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영감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안흥섭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앞으로 미국 최가의 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미국 최가와 협력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먼저 그분의 적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 지는 차치하고 정말 운 좋게 그 분을 이겼다고 해도 미국 최가가 안씨 집안을 가만 내버려 둘까?아니다!침상 옆에서 어찌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지금 안흥섭이 만약 미국 최가를 선택한다면 졸개가 되는 것 말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다행히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결정이 되어 있었다. 이때 안흥섭은 오른손을 내려 놓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셋째 영감을 쳐다보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실망시켜 드리게 됐네요. 우리 안씨 집안은 천일그룹, 하 세자를 선택하겠습니다!”“콰르릉______”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는다!이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장내는 온통 깜짝 놀라 숨이 멎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턱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안흥섭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라 의심했다. 셋째 영감의 홈 그라운드에서 셋째 영감이 이렇게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안흥섭이 뜻밖에도 천일그룹을 선택하다니? 하 세자를 선택하겠다고?이것은 셋째 영감과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다!심지어 죽으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셋째 영감의 얼굴에는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대신 일종의 냉혹함이 느껴졌다. 그의 눈빛이 쓸고 갈 때 안흥섭 같은 성부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는 벌써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어떤 힘이 그를 지탱해 주어, 그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다.“안흥섭, 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어떤 선택을 할 거야?”셋째 영감의 안색은 마치 만고불변의 얼음처럼 싸늘해 목소리만 들어도 섬뜩했다. 다들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장내는 침묵이 흘렀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짝짝짝______”끝없는 적막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냉랭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박수를 친 사람은 셋째 영감이었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안흥섭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이 순간 그 자신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그는 남원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응하고,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며 무릎을 꿇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원에 온지 하루도 안됐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고 자기 앞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선택까지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죽고 사는 것을 모른다!하 세자는 좋고 나쁨을 모른다!안흥섭은 뜻밖에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이때 최가 셋째 영감이 웃었다. 냉혹하게 웃었다. 제멋대로 웃었다. 소름 끼치게 웃었다. 체면이 있지!셋째 영감은 오랫동안 쌓아온 체면을 뜻밖에도 오늘 짓밟히게 되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때 셋째 영감은 끝없는 분노뿐이었다. 이 사람, 죽여버리고 싶다!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퍼지며 셋째 영감은 냉랭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 미국 최가가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구나. 그래서 우리 미국 최가의 강함을 벌써 잊었나 보네!”“감히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거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셋째 영감은 이 사람들은 외면한 채 웃으며 말했다. “집사, 보아하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어. 우리 미국 최가가 도대체 어떤 스타일인지!”연미복을 입은 최 집사는 이때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걱정 마세요. 소인이 이 사람들을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모두들 깜짝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 셋째 어르신과 정면으로 맞섰던 안흥섭도 조금 무서워졌다. 그는 확실히 의연하게 하현을 선
제멋대로 날뛰는 차가운 웃음소리가 온 최가 조상님 댁을 맴돌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최가 셋째 영감은 정말 사람이 아니다!그는 미국에서 온 악마다!누가 그의 권위에 도발할 수 있겠는가?결국 양정국과 사람들은 온몸을 떨고 있는 안흥섭을 데리고 떠났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떠났지만 떠나고 난 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길가로 달려나가 미친 듯이 오늘 밤 먹었던 것들을 다 토해냈다. 너무 무서웠다!최가 어르신의 무서움이 그림자처럼 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덮었다. 셋째 영감 쪽을 선택한 풍택재단 등 해외 세력의 대변인들은 하나같이 비할 데 없이 놀라고 무서워했다. 그들은 셋째 영감의 횡포가 나중에 반드시 그들을 삼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때 셋째 영감 편을 들지 않으면 더 빨리 죽을 뿐이었다. 오늘 밤 남원 상류층 전체는 흔들릴 운명이었다. 검은 구름이 성을 뒤덮어 성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비가 오려고 하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하구나!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셋째 영감은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봐, 그 하 세자 밑에 누가 있어?”여민철은 겁에 질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우리 최가가 파악한 바로는 남원 길바닥 왕 변백범, 길바닥의 큰 보스 공해원과 대도경수 모두 하 세자의 사람들입니다.”“길바닥의 왕?”셋째 영감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거 작은 녀석들부터 손을 대자.”“집사, 오늘 밤에 가서 공해원과 대도 경수를 해결해.”“두 챔피언을 데리고 가서 속전속결로 끝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네!”최 집사는 감히 허튼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그것도 더할 나위 없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기 때문이다. 셋째 영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고양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셋째 영감이 손을 빨리 쓰면 쓸수록 더 빨리 죽게 될 거야.”“내가 일주일의 시간을 줬는데 그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다면 내가 신용이 없다고 탓할 수는 없지.”솔직히 말해 하현은 보잘것없는 셋째 영감은 정말 마음에 두지 않았다. 미국 최가 식구들은 전력을 다했다. 어쩌면 조금 볼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남원 로얄 KTV. 공해원과 대도 경수 두 사람은 룸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 두 사람의 현재 신분은 이전과 달라졌다. 하현의 허벅지를 끌어안았고, 게다가 변백범은 강남 길바닥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 두 사람의 지위도 높아졌다. 요즘 그들은 이미 깨끗하게 씻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남원의 현재 시장은 너무 컸다. 만약 그들이 남원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그 분도 분명 그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공해원의 생각에 따르면 그와 대도 경수 두 사람은 함께 협력해 보안 회사를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자기 부하의 형제들을 앞으로 먹여 살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깨끗이 씻은 동시에 괜찮은 실력을 갖춰 쌍방이 모두 좋게 된 셈이다. 오늘 밤 두 사람은 이미 이 일의 세부 사항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룸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공해원과 대도 경수가 배치해 두었던 부하들이 전부 여기 저기 흩어져 쓰러져 있었다. “퍽!”바로 이때 누군가의 발길질로 문이 열렸다.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고, 선두에는 연미복을 입고 점잖은 모습을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너희들 누구야? 여기가 어딘지 알아?”대도 경수의 기세가 너무 대단해 이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호통을 치며 입을 열었다. 들어온 사람이 담담하게 말했다.“한 놈은 대도 경수고 한 놈은 공해원 맞지?”“우리 두 사람이 누군지 알면서 이렇게 건방지게 굴어!?”대도 경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공해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두 분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들의 머리를 빌려 쓰고 싶을 뿐이에요!”최 집사는 빙긋 웃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룸 문을 닫았다.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곧 이어 그들은 각각 의자를 하나씩 집어 들고는 죽이려고 달려 들었다.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도망을 가도 소용이 없었다. “아______”잠시 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룸 밖에서 최 집사는 뒷짐을 지고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들으며 그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소위 살인이라는 것은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두 챔피언은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길바닥의 보스들은 안에서 어떤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30분이 지나서야 두 챔피언이 룸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마치 별일이 없었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곧 일이 전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남원 상류층 전체가 알게 되었다. 셋째 영감이 화가 나자 하 세자의 앞잡이 대도 경수와 공해원이 맨 먼저 공격을 당했다. 그들 두 사람의 부하들은 사상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온 몸의 뼈가 완전히 뭉개져 마지막 숨만 붙어 있었다. 이 두 사람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하 세자에게 말을 전해주기를 최가 셋째 영감이 원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막 집을 나선 하 세자가 소식을 들었다. “하 회장님, 큰일 났어요!”“어젯밤 대도 경수와 공해원 사람들이 최가 셋째 영감한테 당해 사상자가 셀 수도 없어요!”“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지금 병원에 있고 숨만 붙어 있습니다.”변백범은 지금 하현 옆에서
이른 아침, 시끄러운 남원이 지나칠 정도로 고요해졌다. 특히 평소 위세 부리기 좋아하는 상류층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집에 틀어박혀 벌벌 떨고 있었다. 미국 최가의 행동은 너무 사나웠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 최가가 이렇게 사람의 뼈를 송두리째 부수는 건 정말 살고 싶어도 살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중립을 택했던 많은 가문들과 기업들이 이제는 후회하고 있었다. 다들 조만간 미국 최가가 자기들에게 손을 댈까 봐 무서웠다. 특히 안씨 집안, 이 일류 가문은 오늘 문을 열고 장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문의 모든 호위병들이 안흥섭의 장원으로 모여들었고 아무도 감히 나갈 수 없었다. 안흥섭은 어젯밤 셋째 영감이 노발대발 손을 댄 것이 본보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틀림없이 안씨 집안이었다. 하지만 안흥섭은 후회하지 않았다. 어쨌든 최가의 미움을 샀으니 그들은 분명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의 미움을 사게 되면 아마 완전히 증발해 버릴 것이다. 하씨 가문, 왕가, 구가, 나가, 소가 등 앞에서 교훈을 얻었다. 최가 조상님 댁.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던 셋째 영감은 오래된 호두 두 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어젯밤의 천둥 같은 일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남원 사람들은 다 천한 놈들이야!”“우리 미국 최가의 강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은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전혀 모른다니까!”“이제 이 파충류들은 조용해졌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셋째 영감은 즐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옆에서 최 집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어젯밤부터 이 새끼들이 우리 미국 최가의 실력이 어떤지 알게 됐을 겁니다.”“하지만 소인은 이럴 때일수록 본보기를 보이고 좀 더 빨리 행동해야 감히 우리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최 집사의 말을 듣고 셋째 영감은 웃음을
안씨네 골동품 가게. 안수정은 직원들에게 가게에 있는 진귀한 골동품들을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가게를 닫고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맞은편에서 십여 명의 사내들이 걸어왔다. “이분 틀림없이 안씨 집안의 안수정 아가씨죠?”“우리 주인님께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이 사람들은 점잖게 입을 열었다. 안수정은 속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방의 의도를 대략 짐작한 후 이때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그 직원들은 비록 조금 무서웠지만 이것은 표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하나같이 안수정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가씨,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당신을 보호하는데 이거 너무 순진한 거 아닙니까?”상대방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장중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안수정은 끌려갔고 직원들만 남아 여기저기서 울부짖고 있었다. ……얼마 후 변백범은 하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 회장님,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씨 집안의 안수정 아가씨가 미국 최가의 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상대 쪽에서 말하기를 만약 회장님이 오늘 밤 12시 전까지 최가 조상님 댁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수정 아가씨가 온전치 못할 거라고 합니다.”“알겠어.”하현의 안색은 냉랭했다. 그는 미국 최가가 안수정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남원에 온 후로 그는 안수정과 많이 교제하지 않았고 몇 번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안수정으로 협박을 했으니 분명 상대방은 서울에서의 일을 조사했을 것이다. 안수정을 인질로 잡는 건 자신을 상대하는 것 말고도 안씨 가문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편, 안흥섭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안수정이 미국 최가의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소파에 그대로 주저 앉아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안수정, 그가 후계자로 키웠는데 상대방이 안수정에게 직접 손을
안수정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영감님,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하면 우리 할아버지가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가만두지 않는다고? 그가 그럴 자격이 있어?”셋째 영감은 비아냥거림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보잘것없는 안씨 집안은 어르신이 원하기만 하면 내일 무너질 거야.”“하지만 걱정 마. 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둘이 충분히 가지고 논 다음 안씨 집안 대문 앞에 갖다 버릴 거야. 나를 면전에서 거절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안흥섭에게 알려줘야지!”변태적인 웃음을 드러내 보이며 셋째 영감은 돌아서서 떠났다. 그리고 두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옷을 벗기 시작했고, 옹졸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안수정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는데 이럴 때 왜 하현의 얼굴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바로 그 때 다른 쪽 발코니가 갑자기 ‘퍽’소리를 내며 누군가에 의해 걷어차였다.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동시에 돌아보았고 뒤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냉담한 표정의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두 텍사스 챔피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차가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다. 두 챔피언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에 누군가 그들을 방해는 것이다. “쾅______”곧 이어 두 챔피언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링 위의 챔피언급 인물들이었다. 이때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더니 동시에 하현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하현은 몸을 옆으로 비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찰나에 두 사람의 주먹을 피하고는 흑인 챔피언의 무릎을 그대로 걷어 찼다. “털컥______”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자 비할 데 없이 날뛰던 흑인 챔피언은 순간 무릎을 감싼 채 땅바닥을 뒹굴었다. 챔피언의 주먹은 매우 단단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하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