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______”양성호는 짜증이 났다. 이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뺨을 한대 때렸다. “아______”방금까지 허풍을 떨고 있던 사종국은 뺨을 맞고 날아갔다. 그가 막 일어서려고 할 때 양성호가 또 앞으로 다가와 뺨을 한 대 또 날렸다. “퍽______”사종국은 다시 날아올랐고 이번에 땅에 떨어졌을 때는 피를 한 모금 내뿜었고 이가 몇 개 부러졌다. 그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 차 호통을 치며 말했다. “양성호______”“퍽______”양성호는 이번에 손에 짧은 화기를 들고 사종국 옆으로 쏘더니 차갑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더 소란스럽게 굴면 죽여버릴 거야!”원래 화를 내려고 했던 사종국은 할 수 없이 뒷말을 삼켰다. 왜냐하면 그는 양종국 같은 사람은 말한 대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허튼 소리를 하면 양성호는 반드시 그를 죽일 것이다!“세상 조용한 느낌이네. 아주 좋네.”“참, 하현.”양성호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서 왕주아를 생포하라는 손짓을 했고, 담담한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전에 두 사람은 이미 한 번 싸운 적이 있어 양성호도 하현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자가 토끼를 잡으려고 해도 전력을 다해야 하기에 이때 양성호는 하현을 얕잡아 보지 않았다. 하현은 담담한 기색으로 떠나가는 양복 입은 사나이들을 막지 않고 흥미롭게 양성호를 쳐다보았다. “아이고, 완전히 망했네!”“왕주아는 정용의 손에 들어갔네.”“하현도 끝장났네!”바닥에서 얼굴을 감싸고 있던 사종국은 이때 참지 못하고 한숨을 지었다. 동시에 그는 하현을 극도로 경멸했다. 네 이놈이 방금 뻐기지 않았어? 내 비호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나?어떻게 지금 사람들이 왕주아를 잡으러 가고 있는데 가만히 내버려 두고 있는 거야?정말 찌질한 놈이네!하현은 정말 남자답지 못하다!아마 내시일 것이다! 사종국은 이때 자신이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완전히 잊은
사종국은 이 기둥서방을 극도로 경멸했다. 하현이 뒷짐을 지고 물러서 싸움 구경하는 모습을 보고 사종국은 하현에게 더욱 실망했다. 진주희와 왕주아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하현 이 기둥서방이란 놈을 마음에 들어 하다니! 이런 남자를 좋아하느니 차라니 자신이 훨씬 낫겠다! 이때 사종국의 마음은 질투와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 양성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주희를 쳐다보고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야 알겠네. 왜 외지인이 계속 정 세자와 사이가 안 좋은가 했네.”“정 세자 구역을 부쉈구나.”“정 세자의 여자를 빼앗고.”“심지어 왕화천과 김애선까지 도발하다니!”“이 모든 게 진주희가 배후에서 지시한 거군!”양성호는 자신이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느꼈다. 하현의 배후에 진주희가 있었다. 진주희는 상석에 앉기 위해 심지어 불구가 된 척까지 하며 용문 대구 지회 내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리고 최근 조남헌과 손을 잡고 조남헌이 상석에 앉도록 지원을 한 후 용문 대구 지회 내부의 대부분 젊은 자제들과 연합했다. 그녀는 왕화천만 해결하면 바로 지회장에 오를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왕화천을 가장 잘 거드는 조수는 바로 정용이다. 한 남자로 하여금 왕주아를 빼앗고 더 나아가 왕화천과 정용의 혼인 계획을 실패하게 하다니. 이것은 아마 진주희의 계획일 것이다. 양성호는 자신이 순식간에 진실을 알아차렸다고 믿었다. 그의 얼굴에는 조롱하는 빛이 드러났다. “진주희, 너 확실히 꾀가 많고 수단이 많구나.”“다만 너 이런 말 들어 본적 있어?”“절대적인 실력 앞에서는 어떤 음모나 계획도 무의미 하다는 말.”“너 이렇게 해서 왕 회장과 정 세자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웃기고 있네!”“오늘 너는 하현뿐 아니라 네 자신도 지킬 수 없을 거야!”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양성호, 너 같은 IQ로 살인자가 되다니?”“뭐가 뭔지도 제대로 구분도 못하면서
“챙챙챙______”진주희의 동작은 매우 빨랐다. 하지만 양성호의 근접전 수단도 괜찮았다. 그는 그가 들고 있던 두 자루의 화기를 냉병기로 사용했기 때문에 진주희의 공세를 막을 수 있었다. 병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졌고 간혹 공중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며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솜씨는 모두 범상치 않았고 둘 다 대구에서 유명한 인물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죽어라!”진주희는 연이은 공세가 먹히지 않자 왼손을 한 번 떨고는 숨겨 두었던 검을 휘두르며 동시에 앞쪽을 향해 휙휙 소리를 내며 나아갔다. 두 사람이 하나로 합쳐져 공세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양성호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가며 손에 든 두 자루의 화기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펑펑펑______”진주희는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이 몇 발의 공격에 연거푸 물러섰고, 비록 그녀가 가까스로 막아내긴 했지만 엄청난 충격으로 그녀의 몸은 불안정했다. 하현은 여유로운 얼굴로 뒷짐을 지고 진주희가 질까 봐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사종국은 하현을 향해 경멸의 마음이 가득 찼다. 자기 여자를 걱정하지도 않다니. 하현은 정말 양심이 조금도 없다. “펑펑펑______”양성호는 간격을 두고 다시 총을 쏘았는데 이번에는 머리를 써서 직접 쏘지 않고 총을 휘두르는 방식을 썼다. 각 총알의 각도는 예리하고 매서워 진주희의 필수 수비 지점을 공격했다. “펑펑펑______”양성호는 탄약을 바꾸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는 일단 완전히 거리를 두고 그의 손에 있는 화기를 교체했다. 그는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주희는 전력을 다해 대부분의 총알을 막았지만 결국 몇 군데 방비가 깨져 그녀는 어깨에 찰과상을 입었다. 치명적이지는 않았지만 피가 흘렀다. 사종국은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주희 완전히 망했네!”모든 것이 사종국의 예상대로 되었다
하현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고 이번 동작은 방금 동작보다 조금 더 느렸다. 피범벅이 된 양성호는 벌떡 일어나 호통을 치며 말했다. “하씨, 너……”“퍽!”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양성호의 몸이 다시 날아 올랐고, 이번에는 벽에 머리를 박아 구멍이 뚫려 온몸에 경련이 일었다. 진주희는 눈을 반짝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해했어요. 도련님, 이해가 됐어요!” 뭐……뭐지!?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종국은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하현이 어떻게 이런 속도를 낼 수가 있지?”“뺨 한 대로 양성호를 날린 거야?”“양성호가 피하지조차 못하다니?”이때 사종국은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성호가 한 번 날아간 거라면 우연이었겠지만 세 번을 날아갔으니 이것은 필연이었다. 바닥에서 비명을 지르던 양복 입은 사나이들은 하나같이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름을 날린 양성호가 하현 앞에서 이렇게 한 수도 막아내지 못했다고는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걱정이 극에 달했던 왕주아는 이 광경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현의 대단한 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현!”양성호는 가까스로 몸부림을 치며 벽에서 몸을 빼냈고 처절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며 놀라며 분노했다. “네가 감히 내 뺨을 때려?”“네가 뜻밖에도 감히 내 뺨을 때리다니!?”“내가 칼로 베어버리겠어!”이때 양성호는 이미 이성을 잃었고 갑자기 돌진해왔다. 하현은 이번에는 손을 쓰지 않고 진주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해를 했으니 네가 한 번 해 볼래?”진주희는 소매 속의 검을 거둬들이고 하현에게 배운 동작을 따라 한 걸음 내딛고는 뺨을 날렸다. “퍽!”돌진해 오던 양성호는 이번에 공중에서 360도 회전을 한 후에야 떨어졌다. 진주희의 힘은 하현과는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약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퉤!”양성호는 핏물을 토해내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하씨, 사내 대장부는 차라리 죽더라도 모욕을 당할 수는 없어!”“날 죽여!”“난 굴복하지 않을 거야.”“좋아.”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성호의 왼쪽 손목을 밟았다. ‘털컥’하는 소리와 함께 양성호는 비명을 질렀고 안색은 창백함이 극에 달했다. 그는 총잡이로 손에 의지해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지금 하현에게 왼손이 부러졌으니 반은 폐기가 된 셈이었다. “어떻게? 지금 말할 생각이 들었어?”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현, 네가 배짱이 있으면 날 죽여 봐. 나한테 이렇게 무슨 영웅호걸이라고. 너는……”“털컥______”양성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은 이미 그의 오른손을 밟아 부러뜨렸다. 고통스러워하며 울부짖는 양성호를 보며 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지하실로 데리고 가. 천천히 심문하면 그가 우리에게 협조할 거야.”“그리고 이 곳은 사람을 불러서 수리해.”하현은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간신히 별장을 가지게 되었는데 결국 매일 사람들이 와서 때리고 부수니 다시 보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진주희는 업무 처리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한편으로 그녀는 직접 양성호를 심문하러 갔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녀의 심복들은 현장을 치우기 시작했고, 그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도 모두 끌려가 처리되었다. 난장판이었던 현장을 다 치우고 목욕을 한 뒤 하현은 다시 배달 음식을 몇 개 주문했다. 왕주아에게 배달한 음식을 나눠준 뒤에야 하현은 음식을 들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형님, 한 입 드실래요?”사종국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방금 전의 하현의 수법이 떠오르자 그는 온몸이 오싹해졌다. “죄송합니다!”이때 사종국은 더 이상 청허 도관의 제자인 것을 자랑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비굴함이 극에 달했다. “하 도련님, 제가 눈이 있었음에도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네요!”“큰 소리를 쳤습니다!”“
하현은 상황이 발전함에 따라서 왕화천과 정용이 더 미쳐버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 두 사람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는 한 주아는 위험해 처할 것이다. 자신은 또 일을 하러 나가야 하고 진주희도 자신의 임무가 있었다. 이때 주변에 확실히 왕주아를 지켜줄 사람이 부족했다. 사종국은 비록 실력은 보통이었지만 적어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나았다.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구조를 요청할 능력은 있지 않겠는가?사종국은 안색이 변하더니 잠시 후 말했다. “하 도련님, 제가 남아 있겠다고 약속드릴 수는 있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말해봐.”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방금 진주희에게 전해준 수법을 저에게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사종국은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하현은 방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뺨을 날렸다.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부수지 못할 것이 없는 천하 무술이어도 속도는 당해낼 수 없다는 말이 실제로 발휘되었다. 그는 정말 배우고 싶었다. 하현은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네가 남아서 주아를 지켜주기만 한다면 이 수법을 전수해주지.”“하지만 천천히 가르쳐 줄 시간은 없어. 진주희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봐. 진주희가 이미 깨달았으니까.”“네!”사종국은 감히 하현에게 직접 가르쳐 달라고 강요하지 못했다. 사실 하현이 이 조건을 수락한 것은 그에게 있어서 뜻밖의 기쁨이었다. 왕주아의 일을 처리하고 몇 마디 말로 그녀를 위로한 후 하현은 지하실로 갔다. 원래 헬스장으로 쓰던 지하실이 지금은 취조실로 바뀌었다. 진주희는 이런 방면에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반나절이 되도록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폐인이 된 양성호는 원망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다가 다시 안정을 되찾았고 이미 운명을 받아들였다. “아무 말도 안 할 거야?”하현은 흥미로운 듯 입을 열었다. 진주희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하 도련님, 부하들이 무능합니다
하현의 질문을 듣고 있자니 양성호의 안색이 변하고 또 변했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은 더없이 무거워졌다. “하현, 너 도대체 누구야?”“너 왜 이렇게 용문과 정 세자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거야?”“이 일들이 너랑 관련이 있는 거야?”원래 양성호가 보기에 하현은 시시비비를 가릴 줄 모르고 정용을 질투해 그저 다투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하현의 목적은 분명했다. 그는 용문을 겨냥해 온 것이다. 심지어 정용과 왕화천 두 사람이 하현을 알아보지 못했을 때 그들은 이미 하현의 눈에 들어있었다. “내가 누군지는 꼬치꼬치 캐묻지 마.”“네가 알아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너는 내가 알고 싶어하는 것만 알려주면 돼.”“참,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섬나라 신당류에도 관심이 많아. 만약 네가 신당류에 대한 정보를 나한테 줄 수 있다면 아마 너를 살려줄지도 몰라.”‘섬나라 신당류’라는 여섯 글자를 듣고 양성호의 안색은 갈수록 안 좋아졌다. 그도 똑똑한 사람이라 이때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말했다. “알겠다!”“너 임복원 부부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그러는 구나!”“정호준도 네가 죽였지?”“네가 벨라루스에 가서 종민우를 건드린 것도 일부러 그런 거고!”한 가지 문제를 이해한 후 양성호는 순간 문제의 핵심을 발견했다.하현은 양성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반문하며 말했다. “그럼 임복원 부부의 경우도 섬나라 신당류와 관련이 있는 거야?”“섬나라 신당류가 정용과도 관계가 있는 거고?”“내가 추측한 게 맞지?”양성호는 안색이 변했지만 이때 그는 여전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 도령, 나는 도대체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어떤 신분인지도 모르겠고!”“뭘 하고 싶어하는 지는 더더욱 모르겠어!”“하지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섬나라 신당류의 일과 정 세자의 일 모두 수심이 더없이 깊다는 거야!”“네가 어떤 신분이든 알 자격이 없어!”“내가 조언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정용의 1호 킬러잖아.”“근데 문제는 네가 그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거야. 너는 단지 그의 돈에게만 충성할 뿐이야.”“너 같은 사람은 언제든지 무사히 물러날 수 있도록 분명 몇 가지 수는 남겨뒀을 거야. 내가 알고 싶어하는 이런 일들이 숨겨져 있었다 하더라도 너의 신분으로는 대개 다 알고 있을 거야.” “하현, 생각을 너무 많이 했네.”양성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뭔가를 파악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런 것들은 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야. 정말 중요한 것은 정 세자가 나에게 알려 줄 리가 없잖아.”“그러니 나 때문에 시간낭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네.”하현은 웃었다. “그래? 그럼 우리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한 가지만 물을게. 만약 네가 죽으면 네 아내와 네 가족은 어떻게 될까?”“네가 해외에 계좌를 가지고 있고 안에는 그들이 수 백 년 동안 써도 다 쓰지 못할 만큼 충분한 돈이 있다고 나한테 말해줄 필요 없어.” “지금 이 계좌는 이미 없어졌으니까.”말을 마치고 하현은 핸드폰에서 캡처한 사진을 열어 양성호에게 보여주었다. 양성호의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캡처한 계좌 번호는 더없이 익숙한 번호였다. 바로 그가 해외에서 개설한 계좌번호였다. 하현이 계좌 번호를 얻었으니 그의 능력으로 자신의 계좌를 지금부터 동결시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디 두려워 할 수 있겠는가? 양성호는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나는 죽을 사람인데 네가 내 계좌 번호를 동결하면 또 뭐 어때? 어차피 쓸 수도 없을 텐데.”“그래? 그럼 그들은 쓸모가 있을까?”하현은 또 한 장의 캡처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별장에서 한 백인 여성과 어린 소녀가 놀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영구한 중립국은 안전하지만 집에서 사람이 죽으면 현지 경찰서에서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