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도끼파 본거지.하현은 정원에 다기 세트를 차려놓고 손수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얼마 후 가냘픈 그림자가 멀리서 비치는 게 보였다.“하현, 한밤중에 이렇게 부르면 부인이 질투하실 텐데요.”진주희는 하현의 맞은편에 앉아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오늘 밤 그녀는 비단으로 된 전통의상 한 벌을 우아하게 입은 채 긴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이었다.평소 똑똑하고 세련된 모습은 사라지고 오히려 여성스러운 매력을 물씬 풍겼다.하현은 흐뭇한 미소로 진주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이 나와 함께 차를 마시며 달을 구경한다고 그녀가 설마 화를 낼까?”진주희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오직 당신만 따르니까요...”하현은 아연실색했다.그는 진주희가 이런 농담을 할 줄은 몰랐다.피식하고 헛웃음을 짓다가 하현은 진주희에게 손수 차를 한 잔 따라준 뒤 말했다.“자, 농담은 여기까지야.”“본론으로 들어가자고.”“내일부터 무성 황금 회사의 운영은 설은아에게 맡길 거야.”“당신은 안심하고 집법당 일에 집중해. 나 대신 전반적인 상황을 안정시켜 줘.”“그럼요. 문제없습니다.”진주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부진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문제없죠.”“다만 무성 황금 회사의 상황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요.”“우리가 쫓아낸 마하성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무성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모두 무성 황금 회사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요.”“무성 황금 회사는 여러 세력들이 물려 있어요. 그만큼 얻어먹을 게 많으니까요.”“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우리의 살점을 뜯고 싶어 하죠.”“알고 있어.”하현은 눈꼬리를 가늘게 뽑으며 말했다.“설은아 성격상 무성 황금 회사를 맡으면 아주 많이 공격을 받을 거야.”“결국 회사를 내줘야 할 수도 있어.”“그런데 그럼 또 어때?”“그녀에게는 지금이 또 다른 기회가 된 거야.”“그녀는
용이국의 곁에는 용 씨 가문 경호원이 따라다녔지만 현장에는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도 너무 많았다.보는 눈이 많아 용이국의 경호원들은 성가시게 구는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고 피해자 가족들은 계속 으르렁대며 용이국을 귀찮게 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와중에 용이국의 사람들은 피해자 가족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십여 명이 참다 참다 무기를 꺼내들어 그들을 막았다.용이국도 이 틈에 그들을 막아내느라 있는 힘을 다 짜내었다.만약 그가 몇 년 동안 수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손발이 다 부러졌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상처투성이에 눈밑까지 퍼렇게 멍들었다.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이제 아무 의미도 없어졌기 때문이다.그는 일이 이렇게 된 것이 하현 그 개자식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감히 날 이렇게 만들어?!”“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용이국은 치밀하고 철저하게 계략을 짰을 뿐만 아니라 하현을 반격할 배짱도 두둑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자신과 용천오에게 큰 손실을 입히고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용이국,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그때 날씬한 몸매에 세련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여비서가 태블릿 PC를 안고 들어왔다.“이제 하현은 완전히 혐의를 벗어났습니다.”“그동안 우리 쪽에서 깔아놓은 포석들은 모두 쓸모없어졌고요. 그뿐만 아니라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용이국은 냉소를 흘리며 애꿎은 여비서의 뺨을 때렸다.“하 씨 그놈! 당장 죽여도 시원찮을 놈! 감히 날 이 꼴로 만들어?!”이번 일로 하현은 완전히 혐의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용이국에게 대망신을 주었다.가장 화가 나는 일은 무성 상류층에서도 자신이 웃음거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용이국의 마음속에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왜 용천오의 말을 듣지 않고 그렇게 오만하게 굴었던가?결국 그는 모든 것을 잃었고 하현은 모든 판세를 뒤집어 버렸다.빠른 시일
예쁘장한 여비서는 힘겨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만약 용천오께서 정말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이 일을 계속 밀어붙인다면 우리의 결말은 불 보듯 참담해요!”“닥쳐!”“지금 날 가르치는 거야?”용이국은 마음이 초조했다.“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세요? 외지인 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내가 어떻게 무성에서 지낼 수 있겠어요?!”순간 용이국은 얼른 핸드폰을 들어 통화기록으로 들어갔다.문득 눈앞이 환해진 그는 해외 번호를 누르며 입가에는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용천오는 지금 나한테서 손을 떼려고 하고 있지만 어떤 이는 나한테 손을 내밀어 줄 수도 있지!”“나 혼자서는 하현을 상대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를 단번에 죽일 수도 있어!”“지금 인도 회관으로 가서 브라흐마한테 내일 골프나 치러 오라고 전해...”“지난번에 날 도와주려고 고수를 보낸 준 거 아직 정식으로 고맙다는 말을 못 했다고 전하고...”...이튿날 오후.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무성 황금 회사에 가서 회사의 각종 절차를 인수인계했다.곧이어 설은아는 무성 황금 회사의 총재가 되었다.안 그래도 하현에게 불만이 많았던 최희정은 하현의 결정에 말문이 막혔다.설유아도 무성 황금 회사의 부총재직을 맡았으니 어느 정도 회사의 결정권을 가지게 되었다.일을 다 처리한 후 하현은 한여침에게 경호원을 몇 명 더 보내라고 당부한 후 그 자리를 떠났다.결국 설은아도 언제까지 자신의 비호 아래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히 회사 일에 개입하지 않고 물러난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설은아는 진정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붕!”하현이 무성 황금 회사를 나서자마자 검은색 아우디 한 대가 그의 옆에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무성 경찰서장 만천우가 차에서 내리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하현.”만천우는 하현을 오래 기다린 것이 분명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바로 나타날 수 없었을 것이다.하현도 사양하지 않고 만천우가 안내하는
”그래서 당신이 아버지를 한번 봐 줬으면 좋겠어요.”만 씨 가문의 이력을 들은 하현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만천우, 당신 잊었어? 난 당신의 총교관이었지 의사가 아니야.”“물론 의사가 아니죠. 하지만 세상의 거의 모든 살인술을 알고 계시잖아요.”“칠절탈명지, 이것도 살인술 중의 하나예요.”“아마 세상에서 당신만이 아버지를 구할 수 있을 거예요.”“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당신한테 부탁하지도 않았겠죠.”만천우는 분명 하현이 쉽게 움직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아침 아버지의 창백한 얼굴과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염치없지만 하현에게 부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만천우, 그런 말 하면 섭섭하지. 내가 뭐라고.”하현이 입을 열었다.“당신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볼게.”“걱정하지 마. 어쨌든 당신은 내 핏줄이나 다름없는 사람이니까!”만천우는 하현의 말을 듣고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그런 말씀을 들으니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그러면서 만천우는 운전기사에게 차를 빨리 몰고 가라는 손짓을 했다.“참, 하현. 제가 이틀 동안 사람을 보내 사건을 조사하면서 단서를 하나 발견했어요.”“CCTV에 당신과 똑같이 생긴 그 사람을 알아냈어요. 아마 브라흐마 아부와 얽혀 있는 것 같아요.”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브라흐마 아부가 누구야?”“브라흐마 아부는 인도 상회의 부이사예요. 젊고 돈도 많죠.”“무엇보다 상업의 귀재일 뿐만 아니라 인도 요가술에도 능통하다고 해요. 그 솜씨가 무서울 지경이라는데요.”“인도에 무슨 10대 기인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만천우는 똑바로 앉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인도의 요가술이 절대 신체 단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그건 진짜 살인술이에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거죠.”“브라흐마 아부는 어려서부터 유명했어
전설에 의하면 이 산장은 건국 초기에 무성 최고 책임자가 자리를 잡아 세웠다고 한다.그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백 년 동안 이 산장은 고치고 세우고를 반복하다 지금은 거의 십여 채의 건물만 남아 있다.그러나 산장의 주인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무성의 최고 책임자가 되어 무성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이 사람이 아니라면 1호 정원의 주인이 될 사람은 없었다.하현은 이런 것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무성 사람들에게는 무성의 자금성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몇 분 후 차는 1호 정원 안에 있는 건물로 들어와 멈춰 섰다.이 건물은 전체 건물 중 가장 지리적으로 높고 전망도 좋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문이 열리고 하현과 만천우 두 사람이 내렸다.하현은 주변 건물들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푸른 벽돌과 붉은 기와가 세월의 위용을 자랑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무엇보다 건물 곳곳에 총과 실탄이 장착된 제복을 입은 남자들이 지키고 있다는 것이 이 건물의 위세를 말해 주었다.“하현, 이쪽이에요.”만천우는 각종 증명서를 꺼내서 제복 입은 남자에게 일일이 검사를 마친 후에야 하현을 데리고 건물 안을 통과했다.건물 안쪽으로 들어서자 마당이 또 나왔다.마당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십여 분을 걸은 뒤에야 두 사람은 뒤뜰에 도착했다.이곳에는 산꼭대기 호수가 있었고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정자와 누각이 다소곳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한 사람이 정자 한가운데 뒷짐을 지고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해발 팔천 미터에 달하는 높이였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했다.하현은 눈앞에 우뚝 서 있는 뒷모습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그는 약간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체구는 우람했고 머리는 희끗희끗했지만 흐트러짐이 없었다.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느낄 수가 있었다.분
만진해는 분명히 하현을 조사했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말을 할 리가 없다.“젊은 사람이 사람 됨됨이가 안 되어 있는데 말도 건방지게 하는군.”하현의 말에 화가 난 것 아닌 것 같았다.다만 하현의 기세에 약간의 방어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절제된 삶과 겸손한 말, 이것이 제 삶의 원칙입니다.”“뿌리를 완전히 뽑지 않으면 언젠가 또 싹을 틔운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그런데 그것 말고도 한 가지 더 아는 게 있습니다.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선 좀 더 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요.”“한 번에 큰 걸 거두고 오랫동안 편안해질 수 있는데 뭐 하러 그리 힘을 빼야 합니까?”“의사가 진찰하고 사람을 살리는 것처럼 근본을 고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가벼운 약으로 우선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뽑아낸 뒤 한꺼번에 뿌리를 뽑아 버려야지요.”“이렇게 해야 완전히 뽑아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만진해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당신 생각이고!”“내가 보기에 당신의 이런 행동은 우유부단하고 후환을 남길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만천우는 처음에는 난감하고 어리둥절했지만 차츰차츰 알아듣게 되었다.하현과 아버지는 용이국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아버지는 줄곧 무성의 전반적인 상황에만 관심을 기울였는데 이렇게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용천오도 만진해의 눈에는 그저 그런 사람인데 용이국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하지만 만천우는 감히 아버지에게 자세하게 물어보지 못했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 사실 나도 좀 이해가 안 돼요. 왜 용이국 같은 사람을 남겨둔 거예요?”“어제 그런 판국에는 용이국을 죽여 버려도 되었을 텐데요.”“그는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소인배를 죽이는 일에 내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지.”“그리고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결국은 하찮은 존재일
충격에 빠진 만천우를 보며 만진해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그리고 그는 하현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하현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아버지, 하현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했죠? 이제 믿으시겠어요?”만천우가 웃으며 말했다.“이제 하현에게 아버지의 환부를 보여 드려도 되지 않겠어요?”만진해가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바깥에서 소리가 들렸다.“아저씨, 어디 계세요?”“우리 응접실로 가지.”만진해는 손뼉을 치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영지루가 왔군.”“며칠 전에 나한테 명의를 데려온다고 했었거든.”“내 병을 진찰해 줄 거라더군.” “이렇게 만났으니 안으로 들어가자고.”만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영지루는 영 씨 가문 사람이에요.”“그녀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 친구이기 때문에 영지루는 우리 가문과도 사이가 좋아요.”“영지루가 오늘 오는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명의까지 데려올 줄은. 하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영 씨 가문?”하현은 만천우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10대 최고 가문의 수장, 그 영 씨 가문 말이야?”“영지루가 바로 전설의 그 영 씨 집안 공주?”“많은 가문에서 그녀를 데려오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그 영지루?”만천우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만진해는 하현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하현이 영지루의 집안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는 별다른 말없이 뒷마당을 나와 응접실 안으로 들어갔다.응접실 안에는 몇 명의 남녀가 이미 걸어 들어왔다.앞장서는 사람은 가냘프고 호리호리한 몸매의 스물넷 정도 되는 여자였다.그녀는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눈썹이 그림같이 아치를 그리고 있었다.게다가 흰색 티셔츠에 슬림한 청바지를 심플하게 입었지만 청순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남자라면 그녀를 보기만 해도 모두 호감을 가질 만했다.그녀의 뒤편에는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이
루돌프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듣자 하니 그는 동서양의 의학을 두루 섭렵하고 섬나라와 인도의 고대 의술도 연구했다고 했다.말 그대로 온몸으로 온갖 잡학다식한 의술을 익힌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는 이러한 의술의 군더더기는 제거하고 오직 알맹이만 남겨서 많은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남겼다.북유럽 여러 나라의 황실에서도 일 년 내내 루돌프를 고용해서 그들의 병을 치료하고 장수를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루돌프의 진료비는 매우 비싸서 한 번 왕진하는 데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수술이 필요한 경우 수술 비용도 어마어마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돌프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대부분 그의 일정은 꽉 차 있어서 좀체 진료받기가 어려웠다.만천우는 일찍이 루돌프라는 사람의 명성을 들었다.다만 만 씨 가문의 위상이 무성에서는 높다고 하나 루돌프가 와 줄지는 의문이었다.이번에 영지루가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황실 전문으로 이름을 날린 루돌프도 여기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영지루는 잠시 눈을 깜박이며 말했다.“루돌프 선생님은 아저씨의 병세를 듣고 아저씨가 한 세대의 영웅이신 걸 아시고 영광이라고 생각하셔서 이곳에 특별히 오셨습니다.”루돌프가 이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영지루 말이 맞습니다.”이 말을 듣고 만천우는 기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만진해도 엷은 미소를 지었다.“지루가 마음을 많이 썼구나.”하현은 영지루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만진해가 루돌프의 진찰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몇 마디 말로 입막음을 한 것이다.만진해는 하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지루야, 소개할 사람이 있어.”“이분은 하현이야. 천우가 특별히 모셔온 분이셔. 내 오랜 병환을 봐 주시기로 했지.”“오늘 이렇게 만났으니 서로 인사라도 해야지!”만천우가 옆에서 거들었다.그러나 영지루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잠시 훑어본 후에야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