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수십 명의 학생들은 모두 아연실색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남궁나연조차도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얼굴이었다.슬쩍 빗자루를 흔드는 동작만으로 멀리 날려 똑바로 세우다니!이런 수법은 무협의 고수나 보이는 기술이었다!동작 하나하나가 절도 있고 군더더기가 없어 멋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지경이었다.학생들은 아직 이런 기술에는 문외한이라 이것이 어느 정도의 기술인지 알지 못했다.그러나 교관들은 모두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것이 어떤 수법인지 잘 안다.힘과 위력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심오하고 철저한 통찰력도 있어야 한다.보통 사람들은 하현처럼 이렇게 정확하게 힘을 통제하기 어렵다.아마 용문 무성 지회장인 이대성도 할 수 없을 것이다.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남궁나연을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남궁나연 교관님, 지금은 어떻습니까? 아직도 내가 몰래 무공을 훔쳐보려고 온 사람 같습니까?”“야! 지금 뭐라는 거야?!”남궁나연은 몹시 언짢은 듯 미간을 찡그렸다.어느새 얼굴이 일그러진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잘 들어. 무학은 엄격함, 진지함, 물 흐르듯 유려한 접근, 그리고 과감한 결단을 중요시해.”“당신의 솜씨는 얼핏 대단해 보이지만 이런 것은 그냥 쇼일 뿐이야. 이른바 민간에서나 보이는 자잘한 무술 나부랭이지.”“우리 무학과는 거리가 멀어!”“어디 서커스단에서 좀 배웠나 본데 그걸 가지고 이렇게 잘난 척하는 거야?”“우리 국술당에서 가르친 제자들은 비록 당신 같은 그런 연기는 못하지만 하나같이 실전의 고수들이야. 당신처럼 화려한 눈속임이 아니야!”남궁나연은 여전히 뭔가 언짢은 기색이 있었지만 많은 교관들 앞에서 억지로 의기양양한 척했다.하현은 그녀가 말하는 것에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당신 같은 자아인지 장애인들은 국술당 같은 곳에서 교관을 하기엔 부적합해요.”비꼬는 듯한 하현의 말을 듣고 남궁나연은 화가
모든 교관들과 학생들은 눈을 껌뻑거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이른바 새 주인에 대해 모두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었다.아무도 그가 이렇게 단숨에 국술당 사람들의 기를 제압할 줄은 몰랐다.어쨌거나 그들은 국술당 교관이었다.절대로 쉬운 사람들이 아니었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장내의 사람들을 쓱 훑어보았다.사람들의 눈빛이 그에게 다소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당주, 이쪽은 남궁나연이고 이쪽은 장 교관, 이쪽은 이 교관, 이쪽은 왕 교관입니다...”이희광은 열정적으로 하현에게 남궁나연 일행들을 소개했다.“이 교관들은 모두 우리 국술당의 원로이자 엘리트들이며 모두 스승님이 심혈을 기울여 모셔온 고수들입니다.”“안녕하세요. 난 하현이라고 합니다.”하현은 매우 예의 바르게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앞으로 잘 부탁합니다.”그러나 하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자가 끼어들었다.“뭐? 잘 부탁한다고요?”“우리가 없으면 이 국술당은 두 달도 안 돼 문을 닫아야 한다는 거 알아요?”근육질의 교관 말에 다른 교관들도 덩달아 냉소를 보내며 하현을 무시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그들이 보기에 아무리 하현이 센 척하며 겉멋을 부려도 그뿐이었다.이런 사람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이따위 사람이 과연 국술당을 제대로 관리하고 주재할 수 있을까?그래서 다들 하현을 무시하는 것이었다.이희광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여러분이 지금 이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몰라서 그러는데, 이분은...”하현은 손을 뻗어 이희광의 말을 제지한 다음 앞으로 나가 근육질의 교관을 비롯한 다른 교관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왜? 내가 여러분의 상사라는 게 마음에 안 듭니까?”변함없이 당당한 자태를 보이던 여교관이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코웃음을 쳤다.“아우, 아직 일 처리가 미숙하고 솜털도 안 마른 것 같은데 어디 우리 같은 고수들 위에 군림하려
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혹시 네 번째도 있습니까?”“물론이죠!”당당한 자태를 뽐내던 여교관이 입을 열었다.“넷째 당신이 이 업계의 문외한이니 운영에는 일체 간섭할 수 없습니다!”“누굴 뽑고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우리가 결정해요!”“매년 연말에 한 번씩 와서 배당에만 참여하면 됩니다.”“이 조건에 응하겠습니까?”이희광은 열 명의 교관들이 제시한 조건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이렇게 하면 국술당은 교관들에게 임대하는 셈이 된다.대부분의 수익은 교관들이 가져가고 하현은 매년 몇 푼 되지도 않는 임대료만 받을 뿐이다.운영상 발언권은 하나도 없었다.“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이 국술당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거예요.”“만약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사직서를 내고 건너편에 무도관을 새로 차릴 거예요.”남궁나연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루의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보고 알려주세요.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지 말지.”“지금은 좀 꺼져 주시죠. 학생들 수업 방해하지 말구요!”“남의 자식 망치면 누가 책임질 거예요?”남궁나연 일행이 할 말을 마친 뒤 하현에게 물러나라고 하자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이것이 말로만 듣던 하극상인가요?”“열 명의 교관이 힘을 합쳐 날 밀어내시겠다? 아주 위풍당당하고 패기가 넘치는군요.”“그런데 자신감도 너무 지나치면 독이 되는 거 아닙니까?”“당신들은 뭘 믿고 이렇게 날 밀어붙이는 거예요?”“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면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하현! 이런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시죠!”근육질 교관이 사납게 웃으며 얼굴 가득 비꼬는 표정을 지었다.“남자라면 좀 시원하게 행동하시죠? 말만 번지르르해서 무슨 소용 있어요?”“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든지!”“아니면 당장 여기서 꺼지고 혼자 소꿉놀이나 하든지요!”“당신한테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지난 몇 년 동안 국술당은 분
”가능한 한 빨리 답을 하라고?”하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뒷짐을 진 채 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은 정말로 자신들의 분수를 모르는 것 같군.”“당신들 정말 모르겠어?”“그동안 당신들이 국술당을 이룩해 낸 것이 아니라 국술당이 당신들을 끌어올린 거지!”“당신들이 없었더라도 국술당은 여전히 무성 최고 무도관 중 하나였을 거야!”“국술당이 없어지면 당신들 소위 10대 교관들은 강호의 사기꾼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하나같이 기본적인 무학의 도리도 모른 채 돈 버는 방법에만 혈안이 된 아첨꾼들 같으니!”“무술을 익히던 그 초심은 다들 어디로 간 거야?”“당신들이 재벌 2세의 개인 무술 선생이 되려거든 얼마든지 나가서 해!”“하지만 그렇게 대충대충 학생들을 가르칠 생각하지 마!”“모두들 하나같이 무학을 가르친다면서 대충대충 보이는 것만 신경 쓰고 옆으로 찔러주는 떡값에나 혈안이 되어서야 되겠어?”“학생들을 좀 봐. 이 좋은 인재들이 당신들한테 무엇을 배웠는지!”“전부 겉만 번지르르한 동작들만 익혀서 뭣에 쓰겠어?”“뭐? 무술을 배우려면 바닥부터 깨끗이 닦으라고? 에이 퉤!”“아무것도 모르면서 헛소리!”“그런 식으로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은 굶어 죽어도 싸!”하현은 매서운 눈초리로 사람들을 노려보았다.“이 정도 수준인데 감히 당신들 같은 사람을 교관이라고 할 수 있겠어?”“당신들 자격 있어?”학생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이었다.그러다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일리가 있는 말인 것 같아요.”학생들 중 몇몇은 여기 온 지 이미 2, 3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실력이라고 할 게 없었다.전에는 이런 점에 별로 의구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오늘 하현이 하는 말을 들으니 학생들은 문득 뭔가를 깨달은 것이다.“개자식! 누가 감히 우릴 가르치래?”하현이 학생들 앞에서 훈계하듯 구구절절 늘어놓자 남궁나연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며 참을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들썩이기 시작했다.그들은 원래 무학을 수련하는 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남궁나연을 우러러보았다.하지만 지금 하현이 두 학생의 문제를 정확히 집어내자 남궁나연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에 의심이 커져갔다.그들은 이 두 학생이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여기 있는 학생들은 다들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고 있었고 그동안 국술당을 드나들면서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혹여라도 돈 때문에 없던 이야기를 있는 것처럼 연기할 일은 절대 없다.“그리고 정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실제로 무술을 막 수련하기 시작한 사람에게 여기 무도장에서 기본기를 연습시키고 있더군.”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이곳은 습기가 많은 지방이야.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체질을 연마하고 숨을 쉬다 보면 체내 습기가 높아지지.”“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지만 몇 년 후면 모두 류마티즘에 걸릴지도 몰라.”“그때 가서 어떻게 무예를 계속 배울 수 있겠어? 또 어떻게 다른 사람이랑 겨룰 수 있겠어?”“모두들 집에 가서 한약을 달여먹으며 몸의 기운을 보충해야 해.”하현의 말에 몇몇 교관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남궁나연이 실내 무도관은 너무 좁다며 옥외에서 학생들을 수련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지금 하현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당신! 근거 없는 말로 호도하지 마!”남궁나연이 매서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우리 황금궁 제자들 중 실외에서 수련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당신은 근거 없는 말로 우리의 오랜 명성을 무너뜨리려 하는 거잖아?”“어디서 수작을 부려?!”“우리가 그동안 끌어올린 명성이야!”“당신이 끌어내린다고 한순간에 망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개자식! 당장 사과해!”근육질의 교관도 발을 내디디며 목판을 부숴버렸다.“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우린 바로 여기를 떠날 거야!”
이 사람들은 세상 의기양양하게 걸어갔다.남궁나연 일행은 하현이 분명 후회할 거라고 믿었다.기껏해야 사흘, 아니 사흘도 되지 않아 그들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다 함께 돌아섰다.하현이 방금 한 말이 일리가 있긴 하지만 남궁나연 일행이 더 믿을 만했기 때문이다.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던 두 학생마저 사라졌다.하현의 말이 맞지만 학생들은 남궁나연 일행이 각각의 재능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주는 돈이 형편없이 적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만약 남궁나연을 잘 설득한다면 그들은 모두 진정한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교관들과 학생들이 자리를 뜨면서 국술당은 텅텅 비었다.큰 연무장은 고요함만이 가득 찼고 하현과 이희광만이 덩그러니 남았다.바람이 휙 불고 지나가자 도포자락이 펄럭펄럭 휘날리며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났다.“당주, 이제...”이희광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는 하현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데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하현이 오자마자 인재들이 넘치던 국술당이 순식간에 텅 비어버릴 줄은 몰랐다.이희광은 슬슬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기 시작했다.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자를 찾아 앉았다.무성에서 보기 힘든 평온을 오랜만에 즐겼다.이곳은 도끼파 본거지처럼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무성에 있는 자신만의 본거지라 마음이 평온했다.“당주, 정말로 사람들이 다 가버렸네요.”이희광은 하현 옆에 서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국술당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차라리 아무도 없는 게 나아. 이참에 우리도 좀 쉬지 뭐.”하현은 느긋한 몸짓으로 다기를 찾아내어 보이차를 우려낸 뒤 천천히 찻잔을 집어 들었다.“지금 아무도 없을 때 가서 싹 다 정리해 버려.”이희광은 어안이 벙벙했다.“아니, 당주, 이러다가 우리 국술당 망하는
하현은 이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만 씨 어르신 얘기를 하니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말이죠. 내가 여기 어렵사리 무성에서의 본거지를 찾았는데 어떻게 해서든 만 씨 어르신을 초대해서 식사라도 대접해야겠어요.”“이렇게 우연히 만났으니 여기서 식사하는 건 어때요?”“내가 잠시 후에 만 씨 어르신께 전해 놓을게요.”하현의 말에 영지루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너무 좋아요. 나도 한동안 만 씨 아저씨랑 같이 식사를 못했거든요.”“괜찮으면 만천구 오빠랑 만천우 오빠도 함께 불러요.”영지루는 분명 하현과 만 씨 집안 형제들의 관계를 알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하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만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 다음 그는 진주희와 한여침에게도 각각 전화를 걸어 국술당으로 오라고 했다.하현 일행은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국술당을 정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지루, 만진해 일행을 초대하는 일로 분주했다.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하현과 영지루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입구 쪽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려왔다.만진해, 만천구, 만천우 세 부자가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만진해는 여전히 당당하고 씩씩한 모습이었고 만천우는 역시나 예의 바른 공손한 모습이었다.만천구만 표정이 조금 편치 않아 보였다.아마도 아직 하현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여기에 별로 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하지만 영지루가 있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온 것이다.하현은 당연히 만천구의 표정을 쓱 보고 그의 심정을 꿰뚫어 보았고 스스럼없이 다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만천구, 천우 두 분 잘 오셨습니다.”“특히 만천구 선생. 이렇게 틈을 내어 함께 식사 자리에 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이제야 제 면이 좀 서는 것 같습니다.”“내가 오늘 여기 온 것은 두 가지 일 때문입니다.”만천구가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심호흡을 하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하나는 무성 체육관에서 벌어진 일
하현 일행이 소리를 듣고 동시에 입구 쪽을 보았을 때 차량 행렬은 이미 멈추어 대문 앞을 가로막았다.이어 문이 열리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벌떼 같은 기세로 주위를 둘러쌌다.이들 중에는 경홍근과 진 선배의 모습도 뚜렷이 보였다.다만 군중들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경홍근이 아니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머리 남자였다.그의 몸집은 큰 편이 아니었지만 뱃살은 두둑한 편이었다.이마에는 기름기가 줄줄 흘러 번들거렸고 걸을 때마다 당당한 기운이 넘쳐흘렸다.한눈에 봐도 눈에 거슬릴 게 없는 사람 같았다.“하 씨! 당장 나와!”사람들이 국술당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 선배는 호가호위하며 큰소리를 질렀다.그의 뒤를 따르던 곱상한 여자들도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지난번에 당한 수모와 억울함을 이번에는 반드시 되갚아 줄 요량인 듯했다.“오늘 겨우 개업했는데 누가 이리 와서 시비를 거는 거야?”“이것 참 재미있군.”“여러분들은 천천히 들고 계세요.”하현이 옅은 미소를 띠며 일어서면서 이희광, 진주희, 한여침 세 사람에게 손짓을 했다.자신을 따라 나오라는 뜻이었다.영지루와 만진해 일행은 계속 식사를 이어갔다.어쨌든 그들은 손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것이라 주인과 같이 나가서 다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하현은 국술당 정문으로 갔고 몰려든 사람들을 쭉 훑어보았다.군중들 맨 앞에 있는 경홍근 일행을 보고 하현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아, 이게 누구신가? 상관아닙니까?”“어떻게 또 여기서 만나게 된 거죠?”“경찰서에서 이리도 빨리 나오시다니.”“난 지금 저녁을 먹고 있는 중이었는데.”“아쉽게도 많이 준비하지 못해서 같이 식사하자는 말은 못 하겠군요.”“오늘은 그만 돌아가시죠.”하현은 무덤덤한 기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흔들며 불청객들을 내쫓았다.“허참!”하현의 말을 들은 곱상한 여자들은 연신 헛웃음을 지으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