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사무실. 슬기가 서류를 작성하고 있을 때, 안내 데스크 직원이 허둥지둥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했다. “이슬기 비서님, 외부에서 누군가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게다가 초대장 내용이 잘못됐습니다. 한번 보세요!”슬기는 초대장을 펼쳐 보더니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왜냐하면 이것은 정식 초청장이 아니라 협박장이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그것은 하 세자에게 내일 제 시간에 연회에 참석하라는 명령이었다. 곧 이 초대장은 하현의 책상으로 보내졌다. 초대장을 들고 그는 웃었다. 슬기는 옆에서 궁금해하며 물었다. “회장님, 이 최가 셋째 영감의 태도가 이렇게 엉망인데 연회에 참석하실 거예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가야지. 어떻게 안 갈 수 있겠어?”“너 못 봤어? 만약 내가 안 가면, 외교 분쟁이 될 거야.”“어떤 사람들은 알아듣게 말을 잘 해주지 않으면 누가 진짜 아버지인지 영원히 모를 거야.”……같은 시각, 남원의 일부 관청을 비롯한 거물들이 초대장을 받았다. 미국 최가가 남원에 왔다는 것은 이미 다들 알고 있었다. 미국 최가의 강함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렇게 대 가문이 갑자기 나타나자 모두들 약간 술렁거렸다. 특히 이번에 오신 분은 미국 최가의 셋째 영감이라고 들었다. 이분은 간단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미국 텍사스에 있을 때 흑과 백을 모두 잡아먹는, 틀림없이 독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남원에 와서 성장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이것은 남원 시장을 좋게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초청객을 모해할 목적으로 차린 연회였다. 왜냐하면 미국 최가가 만약 진짜 손을 쓰면 절대 고개를 못 들 정도로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풍택재단처럼 해외에서 온 세력들은 하나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지금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천일그룹이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 최가가 앞장서서 천일그룹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면 미국 최가가 떡을 먹을 때
최가 할머니는 너무 상쾌했다. 남원 최가가 언제 이런 산들바람을 쐰 적이 있겠는가? 최준이 있었을 때도 이렇게 위풍당당하지는 못했다. 당시 최가는 관청에서 약간의 지위만 있었을 뿐, 자산이 부족해 사람들 마음 속에서는 눈에 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 최가를 등에 업고 있으니 어느 누구나 다 그들에게 아첨을 떨기 시작했다. 접대를 받은 최우빈은 의기양양한 얼굴이었고, 과거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많은 재벌들도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일부 명문가에서는 자발적으로 연락처를 남겨 앞으로 친분을 쌓고자 하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우빈은 꿈속을 거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최수빈은 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곧 대장과 결혼할 여자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녀와 관계를 잘 맺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빌붙으면 늦을 것이다. 군중들이 조금 흩어진 후에야 최수빈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최가가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정말 체면이 서네!”최우빈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전에 내가 해외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부잣집 애들을 많이 만났었는데, 그 때는 사람들이 나를 신경도 안 써줬어.”“지금은! 무릎을 꿇지 못해서 안달이네!”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최가 식구가 되다니 정말 영광이야!”최우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수빈아, 너는 우리 남원 최가의 복덩이야! 오늘 밤이 지나면 너는 대하에서 최고 권력 있는 여자 중의 한 사람이 될 거야!”“그 때가 되면 오빠를 절대 잊지 마라!”“무슨 일이 있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게!”최수빈은 겸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는 어쨌든 사촌이잖아. 한 가족이니 내가 있는 한 오빠의 지위는 아주 안정적이 될 거야!”최우빈은 눈 앞이 밝아졌다. 어떤 숨결을 느낀 듯 이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빈아, 최우현은 어쨌든 국내에서 자랐고
하객들의 도착과 함께 곧 연회가 시작될 시간이 되었다. 차례대로 자리를 잡은 뒤에도 주석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저녁 8시 정각이 되어서야 최씨 식구들은 하나 둘씩 홀 앞으로 모여들었고 호통을 치며 말했다.“최가 셋째 영감님을 공손하게 맞아 주세요!”만인의 기대 속에 최가 셋째 영감은 뒷짐을 지고 뒤쪽에서부터 걸어 나왔다. 그는 고대 복장을 입고 있어 평범해 보였지만 그 위에 금실로 이를 드러내고 있는 교룡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때 최가 셋째 영감의 기세가 너무 강해 오랫동안 상석에 앉아 있던 고위직 인사들도 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 하나, 눈빛 하나 만으로 자리에서 절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부 거물들은 셋째 영감을 볼 때 속으로 감탄했다. 셋째 영감은 역시 셋째 영감이다. 이런 기품, 이런 강력한 기세를 남원의 누구와 견줄 수 있겠는가?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마음 속으로 감탄하기를 셋째 영감이 등장한 순간부터 남원은 물론 강남 시장까지 셋째 영감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그와 경쟁할 자격이 없다. 최가 셋째 영감은 장내를 한 바퀴 훑어 본 후에야 차갑게 말했다.“천일그룹의 하 세자는 어디 있어? 굴러 나와!”이 말을 듣고 다들 하나같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셋째 영감은 나오자 마자 하 세자를 불렀다!하 세자, 강남의 하늘이다!셋째 영감이 오자 마자 하 세자와 맞서다니 이것이 바로 전설 속 용의 전투다!하지만 다들 셋째 영감이 하 세자를 진압하기만 하면 앞으로 강남 전체는 그의 말이면 다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아무렇게나 서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서로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은? 왔어?”최가 셋째 영감이 계속 입을 열었다. “셋째 영감님, 천일그룹 사람은 감히 올 수 없습니다!”“하 세자는 틀림없이 영감님을 두려워할 거예요!”“맞아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남원 최가 사람들은 아첨을 떨었다. 이 말
최가 할머니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망할 자식! 네가 뭘 알아? 우리 남원 최가와 미국 최가는 원래 한집안 식구야!”“또 우리 남원 최가를 모독하면 내가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미국 최가가 너희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다는 건 너희들 스스로가 잘 알 텐데 내가 일깨워 줘야 돼?”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빛이 이상해졌다. 이 데릴사위가 말한 것이 사실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원 최가는 미국 최가의 눈에 정말 아무것도 아닌 셈이었다!이때 최우빈이 일어나 하현을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 너 우리 최가에 올 낯이 있어? 네가 자격이 있어?”하현은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여기가 무슨 궁전이야? 개 집일 뿐인데 내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이 기둥서방 데릴사위야! 최가는 진작에 네 그 천한 마누라를 집안에서 내쫓았어! 너는 우리 최가에 올 자격이 없어!”“지금 당장 나가. 썩 꺼져!”“너는 셋째 영감님과 대화할 자격이 없어!”최우빈은 하현의 얼굴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제 와서 돌아오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알았다. 너 우리가 이미 미국 최가와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알고 뻔뻔하게 돌아와서 한잔씩 나눠가지려는 거지?”“내가 경고하는데! 너는 기회가 없어!”최가 식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금 하현이 나타난 것은 단지 이익을 얻으려는 것뿐이었다. 그가 왜 이렇게 큰 소리를 치는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셋째 영감 같은 사람 앞에서는 좀 더 고상하게 굴면 좋을 때도 있었다. 하현은 가느다란 눈빛으로 최우빈을 쳐다보며 지적 장애인을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때 최우빈은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이때 하현 앞으로 다가가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너 지금 돌아온 게 셋째 영감님 말도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지? 대장 때문이지?”“너 우리
“무릎 꿇어!”최우빈은 냉소하며 하현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눌러 강제로 무릎을 꿇게 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하현을 누를 수 있겠는가?“무릎 꿇어!”셋째 영감 앞에서 최우빈은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느꼈다. 그는 필사적으로 하현을 땅에 쓰러뜨리려고 했다. “제기랄!”하현은 갑자기 최우빈의 뺨을 한대 때렸다. 최우빈은 그대로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켰다. 조용해졌다! 온 장내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다들 믿을 수가 없었다. 특히 최가 식구들은 전부 멍해졌다. 그들이 지금 어떤 신분인가? 어떤 지위인가?하현 이 폐물이 무슨 근거로 감히 사람을 때리는 것인가?“털컥______”최우빈이 막 발버둥치며 일어나려고 하는데 하현이 벌써 걸어가서 그의 목을 밟았다. 모두 숨을 헐떡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우빈……죽었나!?하현의 행동을 보고 셋째 영감은 깜짝 놀라 숨을 헐떡이며 자기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반응이 돌아오자 셋째 영감은 부끄러운 듯 화를 냈다. 그는 미국 최가의 셋째 영감인데 지금 데릴사위한테 놀란 것인가?그러나 하현은 셋째 영감은 무시한 채 장내를 걸으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 모두들 그를 쳐다보며 그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 궁금해 했다. “내 아내와 처제의 체면을 봐서……”“내가 미국 최가와 남원 최가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어.”“7일 후에 모두 다 같이 우리 집 입구에 와서 사과해. 기억해. 모두 다야. 지금 미국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포함해서.”“7일 안에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결과는 간단해. 너희 매국노들은 딱 한 가지 결말을 맺게 될 거야. 죽는 거 밖에 없어!”하현의 목소리는 냉담했다. 순간 모두가 하현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미국 최가를 협박한 거야?거기다 미국 최가 전원이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한다고?그들을 매국노라고 부른
이때 셋째 영감은 손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가게 내버려 둬. 오늘은 최가의 큰 경삿날이야. 서두르지 마.”“대장과 혼인을 맺고 나면 그를 밟아 죽이는 건 생쥐 한 마리 죽이는 것만큼 쉬워!”최가 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다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역시 셋째 영감님은 생각이 치밀하시네요. 데릴사위일 뿐이니 그를 해치우는 건 몇 분이면 될 일이네요!” “오늘 밤 대장이 방문하는 것이야 말로 큰 일이죠!”“대장과 혼인을 맺을 수 있다면 우리 최가는 강남의 하늘 위에 서게 될 거예요!”이렇게 하현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이때 셋째 영감은 평온한 기색을 되찾고 담담하게 말했다.“대장님이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언제 오는 거야?”최가 할머니는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전에 대장님이 시간을 말하지는 않았는데 아마 곧 오실 겁니다.”“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겠습니다.”잠시 후 여민철이 달려오며 비할 데 없이 안 좋은 얼굴로 말했다. “셋째 영감님, 할머니, 제가 방금 병부에 연락을 해봤는데요. 대장님이 벌써 오셨었다는 데요?”“뭐!? 대장님이 오셨었다고? 언제?”셋째 영감과 할머니는 너무 놀랐다. “대장님이 이미 최가에게 기회를 주셨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약간 아리송했다. 셋째 영감과 할머니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궁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할머니는 용 머리 지팡이를 구르며 온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알겠어요. 대장님이 오셨을 때 마침 큰 소란이 일어났던 것을 보신 거예요!”“대장님이 우리 최가가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는 떠난 거예요!”셋째 영감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화를 내며 말했다.“하현! 이 죽일 놈! 우리 최가의 좋은 기회를 망치다니!”이때 최가 사람들은 모두 반응했다. 틀림없이 하현 그 폐물 때문이야!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하필이면 대장이 딱 찾아온 순간 거기서 소란을 피우다니!
양정국은 셋째 영감을 깊이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셋째 영감님, 저는 당신이 미국 텍사스 주의 최가를 대표해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미국 텍사스 주는 항상 우리 남원과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충고 한 마디 하겠습니다.”“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다음 보따리를 싸서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시는 대하로 돌아오지 마세요.”“왜냐하면 그 사람은 당신이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에요!”양정국의 이 말이 나오자 온 장내는 멍해졌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다음 미국으로 돌아가라고?“네. 저도 양공과 같은 생각입니다!”“남원은 미국 최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셋째 영감님이 여기서 피해를 입지 않고 용서를 빌고 떠나시는 것이 가장 좋을 거 같습니다. 우리도 미국에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다른 남원 관청 고위 간부들도 이때 각각 입을 열었다. 안흥섭은 심오한 얼굴로 말했다. “셋째 영감님, 어떤 일은 맞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물러서는 것도 지혜로운 겁니다. 결코 나약한 것이 아니에요!”맨 마지막으로 홍인조도 조용히 말했다. “이 분들 말씀이 맞아요. 셋째 영감님, 그 사람은 영감님이 건드릴 수 없어요!”이 사람들은 남원 최고 상류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때 그들은 입을 모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전에는 그들이 감히 이렇게 입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그 사람의 태도는 이미 분명했다. 미국 최가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다음 물러가는 것이었다! 이럴 때 그들은 당연히 셋째 영감에게 한 마디 권해야 했다. 이것이 좋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셋째 영감이 남원에서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남원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감히 그 분을 설득하러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셋째 영감만 설득할 수 있었다. 셋째 영감은 의아한 기색을 보이며 지금 이 순간 불가사의한 눈빛으로 장중
셋째 영감의 말을 들은 양정국과 사람들은 모두 숨을 헐떡이며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 졌다. 그들이 겁을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남원에 입성하겠다고 강력하게 선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큰 소리를 높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려고 했다. 그는 그분과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심호흡을 한 후 양정국이 먼저 말했다.“셋째 영감님, 저는 이미 해야 할 말을 다 했습니다.”“우리 관청의 입장에서는 비즈니스 경쟁의 일은 규정 상 관여 할 수도 없고, 관여 하지도 않을 겁니다.”“셋째 영강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셋째 영감은 차가운 눈빛이었지만 관청 사람들에게 강요하기도 어려워 이때 차갑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다른 사람들은?”풍택재단을 비롯한 세력들은 이때 잠시 서로 눈을 마주친 후 큰 소리로 외치며 말했다.“저는 셋째 영감님을 따를 겁니다!”이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세력에서 고위층은 아니었지만 남원의 대변인이라는 점에서 권력이 어느 정도 있었다. 게다가 셋째 영감도 해외 세력이라 그들과 한통속인 셈이었다. 자연스레 이 사람들은 셋째 영감의 개 다리가 되었다. 여기에는 일찌감치 해외 세력에 줄을 선 가문이나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그들 마음속에는 속셈이 있었다. “저는 중립을 선택합니다. 이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이때 중립을 선택한 가문들도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남원에서 그나마 체면이 있는 2류 가문들이었다. 그들은 이런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함부로 줄을 섰다가는 비참해 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상황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중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들을 보고 셋째 영감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 사람들이 바로 기회주의자들이다! 미국 최가가 앞으로 강한 실력을 보여주면 이 기회주의자들은 자연히 어느 쪽으로 붙어야 할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셋째 영감은 지금 이런 쓰레기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마침내 안흥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