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가와 시미즈의 말에 하구천은 눈동자를 반짝였다.“그렇게 실력이 좋다니 난 무카이 마오가 저 무식한 하현을 죽이기만을 기다리면 되는군!”하구천은 누구든 하현을 죽여 주기만 하면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하현의 실력에 놀랐지만 키타가와 시미즈의 말을 들은 후 하구천은 무카이 마오가 섬나라 음류의 복수를 위시해 하현을 무참히 베어버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순간 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무카이 마오를 바라보며 그가 금방이라도 하현을 두 동강 낼 장면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촹!”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무카이 마오는 손에 들고 있던 섬나라 장도를 힘차게 움켜쥐었다.순간 맹수처럼 사나운 기운이 그의 눈동자에서 불을 뿜었다.“하현, 조심해. 이건 섬나라 황실에서 하사한 검이야! 전설로만 전해지던 국검이라고!”“온갖 피를 다 묻혀온 사나운 칼이야. 수많은 목숨들이 이 칼에 저세상으로 갔지!”“이 칼이 스치기만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조심해!”방금 무카이 마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던 최영하가 입을 열었다.하현은 최영하를 향해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그 칼로 그를 가족들 품으로 보내주면 되겠군!”“이 개자식이!”하현의 말을 들은 무카이 마오의 얼굴에는 갑자기 험악한 기색이 역력했다.절세의 검을 든 자기 앞에서 감히 하현이 함부로 입을 놀리다니!순간 무카이 마오는 들고 있던 검을 그대로 올려 휘둘렀고 검은 하현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칼날이 번쩍이며 스쳐간 순간 길을 잃은 파리 한 마리가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 검은 날렵할 뿐만 아니라 멋있기까지 했다!천하의 무공은 빠르고 거칠었다.이 칼은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칼을 발아래로 두는 존재 같았다.“좋아!”하구천 진영에서 하백진, 허민설 등이 참지 못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이 칼은 정말 멋졌다!키타가와 시미즈는 더욱 감탄하는 얼굴로 무카이 마오를 우러러보았다.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영웅이
아주 빠른 칼날이었다!아주 멋진 칼이었다!난폭하지 그지없는 칼이었다!섬나라 사람들은 모두 흥분의 도가니였다.무카이 마오가 얼마나 대단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자 그들은 마치 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본 듯이 흥분했다.섬나라 사람들은 무카이 마오를 연호하기 시작했다.“무카이 마오! 무카이 마오! 천하무적 무카이!”“저놈을 죽여!”“극강의 나라의 저력을 보여줘!”섬나라 여자들은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무카이 마오를 연호했다.순간 무카이 마오는 다시 한번 칼을 들어 올리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개자식아! 지옥으로 떨어져!”말이 끝나자마자 무카이 마오는 힘껏 칼자루를 휘둘렀다.번뜩이는 칼날을 보고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아까보다 더 날쌘 칼날이었다!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칼날이었다!단칼에 세상 모든 걸 두 동강이 낼 기세였다!무카이 마오의 컨디션이 어느 때보다 좋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다.칼을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발밑의 속도도 빨라졌다.“솨솩!”칼을 든 무카이 마오는 거침없이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저 칼날이 하현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면 하현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것에 모두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너무 느린데!”하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하더니 갑자기 한 발짝 내디뎠다.그는 물러서지 않고 망설임 없이 칼날 속으로 돌진했다.곧이어 그는 사정없이 오른손을 내던지고는 무카이 마오의 얼굴을 향해 뿌리쳤다.“퍽!”천둥 같은 울림과 함께 무카이 마오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붕 날아올라 대리석 기둥에 온몸을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천하의 무공은 절대 부서지지 않는 법이었다!하지만 섬나라 황실에서 하사받은 단칼도!날쌘 몸놀림도!하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모두 산산조각이 나면서 뿔뿔이 흩어졌다.“촹!”하현은 무카이 마오에게 다가가 그가 놓친 칼자루를 받았다.순간 하현은 망설임 없이 칼끝을 무카이
섬나라 염류 고수 야규 로쿠로는 이를 악물었다.그는 잠시 눈꼬리를 매섭게 뽑아내며 애써 냉정을 되찾으려고 했다.동시에 그는 자신이 최선을 다해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무기를 시전한다면 눈앞의 이 대하 놈을 물리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어떻게 이놈이 이렇게 강할 수 있단 말이야?”섬나라 음류인 카타가와 시미즈는 벌린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그녀는 원래 무카이 마오가 섬나라 음류의 구겨진 자존심을 어떻게 세우는지 보려고 했을 뿐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무카이 마오가 지다니!키타가와 시미즈는 마음이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도무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그리고 몇몇 섬나라 고수들도 모두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눈앞의 상황을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눈을 비볐다.많은 사람들 속에 텐푸 쥬시로만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현과 여러 번 맞붙어 호되게 당한 텐푸 쥬시로만이 하현의 무시무시함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신당류 종주인 그도 천 리 밖에서 생포당한 몸이라 망신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다른 유파들도 자신처럼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던 차였다.그러니 그가 어떻게 그들을 비난하며 나설 수 있겠는가?“솩!”하현은 오른손을 뻗어 황실에서 선사한 칼을 천천히 문지르며 말했다.“역시 좋은 칼이군.”“섬나라 칼로 섬나라 짐승들을 베는 맛이 아주 일품이야...”“다음은 누구야? 누가 나설 거야?”담담한 목소리였지만 눈빛은 천하를 내려다보고 호령하는 신령 같은 당당함과 강인함이 묻어 있었다.섬나라 사람들은 그제야 흠칫 놀라며 서로를 쳐다보았다.이제 그들 마음속에 들끓었던 분노는 온데간데없었다.그들은 더 이상 하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무카이 마오를 보고 이를 갈았다.특히 음류에서 온 고수들은 분노가 가득 서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 개자식이!”“감히 섬나라의 칼로 우리 섬나라 사람을 죽이려 하다니
”섬나라 음류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한 사람씩 덤비는 건 안 되고 한꺼번에 덤벼? 패싸움이라도 하자는 거야?”“이것이 섬나라 무사도 정신이야?”“극동의 강대국이 되려는 섬나라 사람들의 야망이 고작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돼?”하현이 냉소를 흘렸다.“나 하나도 감당 못하면서 감히 우리 대하 땅을 넘봐?”“내가 당신들이었다면 벌써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을 거야.”“왜냐하면 당신들은 그럴 자격도 그릇도 못 되거든!”하현은 냉랭한 표정으로 계속 비아냥거렸다.그러자 하현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섬나라 사람들이 순간 버럭 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이 자식이! 뭘 믿고 그렇게 함부로 지껄이는 거야?!”“섬나라 사람 몇 명 쓰러뜨렸다고 지금 보이는 게 없어? 뭐라도 되는 것 같아?”이때 훤칠한 체구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군중 속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었다.섬나라 염류에서 온 야규 로쿠로!섬나라 염류의 전통은 천 년에 달한다.그리고 섬나라 6대 유파 중 최고봉의 자리로 매김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직접 나설 뜻이 없었다.하현이 어떻게 섬나라 사람들을 대적하는지 보고 난 뒤 모습을 드러낼 심산이었던 것이다.하지만 하현이 보여준 태도가 야규 로쿠로를 너무나 화나게 만들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섬나라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 같았다.그래서 야규 로쿠로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이것 봐. 어디서 적당히 배워 온 재주로 천하무적이라도 된 것처럼 으스대는 꼴이라니!”“섬나라 검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섬나라 염류의 천 년 전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나 해?!”“당신이 대하의 무학계 고수라고 할지라도 우리 섬나라 염류 고수들한테는 명함도 못 내민다고! 바로 고개를 납작 숙여야 옳지!”“세상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꼴이라니 정말!”“오늘 우리 섬나라 염류의 비장의 카드를 보여주겠어...”말을 하는 순간 야규 로쿠로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변했다.그의 눈동자
섬나라 염류는 사람의 몸을 베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의 정기와 오감을 베어버리는 것이다.이런 살인술은 더없이 무섭다.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더구나 야규 로쿠로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칼날을 막을 수는 없다.그런데 최선을 다해 휘두른 칼날에도 하현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몸을 피하다니!순간 야규 로쿠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야규 로쿠로가 충격에 휩싸여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있던 하현은 천천히 눈을 떴고 눈앞에 있는 야규 로쿠로를 향해 사정없이 발을 들어 걷어찼다.누구도 예상치 못한 번개 같은 공격이었다.기고만장했던 야규 로쿠로는 하현에게 망신을 주고 싶었다.하현의 실력이 보잘것없을 거라 생각했고 절대로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였다.그러나 하현이 자신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것을 보이자 야규 로쿠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아야 했다.“퍼퍽!”하현은 사정없이 야규 로쿠로의 몸을 걷어찼다.전력을 다해 막아서던 야규 로쿠로의 몸이 붕 날리며 바닥에 내리꽂혔고 그대로 땅바닥에 널브러졌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고꾸라진 야규 로쿠로 앞에 우뚝 섰다.야규 로쿠로는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로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들어 다시 한번 힘을 모으려고 애썼다.“빠직!”섬뜩한 소리와 함께 야규 로쿠로의 왼손이 하현의 발밑에 깔린 채 부러졌다.하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발을 들어 올려 이번에는 야규 로쿠로의 오른손도 그대로 밟아 버렸다.“퍽!”하현은 두 손이 모두 부러진 야규 로쿠로를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땅에 굴러떨어진 순간 야규 로쿠로는 모든 전투력을 상실했고 몸을 일으키려고 해도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이 정도도 하현이 섬나라 사람들을 견제하기 위해 많이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어?”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협박했다면 어쩔 거야?”“감히 날 죽일 셈인가?”“잘 들어. 당신은 오늘 날 망쳐 놨어. 이건 이미 심각한 외교 사고야. 감히 날 죽인다면, 당신은...”야규 로쿠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섬나라 염류 고수들을 한 사람씩 발로 걷어차 버렸다.그리고 손을 뻗어 야규 로쿠로의 머리를 잡고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았다!이놈이!말 한마디 거슬렀다고 내 숨통을?!야규 로쿠로는 충격과 분노로 눈조차 제대로 감을 수가 없었다.만약 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줄 알았더라면 그는 분명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 것이다.함부로 하현 앞에 당당하게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하백진 일행은 무의식적으로 달려들어 말리려고 했지만 하현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전혀 반응할 수가 없었다.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그들은 이런 광경을 원하지 않았다.하현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야규 로쿠로의 목숨줄을 끓어 놓을 줄은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이 개자식!”“죽여!”야규 로쿠로가 죽자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포효하며 섬나라 장도를 들고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퍽퍽퍽퍽!”하현은 닥치는 대로 손바닥을 날렸다.순간 대여섯 명의 섬나라 염류 고수들이 픽픽 쓰러졌다.땅에 부딪히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던 그들은 생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섬나라 고수가 겨우 이 정도라니!”하현은 손을 툭툭 털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섬나라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졌다.“하구천을 대신해서 또 나설 사람 없어?”하현의 냉랭한 목소리에 섬나라 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아무도 감히 먼저 나서며 달려들지 못했다.조금 전까지 그들은 하현을 얕잡아 보았지만 무카이 마오가 참수되고 야규 로쿠로가 살해된 지금 섬나라 사람들은 다시 한번 대하가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
사람들은 일이 이렇게 흘러온 것임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하구천이 이렇게 빨리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섬나라 사람들의 공이 컸다.하구천이 상석에 오르면 분명 섬나라 사람들에게 은혜로 보답해야 할 것이다.하지만 자신을 이 자리에 추켜세워 준 섬나라 사람들을 하현의 손을 빌려 제거하려 했음이 하현의 입에서 고스란히 폭로되었다...장내는 말 그대로 쥐 죽은 듯 고요했다.하구천 같은 성격의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뻔뻔하게 시치미를 뗄 거라고 짐작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하구천을 바라보았고 그들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올랐다.특히 섬나라 귀족 집안에서 온 몇몇 고수들은 그 분노가 하늘에 치솟을 듯했다.그들은 하구천의 야망이 얼마나 큰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그래서 오늘 같은 날 한편으로는 섬나라 사람들의 손을 빌려 상대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려고 했고 또 한편으로 대하 사람의 손을 빌려 섬나라 사람들을 처리하여 앞으로 항성과 도성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던 것이다!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하구천은 정말 비상하게 머리를 굴렸다.그래서 지금 섬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하구천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는 것이다.하백진 일행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안색이 일그러졌다.저 망할 놈의 하현을 잡아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말 몇 마디로 하구천과 섬나라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에 파열음을 만들다니!앞으로 하구천과 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협력하겠지만 하현이 한 말 때문에 양측은 분명히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그 입 닥치지 못해!”하현의 말이 장내를 얼어붙게 만들자 줄곧 팔걸이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던 하구천이 냉랭한 얼굴로 소리쳤다.그는 몸을 움직여 전방으로 사정없이 속력을 내며 돌진했다.전신의 경지였다!항성과 도성에서는 줄곧 하구천이 전신의 경지에 오른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모두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여겼다.그러나 지금 하구천
”내가 애써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은 단지 서로의 성이 하 씨이기도 해서 당신을 좀 더 오래 살게 하려고 그랬을 뿐이야.”“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뭐가 옳고 그른지도 분간하지 못하고 이렇게 날뛰니 내가 당신을 배웅해 주지!”“솩!”하현은 바닥에 있던 섬나라 국검을 집어 들었다.그는 왼손으로 칼날을 살짝 만지며 섬나라 국검의 예리함을 느낀 뒤 냉랭하게 말했다.“하구천, 당신과 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깊은 관계라니 내가 섬나라 국검으로 당신을 보내줄게!”“날 보내주겠다고?”하구천은 고개를 들어 주위로 시선을 한 바퀴 돌렸다.분노와 공포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노부인, 냉담한 얼굴로 일관하는 하문준, 그에 반해 다소 흥분된 듯한 당난영, 모두 하구천이 무슨 말을 할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하구천은 이들을 한 바퀴 쭉 보고 나서야 매서운 눈초리로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하현,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일이 있어.”“난 비록 전신이라 불리지만 많은 사람들은 내가 약을 먹고 전신의 힘을 발휘하는 거라고 생각해.”“하지만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어. 약을 먹든 어쨌든 난 전신이란 거야.”“전쟁터에서도 나 정도의 실력은 전신 중의 으뜸이야!”“누구도 넘볼 수 없는 대단한 능력이지!”“3분이 채 되기도 전에 하현 당신의 사지를 부러뜨릴 수 있어!”“그리고 3분만 더 줘. 그러면 날 방해하는 당신 무리들을 싹 정리하고 난 상위로 올라가는 거야!”“간단히 말해서 6분이면 난 진정으로 스스로 상석에 올라 항도 하 씨 가문의 문주가 될 수 있다는 거지!”“그리고 하현 당신은 죽은 개처럼 옆에서 엎드려 말하는 거야. 문주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하고. 하하하!!”“엎드려 말하지 않으면 바로 죽여 버릴 테니까!”여기까지 말한 하구천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자꾸 나와 섬나라 사람들을 이간질한다면 난 당신에게 10배, 100배 갚아줄 거야!”하구천이 큰소리로 이렇게 떠들어 대자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
여수혁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고 느끼며 이를 갈았다.“양유훤, 당신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아직 당신 할아버지는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양 씨 가문 큰집이 아직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구!”“게다가 당신이 아직도 양 씨 가문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것은 큰집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야. 그래서 양 씨 가문에서도 함부로 당신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거지. 단지 그뿐이야.”“만약 당신이 오늘 한 말이 전해진다면 그 많은 지지자들은 다 사라질 거야!”“양 씨 가문에 무슨 권세가 있겠어?”“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할 수 있을 것 같아?”“당신이 이 남자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해?”여수혁은 분노하며 퍼부었다.그의 저력이 여전히 꽤 굳건하다는 걸 보여주었다.그는 양유훤이 한 남자를 위해 양 씨 가문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상황을 포기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그를 두려워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난 지금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내일도 할 수 있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구!”양유훤이 차갑게 내뱉었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여기 나타난다고 해도 난 모두에게 알릴 수 있어!”“하현은 내 남자야. 페낭에서 누가 그를 건드리고 싶어도 내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절대 안 돼!”“당신...”여수혁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질투의 화신이 온몸을 점령한 듯 이를 부득부득 갈며 입을 열었다.“하현은 대하 사람이잖아? 그런데 언제 당신 눈에 든 거야?”“아무리 시집을 가고 싶어도 좀 쓸 만한 방패막이를 찾아!”“이런 쓸모없는 놈을 구하다니!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퍽!”양유훤은 손바닥을 후려쳤다.“하현을 모욕하는 것은 날 모욕하는 것과 같아!”여음채는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유훤, 당신이 왜 이 남자를 이렇게 비호하는지 모르겠지만!”“이 남자
내 남자?짧은 이 한 마디에 여수혁은 천둥소리를 들은 듯 귀가 먹먹해졌다.양유훤의 신분은 말할 수 없이 높다!지금 양 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양유훤은 양 씨 집안의 실세로서 배후에는 양제명이 그녀의 뒤를 받치고 있었다.그녀의 남자라.그것은 어마어마한 권력을 상징한다.적어도 지금 페낭에서는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 외에 양 씨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양유훤이 비호하는 하현을 밟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여수혁이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라는 아주 비범한 신분을 가졌다고 해도 양유훤이 하현을 비호하고 나선다면 그로서도 절대 어쩔 수 없었다.양 씨 가문이 정말로 무너지고 페낭의 몇몇 세력에 의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한 지금 이 시점에서 양유훤의 권세는 여전할 것이다.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수혁이 줄곧 양유훤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삼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지금 양유훤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여수혁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양유훤!”여수혁이 무겁게 입을 열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이 녀석의 정체는 당신도 나도 잘 알고 있어!”“그를 비호하기 위해 굳이 당신의 남자라고 말을 하다니!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 생각이나 해 봤어?”“그리고 당신도 당신의 신분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를 당신의 남자라고 선언하는 순간 당신은 그를 끝없는 위험에 빠뜨리게 된 거야.”“그런데도 당신 계속할 거야?”“그래, 내 결정은 바뀌지 않아.”양유훤이 단호하게 말했다.“하현은 내 남자야. 나 양유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틀림없는 사실이야!”“누군가가 그를 건드리려면 내 시체부터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여수혁, 당신이 해 볼 테야?”여수혁은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양유훤, 내가 당신한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마!”“당신은 절대 이 남자를 지킬 수 없어!”“퍽!
하현은 싱긋 웃으며 여수혁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만약 내가 거절한다면?”“내 호의를 거절한다고?”여수혁은 쥐를 쫓으며 희롱하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분명 하현이 거절하길 바라는 눈치였다.“미안하지만 양유훤의 체면을 더는 봐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당신을 놓아주긴 어렵지 않을까?”“그렇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여음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언짢은 듯 표정을 일그러뜨렸다.여수혁 앞에서도 여전히 센 척하는 거야?죽음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여전히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여수혁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인데 당신은 아직도 사태 파악도 못하고 허세를 부린다고?설마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절대 좋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겠지?잠시 후 여수혁이 손을 흔들자 군중 뒤에서 무도복을 입은 남녀 수십 명이 걸어 나왔다.그들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꺼내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번쩍거렸다.칼날이 빛을 받고 위용을 드러내자 여음채와 부일민은 점점 조롱과 멸시에 가득 찬 미소가 얼굴 가득 번졌다.여수혁은 마치 자신이 천왕 노자라도 된 것처럼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두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고 사과하게 만들어!”“감히 반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네 명의 무맹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하현의 이마에 장검을 들이대었다.어떤 사람은 야구 방망이를 꺼내 당장이라도 하현의 다리를 부러뜨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이 모습을 보자마자 하구봉은 매서운 눈빛을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공격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그를 만류했다.그와 하구봉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하지만 강옥연과 원가령 두 사람이 이 일에 엮이면 정말로 발을 빼기 힘들어진다.이것은 하현이 원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내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빗발치는 칼날을 무시하고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양
”여수혁?”하현은 여음채를 쳐다보며 차가운 미소를 띠었다.“그가 이 병원 대주주인 동시에 당신의 뒷배라고?”“그래! 알고 나니 이제야 겁이 나?”“무서운 줄 알면 이제 무릎 꿇고 내 신발 밑창을 핥아!”“그리고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십억을 배상해! 그러면 여수혁도 당신한테 살길을 열어줄지도 모르지!”“그렇지 않으면 당신 오늘 재수 없을 줄 알아!”여음채는 경멸하는 기색을 한껏 드러내었다.하현이 남양 무맹과 여수혁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전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것이 분명했다.강옥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하현에게 말했다.“하현, 여수혁은 남양 무맹주가 총애하는 제자야.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의 부문주라서 건드리기가 쉽지 않아.”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어릿광대일 뿐이야.”“뭐? 어릿광대?”하현의 말에 여음채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누가 당신한테 그런 용기를 줬는지 모르겠군! 흥!”“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이 사람은 페낭 무맹의 부맹주 아들이야!”“이 사람은 페낭 무맹 장로가 아주 아끼는 제자라구!”“게다가 남양 무맹이 페낭 무맹에 파견한 제자라고!”“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거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실력도 비할 데 없어!”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예닐곱 명이 걸어와 소리치며 하현을 향해 멸시하는 눈빛을 보이며 비아냥거렸다.“야, 너 오늘 큰일 났어! 아주 재수 옴 붙은 날이라고! 우리가 당신 목숨뿐만 아니라 가죽까지 싹 벗겨버릴 거거든! 하하하!”이 사람들은 하현이 무슨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여기는 것 같았다.원하는 대로 칼질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험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은 더욱 경멸하는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하현 같은 외지인이 감히 그들 같은 거물들한테 입을 놀리다니 정말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망나니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 광경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외지인 관광객 주제에 너무 오만하고 포악하지 않는가?진 반장이 이미 잘못을 인정하고 물러나려는데 여전히 권세를 믿고 남을 괴롭히려고 하다니, 이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진 반장은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하현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잠시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뭔지 알 길이 없어 진 반장은 순간 분노했지만 애써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젊은이, 당신 너무 심한 거 아니야?”“퍽!”하현은 손바닥을 휘둘러 또다시 뺨을 때리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대단하게 나한테 큰소리쳤다는 건 잘못을 하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도리도 잘 안다는 뜻 아니셨나?”“이렇게 간단한 이치도 몰라?”진 반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갈았다.생각 같아서는 하현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는 소리 없이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미안해! 잘못했어!”그는 하현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하구봉이 전화를 건 정종화 총경이 두려운 것이 분명했다.감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그가 하현을 상대로 싸울 수 있겠는가?상대방의 사과를 들은 후에야 하현은 앞으로 나와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진 반장은 그의 무리들을 데리고 쏜살같이 꽁무니를 뺐다.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은 하현이 진 반장을 내쫓을 만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진 반장 일행이 꽁무니를 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진 반장의 얼굴까지 때렸다.“내가 당신을 얕잡아 본 것 같군. 당신이 이렇게 큰 뒷배를 뒀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진 반장이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여음채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냉소를 흘렸다.“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당신 뒤에 얼마나 큰 거물이 있든 간에!”“페낭 병원의 뒷배가 훨씬 강할 거야!”“날 건드려?! 흥! 두고 봐! 당신은 죽
선두에 선 남자를 보자 여음채는 안색이 환해졌다.그리고 나서 얼른 다정하게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반장님, 마침 잘 오셨어요. 바로 저 자식이에요. 저 자식은 우리가 의료 윤리를 중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때린다고 호도하고 있어요.”“게다가 내 아랫배까지 걷어찼다구요!”“저놈을 반드시 감옥에 가둬 주세요. 그 안에서 제대로 반성할 수 있게요.”여음채는 하현을 가리키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부일민 일행도 모두 큰소리로 맞장구를 치며 하현이 억지를 부린다고 한마디씩 보탰다.“뭐? 감히 병원에서 원장님을 때려요?”“대낮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이에요?”“법도 뭣도 없답니까?”진 형사는 하현의 얼굴을 주시했고 곧바로 그가 남양인이 아니란 걸 눈치챘다.그러자 얼굴이 싸늘하게 바뀌며 비아냥거렸다.“이봐, 어서 저놈을 데려가! 모질게 심문해! 지독하게 조사해!”“감히 반항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법으로 다스려!”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진 형사를 쳐다보았다.“당신은 어쨌든 형사반 반장이면 경찰서를 대표해서 일을 해야죠. 무슨 일이 생겼으면 제대로 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일을 어떻게 하든 당신 같은 사람이 날 가르칠 건 아니지!”“당신이 먼저 사람을 치고 법을 어겼어. 그러니 법 집행자로서 당신을 연행하는 건 당연한 거야!”“물론 당신도 저항하는 길을 택할 수 있어!”“하지만 저항한 결과는 내가 당신을 한 방에 죽이는 거야!”진 반장은 언성을 높였고 눈을 부릅뜨고 하현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려고 손을 내밀었다.하현은 손을 들어 진 반장의 오른손을 막은 뒤 담담하게 하구봉을 쳐다보며 말했다.“전화 걸어.”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곧바로 하현이 말하는 뜻을 알아차리고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건너편에 냉랭한 목소리가 전해오자 하구봉은 핸드폰을 진 반장에게 건네주었다.“당신의 직속 상사가 전화를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