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빠를 처음 알았을 때 나한테 말했어요. 앞으로 항도 하 씨 가문을 대하 5대 가문으로 만들겠다고!”“오빠는 이 시대의 유일한 일인자가 되고 싶어 했어요!”“구천으로 날아올라 세상의 모든 적을 제압하고 싶어 했죠!”“성년이 된 후 오빠는 도성과 항성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일인자가 되었어요!”“어렸을 때부터 줄곧 알아왔던 오빠가 큰 사람, 큰 영웅인 줄 알았다구요!”“그런데 지금 내가 섬나라 사람들한테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오빠는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있어요!”“심지어 섬나라 사람들이 날 협박하는 것도 내벼려두고 있구요!”“내가 어렸을 때 봤던 그 영웅은 어디로 간 거예요?”“하구천, 당신은 이제 내가 알던 구천 오빠가 아니에요. 당신은 한낱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구요!”“당신이 부끄러워요!”“당신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아직도 당신을 전설적인 당도대 총교관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까요?”“퉤!”이전에 화소혜는 하구천을 마음으로 많이 우러러봤었다.그러나 지금은 마음에 실망만이 가득하다.그녀는 하구천이 나타나 자신을 위해 정의를 되찾아줄 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자신을 이렇게 대수롭지 않은 존재쯤으로 여길지는 몰랐다.심지어 하구천은 자신을 미끼로 삼아 섬나라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선심을 쓰는 듯했다.순간 화소혜는 하구천의 무덤덤한 얼굴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가소로운지 철저히 깨닫게 되었다.“퍽!”하구천은 냉랭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들어 화소혜의 뺨을 때렸다.화소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그녀의 몸이 휘청거렸다.“화소혜, 그동안의 정을 봐서 방금 네가 한 말은 못 들은 걸로 할게.”“그런데 다음에 어떤 자리에서 또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그땐 화 씨 집안이 온전하지 못할 거야.”하구천은 얼굴 한가득 노기를 띠며 말했다.거듭된 화소헤의 반박에 항도 제일가는 자신의 체면이 깎인 것이다.만약 화소혜가 화풍성의 금지옥엽이 아니었다면 아마 하구천은 이미 화소혜에게 손을 썼을 것이다.
하구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카이를 바라보았다.그에게 백억은 숫자일 뿐 큰돈이라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하지만 무카이의 고분고분한 태도는 그를 흡족하게 만들었다.이 무카이란 사람은 적어도 은혜를 알고 이에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 자신과 동맹의 관계를 맺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하구천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게다가 섬나라 음류는 섬나라 6대 유파 중 하나이며 실력도 비범하다.이것이 오늘 밤 하구천이 무카이의 체면을 세워준 근본적인 이유였다.그래서 그는 무카이의 성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이 돈이 둘 사이를 이어줄 가교가 될 것이다.하지만 하구천은 순진한 바보가 아니다.그는 무카이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무카이, 참으로 예의를 아는 사람이군. 생각해 둔 다른 조건이라도 있는 건가?”“대하가 예의 바른 나라라더니 정말 오늘 내가 제대로 본 모양이군.”무카이는 짐짓 품위 있는 척하며 으스대었다.“하구천, 걱정하지 마. 당신을 난처하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내 조건은 아주 간단해.”“어쨌든 그가 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그렇지 않으면 내 아랫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조심스럽게 말을 하는 듯했지만 무카이는 눈을 굴리며 대놓고 하현을 쳐다보았다.그리고 나서 이죽거리는 무카이의 얼굴이 화소혜를 향했다.속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지 음흉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었다.하현을 제압하기만 한다면 화소혜는 자신의 노리개가 될 거라는 자신감이 무카이의 얼굴에 비쳤다.“안 돼!”화소혜가 맹렬히 반응하며 앞으로 나와 천천히 입을 열었다.“무카이, 당신 참 뻔뻔한 사람이야!”“감히 하현을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 내가 당신을 상대해 줄 거야!”화소혜는 무카이가 그런 조건을 내걸지는 생각지도 못했다.하구천은 냉랭한 눈빛으로 하현에게 시선을 옮겼다.하구천의 눈에 알 듯 모를 듯 희미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하현이 놈이 그 자
하구천이 떠나는 것을 본 진홍두는 팔짱을 끼고 앞으로 나와 하현 주위를 한 바퀴 돌며 낄낄거렸다.“하현, 오늘 교육 제대로 받은 거 같은데? 하하하.”“항성과 도성에서는 함부로 나대지 말아야 한다는 거 이제 잘 알겠지?”“모두가 말하기를 맹용이 강을 건너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항성과 도성에서 당신은 한낱 벌레에 불과해. 어떻게 우리랑 겨룰 수가 있겠어?”“호되게 당하니까 어때?”진홍두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가득했다.하구천이 오기 전까지는 앞날이 험난하겠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는데 갑자기 버드나무가 우거지고 백화가 만발한 곳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줄은 몰랐다.그녀는 오늘 하현에게 제대로 제압당하고 화 씨 집안사람들에게 호되게 체면을 깎일 줄 알았다.하지만 하구천이 나타나 자신과 무카이의 체면을 세워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현이라는 외지인이 오늘 진홍두를 만난 건 너무나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겠다.하구천을 여기서 맞닥뜨리다니!하현이 하구천을 괴롭힐 능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지만 총명한 진홍두의 눈에는 하구천이 하현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느낌을 간파할 수 있었다.하구천은 하현을 죽이고 싶어 한다!하구천이 그런 뜻을 가지고 있으니 진홍두는 기꺼이 그 뜻을 관철시켜야 한다.감히 홍성의 미움을 산 사람을 죽이고 항도 하 씨 가문과 하구천에게 인정을 받는다!이보다 더 수지맞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하현은 조용히 찻잔을 기울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정말 나한테 큰 교훈을 주었군. 나도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항성과 도성 권역은 원래 몇몇 능력 있는 거물들에 의해 돌아간다고 생각했었어.”“지금 보니 항성과 도성은 쥐새끼 같은 소인배의 소굴이었군.”“이 자식이! 지금 와서 그런 쓸데없는 말 해 봐야 뭘 해?”무카이가 한걸음 다가와서 당돌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이제 당신이 우리한테 적절한 성의를 보여야 할 차례인 것 같은데.”“당신 먼저 무릎
”앗!”처절하기 그지없는 비명이 흘러나왔다.무카이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내뿜었다.마치 누군가가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방금 하늘을 찌를 듯 기고만장했던 무카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가시덤불 속을 구르는 듯한 고통만이 그의 얼굴에 남았다.그는 남은 힘을 쥐어 짜내며 울부짖을 뿐 용서를 비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죽음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한 모습이었다.“무카이 형님!?”“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저놈이 요술이라도 부린 거야?”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는 무카이를 보고 진홍두와 홍성 건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방금 하현은 손 하나 까딱했을 뿐인데 어떻게 무카이가 쓰러질 수가 있는가?도대체 이게 우연한 일일까, 아니면 하현이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까?순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섬나라 음류 노인은 눈썹을 찌푸렸고 뭔가 생각난 듯 얼른 무카이에게 달려가 오른손으로 무카이의 가슴에 대혈을 눌렀다.그의 이름은 후루타 타카이치였고 섬나라 음류의 외문장로이자 무카이의 최측근 경호원이었다.그는 의술을 겸비하였고 특히 섬나라 의술에 정통해 있었다.그는 무카이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으면서 다른 손으로 조그만 약병을 꺼내어 손에 한 줌 부어 무카이의 입에 털어 넣었다.분명 원래는 효과가 있던 약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무카이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후루타는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번에는 주사기를 꺼내 재빨리 무카이의 몸에 핏빛 액체를 주입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마침내 후루타는 은침 한 세트를 꺼내었고 빠른 속도로 무카이의 몸에 침을 놓았다.하현은 후루타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마침내 무카이의 상태가 진정되었고 후루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의술이 아주 훌륭하군요.”“안타깝지만 아무 소용없어.”“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어.”
순간 후루타 타카이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무카이가 저런 모습으로 입에 거품을 물 줄도 몰랐고 심지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숨을 헐떡거릴 줄도 몰랐다.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깜짝 놀라기는 진홍두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무카이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기라도 한다면 섬나라 음류들의 원한을 어찌 감당해야 좋을지 앞이 캄캄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홍두는 하현을 두려워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발악을 했다.“이놈아! 내가 1분 줄 테니까 당장 무카이를 살려내!”“그렇지 않으면 무참히 널 베어버릴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래?”“그러면 한번 해 보시지. 당신이 날 어떻게 무참히 칼로 베어버릴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탁'하고 손가락을 튕겼다.그 소리에 무카이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며 눈이 튀어나오고 입과 코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표정은 흉악하기 그지없었고 언제 목숨을 거두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진홍두는 처참한 무카이의 모습을 보며 더욱 눈이 휘둥그레졌다.하현에게 발악을 해 보려던 진홍두의 의지마저 무참히 꺾였다.이때 현장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하구천은 뭔가 깨달은 듯 담담하게 말했다.“무카이는 원래 심장 질환이 있어서 파란 알약을 먹었어. 저놈이 손가락을 튕기니까 그 소리가 심장을 자극했을 뿐이야.”“무카이가 파란 알약을 삼켰기 때문에 저런 것이지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어.”하구천은 정말 머리가 비상한 인물이었다.겉모습에 쉽사리 속지 않았고 한눈에 진상을 알아본 것이다.하구천은 말을 마치며 한숨을 내쉬었다.하현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손가락 하나 튕기는 것만으로도 현장을 초토화시켜 버리다니.넋이 나간 듯 서 있던 화소혜도 아까 무카이가 파란 알약을 삼켰던 때를 떠올렸다.무카이가 파란 알약을 삼켰을 때 정말 그
후루타 타카이치가 누구인가?섬나라 음류 외부 장로이자 소문난 병왕이지 않던가!전쟁의 신과는 한 발짝 떨어져 있지만 그도 나름 고수 중의 고수였다.하지만 최문성은?진홍두는 그를 도성 최 씨 집안 도련님으로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언제 이런 기술을 연마해 절정의 병왕을 이렇게도 쉽게 물리칠 수 있단 말인가?그러나 최문성은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그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의 손에 든 당도가 다시 힘껏 내리꽂히며 모든 것을 두 동강 낼 것 기세로 덤벼들었다.그 칼에는 어떤 변수도 어떤 화려한 속임수도 없었다.단지 번개같이 빨랐을 뿐이었다.그러나 그 위력은 어느 무사보다도 대단했다.하현의 가르침처럼 천하의 무공 중에 빠른 것보다 더 강한 무공은 없었다.최문성의 칼이 날아오는 것을 본 후루타는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고 부랴부랴 칼을 쳐들어 최문성의 칼을 막으려 했다.“촤랑!”칼과 칼이 다시 마주치자 후루타 타카이치의 안색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는 연달아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가 겨우 다시 몸을 가누었다.그 순간 사람들은 후루타 타카이치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봤다.진홍두 일행은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 듯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최문성이 언제 이런 실력을 키웠지?하구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최문성을 쳐다보았다.곧이어 장중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어쩐지 하현이란 놈이 저렇게 안하무인이더라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야.감히 화소혜의 정의를 되찾아주네 어쩌네 하더니 저런 실력자가 있었다니!알고 보니 하현의 곁에는 최문성이라는 강력한 실력자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진홍두 일행은 최문성의 뛰어난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겉으로는 경멸과 원한이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대하의 새파란 젊은이가 자신을 연거푸 밀어붙이자 후루타 타카이치는 더 이상 보이는 것이 없었다.그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얼굴
”풀썩!”후루타는 무릎을 꿇었다.온몸의 움직임은 무뎌졌고 심장을 뛰게 했던 생기는 썰물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는 도무지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자신은 너무도 당당한 음류 외부 장로로서 병왕급 검객이었다.그런데 어떻게 대하 젊은이의 칼놀림 몇 번에 사지 육신이 처참히 짓밟혔는지 이해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그의 마음은 끓어오르는 울분으로 가득 찼지만 아무리 울분을 토해내어도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다.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모두가 최문성의 칼놀림에 충격에 빠져 허우적거렸다.몇몇 섬나라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 상황이 꿈이 아님을 확인하려고 애썼다.세상 거칠 것이 없던 강력한 후루타 타카이치가 뜻밖에도 대하 젊은이에게 일격을 당하다니!하구천은 눈동자를 부릅떴다.자신도 전신급 고수였기 때문에 단번에 최문성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었다.그의 몸놀림은 분명 고수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생각이 이에 미치자 하구천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현에게로 쏠렸다.설마 이놈이 최문성을 가르친 건가? 설마!그래, 결국 최 씨 가문은 기꺼이 하현의 앞잡이가 되기로 한 건가?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하구천은 하현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욱더 용솟음쳤다.항도 하 씨 가문 후계자 자리는 하구천에게 있어 가장 큰 카드였다.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자신의 위치를 넘봐서도 안 되는 것이다.절대 용납할 수 없는 단 하나였다.하현을 죽이지 않고도 하구천 자신이 후계자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하현을 죽이고 말 것이다!“최문성! 하현! 감히 네놈들이!”진홍두는 충격에서 깨어나 이를 갈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보아하니 당신들 오늘 반드시 우리 홍성을 상대해야 할 것 같군. 그리고 섬나라 음류와도 반드시 한 판을 벌여야 할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버렸다!병왕급인 최문성 앞에서 이런 홍성 건달들은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무덤덤한 표정으로 총을 뽑아든 몇몇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이 손을 쓸 여지도 주지 않고 상황은 종료되었다!진홍두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어기적거리며 룸을 빠져나가려고 했다.“진홍두, 아직 날 죽이지도 않았는데 도망부터 가려고?”“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야?”“게다가 여기가 당신이 오고 싶다면 오고 가고 싶다면 갈 수 있는 데인 줄 알아?”하현은 진홍두를 향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고 동시에 오른손을 뻗어 진홍두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진홍두는 온몸이 뻣뻣해졌다.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고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그녀는 분한 듯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건데?”“재주가 있으면 날 건드려 보시든가!”이때 밖에서는 또 수십 명의 홍성 건달들이 쳐들어오려고 시도하고 있었다.이번에는 최문성과 몇몇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이 총으로 그들을 막아섰다.“당신 하나쯤 어떻게 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하현은 엄지와 검지로 진홍두의 뾰족한 턱을 치켜들었고 사정없이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촥촥!”하현은 그녀의 뺨을 두 번 내려쳤고 진홍두의 얼굴은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그럼에도 진홍두의 섬세한 이목구비는 여전히 아름다웠다.“내가 당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할 건데?”진홍두는 부득부득 이를 갈며 분통해했다.홍성 바닥을 쥐락펴락하던 그녀였다.누구에게 뺨이라는 걸 맞아 봤겠는가?“하 씨, 이놈! 내 손으로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거야!”“촥!”하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한 번 더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날 죽여? 지금 당신의 생사가 내 손에 달렸어.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거야?”“촥!”“이 바닥에서 몇 년을 놀았는데 아직도 이 상황이 파악이 안 되는 거야? 이쯤 되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한다는 거 몰라?”“지금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