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앞으로 나와 손을 뻗어 경홍근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용천오도 이대성의 부인을 지키지 못했는데.”“용문이라고 이대성을 지킬 수 있겠어요?!”“상관님은 조한철이라는 세 글자로 내 앞에서 당당하게 위세를 떨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당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코를 벌름거리며 덤벼드니 뭐 내가 만족스럽게 해 드려야지요.”말을 마치며 하현은 명함을 집어 들고 천천히 경홍근의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었다.이 장면을 보고 여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마치 하현이 조한철을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 죽이는 것을 본 사람들 같았다.경홍근도 안색이 급변했다.“개자식! 감히 조 세자의 명함을 찢어?”“죽고 싶어 환장했어?”“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경홍근을 바닥에 쓰러뜨렸다.“내가 죽을지 말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당신이 죽을 자리를 찾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군요.”“이봐!”“어서 관청에 신고해!”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내뱉은 한마디에 경홍근의 목숨이 달렸다.“상관 경홍근은 선량한 시민인 나에게 천억을 갈취하려 했으니 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해!”...30분도 채 되지 않아 목영신은 직접 팀원들을 이끌고 상관인 경홍근 일행을 무성 경찰서로 연행했다.물샐틈없는 조사를 거쳤지만 결국 확실한 증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경홍근은 풀려나게 되었다.하지만 경찰서에 잡혀갔다는 것만으로도 경홍근에게는 씻을 수 없는 망신이었다.그는 무성 6대 파벌 중 한 명이고 그의 뒤에는 조한철 같은 거물이 버티고 있었다.그런데 이런 대우를 받았다고?도저히 무성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일이었다!가장 치명적인 것은 경홍근은 풀려났지만 진 선배 일행은 결국 다 구속되었다는 것이다.이유는 간단했다.진 선배 일행들에게 얽히고설킨 사건들이 많아서 계속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진 선배는 설유아의 비싼 고급 다기를 깨뜨렸기 때문에 거액의 배상도 해야 했다.
조한철을 보고 있던 경홍근은 한달음에 달려가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 세자.”조한철은 손바닥을 닦으며 값비싼 대홍포 한 잔을 받아 입을 헹군 후 말했다.“상관, 여기가 무슨 명승유적지라도 됩니까?”무미건조하게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경홍근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상관인 경홍근이 오늘 아침에 한 번 왔다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상관 경홍근이 그 오만방자한 놈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제압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체면을 완전히 구겼을지도 모른다.그렇지 않았다면 경홍근이 이렇게 빨리 다시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상관 경홍근은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는 황송한 자태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 세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일을 잘못 처리해서 조 세자의 체면까지 구겼습니다.”“오늘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으려고 당당하게 조 세자의 명함을 내밀었어요.”“그런데 그놈이 명함을 박박 찢어 버리고 우릴 무성 경찰서에 신고를 해 버렸어요.”경홍근은 조 세자 앞에서 숨김없이 모두 털어놓았다.“참, 그놈은 이대성 부부도 손쉽게 제압한 모양이더군요.”“용천오도 이대성 부부를 지키지 못했다고 했어요.”“용천오가 그 외지인을 제압하지 못했다?”조한철의 얼굴에 흥미진진한 표정이 떠올랐다.그는 정자 안으로 들어가 앉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참 재미있는 놈이 나타났군.”“하지만 별거 아닙니다.”“용천오가 요즘 무성 신시가지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서 용 씨 가문 내의 몇몇 원로들도 그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하더군요.”“이런 중요한 시기에 그가 이대성을 함부로 감싸려고 하진 않았을 겁니다. 당연한 일이에요.”“게다가 용천오는 용 씨 가문 세 후계자들 중 최강도 아니고요.”“상대가 정말로 용천오를 억눌렀든 아니든 간에 그놈이 충분히 강하다는 걸 말하기엔 부족하죠.”“그런 사람 앞에서 굳
경홍근의 말에 조한철은 편안히 의자에 기대어 곱게 생긴 하녀의 보필을 받으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만 씨 가문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용한 셈이군요.”“혹시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 씨 가문과 영 씨 가문은 아주 막역합니다.”“용 씨 가문이라고 할지라도 만 씨 가문에게 함부로 미움을 살 수 없는 이유죠.”“무성에서 만 씨 가문이 위세를 떨칠 수 있는 것도 뒤에 영 씨 가문이 받치고 있기 때문이고요.”“영 씨 가문?”경홍근이 놀라서 얼굴빛이 약간 변했다.“대용두가 있는 그 영 씨 가문?”조한철은 웃음기가 싹 빠진 얼굴로 말했다.“무성은 서북부 변방의 땅이지만 사실 무성은 유서가 깊은 곳이에요.”“그 하 씨 성을 가진 놈이 날뛰며 여기저기서 미움을 사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며칠 전에는 인도인들에게까지 미움을 샀다고 들었어요.”“그래서 혹시 만 씨 가문이 일부러 밖에 배치해 둔 바둑알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고 있었어요!”조한철을 지극정성으로 보필하는 두 미녀를 바라보는 경홍근의 눈에 부러움이 잔뜩 깔렸다.그는 흠칫 정신을 다잡고 눈을 뗀 다음 입을 열었다.“조 세자? 그게 무슨 뜻입니까?”조한철은 흥미진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 머리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예요. 바둑알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경홍근이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눈을 번쩍 떴다.“조 세자, 나의 얕은 식견으로는 바둑알이라는 것은 손을 쓸 때 앞잡이로 세우거나 아니면 위세를 드러낼 때 세우는 것인데...”“현재 상황으로 볼 때 하현이라는 바둑알은 만 씨 가문의 위세를 떨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무성에서의 영 씨 가문의 이익까지 연결되어 있어요!”“다만 무성은 유서가 깊어서 만 씨 가문도 함부로 하다간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 약간은 두렵지 않겠습니까?”경홍근의 눈에는 의심에 가득 서린 기색이 감돌았다.만 씨 가문이 무성의 관청을 장악했지
”네? 얼마나 매력적이길래요?”여자라는 말에 조한철은 정신이 번쩍 드는 모양이었다.원래 다른 취미가 별로 없던 그는 어느새 원기가 많이 충만한 것 같았다.경홍근은 일찌감치 자료를 준비한 듯 얼른 핸드폰을 열어 몇 장의 사진을 조한철에게 보내주었다.조한철은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껄껄껄 웃으며 말했다.“하나는 아주 성숙한 여인이고 하나는 아주 보송보송한 꽃봉오리 같군요, 아주 매력적이네요. 자매가 아주 아리따운 꽃이에요!”“자매꽃이 모처럼 보이니 그럼 마지못해 한번 손을 써 볼까요? 하하하!”조한철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비서에게 손짓을 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방 감독관에게 전화해.”...조한철이 전화를 걸어 손을 쓰고 있을 때 하현은 일전에 일어난 일은 마음에 두지 않고 설유아를 안정시킨 후 이대성이 가져온 계약서를 들고 차에 올랐다.그는 무성 중심부로 차를 몰아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옛 풍모를 그대로 간직한 무도관이었다.주변이 떠들썩한 가운데 오로지 홀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무도관은 이미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이대성의 부친이 이대성에게 물려준 것으로 국술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우아함과 엄숙함이 묻어나는 이름이 이곳의 환경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당주, 오셨습니까?”순간 몸집이 큰 남자가 국술당 입구에서 깍듯이 나와 인사를 했다.그는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하현을 보자마자 얼른 다가와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당주, 국술당이 당신 명의로 넘어간 일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이대성 전 지회장께서 관련 사항을 잘 인도하라고 제게 당부하셨습니다.”“공인과 장부, 부동산 증서 등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하현의 면전에서 무참히 짓밟혔던 이희광은 완전히 사람이 바뀐 듯 하현에게 더없이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 때문에 이대성이 용문 무성 지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가 가진 국술당까지 내놓았다는 걸 이희광은 이미 전해 들
”지금 국술당에는 백 명 가까운 학생이 있습니다.”“예전에는 스승님도 학생들을 가르칠 시간이 없었습니다.”“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특별히 초빙한 열 명의 교관들이 맡았습니다.”“모든 교관은 무도의 고수이자 명문가 출신들입니다.”“열 명의 학생을 혼자 도맡아 가르쳤는데 오히려 가까이서 밀착해 세세하게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아마 당주께서 국술당을 인수한 후에도 별로 관리할 것이 없을 겁니다.”“이 교관들이 있으니 당주는 매달 앉아서 돈만 수금하면 되는 것입니다.”“당주, 장부를 자세히 보지 않으셔서 아직 잘 모를 수도 있는데요.”“여기 국술당에서 1년에 수백억을 버는 건 그리 큰 문제도 아닙니다.”하현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학생을 가르치는 데 그렇게 수입이 많습니까?”이희광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답했다.“물론 용문 무성 지회장이신 이대성 스승님께서 여기에 계시니 그것을 보고 제자들이 몰리는 거죠. 스승님의 문하에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체면이 서니까요.”“그래서 많은 재벌 2세들이 입문을 위해 큰돈을 들이고 있습니다.”“하지만 지금은...”말을 얼버무리며 이희광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러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을 짓자 이희광은 얼른 화제를 돌려 계속 말을 이었다.“참, 당주. 우리 국술당의 현재 수석 교관은 남궁나연입니다.”“그녀는 무학의 성지인 황금궁의 외문 제자로 무술 실력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겸비한 미인이라 쫓아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또한 국술당의 일상생활도 기본적으로 남궁나연이 관리하고 있고요.”“나는 가끔 오는 사람이라 별로 발언권이 없지만 이제 당주가 오셨으니 이곳의 장악권은 당연히 당주에게 있습니다.”이희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남궁나연을 상대하기에는 조금 꺼림직했던 모양이었다.하현은 이희광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희광은 이대성의 대제자로 용문 무성 지회에서는 큰형으로 불렸다.그런데 남궁나연에 대해 얘기
”안녕하세요, 여러분.”이희광이 학생들에게 다가가 손뼉을 쳤다.“자, 잠시 조용히 좀 해 주세요.”현장에 있던 교관은 이희광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재벌 자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어떤 재벌 2세 집에서 따로 과외를 한다는 얘기도 나왔고 어떤 교관은 가슴을 치며 자신의 단단함을 뽐내며 개인 보디가드도 가능하다고 장담하고 있었다.그야말로 망신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이희광은 계속해서 헛기침을 하며 다가갔다.“여러분, 조용히 하세요! 소개해 줄 사람이 있습니다!”“소개라니?!”정중앙에 앉아 유일하게 재벌 2세들에게 아부를 하지 않는 여인이 일어섰다.그녀는 재벌 2세들에 빙 둘러싸여 있었다.키가 크고 날씬한 그녀는 얼굴이 그린 것처럼 정교하고 조각 같았다.눈썹에서는 약간의 강인한 기세도 보여 여간해서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워 보였다.그는 이희광을 싸늘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여기 지금 학생들이랑 얘기하고 있는 거 못 봤어요?”“왜 자꾸 끼어들어요?”“내가 말 안 했나요? 여기 국술당에서는 당신이 말할 자격 없다고!”“그런데 지금은 뭐 또 할 말이 있는 거예요?”“지회장님이 말씀하셨잖아요!”“여기는 내 마음대로 운영해도 된다고! 설령 당신이 온다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순순히 내 말을 들어야 해요!”“저기 가서 청소나 하고 가세요. 오늘 청소하는 사람도 없으니 당신 부하들 데리고 가서 바닥이나 말끔하게 청소하세요! 잊지 마세요! 깨끗하게 해야 합니다!”“깨끗하게 청소해 놓지 못하면 내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예요!”그녀는 하현을 이희광의 부하로 착각한 모양이었다.그리고 국술당에선 자신 위에 절대적인 권위가 없는 사람처럼 지시를 했다.아무도 그녀의 권위에 반기를 들거나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이희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남궁나연 교관님...”“바닥 청소 안 해요?”남궁나연이 이희광을 노려보았다.“곧 5시예요. 학생들이
하현은 이희광을 유심히 바라보다 담담하게 말했다.“당신, 국술당에서 이렇게 찍소리도 못하는 존재였어?”이희광은 더욱 난처한 기색을 띠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상대하지 마!”이때 남궁나연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빨리 가서 연무장 청소하고 그 기구들도 다 닦으세요!”“이제 곧 수업 시작이에요!”“당신, 청소 안 할 거예요? 하기 싫으면 꺼져요!”발끈하는 남궁나연의 말에 다른 교관들도 비아냥거리는 얼굴로 이희광을 쳐다보았다.이 상황이 아주 재밌다는 듯 모두들 이죽거리고 있었다.무학의 성지에서 온 그들은 모두 황금궁 외문 제자들이었다.사실 재벌 2세들 앞에서도 별로 내세울 신분이 없는 자들이었다.그래서 그들은 더욱 이희광 같은 인물을 밟아 자신의 지위를 과시해야만 했다.“당신 좀 심한데!”이희광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자신 곁에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이희광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순간 하현은 얼른 손을 내저으며 이희광을 막아서고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바닥이나 쓸자구.”하현은 청소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소위 교관들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이 국술당은 앞으로 그의 본거지가 될 것이다.만약 정말로 이런 난장판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가장 기본적인 상황부터 파악해야 조금씩 고쳐 나갈 수 있다.쫓아내야 할 사람은 쫓아내어야 점차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내쳐야 할 학생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국술당이라는 곳에 국술 두 글자가 걸려있는 한 길가의 개나 소나 들어와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대하의 전통 국술을 선양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인재만이 국술당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교관과 학생들이 모두 옷을 갈아입으러 가는 사이 하현과 이희광은 빗자루를 들고 연무장으로 향했다.하현이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하는 사이 이희광은 한두 번이 아닌 솜씨로 빠르
남궁나연은 짜증스러운 얼굴을 보였다.그러나 짜증 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얼굴은 확실히 아름다웠다.비록 미간을 찌푸린 얼굴이지만 동글동글한 눈망울과 갸름한 턱 선은 그 자체로 광채가 흘려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그러나 이희광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왜냐하면 그는 하도 그녀에게 욕을 먹어서 지금 무슨 말을 할 겨를이 없는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졸개 하나 데리고 와서 멀뚱멀뚱 뭘 쳐다봐! 얼른 바닥 쓸라니까!”“내가 당신들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렇게 국술당에 들어와서 몰래 무공만 훔쳐보고 하는 거? 내가 폭로하지 않고 눈감아주었으면 됐지!”“바닥 좀 쓸라고 했더니 거기서 멍하니 서 있어?”“왜? 자기가 그렇게 잘난 줄 알았어?”“무도 수행의 시작은 바닥 쓰는 것부터라는 것도 몰라?”“바닥도 쓸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무술을 배울 수 있겠어?”“이희광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용문 무성 지회 큰형으로 불리면서 바닥 닦는 법도 모르니 정말 한심하네요. 그래서 지회장님이 그 높은 연봉을 주고 우리들을 데려왔나 봐요!”하현과 이희광을 호통치는 남궁나연의 목소리에 무도복을 갈아입고 나온 남녀 학생들도 하나같이 비아냥거리며 한마디씩 거들었다.“어서 좀 잘 쓸어요! 내 피부가 얼마나 연한지 몰라요?!”“무도장에서는 다 맨발로 있는데!”“만약 당신 때문에 발바닥이 까지면 당신 책임질 거예요?”“당신을 팔아도 내 귀한 몸을 배상하지는 못할 거예요?”“무릎 꿇고 어서 바닥을 깨끗이 닦으라구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 가만 안 둘 거예요!”학교에서 골칫거리 역할을 도맡아 할 것 같은 몇몇 학생들은 함부로 날뛰며 앞으로 나와 하현을 가리켜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교관들은 이 광경을 보고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듯 키득거렸다.그들은 하현과 이희광이 망신을 혹독히 당하고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이희광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뭐라고 변명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