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떠나지 말아야 했어… 괜찮은 거야? 많이 아파?” 하현이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 이 순간, 그는 매우 후회했다. 아까 자신이 왜 떠났을까?은아는 힘겹게 눈을 떠 코앞에 있는 하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난데없이 안정감을 느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나… 나 괜찮아…”두 사람이 결혼한지 3년 만에 은아는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하현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은아를 부축이며 천천히 일어났으며,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세리와 소은을 붙잡고 있던 두 폭력배는 자신의 사람이 얻어맞은 걸 보자, 두 여자를 내팽개치고 주먹을 쥔 채 걸어왔다.앞에 있던 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머저리야, 그 꼴에 네 아내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이따가 네 면전에서 저 여자를 해치울게! 후후후…”다른 폭력배도 끊임없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지용의 사람이었다. 데릴사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들은 일반적인 부자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러나 하현은 그들을 못 봤다는 듯이 은아를 위로하며 오른손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낚아챘다.“쨍그랑!”하현이 팔을 휘두르자, 맥주병은 그 앞에 있던 폭력배의 머리 위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난…” 다른 폭력배 한 명은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갔지만, 하현이 그의 머리채를 잡은 뒤 거칠게 테이블 위로 내리쳤다.“쾅!’거대한 소리가 나더니, 그 폭력배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으며 바닥 위로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이건…”이 장면은 본 동기들은 전부 차가운 한숨을 도로 들이마셨으며, 그들의 머리가 아파왔다.“저놈이 저렇게 세게 나온다고?”“진짜 머저리 맞지?”“우연이지 않을까? 사람이 폭주하면 가끔 조금의 체력이 폭발한대!”“근데 이따가 어떻게 마무리하려고?”동기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홍빈을 이 광경을 보고 비단 겁먹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웃으며 하현을
“하현, 당신 같은 머저리가 꽤 하는 줄은 몰랐네요. 근데 여기는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알아요? 여기서 난리를 피우면 오늘 살아서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홍빈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홀 입구에서 지용이 백지같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 위에 힘 빠진 채 주저앉아 있었다는 걸.하현은 세리와 소은 두 사람에게 은아를 맡겼다. 그런 다음, 그는 차가운 낯빛을 띤 채 홍빈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를 낚아채 단숨에 홍빈의 얼굴 위로 내리쳤다.퍽 소리가 나더니 홍빈의 얼굴이 곧장 부어올랐고, 그는 부러진 이 몇 개를 토해냈다.“당… 당신이 감히 날 때려? 이 데릴사위가 살기 싫구나?!” 홍빈은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부여잡았으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내 남자를 때려요? 머저리 주제에 간덩이가 부었나!” 민영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하현 앞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올려 그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하현은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민영이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힘껏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어서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원래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 근데 누구든 감히 내 아내를 건드리면, 그 원칙을 깼다고 욕하지 마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또다시 바닥 위에 있던 민영을 발로 걷어차 몇 바퀴 구르게 한 다음 홍빈과 부딪히게 했다.동기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 그 누구도 이 머저리가 불량배들을 때려눕힐 뿐만 아니라 홍빈과 민영마저 봐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둘 다 백씨 집안 사람이다. 하현이 백씨 집안 사람들을 이렇게 상대했는데, 백씨 집안에서 그냥 넘어가겠나? 게다가 백재욱이 평소에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냥 눈 뜨고 지켜보겠나?“하현 씨, 얼른 멈춰요. 여긴 백씨 집안의 구역이에요. 일이 커지면 당신은 은아를 구하지도 못한다고요!”“맞아요, 얼른 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요. 백재욱이 오면 당신은 가고 싶어도 못 갈 거예요!”“은아야, 멍 때리고 뭐하고 있어? 얼른 도
이 시각, 민영의 히알루론산 얼굴이 조금 삐뚤어졌을 정도로 얻어맞아 곡 휜 것만 같았다.재욱이 걸어와 몇 번 보더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쾌함을 느꼈다.원래 그는 오늘밤 홍빈의 집에 가 신나게 놀아보려고 했지만, 민영이 이런 꼴이 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완전히 흥미를 잃게 되었다.재욱의 시선이 드디어 바닥에 주저앉은 홍빈에게로 향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망했어! 망했어! 백씨 집안의 백재욱이잖아!""하현 이 새대가리, 지금 가고 싶어도 못 가!""게다가 백재욱은 여자를 밝혀서 하현뿐만 아니라 은아, 세리랑 소은 저 셋도 더럽혀질 거야…"동기들은 전부 덜덜 떨었다. 백씨 집안의 백재욱은 아주 독한 사람이었고, 그의 명성은 매우 자자해 이름 하나로도 수많은 사람을 사람을 깜짝 놀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이곳에 서 있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에휴, 그래서 사람은 주제파악을 잘해야 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모르나?”“누가 그렇게 건방지게 굴래? 기회가 있는데 안 도망가? 지금 백홍빈이 하현을 죽이려고 작정했으니, 백재욱은 분명 하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백씨 집안이 보안 회사를 한다던데, 밝은 쪽과 어두운 쪽 둘 다 장악을 잘했네!”“백 씨 집안뿐만 아니라, 백씨 집안의 제일 대단한 기둥인 우지용이 있어. 잊지 마!”백씨 집안이 서씨 집안과 비등비등할지 몰라도, 지용은 서씨 집안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이다.오늘 은아가 무슨 손해를 보든, 설씨 집안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동기들은 마치 사건의 결말이라도 본 듯 전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순간, 그들은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재욱이 온 걸 보자, 홍빈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철썩 무릎을 꿇었다. 그는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삼촌, 얼른 구해주세요. 이거 보세요, 제 이가 모두 부러졌어요. 그리고 민영이는 얼굴
“지용 형님, 이번 달의 몫은 이미 지불했어요. 근데 이건…” 재욱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하현 앞에서 거만하게 굴었지만, 지용 앞에서는 쫄보였다.지용의 눈빛이 매우 싸늘했다. 그는 지금 백재욱보다도 더한 두려움을 느껴 헛소리 없이 그저 재욱을 바닥으로 걷어찼을 뿐이다.“지용 형님, 이게 무슨…” 홍빈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사리 분별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빌어먹을 당신들 둘 때문에 망했어!”지용은 욕을 퍼붓고 난 다음 홍빈에게 걸어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홍빈은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민영은 잠시 경악했지만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지용 씨, 사람 잘못 때린 거 아니에요? 당신 부하를 때린 건 우리가 아니에요…”지용은 동작을 멈추더니 단숨에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손바닥과 손등으로 연달아 수십번의 싸대기를 날렸다. 그는 욕을 해댔다. “그리고 이 아줌마야, 성형한 얼굴 하나 믿고 백씨 집안 쓰레기를 꼬시더니, 감히 내 이름을 대고 밖에서 허풍을 떨어? 당신이 정말 뭐라도 된 것 같아?”“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창년이야. 내 침대 위로 기어오를 생각을 하다니, 제기랄! 무슨 자격으로!” 지용은 백씨 집안의 체면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모든 일을 다 폭로했다.이 말을 듣자, 사방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내비쳤다. 미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민영이 우지용의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는데, 우지용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고?한편, 바닥에서 울부짖던 홍빈은 낯빛이 싹 바뀌더니 더 새파랗게 질렸다. 오늘 그는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해도 어떻게 씻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지 못할 것이다.지용은 욕을 퍼부으며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은아 앞으로 끌어왔다. 그는 민영의 다리를 퍽 차더니 소리쳤다. “당장 무릎 꿇어!”민영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녀는 백재욱이 와서 시원하게 화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현과 은아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그 둘을 무릎 꿇리
지용은 이제 백범의 부하였다. 사실 그는 하현의 부하가 될 자격도 없었다. 지용은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으니, 지금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도 자연스레 그럴 엄두가 없었다. 하지만 백씨 집안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만약 하현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이게 무슨 일이야? 우지용이 백씨 집안을 버린 거야?”“그럴 리가! 백 씨 집안은 우지용의 보호를 받은 지 완전 오래 돼서 관계도 얕지 않은데, 난데없이 버릴 리가 있나?”“설마, 하현이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말이야 방귀야, 그 머저리가 대단할 리가 있나? 우지용이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아…”“설씨 집안은 이래 봬도 현재 유일하게 하엔 그룹 신임 대표의 투자를 받은 집안이야. 그리고 은아는 그 프로젝트 담당자야. 우지용은 아마 은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은아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따낸 건 인맥과 배경이 아주 넓고 깊다는 뜻이야. 설씨 집안이 한순간에 1류 가문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우지용은 아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그럼 이번에 주민영이 혼자 바보처럼 굴었다는 거야? 백씨 집안에 시집 가면 설씨 집안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한 거야? 쌤통이다!”불구경을 하고 있던 동기들은 그 속의 인과관계를 추측하고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확신이 들었다. 분명 설씨 집안과 하엔 그룹의 관계 때문일 거다.우지용은 비록 길바닥 사람이었지만, 하엔을 건드릴 엄두가 있겠나? 절대 그러지 못한다!강남 하씨 집안은 강남 제일 가문으로 불리우는데, 그건 그냥 지어낸 게 아니라 정말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길바닥 사람은 무시무시했지만, 탑급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자는 개와 같아 대단하지 않았다.이때, 지용은 민영을 무릎 꿇리고 동시에 눈가를 떨며 하현을
은아는 눈앞에 공손하게 있는 지용을 보고 의아했다. 지용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하현 때문인가?문제는, 그렇다고 지용이 하현 앞에서 특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자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우지용이 이러는 건, 아마 설씨 집안 때문이겠지?은아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내 아내를 때린 사람이 있는데, 내 아내랑 아내 절친들을 더럽히려는 자도 있었어. 심지어 나보고 무릎 꿇고 여기서 기어나가라는 자도 있었지…”“쳇.”하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지용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하현의 경고하는 눈빛을 보니, 그는 무릎을 꿇지도 못했다. 하현은 아주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 그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을 운명이라는 백범의 분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깊게 한숨을 들이쉰 후, 지용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씨, 설은아 씨, 안심하세요. 이번에는 모두 제 잘못이니, 제가 해명을 하겠습니다…”말을 끝마치고, 지용은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재욱과 홍빈을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은 여기서 기어나가. 내 명령없이 일어나는 사람은 죽는 거야…”재욱과 홍빈은 순간 몸을 떨며 잠깐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지용은 한 발씩 두 사람을 걷어차 엎드리게 만든 후 쌀쌀맞게 말했다. “말귀 못 알아먹었어?”재욱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지만, 지용은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잔말없이 고개를 숙여 천천히 홀 입구를 향해 기어갔다. 오늘밤은 이미 글러서 남아있는 것도 자신을 망신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홍빈은 고개를 들어 앙심 품은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며 독살스럽게 말했다. “하현, 설은아,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의 원한을 꼭 갚아줄 거야!”우지용에게 복수할 배짱은 없었지만, 하현에게 복수하는 건 무조건 할 수 있었다.하현이 웃었다. “백씨 집안 진짜 대단하다.”“퍽!”지용
“이분은?” 은아는 서연의 표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르지/” 하현은 머리를 탁 치고 소개했다. “이분은 응급의학과의 손서연 선생님이시고, 전에 나랑 한번 본 적이 있어.”“손 선생님, 여기는 제 아내예요. 얼른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비록 두 여자의 안색은 어딘가 이상했지만, 하현이 지금 더 신경 쓰고 있는 건 은아의 상처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서연은 아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정신이 조금 혼미해졌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현 씨는 역시 젊고 유능하시네요, 아내 분께서도 이렇게 아름다우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조금의 흉터도 남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아주 마음이 놓이네요.” 하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의 의술과 품성은 걱정되지 않았다. 서연이 그렇게 말했으니, 하현도 안심했다.곧이어, 은아, 세리와 소은 각각 응급실로 들어가 치료를 받았다.하현은 갑자기 흥섭의 상태가 생각 나 고민을 하더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하현 씨…” 전화가 금방 연결되었다. 전화 건너의 수정은 원래 소파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녀가 긴장한 채 벌떡 일어났다.흥섭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손녀는 약이라도 먹었나, 그 데릴사위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전화 너머로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 연락 안 한지 며칠 됐네요. 안 씨 어르신의 상태는 어떤가요?”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는 거의 다 나으셨어요. 며칠 뒤에 저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그렇군요. 그때 돼서 미리 저한테 연락주시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하현이 인사치레로 말했다.“좋아요, 좋아요. 나중에 꼭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하현 씨는 강아지가 되는 거예요!”하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정은 재빨리 전
옆에 있던 소은의 조그마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광경을 보자, 그녀는 은아의 표정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세리야, 그만 말해. 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닐 거야. 아까 선생님이 정말 열심히 우리를 치료해 주셨잖아. 좋은 분이실 거야.”“유소은, 왜 너도 남을 대변하는 건데?” 세리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약 좀 발랐다고 이 머저리 때문에 우리가 더럽혀질 뻔했다는 걸 잊은 거야? 하현 씨,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우리가 당신 일에 눈 한쪽을 감아줄 거라고 착각하지 마요.”“만약 당신이 능력 있었다면, 당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주민영 그 망할 계집애한테 얻어맞았겠어요? 얼른 은아랑 이혼해요! 길가에 있는 개나 소랑 결혼하는 게 당신 같은 머저리랑 결혼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어차피 그녀는 애초에 하현과 은아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조그마한 수법을 사용했다면, 오늘은 차라리 제대로 말해 둘 것이다.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하현의 얼굴도 일그러졌다.은아랑 친구들을 데리고 와 상처를 치료받게 해주는데도 잡음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손서연 의사는 본래 순진한데 세리가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가 어떻게 상대를 보겠나?반면, 세리의 말 때문에 은아도 의혹을 품었다.이 장면을 본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이 그녀들을 데리고 서연 같이 예쁜 의사를 찾아왔는데, 허튼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이상했다.“왜요? 날 때리게요?” 하현의 낯빛을 보자 세리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님 내가 억지라도 부리는 것 같아요? 하현 씨, 은아가 순진하다고 함부로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요! 한낱 데릴사위가 무슨 건방을 떨어요?”하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여기는 병원 응급의학과이고 이건 우리 부부 간의 일이니, 당신은 억지 부리지 말아줄래요?”“내가 억지를
진홍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눈꺼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파르르 떨렸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엉망이 되었다.자신이 한없이 무시했던 데릴사위가 이렇게 강한 자였다니?!그리고 자신이 의지했었던 남자가 이렇게 나약하게 무릎을 꿇고 얼굴이 부어터지도록 만신창이가 되다니!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복잡한 생각에 머릿속이 혼란스럽던 진홍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그럴 리가 없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일어나!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장천중과 장용호의 태도를 보고 잠자코 있던 하현이 결국 나서서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다만 앞으로는 꼭 기억해야 해. 우리가 풍수술을 배우는 것은 겉치레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허세를 부리려고 하는 것도 아니야.”만약 오늘 자신이 마침 이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장용호의 서툰 솜씨에 황보정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장용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꼭 명심할게요! 우리 할아버지에게 가르쳐 주셔서 고맙습니다!”“지금부터 그 말을 꼭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겠습니다!”하현은 무릎을 꿇고 있는 장용호에겐 더 이상 눈길도 주지 않고 장천중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자결은 확실히 황보정의 체내에 있는 나쁜 기운과 사악한 기운을 없앨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은 될지 모르나 그녀의 두 눈을 뜨게 할 수는 없습니다!”“작은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게 하려면 파도도 바람도 잔잔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작은 배의 능력이 충분히 좋아야 멀리 항해할 수 있는 이치와 똑같습니다.”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하현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화자결은 황보정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아! 화자결로도 해결 못 하는 건가?”장천중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난 하 대사의 방법으로 하면 황보정의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을
순간 장천중의 얼굴엔 제대로 영글지 못한 모자란 손자를 향한 한탄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그 후로도 그는 장용호의 얼굴을 계속 때렸다.어느새 장용호은 피범벅이 된 채 얼굴이 볼썽사납게 부풀어 올랐다.장촌중은 장용호의 멱살을 잡고 바로 하현 앞에 내동댕이치며 무릎을 꿇었다.“대사, 용서해 주게.”“내가 잘못 가르쳤네.”“내가 이놈에게 화자결을 알려줬어!”“배움이 부족한 이놈이 자네 앞에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줄은 몰랐어!”“용서해 주게.”“제발 한 번만 봐줘!”대사?!황보동이든 장용호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장천중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진홍민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새어 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금정 제일 풍수지리사라 불리며 대하 풍수계에서 지위가 상당한 만세당 장천중이 하현을 대사라 칭하며 무릎을 꿇을 줄은!이 소식이 금정 전체에 퍼진다면 아마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이놈아, 잘 들어!”“화자결은 하 대사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 가르쳐 주신 거야!”이때 장천중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장용호의 얼굴을 내리쳤다.장용호는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고 머리가 어질어질했다.“하현은 내 스승일 뿐만 아니라 네 조상님이나 마찬가지인 분이야!”“넌 지금 조상님에게 대드는 하극상을 보인 거야!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한 거라고! 얼른 용서를 빌어!”장천중은 배움이 모자란 손자가 황보정의 몸을 살피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손자가 목숨을 잃을까 봐 얼른 달려온 것이다.역시나 모자란 자신의 손자는 잘난 척 기고만장해서는 도리어 하현에게 비법을 도둑질했다고 뒤집어 씌우고 있었던 것이다.이 광경을 본 장천중은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정신이 어떻게 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안하무인한 짓을 할 수 있는가?이런 행동을 하면 만세당의 그 수많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거라는 걸 모르
황보정은 온몸이 약간 회복된 듯 보였으나 갑자기 오돌오돌 떨기 시작했다.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용호는 이를 보고 매우 흡족해하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자세를 보였다.“자, 이제 마지막 한 수를 쓰겠습니다.”“화자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거기, 당신은 좀 나가주지. 내가 하는 방법을 몰래 훔쳐볼 생각하지 말고!”“이건 우리 만세당의 독점술이나 마찬가지니까!”“검은 속내를 가진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면 곤란하지!”말을 마친 뒤 장용호는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하현이 떠나지 않으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는 표시였다.“독점술?”하현은 이 말을 듣고 냉소를 흘렸다.“장천중이 알려줬어?”“개자식! 어디서 함부로 내 할아버지 함자를 입에 올리는 거야?”“게다가 우리 독점술을 누가 알려줬건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장용호는 하현과 실랑이를 벌였다.“아무튼 간에 난 당신 같은 나쁜 놈은 보고 싶지 않아!”“여기서 당장 꺼져 주지 않으면 난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진홍민도 나서서 장용호의 말을 거들었다.“하현, 당신은 그냥 나쁜 사기꾼일 뿐이야!”“당신이 여기서 지켜보고 있다면 장용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을 거야!”“왜냐하면 당신이 몰래 촬영해서 그 영상을 누구한테 팔지 모르는 일이니까!”“당신 같은 사람이 못 할 짓이 뭐야?”간민효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하현이 손을 가로저으며 그녀를 만류했고 이어 장용호를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기운을 풀어주려고 마지막 한 수로 침을 놓을 때 꼭 명심해. 반드시 주사 광물을 찍어야 해.”“풀어진 기운은 몸 안에 유입되어야 해. 공중에 함부로 흩어져서는 안 돼.”“그렇지 않으면 황보정은 숨이 막혀서 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그렇게 되면 당신은 사람을 구하기는커녕 오
장용호는 진홍민의 눈빛을 알아듣고 헛기침을 하며 희미한 미소를 보이다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친한 사이일수록 돈 관계는 확실히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요즘 그런 소문이 들리더라고요.”“누군가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 집복당을 무료로 준다고요, 사실입니까?”황보동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진홍민을 쳐다본 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신이 내 손녀를 구해 줄 수만 있다면 이 집복당을 가져도 돼.”“게다가 우리 황보 집안을 잇게 되는 거야.”황보동의 말을 듣고 진홍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용호, 걱정하지 마. 우리 이모할아버지는 한번 내뱉은 말은 절대로 지키는 사람이야!”“그래도 당신이 안심을 못 하겠다면 내가 나서서 보증할게!”“퍽!”황보동은 다른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기 귀찮아 서가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 장용호 앞에 내던지듯 내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이미 계약서까지 다 준비해 두고 있었어.”“누구라도 내 손녀를 구해 낸다면 바로 이 계약서를 가져갈 수 있어.”진홍민은 흥분된 표정으로 계약서를 얼른 낚아채 눈을 반짝이며 살펴보았다.“맞아. 이 계약서는 원본이고 유효해. 양측이 여기 서명만 하면 돼.”“좋아요. 황보대사님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저도 모든 걸 다 쏟아 보겠습니다!”“여러분들에게 주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수술과 화자결을 보여드리죠!”말을 마치며 장용호는 호탕한 웃음을 보인 뒤 들고 있던 꾸러미에서 은침 한 개와 붉은 주사 광물을 꺼냈다.“우선 황보정의 온몸에 가득 찬 살기를 제거하여 그녀의 몸을 회복시킨 다음 기력을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하현은 장용호의 말을 듣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장용호는 바로 은침을 쥐고 소독한 후 약간의 주사 광물을 묻힌 후 천천히 황보정의 눈썹 위에 찍었다.이를 지켜보던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작부터 틀렸어.”장용호는 이 말을 듣고 미간
서류 뭉치에는 하현의 사진과 철인도 완벽하게 찍혀 있었다.진홍민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허! 가짜 증명서인 게 틀림없어!”그녀는 냉소를 연발했다.“이모할아버지, 정말로 이 사기꾼을 믿기로 하신 건 아니죠?”“야! 사기 치려고 별짓을 다하는구나!”진홍민의 비아냥거림에 줄곧 입을 열지 않았던 장용호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보이며 앞으로 나왔다.“황보대사님, 어디서 이런 사기꾼을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요.”“왜 이런 사기꾼을 믿게 된 거예요? 도저히 모르겠어요.”“전 단지 지금 황보정의 상황은 우리 만세당 말고는 절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실히 말해 두고 싶어요.”황보동은 자신감 넘치는 장용호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이유가 뭔가?”“이유요?”장용호는 팔짱을 진 채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난 주역의 ‘화자결’을 전수받았기 때문이죠.”“세상의 모든 재앙을 다 물리칠 수 있다고요!”‘화자결’이라는 세 글자를 듣고 황보동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뭐라고? 주역?”“그럴 리가 없는데. 주역은 오래전에 전수가 끊겼는데.”“자네 날 속일 셈인가?”황보동이 의아한 눈빛으로 몰아붙이자 장용호는 더욱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할아버지는 얼마 전 진정한 고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으셨죠.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전해지던 주역의 ‘화자결’을 몽땅 전수해 받았다고요!”“이걸 전수받은 풍수지리사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가 있어요!”여기까지 말한 장용호는 세상을 발아래 둔 사람처럼 기고만장하게 턱을 치켜들었다.“내가 보기엔 황보정은 천기를 누설한 죄로 이런 벌을 받은 거예요!”“내가 그녀를 그 업보에서 벗어나게 해 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입니다.”이 말을 듣고 진홍민이 재빨리 끼어들었다.“이모할아버지, 어서 장 대사님을 오라고 하세요!”“그는 명문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절대로 남을 속이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주역의 화자결?하현은 이를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 헛
진홍민이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하지만 진홍민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하현을 문밖으로 내쫓을 태세를 보였다.그때 황보동이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홍민아, 진정해. 함부로 이러지 마!”황보정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 괜찮아.”“괜찮다니?”“마침 내가 왔기에 망정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야!”진홍민은 거만한 얼굴로 황보동의 손을 뿌리치며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뺨이라도 한 대 때릴 듯 그녀의 행보는 거셌다.“개자식! 지난번 일은 아직 계산도 안 했어!”“우리 오빠의 일을 다 망쳐 놓고 이제는 감히 내 사촌동생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해?”“흥! 사는 게 귀찮아?”“퍽!”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민효가 갑자기 한 발짝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진홍민을 후려갈겼다.“하현한테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죽고 싶어?”간민효의 노기 어린 말투와 간 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간민효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방금 진홍민의 관심은 온통 하현에게 쏠려 있어서 옆에 있던 간민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간민효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거친 숨을 씩씩거렸지만 진홍민은 감히 간민효에게 뭐라고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진홍민은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이모할아버지, 보셨죠?”“감히 내가 한마디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이런 사람을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요?!”지금 진홍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초조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만약 정말로 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한다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눈독을 들이던 집을 엄한 놈이 차지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정말로 이백억 집을
간민효 일행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회랑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 중 무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체구가 약간 왜소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묻어났다.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장천중과 비슷했다.황보동을 본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안녕하세요.”다만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만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진홍민, 만세당 사람들을 데려왔구만?”황보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젊은 남자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장 대사의 손자, 장용호인가?”장용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황보대사님, 기억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그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절 기억하시다니요!”그러자 진홍민이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입을 열었다.“이모할아버지, 장용호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그는 풍수지리로는 금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예요!”“무엇보다 최근 내공이 훨씬 더 강하고 깊어졌어요!”“내가 정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모셔온 사람이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진홍민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이 친구한테 정이를 한번 보라고 해 보세요.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황보동은 오만한 미소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장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 보았다네.”“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더는 어떻게 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네.”“그리고 자네, 할아버지의 재주를 90% 이상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아마 내 손녀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거야.”황보동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하 대사를 불렀거든.”“하 대사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야.”황보동은 분명 만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금정 제일의 풍수사라 불리는 장천중은 아무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리 집을 산다고요?”황보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에요?”황보동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아무리 총명한 황보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반신반의하던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숨결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이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제압한 풍수대사라고?무슨 그런 농담을?!하지만 황보정은 평소 도도한 할아버지의 성품으로 봤을 때 하현이 정말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할아버지의 눈에 들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보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더 이상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황보정은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사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다만 하 대사님은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저는 천기를 누설해서 이런 벌을 받았어요.”황보정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기누설?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부담 느끼지 않으니까요.”황보정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현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업보나 벌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황보동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대사, 정말 할 수 있겠는가?’예전 같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무당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국내외 내로라하는 대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에게 방법이 있다고?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지만 하현이 조금 전까지 보인 행동으로
집복당 후원과 앞뜰을 잇는 긴 회랑.회랑 양옆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 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금붕어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이곳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정원과도 맞먹는 유려한 풍광과 격조가 느껴졌다.아름드리나무가 테두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즈넉한 정자, 단단한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바위 정원, 그 사이를 유유히 유람하는 맑고 고요한 물줄기.더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거려서 무릉도원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흰색 긴 치마를 입고 단정하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화장기 없는 여자가 있었다.그녀는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곁에는 오래된 죽간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촉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칼로 빼곡하게 글자를 새겨 놓았다.눈이 멀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글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현의 눈에서는 절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요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미인이란 미인은 도처에 널렸다.하지만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는 찾기 어렵다.“할아버지, 정말 우리 집복당을 팔 생각이세요?”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뭔가를 눈치챈 황보정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을 말했다.“저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천기를 누설한 업보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했잖아요?”“조상님들이 물러주신 이 집복당을 판다고 해도 내 병을 고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다 헛수고라고요.”“그러니까 할아버지,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 뵐 낯도 없어서 전전긍긍하시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제발 부탁이에요.”황보정은 글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착한 마음씨와 효를 심성에 장착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정아, 넌 내 하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