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이라는 총으로 우리한테 남아 있는 골칫거리들을 치워내는 거죠.”“여세를 몰아 지금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용천오와 용천두를 해결하는 거예요.”“이렇게 된다면 그 결과는 우리에게 득이 될 뿐만 아니라 완전히 무해한 것이 돼요!”사청인이 말을 꺼내자마자 단숨에 내뱉었다.그녀는 하현의 소식을 듣고 용천진을 만나러 오는 길에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하다 최선의 선택을 생각해 낸 것이다.어쨌든 용천진이 기세를 잡고 상석을 차지해야 한다.그녀의 부귀영화는 오로지 용천진의 지위에 달려 있다.“일리가 있는 말이군.”용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그렇게 되면 내가 하현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하잖아?”“나 용천진이 그놈과 타협을 하라고?”용천진에게 있어 체면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그는 평생 누구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그런 그가 지금 외지인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단 말인가?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용천진,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사청인이 침착하고 다부진 입매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순순히 돈을 갚는다는 것이 당신한테는 좀 모양새가 안 좋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당신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겠죠.”“하지만 멀리 봐야 해요. 하현과 협력한다면 당신이 상석에 오를 수 있는 날이 훨씬 가까워질 거예요.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해요.”“어차피 용문과 용 씨 가문의 형세는 분명해졌어요.”“상석에 오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어요.”“게다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하현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타협하지 않다가 나중에 혹시 인생의 오점을 남기게 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당신이 상석에 오른 뒤에 하현 그놈을 죽여도 늦지 않아요.”“당신은 용문주, 용 씨 가문 문주가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무성에 강력한 권력을 쥐게 되는 거죠!”“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칠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현 한 사람 죽이는 건 개미를 밟아 죽이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된다
”자, 재미없는 얘긴 그만하고 아침부터 들자고.”용천진이 빙긋이 웃었다.“아 참, 그리고 당신한테 한 가지 알릴 소식이 있어. 당신이 오기 전에 사람을 시켜 설은아를 잡아놓으라고 시켰어.”“하 씨 그놈의 능력이 어떤지 두고 보자구!”“자기 마누라가 어디로 갔는지 알면 아마 사람을 보내 구해 내려고 할 거야!”“무사히 구해 낸다면 그가 꽤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고!”“만약 그가 내일 이 시간까지 아내를 구해 내지 못하면.”“그럼 그의 아내를 흑주로 팔아버릴 거야!”“검은 피부의 거친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이런 여리여리한 여자라구!”용천진은 자신의 악랄함을 드러내며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떠올렸다.“하 씨 그놈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내 두 눈으로 꼭 두고 볼 거야!”사청인은 용천진의 말을 듣고 눈꺼풀을 펄쩍였다.“당신이 그렇게 하면 하현이 분명 불같이 화를 낼 거예요!”“하나라도 잘못되면 일을 그르칠 수가 있어요. 쉽게 끝나지도 않을 거고요!”용천진은 비열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며 말했다.“방금 그놈이 나와 손을 잡고 동맹이 될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난 그놈한테 기회를 주겠다는 거야!”“나한테 어떻게 덤비는지 능력을 봐야겠어!”“나한테 조금도 위협적인 상대가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그놈과 손을 잡고 용천오와 싸울 수 있겠어?”“무슨 자격으로 그놈이 나의 동맹이 될 수 있겠냐고? 내 총이 되어야 할 사람이야!”“그럴 사람인지 아닌지 시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아?”“용천진, 우리가 아무리 그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도 너무 과격한 수단은 쓰지 않는 게 좋아요. 난 당신이 걱정되어서 그래요...”사청인은 한 마디 더 하고 싶었다.“퍽!”용천진은 참지 않고 사청인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그녀는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왜? 내가 못 해 낼 것 같아?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야?”“흥! 어디 두고 보자고. 누가 고꾸라지는지!
”아마도 뭐?”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추궁했다.“아마 상대는 용문 내부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현장의 흔적을 보니 집법당 제자들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집에 칼이 그대로 있었습니다.”“상대가 너무 신분이 높아 반항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거죠.”이 말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무성에서 그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집법당 제자들이 칼도 휘두를 수 없을 만큼 거물 말이야.”“몇 명 있습니다.”“용문주의 친위.”“용 씨 가문의 세 후계자들.”“장로회 사람들도 있구요.”진주희의 안색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집법당 제자들이 그들을 제압하지 못한 게 아니라 집법당 제자들 대부분이 무성 본토 사람들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그들은 아마 상대를 함부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하현은 눈시울을 두껍게 모았다가 다시 눈을 치켜뜨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로회가 우리랑 의견 충돌한 적은 있지만 아직 양측이 온전히 부딪힌 적은 없어.”“용천두도 마찬가지고.”“용천오가 최근에 나한테 뺨을 맞았지. 아직 난 그에게 제대로 된 해명도 못 들었는데 또 이렇게 날 건드린다고? 그럴 수가 있겠어?”“그럼 남은 건, 설은아에게 이천억을 빚지고 3일 내에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 협박을 받은 용천진!”여기까지 말하고 나자 하현의 눈에 매서운 칼바람이 폭풍 전야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용천진이 돈을 갚지도 않고 설은아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니 하현은 가슴 밑바닥에서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바로 그때 진주희의 핸드폰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녀는 얼른 전화를 받았고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오늘 아침 용천진의 친위대가 출동했었다고 합니다.”“그들은 우쭐대며 무성 거리에 나타났고 사건 현장을 지나 용 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갔구요.”그녀는 주저주
어둠이 깔린 무성 거리에 도요타 엘파가 자선모금 만찬장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백 퍼센트 확신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가지 단서들과 분석으로 판단하면 설은아를 납치한 사람은 용천진이라는 한 사람으로 귀결되었다.평소 같으면 차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수집한 후 정황을 좀 지켜보았을 것이다.하지만 설은아와 관련된 일에 하현은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그가 들은 바에 의하면 용천진이라는 사람은 고집이 엄청 세고 행동에 거침이 없다고 했다.촘촘히 작전 계획을 세우고 후방에서 책략을 도모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용천진의 스타일이었다.그래서 오히려 용천진은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행동할 때는 미친 듯이 밀어붙이기 때문이다.하현은 용천진의 손안에 들어 있는 설은아를 조금도 다치지 않고 구해 낼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래서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가는 하현은 거칠게 차를 몰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신호도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역주행도 서슴지 않았다.하현은 차를 몰면서 공해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선모금 만찬장의 시스템을 해킹해 만찬장의 구조를 손에 넣었다.그동안 진주희는 하현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사실 그녀는 하현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또한 자신이 이 일에 깊이 개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곧 차는 번화한 도심을 벗어나 자선모금 만찬장으로 향하는 대로에 들어섰다.“봥!”바로 그때 하현의 눈꺼풀이 살짝 펄쩍였다.사이드미러에서 벤츠 5대가 도로 한 쪽에서 튀어나와 기세 좋게 추격해 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벤츠 그랜드에는 마스크를 쓴 남자 몇 명이 타고 있었고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다.분명 이 사람들은 하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하현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상대는 이미 미친 듯이 가속 페달을 밟았다.벤츠 그랜드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나와 하현이 가는 방향으로 밀치고
”탕탕탕!”안전장치를 푼 총을 들고 병언파들은 창문을 내린 뒤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전방에 달리고 있는 도요타 엘파를 향해 총탄이 빗발치듯 날아들었다.하현은 총소리를 듣고 순간 눈초리를 길게 빼더니 일부러 속도를 늦췄다.제일 앞서 달리던 벤츠 그랜드가 하현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앞선 차가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라오던 차량들이 제동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대로 선두 차량의 후미를 덮쳤다.벤츠 그랜드는 사나운 굉음을 내며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180도 방향을 틀었다.차량들은 일제히 괴성을 뿜었고 하현은 핸들을 꺾어 두 번째 벤츠 차량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두 번째 벤츠 그랜드의 운전자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돌려 하현의 차량을 피하려고 했지만 하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부딪혀 벤츠 그랜드를 넘어뜨렸다.스키드 마크가 진하게 도로 위에 궤적을 그려 놓는 모습을 보고 무병언의 안색이 험악하게 변하기 시작했다.용천진이 상대하는 사람이라 절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상대가 이 정도일 줄은 무병언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개자식! 우리를 아주 만만하게 봤군!”하현이 움츠러들지 않고 몰아붙이자 세 번째 벤츠 그랜드에 타고 있던 병언파들은 천장 루프를 열고 하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하현은 와이퍼를 부러뜨려 루프에 상체를 내민 병언파를 향해 힘차게 던졌다.그러자 와이퍼 조각은 총을 겨누고 있던 병언파의 손목에 그대로 꽂혔다.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차 안으로 주저앉았고 순간 총소리가 들었다.남자가 가지고 있던 총이 오발한 것이다.‘탕탕' 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벤츠 그랜드는 그대로 통제력을 잃고 길가의 큰 나무에 부딪혔다.뒤에 남은 벤츠 그랜드 두 대는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무리들은 그대로 몸이 날아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도로에 풀썩 떨어졌다.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이었다.용천진의 비호 아래서 백
석양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꼬리를 감추자 무성 자선모금 만찬장의 불빛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을 비추었고 얼추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만찬장뿐만 아니라 정원과 잔디밭까지도 인파로 북적거렸다.무성 상류층에서 온 손님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고 엄선한 종업원들까지 합한 전체 인원수는 천 명에 육박했다.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성대한 자선 파티였다.오늘 밤 참석한 손님들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선모금에 돈을 기부할 것이다.세련된 프렌치 롱테이블에는 다양한 종류의 다과와 과일, 음식, 술 등이 가득했다.참석자들은 이따금씩 자리를 잡아 수다를 떨기도 하며 명함을 주고받기도 했다.만찬장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가득 찼다.오늘 행사의 주최자는 다름 아닌 용 씨 가문 젊은 세대의 우두머리 용천진이었다.여기에 나타나 서로 성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 나타난 이상 그들은 용 씨 가문 후계자 싸움에서 용천진을 선택했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용천진이 순조롭게 상석에 앉게 되면 오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굽신거릴 것이다.외부인들 외에도 용천진이 거느리고 있는 72명의 여자들도 이 만찬에 참석했다.뜻밖에도 전에 용천진에게 쓰디쓴 충고를 했었던 다섯 번째 첩 사청인은 오늘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두 명의 아름다운 여인을 양쪽에 거느리며 용천진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만찬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조 선생님, 조희연. 오늘 밤 조 세자가 오지 못해서 정말 안타깝군요.”용천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객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어느 부녀 앞에 미소 띤 얼굴을 보였다.서북 조 씨 가문에서 온 조삼서와 조희연 부녀였다.비록 그들은 서북 조 씨 가문 방계일 뿐이지만 5대 문벌이라는 명예는 언제나 사람들을 놀래킬 만했다.다만 5대 문벌이라고 하더라도 용 씨 가문의 젊은 세대 우두머리인 용천진을 대하는
용천진도 사양하지 않고 조희연을 힐끔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조희연, 괜찮다면 잠시 후 내 방에서 얘기나 좀 나눌까?”“지금은 다 같이 술 마시고 다 같이 얘기하면서 즐겁게 만찬을 즐기고!”조삼서는 용천진의 말을 듣고 재빨리 잔을 들었지만 딸과 용천진과의 사이에 오간 말은 귀담아 두지 않는 듯했다.술이 세 순배 정도 돌고 나서야 조삼서는 웃으며 말했다.“용천진, 요즘에 일이 좀 생겼다지?”“세상에 어느 눈먼 놈이 감히 당신한테 빚 독촉을 하러 왔다는 소문을 들었어.”“겁도 없이 당신 투우를 죽였다고 하던데.”“아니, 무성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이래도 법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용천진, 괜찮다면 그 일을 나한테 맡겨줘. 그럼 내가 아주 혼쭐을 내고 말 테니까!”“오금이 저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혹독하게 알게 해 줄게!”“당신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겠어!”그와 같은 사람은 서북 조 씨 가문 안에서 널리고 널렸다.방계의 신분은 평생 서북 조 씨 가문 문주로 나올 수 없는 것이 가문의 규칙이었다.그래서 그는 오늘 밤 이 자선모금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딸이 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것을 이용해 권세를 누리는 것, 그것이 그가 가진 단 하나의 목표다.그래서 언젠가는 용천진처럼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자신의 딸이 용천진의 여자가 되고 용천진이 순조롭게 용 씨 가문의 수장에 오른다면 서북 조 씨 가문에서 자신의 지위와 위상도 덩달아 높아져서 상석에 오를 수도 있다고 그는 믿었다.그래서 그는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고 용천진이 자신에게 기회를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용천진은 그런 조삼서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즘 안 그래도 확실히 그런 놈이 하나 있긴 하죠. 내 투우를 한 마리 죽이기도 했고요.”“하지만 이 모든 일은 사소한 일이고 내 통제 범위 안에 있어요.”“조 씨 어르신이 무슨 얘길 하
웃음꽃이 가득한 자선모금 만찬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거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왜 그래?”“무슨 일이야?”“누가 만찬장의 문을 이렇게 험하게 여는 거야?”“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오늘 밤 용천진이 이 만찬장을 주최한 것도 모르는 놈이야?”“자선모금 파티를 망치는 건 상관없지만 용천진의 심기를 건드리면 재미없을 텐데!”사람들이 놀라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사이 용천진의 흥미로운 눈빛이 문 쪽으로 모아졌다.문 쪽에서는 또 한 번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이미 반쯤은 찌그러진 문에 도요타 엘파가 그대로 와서 부딪힌 것이다.요란한 소리를 듣고 달려온 용 씨 가문 경호원 십여 명이 부리나케 앞섰다.곧이어 도요타 엘파가 당당한 위용을 뽐내며 정원 안으로 들어섰다.곱게 차려입은 여자들은 동시에 비명을 질러댔다.자선모금 만찬장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으로 변하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조금도 기가 죽지 않은 조희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감히 누가 용천진의 저택 문을 저따위로 만든 거야?”“개자식! 누구야?!”“어서 꺼져!”바로 그때 몇몇 용천진의 심복들이 손에 총을 들고 살기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앞으로 나섰다.“탕탕탕!”말이 끝나기도 전에 잘 보이지 않는 운전석 쪽에서 총기 한 자루가 쑥 나와 총탄을 뿜어냈다.총탄이 날아오르자 심복들은 그대로 쓰러져 피바다를 만들었다.“앗!”“사, 사람이 죽었어!”방금 이 상황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하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하나둘 사태를 파악하고 상류층의 체면이고 이미지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신발과 모자를 잃어버렸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조삼서와 조희연은 용천진이 주최한 자선모금 만찬장에 누군가 감히 쳐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순식간에 발포를 할 줄은 몰랐다.다가가려던 용천진의 심복들도 멈칫하며 바닥에 널브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