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뭐?”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추궁했다.“아마 상대는 용문 내부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현장의 흔적을 보니 집법당 제자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에 칼이 그대로 있었습니다.”“상대가 너무 신분이 높아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이 말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성에서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집법당 제자들이 칼도 휘두를 수 없을 만큼 거물 말이야.”“몇 명 있습니다.”“용문주의 친위.”“용 씨 가문의 세 후계자들.”“장로회 사람들도 있구요.”진주희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집법당 제자들이 그들을 제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집법당 제자들 대부분이 무성 본토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그들은 아마 상대를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시울을 두껍게 모았다가 다시 눈을 치켜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로회가 우리랑 의견 충돌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양측이 온전히 부딪힌 적은 없어.”“용천두도 마찬가지고.”“용천오가 최근에 나한테 뺨을 맞았지. 아직 난 그에게 제대로 된 해명도 못 들었는데 또 이렇게 날 건드린다고? 그럴 수가 있겠어?”“그럼 남은 건, 설은아에게 이천억을 빚지고 3일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 협박을 받은 용천진!”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하현의 눈에 매서운 칼바람이 폭풍 전야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용천진이 돈을 갚지도 않고 설은아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니 하현은 가슴 밑바닥에서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바로 그때 진주희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오늘 아침 용천진의 친위대가 출동했었다고 합니다.”“그들은 우쭐대며 무성 거리에 나타났고 사건 현장을 지나 용 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갔구요.”그녀는 주저주
어둠이 깔린 무성 거리에 도요타 엘파가 자선모금 만찬장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백 퍼센트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가지 단서들과 분석으로 판단하면 설은아를 납치한 사람은 용천진이라는 한 사람으로 귀결되었다.평소 같으면 차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수집한 후 정황을 좀 지켜보았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와 관련된 일에 하현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천진이라는 사람은 고집이 엄청 세고 행동에 거침이 없다고 했다.촘촘히 작전 계획을 세우고 후방에서 책략을 도모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용천진의 스타일이었다.그래서 오히려 용천진은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행동할 때는 미친 듯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하현은 용천진의 손안에 들어 있는 설은아를 조금도 다치지 않고 구해 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래서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가는 하현은 거칠게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신호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하현은 차를 몰면서 공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선모금 만찬장의 시스템을 해킹해 만찬장의 구조를 손에 넣었다.그동안 진주희는 하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하현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또한 자신이 이 일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곧 차는 번화한 도심을 벗어나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향하는 대로에 들어섰다.“봥!”바로 그때 하현의 눈꺼풀이 살짝 펄쩍였다.사이드미러에서 벤츠 5대가 도로 한 쪽에서 튀어나와 기세 좋게 추격해 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벤츠 그랜드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 몇 명이 타고 있었고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분명 이 사람들은 하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하현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상대는 이미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벤츠 그랜드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나와 하현이 가는 방향으로 밀치고
”탕탕탕!”안전장치를 푼 총을 들고 병언파들은 창문을 내린 뒤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전방에 달리고 있는 도요타 엘파를 향해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하현은 총소리를 듣고 순간 눈초리를 길게 빼더니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제일 앞서 달리던 벤츠 그랜드가 하현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앞선 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제동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선두 차량의 후미를 덮쳤다.벤츠 그랜드는 사나운 굉음을 내며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180도 방향을 틀었다.차량들은 일제히 괴성을 뿜었고 하현은 핸들을 꺾어 두 번째 벤츠 차량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두 번째 벤츠 그랜드의 운전자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려 하현의 차량을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부딪혀 벤츠 그랜드를 넘어뜨렸다.스키드 마크가 진하게 도로 위에 궤적을 그려 놓는 모습을 보고 무병언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용천진이 상대하는 사람이라 절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가 이 정도일 줄은 무병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개자식! 우리를 아주 만만하게 봤군!”하현이 움츠러들지 않고 몰아붙이자 세 번째 벤츠 그랜드에 타고 있던 병언파들은 천장 루프를 열고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하현은 와이퍼를 부러뜨려 루프에 상체를 내민 병언파를 향해 힘차게 던졌다.그러자 와이퍼 조각은 총을 겨누고 있던 병언파의 손목에 그대로 꽂혔다.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차 안으로 주저앉았고 순간 총소리가 들었다.남자가 가지고 있던 총이 오발한 것이다.‘탕탕'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벤츠 그랜드는 그대로 통제력을 잃고 길가의 큰 나무에 부딪혔다.뒤에 남은 벤츠 그랜드 두 대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무리들은 그대로 몸이 날아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도로에 풀썩 떨어졌다.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이었다.용천진의 비호 아래서 백
석양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꼬리를 감추자 무성 자선모금 만찬장의 불빛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을 비추었고 얼추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만찬장뿐만 아니라 정원과 잔디밭까지도 인파로 북적거렸다.무성 상류층에서 온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엄선한 종업원들까지 합한 전체 인원수는 천 명에 육박했다.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성대한 자선 파티였다.오늘 밤 참석한 손님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선모금에 돈을 기부할 것이다.세련된 프렌치 롱테이블에는 다양한 종류의 다과와 과일, 음식, 술 등이 가득했다.참석자들은 이따금씩 자리를 잡아 수다를 떨기도 하며 명함을 주고받기도 했다.만찬장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오늘 행사의 주최자는 다름 아닌 용 씨 가문 젊은 세대의 우두머리 용천진이었다.여기에 나타나 서로 성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나타난 이상 그들은 용 씨 가문 후계자 싸움에서 용천진을 선택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용천진이 순조롭게 상석에 앉게 되면 오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굽신거릴 것이다.외부인들 외에도 용천진이 거느리고 있는 72명의 여자들도 이 만찬에 참석했다.뜻밖에도 전에 용천진에게 쓰디쓴 충고를 했었던 다섯 번째 첩 사청인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을 양쪽에 거느리며 용천진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만찬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조 선생님, 조희연. 오늘 밤 조 세자가 오지 못해서 정말 안타깝군요.”용천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객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어느 부녀 앞에 미소 띤 얼굴을 보였다.서북 조 씨 가문에서 온 조삼서와 조희연 부녀였다.비록 그들은 서북 조 씨 가문 방계일 뿐이지만 5대 문벌이라는 명예는 언제나 사람들을 놀래킬 만했다.다만 5대 문벌이라고 하더라도 용 씨 가문의 젊은 세대 우두머리인 용천진을 대하는
용천진도 사양하지 않고 조희연을 힐끔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조희연, 괜찮다면 잠시 후 내 방에서 얘기나 좀 나눌까?”“지금은 다 같이 술 마시고 다 같이 얘기하면서 즐겁게 만찬을 즐기고!”조삼서는 용천진의 말을 듣고 재빨리 잔을 들었지만 딸과 용천진과의 사이에 오간 말은 귀담아 두지 않는 듯했다.술이 세 순배 정도 돌고 나서야 조삼서는 웃으며 말했다.“용천진, 요즘에 일이 좀 생겼다지?”“세상에 어느 눈먼 놈이 감히 당신한테 빚 독촉을 하러 왔다는 소문을 들었어.”“겁도 없이 당신 투우를 죽였다고 하던데.”“아니, 무성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이래도 법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용천진, 괜찮다면 그 일을 나한테 맡겨줘. 그럼 내가 아주 혼쭐을 내고 말 테니까!”“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혹독하게 알게 해 줄게!”“당신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겠어!”그와 같은 사람은 서북 조 씨 가문 안에서 널리고 널렸다.방계의 신분은 평생 서북 조 씨 가문 문주로 나올 수 없는 것이 가문의 규칙이었다.그래서 그는 오늘 밤 이 자선모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딸이 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것을 이용해 권세를 누리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단 하나의 목표다.그래서 언젠가는 용천진처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자신의 딸이 용천진의 여자가 되고 용천진이 순조롭게 용 씨 가문의 수장에 오른다면 서북 조 씨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와 위상도 덩달아 높아져서 상석에 오를 수도 있다고 그는 믿었다.그래서 그는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고 용천진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용천진은 그런 조삼서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즘 안 그래도 확실히 그런 놈이 하나 있긴 하죠. 내 투우를 한 마리 죽이기도 했고요.”“하지만 이 모든 일은 사소한 일이고 내 통제 범위 안에 있어요.”“조 씨 어르신이 무슨 얘길 하
웃음꽃이 가득한 자선모금 만찬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왜 그래?”“무슨 일이야?”“누가 만찬장의 문을 이렇게 험하게 여는 거야?”“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오늘 밤 용천진이 이 만찬장을 주최한 것도 모르는 놈이야?”“자선모금 파티를 망치는 건 상관없지만 용천진의 심기를 건드리면 재미없을 텐데!”사람들이 놀라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사이 용천진의 흥미로운 눈빛이 문 쪽으로 모아졌다.문 쪽에서는 또 한 번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반쯤은 찌그러진 문에 도요타 엘파가 그대로 와서 부딪힌 것이다.요란한 소리를 듣고 달려온 용 씨 가문 경호원 십여 명이 부리나케 앞섰다.곧이어 도요타 엘파가 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곱게 차려입은 여자들은 동시에 비명을 질러댔다.자선모금 만찬장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변하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조희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감히 누가 용천진의 저택 문을 저따위로 만든 거야?”“개자식! 누구야?!”“어서 꺼져!”바로 그때 몇몇 용천진의 심복들이 손에 총을 들고 살기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앞으로 나섰다.“탕탕탕!”말이 끝나기도 전에 잘 보이지 않는 운전석 쪽에서 총기 한 자루가 쑥 나와 총탄을 뿜어냈다.총탄이 날아오르자 심복들은 그대로 쓰러져 피바다를 만들었다.“앗!”“사, 사람이 죽었어!”방금 이 상황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하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하나둘 사태를 파악하고 상류층의 체면이고 이미지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신발과 모자를 잃어버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조삼서와 조희연은 용천진이 주최한 자선모금 만찬장에 누군가 감히 쳐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순식간에 발포를 할 줄은 몰랐다.다가가려던 용천진의 심복들도 멈칫하며 바닥에 널브러진
”딱!”용천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지면서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그러자 준비되어 있던 경호원들 수십 명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그들은 하나같이 살벌한 표정을 드리우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용천진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하현이 쳐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용천진은 이미 경호원들을 배치해 둔 것이었다.“탕탕탕!”하현이 떠들 틈도 주지 않고 수십 명의 경호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장내 곳곳에서는 순식간에 총알이 난무한 전쟁터가 되었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간발의 차로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총탄을 피했다.이어 그는 양손에 들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사정없이 당겼다.총알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앗!”“탕!”온갖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몇 분도 되지 않아 용천진이 준비해 둔 용 씨 가문 경호원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온몸에서는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그리고 몸을 숨기며 예리한 눈빛으로 하현을 노리던 저격수들도 무도 하현에게 적발되어 쓰러졌다.그들은 방아쇠를 당길 겨를도 없이 이미 하현의 총탄 세례에 밀리고 말았다.높은 곳에서 저격수가 떨어지자 자선모금 만찬을 위해 정성껏 차려졌던 테이블들이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하현이 혼자의 힘으로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용천진의 경호원들은 겁에 질려 다시는 하현에게 총구를 겨누지 못했다.조 씨 가문의 경호원 십여 명이 나서서 뭔가 보여주려고 했으나 조삼서가 손을 흔들며 그들을 제지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누가 용천진이 주최한 만찬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인지 알기 전에는 절대로 섣불리 손을 써서는 안 된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일단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다.조삼서의 눈빛에 긴장감이 감돌았다.“이럴 수가!”“혼자서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니?!”현장에 있던 손님들은 모두 만찬장의 가장자리로 물러났다.하현의 용맹함과 기세
용천진은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배치한 용 씨 가문 경호원들과 저격수가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하고 쓰러진 것을 본 순간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설은아를 납치하기 전에 용천진은 하현을 때려눕힐 자신이 충만했었다.그는 자신의 능력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고 병언파뿐만 아니라 실력이 대단한 경호원들과 저격수까지 배치했다.그의 목적은 하현이라는 외지놈에게 자신의 위엄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었다.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하현의 실력이 용천진이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걸 보여주었다.“용천진.”하현이 냉랭한 눈빛으로 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다시 한번 묻겠어. 내 아내 어디 있어?”“하현? 맞지?”“뭘 하려는 거지?”하현의 살벌한 표정을 본 조희연은 겁을 먹긴 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여기가 어딘지 알아?”“자선모금 만찬장이야!”“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하는 곳이라고!”“여긴 당신 같은 시골 외지인이 들어올 자리가 아니야!”“당신이 와서 행패를 부릴 곳은 더더욱 아니고!”“함부로 굴지 말고 어서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당신 후회하게 될 거야!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감당하게 될 거라고!”“퍽!”하현은 직접 손바닥을 휘둘러 조희연을 땅바닥에 때려눕혔다.“당신이나 꺼져!”“오늘 난 용천진과 볼 일이 있는 사람이야. 개인적인 원한이 적지 않지!”“난 함부로 무고한 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내가 손을 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야.”조희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그녀는 서북 조 씨 가문 사람이다.어릴 적부터 오냐오냐 대접만 받고 살았었다!그녀가 어디서 이런 대접을 받아봤겠는가?!이때 그녀는 경호원이 들고 있는 총을 빼앗아 직접 하현을 쏴 죽이고 싶었지만 옆에 있던 조삼서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조삼서는 분명 뭔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하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용천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응급실에 있던 원가령은 아직도 술에 취한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다.원래 같았으면 벌써 위를 씻고 상처를 치료해야 했었지만 의료진은 그녀를 병상에 눕혀만 놓고 방치한 것이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뻗어 원가령의 위를 몇 번 누른 다음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하구봉에게 쓰레기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원가령은 술을 모두 토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강옥연에게 응급실의 소독약으로 간단하게 원가령의 상처 부위만 소독한 뒤 휠체어를 구해 원가령을 실었다.그리고 하현 일행은 떠날 준비를 했다.이때 문밖에서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남양 말로 뭔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분명 경비원들이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하구봉에게 눈빛을 보냈고 하구봉은 지체 없이 한 걸음 내디디며 한 발로 세게 문을 걷어찼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응급실 문이 벌컥 열렸다.예닐곱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뛰어들려다가 튕겨나가는 부일민과 부딪혀 난장판이 되었다.비슷한 시각 복도 끝 쪽에서는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어딘가 낯이 익어 보이는 여자가 맨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매가 유려했고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뿜으며 걸어왔다.앳된 간호사 몇 명은 이 여자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이 중년 여자는 페낭 병원에서 제일 영향력이 센 원장, 여음채였기 때문이다.여음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우리 병원에서 소란을 피워? 눈도 없어?”“원장님, 외지 사람들이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어요. 우리가 의술의 도리를 저버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때리고 응급실 문을 발로 차고 있어요.”“우리는 모두 들어가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환자를 마음대로 데려가려고 합니다!”“이건 아주 우릴 무시하는 거죠!”넘어져 있던 부일민은 여음채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하현 일행의 행동을 가리키며 고자질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