍매와 고성양을 가두어 놓은 곳에 가 보니 이미 아무도 없었다는군요.”“정홍매와 고성양이 아주 사라졌어요!”“이 일은 형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어쨌든 폭로가 된다면...”점점 어조가 무거워진 엄도훈은 결국 말을 끝맺지 못했다.“정홍매 모자가 형님한테 폐를 끼칠까 봐 걱정스럽습니다.”하현은 엄도훈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었다.“정말 쓸모없는 인간들이군!”정홍매와 고성양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었다면 그들의 실력이 아주 범상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확률도 크다는 얘기다.자신에게 복수하는 것은 아무 상관없지만 문제는 설은아에게 손을 댄다면 조금 상황이 복잡해진다는 것이다.설은아는 옆에서 지켜보며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아닌지 의아해하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쾅!”바로 그때 뒤에서 갑자기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왔다.설은아는 놀라서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는데 순간 그녀가 몰던 차의 속도가 증가하기는커녕 오히려 느려졌다.“조심해!”하현은 순간적으로 설은아의 몸을 덮친 뒤 핸

  • 재벌 사위면 될까?   4187장

    하현은 펄쩍펄쩍 뛰는 김나나를 보고 빙긋이 웃었다.“그런 말을 하면 체면이 덜 깎일 것 같아서 그래?”하현의 말을 들은 설은아는 가슴이 철렁해서 급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잡아당겼다.“하현, 그만하면 됐어. 그 정도로 해. 나나는 어쨌든 내 친구야.”“김나나, 너도 내 말 좀 들어봐. 이제 그만 하현에게 사과하고 이 일은 그냥 넘어가면 안 돼?”그녀는 하현이 이런 식으로 김나나를 몰아붙이는 건 결국 문제를 더 크게 만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호의가 김나나의 눈에는 하현을 비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김나나는 콧대를 한껏 치켜세우며 차갑게 말했다.“설은아, 이 쓰레기한테 사과하라고? 너 머리에 물 들어갔어?”“사과를 하라니?”“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김나나의 말에 주위에 있던 예쁜 여직원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하현이 너무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 것임이 틀림없다.하현은 김나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뜬 채 조 행장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조 행장님은 끝까지 내 말을 무시할 생각인가 봅니다.”“강남에 있는 천일그룹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금정까지 손을 뻗칠 수 없는 건 사실이죠.”“영향력이 부족할 수 있죠.”조 행장도 이에 맞장구를 쳤다.“확실히 영향력은 떨어지죠.”“그럼 이러면 어떻습니까? 이래도 부족합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 행장 앞에 툭 내던졌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 장천중.조 행장의 얼굴빛에 살짝 균열이 생겼다.“이래도 부족하냐고 물었습니다.”“조 행장님, 뒷배가 아주 든든한가 봅니다.”하현은 마지막 명함을 꺼내 조 행장의 눈앞에 철썩 내리쳤다.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할 그 이름, 간민효라는 석 자가 명함에 박혀 있었다.이를 본 순간 조 행장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휘청거리기까지 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