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떠나지 말아야 했어… 괜찮은 거야? 많이 아파?” 하현이 바들바들 떨며 입을 열었다. 이 순간, 그는 매우 후회했다. 아까 자신이 왜 떠났을까?은아는 힘겹게 눈을 떠 코앞에 있는 하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난데없이 안정감을 느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나… 나 괜찮아…”두 사람이 결혼한지 3년 만에 은아는 처음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하현은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는 은아를 부축이며 천천히 일어났으며, 얼굴은 점점 일그러졌다.세리와 소은을 붙잡고 있던 두 폭력배는 자신의 사람이 얻어맞은 걸 보자, 두 여자를 내팽개치고 주먹을 쥔 채 걸어왔다.앞에 있던 자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머저리야, 그 꼴에 네 아내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이따가 네 면전에서 저 여자를 해치울게! 후후후…”다른 폭력배도 끊임없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지용의 사람이었다. 데릴사위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들은 일반적인 부자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러나 하현은 그들을 못 봤다는 듯이 은아를 위로하며 오른손으로 테이블 위에 있던 맥주병을 낚아챘다.“쨍그랑!”하현이 팔을 휘두르자, 맥주병은 그 앞에 있던 폭력배의 머리 위에서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다.“난…” 다른 폭력배 한 명은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갔지만, 하현이 그의 머리채를 잡은 뒤 거칠게 테이블 위로 내리쳤다.“쾅!’거대한 소리가 나더니, 그 폭력배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으며 바닥 위로 쓰러져 경련을 일으켰다.“이건…”이 장면은 본 동기들은 전부 차가운 한숨을 도로 들이마셨으며, 그들의 머리가 아파왔다.“저놈이 저렇게 세게 나온다고?”“진짜 머저리 맞지?”“우연이지 않을까? 사람이 폭주하면 가끔 조금의 체력이 폭발한대!”“근데 이따가 어떻게 마무리하려고?”동기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홍빈을 이 광경을 보고 비단 겁먹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웃으며 하현을
“하현, 당신 같은 머저리가 꽤 하는 줄은 몰랐네요. 근데 여기는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알아요? 여기서 난리를 피우면 오늘 살아서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홍빈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홀 입구에서 지용이 백지같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 위에 힘 빠진 채 주저앉아 있었다는 걸.하현은 세리와 소은 두 사람에게 은아를 맡겼다. 그런 다음, 그는 차가운 낯빛을 띤 채 홍빈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를 낚아채 단숨에 홍빈의 얼굴 위로 내리쳤다.퍽 소리가 나더니 홍빈의 얼굴이 곧장 부어올랐고, 그는 부러진 이 몇 개를 토해냈다.“당… 당신이 감히 날 때려? 이 데릴사위가 살기 싫구나?!” 홍빈은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부여잡았으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내 남자를 때려요? 머저리 주제에 간덩이가 부었나!” 민영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하현 앞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올려 그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하현은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민영이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힘껏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어서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원래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 근데 누구든 감히 내 아내를 건드리면, 그 원칙을 깼다고 욕하지 마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또다시 바닥 위에 있던 민영을 발로 걷어차 몇 바퀴 구르게 한 다음 홍빈과 부딪히게 했다.동기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 그 누구도 이 머저리가 불량배들을 때려눕힐 뿐만 아니라 홍빈과 민영마저 봐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둘 다 백씨 집안 사람이다. 하현이 백씨 집안 사람들을 이렇게 상대했는데, 백씨 집안에서 그냥 넘어가겠나? 게다가 백재욱이 평소에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냥 눈 뜨고 지켜보겠나?“하현 씨, 얼른 멈춰요. 여긴 백씨 집안의 구역이에요. 일이 커지면 당신은 은아를 구하지도 못한다고요!”“맞아요, 얼른 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요. 백재욱이 오면 당신은 가고 싶어도 못 갈 거예요!”“은아야, 멍 때리고 뭐하고 있어? 얼른 도
이 시각, 민영의 히알루론산 얼굴이 조금 삐뚤어졌을 정도로 얻어맞아 곡 휜 것만 같았다.재욱이 걸어와 몇 번 보더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쾌함을 느꼈다.원래 그는 오늘밤 홍빈의 집에 가 신나게 놀아보려고 했지만, 민영이 이런 꼴이 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완전히 흥미를 잃게 되었다.재욱의 시선이 드디어 바닥에 주저앉은 홍빈에게로 향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망했어! 망했어! 백씨 집안의 백재욱이잖아!""하현 이 새대가리, 지금 가고 싶어도 못 가!""게다가 백재욱은 여자를 밝혀서 하현뿐만 아니라 은아, 세리랑 소은 저 셋도 더럽혀질 거야…"동기들은 전부 덜덜 떨었다. 백씨 집안의 백재욱은 아주 독한 사람이었고, 그의 명성은 매우 자자해 이름 하나로도 수많은 사람을 사람을 깜짝 놀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이곳에 서 있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에휴, 그래서 사람은 주제파악을 잘해야 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모르나?”“누가 그렇게 건방지게 굴래? 기회가 있는데 안 도망가? 지금 백홍빈이 하현을 죽이려고 작정했으니, 백재욱은 분명 하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백씨 집안이 보안 회사를 한다던데, 밝은 쪽과 어두운 쪽 둘 다 장악을 잘했네!”“백 씨 집안뿐만 아니라, 백씨 집안의 제일 대단한 기둥인 우지용이 있어. 잊지 마!”백씨 집안이 서씨 집안과 비등비등할지 몰라도, 지용은 서씨 집안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이다.오늘 은아가 무슨 손해를 보든, 설씨 집안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동기들은 마치 사건의 결말이라도 본 듯 전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순간, 그들은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재욱이 온 걸 보자, 홍빈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철썩 무릎을 꿇었다. 그는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삼촌, 얼른 구해주세요. 이거 보세요, 제 이가 모두 부러졌어요. 그리고 민영이는 얼굴
“지용 형님, 이번 달의 몫은 이미 지불했어요. 근데 이건…” 재욱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하현 앞에서 거만하게 굴었지만, 지용 앞에서는 쫄보였다.지용의 눈빛이 매우 싸늘했다. 그는 지금 백재욱보다도 더한 두려움을 느껴 헛소리 없이 그저 재욱을 바닥으로 걷어찼을 뿐이다.“지용 형님, 이게 무슨…” 홍빈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사리 분별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빌어먹을 당신들 둘 때문에 망했어!”지용은 욕을 퍼붓고 난 다음 홍빈에게 걸어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홍빈은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민영은 잠시 경악했지만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지용 씨, 사람 잘못 때린 거 아니에요? 당신 부하를 때린 건 우리가 아니에요…”지용은 동작을 멈추더니 단숨에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손바닥과 손등으로 연달아 수십번의 싸대기를 날렸다. 그는 욕을 해댔다. “그리고 이 아줌마야, 성형한 얼굴 하나 믿고 백씨 집안 쓰레기를 꼬시더니, 감히 내 이름을 대고 밖에서 허풍을 떨어? 당신이 정말 뭐라도 된 것 같아?”“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창년이야. 내 침대 위로 기어오를 생각을 하다니, 제기랄! 무슨 자격으로!” 지용은 백씨 집안의 체면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모든 일을 다 폭로했다.이 말을 듣자, 사방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내비쳤다. 미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민영이 우지용의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는데, 우지용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고?한편, 바닥에서 울부짖던 홍빈은 낯빛이 싹 바뀌더니 더 새파랗게 질렸다. 오늘 그는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해도 어떻게 씻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지 못할 것이다.지용은 욕을 퍼부으며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은아 앞으로 끌어왔다. 그는 민영의 다리를 퍽 차더니 소리쳤다. “당장 무릎 꿇어!”민영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녀는 백재욱이 와서 시원하게 화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현과 은아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그 둘을 무릎 꿇리
지용은 이제 백범의 부하였다. 사실 그는 하현의 부하가 될 자격도 없었다. 지용은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으니, 지금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도 자연스레 그럴 엄두가 없었다. 하지만 백씨 집안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만약 하현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이게 무슨 일이야? 우지용이 백씨 집안을 버린 거야?”“그럴 리가! 백 씨 집안은 우지용의 보호를 받은 지 완전 오래 돼서 관계도 얕지 않은데, 난데없이 버릴 리가 있나?”“설마, 하현이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말이야 방귀야, 그 머저리가 대단할 리가 있나? 우지용이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아…”“설씨 집안은 이래 봬도 현재 유일하게 하엔 그룹 신임 대표의 투자를 받은 집안이야. 그리고 은아는 그 프로젝트 담당자야. 우지용은 아마 은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은아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따낸 건 인맥과 배경이 아주 넓고 깊다는 뜻이야. 설씨 집안이 한순간에 1류 가문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우지용은 아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그럼 이번에 주민영이 혼자 바보처럼 굴었다는 거야? 백씨 집안에 시집 가면 설씨 집안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한 거야? 쌤통이다!”불구경을 하고 있던 동기들은 그 속의 인과관계를 추측하고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확신이 들었다. 분명 설씨 집안과 하엔 그룹의 관계 때문일 거다.우지용은 비록 길바닥 사람이었지만, 하엔을 건드릴 엄두가 있겠나? 절대 그러지 못한다!강남 하씨 집안은 강남 제일 가문으로 불리우는데, 그건 그냥 지어낸 게 아니라 정말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길바닥 사람은 무시무시했지만, 탑급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자는 개와 같아 대단하지 않았다.이때, 지용은 민영을 무릎 꿇리고 동시에 눈가를 떨며 하현을
은아는 눈앞에 공손하게 있는 지용을 보고 의아했다. 지용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하현 때문인가?문제는, 그렇다고 지용이 하현 앞에서 특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자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우지용이 이러는 건, 아마 설씨 집안 때문이겠지?은아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내 아내를 때린 사람이 있는데, 내 아내랑 아내 절친들을 더럽히려는 자도 있었어. 심지어 나보고 무릎 꿇고 여기서 기어나가라는 자도 있었지…”“쳇.”하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지용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하현의 경고하는 눈빛을 보니, 그는 무릎을 꿇지도 못했다. 하현은 아주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 그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을 운명이라는 백범의 분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깊게 한숨을 들이쉰 후, 지용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씨, 설은아 씨, 안심하세요. 이번에는 모두 제 잘못이니, 제가 해명을 하겠습니다…”말을 끝마치고, 지용은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재욱과 홍빈을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은 여기서 기어나가. 내 명령없이 일어나는 사람은 죽는 거야…”재욱과 홍빈은 순간 몸을 떨며 잠깐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지용은 한 발씩 두 사람을 걷어차 엎드리게 만든 후 쌀쌀맞게 말했다. “말귀 못 알아먹었어?”재욱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지만, 지용은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잔말없이 고개를 숙여 천천히 홀 입구를 향해 기어갔다. 오늘밤은 이미 글러서 남아있는 것도 자신을 망신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홍빈은 고개를 들어 앙심 품은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며 독살스럽게 말했다. “하현, 설은아,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의 원한을 꼭 갚아줄 거야!”우지용에게 복수할 배짱은 없었지만, 하현에게 복수하는 건 무조건 할 수 있었다.하현이 웃었다. “백씨 집안 진짜 대단하다.”“퍽!”지용
“이분은?” 은아는 서연의 표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르지/” 하현은 머리를 탁 치고 소개했다. “이분은 응급의학과의 손서연 선생님이시고, 전에 나랑 한번 본 적이 있어.”“손 선생님, 여기는 제 아내예요. 얼른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비록 두 여자의 안색은 어딘가 이상했지만, 하현이 지금 더 신경 쓰고 있는 건 은아의 상처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서연은 아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정신이 조금 혼미해졌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현 씨는 역시 젊고 유능하시네요, 아내 분께서도 이렇게 아름다우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조금의 흉터도 남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아주 마음이 놓이네요.” 하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의 의술과 품성은 걱정되지 않았다. 서연이 그렇게 말했으니, 하현도 안심했다.곧이어, 은아, 세리와 소은 각각 응급실로 들어가 치료를 받았다.하현은 갑자기 흥섭의 상태가 생각 나 고민을 하더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하현 씨…” 전화가 금방 연결되었다. 전화 건너의 수정은 원래 소파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녀가 긴장한 채 벌떡 일어났다.흥섭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손녀는 약이라도 먹었나, 그 데릴사위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전화 너머로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 연락 안 한지 며칠 됐네요. 안 씨 어르신의 상태는 어떤가요?”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는 거의 다 나으셨어요. 며칠 뒤에 저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그렇군요. 그때 돼서 미리 저한테 연락주시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하현이 인사치레로 말했다.“좋아요, 좋아요. 나중에 꼭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하현 씨는 강아지가 되는 거예요!”하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정은 재빨리 전
옆에 있던 소은의 조그마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광경을 보자, 그녀는 은아의 표정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세리야, 그만 말해. 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닐 거야. 아까 선생님이 정말 열심히 우리를 치료해 주셨잖아. 좋은 분이실 거야.”“유소은, 왜 너도 남을 대변하는 건데?” 세리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약 좀 발랐다고 이 머저리 때문에 우리가 더럽혀질 뻔했다는 걸 잊은 거야? 하현 씨,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우리가 당신 일에 눈 한쪽을 감아줄 거라고 착각하지 마요.”“만약 당신이 능력 있었다면, 당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주민영 그 망할 계집애한테 얻어맞았겠어요? 얼른 은아랑 이혼해요! 길가에 있는 개나 소랑 결혼하는 게 당신 같은 머저리랑 결혼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어차피 그녀는 애초에 하현과 은아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조그마한 수법을 사용했다면, 오늘은 차라리 제대로 말해 둘 것이다.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하현의 얼굴도 일그러졌다.은아랑 친구들을 데리고 와 상처를 치료받게 해주는데도 잡음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손서연 의사는 본래 순진한데 세리가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가 어떻게 상대를 보겠나?반면, 세리의 말 때문에 은아도 의혹을 품었다.이 장면을 본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이 그녀들을 데리고 서연 같이 예쁜 의사를 찾아왔는데, 허튼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이상했다.“왜요? 날 때리게요?” 하현의 낯빛을 보자 세리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님 내가 억지라도 부리는 것 같아요? 하현 씨, 은아가 순진하다고 함부로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요! 한낱 데릴사위가 무슨 건방을 떨어요?”하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여기는 병원 응급의학과이고 이건 우리 부부 간의 일이니, 당신은 억지 부리지 말아줄래요?”“내가 억지를
부일민은 더욱 냉소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우리 앞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런 말은 해도 되지만 이것만은 알고 가세요. 한번 지불한 돈은 환불되지 않아요.”“사람이야 얼마든 데려가도 되지만 보증금 천만 원은 돌려주지 않습니다!”“그럼 어서 물러가세요!”“여기서 방해하지 말구요!”의사의 오만방자한 말에 강옥연은 얼굴이 싸늘해졌다.“살리기는커녕 환불도 안 된다구요?!”“내가 당신들 고소할 거예요!”“고소?!”부일민은 여간호사 몇 명과 눈을 마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어떤 사람은 손거울을 꺼내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강옥연이 고소라는 말을 꺼내도 그녀들은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어차피 페낭 병원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소? 그래 하세요!”부일민은 눈썹을 치켜세운 뒤 벽에 붙은 전화번호를 가리켰다.“국민신문고, 식약처, 경찰서, 등등, 전화번호들이 여기 다 있으니까!”“아무데나 전화해서 아무나 불러 보세요!”“사람을 불러서 날 고소해 보세요! 그럼 내가 당신들을 할아버지라고 부를게요!”“대하 촌놈들이 감히 우리 남양 땅에 와서 거드름을 피우며 위세를 부리고 있어?! 흥!”“당신들이 전화를 해 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거예요!”부일민은 한껏 코웃음을 쳤다.그들은 이미 관광객들을 등쳐먹는 데 아주 익숙한 것 같았다.관광객이 신고해도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었다.“당신들 제정신이에요!”강옥연은 눈을 부라렸다.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이때 하현이 앞으로 나와 강옥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강옥연, 어쨌든 당신은 용문 사람인데 어떻게 기본적인 도리도 몰라?”“뭐라고?”강옥연이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도무지 하현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말로 하면 못 알아들어. 그냥 얼굴을 두들겨 맞아야 알아듣지.”
황천화 일행을 해결하고 하현은 강옥연에게 전화를 한 뒤 택시를 타고 페낭 병원으로 향했다.페낭 병원은 사립 병원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호화로웠다.거리마다 홍보 간판이 걸려 있는 병원다웠다.다만 의술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했고 보감 그룹 병원에 속하며 페낭 현지에서 평판이 별로 좋지 않았다.보통은 관광객을 속이고 사기를 쳐서 이익을 남기는 병원이었다.그리고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사기를 당해도 신고할 길이 없어 결국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었다.하현은 오는 길에 이런 정보들을 알게 되었다.강옥연도 현지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병원에 가게 된 것을 그녀의 잘못만이라고 탓할 수가 없었다.하현과 하구봉은 곧바로 병원에 도착해 응급실 복도에서 강옥연을 찾았다.“하현.”하현이 나타난 것을 보고 강옥연은 급히 다가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물었다.“응급실에 들어가긴 했지만...”강옥연이 말끝을 흐렸다.하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응급실 문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대여섯 명의 환자가 병상에 누워 있었고 그중 두세 명은 외상을 입고 낮은 소리로 신음하고 있었다.그러나 응급실 안에는 의료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내가 원가령을 데리고 왔을 때 의료진은 어떤 유명 연예인이 다쳐서 나간다고 했어.”“이곳의 한 인플루언서 스타가 영화를 찍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급하게 응급실 의료진이 갔어!”“곧 돌아오겠다고 하면서 보증금 천만 원을 먼저 내라고 했어.”“그래서 보증금을 내고 30분째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도 아직 아무도 안 와...”강옥연의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하현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보감 그룹 산하 병원의 평판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그가 다른 의료진을 찾아보려고 하자 강옥연이 그를 멈춰 세우며 말했다.“하현, 내가 가서 재촉해 볼게.”강옥연은 혼자서 달려가더
”퍽!”하현이 뭐라고 입을 떼기도 전에 줄곧 무릎을 꿇고 있던 황천화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이신욱의 뺨을 그대로 날려버렸다.“개자식!”이신욱은 얼굴을 가리고 버둥거리며 일어섰다.“황천화, 감히 날 건드려?!”“죽고 싶어?!”“차칵!”황천화는 이신욱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곧바로 앞으로 나가 이신욱의 오른손을 움켜잡고 세게 꺾었다.이신욱은 죽자 살자 덤볐지만 황천화는 그렇지 않았다.페낭 무맹인으로서 감찰관이라는 직위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이럴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누구보다 꿰뚫고 있었다.“아!”이신욱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고 황천화는 그제야 단호하게 이신욱을 다시 한번 꺾었다.‘차칵'하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잠시 후 이신욱은 사지를 쓰지 못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계속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극심한 고통 때문에 화를 내고 싶어도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오로지 땅바닥에 널브러져 돼지 멱따는 소리만 울부짖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방팔방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부잣집 도련님들, 유명한 미녀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졌다.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서며 두려움이 온몸을 전율시켰다.이신욱이 소리쳐 반항을 한 끝에 결국 이 꼴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말하자면 이신욱은 오늘 밤 하현을 세 번이나 공격한 것이다.그 결과는 처참한 자신의 몰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털썩!”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황천화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오늘 밤 일어난 이 모든 일은 다 내 불찰이고 이신욱의 잘못이야. 난 이미 당신 뜻에 따라 이신욱의 사지를 부러뜨렸어.”“당신이 만족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야.”하현은 무덤덤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내가 한 말은 모든 사람들이 다 한 손씩은 부러뜨려야 한다는 거였어.”“당신은 말귀를 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왼손으로 하지.”황천화는 눈
”내 두 손을 자르라고?!”자신의 뒷배는 이미 무릎을 꿇었는데 하현이 자신의 두 손을 자르라는 말을 듣고 이신욱은 두려움도 잊고 어느새 숨겨 두었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하현! 당신이 무슨 대표든 무슨 감찰관이든 난 상관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 이것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나 이신욱!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난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이 씨 가문은 원 씨 가문과 운명을 같이 하는 집안이야!”“나한테 미움을 사고 해를 입히는 사람은 남양에서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것과 같아!”“그리고 나 이신욱! 당신을 평생 기억할 거야!”“오늘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언젠간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고 말 거야!”“1년 안에 당신을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 해서 5년, 10년 후에도 못하라는 법은 아니거든!”“지금 내 두 손을 끊는다면 절대 좋은 결말은 없을 거야! 두고 봐!”이신욱이 이를 갈며 하현에게 소리쳐 경고했다.감찰관이라는 하현의 신분이 무맹 사람들한테는 먹힐지 모르지만 이 씨 가문에는 하등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한 것이다.호랑이 가죽을 뒤집어쓴다고 해도 하현은 외지인일 뿐인데 어떻게 남양에서 이 씨 가문의 끝없는 복수를 견뎌낼 수 있겠는가?이 씨 가문은 엄연히 남양 3대 가문의 하나다!황천화는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이신욱!”“닥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닥치라고!”이신욱은 황천화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내가 매년 당신한테 몇 억씩 갖다 바쳤던 이유는 이럴 때 나에게 힘이 되어 달라고 그랬던 거예요!”“그런데 어떻게 되었죠? 당신은 무릎을 꿇고 뺨을 맞기만 할 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당신 같은 사람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앞으로 당신 같은 바보 등신 앞에서 누가 머리를 조아리며 공손히 굴겠어요?”“퉤!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어요?”이신욱은 황천화가 아무리 하현의 신분이 두렵더라도 무도 정신을 잃지 말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