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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4장

Penulis: 감자를 사랑하는 늑대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희광이 학생들에게 다가가 손뼉을 쳤다.

“자, 잠시 조용히 좀 해 주세요.”

현장에 있던 교관은 이희광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재벌 자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떤 재벌 2세 집에서 따로 과외를 한다는 얘기도 나왔고 어떤 교관은 가슴을 치며 자신의 단단함을 뽐내며 개인 보디가드도 가능하다고 장담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망신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희광은 계속해서 헛기침을 하며 다가갔다.

“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습니다!”

“소개라니?!”

정중앙에 앉아 유일하게 재벌 2세들에게 아부를 하지 않는 여인이 일어섰다.

그녀는 재벌 2세들에 빙 둘러싸여 있었다.

키가 크고 날씬한 그녀는 얼굴이 그린 것처럼 정교하고 조각 같았다.

눈썹에서는 약간의 강인한 기세도 보여 여간해서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워 보였다.

그는 이희광을 싸늘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

“여기 지금 학생들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 못 봤어요?”

“왜 자꾸 끼어들어요?”

“내가 말 안 했나요? 여기 국술당에서는 당신이 말할 자격 없다고!”

“그런데 지금은 뭐 또 할 말이 있는 거예요?”

“지회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여기는 내 마음대로 운영해도 된다고! 설령 당신이 온다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순순히 내 말을 들어야 해요!”

“저기 가서 청소나 하고 가세요. 오늘 청소하는 사람도 없으니 당신 부하들 데리고 가서 바닥이나 말끔하게 청소하세요! 잊지 마세요!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

“깨끗하게 청소해 놓지 못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하현을 이희광의 부하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국술당에선 자신 위에 절대적인 권위가 없는 사람처럼 지시를 했다.

아무도 그녀의 권위에 반기를 들거나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희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궁나연 교관님...”

“바닥 청소 안 해요?”

남궁나연이 이희광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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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바탕 휘몰아치고 맞이한 밤은 모두에게 평온함을 쉽사리 가져다주지 못했다.최희정은 가끔 이를 악물었다가 화가 나서 헐떡거렸다가 도저히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이튿날 아침 하현은 일찌감치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간민효와 풍수관 일을 상의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다.그런데 그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형나운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사기꾼...”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또 맞고 싶어?”하현의 말속에 은근하게 퍼지는 매서운 기운을 감지한 형나운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있어요?”하현은 무심하게 내뱉었다.“시간 없어. 가게를 보러 가야 해. 바빠.”“당신이 원하는 가게, 나한테 없을 것 같아요?”형나운은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 봐요. 내가 삼백 개는 더 보여줄 수 있어요.”“아니야. 필요없어. 내가 찾을 수 있어.”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무슨 일로 전화했어? 할 말 없으면 끊어.”“아, 정말 이럴 거예요? 당신이 어제 나한테 부탁한 일 다 처리해 줬는데 이제 와서 입 싹 닦을 거예요?”형나운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그냥 넘어갈 여자가 아니지.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형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말했다.“나의 주인님, 지금 하녀를 도와줄 시간이 좀 있을까요?”“오늘 아침에 일어나 무술을 연마하는 데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지금은 머리도 아프지 않고 잠잠해졌지만 불안해서 이대로 있을 수가 없어요.”“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숨이 멎고 식물인간으로 살게 되면 어떻게 해요?”“그래서 이렇게 부탁하는 거예요. 주인님, 오늘 잠시 와서 나 좀 봐주면 안 돼요? 주인님이라면 날 구해 줄 수 있

  • 재벌 사위면 될까?   4197장

    ”너희들은 기껏해야 대구 정 씨 가문 아홉 번째 집안이야. 형홍익 같은 사람이 봐줄 사람들이 아니라고!”“데릴사위 따위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고? 그렇게 잘났다고?”“허풍을 떨어도 좀 그럴싸하게 해야지! 흥!”우다금은 이 일에 하현이 중간 역할을 했을 리가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다.“아니, 언니!”우다금이 펄쩍 뛰는 모습을 보고 최희정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비록 그녀도 하현이 그런 능력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우다금의 말엔 참을 수가 없었다.“자네, 어서 자네가 도와줬다고 말해!”최희정은 우소희의 그 정도 능력으로는 SL그룹에도 못 들어올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어떻게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그래서 하현이 정말로 형홍익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특히 무성에서의 일을 떠올리자 최희정은 하현이 확실히 어떤 거물과 인연을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비록 죽일 듯이 하현을 싫어하는 최희정이지만 우다금이 뻔뻔스럽게 모든 일을 자신들의 공으로 돌리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설은아의 난처한 표정을 본 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모님...”“이, 이모라니?!”하현이 뭐라고 해명을 하기도 전에 우다금은 앞뒤 따져 보지도 않고 무지막지한 얼굴로 퍼부었다.“이모라니? 내가 어떻게 당신 이모야? 누가 당신 이모냐고?”“데릴사위 주제에 함부로 입 놀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쓸데없는 말 하지 마!”“우리 소희가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나도 이제 너네들같이 속물 덩어리들과는 상대하지 않을 거야!”“아까는 온갖 이유를 대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데릴사위 하나까지 핑계를 갖다 붙이더니 이제 와서 내 딸이 좋은 곳에 들어간다니까 어떻게든 생색내려는 거잖아?”“정말 이렇게 뻔뻔한 사람들은 처음 봐!”“내가 다시는 이 집에 발을 들이나 봐!”“우리 소희가 이제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고 절

  • 재벌 사위면 될까?   4196장

    말을 하면서 우소희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보였다.결국 형 씨 가문 그룹에서는 그녀의 체면을 세워 주며 높은 급여를 제시한 것이다.이만큼의 연봉을 받는다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우다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소희야. 정말 형 씨 가문 그룹이래? 잘못 들은 거 아니지?”“맞아, 똑똑히 들었어. 인사팀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틀림없이 그 목소리가 맞아.”우소희는 만면에 자랑스러운 미소를 띠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형 씨 가문이 정말 눈치 하난 빠르네.”이 광경을 보고 설은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과 형 씨 가문의 관계가 이렇게 공고하고 깊은 줄은 몰랐다.전화 한 통으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해결하다니!설마 간민효 때문은 아니겠지?그녀는 방금 하현이 전화할 때 건너편에서 여자 목소리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았다.금정에서 형 씨 가문을 이렇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현은 질투의 그림자가 설은아의 얼굴에 드리워진 것을 눈치채고 쓴웃음을 지었다.그렇다고 형나운에게 전화했다고 털어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자신이 또 다른 여자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안다면 질투의 화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할지도 모른다!하현과 설은아가 서로 무언의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동안 우다금은 이미 자신의 딸의 운명을 점찍었다.“잘됐어! 정말 잘됐어! 형 씨 가문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어!”“하늘이 도왔어!”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기회로 삼아 그녀는 친척들 사이에서 한껏 콧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언니! 하늘이 도운 게 아니야!”최희정이 어떻게 자신의 체면이 구겨지는 일을 참을 수가 있겠는가?“하현이 언니를 도와준 거야!”이 말을 듣고 하현은 깜짝 놀랐다.최희정의 승부욕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하현? 그 데릴사위가?”최희정의 말을 들은 우다금은 곁눈으로 하현을 흘겨보면서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귀가

  • 재벌 사위면 될까?   4195장

    최희정은 하현이 어디서 이 명함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맞아. 정말로 형홍익 명함인데?”우다금은 최희정의 말을 듣고 오히려 화를 버럭 내었다.“아휴! 잘난 데릴사위가 형홍익의 명함을 얻었으니 이제는 금정 최고 거물의 명함도 받을 수 있겠군그래!”“설 씨 집안도 대구 정 씨 가문과 연락이 닿아 아홉 번째 집안이 되어 꽤나 번성하고 발전했을 텐데 왜 이렇게 변한 거야?”“도와주고 싶지 않으면 그냥 말로 하면 되지 생색은 한껏 내면서 이런 핑계나 대고 있으니 원!”“정말 실망이야!”“이렇게 우릴 무시할 거면 확실히 말할 것이지! 앞으로 내가 절대 이 집안에 얼씬을 하나 봐! 절대 안 올 거야!’우다금은 노점에서 사 온 선물 꾸러미를 떠올리자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이 쓴 돈을 만회하기 위해 거실에 있는 찻주전자라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우다금의 말에 최희정과 설재석은 어이가 없어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설은아는 이 광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현의 손을 잡아끌었다.“하현, 당신이 좀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우리 부모님이 정말...”이쯤 되니 설은아도 자신의 행동이 무리한 요구라는 생각이 들었다.하현과 최희정은 원래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그런 하현이 최희정을 위해 나서서 우 씨 고모를 도와주려 하겠는가?설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듣고 하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이런 사소한 일로 형홍익 어르신을 귀찮게 할 필요도 없어. 내 하녀한테... 그러니까 내 친구한테 말 한마디만 꺼내면 돼.”말을 마치며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형나운에게 전화를 걸어 우소희의 취업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다.그는 1분도 되지 않아 전화를 끊었고 우다금 모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잘 해결되었습니다.”“거짓말하지 마!”“어디서 계속 장난질이야!”“데릴사위인 주제에 금정 최고 책임자라도 되는 양 허

  • 재벌 사위면 될까?   4194장

    ”허! 제부! 시도도 안 해 보고 노력도 안 했는데 당신들은 처음부터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잖아요!”“그게 도와주겠다는 사람 태도예요?”우다금은 냉소적인 얼굴로 쏘아붙였다.“당신들이 우릴 친척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우리 소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제부, 난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이에요!”“내가 자존심도 다 버리고 도와달라고 이렇게 애원하는데 사람을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정말 너무 뻔뻔들 하네!”최희정은 자신보다 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정신을 다잡고 이를 갈며 말했다.“지금 뭐라는 거야?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찾아온 언니를 내가 영광으로 생각하며 대했어야 한다는 거야?”“엄마, 아빠...”설은아는 또 말다툼이 시작되려 하자 걱정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신도 모르게 하현을 힐끔 쳐다보았다.“하현, 혹시 이모 도와줄 수 있겠어?”설은아는 하현이 금정은행에서 형홍익의 개인 명함을 내놓은 것이 문득 떠올랐다.그렇다면 하현과 형홍익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는 얘기였다.그래서 하현이 방금 그런 말을 꺼낸 것이었다는 걸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허풍이 아니라 정말로 도와줄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눈앞의 난처한 상황을 보고 설은아는 어쩔 수 없이 하현에게 입을 열었다.“하현, 정말 도와줄 수 있어?”설은아의 말에 우다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은아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면 안 되겠니?”“네 전 남편이 얼뜨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어?”“도와주기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면 되지!”“능력이 없다는 둥 변명만 늘어놓더니 이제는 얼뜨기를 내세워 나한테 헛바람이라도 넣으려고 그래?”“놀리는 거야? 놀리니까 재미있어?”“우린 바보가 아니야!”말을 마치며 우다금은 화가 나서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부라렸다.그녀는 설은아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이런

  • 재벌 사위면 될까?   4193장

    ”제부, 희정아, 은아야. 이 일은 아무래도 너네들이 해결해 줬으면 좋겠어!”“어쨌든 너네들은 매일 친구 모임에도 다니면서 여러 거물들과 친분도 있고 인맥도 많을 거 아냐?”“너네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나 같은 과부와 내 딸은 어떻게 살아?”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희정의 식구들은 신세한탄과도 같은 말을 내뱉는 우다금을 보고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너네들, 우리 소희가 일자리도 없이 집에서 폐인이 되어 가는 걸 차마 볼 수 있겠어?”“양심에 찔리지 않겠냐고?”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우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손을 놓은 뒤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엄마, 희정이 이모나 이모부가 별로 능력이 없는 것 같아.”“이 사람들은 이제 돈이 많아서 우리 같은 가난한 친척들은 아예 상대하지 않으려고 하나 봐!”“돈푼깨나 좀 있다고 잘난 줄 알아?”“능력 있다고 자랑이나 하지 말던가!”하현은 우소희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머리가 텅텅 빈 데다 당돌하기까지 했다.이 말을 듣고 설은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모, 우리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은 금정에서 확실한 인맥이 없어요.”“게다가 형 씨 가문 그룹은 금정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로 미술품과 골동품을 취급하는 굴지의 그룹이에요.”“매년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수천 명이 넘어요.”“그중에는 배경도 대단하고 능력도 뛰어난 사람도 널렸고요.”“그런데 형 씨 가문이 우리가 뭐라고 우리 요구를 들어주겠어요?”“형 씨 가문 고위층과 아는 사이긴 하지만 취업 청탁을 할 만한 위치는 아니에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물론 우리도 최선을 다해 볼 거예요!”설은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녀의 성격은 최희정과는 완전히 달랐다.겉으로 매정한 말을 못 한 채 질질 끌려가지 않았다.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고 실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지금 이렇게 말한 것도 한편

  • 재벌 사위면 될까?   4192장

    ”나도 형 씨 가문 그룹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굽신거리며 여기 온 거잖아요!”우다금은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온 것처럼 아주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희정아, 긴말하지 않겠어.”“너네 아홉 번째 집안은 곧 파산하겠지만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잖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산다고.”“은아가 우리를 형 씨 가문에 다리를 좀 놔주면 되지! 잠시 인사한다고 안면을 트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건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우다금은 아주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물론 너네가 혹시라도 그쪽에 신세지는 게 두려워서 우릴 도와주지 않겠다고 한다면...”“솔직하게 말해!”“난 그럼 친척들한테 가서 그대로 전할 테니까!”최희정과 설재석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할 말을 잃었다.특히 최희정은 더욱 눈알이 휘둥그레졌다.재물을 탐하는 것 외에 그녀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바로 체면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가방 하나를 사도 SNS에 올려 자랑하는 사람이었다.그런데 만약 자신이 우다금을 도와주지 않은 일이 사람들한테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녀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는가?하지만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도 도와줄 수가 없는 일이었다.그녀가 돕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능력 밖의 일이라는 말이다.금정처럼 오래된 도시에 토박이들이 깊이 뿌리를 내린 곳의 은둔가 형 씨 가문은 금정 간 씨 가문이나 김 씨 가문과도 비견될 만한 존재였다.대구 정 씨 가문도 확실히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긴 했지만 문제는 설은아가 아홉 번째 집안이고 그것도 파산 직전 상태라는 것이다.이 상황에서 그녀가 형 씨 가문과 조금 친분이 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형 씨 가문 그룹에서 이 정도 알량한 친분 때문에 체면을 봐주며 뒷거래를 하겠는가?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건 알지만 체면 때문에 최희정은 천천히 설은아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최희정은 설은아가 먼저 이 일을 승낙해

  • 재벌 사위면 될까?   4191장

    설은아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우다금의 시선은 계속해서 최희정에게로 향했고 결국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기 말이야. 내가 정말 어쩔 수 없어서 널 찾아왔지 뭐야!”“너도 알다시피 난 체면을 엄청 중시하는 사람이잖아!”“일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굽신거리며 찾아오지 않았을 거야!”“우리 소희가 보석 디자인을 배웠는데 아직 마음에 드는 직장을 못 잡았어.”“요즘 기업들은 정말 제대로 된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 같아.”“내가 마음먹고 그들한테 전화해서 우리 딸 진짜 인재다, 그러니 적어도 월급은 오백만 원은 되어야 하고 5성급 호텔에 해당하는 숙소와 전용차도 제공해야 한다고 했어!”“그런데 그 회사에서 우리 딸한테 삼백만 원밖에 못 주고 숙소도 다 함께 사는 기숙사형태로만 제공해 준다고 하잖아!”“아니 사람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우다금은 말을 하면서도 분노가 치미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슴을 쳤다.반면 우소희는 마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는 듯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최희정은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언니, 언니 마음은 이해해. 그러면 내가 은아랑 얘기해 볼 테니까 SL그룹에서 몇 달 일해 보는 건 어때?”“SL그룹?”우다금은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너네 SL그룹에 자금줄이 끊겨서 몇 달째 월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내 딸이 거기 들어가서 뭐 공짜 일이라도 해 달라는 거야?”“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야 지금?”“게다가 내 딸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어. 얼마나 고급진 전공인데!”“너네 SL그룹은 지금 파산 직전이나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내 귀한 딸을 거기에 갖다 붙여?!”우다금은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우소희도 옆에서 끼어들었다.“맞아요. 내가 신분도 이렇게 높은데 어떻게 파산 직전의 회사에 들어갈 수 있겠어요? 절대 못 가요!”“SL그룹에 가면 아무런 공부도 안 되고 그냥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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