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교외. 폐물 창고 한 켠. 설은아와 그녀의 비서는 꽁꽁 묶여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오늘 아침 제호그룹으로 가는 도중에 누가 길을 막아 서더니 지금까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했다. 변백범이 그녀들을 지키라고 배치해두었던 사람들도 소리 소문 없이 없어져 지금 변백범도 소식을 듣지 못했다. 창고 밖에서는 지금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의 몸에서는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아하니 전쟁터에 출전한 적이 있는 병사들이었다. 이때 그는 보드카를 마시며 이따금씩 설은아와 그녀의 비서를 돌아보았다.“이 두 계집애들 참 괜찮네. 지금 손을 못 대는 게 아쉽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 어르신이 시원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이 사람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 집사가 그의 직속상관이라 그 사람 앞에서는 절대 함부로 하지 못했다. 이 말에 설은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람들이 그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 한 이 모든 것은 돌아갈 여지가 있었다. 바로 이때 문 밖에서 또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남자 몇 명이 들어왔다. 이 남자들은 설은아와 비서를 탐욕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침이 고이는 표정을 지었다. “보스, 저는 진작에 대하의 여자들이 정말 예쁘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쪽의 더러운 여자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네요. 제가 가지고 놀아도 되겠습니까?”한 작은 남자가 백주 대낮에 변태스러운 얼굴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앞에 선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집사의 명령을 잊은 거야? 일이 끝날 때까지 이 두 여자를 건드려선 안돼.”“일이 끝나면 이 두 여자는 우리의 장난감이 될 거야.”작은 백인이 웃으며 말했다. “보스, 이 여자는 하 세자의 내연녀라고 들었어요!”“하 세자, 강남의 1인자잖아요! 그의 여인을 가지고 놀 수 있다니, 정말 체면이 서는 일이네요!”“제 생각엔 우리가 이 기회를 틈타 손을 써야지, 그렇지
남원 체육관, 1분 1초가 흐르고 있다. 곧 10분이 지났다. 셋째 영감은 이미 먼저 링 위에 올라섰다. 하현이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을 바로 그 때 갑자기 문자가 왔다.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만지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설은아와 그의 비서가 꽁꽁 묶인 채 방 한 쪽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하현의 얼굴빛은 순간 극도로 안 좋아졌고 일종의 살의가 번졌다. 링 위에서 가볍게 서 있던 천하무적 고수 같은 태도를 취하던 셋째 영감도 갑자기 주변의 온도가 낮아 진 것을 느꼈고 전율을 했다. 이때 최 집사가 천천히 걸어나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현, 이번에 우리 셋째 영감님과 싸우니 최선을 다해 대하의 풍모를 보여주기를 바라.”말을 마치고 그는 발길을 돌려 떠났다. 하현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협박, 이것은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문자가 도착하자 마자 최 집사가 다가왔는데 이것은 이미 모든 것을 암시하는 것이 분명했다. 최 집사는 그가 지기를 원했고 게다가 ‘정정당당’하게 지지 않으면 설은아는 험한 꼴을 당하게 되었다. 하현은 비록 은아가 어떻게 상대방의 손에 넘어갔는지는 몰랐지만 그는 지금 이것이 가짜 뉴스라고 해도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미국 최가의 행동이 얼마나 파렴치한지 그는 이미 본적이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하현은 천천히 링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던 살기는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미국 최가, 토너먼트일 뿐인데 내 아내를 가지고 협박하다니, 아니, 그들이 원래 협박하려던 사람은 분명 하 세자였을 텐데……”“이기려고 별 짓을 다 하는 구나!”“기왕 너희들이 그토록 이기고 싶다니 내가 져주면 좋겠지만 너희 미국 최가들이 이 일의 후폭풍을 잘 견뎌내기를 바라!”하현은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뎠고 지금 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링 아래에서 이슬기는 하현이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말했다.“우 대표님, 무슨
이 손 동작은 아주 간들간들했다.아주 느린 속도로 하현의 가슴과 배를 직접 찍었다. 힘이……자, 이건 전혀 힘이 없었다. 이 셋째 영감은 무슨 고수도 아니고 모양만 좋지 실속이 없는, 무술동작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보통사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은아의 처지를 생각해 하현은 몸을 흔들며 뒤로 세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장면은 바로 장내를 떠들썩하게 했고 모두들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나왔다! 나왔어!”“이게 바로 셋째 영감의 ‘접화파’의 세 가지 수 중의 첫 번째, 접이야!”“데릴사위가 첫 수조차 막지 못했는데 어떻게 셋째 영감의 적수가 될 수 있겠어?”“이 우물 안 개구리는 이제 셋째 영감의 대단함을 알 수 있겠지? 앞으로 어떻게 날뛰는지 지켜보자.”“이번에 우리 대하를 대표해서 출전한 셈인데 이 일이 알려지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 너무 창피하다!”많은 사람들의 의론 속에서 셋째 영감이 외쳤다.“화!”하현은 다시 물러섰고 이번에는 링 가장자리로 물러나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어 곧 무너질 것 같았다. 심판이 나와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고, 10초 뒤 ‘반격할 힘’이 없다고 선언하고는 하현은 지고 말았다. 셋째 영감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현을 내려다 보며 차갑게 말했다. “젊은이, 나는 이미 충분히 봐줬어. 네가 질 줄은 몰랐네. 이건 내 탓이 아니야.”“돌아가서 하 세자에게 전해. 쫄았으면 그냥 말하라고, 괜한 핑계 댈 필요 없다고!”하현은 셋째 영감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다음에 다른 사람과 겨뤄도 네가 이렇게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셋째 영감은 냉소를 하며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데릴사위가 내가 그를 이긴 게 단지 운이 좋아서 그런 것뿐이라는데?”이 말을 듣자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셋째 영감님이 이미 네 사정을 봐 주셨는데 너는 모르겠니?”“여태 그걸 모르면 넌 이제 목숨도 잃게 될 거야!”“요즘 젊은이들은 참 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야단법석을 떨며 하현을 완전히 무너뜨리려 했다.물론 풍택재단을 필두로 했다.하현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하 세자의 체면을 구기는 것이다. 그들이 매우 원하는 것이었다.“하현, 이 어르신이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줄게.”셋째 영감의 안색은 냉담했다.이것은 그가 원하는 결과였다.이 건방진 사위가 며칠 전에 감히 미국 최가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라고 했었다.그리고 지금 셋째 영감이 해야 할 일은 이 쓰레기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하는 것이었다.“셋째 영감,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하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이슬기와 우윤식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서둘러 따라갔다. 체육관 안에서는 지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천일그룹은 이번에 패배하여 돌아왔고, 셋째 영감과 미국 최가는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높이까지 받들어 올려졌다.“대장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셋째 영감의 그 두 가지 수로는 그를 결코 이길 수 없었을 텐데?”체육관 한 귀퉁이에서 양정국의 안색이 안 좋았다.“제 생각엔 무슨 큰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왕태환의 안색도 비할 데 없이 안 좋았다. 그들은 하현의 정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이 모습이 대단히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진짜 원인을 알지 못했다.렉서스 한 대가 오자 이번에는 하현은 신분이 드러날지 말지는 신경 쓰지 않고 우윤식, 이슬기와 함께 함께 차에 올라탔다.차에 올라타고 나서야 슬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질 수 있어요?”하현이 차갑게 말했다.“은아한테 일이 생겼어. 셋째 영감네 사람이 잡아갔어.”그 말에 이슬기와 우윤식 두 사람 모두 온몸을 떨었고, 마침내 오늘 이 이상한 광경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은아가 셋째 영감의 손에 넘어갔구나. 어쩐지 하 회장님이 질 리가 없는데.“변
왜 설은아여야 했는지도 이해가 된다남원 최가 식구들 때문에 설은아는 하 세자의 내연녀로 여겨져 왔다.링 위에서 결국 손을 쓴 사람은 하현이었다. 최 집사가 설은아를 이용해 하현을 협박하는 것도 그럴 만한 일이었다.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지금쯤 미국 최가는 설은아를 풀어줬어야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은아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일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회장님,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손을 댄 사람이 누굽니까?”변백범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지금 강남 길바닥은 그가 장악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설은아를 묶어 둘 수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대단히 사나운 용임을 말해준다.“대략 미국 최가 사람일 테지만 미국 최가의 일에는 빈틈이 별로 없기 때문에 손을 댄 사람은 겉으로는 미국 최가와 아무 상관이 없을 거야.”“형제들에게 최근에 해외, 시외에서 온 패거리들이 있는지 좀 더 알아보라고 해.”하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셋째 영감,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최가는 반드시 망해야 한다.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설은아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하 회장님, 안심하세요. 우리는 이미 남원을 떠날 수 있는 모든 길을 봉쇄했습니다, 반드시 형수님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변백범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바로 이때, 하현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고, 전보를 친 사람은 바로 설은아였다.하현은 온몸을 살짝 떨더니 잠시 후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2천억만 줘!”전화 상대편은 일부러 변조한 목소리였다.“그래, 어떻게 전해 줄까? 돈은 문제가 안 되는데, 나는 은아가 안전한지 확인하고 싶어.”하현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이럴 때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허, 네 데릴남편이 너와 얘기하고 싶어하네. 어서 받아!”“하현, 난 괜찮아. 걱정 마!”전화 맞은편에서 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별반 다를 것이 없어 하현은 절로 안도의
“설은아, 네 데릴남편이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와서 네 년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설민혁이 은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설은아는 인상을 찡그리며 설민혁을 쳐다보았다. 비록 그는 붕대를 감고 얼굴과 억양을 감추고 있었지만 방금 하현을 대하는 태도에서 그는 은아에게 너무 많은 허점을 보여 주었다.그러자 설은아는 차갑게 말했다. "설민혁, 너는 그 2천억 못 받을 거야.”설은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의기양양하던 설민혁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며 벌떡 일어섰다.“놀랄 필요 없어. 난 네가 누군지 벌써 짐작하고 있었어. 네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 소용 없어.”“그리고 하현이 널 못 알아 볼 것 같아?” “설민혁, 너 너무 자신만만하다!”설민혁은 안색을 바꾸며 잠시 후 심호흡을 하고 얼굴의 붕대를 잡아당겼다.그의 얼굴은 온통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은 알아 볼 수 있었다.설은아에게 다가가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알아 보면 또 뭐 어때? 내가 2천억만 벌면 새가 맘껏 날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은 높고, 물고기가 맘껏 헤엄쳐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바다는 넓게 될 거야.”“게다가, 내가 하현에게 직접 돈을 보내게 할 테니, 그때가 되면 이 형님들이 하현 앞에서 너를 짓밟을 거야!”“설은아, 너 오늘이 있다고 생각해?” “설은아는 안색이 조금 좋지 않았지만 여전히 침착하게 말했다.“설민혁, 모든 게 완벽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돈을 받고 나면 팔자가 필 거 같아?”은아는 지금 하현의 정체에 대해 추측을 하고 있었다. 하현이 정말 그 사람이라면 설민혁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이 헛수고가 될 것이다. 설민혁이 웃었다. 돈을 많이 벌어 봤자 죽으면 소용없다는 것인가? 설은아, 설마 하현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설령 그녀가 하현을 위해 체면을 세우려 해도, 그런 큰소리를 칠 수는 없다. 이때 설민혁은 자신의 얼굴에 난 흉터를 만지며 말했다.
판자촌에 사는 데다 아들이 없어져 설동수는 그 동안 건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지금 문이 걷어차이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또 건달들이 찾아오는 줄 알았다.들어온 사람이 하현이라는 것을 똑똑히 알아차렸을 때 설동수는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올랐고, 이때 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설동수가 보기에, 하현 이 데릴사위가 설씨 집안에서 계속 일을 벌리지 않았다면, 그들 설씨 집안은 지금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다.하현이 바로 설씨 집안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이다.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설동수에게 다가가 노려보며 천천히 말했다.“네 아들은 어디 있어?”설동수는 냉소하며 말했다. “하현, 너 지금 정말 날뛰는구나. 은아가 무슨 회장이 된 이후로 벌써 무법천지가 됐네?”“잊지 마, 난 네 윗 사람이야!”“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날뛰는 거야? 이건 반역이야!”하현은 차갑게 말했다.“내가 참을성이 없어서 다시 한 번 묻겠는데, 설민혁 어디에 있냐고!?” 설동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기둥서방이 뜻밖에도 그 앞에서 위세를 부리다니!고작 회장 하나로 기생오라비가 하늘로 승천을 하다니?설민혁이 그렇게 능력이 있는데도, 하현 이 쓰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멀리 타향으로 떠나야 했다니, 하늘은 정말 불공평하다!“몰라. 내가 안다고 해도 왜 내가 너한테 말해야 하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설씨 집안 일에 참견하는 거야? 설동수는 대답할 뜻이 없어 냉소적으로 입을 열었다.하현은 설동수의 목을 걸고 그대로 그를 들어올리며 차갑게 말했다.“마지막으로 다시 묻겠어.”“난 설민혁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그렇지 않으면 너 하나쯤 목 졸라 죽이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하현의 눈빛을 보고 설동수는 마침내 겁을 먹었다.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하현이 자신을 목 졸라 죽일 거라는 걸 알아챘다.“말할게! 말할게! 내려줘!”하현은 설동수를 내려놓으며 차갑게 말했다
남원국제공항에서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평범한 옷차림에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었고, 걸을 때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압박감을 주는 듯 말 못할 기품이 서려 있었다.설민혁이 그를 봤다면 그대로 벌벌 떨었을 것이다.왜냐하면 이 분은 대구 정가의 금지된 뒷산의 장로이자 설민혁과 설지연의 스승 정무성이었기 때문이다.금지 구역 뒷산에 던져진 뒤 설민혁과 설지연 두 사람은 밤낮으로 시달렸다.설민혁이 이번에 나온 것은 그의 명령 때문이었다.정무성이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설민혁을 위해서가 아니었다.그는 설은아를 위해 왔다.설씨네는 몰락했지만 설은아의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이는 대구 정가에게는 분명히 밝혀야 할 일이다.그런 최상급 가문에게는 그들의 하인들이 그들을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을 허용하지 않는다.설은아가 아무리 성공해도 대구 정가의 눈에는 하인일 뿐이다.남원 공항 입구에 이르자 정무성은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내 못난 제자가 이번에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너를 위해 스승님이 너 대신 특별히 미국 최가에 연락을 드렸어."이렇게 했는데도 만약 네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면 스승님도 네 목숨은 지켜줄 수 없을 거야."......하현은 설민혁의 핸드폰 번호를 받은 뒤 곧바로 병부를 동원해 위치를 알아냈다.이어 혼자 차를 몰고 갔다.오래 전에 버려진 공장인데,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부랑자, 건달 등이 많이 모여 있었다.이곳은 회색 지대인 셈이다.하현이 도착했을 때, 공장 입구의 몇몇 건달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이 몇 사람이 건들건들 걸어와서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얘아, 여기 와서 주차하면 유료야. 돈 내.” “얼만데?”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몇 사람은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들은 하는 일 없는 건달들이라 공갈 협박을 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야, 너 차 몇 억은 되는 거 같다. 좋아 보이네? 형님들께서
왕인걸의 말은 이의진을 탓하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더 깊은 뜻이 있었다.순간 이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왕 사장님이 안 물어보셨잖아요?”“물어봤으면 진작에 알려줬을 거예요.”“그리고 하현과 밥을 먹고 싶다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씀만 하세요. 내가 왕 사장님을 도와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하죠!”말을 마치며 이의진은 자신이 하현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듯 한껏 너스레를 떨었다.그러나 이의진은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자신의 오빠가 최희정을 압박하기만 한다면 데릴사위인 하현이 절대 최희정의 말을 거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이의진의 말에 왕인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좋아, 좋아! 내일 내 사무실로 와.”이의진은 눈에는 점점 더 환한 빛으로 가득했다.자신의 앞날에 환한 서광이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이 씨 가족들도 모두 감격에 겨운 얼굴로 서 있었다.마음속으로는 역시 이의진이 인재는 인재라며 감탄해 마지않고 있었고 훗날 자신들의 뒤를 확실히 봐줄 인물이라고까지 여겼다.이러니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밖에!“이의진,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의진을 앞에 두고 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고 그의 한마디에 그녀의 환상 같은 꿈이 일순 깨져버렸다.“왕인걸, 당신도 성인인데 왜 그렇게 쉽게 속는 거야? 옳고 그름이 분간이 안 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설은아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하현, 알겠어!”왕인걸은 허리를 굽신거리며 하현을 배웅했고 이어 몸을 돌려 이의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의진은 낭패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 상황은 전적으로 그녀가 자초한 것이었다.만약 그녀가 몇 마디 하지 않았더라면 하현이 그녀의 면전에서 체면을 뭉개는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하현의 말에도 이 관계를 이용하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는
그러나 왕인걸은 이 씨 가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 대신 왕인걸은 재빨리 하현에게 다가와 공손히 입을 열었다.“하현!”하현?!왕인걸의 목소리는 존대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하대도 아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진의 부모에겐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소리였다.이의진의 집안 친척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뭐야, 이게?하현?하 씨 성을 가진 데릴사위가 정말 이렇게나 능력이 있다는 얘긴가?이의진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왕 사장님, 지금 누굴 보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은 데릴사위일 뿐이에요!”왕인걸은 이의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현을 향해 굽신거리며 말했다.“하현, 아! 형수님도 와 계셨군요!”“이곳에서 두 분을 만나다니 제 생의 영광입니다!”“정말 오늘은 대운이 열린 날인가 봐요!”“만나서 영광입니다.”“너무 반가워요!”왕인걸은 흥분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왕인걸과 하현이 아는 사이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왕인걸이 반가워서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이의진은 입을 떡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하현이 자신의 직속상관, 그것도 왕인걸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설은아는 왕인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아, 왕 사장님, 안녕하세요.”그러나 하현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왕인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마시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아내를 탐하려고 했던 자에게 한 손만 부러뜨리고 놓아준 것만 해도 하현은 많이 봐준 셈이었다.“하현, 지난번엔 내가 많이 잘못했어. 두 사람이 돌아간 뒤 간민효한테 아주 호되게 혼났어!”“나도 내 잘못을 깊이 깨닫고 사과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어!”하현의 냉담한 표정에서 초조함을 느낀 왕인걸은 마음이 떨려 허리까지 구부리며 안절부
”장청 캐피털은 사채업으로 시작한 회사야. 결코 깨끗한 회사가 아니라구!”“고명원도 사실 깨끗하지 않아!”“그런 더러운 인물과 호형호제하는 게 뭐가 그리 잘났어?”“지금은 옛날이 아니야!”“깨끗하게 돈을 벌어야 오래가지!”“고명원 같은 사람이 언제까지 기고만장하게 살 수 있겠어?”이의진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한껏 교만하고 오만한 자세를 보였다.“시대가 변했어. 더러운 방법으로 얻은 영광은 결코 오래갈 수 없어. 결국 우리처럼 큰 회사가 정도를 걷고 있는 거지!”“맞아. 가문을 빛내려면 큰 회사에 들어가야 해!”이영산은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이 자신을 위해서 하현을 마구 헐뜯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여전히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이참에 다 같이 퍼부어 하현을 짓밟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정도를 걸어야지! 정정당당하게!”이의진은 하현에게 훈계하듯 말했다.“당신이 내가 이룬 성과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이룬다면 설 씨 집안에서 당신한테 한 번 더 데릴사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줄지도 몰라!”여기까지 말한 이의진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룸 바깥 복도를 보았더니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이 보였다.그들은 당당하게 얼굴을 든 채 값나가는 명품 옷으로 온몸을 치장한 모습이었다.제일 앞에 선 사람은 더욱 건들거리는 표정으로 들어왔고 내딛는 발걸음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이의진은 하현을 몰아붙이다 말고 갑자기 흥분한 얼굴로 문 앞까지 달려왔다.“왕 사장님, 안녕하세요!”하현이 힐끔 쳐다보니 왕인걸이었다.왕인걸은 여전히 지방시에서 맞춤한 옷을 입고 있어서 부티가 팍팍 풍겼고 이루 말할 데 없는 강인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다만 머리와 얼굴에 칭칭 감은 거즈가 그를 약간 바보스럽게 보이게 할 뿐이었다.이의진이 왕 사장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이의진의 부모는 하나같이 얼른 일어나 자신들도 모르게 일어나서 맞이했다.“왕 사장님. 여기서
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넋이 빠지는 듯했다.왜?왜 고 사장이 데릴사위인 하현한테 사과를 해야 하지?설마 다들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이 씨 가족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건 말건 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됐습니다. 별일 아닌 일입니다. 이대로 없던 일로 하시죠.”“그렇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니 정말로 감사합니다.”고명원은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현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다.“하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시겠습니까?”“나중에 여쭤볼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하현은 싱긋 웃으며 아무렇게나 티슈를 꺼내 번호를 적은 뒤 그의 앞에 내놓았다.“고맙습니다.”고명원은 보물이라도 얻은 듯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은 뒤 이 씨 가족들을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실례 많았습니다. 내가 식사를 방해한 것도 있고 하니 오늘 이 식사는 내가 계산하겠습니다.”몇몇 장청 캐피털 핵심 간부들도 모두 겁에 질려 굽실거리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다.하현은 손을 내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이제 좀 꺼져 주시죠!”하현은 말을 툭 내뱉으며 마치 고명원을 그의 부하처럼 대했다.이 광경을 보고 이 씨 가족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설은아는 이를 보고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현, 다음에 제가 식사 대접 제대로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말을 마치며 고명원은 직원에게 가더니 마오타이 몇 병을 테이블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그의 공손한 자세에 장내는 순식간에 충격에 빠졌다.이영산의 부모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방금 하현에게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라고 퍼부으며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라고 모욕했던 그들이었다.그러나 순식간에 하현이 장청 캐피털 고명원이 떠받드는 인물이 될 줄은 몰랐다.고명원이 공손히 차를 따르던 모습은 그들에게 직접 얼굴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몰고 왔다.이영산은 더욱 마음이 착잡하고 복잡했다.그
이의진도 눈살을 찌푸리며 거들었다.“하현, 내 말 잘 들어! 지금 당장 사과해!”“그리고 무릎 꿇어!”“그렇지 않으면 공사장에서 벽돌 나를 생각은 하지도 마!”“당신은 그냥 굶어 죽어!”하현은 이 씨 남매가 하는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오만방자한 사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3분, 고명원에게 어서 와서 차를 따르라고 해.”“나 하현이 말했다고 전해.”“어서 어서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을 넘길 시엔 차를 따르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야.”이영산을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하나같이 겁에 질려 얼굴빛이 새까맣게 변했다.하현이 이렇게 고명원을 도발하는 것은 그들을 불구덩이로 집어넣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이놈이 이 씨 가족들을 데리고 같이 죽으려고 작정한 거야?“야! 당신이 뭔데? 감히 고 사장님을 오라 마라, 차를 따르라 마라 하는 거야?”장발의 사내는 냉랭한 눈빛으로 말했다.“사는 게 지겨워?”장발의 사내는 여차하면 하현을 밟아 죽일 듯 눈을 부라렸다.그때 온몸에 거즈를 두른 남자가 뒤에서 들어왔다.알고 보니 소항 회관에서 하현과 충돌한 그 남자였다.남자는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두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그는 장발의 사내에게 얼른 귓속말로 속삭였다.소항 회관에서 그는 하현에게 단번에 걷어차였다.고성양의 손발은 부러졌다.엄도훈은 하현 앞에서 나라님 모시듯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이로 미루어 보아 하현의 신분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장발의 사내는 남자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그의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하현! 당신은 이제 죽었어!”이영산은 하현을 가리키며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의 최후를 한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따가 일이 생기면 당신 혼자 다 책임져! 절대 우리 끌어들이지 마!”이 씨 가족의 친척들도 모두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며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
장리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하현, 얼른 형님께 감사하다고 해야지!”“형님이 아니었으면 어디 가서 그렇게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겠어?”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러다 혓바닥 깨물까 봐 겁도 안 나?”“하 씨! 당신 나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신 정말...”장리나는 하현에게 조롱이 가득 담긴 말을 퍼부으려고 했다.그런데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퍽’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발로 문을 차고 들어왔다.차를 마시고 있던 하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든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이어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들이닥쳤다.그들 앞에 서서 담배를 물고 있는 긴 머리의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 씨 가족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모두 꺼져! 이 룸은 우리가 접수한다!”이영산은 오늘 아침 마침내 인생의 절정을 맞이했는데 어떻게 이런 꼴을 당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술기운을 내뿜으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무슨 소리야? 우리 아직 다 못 먹었다구!”“우리 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이 여기서 밥을 먹을 건데 당신들 감히 이런 식으로 굴 거야?”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는 무심한 듯 이영산을 쳐다보았다.장청 캐피털 고 사장님?고명원?고명원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영산은 술이 확 깨는 듯했다.방금까지의 원망과 분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무례하다고 느끼던 이 씨 가족들도 장청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모두 겁을 먹었다.고명원은 어쨌든 그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고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인물이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게 어떻게...”이영산은 말할 수 없이 난감한 표정이었다.그는 얼굴을 돌려 주변 친척들을 몇 번이나 쳐다본 뒤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 거의 다들 드셨죠?”“고 사장님이 이렇게 내 사업을 챙겨주시고 수백억짜리 프로젝트도 맡겨주셨는데 이 룸을 원하셨다니 드려야죠!”“다
설은아는 안색이 약간 변하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하현에게 제지당했다.그가 오늘 여기 온 것은 이영산이 도대체 어떻게 기고만장한 허풍을 떠는지 보기 위해서였다.이제 막 좋은 볼거리가 시작되었는데 못하게 막아서면 얼마나 무례한 일인가!이영산의 부모도 소리를 듣고 와서 눈동자에 살벌한 눈빛을 떠올린 채 주시하고 있었다.데릴사위인 주제에 우리 아들의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에 와서 재를 뿌리겠다는 것인가?!하현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아들에게 아내가 하나 더 생겨 설 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아이고, 이게 누구야? 바로 그 전설의 데릴사위 아니야?!”“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어쩜 저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머리가 좋았으면 노점에서 사 온 무 따위를 장모에게 선물했을까?! 흥!”“게다가 우리 영산이가 선물한 그림을 감히 가짜라고 모욕하다니!”“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꼴같잖게 센 척하기는!”이영산은 그동안 설 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포장해서 이 씨 일가들에게 한껏 허풍을 떤 것이 분명했다.장리나는 당연히 이영산의 편이니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설은아는 이영산이 이렇게 낯짝이 두꺼울 줄은 몰랐다.순간 그녀는 참지 못하고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은데요!”“됐어! 뭐가 어떻게 되고 저렇게 되고 상관없어!”“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고 그 분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거야!”“자기 것이 아니라면 노력해서 얻을 생각을 해야지!”이 씨 가문 둘째 할아버지는 경험자 같은 자태로 말을 이었다.“젊은이, 내가 자네라면 지금쯤 순순히 설 씨 집안을 떠나 경비원이라도 해서 스스로 생활할 수 있게 했을 거야. 그게 데릴사위보다는 훨씬 나아!”“자네가 그러는 걸 자네 조상이 알면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거야!”하현은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씀입니다. 딱 봐도 데릴사위 경험자로서 하시는 말씀이신 듯하군요!”“뭐?
”물론 두 사람이 오늘의 이 성과를 이룬 데는 여러 친척들, 어른들, 형제, 자매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저와 제 남편이 이런 연회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에게 감사하기 위해서입니다.”이영산의 부친은 거만한 자세로 껄껄 웃으며 일어섰다.“여러분, 오늘은 마음 편히 즐겁게 먹고 마시길 바랍니다!”“필요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82년산 마오타이든 뭐든 원하는 만큼 준비해 뒀으니까요!”이영산도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어섰다.“부모님, 여기 어르신들, 형제, 자매 여러분!”“오늘 저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빛내 주셔서 고맙습니다.”“저 이영산, 절대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건배!”말을 마치며 그는 호탕한 얼굴로 술 한 잔을 마셨다.“영산이와 의진이가 능력이 있었던 거죠. 그러니 이렇게 빨리 출세할 수 있었던 거구요! 앞으로 우리 친척들 좀 많이 살펴 주세요!”“맞아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런 대단한 성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해요!”“장청 캐피털 일을 따내다니! 그게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요?!”“성월TV도 마찬가지예요! 배후에 금정 간 씨 가문이 떡 받치고 있는 곳이죠! 따라서 이것은 금정 간 씨 가문과 연줄을 맺은 거나 마찬가지예요!”“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완전히 떴어요!”친척들은 하나같이 영광스러운 얼굴로 이영산 남매를 바라보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놓았다.항렬이 가장 높은 둘째 할아버지가 테이블을 탁 치며 큰소리로 말했다.“자손을 낳으려거든 이영산 같은 아들을 낳아야지!”“우리 이 씨 가문에 이영산이 있으니 이제 우리 가문은 더 높은 곳으로 갈 일만 남은 거야!”이에 이영산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입에 내걸며 호탕하게 웃었다.“둘째 할아버지, 숙모님, 숙부님. 과찬이십니다!”“저와 제 여동생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이 씨 가족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습니다!”“이 씨 가문에 꼭 보답하겠습니다!”이어 이의진도 곱게 화장한 얼굴
이튿날 아침, 밤잠을 설친 하현은 방을 나서자마자 설은아의 차에 몸을 실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그녀는 하현을 원망하기 시작했다.분명 오늘 이영산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어제 다 얘기를 했는데 결국 하현은 이렇게 늦게 일어난 것이다.설은아의 스포츠카에 올라타서야 하현은 알게 되었다.이영산이 요 며칠 동안 무슨 개똥 같은 운이 그렇게 좋았는지 수천억짜리 공사를 수주했고 그와 함께 신분이 순식간에 치솟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의 여동생, 이의진도 직장에서 순풍에 돛 단 듯 승진하며 겹경사를 맞았다고 했다!최희정과 설재석 부부도 원래 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했지만 임시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설은아를 대표로 내세웠다.설은아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산은 하현을 콕 집어 말하며 꼭 데려오라고 했다.말하자면 자신의 높아진 위상을 하현에게 보여줌으로써 코를 납작하게 할 셈인 것이다.하현도 이영산이 절대 좋은 마음으로 자신을 부른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상관없었다.설은아가 참석하라고 하니 함께 가 보는 것이다.낮 12시.하현과 설은아가 홍궁관 2번 룸에 도착했다.룸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안에는 커다란 테이블 다섯 개가 놓여 있어서 한 번에 오십 명 정도가 함께 식사할 수 있었다.테이블당 최소 몇백만 원이 든다고 하니 이영산이 떼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했다.테이블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고 화색이 가득한 그들의 얼굴은 상류층 자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설은아는 낮은 목소리로 이 사람들이 모두 이 씨 집안사람들이라고 하현에게 설명했다.이 씨 집안은 삼류 가문이었지만 그 수는 적지 않았다.게다가 금정 토박이였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지위가 높다고 생각하며 한껏 자존심을 치켜세우고 다녔다.설은아와 하현의 등장은 이 씨 집안사람들의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이영산의 친부모는 이 자리를 주최한 장본인이지만 하현을 보고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문 바로 앞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