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말을 들은 경홍근의 얼굴엔 절망이 내려앉아 완전히 빛을 앗아갔다.잠시 후 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하 씨! 당신! 절대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이런 수법이 나한테는 통할지 몰라도 조 세자는 절대 당신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조 세자가 반드시 네놈을 죽일 거야!”“난 저세상에서 두 눈 부릅뜨고 네놈을 기다리고 있을게!”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껌뻑거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여전히 기고만장한 경홍근은 애꿎은 경찰관 두 명에게 손바닥을 휘두르고는 발로 밀치며 경찰차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다....경홍근이 감옥에 들어간 다음날 아침.조한철은 예전과 다름없이 연무장에서 무술을 연마했고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야 정자에 앉아 하인들이 가져다주는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하루의 시작은 아침을 먹는 것부터였다.조한철의 절대적인 루틴이었다.그는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절대 늦잠을 자서는 안 되며 이른 아침 운동을 마친 후 꼭 영양 잡힌 식사를 해서 체력을 충분히 보강해야 정신이 맑아진다고 생각했다.그렇게 해야 일 처리도 빠르고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일 수가 있다.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그야말로 마음껏 여흥을 즐기는 것이다.하인이 음식을 내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한철은 태블릿PC를 뒤적거리며 급한 서류들을 처리했다.바로 그때 인형처럼 아리따운 여비서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다만 여비서의 얼굴에는 여느 때 보이는 애교가 하나도 없었고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조 세자, 일이 좀 생겼습니다.”조한철은 눈도 들지 않은 채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말해.”“상관 경홍근과 방 감독관한테 일이 생겼습니다.”여비서가 말을 이었다.“그들은 어젯밤 하현을 찾아 국술당에 쳐들어가서 소란을 피우다가 만 씨 가문 사람들과 한여침, 진주희를 맞닥뜨렸다고 합니다.”“결국 그들은 하현을 짓밟는 데 실패했고 그뿐만 아니라...”“음, 그뿐만
하현이 인수한 국술당에 조한철이 깜짝 선물을 준비하던 그때.무성 용 씨 가문 저택.사청인은 핸드폰 속의 자료를 보면서 용 씨 가문 저택에서 가장 향락으로 점철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맨몸에 근육질을 자랑하듯 용천진이 늑대개 몇 마리를 데리고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이 늑대개들은 며칠째 굶주리고 있었다.주인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잔인한 독기가 물이 올라 있었다.하지만 사나운 늑대개들을 조련하는 용천진의 몸짓은 매우 안정적이고 다부져 보였다.그의 우람한 주먹 한 방이면 늑대개들도 기를 못 쓰고 그 자리에서 고꾸라질 것 같았다.사청인이 걸어오는 모습을 본 용천진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늑대개 한 마리의 목을 잡아채 사정없이 주먹을 날려 버렸다.순식간에 늑대개는 헐떡이며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그가 죽은 늑대를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치자 다른 늑대개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죽은 개를 물어뜯었다.용천진은 하인들이 미리 준비해 놓은 미지근한 물에 양손을 씻었다.그리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사청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사청인, 이렇게 일찍 여긴 어쩐 일이야?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용천진은 환한 미소로 사청인을 맞았다.하지만 그의 사람됨을 아는 사람들은 지금 그가 보이는 미소 뒤에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나쁜 소식도 아니에요.”사청인도 빙그레 웃으며 용천진의 곁으로 가서 함께 나란히 발걸음을 옮겼다.“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하현이 훨씬 더 강한 상대 같아요.”“어제 만났을 때 투우를 이용해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고 했어요.”“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황소를 죽이는 바람에 내가 생각했던 방안과 묘책이 모두 엉망이 되었어요.”“심지어 그에게 덤벼들려던 우리 사람이 되려 당했지 뭐예요.”“게다가 하현은 우리한테 3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하면서 하루라도 늦으면 이자를 십억이나 물리겠다고 했구요.”“3일 안에 돈이 들어온 게 확인되지 않으
사청인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지금까지 들은 바에 의하면 조 세자 쪽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고 해요. 아마 잠시 겁을 먹은 것 같아요.”“어쨌든 하 씨 그놈은 요즘 무성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가 오른 터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요.”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가 올랐다는 말을 듣고 용천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뭔가 끓어오르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재미있네, 재미있군. 안 그래?”“요즘 세상에 감히 내 앞에서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 있다니?!”“용천두나 용천오도 내 앞에선 그러지 못하잖아? 그들도 내 앞에선 아주 얌전하게 구는데 말이야!”“하 씨 그놈이 아무리 실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은 항도 하 씨 가문 변방에 있는 사람이잖아!”“그가 무슨 근거로 그렇게 오만방자하단 말이야? 뭘 믿고?”“그 거친 입만 믿고?”“아니면 브라흐마 커크를 죽였다는 것 때문에?”“브라흐마 커크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걸음마 수준의 실력에 불과해!”“이 시대에 무학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비행기 대포를 이길 수 있겠어? 수천 명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난 무성에 천군만마를 데려와 그를 단번에 멸망시킬 수 있어!”“외지인 하나 못 때려잡을까 봐?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외지인인 걸!”“뭐? 나한테 이천억을 달라고?”“용천오도 감히 나한테 돈을 달라고 하지 못하는데!”“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용천진은 분명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고 똑똑했다.그래서 그는 하현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설은아가 이천억을 받으러 왔을 때 그는 이미 하현의 상황을 샅샅이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그래서 그는 하현을 경멸하고 경계하고 있긴 하지만 자신과 대적해 싸울 만한 그릇은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어쨌든 그는 용문 서른여섯 지회와 내삼당과 외오당 당주들 중 절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그가 원하기만 한다면 자진해서
”하현이라는 총으로 우리한테 남아 있는 골칫거리들을 치워내는 거죠.”“여세를 몰아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용천오와 용천두를 해결하는 거예요.”“이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에게 득이 될 뿐만 아니라 완전히 무해한 것이 돼요!”사청인이 말을 꺼내자마자 단숨에 내뱉었다.그녀는 하현의 소식을 듣고 용천진을 만나러 오는 길에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다 최선의 선택을 생각해 낸 것이다.어쨌든 용천진이 기세를 잡고 상석을 차지해야 한다.그녀의 부귀영화는 오로지 용천진의 지위에 달려 있다.“일리가 있는 말이군.”용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하현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하잖아?”“나 용천진이 그놈과 타협을 하라고?”용천진에게 있어 체면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그는 평생 누구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그런 그가 지금 외지인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단 말인가?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용천진,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사청인이 침착하고 다부진 입매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순순히 돈을 갚는다는 것이 당신한테는 좀 모양새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당신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하지만 멀리 봐야 해요. 하현과 협력한다면 당신이 상석에 오를 수 있는 날이 훨씬 가까워질 거예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해요.”“어차피 용문과 용 씨 가문의 형세는 분명해졌어요.”“상석에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요.”“게다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타협하지 않다가 나중에 혹시 인생의 오점을 남기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당신이 상석에 오른 뒤에 하현 그놈을 죽여도 늦지 않아요.”“당신은 용문주, 용 씨 가문 문주가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무성에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되는 거죠!”“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현 한 사람 죽이는 건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된다
”자, 재미없는 얘긴 그만하고 아침부터 들자고.”용천진이 빙긋이 웃었다.“아 참, 그리고 당신한테 한 가지 알릴 소식이 있어. 당신이 오기 전에 사람을 시켜 설은아를 잡아놓으라고 시켰어.”“하 씨 그놈의 능력이 어떤지 두고 보자구!”“자기 마누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면 아마 사람을 보내 구해 내려고 할 거야!”“무사히 구해 낸다면 그가 꽤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고!”“만약 그가 내일 이 시간까지 아내를 구해 내지 못하면.”“그럼 그의 아내를 흑주로 팔아버릴 거야!”“검은 피부의 거친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이런 여리여리한 여자라구!”용천진은 자신의 악랄함을 드러내며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떠올렸다.“하 씨 그놈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내 두 눈으로 꼭 두고 볼 거야!”사청인은 용천진의 말을 듣고 눈꺼풀을 펄쩍였다.“당신이 그렇게 하면 하현이 분명 불같이 화를 낼 거예요!”“하나라도 잘못되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요. 쉽게 끝나지도 않을 거고요!”용천진은 비열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말했다.“방금 그놈이 나와 손을 잡고 동맹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난 그놈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거야!”“나한테 어떻게 덤비는지 능력을 봐야겠어!”“나한테 조금도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그놈과 손을 잡고 용천오와 싸울 수 있겠어?”“무슨 자격으로 그놈이 나의 동맹이 될 수 있겠냐고? 내 총이 되어야 할 사람이야!”“그럴 사람인지 아닌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아?”“용천진, 우리가 아무리 그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도 너무 과격한 수단은 쓰지 않는 게 좋아요. 난 당신이 걱정되어서 그래요...”사청인은 한 마디 더 하고 싶었다.“퍽!”용천진은 참지 않고 사청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그녀는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왜? 내가 못 해 낼 것 같아?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야?”“흥! 어디 두고 보자고. 누가 고꾸라지는지!
”아마도 뭐?”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추궁했다.“아마 상대는 용문 내부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현장의 흔적을 보니 집법당 제자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에 칼이 그대로 있었습니다.”“상대가 너무 신분이 높아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이 말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성에서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집법당 제자들이 칼도 휘두를 수 없을 만큼 거물 말이야.”“몇 명 있습니다.”“용문주의 친위.”“용 씨 가문의 세 후계자들.”“장로회 사람들도 있구요.”진주희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집법당 제자들이 그들을 제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집법당 제자들 대부분이 무성 본토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그들은 아마 상대를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시울을 두껍게 모았다가 다시 눈을 치켜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로회가 우리랑 의견 충돌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양측이 온전히 부딪힌 적은 없어.”“용천두도 마찬가지고.”“용천오가 최근에 나한테 뺨을 맞았지. 아직 난 그에게 제대로 된 해명도 못 들었는데 또 이렇게 날 건드린다고? 그럴 수가 있겠어?”“그럼 남은 건, 설은아에게 이천억을 빚지고 3일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 협박을 받은 용천진!”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하현의 눈에 매서운 칼바람이 폭풍 전야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용천진이 돈을 갚지도 않고 설은아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니 하현은 가슴 밑바닥에서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바로 그때 진주희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오늘 아침 용천진의 친위대가 출동했었다고 합니다.”“그들은 우쭐대며 무성 거리에 나타났고 사건 현장을 지나 용 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갔구요.”그녀는 주저주
어둠이 깔린 무성 거리에 도요타 엘파가 자선모금 만찬장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백 퍼센트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가지 단서들과 분석으로 판단하면 설은아를 납치한 사람은 용천진이라는 한 사람으로 귀결되었다.평소 같으면 차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수집한 후 정황을 좀 지켜보았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와 관련된 일에 하현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천진이라는 사람은 고집이 엄청 세고 행동에 거침이 없다고 했다.촘촘히 작전 계획을 세우고 후방에서 책략을 도모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용천진의 스타일이었다.그래서 오히려 용천진은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행동할 때는 미친 듯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하현은 용천진의 손안에 들어 있는 설은아를 조금도 다치지 않고 구해 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래서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가는 하현은 거칠게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신호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하현은 차를 몰면서 공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선모금 만찬장의 시스템을 해킹해 만찬장의 구조를 손에 넣었다.그동안 진주희는 하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하현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또한 자신이 이 일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곧 차는 번화한 도심을 벗어나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향하는 대로에 들어섰다.“봥!”바로 그때 하현의 눈꺼풀이 살짝 펄쩍였다.사이드미러에서 벤츠 5대가 도로 한 쪽에서 튀어나와 기세 좋게 추격해 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벤츠 그랜드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 몇 명이 타고 있었고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분명 이 사람들은 하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하현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상대는 이미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벤츠 그랜드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나와 하현이 가는 방향으로 밀치고
”탕탕탕!”안전장치를 푼 총을 들고 병언파들은 창문을 내린 뒤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전방에 달리고 있는 도요타 엘파를 향해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하현은 총소리를 듣고 순간 눈초리를 길게 빼더니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제일 앞서 달리던 벤츠 그랜드가 하현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앞선 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제동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선두 차량의 후미를 덮쳤다.벤츠 그랜드는 사나운 굉음을 내며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180도 방향을 틀었다.차량들은 일제히 괴성을 뿜었고 하현은 핸들을 꺾어 두 번째 벤츠 차량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두 번째 벤츠 그랜드의 운전자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려 하현의 차량을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부딪혀 벤츠 그랜드를 넘어뜨렸다.스키드 마크가 진하게 도로 위에 궤적을 그려 놓는 모습을 보고 무병언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용천진이 상대하는 사람이라 절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가 이 정도일 줄은 무병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개자식! 우리를 아주 만만하게 봤군!”하현이 움츠러들지 않고 몰아붙이자 세 번째 벤츠 그랜드에 타고 있던 병언파들은 천장 루프를 열고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하현은 와이퍼를 부러뜨려 루프에 상체를 내민 병언파를 향해 힘차게 던졌다.그러자 와이퍼 조각은 총을 겨누고 있던 병언파의 손목에 그대로 꽂혔다.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차 안으로 주저앉았고 순간 총소리가 들었다.남자가 가지고 있던 총이 오발한 것이다.‘탕탕'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벤츠 그랜드는 그대로 통제력을 잃고 길가의 큰 나무에 부딪혔다.뒤에 남은 벤츠 그랜드 두 대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무리들은 그대로 몸이 날아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도로에 풀썩 떨어졌다.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이었다.용천진의 비호 아래서 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