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수정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입을 열었다. “기찬 씨, 너무 하시네요.”“안수정 씨…” 기찬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설은아 하나도 그의 눈에 차지 않았고, 심지어 설씨 집안 전체도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안씨 집안은 달랐다. 안씨 집안은 수도권 도시 내에서도 상위권 집안이었다. 지금 수정이 입을 열었는데 기찬이 체면을 안 세워주는 것은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이 생각을 하자, 기찬은 웃으며 말했다. “수정 씨께서 말씀하셨으니 저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했으면 좋겠네요. 어떤 것을 가질 수 있고, 어떤 것을 가질 수 없는지 알아야죠. 분수에 맞지 않은 것을 품었다가 도리어 화를 입게 된다는 옛말로도 부족한가요?”말을 끝마치자, 기찬은 깊은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고 뒤돌아서서 떠났다. 어차피 가 하현의 손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면, 도로 가져오는 것은 쉬운 일 아닌가?기찬의 눈빛을 보자, 하현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기찬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현은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남이라는 이 땅에서, 그는 기찬이 함부로 행동할까 봐 두렵지 않았다.그렇지만 문제는 은아다…여기까지 생각하자, 하현은 핸드폰을 들어 슬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기찬이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이쪽에서는 시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수정 씨, 왜 이 변태 대신 용서를 구했나요? 이 자식이 구씨 집안에게 죄를 짓게 내버려 둬요. 어차피 사리 분별을 할 줄 모르는데, 알아서 후폭풍을 감당하게 해요!”수정은 시훈을 쓱 훑더니, 갑자기 이 남자의 마음이 너무 옹졸하다고 느껴졌다. 하현이 그에게 별다른 행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계속해서 하현을 몰아가 보는 사람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수정은 시훈을 신경 쓰지 않고 하현 곁으로 가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하현 씨, 구씨 집안을 건드리지 마세요. 의 역사는 비범해서 보통 사람, 또는 일반적인 집안
이 시각, 은아, 수정과 슬기 세 절세 미녀가 하현 곁으로 모여들어 그가 모든 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얼마나 많은 남자가 그를 질투하고 미워했는지 모른다.슬기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달리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하현을 주시하며 말했다. “하현 씨, 제가 당신 손에 있는 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혹시 저에게 파실 의향이 있을까요?”슬기의 말에 현장이 조용해졌다. 몇 초 후, 많은 사람이 차가운 한숨을 들이마셨다.만약 구씨 집안이 강남의 거물이라면, 하씨 집안은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하씨 집안을 대표할 수 있는 이 여자가 이런 말을 했는데, 이 데릴사위가 감히 거절한다면 나중에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를 것이다.많은 사람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모두 이 녀석이 어떻게 할지 보고 싶었다.하현은 흥미진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슬기 씨가 어떤 가격을 제시하실 건가요?”“아무 가격이요. 말씀만 해주신다면 저희가 다 지불하겠습니다. 저희 대표님께서 이 그림에 관심이 매우 많으세요.” 슬기가 대표님 세 글자를 말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차가운 한숨을 들이쉬었다.하엔 그룹의 신임 대표는 아주 신비스럽고 조용히 지내는데, 과연 패기가 넘쳤다.맞은 편에 슬기가 있었기에 은아는 조금 긴장했다. 그녀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오히려 세리가 홀딱 반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내 미래의 남편은 역시 박력 있어, 비서까지 이렇게 카리스마가 있다니! 너무 존경스러워!”본래 차가운 낯빛을 띠던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몸을 휘청일 뻔했다. 세리도 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 이런 말까지 내뱉다니, 슬기가 자신을 목 졸라 죽일까 봐 무섭지 않나!한편, 동하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하현을 바라보았다. 현장에서 아마 유일하게 나동하 이 외부인이 하현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하현의 행동을 조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화 같은 똑똑한 사람은 하현이랑 친해지는 것도 급한데 어
옆에 있던 은아의 작은 몸이 살짝 떨렸다. 은아는 하현이 돈을 받길 거부하고 영원한 별로 맞바꿀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만약 가격을 제시하라고 하면, 몇 백억 원을 받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 하지만 이 남자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은이 자신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일지라도 그는 자신을 생각하고 자신이 행복하기를 바랐다.이런 생각을 하자, 은아는 곁에 있던 하현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묘한 감정이 피어났다.“슬기 씨, 제안을 수락하시면 안 돼요! 이 그림은 진품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옆에 있던 진우가 난데없이 입을 열었다.뭐라고?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한 거지? 현장의 수많은 시선이 순식간에 그에게 집중되었다.슬기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어이없어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이 녀석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지금 대표님이랑 얼마나 신나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뭘 하려는 거지?슬기는 할 말을 잃었지만, 연기는 완벽하게 해야 하니 그래도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요?”진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슬기 씨, 하현은 배운 것도 없는 데릴사위일 뿐입니다. 구구절절 이 그림이 진짜라고 말했다고 그걸 믿어요?”슬기는 웃으며 말했다. “왜 믿으면 안 되나요? 아까 안 씨 어르신께서도 이 그림은 진품이라고 이미 확인하지 않으셨나요?”“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안 씨 어르신께서는 핸드폰 너머로 감정하셨습니다.” 비록 진우는 이 이유가 말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게다가, 진짜 의 가치는 백억 원을 넘는다는 걸 인간이라면 다 압니다. 그런데 그걸 다이아 반지인 영원한 별과 맞바꾸는 것은 분명 손해 보는 일입니다. 만약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었다면, 이 거지가 그걸 교환하려고 꺼내 들었을까요?”다른 이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수정은 냉랭하게 말했다. “거기 서 씨, 우리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은 다 다시 주워 담을 수
하현의 눈앞이 반짝였다. 3년 동안 서재에서 잤는데, 드디어 침실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지금 그는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하현은 이전에 했던 이혼에 관한 생각들을 일찌감치 저 하늘 위로 던져버렸다.옆에 있던 진우는 보면서 이를 악물었고 참을 수 없어 세리를 째려보았다.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냉랭하게 말했다. “은아야, 절대 저 사람한테 속지 마. 그 놈은 그냥 머저리야,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그저 운이 좋아서 만 원으로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그림 한 폭을 낙찰 받았을 뿐이야, 절대 저놈의 선물을 받아서는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하엔이 그림이 가짜라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땐…”“퍽!”세리가 아직 말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 슬기는 하이힐을 신은 채 걸어가 그녀에게 따귀를 날렸다.“당신… 당신… 당신…” 세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반나절 동안 한마디도 못 했다.“저 뭐요?” 슬기는 싸늘한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들이 사적으로 무슨 사이이든 상관 안 해요. 당신이 농담을 한 것이든, 조롱한 것이든 그것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하엔의 명성을 모욕하는 자는 용납하지 않아요. 우리 하엔은 거래할 때 바른 도리를 중요시합니다. 이 그림이 진짜이든 가짜이든, 그것 역시 우리가 승인한 거래입니다! 언제 당신 같은 오지랖이 우리 하엔의 일에 쓸데없는 참견을 할 수 있게 된 겁니까!”세리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슬기의 카리스마가 매우 강해 절대 세리가 대항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슬기는 그저 눈빛 하나로 그녀가 바들바들 온몸을 떨도록 충격을 주었고, 그녀는 더 이상 말할 용기가 하나도 없었다.지금 세리는 슬기가 바로 이전에 페라리를 몰던 여자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안 그랬으면, 세리는 아마도 깜짝 놀라 바지에 오줌이 샜을 것이다.“그리고 한마디 더 경고하는데요, 한 번 더 당신에게서 자기가 무슨 대표님 미래의 아내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두고 보세요. 그때 돼서, 내가 당신을 처참하게 죽
“쯧쯧쯧, 하현 씨,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요?” 진우는 피식 웃었다. “당신이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슬기 씨를 부르지 그래요? 운전하게 해서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해보시든가요?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 앞에 무릎 꿇을게요!”말을 하던 중, 슬기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빠르게 이곳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 씨, 당신이 우리와 를 맞바꾼 일을 저희 대표님께서도 이제 아십니다. 특별히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이번에는 저희 하엔 그룹이 이득을 봤다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설은아 씨가 이전에 받으러 오신 투자를 저희가 승인했습니다. 내일 설은아 씨가 오셔서 서명만 하시면 됩니다.” 말을 끝마치고 슬기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하현 씨께서 괜찮으시다면 제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아까 저와 거래도 하셨으니, 저희 하엔이 책임지고 하현 씨를 집으로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네, 그럼 사양하지 않고 이 비서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현은 웃으며 진우를 쓱 훑어보았다.뭐? 슬기 씨가 선뜻 태워다 준다고 했다고? 하엔 그룹 대표가 하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빌어먹을 기사회생했다고?이 순간, 진우의 머릿속에 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이 데릴사위는 어쩜 매번 운이 이렇게나 좋을까? 말이 안 된다!“서 대표님, 아까 하신 말씀 기억하세요? 지금 무릎 꿇을 준비되셨나요? 아니면 며칠 더 기다렸다가 무릎 꿇으실래요?” 하현이 웃을락 말락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당신…” 진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곧이어 그는 뒤돌아서 가버렸다. “하현 씨, 자신만만해하지 말아요,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세리는 이 광경을 보더니 잠깐 망설이다가 빠르게 뒤따라갔다.한편, 은아는 지금 진우를 신경 쓸 겨를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진우와 만난 제일 큰 이유는 하엔 그룹의 고위층과 만나서 투자를 받고
수정의 가녀린 몸이 떨고 있는 것을 보자, 하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수정 씨, 제발 그러지 마세요. 남들이 보면 제가 당신한테 끼 부리고 있는 줄 알겠어요.나는 아내가 있는 사람이에요, 정말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요!하현은 아직 입을 열지도 못했는데, 수정이 먼저 이를 악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듣… 듣기로는… 당신 아내와 결혼한 지 3년이나 됐지만… 그것도 해본 적이 없고, 손도 잡아보지 않았다고… 진짜인가요?”“그것 뭐요?”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수정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제 말은, 부부간의 그런 일….”하현은 점점 어처구니가 없었다. 당신 같이 눈이 초롱초롱하고 순진해 보이는 작은 아가씨가 큰 눈을 깜빡이면서 그런 질문을 하면, 나는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른다고!하지만 수정이 계속 빤히 쳐다보자, 하현도 조금 체념한 채 결국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 틀린 건 아니에요…”“좋네요!” 수정이 작게 말했다.“네?” 하현은 우울해 보였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알아서 좋아할 건 또 뭔데. 아가씨, 그러지 말아 줄래요.“그… 우리 할아버지가 오시면, 미리 연락드릴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시면 같이 식사해요. 거절하시는 건 아니죠?” 이 순간, 수정은 얼굴이 환해졌고, 얼음 공주의 부담감은 어디로 던져버려졌는지 모른다.하현은 고민하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안씨 집안은 강남에서 매우 힘이 있었는데, 특히 흥섭은 알고 지낼 가치가 있는 사람이어서 하현은 당연히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방해하지 않고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수정은 모기 같은 목소리로 마지막 세 글자를 뱉어낸 후 재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하현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이게 뭐라고? 만약 그것을 할 때, 그녀가 아빠라고 부른다면… 하현은 힘차게 몸을 털었다. 목숨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으니, 허튼 생각을 하면 안 된다.제
“엄마.” 은아는 부드럽게 말했다. “괜한 소리 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하현이 노력한 거예요. 게다가 이 비서님 라인을 타게 되어서, 우리는 하엔 그룹의 투자를 받게 되었어요.”“진짜?” 희정은 매우 기뻐 보였다. 그녀는 이전까지만 해도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희정은 하현을 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어요 엄마, 이제 쉬자고요. 내일 아침 일찍 하엔 그룹에 갔다 와야 하니까, 나머지는 이 일이 잘 처리된 후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 은아가 말했다.“알았어, 급한 일이 우선이지.” 희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하현을 째려보며 말했다. “며칠간 바닥 청소를 안 했으니, 얼른 가서 깨끗이 쓸어. 허구한 날 싸돌아다니기만 하고, 여기를 집으로 생각하고는 있니?”“네, 알겠습니다.” 하현은 희정의 태도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고, 그녀와 따지지도 않았다. 어차피 3년 동안 이 집안일들을 도맡아왔으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은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묵묵히 하현을 바라보더니 샤워하러 갔다.30분 후, 바닥을 쓸고 있던 하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바로 은아였다.“여보세요? 하현, 뭐해? 아직 바닥 청소하고 있어? 안 피곤해?” 은아는 잠시 망설였다. “피곤하면 여기로 오지 않을래? 나…”결국 은아가 말을 다 하지도 않았는데, 하현이 먼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 나 안 피곤해…”이 일곱 글자를 말하고 난 뒤, 하현은 멍하니 있었다. 정신 차렸을 때, 그는 후회되어서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를 정도였다. 이 순간 하현은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 스스로 뺨을 때렸고, 마음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 기회를 그냥 이렇게 날려버리다니!은아가 또 어느 세월에 이렇게 먼저 입을 열지는 알 수가 없었다.“은아야, 지금 내가 피곤하다고 말하면, 쉬러 갈 수 있을까?” 하현은 즉시 결단을 내려 뻔뻔하게 물었다.“꺼져!” 은아의 목소리는 매우 차가웠고, 전화가 뚝 끊김과
친척들의 태도를 보자, 은아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현장을 쓱 훑어본 후에야 냉랭하게 말했다. “이건 제 남편이 저한테 선물해준 반지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반지는 팔지 않을 겁니다…”“설은아! 어쩜 양심이 하나도 없니!”“설마 눈 시퍼렇게 뜨고 우리 설씨 집안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니?”“네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일 줄이야. 우리 설씨 집안이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 세월이 아깝다!”주위에 있던 설씨 집안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만약 은아가 슬기에게 반지를 주도록 압박할 수 있다면, 설씨 집안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아내한테 자기 반지를 남에게 주라니요? 본인들의 집이나 남에게 선물하지 그래요? 오히려 하엔 그룹에게 집을 선물하면, 그들이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네요.” 이때, 홀 문이 철컥하고 열리더니 누군가가 느긋하게 걸어 들어왔다.모두 시선을 돌리자,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워졌다.민혁은 욕을 퍼부었다. “하현, 당신 같은 머저리가 무슨 자격으로 여길 와요? 이번에는 아무도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요!”“내 아내가 프로젝트 매니저 자리를 맡게 되는 순간을 기다리려고 왔어, 안 돼?” 하현은 어깨를 으쓱였다.“프로젝트 매니저?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두 사람은 당장 나가세요! 자기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민혁이 냉소를 지었다.“그만!” 상석에 앉아있던 설 씨 어르신이 테이블을 탁 쳤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시끄럽게 싸우기나 하고. 은아야, 지금 무슨 상황인지 말해보거라.”“투자 안건은 제가 이미 처리했습니다.” 하현이 온 걸 보자, 은아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자신감이 생겨 덤덤하게 말했다. “하엔 그룹이 우리에게 500억 원을 투자해준다고 했습니다.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모두 이렇게 열정적일지 예상치도 못했네요. 말할 기회가 없었습니다.”“누… 누나가 해결했다고?” 민혁이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을 내비쳤다. 은아가 최근 몇 번 갔을 때도 매번 문전박대 당했다
진홍민이 적반하장의 자세를 보이자 하현은 그녀를 상대하기조차 싫어졌다.하지만 진홍민은 여전히 기고만장한 모습으로 하현을 문밖으로 내쫓을 태세를 보였다.그때 황보동이 황급히 그녀를 가로막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홍민아, 진정해. 함부로 이러지 마!”황보정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언니, 나 괜찮아.”“괜찮다니?”“마침 내가 왔기에 망정이지 내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은 목숨이 되었을 거야!”진홍민은 거만한 얼굴로 황보동의 손을 뿌리치며 하현 앞으로 걸어갔다.뺨이라도 한 대 때릴 듯 그녀의 행보는 거셌다.“개자식! 지난번 일은 아직 계산도 안 했어!”“우리 오빠의 일을 다 망쳐 놓고 이제는 감히 내 사촌동생한테까지 손을 쓰려고 해?”“흥! 사는 게 귀찮아?”“퍽!”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민효가 갑자기 한 발짝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진홍민을 후려갈겼다.“하현한테 이 무슨 무례한 짓이야! 죽고 싶어?”간민효의 노기 어린 말투와 간 씨 가문이라는 신분에 진홍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간민효를 잘 알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방금 진홍민의 관심은 온통 하현에게 쏠려 있어서 옆에 있던 간민효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다.간민효가 왜 거기에 있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 거친 숨을 씩씩거렸지만 진홍민은 감히 간민효에게 뭐라고 대거리를 할 수가 없었다.진홍민은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이모할아버지, 보셨죠?”“감히 내가 한마디했다고 사람을 때리다니!”“이런 사람을 가만히 두면 안 되잖아요?!”지금 진홍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초조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게 아니다.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만약 정말로 하현이 황보정의 문제를 해결한다면?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눈독을 들이던 집을 엄한 놈이 차지하면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현이 정말로 이백억 집을
간민효 일행은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회랑에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 중 무도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선두에 서 있는 것이 하현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체구가 약간 왜소했지만 얼굴에는 자신만만함이 가득 묻어났다.자세히 보니 그의 생김새가 장천중과 비슷했다.황보동을 본 젊은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황보대사님, 안녕하세요.”다만 인사를 하는 그의 표정에는 오만한 기운이 가득 풍겼다.“진홍민, 만세당 사람들을 데려왔구만?”황보동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젊은 남자를 잠시 위아래로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당신이 장 대사의 손자, 장용호인가?”장용호는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황보대사님, 기억력이 아주 좋으십니다. 그저 몇 년 전에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절 기억하시다니요!”그러자 진홍민이 희미한 미소를 내걸며 입을 열었다.“이모할아버지, 장용호는 정말 좋은 친구예요!”“그는 풍수지리로는 금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예요!”“무엇보다 최근 내공이 훨씬 더 강하고 깊어졌어요!”“내가 정이를 생각해서 특별히 모셔온 사람이라고요.”여기까지 말한 진홍민의 눈동자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이 친구한테 정이를 한번 보라고 해 보세요. 어차피 지금은 다른 방법도 없잖아요?”황보동은 오만한 미소로 당당하게 서 있는 장용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자네 할아버지가 이미 손을 써 보았다네.”“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더는 어떻게 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네.”“그리고 자네, 할아버지의 재주를 90% 이상을 전수받았다고 해도 아마 내 손녀를 치료할 수는 없을 거야.”황보동은 자신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이미 하 대사를 불렀거든.”“하 대사가 나서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야.”황보동은 분명 만세당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금정 제일의 풍수사라 불리는 장천중은 아무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우리 집을 산다고요?”황보정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에요?”황보동은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바로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아무리 총명한 황보정이라고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반신반의하던 그녀는 하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숨결과 목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 이 젊은 남자가 할아버지를 제압한 풍수대사라고?무슨 그런 농담을?!하지만 황보정은 평소 도도한 할아버지의 성품으로 봤을 때 하현이 정말 능력이 뛰어나지 않았더라면 절대 할아버지의 눈에 들었을 리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스치자 황보정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하현은 더 이상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하현이라고 합니다.”황보정은 하현에게 말했다.“하 대사님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다만 하 대사님은 절대 부담 가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저는 천기를 누설해서 이런 벌을 받았어요.”황보정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천기누설? 그래서 벌을 받았다고요?”하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부담 느끼지 않으니까요.”황보정은 잠시 할 말을 잃은 듯 뜸을 들였다가 입을 열었다.“하현, 그게 무슨 뜻이에요?”하현은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내 말은 이건 업보나 벌이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황보동은 하현의 말을 듣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하 대사, 정말 할 수 있겠는가?’예전 같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심지어 무당이 아닌가 의심했을 것이다.국내외 내로라하는 대사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결과는 처참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다.그런데 하현에게 방법이 있다고?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하지만 하현이 조금 전까지 보인 행동으로
집복당 후원과 앞뜰을 잇는 긴 회랑.회랑 양옆에는 연못이 있었고 연꽃 사이를 숨바꼭질하는 금붕어들이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었다.이곳은 비록 오래되었지만 유명한 정원과도 맞먹는 유려한 풍광과 격조가 느껴졌다.아름드리나무가 테두리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고 연못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고즈넉한 정자, 단단한 선비의 기상이 넘치는 바위 정원, 그 사이를 유유히 유람하는 맑고 고요한 물줄기.더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상쾌하고 서늘한 바람이 일렁거려서 무릉도원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가운데 있는 정자에는 흰색 긴 치마를 입고 단정하게 하나로 머리를 묶은 화장기 없는 여자가 있었다.그녀는 손에 나침반을 들고 있었는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그녀의 곁에는 오래된 죽간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촉감으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칼로 빼곡하게 글자를 새겨 놓았다.눈이 멀고 온몸에 힘이 빠져도 글과 그림을 향한 열정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은 것 같았다.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하현의 눈에서는 절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랐다.요즘 젊은 여자들 대부분은 겉모습을 꾸미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서 미인이란 미인은 도처에 널렸다.하지만 이렇게 기품 있고 우아한 여자는 찾기 어렵다.“할아버지, 정말 우리 집복당을 팔 생각이세요?”발자국 소리를 들은 듯 뭔가를 눈치챈 황보정이 한숨을 내쉬며 어두운 표정을 말했다.“저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천기를 누설한 업보로 이렇게 된 거라고 말했잖아요?”“조상님들이 물러주신 이 집복당을 판다고 해도 내 병을 고쳐줄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다 헛수고라고요.”“그러니까 할아버지, 나중에 죽어서 조상님 뵐 낯도 없어서 전전긍긍하시지 말고 이쯤에서 그만두세요. 제발 부탁이에요.”황보정은 글과 그림에 대한 열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가장 중요한 착한 마음씨와 효를 심성에 장착하고 있었다.그래서 하현은 그녀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정아, 넌 내 하나밖에
하현의 몇 마디에 모든 문제가 줄줄이 해결되었다.손님들은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서 하현이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들이 믿고 떠받들던 황보동은 한켠에 방치되었다.하현은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등을 빠른 속도로 설명하며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책까지 한 번에 술술 늘어놓았다.다들 놀란 표정으로 하현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고 문제가 해결되자 감격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놀라운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하현이 붉은 주사 광물을 가지고 각종 부적을 그려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이웃들은 모두 집복당에 젊은 신선이 왔다고 말하며 달려 나갔다.심지어 일부 아줌마들은 자기 딸이 몇 년 동안 시집도 못 가는 일까지 하현에게 도움을 청하고 나섰다.하현은 한 명 한 명 침착하게 대응하면서 많은 의견과 해결책들을 제시했다.즉석에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당사자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소위 풍수지리사들이 대부분 이와 같은 일을 한다.이 과정에서 황보동은 옆에서 하현이 하는 말을 잠자코 듣고 있었다.그는 들으면 들을수록 표정이 엄숙하고 경건해졌다.하현이 하는 말들은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서로 다 알고 지내는 이웃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평소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누구보다 황보동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침착하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황보동의 눈빛은 어느새 그에 대한 경의로 가득 찼다.황보동의 기억 속에 그가 이런 광경을 본 적은 어린 시절뿐이었던 것 같았다.그래서 하현의 모습을 보자 황보동은 아련한 설렘마저 느끼게 되었다.결국 황보동은 자발적으로 책상 옆으로 가서 하현의 조수로 변신해 부적 그리는 것을 도왔다.“하 대사, 당신이 진정한 대사일세!”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에야 황보동은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인사했다.“자네는 나를 훨씬 능가하는 재주를 가졌어!”“자네가 이 집복당을 이어간다면 그건 모든 사람들이 복을 얻는 것과 같아!”그의 인생에서 가
하현의 말을 들은 황보동은 미간에 깊게 팬 주름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하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유심히 보려는 것이 분명했다.하현은 아줌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아주머니, 앞으로 옷을 입을 때 주의해야 합니다.”“티셔츠를 거꾸로 돌려서 입으면 계속 목을 조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숨쉬기도 힘들고 잠도 푹 잘 수 없습니다!”“그것만 주의하면 십중팔구는 아무 어려움 없이 푹 잘 수 있을 거예요.”“물론 계란은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하현의 말을 듣고 온 장내가 정적에 휩싸였다.모두 어리둥절해져서 아무 말도 못 하다가 잠시 후 엷은 미소가 얼굴에 번지기 시작했다.가만히 눈을 들어 아줌마를 보니 역시나 옷을 거꾸로 입고 있었던 것이다.이렇게 목을 조르고 있으니 당연히 호흡이 곤란해지고 밤에 잠도 잘 수 없었을 것이다.황보동은 이 아줌마보다 하현이 더욱 궁금해졌다.황보동은 일단 아줌마에게 부적을 써서 건네주었고 이윽고 두 번째 손님이 다가왔다.두 번째 손님은 팔십이 넘은 노인이었는데 머리가 좀 헝클어져 있었고 미간에 약간 거뭇거뭇한 빛이 돌았다.몸에는 약취가 풍겨서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황보동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나침반을 꺼내 잠시 바라본 뒤 담담한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자네, 이분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말해 보게.”하현은 노인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 노인은 아마 며칠 전에 외출할 때 개똥을 밟았고 실수로 또 시궁창에 빠졌을 겁니다.”“그로부터 며칠 동안 운이 없게도 외출할 때마다 크고 작은 재해를 입었습니다.”“물만 마셔도 이가 시릴 지경일 겁니다.”“요즘 아주 운이 나쁜 일 연속이었을 거예요.”“해결책은 간단합니다.”“집으로 돌아가 목욕재계하고 사흘 밤낮으로 쉬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그리고 앞으로 외출할 때는 하늘만 쳐다보지 마세요.”“척추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를 찾아가 물리치료를 해야 합니다. 하늘만 쳐다본다고 병이
”제가 사기꾼일까 봐 집복당의 이름을 빌려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셨던 거죠.”“그래서 이천억이란 금액을 불러 절 놀래켰고요.”“만약 제가 이천억을 낼 수 있다고 한다면 돈이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가 되니 안심할 수 있는 거죠.”“만약 제가 이천억을 낼 수 없다면 대사님의 손녀를 구하려고 할 테고요. 혹시라도 제가 구한다면 풍수지리에 조예가 깊다는 얘기가 되니 집복당의 새 주인이 되어도 걱정할 일이 없는 거죠.”“한마디로 황보대사님이 매우 고심하고 계시다는 뜻이고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결국 대사님 같은 분은 스스로 최소한의 지켜야 할 도리 같은 게 있는 겁니다. 돈 때문에 그 도리를 저버릴 수는 없었던 거죠.”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황보동을 바라보았다.풍수를 보러 온 십여 명의 손님들이 하현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어쩐지 평소 붙임성 좋고 환하게 사람들을 대하던 황보대사가 이상하리만큼 싸늘하게 대하더라니, 이런 이유가 있었던 거로군!하현의 말을 듣고 황보대사의 의도를 간파한 간민효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미소를 떠올렸다.그녀도 분명 황보동의 인품을 믿고 싶었던 게 틀림없었다.“이보게.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도 능력이지만 풍수지리사는 입만 번지르르하다고 되는 게 아니야. 진짜 실력이 좋아야 하는 거야.”“만약 자네가 입만 번지르르한 사기꾼이라면 남을 살리고 도와주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고 그 입 조심하지 않으면 목숨도 잃을 수가 있어.”황보동은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내 일 방해하지 말고 어서 썩 꺼져!”말을 하면서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나침반을 내려놓고 붉은 종이를 꺼내 부적을 쓰려고 했다.“제 추측이 맞다면...”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대사님은 이 아줌마가 악습에 깊이 마음을 다쳤다고 판단해 이 부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 차분하게 마음을 진정시키라고 할 겁니다.”나침반을 든 황보동의 손이 살짝 흔들렸다.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하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현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지만 황보동은 냉담한 눈빛으로 얼굴도 들지 않고 매몰차게 말했다.“우리 집복당은 시장에서 파는 허드레 물건이 아니야. 이천억! 다른 가격으로는 안 팔아!”“어때? 살 거야? 말 거야?”차갑고 매마른 말투였다.하현은 눈동자를 살짝 움츠렸다.상대는 분명 뭔가 못마땅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간민효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황보대사님, 우리 장사꾼들은 신용을 중시합니다.”“정직이 천하를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제 기억이 맞다면 어제 분명 이백억에 하기로 한 것 같은데요?”“왜 갑자기 이천억이 된 거죠?”“전 이미 유명한 부동산 전문가를 고용해 이곳에 대한 평가를 꼼꼼히 진행했어요.”“이곳은 많아 봐야 백오십억 정도의 값어치가 있어요. 손볼 곳도 너무 많고요.”“어르신이라 아주 후하게 쳐서 이백억을 제시한 거예요.”“제 호의를 무시한 채 이렇게 얼토당토않는 가격을 제시하는 건 상도에 어긋나지 않습니까?”간민효는 돈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함부로 버릴 만큼 많지는 않았다.특히 황보동은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도 않았다.“이백억은 어제 가격이고.”“이천억은 오늘 가격이야.”“집복당은 우리 황보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건물이야. 내가 원하는 만큼 받아야 팔 수 있어.”“당신이 아무리 부동산 전문가를 대동해 감정을 했다고 해도 나한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물론 당신이 돈을 내지 않고 사고 싶다고 하면 그것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내 손녀만 치료해 준다면 공짜로도 줄 수도 있어.”황보동은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면서 뭔가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들어온 아줌마에게 무엇 때문에 왔냐고 물었다.아줌마는 최근 밤마다 악몽을 꾸고 낮에는 숨이 턱턱 막혀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그녀의 설명을 들은 황보동은 나침반을 꺼내 빙빙 돌리며 계속 미간을 찌푸렸다.황보동이 자신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자 간민효도 화가 나기
하현은 갑자기 머리가 저릿해져 와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흥!”난처해하는 하현의 모습을 보고 간민효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집복당은 금정에서 이미 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한때 금정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곳이었어.”“옛날에는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도 많았고 다들 어마어마한 재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었지.”“내가 어릴 때는 태어나는 것 자체가 뭔가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안타깝게도 지금 집복당의 주인인 황보동은 한동안 가업을 이어받으려 하지 않고 과학의 길만 좇았지.”“그러다가 나중에 그의 아들이 사고를 당해 아무도 이 가업을 이어받을 사람이 없게 되자 다시 돌아왔어.”“하지만 그의 풍수지리술은 그의 조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형편없어서 결국 점점 몰락하게 되었지.”“10여 년 동안 이곳에 드나든 사람은 대부분이 이 근처 오래된 이웃뿐이야.”“첫째는 가까이 있으니까 오는 것이고 둘째는 가끔 좋은 날과 길일을 보는 데는 아주 뛰어난 풍수지리술이 필요한 건 아니었기 때문이야. 셋째는 아주 싸다는 매력 때문이지.”“다만 이렇게 되었어도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않아서 아마 결국 사라질 거야.”“참, 반년 전 황보동의 유일한 손녀이자 집복당의 9대 계승자, 황보정이 갑자기 두 눈을 잃고 온몸에 힘이 빠졌지 뭐야.”“황보정은 집복당을 계승할 만큼 풍수지리사의 자질이 뛰어났어. 그래서 집복당의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해.”“금정 일부 명문가들도 관심을 가졌고.”“그런데 그녀가 공부를 마치고 출사를 했을 때 갑자기 실명하게 되었어. 온몸에 힘이 쭉 빠져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봤지만 어떤 원인도 찾을 수가 없었지.”“집복당 일가가 여러 해 동안 천기를 누설한 결과라는 말도 있어.”“황보동도 풍수지리술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대.”“그래서 지금 황보동도 많이 낙담한 상태야.”“이 집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