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영감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안흥섭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앞으로 미국 최가의 적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미국 최가와 협력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먼저 그분의 적수가 될 수 있는지 없는 지는 차치하고 정말 운 좋게 그 분을 이겼다고 해도 미국 최가가 안씨 집안을 가만 내버려 둘까?아니다!침상 옆에서 어찌 다른 사람이 코를 골며 자게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지금 안흥섭이 만약 미국 최가를 선택한다면 졸개가 되는 것 말고 무슨 좋은 점이 있겠는가?다행히도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결정이 되어 있었다. 이때 안흥섭은 오른손을 내려 놓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셋째 영감을 쳐다보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실망시켜 드리게 됐네요. 우리 안씨 집안은 천일그룹, 하 세자를 선택하겠습니다!”“콰르릉______”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는다!이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장내는 온통 깜짝 놀라 숨이 멎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턱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안흥섭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라 의심했다. 셋째 영감의 홈 그라운드에서 셋째 영감이 이렇게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안흥섭이 뜻밖에도 천일그룹을 선택하다니? 하 세자를 선택하겠다고?이것은 셋째 영감과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다!심지어 죽으려고 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셋째 영감의 얼굴에는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대신 일종의 냉혹함이 느껴졌다. 그의 눈빛이 쓸고 갈 때 안흥섭 같은 성부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그는 벌써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어떤 힘이 그를 지탱해 주어, 그의 얼굴빛은 변하지 않았다.“안흥섭, 내가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어떤 선택을 할 거야?”셋째 영감의 안색은 마치 만고불변의 얼음처럼 싸늘해 목소리만 들어도 섬뜩했다. 다들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장내는 침묵이 흘렀고,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짝짝짝______”끝없는 적막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냉랭한 얼굴로 손뼉을 쳤다.박수를 친 사람은 셋째 영감이었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안흥섭을 위아래로 훑어 보았다. 이 순간 그 자신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 그는 남원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응하고,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숙이며 무릎을 꿇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원에 온지 하루도 안됐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도 무서워하지 않고 자기 앞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선택까지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현은 죽고 사는 것을 모른다!하 세자는 좋고 나쁨을 모른다!안흥섭은 뜻밖에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이때 최가 셋째 영감이 웃었다. 냉혹하게 웃었다. 제멋대로 웃었다. 소름 끼치게 웃었다. 체면이 있지!셋째 영감은 오랫동안 쌓아온 체면을 뜻밖에도 오늘 짓밟히게 되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때 셋째 영감은 끝없는 분노뿐이었다. 이 사람, 죽여버리고 싶다!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퍼지며 셋째 영감은 냉랭하게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 미국 최가가 너무 오랫동안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구나. 그래서 우리 미국 최가의 강함을 벌써 잊었나 보네!”“감히 그럴 리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거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셋째 영감은 이 사람들은 외면한 채 웃으며 말했다. “집사, 보아하니 우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어. 우리 미국 최가가 도대체 어떤 스타일인지!”연미복을 입은 최 집사는 이때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걱정 마세요. 소인이 이 사람들을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모두들 깜짝 놀라 털썩 주저앉았다.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 셋째 어르신과 정면으로 맞섰던 안흥섭도 조금 무서워졌다. 그는 확실히 의연하게 하현을 선
제멋대로 날뛰는 차가운 웃음소리가 온 최가 조상님 댁을 맴돌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최가 셋째 영감은 정말 사람이 아니다!그는 미국에서 온 악마다!누가 그의 권위에 도발할 수 있겠는가?결국 양정국과 사람들은 온몸을 떨고 있는 안흥섭을 데리고 떠났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떠났지만 떠나고 난 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길가로 달려나가 미친 듯이 오늘 밤 먹었던 것들을 다 토해냈다. 너무 무서웠다!최가 어르신의 무서움이 그림자처럼 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덮었다. 셋째 영감 쪽을 선택한 풍택재단 등 해외 세력의 대변인들은 하나같이 비할 데 없이 놀라고 무서워했다. 그들은 셋째 영감의 횡포가 나중에 반드시 그들을 삼킬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때 셋째 영감 편을 들지 않으면 더 빨리 죽을 뿐이었다. 오늘 밤 남원 상류층 전체는 흔들릴 운명이었다. 검은 구름이 성을 뒤덮어 성을 무너뜨리려고 한다! 비가 오려고 하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하구나!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셋째 영감은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봐, 그 하 세자 밑에 누가 있어?”여민철은 겁에 질려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우리 최가가 파악한 바로는 남원 길바닥 왕 변백범, 길바닥의 큰 보스 공해원과 대도경수 모두 하 세자의 사람들입니다.”“길바닥의 왕?”셋째 영감은 한참을 궁리하고 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기왕 이렇게 된 거 작은 녀석들부터 손을 대자.”“집사, 오늘 밤에 가서 공해원과 대도 경수를 해결해.”“두 챔피언을 데리고 가서 속전속결로 끝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네!”최 집사는 감히 허튼 소리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셋째 영감이 화가 났다는 것을, 그것도 더할 나위 없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았기 때문이다. 셋째 영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고양
하현이 웃으며 말했다. “셋째 영감이 손을 빨리 쓰면 쓸수록 더 빨리 죽게 될 거야.”“내가 일주일의 시간을 줬는데 그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다면 내가 신용이 없다고 탓할 수는 없지.”솔직히 말해 하현은 보잘것없는 셋째 영감은 정말 마음에 두지 않았다. 미국 최가 식구들은 전력을 다했다. 어쩌면 조금 볼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같은 시각. 남원 로얄 KTV. 공해원과 대도 경수 두 사람은 룸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 두 사람의 현재 신분은 이전과 달라졌다. 하현의 허벅지를 끌어안았고, 게다가 변백범은 강남 길바닥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 두 사람의 지위도 높아졌다. 요즘 그들은 이미 깨끗하게 씻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하기 위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남원의 현재 시장은 너무 컸다. 만약 그들이 남원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그 분도 분명 그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공해원의 생각에 따르면 그와 대도 경수 두 사람은 함께 협력해 보안 회사를 차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자기 부하의 형제들을 앞으로 먹여 살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깨끗이 씻은 동시에 괜찮은 실력을 갖춰 쌍방이 모두 좋게 된 셈이다. 오늘 밤 두 사람은 이미 이 일의 세부 사항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룸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공해원과 대도 경수가 배치해 두었던 부하들이 전부 여기 저기 흩어져 쓰러져 있었다. “퍽!”바로 이때 누군가의 발길질로 문이 열렸다. 밖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고, 선두에는 연미복을 입고 점잖은 모습을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너희들 누구야? 여기가 어딘지 알아?”대도 경수의 기세가 너무 대단해 이때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호통을 치며 입을 열었다. 들어온 사람이 담담하게 말했다.“한 놈은 대도 경수고 한 놈은 공해원 맞지?”“우리 두 사람이 누군지 알면서 이렇게 건방지게 굴어!?”대도 경수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너희들 뭐 하려고 그러는 거야!?”공해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두 분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당신들의 머리를 빌려 쓰고 싶을 뿐이에요!”최 집사는 빙긋 웃더니 뒤로 물러나면서 룸 문을 닫았다.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 곧 이어 그들은 각각 의자를 하나씩 집어 들고는 죽이려고 달려 들었다. 방법이 없었다. 이럴 때는 도망을 가도 소용이 없었다. “아______”잠시 후 비명이 터져 나왔다. 룸 밖에서 최 집사는 뒷짐을 지고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들으며 그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소위 살인이라는 것은 머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두 챔피언은 분명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길바닥의 보스들은 안에서 어떤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30분이 지나서야 두 챔피언이 룸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마치 별일이 없었다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곧 일이 전해졌다. 하룻밤 사이에 남원 상류층 전체가 알게 되었다. 셋째 영감이 화가 나자 하 세자의 앞잡이 대도 경수와 공해원이 맨 먼저 공격을 당했다. 그들 두 사람의 부하들은 사상자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온 몸의 뼈가 완전히 뭉개져 마지막 숨만 붙어 있었다. 이 두 사람을 완전히 해결하지 않았던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하 세자에게 말을 전해주기를 최가 셋째 영감이 원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막 집을 나선 하 세자가 소식을 들었다. “하 회장님, 큰일 났어요!”“어젯밤 대도 경수와 공해원 사람들이 최가 셋째 영감한테 당해 사상자가 셀 수도 없어요!”“대도 경수와 공해원 두 사람은 지금 병원에 있고 숨만 붙어 있습니다.”변백범은 지금 하현 옆에서
이른 아침, 시끄러운 남원이 지나칠 정도로 고요해졌다. 특히 평소 위세 부리기 좋아하는 상류층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집에 틀어박혀 벌벌 떨고 있었다. 미국 최가의 행동은 너무 사나웠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 최가가 이렇게 사람의 뼈를 송두리째 부수는 건 정말 살고 싶어도 살수 없게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중립을 택했던 많은 가문들과 기업들이 이제는 후회하고 있었다. 다들 조만간 미국 최가가 자기들에게 손을 댈까 봐 무서웠다. 특히 안씨 집안, 이 일류 가문은 오늘 문을 열고 장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문의 모든 호위병들이 안흥섭의 장원으로 모여들었고 아무도 감히 나갈 수 없었다. 안흥섭은 어젯밤 셋째 영감이 노발대발 손을 댄 것이 본보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목표는 틀림없이 안씨 집안이었다. 하지만 안흥섭은 후회하지 않았다. 어쨌든 최가의 미움을 샀으니 그들은 분명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의 미움을 사게 되면 아마 완전히 증발해 버릴 것이다. 하씨 가문, 왕가, 구가, 나가, 소가 등 앞에서 교훈을 얻었다. 최가 조상님 댁. 구식 팔걸이 나무 의자에 앉아 있던 셋째 영감은 오래된 호두 두 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어젯밤의 천둥 같은 일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남원 사람들은 다 천한 놈들이야!”“우리 미국 최가의 강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그들은 죽을 ‘사’자를 어떻게 쓰는지 전혀 모른다니까!”“이제 이 파충류들은 조용해졌다. 온 세상이 조용해졌다!”셋째 영감은 즐거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옆에서 최 집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어젯밤부터 이 새끼들이 우리 미국 최가의 실력이 어떤지 알게 됐을 겁니다.”“하지만 소인은 이럴 때일수록 본보기를 보이고 좀 더 빨리 행동해야 감히 우리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최 집사의 말을 듣고 셋째 영감은 웃음을
안씨네 골동품 가게. 안수정은 직원들에게 가게에 있는 진귀한 골동품들을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가게를 닫고 막 떠나려던 참이었다. 맞은편에서 십여 명의 사내들이 걸어왔다. “이분 틀림없이 안씨 집안의 안수정 아가씨죠?”“우리 주인님께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습니다!”이 사람들은 점잖게 입을 열었다. 안수정은 속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대방의 의도를 대략 짐작한 후 이때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죄송합니다만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그 직원들은 비록 조금 무서웠지만 이것은 표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하나같이 안수정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가씨, 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당신을 보호하는데 이거 너무 순진한 거 아닙니까?”상대방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장중에서 처참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안수정은 끌려갔고 직원들만 남아 여기저기서 울부짖고 있었다. ……얼마 후 변백범은 하현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 회장님,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씨 집안의 안수정 아가씨가 미국 최가의 손에 들어갔다고 합니다.”“상대 쪽에서 말하기를 만약 회장님이 오늘 밤 12시 전까지 최가 조상님 댁에 도착하지 않으면 안수정 아가씨가 온전치 못할 거라고 합니다.”“알겠어.”하현의 안색은 냉랭했다. 그는 미국 최가가 안수정에게 손을 댈 줄은 몰랐다. 남원에 온 후로 그는 안수정과 많이 교제하지 않았고 몇 번 만난 적도 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안수정으로 협박을 했으니 분명 상대방은 서울에서의 일을 조사했을 것이다. 안수정을 인질로 잡는 건 자신을 상대하는 것 말고도 안씨 가문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편, 안흥섭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안수정이 미국 최가의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소파에 그대로 주저 앉아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안수정, 그가 후계자로 키웠는데 상대방이 안수정에게 직접 손을
안수정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영감님,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하면 우리 할아버지가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가만두지 않는다고? 그가 그럴 자격이 있어?”셋째 영감은 비아냥거림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보잘것없는 안씨 집안은 어르신이 원하기만 하면 내일 무너질 거야.”“하지만 걱정 마. 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둘이 충분히 가지고 논 다음 안씨 집안 대문 앞에 갖다 버릴 거야. 나를 면전에서 거절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안흥섭에게 알려줘야지!”변태적인 웃음을 드러내 보이며 셋째 영감은 돌아서서 떠났다. 그리고 두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옷을 벗기 시작했고, 옹졸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안수정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는데 이럴 때 왜 하현의 얼굴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바로 그 때 다른 쪽 발코니가 갑자기 ‘퍽’소리를 내며 누군가에 의해 걷어차였다.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동시에 돌아보았고 뒤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냉담한 표정의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두 텍사스 챔피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차가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다. 두 챔피언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에 누군가 그들을 방해는 것이다. “쾅______”곧 이어 두 챔피언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링 위의 챔피언급 인물들이었다. 이때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더니 동시에 하현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하현은 몸을 옆으로 비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찰나에 두 사람의 주먹을 피하고는 흑인 챔피언의 무릎을 그대로 걷어 찼다. “털컥______”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자 비할 데 없이 날뛰던 흑인 챔피언은 순간 무릎을 감싼 채 땅바닥을 뒹굴었다. 챔피언의 주먹은 매우 단단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하
30분 후, 하현의 일행과 양호남의 일행이 양 씨 가문 장원의 대청에 모였다.양 씨 가문 장원은 산과 물을 따라 지어져 있었으며 남양 지역 특색의 건축 양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대하의 강남 스타일과 북유럽의 건축양식이 잘 어우러져 건축가의 웅장한 이상과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안타깝게도 지금 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은 이미 위태로워져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대청홀은 200평방미터 가까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귀한 침향목 의자가 놓여 있었다.양옆에는 황화목으로 만든 의자가 늘어져 있어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하현 일행이 자리를 잡자마자 뒤쪽에서 일련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백발이 성성한 노부인을 둘러싸고 걸어 나왔다.이 노부인은 몸집이 약간 작고 등이 구부러져 있었으며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전체적으로 매우 야윈 모습이었지만 눈빛만은 꼿꼿하게 날이 서 있었다.그녀의 시선은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외부인인 하현에게 떨어졌다.마치 예리한 침으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이라 하현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의심할 여지없이 이 사람은 양 씨 가문 안주인이자 양제명의 아내였다.곧이어 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자손들이 나타났다.그들은 모두 구석에 서서 기웃거렸다.다만 하현과 양유훤 두 사람을 바라볼 때는 눈에서 혐오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 몇 명은 양유훤이 머리가 나쁘거나 안목이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며 입을 삐죽거렸다.하현처럼 어디에도 내놓을 수 없는 사람을 데려오다니!그녀들은 양 씨 가문은 절대 양유훤이 데려온 저 남자를 데릴사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녀들의 고귀한 가풍이 더럽혀지면 안 될 일이다!“할머니!”양호남, 양신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앞으로 나와 인사를 했다.노부인은 이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의자에 가서 앉았다.그런 다음
하현은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성격상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들어줄 리 없었다.양유훤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들은 할아버지의 목숨을 가지고 날 위협하고 있어.”하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양호남 일행에게 차가운 눈빛을 떨어뜨렸다.양 씨 가문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만약 자신이 떠났더라면 양유훤 혼자 저들에게 마음대로 휘둘렸을지도 모른다.하현의 눈빛을 본 양호남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뭘 봐? 우리 집안의 손해가 이렇게 막대한데 대가를 치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당연한 거야!”“양호남의 수법이 다소 과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잘못은 양유훤이 한 거야!”염소 수염을 한 양 씨 가문 어른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우리 양 씨 가문의 위치가 예전 같지 않아!”“어렵게 페낭 무맹과의 협력을 이뤄냈는데 양유훤 때문에 망치게 생겼어!”“난 방금 전까지도 양유훤을 살짝 동정하는 마음이 있었어!”“하지만 그 결과 어떻게 되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남자는 거리낌 없이 사람을 때렸어!”“이런 남자를 선택하다니 앞으로 양유훤이 어떻게 되겠어?”“아주 개념 없는 연놈들이야!”“우리는 어서 양유훤을 양 씨 가문에서 출가시켜 다시는 우리 가문의 체면을 구기지 못하게 해야 해!”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저마다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양유훤은 눈살을 찌푸렸다.자신 때문에 페낭 무맹의 납품권이 사라지게 된 것에는 부인하지 않았다.하지만 여수혁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하고 양제명을 독살하려 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양호남 일행을 바라보며 말했다.“수백억의 납품권을 위해서.”“집안사람을 강제로 시집보내고.”“그것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독살하려 했어.”“양 씨 가문은 정말 단결력이 강하고 우애도 깊군.”“뭐라고!”양호남의 안색이 살짝 변하며 흠칫했다.“할아버지를 독살하려 했다니?!”“우린 사람을 보내 할아버지를 돌보게 했을 뿐이
양유훤을 다독인 후 하현은 양호남에게 냉담한 시선을 떨어뜨렸다.이제야 하현은 양유훤이 왜 자신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집안사람들의 천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행여라도 하현이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개자식! 어디서 튀어나온 망나니 같은 놈이 감히 우릴 때려?”이때 양신이가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가린 채 허우적거리며 일어나 입을 열었다.“죽여버릴 거야!”“당신 같은 연놈들은 칠흑 같은 감옥에 갇혀 평생을 고통스럽게 썩어야 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만큼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구!”“아하, 당신이 양유훤이 말한 그 남자 맞지?”양호남도 역시 피가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감싸쥐고 일어나 이를 갈며 울부짖었다.“이 개자식아! 여자는 수치도 모르고 남자는 제멋대로구만! 짐승만도 못한 것들!”양호남은 하현을 죽이기 위해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하현의 행동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잘 알고 있어서 그저 하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됐어! 이 개 같은 연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 해 봐야 소용없어. 관청에 보고하고 그들을 끌어내면 돼!”머리를 풀어헤친 양신이도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내가 저 연놈들을 가만히 두면 성을 갈겠어!”“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하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손을 뻗어 양유훤의 몸에 몇 개의 혈을 짚으며 그녀의 상처와 통증을 완화시킨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양유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일들을 사실대로 말했다.그녀는 원래 하현이 이 일에 개입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이 이미 이곳에 나타났으니 그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하현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어젯밤에 양유훤이 당신 같은 뻔뻔한 남자를 위해 여수혁을 다치게 했어!”“오늘 아침, 여수혁의 아버지이자 페낭 무맹의 부맹주이신 여영창 어르신이 우리 양 씨 가문을 찾
”개자식!”자신의 여동생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것을 본 양호남은 욕설을 퍼부으며 반사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매서운 표정으로 양호남의 목을 조른 뒤 그의 머리를 눌러 가장자리에 있던 대리석 테이블 위에 찧어 버렸다.양호남은 저절로 절을 하는 꼴이 되었고 ‘퍽'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의 찻잔이 그대로 으스러졌다.양호남의 머리에선 피가 철철 흘렀다.하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양호남을 발로 차 내동댕이쳐서 날려버렸다.한쪽에 서 있던 양 씨 가족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졌다.이때 그중 한 명이 의자를 들쳐업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눈길도 주지 않고 손바닥을 날려 그를 내동댕이쳤고 뒤이어 달려오는 사람들에게 차례로 손바닥을 날려 쓰러뜨렸다.이 모든 것이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수십 명의 양 씨 가문 사람들과 그들의 경호원들이 얼굴이 붓고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켰다.“어이, 젊은이, 당신이 어떤 경력이 있든 어떤 묘수가 있든 간에!”“이곳은 양 씨 가문 땅이야!”“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양 씨 가문이라구!”“개나 소나 다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라구!”전통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셋째 집안 어른이 나서서 의젓한 표정으로 하현을 호통쳤다.“우리 사람을 때리고 다치게 하다니! 도대체 당신 눈엔 법도 뭣도 안 보이는 거야?”“이 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당신...”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하현은 셋째 집안 어른의 잔소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손바닥을 휘갈겼다.“양호남 무리들이 손찌검을 할 때는 왜 제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나한테는 법 운운하시겠다?”“지금 뛰쳐나와서 그런 얘기하는 거 부끄럽지도 않습니까?”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의 말에 이번에는 수염을 기다랗게 기른 또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양호남은 뻔뻔한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안사람들을 혼내려 했을 뿐, 그 방법이 좀 과격하다고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