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보타산! 보타산은 대구에서 가장 큰 5A급 관광지다. 평일에는 많은 참배자들이 불상 앞에서 절을 올린다. 그러나 보타산 뒷산은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금지 구역이다. 대외적으로는 일정 신분의 사람들만 입주 가능한 거대한 요양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소위 이 요양원은 거대한 장원이다. 대구 정가! 대하에서 10대 최고 가문의 9위에 오른 대구 정가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보타산 뒷산 전체가 산을 끼고 물을 따라 지은 건물로 이 건축물들은 이남 뜰 스타일로 가득 차 있는 가히 최고의 저택이라 불릴만했다.바로 이때 보타산장의 옆 홀에서 들 것 하나가 바닥에 놓여있었는데, 그 위에 손과 발이 모두 끊어진 설민혁이 있었다.설지연은 창백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옆 홀 좌우에 의자가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이때 정천은 자신의 팔을 감싸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의자에 앉아 있었고, 눈가에는 끊임없이 경련이 일고 있었다. 평소 사납기 그지없던 정천은 지금 이곳에서 쥐가 고양이를 만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뒤에야 옆 홀의 안쪽 입구에서 짤랑짤랑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주렴이 활짝 열리는 것이 보였고,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이 치파오를 입고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키가 모델처럼 컸고, 옅은 화장을 하고 있었음에도 아름다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여인은 요괴급 여인이라 어떤 남자라도 그녀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그러나 정천 이 변태는 지금 이 여자를 정면으로 쳐다볼 엄두도 못 내고, 그녀가 걸어나올 때 재빨리 일어나 아픔을 참으며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 “누이를 뵙습니다.”이 여인의 이름은 정한나이다. 이 사람은 대구 정가의 대를 이끈 사람이다. 비록 세자는 아니지만 지위는 세자와 견줄만했다. 정한나는 아무렇게나 나한 의자에 옆으로 기대어 누웠는데, 이때 누군가 그녀의 하이힐을 벗기고 스카프를 걸쳐주었다.
남원. 강남병부 수비 교체식 대전에 유라시아 대장과 장북산이 참석한다는 소식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듣기로 강남 병부까지 떠들썩했다고 한다. 대장은 병부의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이다. 얼마나 많은 군사들이 그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지 모른다. 이번에 이런 기회를 누가 놓치고 싶어하겠는가? 게다가 장북산 선생님이 계신데다 두분이 함께 계시니 이것은 1 더하기 1은 2처럼 간단하지가 않다! 이장성 같은 사람들 조차 설레기 시작했다. “이번에 만약 대장을 알게 된다면 아마 우리 항성 이씨 집안은 여세를 몰아 항성의 다른 최고의 세 가문을 발 밑에 짓밟을 수 있을지도 몰라!”“나도 하민석을 밟아 죽일 수 있어!”최준은 옆에서 감격스러운 얼굴이었다.“만약 대장이 내 빽이 될 수 있다면 내가 강남 1인자가 되는 건 꿈이 아닐 거야!”이 두 분마저 설레 하니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일순간 병부 수비대전의 초대장은 최고가로 전매되었다.많은 사람들이 대장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몇 십억을 기꺼이 내 놓았다! 이런 기회는 일평생 단 한번뿐이었다. 놓치면 기회는 없어진다! ……같은 시각, 병원.설은아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병원에서 3일을 지내고 그녀의 건강이 거의 회복 되자 다시 일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가 직면한 상황은 또 달랐다. 전에 백운회사는 기껏해야 중소형 회사일 뿐이었고, 일손도 수십 명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 않았고 사무실 또한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백운산 리조트 프로젝트가 한창 열기를 띤 이후로 설은아는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알았고, 이 기회를 이용해 회사의 규모를 확장하고 몇 개의 땅을 더 얻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것은 백운 회사가 단번에 발포할 수 있는 기회였으니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확장하려면 사람을 뽑아야 했고 새로운 사무실 건물을 찾아야 했다. 은아는 혼자서 쩔쩔맸다.
회사 빌딩을 찾는 일은 크다고 큰 게 아니고, 작다고 작은 게 아니었다. 하현도 천일그룹의 인맥을 동원하지 않고 나중에 유소미에게 전화를 걸 생각이었다. “소미야, 너 부동산 일 하고 있지? 남원 중심에 놀고 있는 사무실 매물로 나온 거 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어?”“어? 이거 찾아서 뭐 하게?” 유소미는 궁금했다. “은아 회사가 요즘 잘 나가잖아. 이 기회에 인원도 확충하고 범위를 넓혀보려고. 사무실 하나 사서 은아한테 쓰라고 하려고.” 하현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전화 맞은편에서 유소미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후회했다. 만약 애초에 하현 앞에서 도도하게 굴지 않았거나 아예 반대로 하현을 좇아 다녔다면 자신도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지 않았을까? 한숨을 내쉬며 유소미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비현실적인 생각들을 모두 뿌리친 뒤 말했다. “걱정 마. 친구야. 이 일은 내가 반드시 처리해 줄게.” 전화를 끊은 후 유소미는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스마트 밸리 판매 매니저라는 자리가 그녀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준 것 외에도 많은 인맥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소문 끝에 유소미는 남원타워 인근 오피스텔이 하나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곳은 상업 중심지로 사방에 오피스텔과 고급 쇼핑몰이 즐비해 이 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곳은 하현의 요구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고 할 수 있었다. 유소미는 하현에게 전화를 한 후 두 사람은 오후에 함께 쇼핑몰에 가기로 약속했다. 하현은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몇 번 둘러본 후 유소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네.”그러자 유소미는 오피스텔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두 사람은 오피스텔 주인 송대규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송대규는 대략 50세 정도로 배가 불룩 튀어 나왔고, 대머리에 얼굴은 창백하고 딱 봐도 지나치게 술기운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늙은이는 오히려 전혀 자신
오기 전에 유소미는 이미 이 오피스텔의 가치를 추산해보았다. 업계 최고 가격으로 계산해도 3천 6백억정도 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놈이 입만 열면 9천 2백억이라고 하니 시장가보다 너무 비쌌다. 이건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현은 유소미의 표정을 보고 이 가격이 분명 부당하다는 것을 알았고, 이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송 사장님, 다들 장사꾼들이니 신용을 중요시 해야죠.”“이 가격은 너무 터무니 없는 가격 아닌가요?”그는 비록 돈이 많아 이 정도의 돈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회장이 바보처럼 취급 받으며 속을 수는 없지 않는가?송대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저렴한 오피스텔을 찾으려는 거면 여기서 나가세요. 어쩔 수 없네요!”“여기는 자리가 좋아서 가격이 비싸요. 저도 싸게 해드리고 싶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하현이 말했다. “우리는 정말 여기를 원하는데 9천 2백억은 너무 심해요.”옆에 있던 유소미가 웃으며 말했다. “송 사장님, 체면 좀 세워주세요. 시장가대로 하면 어떨까요?”송대규는 이 말을 듣고 잠시 유소미를 훑어본 뒤에야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제가 당신 체면은 세워드릴 수 있죠. 하지만 가격은 당신이랑 나랑 천천히 얘기합시다.”“자네는 태도가 안 좋아서 당신이랑은 얘기할 마음이 없어요.”송대규는 또 하현을 힐끗 쳐다보면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유소미는 정말 하현을 돕고 싶어 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송 사장님, 저랑 얘기 하시죠.”송대규는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들어가서 얘기합시다.”말을 하면서 송대규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현이 따라가려고 하자 송대규는 벌써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당신은 예의가 없네요. 나가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팔지 않을 거예요!”송대규가 어떻게 하현이 자기 일을 망치는 것을 가만히 눈뜨고 볼 수 있겠는가? 유소미는 눈치채지
“아!?”유소미는 약간 어리둥절했고,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송대규는 참지 못하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아가씨는 아직도 내 말을 이해 못한 거예요?”“나는 이혼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 아직 재혼을 못하고 있어요.”“나는 지금 밤에 혼자 잠을 못 자요!”“아가씨가 나를 도와서 이 문제를 좀 해결해 주세요.”말을 하면서 송대규는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고 그곳은 침대가 놓여진 침실이었다. “이리 와요! 그 다음에 당신이랑 3천 6백억에 계약할게요!”송대규는 돼지 같은 얼굴로 히죽거리며 조급해했다.“송 사장님, 이런 농담은 전혀 웃기지가 않아요!”유소미는 더할 나위 없이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사회에서 오랫동안 뒹굴며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보통 점잖고 기회를 봐서 자신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자신이 거절하고 나면 이 사람들은 모두 포기했다. 모두가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이런 일로 체면을 구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 송대규가 정말 뻔뻔하게도 장사 얘기를 하면서 이런 요구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신도 이 오피스텔의 가치가 최대 3천 6백억이라는 것은 똑똑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일부러 가격을 올린 것은 자기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다!송대규는 이때 자신의 허리띠를 풀고는 한 걸음씩 유소미에게로 걸어가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이 세상엔 여자를 포함해 모든 것에는 가격이 매겨져 있어요!”“만약 내가 당신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내가 가격을 충분히 비싸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이렇게 합시다. 가격을 깎아 주는 것 외에 내가 10억을 당신한테 줄게요.”“생각해 봐요. 당신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지!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는 것만큼 당신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아요!”유소미는 뒷걸음질을 치다 벽에 붙어 차가운 목
송대규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안배했다고 느꼈다. “쾅______”그러던 중 갑자기 사무실 대문이 크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발길에 걷어차여 열렸다. 사무실 안에 있던 송대규는 깜짝 놀랐다. 유소미도 놀란 얼굴이었다. 하현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이때 하현은 벌써 들어와 송대규 앞에 와 있었다. 몇 명의 깡패들은 이미 바닥에 누워있었다. “퍽!”하현이 뺨을 때리자 송대규는 날아가 벽에 부딪혀 이가 몇 개 빠져버렸다. “너! 네가 감히 나를 쳐!?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 빽이 누군 줄 알아?”“너 죽었어! 내가 장담하는데 너의 최후는 비참해 질 거야!”송대규는 날뛰는데 익숙했다. 이때 그는 비록 발음이 분명치는 않았지만 여전히 하현을 가리키며 노호했다. 하현이 웃었다. “누군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건 오래간만에 듣네.”“내가 얼마나 처참하게 될지 한번 보고 싶네.”“좋아! 너 능력이 있으면 가지 말고 있어! 어르신이 지금 사람을 부르겠어!”송대규는 냉소를 연발했다. 곧이어 그는 전화를 만지작거리더니 재빨리 밖으로 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상범진 형님, 저예요. 송대규! 누가 제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고는 저를 때렸어요! 꼭 오셔서 제 대신 정의를 세워주세요!”“네. 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말을 마친 후 송대규를 전화를 끊고 냉담한 표정으로 하현에게 말했다. “너 죽었어! 우리 형님이 지금 오실 거야!”“내가 오늘 네가 누워서 나가게 해주겠다고 보증하지!”말을 마치고 송대규는 피를 머금은 침을 땅바닥에 뱉고는 유소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너! 더러운 년아, 부끄러운 줄 알아! 어르신한테 순진한 척을 하다니!”“내 말 잘 들어. 오늘 어르신은 너를 가지고 놀 거야!”이 말을 내뱉자 유소미는 순간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곧 화려한 그림이 수놓아져 있는 셔츠를 입고 시가를 물고 있던 남자가 들어왔다. 걸어 오면서 말했다. “송씨야. 네가 평소에 어르신에게 효도를 했잖아.”“어르신이 말한 대로 일이 있으면 도와 줄게.”“하지만 어르신이 온 이상, 너도 어르신을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생각은 없겠지?”이 사람이 바로 상범진이다. 강남 길바닥의 거물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구역이 바로 이 부근이었다. 송대규는 솔직히 말해 그가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그는 이 말을 듣고 급히 현금 뭉치를 더듬으며 말했다.“형님, 형제들이 오셨으니 분명 헛수고하지 않으실 겁니다. 작은 성의의 표시입니다.”말을 하면서 그는 현금을 건네 주었다. 상범진의 부하 하나가 받아 가더니 상범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상범진은 그제서야 담담하게 말했다. “송씨야,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 봐.”송대규는 하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형님, 바로 이 사람이 제 좋은 일을 망쳤을 뿐 아니라 제 뺨을 때렸습니다!”상범진은 먼저 유소미를 한번 쳐다보고는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이게 바로 네 좋은 일이야?”송대규는 순간 알아차렸다. 비록 조금 달갑지는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말했다.“형님이 마음에 드시면 먼저 하세요. 저는 충분히 놀았으니 무슨 일이든 말씀 하신 대로 하겠습니다!”이 말을 듣고 유소미는 어리둥절했다. 뻔뻔스러워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을 그녀는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송대규처럼 이 지경까지 뻔뻔한 사람은 정말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상범진은 손을 내밀어 송대규의 얼굴을 툭툭 치며 칭찬을 하더니 차갑게 말했다.“얘들아. 가서 저 녀석을 불구로 만들어 버려.”“계집애야, 네가 이 어르신을 모시고 들어갈래? 아니면 어르신이 너를 데리고 들어갈까?”분명 이 상범진과 송대규는 같은 부류였다. “죽었다!”유소미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절망적인 기색이었다. 그녀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죽을지언정 절대 모욕을 당해서는 안 된다
상범진은 이때 손을 내저으며 담배 한 모금을 빨며 말했다.“재미있네. 몇 년 동안 아무도 감히 이 어르신 앞에서 날뛰지 못했는데.”“어르신이 오늘 네 손발을 부러뜨리지 않으면 나 상범진 세 글자를 거꾸로 쓰겠어.” 말을 하면서 상범진은 무리들 앞으로 나갔다. 송대규는 하현을 비웃으며 말했다.“상범진 형님이 직접 나서서 너를 죽이려고 하시니, 너는 죽어도 묻힐 곳이 없을 거야!”유소미는 한숨을 쉬며 자기도 모르게 하현의 앞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꼈고 어쩌면 오늘 그녀는 하현과 한 운명이 될 수도 있었다. “헉!”그리고 곧이어 상범진이 하현의 얼굴을 똑똑히 본 순간 그는 무릎에 힘이 풀리더니 바로 하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 장면은 모든 사람을 멍하게 만들었다. 송대규는 멍해졌다. 유소미는 멍해졌다. 상범진의 부하들도 멍해졌다. 이 장면은 현실성이 없는 꿈만 같았다.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길바닥 보스 상범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무릎을 꿇다니?장내는 조용해졌고 감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하현은 웃을 듯 말듯한 얼굴로 상범진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너 나 기억하지?”하현의 말에 상범진은 우는 것보다 더 안 좋은 표정을 지었다. 이 분, 확실히 기억이 난다!?그는 지금도 그 당시 왕정민이 이 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었는지 기억을 하고 있었다. 그는 왕 세자라 불리는 남자였다! 결국 이 분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 한대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길바닥 왕 홍인조도, 아마 이 분에 의해 물러났고 자기 사람이 상석에 올랐다. 지금 자신이 뜻밖에도 이 분을 건드리다니!?이 순간 상범진은 정말 하늘에서 벼락이라도 쳐서 맞아 죽고 싶었다. 너무 무서웠다. 이때 송대규가 반응을 하며 무의식적으로 말했다.“형님, 이 사람은 폐물이에요. 여자의 보호가 필요한 폐물인데 무릎을 꿇고 뭐하십니까!?”“너 어르신께 무릎 꿇어!”상범진은 화가 나서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