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염류 고수 야규 로쿠로는 이를 악물었다.그는 잠시 눈꼬리를 매섭게 뽑아내며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고 했다.동시에 그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무기를 시전한다면 눈앞의 이 대하 놈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어떻게 이놈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이야?”섬나라 음류인 카타가와 시미즈는 벌린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원래 무카이 마오가 섬나라 음류의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세우는지 보려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무카이 마오가 지다니!키타가와 시미즈는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도무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그리고 몇몇 섬나라 고수들도 모두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눈앞의 상황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눈을 비볐다.많은 사람들 속에 텐푸 쥬시로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현과 여러 번 맞붙어 호되게 당한 텐푸 쥬시로만이 하현의 무시무시함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신당류 종주인 그도 천 리 밖에서 생포당한 몸이라 망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른 유파들도 자신처럼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던 차였다.그러니 그가 어떻게 그들을 비난하며 나설 수 있겠는가?“솩!”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황실에서 선사한 칼을 천천히 문지르며 말했다.“역시 좋은 칼이군.”“섬나라 칼로 섬나라 짐승들을 베는 맛이 아주 일품이야...”“다음은 누구야? 누가 나설 거야?”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눈빛은 천하를 내려다보고 호령하는 신령 같은 당당함과 강인함이 묻어 있었다.섬나라 사람들은 그제야 흠칫 놀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이제 그들 마음속에 들끓었던 분노는 온데간데없었다.그들은 더 이상 하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카이 마오를 보고 이를 갈았다.특히 음류에서 온 고수들은 분노가 가득 서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 개자식이!”“감히 섬나라의 칼로 우리 섬나라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섬나라 음류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한 사람씩 덤비는 건 안 되고 한꺼번에 덤벼? 패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이것이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야?”“극동의 강대국이 되려는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고작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돼?”하현이 냉소를 흘렸다.“나 하나도 감당 못하면서 감히 우리 대하 땅을 넘봐?”“내가 당신들이었다면 벌써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왜냐하면 당신들은 그럴 자격도 그릇도 못 되거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계속 비아냥거렸다.그러자 하현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섬나라 사람들이 순간 버럭 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이 자식이! 뭘 믿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섬나라 사람 몇 명 쓰러뜨렸다고 지금 보이는 게 없어? 뭐라도 되는 것 같아?”이때 훤칠한 체구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군중 속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섬나라 염류에서 온 야규 로쿠로!섬나라 염류의 전통은 천 년에 달한다.그리고 섬나라 6대 유파 중 최고봉의 자리로 매김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직접 나설 뜻이 없었다.하현이 어떻게 섬나라 사람들을 대적하는지 보고 난 뒤 모습을 드러낼 심산이었던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보여준 태도가 야규 로쿠로를 너무나 화나게 만들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섬나라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 같았다.그래서 야규 로쿠로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이것 봐. 어디서 적당히 배워 온 재주로 천하무적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는 꼴이라니!”“섬나라 검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섬나라 염류의 천 년 전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당신이 대하의 무학계 고수라고 할지라도 우리 섬나라 염류 고수들한테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바로 고개를 납작 숙여야 옳지!”“세상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 정말!”“오늘 우리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카드를 보여주겠어...”말을 하는 순간 야규 로쿠로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변했다.그의 눈동자
섬나라 염류는 사람의 몸을 베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기와 오감을 베어버리는 것이다.이런 살인술은 더없이 무섭다.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더구나 야규 로쿠로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칼날을 막을 수는 없다.그런데 최선을 다해 휘두른 칼날에도 하현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몸을 피하다니!순간 야규 로쿠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야규 로쿠로가 충격에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있던 하현은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있는 야규 로쿠로를 향해 사정없이 발을 들어 걷어찼다.누구도 예상치 못한 번개 같은 공격이었다.기고만장했던 야규 로쿠로는 하현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다.하현의 실력이 보잘것없을 거라 생각했고 절대로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였다.그러나 하현이 자신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이자 야규 로쿠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야 했다.“퍼퍽!”하현은 사정없이 야규 로쿠로의 몸을 걷어찼다.전력을 다해 막아서던 야규 로쿠로의 몸이 붕 날리며 바닥에 내리꽂혔고 그대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고꾸라진 야규 로쿠로 앞에 우뚝 섰다.야규 로쿠로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로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들어 다시 한번 힘을 모으려고 애썼다.“빠직!”섬뜩한 소리와 함께 야규 로쿠로의 왼손이 하현의 발밑에 깔린 채 부러졌다.하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려 이번에는 야규 로쿠로의 오른손도 그대로 밟아 버렸다.“퍽!”하현은 두 손이 모두 부러진 야규 로쿠로를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땅에 굴러떨어진 순간 야규 로쿠로는 모든 전투력을 상실했고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이 정도도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해 많이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어?”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협박했다면 어쩔 거야?”“감히 날 죽일 셈인가?”“잘 들어. 당신은 오늘 날 망쳐 놨어. 이건 이미 심각한 외교 사고야. 감히 날 죽인다면, 당신은...”야규 로쿠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섬나라 염류 고수들을 한 사람씩 발로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손을 뻗어 야규 로쿠로의 머리를 잡고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았다!이놈이!말 한마디 거슬렀다고 내 숨통을?!야규 로쿠로는 충격과 분노로 눈조차 제대로 감을 수가 없었다.만약 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줄 알았더라면 그는 분명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함부로 하현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하백진 일행은 무의식적으로 달려들어 말리려고 했지만 하현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전혀 반응할 수가 없었다.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이런 광경을 원하지 않았다.하현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야규 로쿠로의 목숨줄을 끓어 놓을 줄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이 개자식!”“죽여!”야규 로쿠로가 죽자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포효하며 섬나라 장도를 들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퍽퍽퍽퍽!”하현은 닥치는 대로 손바닥을 날렸다.순간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픽픽 쓰러졌다.땅에 부딪히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던 그들은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섬나라 고수가 겨우 이 정도라니!”하현은 손을 툭툭 털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섬나라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하구천을 대신해서 또 나설 사람 없어?”하현의 냉랭한 목소리에 섬나라 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아무도 감히 먼저 나서며 달려들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그들은 하현을 얕잡아 보았지만 무카이 마오가 참수되고 야규 로쿠로가 살해된 지금 섬나라 사람들은 다시 한번 대하가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
사람들은 일이 이렇게 흘러온 것임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하구천이 이렇게 빨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섬나라 사람들의 공이 컸다.하구천이 상석에 오르면 분명 섬나라 사람들에게 은혜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자신을 이 자리에 추켜세워 준 섬나라 사람들을 하현의 손을 빌려 제거하려 했음이 하현의 입에서 고스란히 폭로되었다...장내는 말 그대로 쥐 죽은 듯 고요했다.하구천 같은 성격의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뻔뻔하게 시치미를 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하구천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올랐다.특히 섬나라 귀족 집안에서 온 몇몇 고수들은 그 분노가 하늘에 치솟을 듯했다.그들은 하구천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그래서 오늘 같은 날 한편으로는 섬나라 사람들의 손을 빌려 상대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려고 했고 또 한편으로 대하 사람의 손을 빌려 섬나라 사람들을 처리하여 앞으로 항성과 도성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던 것이다!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하구천은 정말 비상하게 머리를 굴렸다.그래서 지금 섬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하구천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는 것이다.하백진 일행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안색이 일그러졌다.저 망할 놈의 하현을 잡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말 몇 마디로 하구천과 섬나라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에 파열음을 만들다니!앞으로 하구천과 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협력하겠지만 하현이 한 말 때문에 양측은 분명히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그 입 닥치지 못해!”하현의 말이 장내를 얼어붙게 만들자 줄곧 팔걸이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하구천이 냉랭한 얼굴로 소리쳤다.그는 몸을 움직여 전방으로 사정없이 속력을 내며 돌진했다.전신의 경지였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줄곧 하구천이 전신의 경지에 오른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모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여겼다.그러나 지금 하구천
”내가 애써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은 단지 서로의 성이 하 씨이기도 해서 당신을 좀 더 오래 살게 하려고 그랬을 뿐이야.”“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뭐가 옳고 그른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이렇게 날뛰니 내가 당신을 배웅해 주지!”“솩!”하현은 바닥에 있던 섬나라 국검을 집어 들었다.그는 왼손으로 칼날을 살짝 만지며 섬나라 국검의 예리함을 느낀 뒤 냉랭하게 말했다.“하구천, 당신과 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깊은 관계라니 내가 섬나라 국검으로 당신을 보내줄게!”“날 보내주겠다고?”하구천은 고개를 들어 주위로 시선을 한 바퀴 돌렸다.분노와 공포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노부인, 냉담한 얼굴로 일관하는 하문준, 그에 반해 다소 흥분된 듯한 당난영, 모두 하구천이 무슨 말을 할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하구천은 이들을 한 바퀴 쭉 보고 나서야 매서운 눈초리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일이 있어.”“난 비록 전신이라 불리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약을 먹고 전신의 힘을 발휘하는 거라고 생각해.”“하지만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어. 약을 먹든 어쨌든 난 전신이란 거야.”“전쟁터에서도 나 정도의 실력은 전신 중의 으뜸이야!”“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지!”“3분이 채 되기도 전에 하현 당신의 사지를 부러뜨릴 수 있어!”“그리고 3분만 더 줘. 그러면 날 방해하는 당신 무리들을 싹 정리하고 난 상위로 올라가는 거야!”“간단히 말해서 6분이면 난 진정으로 스스로 상석에 올라 항도 하 씨 가문의 문주가 될 수 있다는 거지!”“그리고 하현 당신은 죽은 개처럼 옆에서 엎드려 말하는 거야. 문주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하고. 하하하!!”“엎드려 말하지 않으면 바로 죽여 버릴 테니까!”여기까지 말한 하구천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자꾸 나와 섬나라 사람들을 이간질한다면 난 당신에게 10배, 100배 갚아줄 거야!”하구천이 큰소리로 이렇게 떠들어 대자
하구천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십여 미터 떨어진 하현을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았다.이럴 수가!?그는 하현에 대한 모든 자료를 낱낱이 조사했다고 자인했고 하현의 속내와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방금 하구천은 자신의 거의 모든 에너지를 다 동원해 하현을 공격한 것이었다.그의 머릿속엔 이미 하현이 칼로 두 동강이 나 있었다.그리고 승리를 거머쥔 자의 위엄을 풍기며 항도 하 씨 가문 문주 자리에 스스로 늠름한 자태로 올라 있었다.그래야만 했다.그런데 하현 이놈이 자신과 거의 동급의 힘을 갖추었단 말인가?심지어 얼핏 보기엔 자신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설마 이놈이 계속 이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언제든 자신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인가?이런 생각이 들자 하구천의 눈빛은 더욱 섬뜩해졌고 떠오르는 살의를 숨길 수가 없었다.그에게 있어 젊은 세대를 이끄는 전신은 오직 한 명이어야 했다.그건 바로 하구천!하현이 하구천을 능가할 수도 있다면 하구천은 바로 하현을 없애버려야만 했다.하구천에게 있어 어쨌든 세상에 그를 능가하는 자는 없어야 마땅했던 것이다.“나쁘지 않군. 하현, 꽤 괜찮아.”“내가 전에 본 당신 자료보다 지금이 훨씬 많이 좋아진 것 같군.”하구천은 손에 든 섬나라 장도를 뿌리치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면 나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하지만 오늘은 이미 당신 결말이 정해져 있어!”말을 하면서 하구천은 천천히 목을 움직이며 온몸을 활짝 폈다.마치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려는 듯한 몸짓이었다.하현은 이를 보고 아무 흔들림 없는 눈으로 말했다.“그래?”“하구천, 당신 그렇게 자신 있어?”“나도 한마디 해도 될까? 난 방금 내 힘의 30%도 안 썼어. 그런데 내가 겁을 먹어야 하는 거야?”“30%라고?”하구천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하현, 방금 온 힘을 다해 나한테 덤벼든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허! 30%의 힘
”촹촹촹!”하현은 부러진 칼을 버리고 손을 움켜쥔 뒤 연달아 들어오는 하구천의 칼날을 튕겨냈다.아홉 번째 튕겨나간 순간 하구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결국 그는 섬나라 장도를 손에서 놓치며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탕탕탕!”뒤로 물러나는 순간 하구천은 숨겨둔 총을 꺼내들었다.왼손에 쥔 총은 이미 안전장치가 풀려 있었고 하구천은 하현의 가슴과 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솩솩!”하현은 뒤로 물러서 강제로 거리를 벌렸고 가까스로 몸을 돌려 하구천의 총알을 피했다.“하구천, 이게 당신이 원하는 방식이야?”하현은 하구천이 들고 있는 총을 보며 비아냥거렸다.“이것이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전신의 자신감이란 말이야?”“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총까지 미리 준비해 언제라도 쏠 준비를 하고 있었군.”“계속 떠들어 보시지!”하구천은 매서운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하현, 생사가 걸린 싸움은 그딴 도리로 따지는 게 아니야.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야!”“이런 기본적인 것도 몰랐어?”“특히 전쟁터에 나가서 살 수만 있다면 당신이 귀신이든 사람이든 그게 뭐가 중요해?”“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한낱 도적이 되는 거야!”“역사는 언제나 승자가 쓴 것이거든!”“내가 이길 수만 있다면 총을 쏘든 활을 쏘든 칼을 휘두르든 그게 무슨 상관있어?”“모두들 하현이 주제넘게 까불다가 나 하구천에게 뺨을 맞아 죽었다는 것만 알게 될 거야!”하현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일리가 있는 말이군.”“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은 날 이길 수가 없어. 그러니 당신의 그릇된 도리도 아무 소용없어.”“내가 당신을 못 이긴다고? 그런 같잖은 농담이 어딨어?”하구천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내뱉었지만 하현을 두 번이나 제대로 죽이지 못해서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순간 하구천은 어디 숨겨 놓았던 것인지 도자기 병을 하나 꺼내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순간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전신단!?”섬나라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