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주시현은 순간 자기도 모르게 변승욱을 힐끗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변 도련님, 도련님도 대하의 젊은 영웅이시잖아요. 용문 대구 지회장님과 같은 길을 가고 계시겠죠?”“지회장님을 만나보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네요?”“아직은 없어요.”변승욱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싶으면 아무 때나 용문 대구 지회에 가서 그와 겨뤄보면 돼요.”“그런데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만에 하나라도 제가 실수로 그를 이기면 용문의 얼굴을 때리게 되지 않겠어요?”변승욱은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가 보기에 젊은 세대에서는 자신이야말로 에이스였다. 그 용문 대구 지회의 새 지회장은 또 뭔가?변승욱은 주시현과 몇몇 인터넷 스타들을 진정시켰다. “변 도련님, 도련님 말씀은 새로 부임한 지회장이 도련님의 상대가 안된다는 건가요?”변승욱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 왕화천이 나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잊었어요?”주시현은 순간적으로 반응했다. 맞다. 오늘 왕화천 이 용문 대구 지회 부회장은 변승욱 앞에서 깍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점에서 변승욱의 신분적 지위와 실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주시현이 여유롭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는 것을 듣고 그 용문 자제들도 모두 진정되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공수하며 말했다. “저는 줄곧 우리 지회장님이야 말로 진정한 소년 영웅인줄 알았는데 변 도련님도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우리 용문 대구 지회는 다음주에 연회를 열 거예요. 지회장 어르신들이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변 도련님도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참석하셔서 우리 지회장님을 만나 보세요.”“어쩌면 그때 영웅은 영웅을 아낀다고 첫 대면에 옛 친구처럼 친해지지 않겠어요?”변승욱은 냉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다음에 만나도록 하죠. 저는 요즘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아주 중요한 사람을 보호해야 해서요.”“무슨 연회 같은 곳엔 꼭 참석하겠다고 보장을 못하
“잘 됐네요. 감사합니다. 변 도련님.” 주시현은 흥분한 얼굴이었고 다른 인터넷 스타들도 모두 얼굴이 빨개졌다. 이 정도 만찬에 참석해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다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주건국은 이때 웃음을 머금고 계속해서 말했다. “변 도련님,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때 저에게 자리 하나 더 주실 수 있을 까요? 제 조카……”하현은 멍해졌다. 주건국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를 챙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바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저씨, 저는 필요 없어요.”“필요 없다고?”변승욱은 냉소하며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시현씨가 당신이 허풍을 잘 친다고 해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믿을 수 있겠네.”“네가 말하는 걸 보니 용문 대구 지회 연회에 참석하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네?”“기억해. 나는 아무나 데리고 들어갈 수 있지만 오직 하현 너만은 데리고 가지 않을 거야.”“너 그때 가서 나 변승욱 이름 대고 섞여 들어갈 생각 하지마.”“이번 일은 당신들 몇 가지 명심해야 해. 이 놈이 만약 감히 내 이름을 걸고 연회에 섞여 들어가려고 하면 당신들이 책임지고 그를 발로 걷어 차야 해!”변승욱은 말을 마친 후 그 용문 제자들에게 한 마디 일깨워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 명의 용문 자제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변승욱의 명성에 대해서는 그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왕화천 부회장을 놀라게 한 건 확실했다. 이런 사람에게는 미움을 사지 않는 것이 좋다. 바로 이 용문 자제들도 뭐라고 말하기가 어려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변승욱의 두세 마디로 연회에 참석하는 일이 해결되는 것을 보고, 거기다 그곳에 있던 용문 대구 지회의 고위층들을 압도하는 것을 보고 주시현의 눈동자에는 한 줄기 이채로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변승욱은 정말 젊고 유능하며 돈도 있고 힘도 있었다! 그가 원하기만 하면 용문 대구
지금 이 순간, 주건국의 얼굴만 멍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표정이 이상해졌다. 이소연과 주시현도 비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후지와라 미우와 몇몇 인터넷 스타들은 바보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마치 천하의 가장 큰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변승욱은 옆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 아니. 아니지. 너를 하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할 거 같네. 너 정말 1호 별장에 살아?”“너 경비실에 사는 거 아닌 거 확실해?”그는 주시현이 하현이 경비원으로 일했다고 했던 말을 어렴풋이 기억해냈다. 그는 경비실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주건국은 이때도 반응을 했지만 안색이 더 없이 안 좋아 보였다. 철이 들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실망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내가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어?”“사람은 착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잖아!”“어떤 말들은 해서는 안될 말들이 있어!”“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내 식구들이라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또 얼마나 난리가 났겠어!”하현은 매우 유감스러워하며 말했다.“아저씨, 정말 저 1호 별장에 살아요.”“그럼 너 왜 우리 집에 머물려고 그랬던 거야? 1호 별장은 우리 11호 별장보다 10배는 더 비싸잖아.”이소연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하현, 뻐기려면 합리적으로 뻐겨야지!”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요 며칠 별장을 새로 꾸미려고 하는데 안이 좀 지저분해서 여기서 머물려고 했던 거예요.”“불편하시다면 됐어요. 제 쪽에 방이 더 있어요.”“어! 리모델링까지? 좀 지저분하다고?”이소연은 주건국이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그럼 우리 구경 좀 시켜 줄래?”“나랑 네 아저씨는 어쨌든 네 윗사람이잖아. 네가 새 집을 샀고 또 새로 단장을 한다고 하니 우리가 가서 보고 조언을 해줘도 괜찮잖아?”“맞아, 우리 구경 좀 시켜줘. 우리는 아직 이런 2천억짜리 별장은 어떻게 꾸며 졌는지 본 적이 없어!
주건국은 이때 자신이 하현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느꼈다. 이전에 하현이 출근을 해서 보너스를 받은 건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근한지 며칠도 안돼서 착실하게 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체면을 더 중시했다. 이때 주건국은 자신이 왜 하현을 대구로 불렀는지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에 매달 그에게 몇 십만 원 생활비라도 임시로 줬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텐데. 창피하다! 너무 창피하다!하현은 주건국이 원망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고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하고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저씨, 제가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다들 이 말을 듣는 순간 진실이 뭔지 듣고 싶어 귀를 기울였다. “이 1호 별장은 정말 제 거예요. 임 선생님이 일주일 더 전에 저에게 준 거예요. 수속이 곧 마쳐질 거예요.”“너한테 줬다고?”후지와라가 제일 먼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2천억짜리 별장을 아무렇지 않게 너에게 줬다고? 보아하니 우리 하 도련님의 체면이 엄청나구나!”“네가 이 정도까지 말을 했는데 우리가 보러 가지 않으면 너한테 정말 미안할 거 같아!”하현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그렇게 관심이 많으시다면 모실게요.”말을 마치고 하현은 발길을 돌려 별장 밖으로 나섰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하현의 걸음을 재빠르게 따라갔다. 그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주건국은 얼굴색이 검게 변했고 몸이 휘청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따라갔다. 하현이 아무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의 큰 조카였다. 그는 하현을 도울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정말 따라가는 것을 보고 하현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거절하지 못했다. 향산 별장 단지는 기본적으로 거대한 공원에 11개의 별장이 지어져 있었다. 각 별장들 사이는 거리가 꽤 멀어 무슨 움직임이 있어도 다른 별장에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밤 중이라 다들 길을 걸을 때 다른 별장의 모습은
“잘 모르긴 한데 암살 명령이 대구에서 전해졌으니 아마 미야모토일 거예요.”“아니면……”“방현진……”이 이름을 듣고 하현의 눈동자는 살짝 가늘어졌다. 방현진은 아직 정식적으로 싸워 본 적은 없지만 이미 그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행히 오늘 그는 나카노 다로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기에 약간의 준비가 되었다. 그래서 하현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소위 이 암살 명령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놀라움을 가져다 줄지 아주 관심이 갔다. 하현이 이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전부 의견이 분분했다. “이 1호 별장은 정말 기세가 대단하네요. 이런 곳에서 살면 돈도 잘 벌리고 백세까지 오래 살 수 있을 거 같아요!”“지리적 위치가 특별하니 1호라는 이름이 붙을 만 하네요. 발코니에 서 있으면 대구 전체의 야경을 볼 수 있지 않겠어요?”“이 물건은 태어날 때도 없었고 평생 앞으로 없겠죠?”대단한 기세의 1호 별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은 감개무량해했다. 자부심이 가장 강한 변승욱조차도 이 곳이 좋다는 것을, 그의 신분에 부합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시현은 옆에서 눈꺼풀이 껑충 뛰었다. 11호 별장에 들어가 살면서 그녀는 자신의 가족이 대구에서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1호 별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진정한 명문가의 저력과 기세는 벼락부자와는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현이 지금 아직도 옆에서 뻐기면서 전화를 하는 것을 보고 지금 주시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우습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정도까지 됐는데도 아직도 이렇게 뻐기고 있다니 정말 재미있네?“자, 봤으니 됐어요. 안에는 불이 켜져 있고 주인이 쉬고 있으니 우리 시끄럽게 떠들지 맙시다.”주건국은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전화하는 척하는 하현을 힐끗 쳐다보고는 다소 비는 듯한 어투로 많은 사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다들 돌아갑시다. 제가 야식을 대접할
주건국은 자신의 아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때 차가운 얼굴빛으로 말했다. “이소연, 너 몇 살인데 네가 하현과 같은 식견을 가질 필요가 있어?”“이렇게 하니까 재미있어?”후지와라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화를 내실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하는 건 아주머니 탓이 아니에요.”“우리 모두 1호 별장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것뿐이에요.”“하현 이 놈이 생색을 내려고 하니 우리도 따라와서 성가시게 굴려고 하는 거죠.”“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설마 다들 헛걸음하라고요?”“얼마나 재미있어요!”말을 마치고 후지와라는 주건국의 안 좋은 표정은 신경 쓰지 않고 하현이 전화를 막 마친 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 도령, 전화 다 했어?”“우리가 더 기다려야 되는 거야?”“너 1호 별장이 네 거라고 하지 않았어?”“빨리 우리를 들여 보내줘!”“너 열쇠 잊어 버렸다고 하지마!”“이런 별장 도어락은 분명 비밀번호나 지문으로 여는 게 틀림 없겠지?”“열쇠를 잊어 버렸다고 핑계 댈 여지는 없어!”후지와라가 일부러 호들갑을 떨자 몇몇 여자 친구들은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었다. 계속해서 웃다가 하현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더욱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물건은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고 바로 짓밟아 버려야 한다. 주시현은 원래 주건국의 체면을 봐서 하현 대신 몇 마디를 해주려고 했었는데 하현이 지금 나이 먹은 척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났다. 이 지경에 됐어도 여전히 죽으려고 체면을 세우며 생고생을 하다니 비웃음을 받아 마땅하다! 주건국도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하현, 잘못을 인정해!”“다들 내 사람들이라 네가 잘못을 인정하면 아무도 너를 탓하지 않을 거야!”“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죽어라 체면을 세운다고 생고생을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어?”“사람들에게 더 거부감을 주는 것 말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어?”하현은 웃으며 더 무슨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때 무슨 설명을
하현은 지시를 다 하고 나서야 주건국을 향해 말했다. “아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홀 안이 온통 장식 재료들로 좀 더러워요. 그들이 다 치운 후에 들어오세요.” 별장 대문 입구는 이때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한 인터넷 스타는 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뺨을 때렸다.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은 하현이 정말 향산 1호 별장에 살 줄은 때려 죽어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소남 임씨 가문의 산업이다!하현이 언제 소남 임씨 집안과 이렇게 좋은 관계를 맺은 거지!?소남 임씨 가문이 하현에게 선물을 한 것이든, 단순히 하현이 여기서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이든 모두 그의 지위와 힘을 보여주었다. 이소연은 이때 눈꺼풀이 펄쩍 뛰었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라 마치 뺨을 맞은 것처럼 느껴졌다. “1호 별장이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럴 리가 없는데……”주시현은 자신의 화사한 붉은 입술을 가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약간 수긍할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자신은 도음 플랫폼에서 부잣집 오빠에게 몇 십억을 받고 큰 인기 스타가 되고 나서야 11호 별장에 들어가 살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 그런데 하현이 촌놈이 어떻게 1호 별장에 살 게 된 거지?이것은 가치가 2천억짜리 별장이다! 여기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돈 뿐 아니라 무한한 권세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하현이 무슨 자격으로 들어와 살 수 있는 것인가?원래 주시현은 하현 앞에서 도도한 백조처럼 행동했지만 이때 이 우월감들은 1호 별장에 압도되어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변승욱도 순간 놀라 입이 벌어졌다. 그는 비록 권세와 돈이 조금 있긴 했지만 이런 별장을 살 만한 형편은 아니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별장은 힘과 친분이 없으면 아무도 팔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원래 멸시하는 눈빛으로 하
이때 모두가 묻고 싶은 말을 주건국이 묻자 이소연과 주시현은 하현을 주시했다. 후지와라 미우 등 인터넷 스타들도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변승욱 조차도 조금 복잡한 기색으로 하현에게서 무슨 단서를 찾으려고 애를 썼다. 하현은 웃으며 자리에 기대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임 선생님이 저에게 이 별장을 줄 때 저는 정말 관심이 없었어요.”“근데 제가 막 대구에 와서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 지 몰라 어쩔 수 없이 받은 거예요.”“명의 이전이 아직 다 마쳐진 건 아니에요.”하현의 이 가벼운 말을 듣고 모두들 피를 토할 뻔했다. 전에는 다들 하현이 뻐기려고 한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하현이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현의 말투로 볼 때 그는 아직 이 1호 별장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심지어 입주 하자마자 사람들을 시켜 리모델링을 시킨 것이다. 이것은 하현이 식견이 넓다는 것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돈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렇게 별장을 함부로 꾸밀 수 없었을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다가 망치거나 돈이 많이 들까 두려워하지 않았겠는가?하현은 돈 몇 푼 드는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 이런 점이 납득이 되자 다들 더욱 피를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현,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주건국은 한숨을 내쉬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아저씨야 말로 최고로 잘난 체 하는 사람인 거 같네요!”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저를 위해서 그러셨다는 거 알아요.”“그러니 아저씨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았잖아요.”주건국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니야. 내가 네 아줌마처럼 색안경을 끼고 너를 너무 낮게 봤어.”“아저씨, 그만 하세요. 자, 자, 제가 별장 구경 시켜드릴 게요. 안에는 골동품들이 많이 있어요. 듣기로 다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