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천의 표정은 냉랭했다.자신감도 충만했다.하현의 말에 속을 만큼 바보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했다.어찌 되었건 하현은 미야타 신노스케를 죽이고 이걸윤을 제압하고 텐푸 쥬시로를 생포하고 천도를 죽인 사람이다...이것만은 확실했다.그러나 비록 하구천이 당당하게 큰소리는 쳤지만 하현과 직접 맞붙을 의도는 없었다.그가 해야 할 일은 보다 쉽게 하현을 죽이고 항도 하 씨 가문을 장악한 뒤 무한한 명성을 쌓는 것이었다.굳이 하현과 끝까지 죽기 살기로 싸울 마음은 없었다.생각에 이에 미치자 하구천은 팔걸이의자에 앉아 하현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오늘은 노부인의 생신날이야. 아주 경사스러운 날이지. 당신한테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난 당신을 손대지 않을 거야!”“그러니 여기서 자꾸 시간 끌지 말고 얼른 무릎이나 꿇어!”“그렇지 않으면 당신 험한 꼴 보게 될 거야! 내 명령 한 마디만 이 뒤에 있는 고수들이 단번에 당신을 때려눕힐 수 있어!”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 명에 가까운 고수들이 앞으로 나왔다.항도 하 씨 가문 고수들 이외에도 섬나라 고수들까지 더해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이미 이 사람들의 마음속은 하현에 대한 분노로 들끓은 지 오래였다.비록 하현의 실력이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지만 한번 제대로 걸리기만 한다면 그들은 섬나라의 원흉인 하현을 죽이는 일에 절대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하구천의 반응을 살피던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구천, 어쨌든 당신은 오랜 세월 동안 항성과 도성 젊은 세대를 이끄는 인물이라고 칭송받았지.”“항성과 도성에서 상석에 앉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고.”“그랬더니 이거 너무 뻔뻔해졌는 걸!”“내가 무서워서 덤벼들지 못하겠으면 직접 말로 해.”“능력 없으면 내 앞에서 뻔뻔하게 거들먹거리지 마. 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 적어도 아직은!”그러자 하현은 다시 섬나라 고수들을 실눈으로 바라보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데려온 섬나
비아냥거리는 하현의 표정이 냉랭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섬나라 사람들의 귀를 후벼팠고 섬나라 사람들과 하구천과의 친밀한 관계를 사정없이 부추기고 있었다.섬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음류든 염류든 다른 어떤 세력이든 자존심이란 게 있는 고수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분노가 달아올랐다.섬나라 사람들은 항상 스스로를 최고라고 여기고 극동지역에서 가장 고귀한 민족으로 여겼다.오늘 그들은 하구천이 상석에 앉는 것을 도우러 왔다.스스로를 하구천의 뒷배이자 든든한 조력자라고 생각해서 온 것이나 그의 싸움꾼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하지만 하현에게 이런 자존심 구기는 말을 듣고 보니 어느새인가 그들은 하구천을 그들의 우두머리로 생각해 온 것 같았다.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눈가에 경련이 일어나서 눈동자에 붉은 기운이 떠올랐다.“저 자식이!”하구천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섬나라 사람들 중 무카이 마오가 제일 먼저 버럭 하며 일어섰다.그는 허리춤에 있던 섬나라 장도를 칼집에서 꺼내더니 순식간에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기세 좋게 걸어 나갔다.“개자식! 오늘 다 죽여 버리겠어! 이 빌어먹을 놈!”“네가 내 형님을 죽이고 내 조카딸을 죽인 것도 모자라 섬나라 음류 고수들을 죽였어!”“오늘 내가 네놈을 산산조각 내어 산허리에 뿌리고 말 테야!”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당신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같이 보내줄 테니까!”“이! 이놈이! 이 쳐 죽일 놈!”무카이 마오는 양손에 칼을 쥔 채 분노로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하현 앞으로 돌진했다.하구천은 그를 말려 보려고 했지만 분노에 휩싸인 무카이 마오의 얼굴을 보고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구천은 그저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무카이 마오, 하현은 함부로 덤벼들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음험하고 아주 교활한 놈이라니까! 조심해
키타가와 시미즈의 말에 하구천은 눈동자를 반짝였다.“그렇게 실력이 좋다니 난 무카이 마오가 저 무식한 하현을 죽이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군!”하구천은 누구든 하현을 죽여 주기만 하면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하현의 실력에 놀랐지만 키타가와 시미즈의 말을 들은 후 하구천은 무카이 마오가 섬나라 음류의 복수를 위시해 하현을 무참히 베어버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순간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무카이 마오를 바라보며 그가 금방이라도 하현을 두 동강 낼 장면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촹!”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무카이 마오는 손에 들고 있던 섬나라 장도를 힘차게 움켜쥐었다.순간 맹수처럼 사나운 기운이 그의 눈동자에서 불을 뿜었다.“하현, 조심해. 이건 섬나라 황실에서 하사한 검이야! 전설로만 전해지던 국검이라고!”“온갖 피를 다 묻혀온 사나운 칼이야. 수많은 목숨들이 이 칼에 저세상으로 갔지!”“이 칼이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조심해!”방금 무카이 마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최영하가 입을 열었다.하현은 최영하를 향해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 칼로 그를 가족들 품으로 보내주면 되겠군!”“이 개자식이!”하현의 말을 들은 무카이 마오의 얼굴에는 갑자기 험악한 기색이 역력했다.절세의 검을 든 자기 앞에서 감히 하현이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순간 무카이 마오는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올려 휘둘렀고 검은 하현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칼날이 번쩍이며 스쳐간 순간 길을 잃은 파리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 검은 날렵할 뿐만 아니라 멋있기까지 했다!천하의 무공은 빠르고 거칠었다.이 칼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칼을 발아래로 두는 존재 같았다.“좋아!”하구천 진영에서 하백진, 허민설 등이 참지 못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이 칼은 정말 멋졌다!키타가와 시미즈는 더욱 감탄하는 얼굴로 무카이 마오를 우러러보았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영웅이
아주 빠른 칼날이었다!아주 멋진 칼이었다!난폭하지 그지없는 칼이었다!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흥분의 도가니였다.무카이 마오가 얼마나 대단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자 그들은 마치 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본 듯이 흥분했다.섬나라 사람들은 무카이 마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무카이 마오! 무카이 마오! 천하무적 무카이!”“저놈을 죽여!”“극강의 나라의 저력을 보여줘!”섬나라 여자들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무카이 마오를 연호했다.순간 무카이 마오는 다시 한번 칼을 들어 올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지옥으로 떨어져!”말이 끝나자마자 무카이 마오는 힘껏 칼자루를 휘둘렀다.번뜩이는 칼날을 보고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아까보다 더 날쌘 칼날이었다!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칼날이었다!단칼에 세상 모든 걸 두 동강이 낼 기세였다!무카이 마오의 컨디션이 어느 때보다 좋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다.칼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발밑의 속도도 빨라졌다.“솨솩!”칼을 든 무카이 마오는 거침없이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저 칼날이 하현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면 하현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것에 모두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너무 느린데!”하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하더니 갑자기 한 발짝 내디뎠다.그는 물러서지 않고 망설임 없이 칼날 속으로 돌진했다.곧이어 그는 사정없이 오른손을 내던지고는 무카이 마오의 얼굴을 향해 뿌리쳤다.“퍽!”천둥 같은 울림과 함께 무카이 마오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붕 날아올라 대리석 기둥에 온몸을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천하의 무공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 법이었다!하지만 섬나라 황실에서 하사받은 단칼도!날쌘 몸놀림도!하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모두 산산조각이 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촹!”하현은 무카이 마오에게 다가가 그가 놓친 칼자루를 받았다.순간 하현은 망설임 없이 칼끝을 무카이
섬나라 염류 고수 야규 로쿠로는 이를 악물었다.그는 잠시 눈꼬리를 매섭게 뽑아내며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고 했다.동시에 그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무기를 시전한다면 눈앞의 이 대하 놈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어떻게 이놈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이야?”섬나라 음류인 카타가와 시미즈는 벌린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원래 무카이 마오가 섬나라 음류의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세우는지 보려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무카이 마오가 지다니!키타가와 시미즈는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도무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그리고 몇몇 섬나라 고수들도 모두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눈앞의 상황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눈을 비볐다.많은 사람들 속에 텐푸 쥬시로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현과 여러 번 맞붙어 호되게 당한 텐푸 쥬시로만이 하현의 무시무시함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신당류 종주인 그도 천 리 밖에서 생포당한 몸이라 망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른 유파들도 자신처럼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던 차였다.그러니 그가 어떻게 그들을 비난하며 나설 수 있겠는가?“솩!”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황실에서 선사한 칼을 천천히 문지르며 말했다.“역시 좋은 칼이군.”“섬나라 칼로 섬나라 짐승들을 베는 맛이 아주 일품이야...”“다음은 누구야? 누가 나설 거야?”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눈빛은 천하를 내려다보고 호령하는 신령 같은 당당함과 강인함이 묻어 있었다.섬나라 사람들은 그제야 흠칫 놀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이제 그들 마음속에 들끓었던 분노는 온데간데없었다.그들은 더 이상 하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카이 마오를 보고 이를 갈았다.특히 음류에서 온 고수들은 분노가 가득 서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 개자식이!”“감히 섬나라의 칼로 우리 섬나라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섬나라 음류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한 사람씩 덤비는 건 안 되고 한꺼번에 덤벼? 패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이것이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야?”“극동의 강대국이 되려는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고작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돼?”하현이 냉소를 흘렸다.“나 하나도 감당 못하면서 감히 우리 대하 땅을 넘봐?”“내가 당신들이었다면 벌써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왜냐하면 당신들은 그럴 자격도 그릇도 못 되거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계속 비아냥거렸다.그러자 하현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섬나라 사람들이 순간 버럭 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이 자식이! 뭘 믿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섬나라 사람 몇 명 쓰러뜨렸다고 지금 보이는 게 없어? 뭐라도 되는 것 같아?”이때 훤칠한 체구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군중 속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섬나라 염류에서 온 야규 로쿠로!섬나라 염류의 전통은 천 년에 달한다.그리고 섬나라 6대 유파 중 최고봉의 자리로 매김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직접 나설 뜻이 없었다.하현이 어떻게 섬나라 사람들을 대적하는지 보고 난 뒤 모습을 드러낼 심산이었던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보여준 태도가 야규 로쿠로를 너무나 화나게 만들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섬나라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 같았다.그래서 야규 로쿠로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이것 봐. 어디서 적당히 배워 온 재주로 천하무적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는 꼴이라니!”“섬나라 검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섬나라 염류의 천 년 전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당신이 대하의 무학계 고수라고 할지라도 우리 섬나라 염류 고수들한테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바로 고개를 납작 숙여야 옳지!”“세상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 정말!”“오늘 우리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카드를 보여주겠어...”말을 하는 순간 야규 로쿠로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변했다.그의 눈동자
섬나라 염류는 사람의 몸을 베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기와 오감을 베어버리는 것이다.이런 살인술은 더없이 무섭다.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더구나 야규 로쿠로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칼날을 막을 수는 없다.그런데 최선을 다해 휘두른 칼날에도 하현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몸을 피하다니!순간 야규 로쿠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야규 로쿠로가 충격에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있던 하현은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있는 야규 로쿠로를 향해 사정없이 발을 들어 걷어찼다.누구도 예상치 못한 번개 같은 공격이었다.기고만장했던 야규 로쿠로는 하현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다.하현의 실력이 보잘것없을 거라 생각했고 절대로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였다.그러나 하현이 자신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이자 야규 로쿠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야 했다.“퍼퍽!”하현은 사정없이 야규 로쿠로의 몸을 걷어찼다.전력을 다해 막아서던 야규 로쿠로의 몸이 붕 날리며 바닥에 내리꽂혔고 그대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고꾸라진 야규 로쿠로 앞에 우뚝 섰다.야규 로쿠로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로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들어 다시 한번 힘을 모으려고 애썼다.“빠직!”섬뜩한 소리와 함께 야규 로쿠로의 왼손이 하현의 발밑에 깔린 채 부러졌다.하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려 이번에는 야규 로쿠로의 오른손도 그대로 밟아 버렸다.“퍽!”하현은 두 손이 모두 부러진 야규 로쿠로를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땅에 굴러떨어진 순간 야규 로쿠로는 모든 전투력을 상실했고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이 정도도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해 많이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어?”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협박했다면 어쩔 거야?”“감히 날 죽일 셈인가?”“잘 들어. 당신은 오늘 날 망쳐 놨어. 이건 이미 심각한 외교 사고야. 감히 날 죽인다면, 당신은...”야규 로쿠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섬나라 염류 고수들을 한 사람씩 발로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손을 뻗어 야규 로쿠로의 머리를 잡고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았다!이놈이!말 한마디 거슬렀다고 내 숨통을?!야규 로쿠로는 충격과 분노로 눈조차 제대로 감을 수가 없었다.만약 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줄 알았더라면 그는 분명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함부로 하현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하백진 일행은 무의식적으로 달려들어 말리려고 했지만 하현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전혀 반응할 수가 없었다.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이런 광경을 원하지 않았다.하현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야규 로쿠로의 목숨줄을 끓어 놓을 줄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이 개자식!”“죽여!”야규 로쿠로가 죽자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포효하며 섬나라 장도를 들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퍽퍽퍽퍽!”하현은 닥치는 대로 손바닥을 날렸다.순간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픽픽 쓰러졌다.땅에 부딪히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던 그들은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섬나라 고수가 겨우 이 정도라니!”하현은 손을 툭툭 털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섬나라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하구천을 대신해서 또 나설 사람 없어?”하현의 냉랭한 목소리에 섬나라 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아무도 감히 먼저 나서며 달려들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그들은 하현을 얕잡아 보았지만 무카이 마오가 참수되고 야규 로쿠로가 살해된 지금 섬나라 사람들은 다시 한번 대하가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