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정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셋째 영감님, 당신이 나한테 이렇게 하면 우리 할아버지가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가만두지 않는다고? 그가 그럴 자격이 있어?”셋째 영감은 비아냥거림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보잘것없는 안씨 집안은 어르신이 원하기만 하면 내일 무너질 거야.”“하지만 걱정 마. 널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둘이 충분히 가지고 논 다음 안씨 집안 대문 앞에 갖다 버릴 거야. 나를 면전에서 거절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안흥섭에게 알려줘야지!”변태적인 웃음을 드러내 보이며 셋째 영감은 돌아서서 떠났다. 그리고 두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옷을 벗기 시작했고, 옹졸한 미소를 지으며 달려들 준비를 했다. 안수정은 절망적으로 눈을 감았는데 이럴 때 왜 하현의 얼굴이 그녀의 뇌리에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바로 그 때 다른 쪽 발코니가 갑자기 ‘퍽’소리를 내며 누군가에 의해 걷어차였다. 텍사스 주 챔피언들은 동시에 돌아보았고 뒤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냉담한 표정의 한 사람이 서 있었는데 두 텍사스 챔피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차가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사람은 바로 하현이었다. 두 챔피언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냉소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에 누군가 그들을 방해는 것이다. “쾅______”곧 이어 두 챔피언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 두 사람은 모두 링 위의 챔피언급 인물들이었다. 이때 두 사람이 왼쪽, 오른쪽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더니 동시에 하현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하현은 몸을 옆으로 비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찰나에 두 사람의 주먹을 피하고는 흑인 챔피언의 무릎을 그대로 걷어 찼다. “털컥______”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자 비할 데 없이 날뛰던 흑인 챔피언은 순간 무릎을 감싼 채 땅바닥을 뒹굴었다. 챔피언의 주먹은 매우 단단했지만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하
옆에서 시중들던 최가 식구들은 이때 이 말을 듣고 벌벌 떨었다. 최가 셋째 영감 사람들은 너무 무섭다. 이렇게 변태적인 일까지 해내다니. 하지만 최가 셋째 영감 앞에서 감히 티를 내지 못하고 하나같이 웃음을 터드리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역시 상상을 초월하네요!”“그래도 이곳은 남원의 중심이기 때문에 비명을 지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좋은 일이고 괜한 번거로움도 피할 수 있지요.”최 집사는 한 번 훑어 보고는 냉랭하게 말했다. “건방지게, 셋째 영감님이 언제 문제를 두려워하신 적이 있어?”“누군가 소리를 들었다고 해도 보잘것없는 남원에서 누가 감히 막아낼 수 있겠어?”“네. 네. 하인이 말실수를 했습니다!”입을 열었던 최가 사람들은 이때 놀라 기절할 것 같았다. 최가 셋째 어르신은 그의 눈에 폭군처럼 보였고, 변덕스러웠다. 또 너무 무서워 감히 말을 잘못 했다가는 자신의 최후도 참혹해질까 봐 두려웠다. 셋째 영감님은 화를 내지 않았고, 흥미롭게 입을 열며 말했다. “그 하현은 날뛰지 않나? 미칠 듯이 날뛰지 않아? 어떻게 그도 무서워할 때가 있어?” 최 집사는 웃으며 말했다. “셋째 영감님, 어젯밤에 이미 공해원과 대도 경수의 뼈를 모두 부러뜨리셨잖아요. 이 두 명이 듣기로 하현의 빽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이제 빽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하현이 감히 나타날 수 있겠어요?”“하늘이 배짱을 준다고 해도 감히 그렇게는 못하죠. 하하하……”셋째 영감과 사람들이 제멋대로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들어와서 안씨 집안 사람들이 왔다고 전했다. “허, 안씨 집안, 굴러 들어오라고 해.”곧 안흥섭은 비할 데 없이 안 좋은 안색으로 한 무리의 안씨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셋째 영감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안흥섭 대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내 반대편에 서야 할 사람인데.”“오늘 밤 네가 감히 나를 찾아 오다니, 내가 너를 죽일까 무섭지 않아?”“어쨌든
“네 손녀?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오히려 그녀가 나에게 큰 도움을 줬지.”셋째 영감님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도와주다니?”안흥섭은 어리둥절해서 아무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녀는 나를 도와서 텍사스 챔피언들을 위로하고 있어. 그들은 이미 오래 참았어. 이런 미인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분명 즐겁게 해주지 않겠어?”셋째 영감의 얼굴에는 냉혹한 웃음이 가득했다. “너……”안흥섭은 휘청거리며 쓰러질 것 같았다. “참, 그녀는 복도 모퉁이에 있는 저 방에 있으니 직접 가봐.”셋째 영감은 전혀 말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웃으며 장소를 가리켰다. 이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가 어떻게 유린당하는 지 지켜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괴롭힘은 그들을 때리는 것보다 말할 수 없이 잔인하다. 안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 들었고, 최가 셋째 영감도 뒷짐을 지고 걸어갔다. 그는 다음 순간 일어날 일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안흥섭은 문을 열고는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의 표정을 보고 셋째 영감은 약간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안흥섭이 완전히 무너지고 단순히 충격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정신병자가 되는 것을 보고 싶어했다. “설마 아직 그 두 폐물이 손도 대지 않았단 말인가?”셋째 영감은 조금 화가 났지만 방문 입구에 다다른 순간 온통 멍해졌다. 두 명의 텍사스 챔피언은 머리가 기괴하게 뒤 틀려져 있었고 목이 부러져 죽으려고 해도 더 이상 죽을 수가 없는 상태였다. “쾅______”이 순간 셋째 영감과 최 집사 등 사람들은 하나같이 흠칫 놀랐다. 두 텍사스 챔피언을 뜻밖에도 소리 없이 죽이다니?이게 어떻게 가능하지?이 두 분이 얼마나 강한지, 듣자 하니 실력이 이미 미국 델타 부대의 병왕들과 같다고 하던데. 그런데 그들을 이렇게 소리 없이 죽다니?손을 댄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거야?안흥섭은 대략
안흥섭의 안색이 더할 나위 없이 안 좋아졌다. 그는 셋째 영감이 직접 자신에게 손을 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오늘 널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한 마디만 가지고 돌아가.”“기왕 그 사람이 이렇게 놀고 싶으면 내가 남원 체육관에 링을 하나 마련해서 직접 놀아 주겠다고!”“이 싸움은 승패를 가르지 않고 생사만 논한다!”“그가 오지 않으면 너희 안씨 집안 사람들과 천일그룹 사람들은 모두 죽게 될 거야!”셋째 영감은 차가운 목소리로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그가 보기에 하 세자만 죽이면 남원에서 어느 누가 미국 최가를 막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서 그는 안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을 최가 조상님 댁에서 내쫓았다. 그는 어떤 인질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의 위협은 확실했다. 천일그룹과 안씨 집안은 적어도 1만 명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설령 하 세자가 강하다고 해도 이 사람들을 전부 보호 할 수는 없다. ……안씨 집안 사람들이 떠나자 최가 사람들은 모두 안 좋은 기색으로 눈을 마주쳤다. 최 집사는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셋째 영감님, 만일에 두 챔피언을 죽인 사람이 하 세자라면 영감님이 그와 싸운다 해도 아무런 이득이 없을 겁니다!”셋째 영감이 오른손을 살짝 흔드니 바람소리가 났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접화파 기술을 쓰면 미국 복싱 챔피언도 막을 수 없어. 보잘것없는 하 세자, 뱃속에서부터 무술이 뛰어났다고 해도 그는 나의 적수가 될 수 없어!”이 말을 듣고 최 집사는 순간 등이 흠뻑 젖었다. 미국에 있을 때 최가 셋째 영감은 링에서 확실히 천하무적수였다. 그런데 문제는 셋째 영감이 모르는 사이에 최 집사가 셋째 영감이 천하무적이 되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이다. 지금 셋째 영감의 눈에 그는 자신의 실력이 그 두 챔피언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직 최 집사만이 그 두 챔피언이 셋째 영감의 손에 거듭 패한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것을 잘
하루 밤 사이. 미국 최가 셋째 영감이 천일그룹 하 세자와 싸우기로 한 일이 남원에 널리 퍼졌다. 동시에 두 명의 텍사스 챔피언이 하 세자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온 남원이 들끓었다. 그 두 텍사스 챔피언은 대도 경수와 공해원 같은 인물의 뼈를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만큼 강하다는 것은 모두가 똑똑히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하 세자가 텍사스 두 챔피언을 해결한 것을 보면 하 세자의 실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이런 대전제하에 최가 셋째 영감이 감히 서슴없이 하 세자를 불러들이고 심지어 링까지 마련해 뒀단 말인가? 이게 무슨 뜻인지는 발가락으로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최가 셋째 영감도 하 세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겠지?각종 유언비어가 남원에 난무했다. “듣기로 최가 셋째 영감은 미국 복싱 리그 단체 종합 우승을 한 적이 있는데 세 가지 수 밖에는 쓰지 않았대”“그 두 챔피언은 셋째 영감 밑에서 단 한 수도 따라가지 못한대.” “그래서 이번에 미국 최가에서 남원에 내려온 사람들 중 가장 실력이 좋은 건 셋째 영감이야!”“어쩐지 셋째 영감이 그렇게 날뛰더라니, 발끈한 인물이 바로 자기 본인이었구나!” “여태껏 하 세자가 싸운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를 셋째 영감과 같이 링에 올리면 죽는 거 아니야?”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하 세자는 아무리 명성이 높아도 상업계에서만 실력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셋째 영감은 상업계에서 겨루지 않고 바로 링에 올라가서 싸웠다! 이것은 분명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남원의 모든 사람들은 링 데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때가 되면 최가 셋째 영감이 하 세자를 강하게 제압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하 세자가 산 채로 링에서 맞아 죽게 될 것인가?이런 일들은 남원의 상류층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링
가장 큰 문제는 만에 하나라도 대장이 질 경우 그 후 폭풍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 5대 강국이 이번 기회에 다시 대하로 출병할지도 모른다. ……양정국과 사람들의 걱정이 극에 달했을 때 천일그룹 사람들이 나타났다. 먼저 이슬기와 우윤식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하현은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천일그룹 사람들이 온 것을 보자 장내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하나하나가 이 방향을 주시하며 하 세자의 정체를 알고 싶어 했다. 하 세자는 너무 신비해서 데뷔 이후 지금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이때 남원 최가 사람 중 누군가가 나서서 천일그룹 사람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맑고 큰 소리로 말했다. “하 세자는? 굴러 나와서 죽으라고 해!”지금 남원 최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반드시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세자가 셋째 영감에게 맞아 죽으면 천일그룹은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입에 기름칠을 할 수 있는 건 최가밖에는 없었다. 우윤식은 냉담한 표정으로 최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우리 세자가 말하길 셋째 영감은 그와 싸울 자격이 없대.”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시선이 동시에 우윤식에게로 떨어졌는지 모른다. “우 대표, 하 세자가 무서워하는 거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패배를 인정하면 되지 왜 그런 말을 해?”“맞아, 셋째 영감이 미국에서 천하무적수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니 하 세자가 무서워할 만도 하지!”“죽는 게 두려우면 그냥 인정해. 무슨 셋째 영감이 자격이 없다고 그래. 너희들 어쩜 그렇게 뻔뻔해!?”“어차피 오더라도 하 세자는 셋째 영감의 적수가 될 수 없으니 그가 오던 안 오던 결과는 마찬가지야!”“안 오면 하 세자가 쫄았다는 걸 말해줄 뿐이지!”입을 연 사람들의 대다수는 해외 세력의 대변인들이었다. 그들은 원래 풍택재단의 일로 하
대하가 겁쟁이라고!?이 말이 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대하 사람들은 하나같이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특히 양정국과 사람들은 이때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셋째 영감의 말은 듣기에는 가볍지만 오늘 하 세자가 싸움에 응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체면만 구겨지는 게 아니라 대하 전체의 체면이 구겨지게 될 것이다. 심지어 국제사회에서 대하의 위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일부 남원 지역의 가족들도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하 세자, 네가 감히 셋째 영감을 도발했으니 오늘 싸우러 나와!”“맞아! 그렇지 않으면 네 자신의 체면만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대하의 체면까지 잃게 돼!”“너 같은 사람이 감히 강남의 1인자라고! 말도 안 되는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모든 사람들이 시종일관 나타나지 않는 하 세자를 토벌하기 시작했다. 이때 다들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이번 토너먼트는 셋째 영감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것이고 하 세자는 지금까지 정면으로 대응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이 최가 셋째 영감을 도와준 가장 큰 이유는 셋째 영감이 강력하게 손을 대서 한때 중립을 선택했던 가문들과 기업을 진정시켰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까스로 줄을 설 기회를 잡았으니 당연히 드러내 보여야 한다. “사실, 만약 너희 하 세자가 두려워한다면 천일그룹 너희 내부 사람들 중 아무나 마음대로 손을 써도 돼.”“나는 상관없어.”셋째 영감은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 집사도 만족한 얼굴이었다. 하 세자가 오늘 손을 대지 않는 게 당연히 가장 좋았다. 셋째 영감이 직접 미국 최가의 위세로 천일그룹을 제압했으니 앞으로 그들이 일을 처리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들었어? 셋째 영감님이 너희 중 누구라도 손을 써도 된다고 하셨어!”“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너희 천일그룹은 강남에서 썩 꺼져버려!”“맞아, 우리 강남에서 너희처럼 이렇게 창피한 그룹은 없어!”천일그룹은 순식간에 도마
하현의 이 말을 듣고 온 집안이 떠들썩해졌다. “하현,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야. 너 정말 네가 주인공이 될 수 있겠어? 여기서 네가 말할 자격이 있어?”“한판 싸워보면 알 거라고? 네가 뭔데?”하현은 이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셋째 영감을 보며 비웃었다. “이건 나와 셋째 영감 사이의 일이야.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말을 해? 순순히 입 다물고 구경하는 게 어때?”하현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너 그렇게 죽고 싶어?”셋째 영감은 뒷짐을 지고 높은 곳에서 하현을 내려다 보았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너한테 기회를 주는 거야. 내 손에 죽으면 그때는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잘못을 빌 필요도 없어.”“헉______”구경꾼들은 이 말을 듣자 하나같이 숨이 막혔다.이 데릴사위는 정말 시비를 가릴 줄 모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셋째 영감을 조롱하다니!그는 설마 셋째 영감이 그를 죽이려고 하면 뺨 한대만 때리면 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가장 중요한 건 셋째 영감 급이 아무 이름도 없는 사람과 함부로 싸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건방지긴. 네가 감히 셋째 영감님을 도발하다니!”“네가 무슨 자격으로 셋째 영감님과 싸울 수 있겠어? 네가 뭔데?”“셋째 영감님과 싸우려면 적어도 국내 아무 리그에서 우승은 해야 하지 않겠어? 네 주제도 모르는 거야?”하현은 냉소적인 얼굴로 말했다. “개들은 다 입다물어.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잖아? 너희들 구경하려면 입다물고 있어. 누구든 한 마디라도 더 하면 내가 뺨을 때려서 입을 막아 버리겠어!”이 말을 듣고 온 장내가 경악했다. 다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렇게 사람을 위협할 줄은 몰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때 하현이 보여준 기세가 그들을 놀라게 한 순간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 영감이 차갑게 하현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말했다. “좋아. 나랑 한판 붙자!”“하지만 생사가 달린 일이니, 죽더라도 내
이때 강우금과 진홍민의 시선이 스테이크 칼을 들고 있는 하현에게로 향했다.“어, 하 씨...”순간 두 여자의 눈빛이 갑자기 멍해졌다.진홍헌도 하현을 알아보았다.그는 자신이 가장 창피한 순간에 하현을 만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얼굴이 만신창이가 된 순간에 그와 맞닥뜨리다니!자리를 떠나려던 강우금과 진홍민 두 사람은 한편으로는 이여웅의 팔을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가리키며 작은 입을 가리켜 뭐라고 소곤소곤거렸다.이여웅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끌고 오만불손한 표정으로 다가왔다.진홍헌은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상대가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자리를 떠났다.그는 속으로는 화가 들끓었지만 자신이 이여웅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이대로 계속 부딪힌다면 결국 자신은 묻힐 곳도 찾지 못하고 이승을 떠도는 신세가 될 것이다.“탁!”하현이 스테이크를 계속 썰려고 하던 순간 이여웅이 갑자기 앞에 있는 의자에 발을 올렸고 의자는 그대로 주저앉았다.하현은 몸을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의자를 피했다.의자는 땅바닥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술잔은 어지러이 널브러졌고 식사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개자식!”나박하가 벌떡 일어났지만 하현이 그를 제지했다.하현은 눈을 지그시 뜨고 이여웅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이참, 여웅 오빠, 이게 무슨 짓이지?”이여웅은 담배를 움켜쥐고 긴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리듯 이죽거렸다.“이봐, 당신이 우리 진홍민과 강우금을 화나게 하고 당혹스럽게 만든 사람이지?”친밀감이 느껴지는 호칭으로 대화를 튼 두 사람을 보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진홍헌은 이 상황이 창피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현은 담담하게 내뱉었다.“괜히 진홍헌을 잡는 척하지 마. 나랑은 전혀 상관없으니까.”“내 머리릴 짓밟고 싶었지만 나한테 나가떨어질 게 겁이 났어?”“우후!”이여웅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홍민아... 네가... 어떻게...”진홍헌은 자신의 동생도 이여웅에게 찰싹 달라붙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똑똑해. 아주 똑똑해...”이여웅은 껄껄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여동생이 외모는 별로지만 아주 똑똑하군.”“내가 당신 총명함을 봐서 함께 데리고 가지!”진홍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웅 오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이에요!”진홍민도 중천그룹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만약 그녀가 빨리 이여웅 같은 사람을 잡지 않는다면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다.진홍헌은 똥 씹은 얼굴을 했지만 이여웅은 두 여자를 끌어안고 깔깔대며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가자, 오늘 날 기쁘게 한다면 둘 다 내가 수양딸로 거둘게!”“앞으로 난 의붓아버지로서 매달 일억씩 용돈을 줄게!”“자, 아빠라고 불러!”그러자 진홍민과 강우금은 동시에 입을 모았다.“와! 너무 좋은 아빠다!”진홍민은 이여웅의 강점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강우금도 지금 이 순간 이여웅의 재산이 진홍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그녀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여웅의 품에 안긴 것이다.심지어 진홍민은 속으로 조심스레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이여웅을 잘 모신다면 나중에 혹시 그가 가지고 있는 중천그룹 주식이 자신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그러면 자신이 쉽게 중천그룹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이여웅은 환하게 웃으며 진홍헌을 쳐다보았다.“진홍헌, 당신은 먼저 꺼져!”“오늘 밤 당신 여자친구와 여동생은 돌아가지 않을 거야.”“앞으로 난 당신의 매부이자 동서이자 아버지야...”“하하하하!”말 같지도 않은 이여웅의 말을 들으니 아무리 부잣집 도련님이라도 진홍헌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를 갈며 말했다.“개자식!”“사람을 이렇게 무시하
”오호! 아주 미녀들이시군!”이여웅의 시선이 강우금에게 쏠려 그녀를 위아래로 바쁘게 훑어보았다.“강우금, 오늘 내가 82년산 마오타이를 가져왔는데 나와 함께 위층에 가서 맛보는 건 어때요?”“참, 미리 말해 두자면 난 다른 사람이 내 체면을 무시하는 걸 제일 싫어해요.”“내 체면을 무시한다는 건 내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는 거나 마찬가지거든.”말을 하면서 이여웅은 자신의 오른손을 스리슬쩍 강우금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어머, 이거 왜 이래요?!”“나 술 잘 못 마셔요. 기껏해야 두 잔밖에 못 마신다고요...”강우금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명품 매장에서 퇴출된 후 그녀는 진홍헌의 품에 안겨 그의 여자친구가 되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여자친구로서의 지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겉으로는 싫은 척하는 듯했지만 속은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듯 한껏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모습에 이여웅은 만족스러운 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띠었다.“형님, 이 여자는 내 여자친구입니다...”진홍헌은 이여웅의 오른손을 그녀의 허벅지에서 떼었다.진홍헌은 강우금이 죽고 못살 정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빼앗아가는 건 다른 문제였다.게다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이 사실이 알려지면 진홍헌은 앞으로 금정 바닥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형님, 제 체면도 좀 생각해 주세요. 제가 다른 여자들 소개해 드릴게요...”“퍽!”눈앞의 여자에게 한껏 흥미가 끓어올랐던 이여웅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진홍헌의 얼굴에 내리쳤다.진홍헌은 한방에 온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쳤다.그의 얼굴을 벌겋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붉은 피가 넘쳐흘렀다.“체면?”“진홍헌이 내 앞에서 무슨 체면이 있어서 세우네 마네 하는 거야?”이여웅은 담배를 깊이 빨아들여 연기를 내뿜고는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진홍헌은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형님, 그 여
흥미로워하는 이여웅의 눈빛을 본 순간 진홍헌의 눈꺼풀이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방금 일부러 이여웅이 들어오는 것을 못 본 척했는데 상대가 말을 걸어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금정 부잣집 도련님 망신은 혼자 다 시켜 놓고 어째서 이 형님한테 인사도 안 하는 거야?”“인사하는 법도 못 배웠어?!”“아주 정말 거만하군그래!”말을 하는 동안 이여웅은 자신의 사람들을 데리고 진홍헌 앞에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오른쪽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자기 세상인 것처럼 한껏 떠들고 있던 진홍헌은 이여웅이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는데도 화를 내지 못했다.“아, 형님, 제가 몰라봐서 죄송합니다.”비록 진홍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이여웅을 상당히 꺼려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여웅과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영 마뜩잖은 눈치였다.“오호, 중천그룹 진홍헌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이 이여웅을 못 본 척할 정도로?”“눈이 나쁜 거야? 아니면 대놓고 날 무시하는 거야?”이여웅은 진홍헌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기분 나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제가 어떻게 그런 마음을 품겠어요? 형님, 너그럽게 봐주세요.”평소에 어디서도 당당하던 진홍헌이었지만 지금 이여웅 앞에서는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애써 웃음을 쥐어 짜내었다.하현의 얼굴에 더욱 짙은 의혹의 빛이 떠오르자 나박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현,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진화개발은 중천그룹 주식의 50%에서 60%정도를 가지고 있어요. 이는 당시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게 막대한 투자금을 빌렸기 때문이에요.”“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는 큰소리치는 중천그룹도 진화개발 앞에서는 아무 소리도 못해요.”“듣자 하니 진홍헌이 당신 처제를 마음에 두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대구 정 씨 가문의 보호를 받고 싶어서 그랬을 거예요.”“그렇지 않으면 중천그룹이 진화개발에 합병될 수도 있거든요.”하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저렇게 처량한 신세가 된 데에는 다 이유
하현이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그날 간민효가 비행기에서 총기를 가진 누군가에게 당했을 때, 그것도 완연결이 한 짓인가?”“맞아요. 얼마 전 간민효가 공격을 받은 것도 아마 대부분 완연결과 관련이 있어요.”“보아하니 해골파가 손을 쓴 것 같던데 배후에는 아마 완연결이 있었을 거예요. 확실해요.”엄도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겉으로 보기엔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아무 관련이 없는 독립된 일처럼 보였지만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고 보니 그 사건들이 모두 얽히고설켜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하현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이번에 금정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인 것 같아.”그가 금정에 오자마자 장생전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니!하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장생전이 운이 나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자, 그 얘긴 이제 그만하지.”하현은 손을 뻗어 엄도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이제 어디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엄도훈이 몸을 곧게 펴며 정중하게 말했다.“죄송하지만 형님, 임페리얼 빌딩에 좀 데려다주실 수 있습니까?”30분 후, 차는 임페리얼 빌딩에 도착했다.이곳은 금정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다.아래 4층까지는 대형 쇼핑몰이고 위층은 오피스텔이었다.이곳에 입주한 회사들은 모두 금정의 대기업들이었다.엄도훈은 비록 정신이 몽롱하고 피곤했지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하현은 따라 들어가지 않고 시계를 슬쩍 본 뒤 나박하를 데리고 아래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그러나 두 사람이 앉아서 막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레스토랑 문을 벌컥 차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한 남자와 두 여자를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남자는 진홍헌이었고 여자는 그의 여동생 진홍민, 그리고 전에 황보정에게 옷을 사 주다가 싸움이 벌어진 강우금이었다.“정말
하현은 희미한 시선으로 말했다.“장생전?”“네, 맞아요. 장생전이요.”엄도훈은 하현이 이를 짐작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자세한 내막을 캐묻지 않고 장생전에 관해 세심하게 설명을 이어갔다.“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여섯 은둔가의 조상이 모두 제왕을 지냈기 때문에 신선을 찾아 장생전에 대해 알아보고 또한 그것을 꿈꿨다고 합니다.”“왕조가 멸망한 후 이러한 일들은 자연스럽게 후손들의 손에 넘어갔죠.”“여섯 은둔가들이 손에 쥐고 있는 비밀들을 모을 수만 있다면 분명 장생전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그런데 문제는 이 세상에 장생이 어디 있겠냐는 것입니다.”“제가 아는 한 여섯 은둔가가 가진 비밀은 사실 가문에만 전승되어 오던 것입니다.”“절대 다른 곳에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죠.”“그래서 완연결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알게 된 여섯 은둔가는 간민효의 지도 아래 완연결을 토벌하였습니다.”“완연결은 하룻밤 사이에 강인하고 야심찬 인물에서 포로로 전락하였고 수많은 그의 부하들도 사상을 입게 되었습니다.”“다만 감옥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 그의 차가 납치되었습니다.”“그 순간 우리는 그가 장생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죠.”말을 마치고 난 엄도훈은 심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분명 장생전을 입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틀림없었다.하현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여섯 은둔가가 이 상황에서 서로 연합한 것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왜 간민효가 손을 썼을까?”엄도훈은 의아한 듯 눈을 살짝 찡긋거리며 말했다.“말하자면 완연결이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죠. 그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늘 간민효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간민효를 차지하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고요.”“처음에는 간민효도 그를 무시하고 말았는데 나중에는 화가 나서 여섯 은둔가와 연합을 하고 나섰어요...”하현은 이 말을 듣고 눈초리를 가늘게 늘어뜨렸다.간민효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긴 했지만 이렇
완연결은 장생전에서 지위가 낮지 않았고 당시 금정 지부 수장이었다.지금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들은 모두 그의 수하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었고 모두 일등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이 사람들이 하현과 맞붙어 제대로 방어도 해 보지 못하고 널브러졌다니?!하현은 엄도훈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얼른 부상 상태를 처리한 후 일어섰다.“됐어. 다친 곳은 기껏해야 3일 정도면 다 나을 거야. 시간 되면 한의사한테 찾아가서 약이나 몇 첩 지어서 컨디션 조절해.”엄도훈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자리고는 안간힘을 쓰며 일어섰다.“형님,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지금부터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별말을 다 하는군. 별거 아니야. 게다가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나니까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그건 그렇고 여기는 당신 사람들을 좀 시켜서 정리하라고 해.”“당신은 나랑 함께 같이 가자고. 아니면 여기서 기다릴 거야?”“아니요. 같이 가시죠.”엄도훈은 주변을 휘익 둘러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형님, 어떻게 이런 곳에서 날 보자고 하셨어요?”“내 추측이 맞다면 이곳은 아마 예전에도 험악한 곳이었을 텐데요.”“이곳은 금정 전체에서도 가장 흉악한 곳이에요!”“여기서 만나자고 할 줄 알았더라면 아마 죽어도 안 왔을 거예요.”엄도훈은 이 사실을 미리 떠올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깊이 후회했다.“흉악한 곳? 이곳은 그냥 버려진 흉가 아니야?”엄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예전에 관청의 최고 책임자가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피서를 하기 위한 별장을 짓고 싶어 했죠...”“결국 반쯤 지어졌을 때 땅속에 있던 큰 무덤을 건드리게 되었고 일하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그러고 나서 이곳은 봉쇄되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되었고요!”“엽기적인 사건을 띄워 조회수라도 올려 볼까 했던 블로거들이 탐험하러 왔다고 들었는데 전부
”이런 살인술은 기이하긴 하지만 나한테는 어린아이들 소꿉장난이나 마찬가지지.”하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전히 담담했다.“단 3분 만에 내가 당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염한 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엄도훈을 풀어 달라는 거지? 그렇지?”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로서는 지금 손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어쨌든 어렵게 장생전과 관련된 몇 개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만약 그들이 죽기라도 하면 얼마나 낭패스러운가?죽은 사람을 앞에 두고 어떻게 진술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아주 매력적인 조건이지만 아쉽게도 난 당신한테 동의할 수 없어.”요염한 여자는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하지만 우릴 생각해 준 당신의 마음이 가상해서 나중에 우리가 당신을 죽일 때는 고통이 길지 않게 단번에 죽여 줄게.”하현은 이 말을 듣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올렸다.그는 요염한 여자가 자신이 내건 조건을 승낙할 줄 알았다.그녀가 아무리 엄도훈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목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하지만 상대방이 헌신짝 버리듯 하현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아 사혈이 막힌 그들의 상태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행위였음이 분명했다.기꺼이 사혈을 틀어막은 것이다.그들을 이 지경에까지 만든 사람은 보통 잔인하고 냉혹한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들이 이렇게 철저하게 무릎을 꿇지는 않았을 것이다.간단히 말해서 사혈을 봉인해야 그들이 살 수 있는 것이다.사혈이 풀린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그래서 하현의 제안은 그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싸우고 싶지 않았어.”“그런데 아쉽게 되었군!”“아쉬울 것 없어!”요염한 여자가 당차게 내뱉으며 웃었다.“당신은 이곳에 와서 몰래 염탐만 해도 될 일이었어.
요염한 여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완연결 선생 뒤에 누가 있는지 당신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야.”“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완연결 선생을 상대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순진하기는!”“내 말은 그러니까,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란 거야. 발버둥치지 말고. 왜냐?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당신을 도와줄 동료들이 지금 옆에 없는 걸 탓할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간민효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도 무릎을 꿇었을 테니까.”말을 하면서 여자는 쭈그리고 앉아 엄도훈에게 주사를 놓으려고 했다.“꿈도 꾸지 마!”엄도훈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순간 바닥에 흩어져 있던 유리 파편을 얼른 집어 자신의 목을 향했다.다른 사람의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훨씬 낫다!“퍽!”여자는 긴 다리를 휘둘러 유리 파편을 들고 있던 엄도훈의 손을 발로 차서 날려 버렸다.그런 다음 한 발을 엄도훈의 가슴에 짓누르며 주사기를 엄도훈의 몸에 찌르려고 했다.“아이 참...”그때 어디선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하현은 두 손을 뒷짐지고 유유히 걸어 나왔다.이 일은 원래 그와 무관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에 이 일이 간민효와 장생전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어쨌든 그가 금정에 있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기도 했다.하현이 나오는 것을 보고 요염한 여자와 그녀의 일행들은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굳어졌다.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런 흉가에 누군가 나타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 분명했다.순간 그들은 총과 칼, 쇠몽둥이들을 들어 올려 하현을 겨냥했다.요염한 여인이 입을 열었다.“당신 누구야?”여자가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일행들은 빠르게 흩어져 하현의 퇴로를 막아서며 잡아먹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엄도훈은 그제야 누가 왔는지 알아보았다.그도 처음에는 구원자가 나타난 줄 알고 기뻐했으나 이내 걱정스러운 얼굴로 소리쳤다.“형님, 어서 도망가세요! 이놈들은 보통 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