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 당신 같은 머저리가 꽤 하는 줄은 몰랐네요. 근데 여기는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알아요? 여기서 난리를 피우면 오늘 살아서 나가지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홍빈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 홀 입구에서 지용이 백지같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 위에 힘 빠진 채 주저앉아 있었다는 걸.하현은 세리와 소은 두 사람에게 은아를 맡겼다. 그런 다음, 그는 차가운 낯빛을 띤 채 홍빈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를 낚아채 단숨에 홍빈의 얼굴 위로 내리쳤다.퍽 소리가 나더니 홍빈의 얼굴이 곧장 부어올랐고, 그는 부러진 이 몇 개를 토해냈다.“당… 당신이 감히 날 때려? 이 데릴사위가 살기 싫구나?!” 홍빈은 깜짝 놀라 자신의 입을 부여잡았으며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감히 내 남자를 때려요? 머저리 주제에 간덩이가 부었나!” 민영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하현 앞으로 달려가 손을 들어올려 그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하현은 오른손을 휘두르더니 민영이 바닥에 쓰러질 정도로 힘껏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어서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 “나는 원래 여자를 때리지 않아요. 근데 누구든 감히 내 아내를 건드리면, 그 원칙을 깼다고 욕하지 마요!”말을 끝마치자, 하현은 또다시 바닥 위에 있던 민영을 발로 걷어차 몇 바퀴 구르게 한 다음 홍빈과 부딪히게 했다.동기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 그 누구도 이 머저리가 불량배들을 때려눕힐 뿐만 아니라 홍빈과 민영마저 봐주지 않을 줄은 몰랐다.둘 다 백씨 집안 사람이다. 하현이 백씨 집안 사람들을 이렇게 상대했는데, 백씨 집안에서 그냥 넘어가겠나? 게다가 백재욱이 평소에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하던데, 그냥 눈 뜨고 지켜보겠나?“하현 씨, 얼른 멈춰요. 여긴 백씨 집안의 구역이에요. 일이 커지면 당신은 은아를 구하지도 못한다고요!”“맞아요, 얼른 저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요. 백재욱이 오면 당신은 가고 싶어도 못 갈 거예요!”“은아야, 멍 때리고 뭐하고 있어? 얼른 도
이 시각, 민영의 히알루론산 얼굴이 조금 삐뚤어졌을 정도로 얻어맞아 곡 휜 것만 같았다.재욱이 걸어와 몇 번 보더니, 아무런 이유도 없이 불쾌함을 느꼈다.원래 그는 오늘밤 홍빈의 집에 가 신나게 놀아보려고 했지만, 민영이 이런 꼴이 됐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완전히 흥미를 잃게 되었다.재욱의 시선이 드디어 바닥에 주저앉은 홍빈에게로 향하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망했어! 망했어! 백씨 집안의 백재욱이잖아!""하현 이 새대가리, 지금 가고 싶어도 못 가!""게다가 백재욱은 여자를 밝혀서 하현뿐만 아니라 은아, 세리랑 소은 저 셋도 더럽혀질 거야…"동기들은 전부 덜덜 떨었다. 백씨 집안의 백재욱은 아주 독한 사람이었고, 그의 명성은 매우 자자해 이름 하나로도 수많은 사람을 사람을 깜짝 놀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이곳에 서 있었으니 말할 것도 없었다.“에휴, 그래서 사람은 주제파악을 잘해야 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할 수 없는지 모르나?”“누가 그렇게 건방지게 굴래? 기회가 있는데 안 도망가? 지금 백홍빈이 하현을 죽이려고 작정했으니, 백재욱은 분명 하현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백씨 집안이 보안 회사를 한다던데, 밝은 쪽과 어두운 쪽 둘 다 장악을 잘했네!”“백 씨 집안뿐만 아니라, 백씨 집안의 제일 대단한 기둥인 우지용이 있어. 잊지 마!”백씨 집안이 서씨 집안과 비등비등할지 몰라도, 지용은 서씨 집안이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이다.오늘 은아가 무슨 손해를 보든, 설씨 집안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동기들은 마치 사건의 결말이라도 본 듯 전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순간, 그들은 자기가 지른 불에 타 죽을까 봐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다.재욱이 온 걸 보자, 홍빈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철썩 무릎을 꿇었다. 그는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삼촌, 얼른 구해주세요. 이거 보세요, 제 이가 모두 부러졌어요. 그리고 민영이는 얼굴
“지용 형님, 이번 달의 몫은 이미 지불했어요. 근데 이건…” 재욱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는 하현 앞에서 거만하게 굴었지만, 지용 앞에서는 쫄보였다.지용의 눈빛이 매우 싸늘했다. 그는 지금 백재욱보다도 더한 두려움을 느껴 헛소리 없이 그저 재욱을 바닥으로 걷어찼을 뿐이다.“지용 형님, 이게 무슨…” 홍빈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사리 분별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빌어먹을 당신들 둘 때문에 망했어!”지용은 욕을 퍼붓고 난 다음 홍빈에게 걸어가 주먹질과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홍빈은 바닥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뱉었다.민영은 잠시 경악했지만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지용 씨, 사람 잘못 때린 거 아니에요? 당신 부하를 때린 건 우리가 아니에요…”지용은 동작을 멈추더니 단숨에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손바닥과 손등으로 연달아 수십번의 싸대기를 날렸다. 그는 욕을 해댔다. “그리고 이 아줌마야, 성형한 얼굴 하나 믿고 백씨 집안 쓰레기를 꼬시더니, 감히 내 이름을 대고 밖에서 허풍을 떨어? 당신이 정말 뭐라도 된 것 같아?”“당신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창년이야. 내 침대 위로 기어오를 생각을 하다니, 제기랄! 무슨 자격으로!” 지용은 백씨 집안의 체면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모든 일을 다 폭로했다.이 말을 듣자, 사방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내비쳤다. 미친,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민영이 우지용의 침대 위로 기어올라갔는데, 우지용은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고?한편, 바닥에서 울부짖던 홍빈은 낯빛이 싹 바뀌더니 더 새파랗게 질렸다. 오늘 그는 바다에 내던져졌다고 해도 어떻게 씻든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지 못할 것이다.지용은 욕을 퍼부으며 민영의 머리채를 잡아 은아 앞으로 끌어왔다. 그는 민영의 다리를 퍽 차더니 소리쳤다. “당장 무릎 꿇어!”민영은 완전히 멍해졌다. 그녀는 백재욱이 와서 시원하게 화를 풀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현과 은아를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그 둘을 무릎 꿇리
지용은 이제 백범의 부하였다. 사실 그는 하현의 부하가 될 자격도 없었다. 지용은 겨우겨우 목숨을 건졌으니, 지금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그도 자연스레 그럴 엄두가 없었다. 하지만 백씨 집안 사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만약 하현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이게 무슨 일이야? 우지용이 백씨 집안을 버린 거야?”“그럴 리가! 백 씨 집안은 우지용의 보호를 받은 지 완전 오래 돼서 관계도 얕지 않은데, 난데없이 버릴 리가 있나?”“설마, 하현이 대단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말이야 방귀야, 그 머저리가 대단할 리가 있나? 우지용이 설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아…”“설씨 집안은 이래 봬도 현재 유일하게 하엔 그룹 신임 대표의 투자를 받은 집안이야. 그리고 은아는 그 프로젝트 담당자야. 우지용은 아마 은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런 것 같은데…”“은아가 하엔 그룹의 투자를 따낸 건 인맥과 배경이 아주 넓고 깊다는 뜻이야. 설씨 집안이 한순간에 1류 가문으로 올라갈 수도 있는데, 우지용은 아마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그럼 이번에 주민영이 혼자 바보처럼 굴었다는 거야? 백씨 집안에 시집 가면 설씨 집안 사람을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한 거야? 쌤통이다!”불구경을 하고 있던 동기들은 그 속의 인과관계를 추측하고 있었다. 그들은 빠르게 확신이 들었다. 분명 설씨 집안과 하엔 그룹의 관계 때문일 거다.우지용은 비록 길바닥 사람이었지만, 하엔을 건드릴 엄두가 있겠나? 절대 그러지 못한다!강남 하씨 집안은 강남 제일 가문으로 불리우는데, 그건 그냥 지어낸 게 아니라 정말 그만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길바닥 사람은 무시무시했지만, 탑급 집안의 눈에 우지용 같은 자는 개와 같아 대단하지 않았다.이때, 지용은 민영을 무릎 꿇리고 동시에 눈가를 떨며 하현을
은아는 눈앞에 공손하게 있는 지용을 보고 의아했다. 지용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하현 때문인가?문제는, 그렇다고 지용이 하현 앞에서 특이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자기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 같다.우지용이 이러는 건, 아마 설씨 집안 때문이겠지?은아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하현이 냉랭하게 말했다. “조금 전에 내 아내를 때린 사람이 있는데, 내 아내랑 아내 절친들을 더럽히려는 자도 있었어. 심지어 나보고 무릎 꿇고 여기서 기어나가라는 자도 있었지…”“쳇.”하현은 덤덤하게 말했지만, 지용은 거의 무릎을 꿇을 뻔했다. 하지만 하현의 경고하는 눈빛을 보니, 그는 무릎을 꿇지도 못했다. 하현은 아주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 그의 신분을 폭로하면 죽을 운명이라는 백범의 분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깊게 한숨을 들이쉰 후, 지용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하현 씨, 설은아 씨, 안심하세요. 이번에는 모두 제 잘못이니, 제가 해명을 하겠습니다…”말을 끝마치고, 지용은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재욱과 홍빈을 노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은 여기서 기어나가. 내 명령없이 일어나는 사람은 죽는 거야…”재욱과 홍빈은 순간 몸을 떨며 잠깐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지용은 한 발씩 두 사람을 걷어차 엎드리게 만든 후 쌀쌀맞게 말했다. “말귀 못 알아먹었어?”재욱은 싸늘한 눈빛을 보냈지만, 지용은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었기에 잔말없이 고개를 숙여 천천히 홀 입구를 향해 기어갔다. 오늘밤은 이미 글러서 남아있는 것도 자신을 망신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홍빈은 고개를 들어 앙심 품은 눈빛으로 하현을 쏘아보며 독살스럽게 말했다. “하현, 설은아,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의 원한을 꼭 갚아줄 거야!”우지용에게 복수할 배짱은 없었지만, 하현에게 복수하는 건 무조건 할 수 있었다.하현이 웃었다. “백씨 집안 진짜 대단하다.”“퍽!”지용
“이분은?” 은아는 서연의 표정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르지/” 하현은 머리를 탁 치고 소개했다. “이분은 응급의학과의 손서연 선생님이시고, 전에 나랑 한번 본 적이 있어.”“손 선생님, 여기는 제 아내예요. 얼른 도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비록 두 여자의 안색은 어딘가 이상했지만, 하현이 지금 더 신경 쓰고 있는 건 은아의 상처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서연은 아내라는 두 글자를 듣자 정신이 조금 혼미해졌다.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현 씨는 역시 젊고 유능하시네요, 아내 분께서도 이렇게 아름다우시고.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는 한 조금의 흉터도 남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아주 마음이 놓이네요.” 하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연의 의술과 품성은 걱정되지 않았다. 서연이 그렇게 말했으니, 하현도 안심했다.곧이어, 은아, 세리와 소은 각각 응급실로 들어가 치료를 받았다.하현은 갑자기 흥섭의 상태가 생각 나 고민을 하더니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하현 씨…” 전화가 금방 연결되었다. 전화 건너의 수정은 원래 소파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녀가 긴장한 채 벌떡 일어났다.흥섭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자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이 손녀는 약이라도 먹었나, 그 데릴사위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전화 너머로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 연락 안 한지 며칠 됐네요. 안 씨 어르신의 상태는 어떤가요?”수정은 심호흡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할아버지는 거의 다 나으셨어요. 며칠 뒤에 저희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그렇군요. 그때 돼서 미리 저한테 연락주시면 제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하현이 인사치레로 말했다.“좋아요, 좋아요. 나중에 꼭 오셔야 해요. 안 그러면 하현 씨는 강아지가 되는 거예요!”하현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수정은 재빨리 전
옆에 있던 소은의 조그마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광경을 보자, 그녀는 은아의 표정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세리야, 그만 말해. 네가 생각한 그런 게 아닐 거야. 아까 선생님이 정말 열심히 우리를 치료해 주셨잖아. 좋은 분이실 거야.”“유소은, 왜 너도 남을 대변하는 건데?” 세리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약 좀 발랐다고 이 머저리 때문에 우리가 더럽혀질 뻔했다는 걸 잊은 거야? 하현 씨, 우리를 병원에 데려다 줬다고 우리가 당신 일에 눈 한쪽을 감아줄 거라고 착각하지 마요.”“만약 당신이 능력 있었다면, 당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주민영 그 망할 계집애한테 얻어맞았겠어요? 얼른 은아랑 이혼해요! 길가에 있는 개나 소랑 결혼하는 게 당신 같은 머저리랑 결혼하는 것보다 백배는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예요!”어차피 그녀는 애초에 하현과 은아를 떨어뜨리려고 했다. 예전에는 그저 조그마한 수법을 사용했다면, 오늘은 차라리 제대로 말해 둘 것이다.현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하현의 얼굴도 일그러졌다.은아랑 친구들을 데리고 와 상처를 치료받게 해주는데도 잡음이 생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손서연 의사는 본래 순진한데 세리가 지금 이러고 있으니 그가 어떻게 상대를 보겠나?반면, 세리의 말 때문에 은아도 의혹을 품었다.이 장면을 본 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말이 되기도 했다. 자신이 그녀들을 데리고 서연 같이 예쁜 의사를 찾아왔는데, 허튼 생각을 안 하는 것도 이상했다.“왜요? 날 때리게요?” 하현의 낯빛을 보자 세리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님 내가 억지라도 부리는 것 같아요? 하현 씨, 은아가 순진하다고 함부로 괴롭힐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요! 한낱 데릴사위가 무슨 건방을 떨어요?”하현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여기는 병원 응급의학과이고 이건 우리 부부 간의 일이니, 당신은 억지 부리지 말아줄래요?”“내가 억지를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자, 응급의학과 전체가 순간 조용해졌다.은아도 살짝 놀랐다. 이전의 하현이라면 세리와 소은에게 무시당해도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의 이러한 태도는 제 발이 저린 건가?이 생각을 하자, 은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으며 속마음이 어떤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그녀 역시 잘 몰랐다. 이게 대체 질투인지, 슬픔인지.은아의 이성은, 결혼한지 3년이나 됐지만 그녀가 하현에게 손끝도 만져보지 못하게 했으니 하현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도 정상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그녀의 마음은 매우 복잡해졌다.“진세리, 그만 얘기해.” 은아가 깊은 한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내가 집으로 바래다 줄게.”말을 끝마치고, 은아는 손을 뻗어 하현의 손에 있던 열쇠를 가져가 세리와 소은 두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은아는 자신이 왜 그렇게 화났는지 이해가 안 됐다. 하현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세 사람이 떠난 걸 보고 하현 그 답 없는 인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잠시 후, 서연이 걸어와 아랫입술을 깨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씨,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하현 씨가 오해를 받았어요."자신이 더럽혀질 뻔할 때 하현은 그녀를 구해줬고, 병원 부원장이 되게 도와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하늘만큼 커다란 은혜를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만약 이 일 때문에 하현의 가정이 파괴된다면, 서연은 한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이와 동시에 서연의 마음속은 의심으로 가득 찼다. 하현 씨 같이 훌륭한 남자가 어째서 남의 데릴사위일까? 하현 씨에게 그런 취미가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거둘 수 있을까…이런 생각을 하자, 서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하현은 고개를 돌려 서연을 힐끗 보더니 어이없어 했다. 서연은 다 좋은데, 틈만 나면 얼굴이 붉어졌다. 어쩐지 맨날 사람들의 오해를 산다더니.서연 같이 순진한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세리에게 이렇게 욕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