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하자고!?”모두가 오늘 일이 다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순간, 변승욱이 갑자기 비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청허 도장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오늘 당신의 조카가 슬기 아가씨에게 무례하게 굴었어요. 그로 인해서 나중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요.”“조금만 다쳤으니 괜찮다고요?”“해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요?”청허 도장은 이때 고함을 치는 변승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슬기 앞으로 걸어가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슬기 아가씨, 제 무능한 조카가 아가씨를 건드렸으니 죗값을 치르도록 할게요!”“제가 성의의 표시로 직접 그의 발을 부러뜨리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청허 도장이 손짓을 하자 순간 그의 제자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스포츠 머리 경비원의 다리 하나를 밟아 부러뜨렸다. “아______”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청허 도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자기도 모르게 하현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는 하현이 화를 낼까 봐 무서웠다. 슬기는 이 광경을 보고 의아해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청허 도장님이 이렇게 성의를 보이시니 그럼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청허 도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슬기 아가씨 걱정 마세요. 오늘부터 제가 청허 도관을 바로 잡고, 불순한 마음을 가진 놈들을 모두 쫓아내도록 하겠습니다!”“여기는 도교 청정지역이지 사람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곳이 아니거든요!”말을 마치고 청허 도장이 손을 흔들자 많은 수제자들은 경비원을 데리고 떠났다. 주시현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멍해졌다. 정말 대단하다! 변승욱은 정말 대단하다! 그녀는 자신도 이 일에 말려들어 청허 도장이 자신을 불구로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그녀의 아버지까지 이 일에 연루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변승욱이 나서더니 정의롭고 늠름하게 호통을 한번 쳤을 뿐인데 청허 도장이 순순히 겁을 먹다니?먼 조
“네가 청허 도장의 먼 친척을 다치게 하고 청허 도관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잖아!” “변 도련님이 나서지 않았으면 네가 여기서 두 손 두 발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었을 거 같아?”주시현은 하현이 인물이 되지 못한 것을 한탄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하현, 너는 네 자신을 조금도 모르겠어?”“네가 청허 도장을 감당할 수 있었을 거 같아?”“그 어르신이 만약 손을 대면 뺨 한대로도 너를 날려 버릴 수 있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변 도령에게 물어봐. 그가 겁을 줘서 청허 도장이 물러 간 게 확실한지?”“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주시현은 하현의 말에 순간 화가 나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현, 너 그게 무슨 말이야?”“설마 청허 도장이 변 도련님에게 겁을 먹은 게 아니라 너한테 겁 먹은 거라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너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변승욱은 손을 내저으며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현 아가씨, 이런 사람과는 조금도 알고 지낼 필요가 없어요.”“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르는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해요!”“이런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켰는지도 도무지 이해를 못해요!”“그와 따져봐야 우리 신분만 잃게 될 뿐이에요!”“게다가 그의 사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렇죠?”주시현은 이 말을 듣고 변승욱에게 점점 더 빠져들었다! 젊고 능력이 있는데다 교만하지도 않고 성격도 완벽한 신랑감이다! 부잣집 오빠, 죄송하지만 저는 제 마음을 따라 가기로 했어요! 주시현의 표정을 보고 하현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비록 변승욱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은 알았지만 문제는 그와 주시현의 관계상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한 뒤 주건국의 체면을 봐서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주시현에게 천공전신을 또 쏘아 주었다. 그녀에게 혼수를 보내 준 셈이었다. 주시현은 손에 진동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고 보더니
하현은 핸드폰을 꺼내 슬기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로 갈 거야.”슬기는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안에는 며칠 전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자신의 엄마가 빌딩 안으로 끌려가더니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슬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빌딩을 쳐다보더니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곳은 청평당의 본부 아니에요?”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나가주에 있는 청평 빌딩은 너희 심가와 조금 관계가 있는 거 같아.”슬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청평당은 대구 길바닥 보스인 나청평에 의해서 설립됐어요. 명목상으로는 전통 한약을 판매하는 체인점이지만 실제로 그게 뭔지는 대구 사람들은 다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청평당이 이렇게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청평당 뒤에 심재욱이 있기 때문이에요……” “심재욱이 지원을 해줬기 때문에 나청평이 대구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자신의 힘을 과시할 수 있었던 거예요.”“심가는 비록 10대 최고 가문 중 하나이지만 어쨌든 장사하는 집안이라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나청평 같은 인물은 없어서는 안될 바둑돌이에요.”“우리 엄마가 청평 빌딩에 갇혀 있을 줄은 몰랐네요.”“이곳은 심가의 자산이긴 하지만……”여기까지 말하고 슬기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심가와 청평당의 관계로 볼 때 자신의 어머니가 무슨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꺼내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다. 하현은 백미러로 슬기의 표정을 살피며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 우리가 찾아가서 예의를 갖추기만 하면 나청평은 분명 사람을 풀어줘야 할 거야.”슬기는 어리둥절했다. 하현은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 갔다. 예의를 갖추기만 하면 나청평이 사람을 풀어 줄 거라고?그 사람은 대구 길바닥의 보스였다!하현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평당이 대구 길바닥에서 아무리 날고 뛰어도 명목상 한의원이라며? 맞지?”슬기는 살짝
오후 2시 반. 하현과 슬기 두 사람이 청평당 입구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청평당은 솔직히 말해 한의원이지만 여기서는 대부분 싸우다 다친 곳을 치료하기 위해 모인 길바닥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일부는 칼부림과 총상 때문에 왔지만 이 사람들은 당당하게 홀로 들어가는 대신 은밀한 지하실로 들어갔다. 그래서 하현과 슬기가 나타났을 때 길바닥 사람들은 두 사람을 마치 여우 굴에 들어가는 토끼를 쳐다보듯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가씨, 뭘 도와드릴까요?”“저희는 어떤 서비스든 전문적으로 해드려요!”대머리 건달 하나가 슬기에게 손을 대려는 듯 해괴한 웃음을 지으며 걸어 나왔다. 하지만 바로 이때 멀리서 고대 복장을 하고 손에 쇠공 두 개를 쥐고 있는 남자가 건너와 손바닥으로 대머리를 날리며 차갑게 말했다. “쓰레기, 눈치가 하나도 없네!”“너 이분이 심가의 이슬기 아가씨인 거 못 봤어?”“이분은 심재욱 세자의 외손녀야. 건드렸다가 너희들 중에서 누가 책임지려고?”심재욱 세자 이 몇 글자를 듣고 적지 않은 건달들의 눈동자엔 꺼리는 빛이 역력했다. 슬기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청평?”이 고대 복장을 한 남자는 대구 여섯 세자 중 하나인 심재욱의 핵심 인물 나청평이었다. 하현도 눈을 가늘게 뜨고 흥미로운 듯 이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대구 3분의 1의 땅을 가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이미 나청평의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그는 심재욱이라는 큰 산에 기대고 있었지만 충분한 실력과 담력이 없었기 때문에 대구 같은 곳에서는 나설 수가 없었다. 나청평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가를 꺼내 천천히 불을 붙이더니 짙은 연기를 내뿜은 후에야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슬기 아가씨, 청평당 같은 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하류층 사람들이에요.” “아가씨 같은 상류층 사람은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니 부탁 드릴게요!”말을 하는
나청평은 연기를 내뿜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슬기 아가씨, 아가씨 말대로라면 어머니가 실종된 건가요?”“심가의 거물인데 만약 정말 실종이 되신 거라면 신고를 하셔야죠!”“여기서 저에게 사람을 달라고 하지 마시고요. 어쨌든 저희는 한약을 파는 곳이지 사설 탐정이 아니에요. 맞죠?”이 말을 듣고 사방에서 한바탕 놀리는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슬기는 차갑게 말했다. “나청평,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어?”“우리 엄마가 청평 빌딩에 있는 거 잘 알고 있잖아.”“지금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 사람만 넘겨주면 우리도 청산할 수 있어!”“하지만 만약 사이가 틀어지고 내가 신고할 때까지 기다렸다간 그 때는 너무 늦을 거야!”말을 하면서 슬기는 차가운 얼굴로 핸드폰을 꺼내 세 개의 번호를 눌렀고 언제든지 전화를 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나청평은 어깨를 으쓱해 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슬기 아가씨, 만약 신고하고 싶으시면 마음대로 하세요.”“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수사를 받을 테니까요.”“하지만 만약 수사를 다 했는데도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죄송하지만 슬기 아가씨가 심가의 거물이라도 해도 반드시 해명을 해 주셔야 해요.”“예를 들어 손가락을 하나 자른다거나 얼굴에 상처를 내던가요.”나청평은 여유로운 얼굴로 슬기를 위협했다. 분명 심재욱이라는 빽을 믿고 거리낌이 전혀 없었던것이다. 슬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만약 정말 신고를 해서 경찰서 사람들이 개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엄마를 찾을 수 있을 지 조차 알 수 없었다. 분명 심재욱과 관계가 틀어질 것이다. 슬기는 이런 중요한 순간에 심재욱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자기 엄마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 되었다. “퍽______”하현은 슬기가 다른 방법을 찾기를 기다리지 않고 벌써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나청평을 발로 걷어차 땅에 쓰러뜨렸다.“하인 주제에 주인 앞에서 짖어대라고 배웠어?”“너______”
슬기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이 나설 필요 없어요.” “필요가 없다고요!?”“정말 웃기네요!”“하현은 이방인인데 그가 뭘 처리할 수 있겠어요?”“맞아 죽기를 기다리려고요?”주시현은 지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하현과 자기 집안이 대대로 교분이 있는 집안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녀가 보기에 하현은 맞아 죽는다고 해도 그녀와는 조금도 관계가 없을 것 같았다. 슬기는 입을 열지 않고 하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하현이 뭘 하려는 지는 잘 몰랐지만 청평당에서 함부로 손을 썼다가 자기 엄마를 구해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슬기는 항상 하현을 믿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조금 의심이 들었다. “그만해! 너희들 백주대낮에 법을 무시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한 형사가 허리에 차고 있던 짧은 화기를 막 꺼내 경고하려고 했지만 꺼내자 마자 하현에게 빼앗겼다. “올라가!”한 무리의 건달들이 이때 뛰쳐나온 것은 분명 하현을 칼로 베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하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손에 든 짧은 화기를 빼앗아 나청평의 이마를 겨누었다. 동시에 하현은 ‘탈칵’소리를 내며 안전장치를 풀었다. “그들을 멈추게 해.”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나청평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 그는 하현이 방금 무모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 하현은 이 일 후에 어떻게 될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자신이 그 부하들을 멈추게 하지 않으면 하현은 정말 총을 쏠 것이다. 나청평은 달갑지 않았지만 이때 떫은 목소리로 말했다. “멈춰!”“전부 무기 내려 놔!”“아!”돌진하던 십여 명의 건달들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나같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쳐다보더니 곧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다들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순간이었을 뿐이었지만 대구 길바닥 보스 중 하나인 나청평은 양쪽 뺨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얼굴은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구경하던 한 무리의 여자들은 모두 정신이 얼떨떨해졌다. 제멋대로 날뛰며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런 남자는 정말 오래간 만에 본다. 나청평 같은 길바닥 보스 면전에서 제멋대로 굴 수 있는 남자야 말로 진짜 남자다! 보통 남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빽을 내세워 체면만 구하며 좋은 말로 설득하기 일쑤다. 약한 사람들은 대부분 무릎을 꿇고 자신의 18대 조상을 끌어내어 사정하려고 한다. 이런 남자는 세상에서 만나기 드물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주시현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지만 속으로는 분명 기분이 언짢았다. 그녀는 변승욱이야말로 이런 상황을 진압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현 같은 촌놈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자리에서 뻐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는 것인가?“하현!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청평당과 사이가 틀어질 뿐 아니라 대구 경찰서와도 관계가 틀어지게 돼!”“이렇게 하고 나서 네가 뒷감당을 할 수 있겠어?”“내 말 잘 들어. 이번에는 절대 우리 연루시키지 마. 우리는 너를 위해 나서지 않을 거야!”이리 저리 날뛰는 주시현을 보고 슬기는 싸늘한 기색으로 차갑게 말했다. “입 닥치세요!”주시현은 눈꺼풀이 펄쩍 뛰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슬기씨, 이건 사실이에요!”“하현 이놈은 여기서 말썽을 부렸을 뿐 아니라 형사의 화기도 빼앗아갔어요. 이렇게 행패를 부리면 결과는 아주 심각해져요!”주시현의 말을 듣고 이때 나청평도 반응을 했다. 그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씨, 너 들었지? 결과는 아주 심각할 거야!”“그리고 네가 오늘 나를 죽이지 않으면 너와 슬기는 아주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될 거야!”“펑______”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총구를 돌려 나청평의 허벅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큰 소리와 함께 나청평은 휘청거리더니 비틀거리며 몇
날뛴다!포악하다!난폭하다!잔인하다!냉정하다!여러 가지 생각이 나청평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는 호흡이 가빠지면서 끊임없이 가슴이 뛰었다. 어찌되었든 지금 이 순간 그는 계속해서 하현을 도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너무 답답했다. 청평당의 3천 명이나 되는 자제들이 정말 손을 대기만 하면 자신이 하현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백 가지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솜씨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조금도 힘을 쓰지 못하고, 하현이 자신의 이마를 겨누고 있으니 정말 답답해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만약 대구 길바닥 보스가 이름없는 졸병의 손에 죽는다면 그는 귀신이 돼서도 편치 않을 것이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담담하게 말했다.“자, 나는 인내심이 좋지 않아. 내가 3초 더 시간을 줄 거야. 만약 슬기 엄마를 놔주지 않으면 먼저 너를 보낼 거야.”슬기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살짝 어리둥절해졌다. 그녀는 하현의 목적이 자기 어머니를 구하러 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현이 이렇게 강력한 수단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청평도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때 아픈 것도 싹 잊을 지경이었다. 사람을 풀어 주라고?슬기 엄마의 일은 심재욱이 계획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사람을 풀어 준다면 심재욱이 자신을 가만 놔둘까?근데 풀어주지 않으면 하씨 이놈의 악랄한 정도로 볼 때 자기에게 살길을 조금도 내주진 않겠지?“잘 생각해봤어?”하현은 담담한 기색이었다. “셋, 둘……”하현은 천천히 방아쇠를 당겼다.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이 순간 작은 소리 하나하나가 더없이 선명하게 들렸고 죽음의 신이 강림했다는 것을 알렸다. 나청평은 식은땀을 흘렀다. 마침내 심재욱이 자신을 어떻게 처리하든지 간에 상황을 반전시길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오늘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진짜 도랑에서 배가 뒤집히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었다. “풀어줘!”나청평은 갑자기 큰 소
하현의 말을 듣고 자신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되는 모습을 본 형홍익은 얼굴 가득 감탄해 마지않았다.형홍익은 하현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하현, 내가 이번에 자네한테 너무 많은 신세를 졌어.”“오늘부터 자네는 나 형홍익한테 생명의 은인이야.”“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 보게.”하현은 엷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습니다. 아까 내기한 것만 실행되면 됩니다.”하현은 형나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형나운. 날 이제 주인님이라 불러야지!”하현의 말을 들은 형나운은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온몸의 피가 솟구치는 듯 얼굴이 새빨개졌다.그녀는 눈을 껌뻑껌뻑거리다가 결국 주인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서로 마주 보며 깔깔거렸다.콧대 높은 형 씨 가문 아가씨를 저런 얼굴로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모두 하현을 추켜세웠다.하현은 형 씨 가문 사람들에게 형홍익을 모시고 가서 쉬게 해드리라고 말했다.그러고 나서 집사의 안내로 저택을 몇 바퀴 돌면서 집사에게 골동품 몇 점을 내보내게 했다.결국 이 물건들은 있어야 할 곳에 잘 보내져야 남은 사람에게도 좋다.겨우 형홍익의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으니 다시는 이런 골동품들이 형홍익의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아예 확실히 없애버려야 한다.하현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장천중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그의 표정에는 약간의 망설임과 어색함이 묻어났다.하현은 티슈로 손가락을 닦으며 말을 건넸다.“장 대사님,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고른 이 골동품들에 문제라도 있나요?”“아, 아니, 아니야. 역시 당신 안목은 뛰어나군.”“내가 특별히 살펴보았는데 당신이 고른 골동품들은 모두 큰 무덤에서 발굴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음기가 아주 짙어.”“이 저택에 남겨두면 좋을 게 없어.”“다른 곳에 보내고 나면 집안
하현은 끊어진 구안천주를 곁눈질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어르신은 전에 불면증이 있었을 거예요. 구안천주를 몸에 지닌 이유도 불교 성물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겠죠?”“맞아. 전에 난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어. 3일을 자도 꼬박 하루치의 잠도 못 잤으니까.”“그러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이렇게 불면증을 앓는 이유가 우리 형 씨 가문이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 사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군”“그런 것들을 많이 접하면 체내에 음기가 남아 돌아서 잠을 푹 자는 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어.”“그래서 나더러 불교 성물을 하나 몸에 지니고 다니라고 권해서 차고 다닌 거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상상도 못했어.”형홍익은 도저히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그에게 이런 조언을 해 준 스님은 국내에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그런데 그의 건의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다니!하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스님의 조언이 맞습니다. 어르신 체내의 일부 음기는 확실히 오랜 세월 동안 골동품을 접했기 때문에 쌓인 것이긴 합니다.”“다만 이번에 일이 이렇게 된 모든 근원은 이 구안천주에 있습니다!”말을 하는 동안 하현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구슬의 표피를 쪼개었다.그러자 그 안에서 작은 뼛조각이 나왔다.“아?!”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등골이 오싹해졌다.불교 성물 안에 어떻게 저런 뼛조각이 있을 수가?“내 추측이 맞다면 아마도 이것은 억울하게 죽은 아기의 손가락뼈일 것입니다.”“갓난아기가 죽으면 한이 서리게 됩니다.”“뼈가 부러진 것을 보니 그 아기는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그 원한이 깊었던 거지요.”“게다가 구안천주 속에 짓눌려 있어서 그 원한이 모여 결국 음기가 되었구요.”“그냥 가끔 만지는 거야 별로 해가 될 건 없지만 이것을 가슴에 오래 지니고 다니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습니다.”“그래서 말인데요, 어르신.”“이 일
형나운은 일순 성난 황소처럼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하현, 건방지게 굴지 마!”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왜? 나더러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라고 욕하더니 이제 와서 두려운 거야?”“당신한테도 손해 볼 것 없는 내기잖아?!”“이기면 날 사기꾼 버러지로 본 당신 안목이 대단하다는 게 증명되는 것이고.”“진다면 3년 동안 내 수발을 드는 것뿐이야. 날 3년 동안 주인으로 모셔야겠지만 그 대신 당신 할아버지는 화를 면하고 살 수 있게 되는 거야.”하현은 형나운에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뜨린 것이 분명했다.다른 사람에게 이유 없이 사기꾼 소리를 들었는데 이 정도는 해야 그도 덜 억울하지 않겠는가!도발하는 하현의 자세를 바라보며 형나운은 어금니를 사납게 깨물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좋아! 내기? 하지 뭐!”“장 대사님과 민효 언니가 증인이 되는 거야!”“내가 지면 군말 없이 당신 하녀가 되겠어!”“좋아!”하현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매서운 눈초리에도 흔들림 없이 형홍익의 가슴을 압박하고 있는 구안천주를 잡았다.그리고 싱긋 웃으며 형나운을 힐끔 쳐다보았다.“주인이라고 부를 준비 됐어?”말이 끝나자마자 하현은 세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오른손을 세게 쥐고 구안천주를 잡아당겼다.‘뚝’하는 소리와 함께 구안천주가 끊어지며 꿰어 있던 구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동시에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휙휙 눈앞을 어른거리며 형홍익의 온몸을 뒤덮을 듯 꿈틀거렸다.하현은 얼른 왼손 검지를 깨물어 피를 낸 다음 형홍익의 몸 위로 한 방울 떨어뜨렸다.“치익!”굳어 있던 기름이 뜨거운 인두를 만난 듯 칙칙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검은 연기는 눈 깜짝 사이에 흰 연기로 변해 장내 곳곳으로 흩어졌다.역겨운 냄새만이 장내에 가득 퍼졌다.“어머! 구안천주의 구슬 안에서 어떻게 저런 검은 연기가 나올 수가 있어?”“구안천주가 음기의 근원이란 말이야
그러자 하현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살인술이란 게 삼라만상입니다. 온갖 사물의 이치와 맞닿아 있죠.”“무도는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독술도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의술도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풍수지리술도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그러니 지금 어르신의 몸속에 있는 음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우선 그 근원을 없앤다면.”“더 이상 어르신은 목숨의 위협을 받지 않게 됩니다.”“음기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 아는가?”장천중은 여전히 의아해하며 믿지 않는 기색을 띠었다.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도구들을 꺼내 진단한 결과 네다섯 군데 의심스러운 데가 있었다.그러나 하현은 단지 눈으로 보고 음기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낸 것이다.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하현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입을 열었다.“내 추측이 맞다면 장 대사님이 추측하신 음기의 근원은 가슴에 차고 있는 구안천주, 왼손에 있는 옥반지, 가슴에 있는 심장 지지대, 입속에 있는 틀니, 그리고 왼발에 있는 교정틀일 것입니다.”“내 말이 맞죠?”장천중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아니, 하현! 당신은 정말 기이하고 대단한 능력을 가졌군!”“나도 한참을 유심히 살펴보고 한 뒤 겨우 발견한 것을 당신은 몇 번 보고 금방 알아차리다니!”장천중은 심호흡을 하고는 형홍익과 형나운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형나운, 하현을 한 번 믿어도 될 것 같아.”줄곧 말이 없던 간민효도 순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하현은 정말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에요!”“그가 엄도훈의 일을 쉽게 해결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데려온 거예요.”“엄도훈의 일?”엄도훈은 금정 거물이었기 때문에 형홍익도 요 며칠 엄도훈에게 생긴 기이한 경험을 분명 들은 적이 있는 듯했다.원래 형홍익은 사람을 보내 엄도훈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면전에서 그 주인공을 만날 줄은 몰랐다!그러자 형홍익
”성공 확률이 높다고?”하현의 말을 듣고 장천중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젊은이, 내가 자네 체면을 깎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자네가 하면 성공 확률이 높을 거란 그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자, 자네가 사사받은 곳이 어디인지, 용호산인지 모산인지부터 말해 봐. 그럼 자네가 얼마나 대단한 재주를 가졌는지 내가 가늠해 볼 수 있을 거야!”“솔직히 말해서 용호산의 대스승을 모시고 온다고 해도 이 일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는 없어!”하현은 형홍익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검은 기운에 휩싸이는 것 같았다.이런 상황에서 그가 매일 받는 고통은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밤마다 잠을 못 이루는 건 기본이고 잠을 잔다고 해도 악몽에 시달리다 놀라 깨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이대로 간다면 그는 정말 보름만에 세상을 떠날 것이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하현의 마음속에 연민의 감정이 생겼다.그는 장천중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난 풍수지리사가 아니어서 당연히 사사받은 곳도 없습니다.”장천중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 풍수지리사도 아니면서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렇지만 살인술은 잘 압니다...”하현은 장천중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장 대사님이 선인의 풍채와 도사의 골격을 가지고 있고 확실히 고수의 면모가 풍기긴 하지만.”“장 대사님이 가장 잘 하는 게 풍수지리술은 아니시죠?”“왼손에 두터운 굳은살이 박힌 걸 보니 강호의 어떤 고수들보다 왼손 검술을 더 익힌 것 같군요.”“그리고 장 대사님의 가슴에는 관통상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누군가와 싸우다가 입은 상처죠. 아마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을 테구요...”“보름달이 뜨는 밤마다 괴로워서 잠을 뒤척이실 겁니다. 그래서 문을 꽉 닫고 잠을 청해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을 거구요.”“지금은 보름밤마다 고통을 겨우 억누르고 살고 있지만 실력도 많이 줄었을 겁니다. 아마 절정기의 70% 정도밖에
”뭐라구요?”형나운은 할아버지의 상황뿐만 아니라 하현의 판단이 옳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장천중의 말은 하현이 한 말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형홍익도 깜짝 놀란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간민효는 흐뭇한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줄곧 하현이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이런 관점에서 하현은 절대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형홍익은 하현을 지그시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장천중을 바라보았다.“장 대사. 우리가 안 지도 꽤 오래되었지.”“난 당신을 믿어. 만약 내가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몸이라면 그냥 놔두시게.”“어르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어르신의 몸에는 확실히 음기가 있습니다. 그 음기로부터 어르신을 구하는 방법은 그 음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입니다.”장천중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위험이 큽니다.”“만에 하나 그 음기를 잘못 건드린다면 온몸의 그 음기가 퍼지게 됩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형나운은 얼굴이 굳어졌다.“장 대사님, 어느 정도 자신 있으세요?”장천중은 잠시 눈살을 찌푸린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음기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20% 정도일 것 같아. 아무리 많이 잡아도 30% 정도의 승산이야...”“기껏해야 30%?”형홍익은 장 대사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장 대사의 방법으로도 3할의 승산밖에 없으니 난 그냥 이대로 살겠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보름만이라도 조용히 살고 싶네.”“보름이면 모든 뒷일을 넘길 시간이 충분하네.”형홍익의 말은 너무도 담담하고 흔들림이 없어서 형나운은 어리둥절했다.“할아버지, 그건...”간민효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삼촌, 이대로 포기하시면 안 돼요!”“그렇게 결정했어. 나운아, 오늘 이렇게 와 주신 장 대사에
”기껏해야 보름이라고?”형나운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더니 버럭 화를 내었다.“개자식, 재주도 없으면서 뭐라고 우리 할아버지한테 저주를 퍼붓는 거야?!”“당신 정말 상종하지 못할 사람이군!“정말 사람이 그러면 안 돼!”“당장 꺼져!”“여기서 더 이상 농간 따위 부리지 마!”“그렇지 않으면 언니의 체면을 봐서 목숨을 살려 두지! 그렇지만 사지는 멀쩡하지 못할 거야!”하현의 충고가 형나운에게 치욕과 분노를 안긴 것이 틀림없었다.“붕!”바로 그때 바깥에서 자동차 굉음이 들렸고 밝고 노란 불빛을 빛내며 도요타 엘파가 멈춰 섰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젊은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손에 오래된 나무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그들 사이를 비집고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무도복을 입은 모습이 기이하고 범상치 않은 것이 딱 봐도 오랜 연륜이 배인 풍수지리사의 풍모였다.하현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한 번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가 바로 알아차렸다.이 사람이 바로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라고 불리는 장 대사였다!“장 대사님! 드디어 오셨군요!”형나운은 가족들을 거닐고 감격에 겨워 앞으로 나섰다.“마침 딱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집은 사기꾼한테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어요!”“하 씨! 이분은 장 대사님이야! 장천중 대사님!”“국가 공인 풍수지리사인데 큰 행사도 많이 주관하셨지!”“도교의 정수 용호산에서 풍수지리술을 전수받으셨어. 당신 같은 사기꾼이랑은 완전히 달라!”“당신 따위? 흥! 어림도 없지!”“당신은 장 대사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갈 걸!”“그런데도 감히 우리 집안에 망신을 주려고 하다니!”“빨리 썩 안 꺼져! 어서 꺼지라고!”말을 하면서 형나운은 하현을 사납게 노려보았다.하현은 차가운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형나운, 당신은 말끝마다 나더러 사기꾼이라고 하는데.”“그럼 사기꾼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진단하는지 어디 한번 보여줘 봐!”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하현은 형나운의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의 상황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음기가 몸에 들어온 것뿐입니다.”“그 뿌리만 뽑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음기가 몸에 들어왔다고?”형홍익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난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지금까지 음험한 곳에 간 적도 없어.”“게다가 내 집 마당도 모두 풍수지리사의 손을 거쳐서 특별히 설계된 거야. 애초에 지하 공사할 때도 음기가 배어들 만한 음험한 곳은 없었어! 그런데 어떻게 음기가 들어왔을 수가 있어?”“난 여기서 수십 년을 산 사람이야.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일은 없었어!”하현은 돌리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히 말했다.“이 음기가 이 댁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죠!”“최근에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형나운은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아니, 하 씨! 우리 집안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치인 줄 알아?”“음기라는 것은 보통 더럽고 음험한 곳에서 생겨나는 거야.”“우리 집처럼 깨끗한 저택에 어떻게 그런 몹쓸 기운이 들어올 수 있다는 거야?!”“게다가 그 음기가 최근에 들어온 거라고?”“왜? 그 음기의 근원이 할아버지라고 말하지 그래?”하현은 인내심을 갖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음기의 근원은 어르신이 아닙니다. 그게 언제쯤이라고 한다면, 말하기 좀 그렇지만...”형나운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할아버지의 상황이 지금 너무 안 좋아서 우리가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러 다니는 입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바보는 아니야!”“할아버지의 몸속에 음기가 뿌리내렸다면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죽은 사람이라는 뜻이야?”형나운은 얼굴 가득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오른 데다 간민효에 대한 원망도 불쑥 치솟았다.이런 헛소리나 하는 사기꾼을 감히 형 씨 가문에 데려오다니!형 씨 가문이 아무리 은둔의 집안이라고 해도 무슨 개나 고양이나 다 데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허무맹랑한 말로 사람을 치료해
형나운은 형홍익의 면전에서 그날 밤의 일을 한 번 더 언급하고는 하현을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했다구요.”“그때 할아버지가 운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벌써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예요.”“당신 같은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떠벌리겠지!”“난 당신 같은 사람 상대 안 해!”말을 하는 형나운의 눈동자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하현은 이를 듣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날 밤 내가 벤츠 차량의 철골 골격을 들지 않았더라면 이 어르신은 차량 밑에 깔렸을 거야.”형나운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개자식! 감히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두고 뭐라고 하는 거야?”“당신이 한 말, 여러 사람 앞에서 책임질 수 있어?”“당신이 그러지 않았더라면 우리 할아버지는 이틀 동안 입원할 일도 없었을 거라고!”형나운은 얼굴 가득 한기를 드러내며 하현을 쏘아보았다.그날 밤 자신의 할아버지가 하현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스치자 소름이 돋았다.“형나운, 하현은 무술을 익힌 사람이야. 그의 힘은 보통 사람보다 훨씬 세. 그가 손을 쓴 이상 분명 자신이 있었을 거야.”간민효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손을 쓴 것은 호의로 한 것이지 돈 몇 푼 때문에 한 것이 아닐 거야. 하현은 인격적으로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장할 수 있어.”“게다가 그는 풍수지리에도 아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신사 상인 연합회의 엄도훈이 하마터면 불운하게 죽을 뻔했는데 그를 구한 사람도 하현이고.”“바로 그 때문에 내가 오늘 이 자리에 하현을 데리고 온 거야.”“돈에 관해서는 말도 꺼내지 마! 하현이 필요하다면 내가 언제든지 그에게 백억이든 천억이든 줄 수 있어!”“비행기에서 날 구해 줬기 때문이야!”간민효가 하현을 옹호하고 나선 것은 하현의 인품을 인정해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