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로비로 내려왔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했다.그가 두 걸음을 옮기자 정몽연이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책!”강책은 멈칫하며 정몽연이 두 손 가득 물건을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무슨 화장실을 40분이나 가? 변기에 빠진 거야?”강책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아……배탈이 좀 나서 말이야.”정몽연은 콧방귀를 뀌더니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내가 너 주려고 맛있는 거 많이 샀어. 방에 가서 천천히 먹자.”말을 마치자마자 로비에서 어떤 여자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꺅~~변태야!!!”로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따라갔다.로비에 있던 대형 전광판은 호텔의 광고만 몇 편 나왔었는데,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한 객실의 실시간 상황을 방송하고 있었다.각도와 해상도를 봐서는 몰래카메라가 분명했고, 그 몰래카메라가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었다.객실 안에는 한 남자와 암퇘지 한 마리가 있었다.“저 사람 뭐야? 어떻게 돼지랑 저렇게……”“쯧쯧, 정말 못 볼 꼴이군.”로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수군거렸고, 어떤 사람은 견디지 못하고 휴지통 옆에서 토하기 시작했다.정몽연은 스크린을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남자들과의 스킨십조차도 많이 없었는데, 하물며 인간이 아닌 것과의 스킨십이라니!그녀는 스크린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강책, 이게 무슨 일이야?”강책이 웃으며 말했다.“손준풍이 자극적인 걸 좋아나봐, 그래서……”“손준풍?”방금 정몽연은 화면을 흘끗 보아서 제대로 보지 못했고, 다시 생각해 보니 화면 안에 있던 사람이 정말로 손준풍인 듯했다.그녀는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손준풍이 어째서 이 모양이 된 거야?”“그 사람이 조금 변태 기질은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어?”“어떻게 돼지까지……”강책은 정몽연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사람마다 각자의 고충이 있는 법이지. 저 사람의 취향을 우리가 간섭할 권리는 없잖아. 하지만 이렇게
정몽연은 손준풍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해서 통화 중이었다.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어제부터 손준풍 휴대폰이 계속 꺼져 있어. 어제 일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그에게 큰 상처를 준 것 같네.”하지만 정몽연은 왠지 모르게 흐뭇했다.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는 손준풍에게 일어난 이번 일로 남몰래 기뻐했다.“엄청 좋아하는 것 같다?”강책이 말하자, 정몽연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그럴 리가, 난 절대 남의 불행을 기뻐하지 않아.”말은 그렇게 하지만 고개를 돌리자마자 정몽연은 슬며시 웃었다.이번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도 황당하고 웃긴데 더구나 손준풍의 일이라니, 그렇다면 더욱 기쁠 수밖에!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차역으로 들어갔다.순조롭게 집에 돌아온 뒤, 정몽연이 앉기도 전에 할아버지 정중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 할아버지. 무슨 일이세요?”“몽연아, 연태구 일을 맡긴 건 어떻게 되었니?”“모두 다 끝냈어요. 상대 회사가 70%의 가격으로 자료를 저희에게 팔았고, 계약서를 모두 작성한 뒤 챙겨왔어요.”“오, 그럼 됐다.”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정중이 말을 다시 꺼냈다.“그럼 손 회장에게 무슨 일이 생긴지 아니? 어제부터 계속 전화 연결이 안 되는데 왜 그런 건지 도통 모르겠구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소문도 돌고 말이야.”정몽연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하며, 일부러 침착한 척을 하며 대답했다.“손 회장이오? 잘 모르겠는걸요. 어제 호텔에서 헤어진 뒤로는 만난 적이 없어서요, 오늘도 배웅하러 오지 않았고요. 저도 왜 자꾸 전화를 안 받으시는지 궁금한데요.”“그러니? 알겠다. 나중에 다른 사람한테 다시 물어보마, 이만 끊자.”“네네.”전화를 끊자마자 정몽연은 웃음이 터졌고, 한 번도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었다.비록 남의 불행으로 기뻐하는 것은 도덕적이지 않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그녀를 통쾌하게 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손준풍에서 짜증이 나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지금은 먼저
기모 엔터테인먼트 기지, 사무실 건물 회의실 안.정단정이 우울한 얼굴로 앉았다.“왜 그래요?”강책이 물었다.“경영진은 만들어졌지만 각 분야의 인력이 많이 부족해요. 배우, 가수, 작가, 감독 등등 너무 많아요.”“현재 우수한 인재들은 모두 백강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돼 있어서 저희는 발굴을 하지도 못하고 있어요. 지금 손에 쥔 사람들만 가지고 백강 엔터를 노리는 건 무리예요.”그러자 강책은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당연한 거죠, 만약 이렇게 쉽게 백강 엔터를 무너뜨리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백강 엔터가 1위 자리를 차지한 세월이 십수 년인데, 하루아침에 그들의 뛰어넘을 수 있겠어요?”“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합시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때가 되면 뒤집을 수 있어요.”“지금의 백강 엔터는 분명 강하지만, 내부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어요. 저희가 직접 손을 대지 않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멸할 겁니다.”정단정은 의외라는 듯 강책을 바라보며 문외한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는 것도 많으며 다른 관리들처럼 급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랬다.기반을 다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강책, 당신을 다시 보게 됐네요.”“저희부터 잘 해야 되는 걸 깨달았어요. 때가 되면 백강 엔터를 완전히 무너뜨려야죠.”그러자 강책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대답했다.“생방송뿐만 아니라, 우리 기모 엔터는 모든 방면에서 백강 엔터를 꺾어야 합니다. 앞으로 강남시에서 엔터테인먼트는 우리가 주도하게 될 거예요!”정단정은 웃으며 사진 한 장을 강책에게 건네며 물었다.“이 여배우 어떠세요?”강책은 사진을 보았다.큰 가슴에 가는 허리, 하얀 피부를 가진 사진 속 배우는 전형적인 외모로 먹고사는 여배우였다.“팔로워 수가 당연히 많겠죠?”강책이 말했다.“당연하죠. 누흔열이라고 하는 배우인데, 영상부 VP항지성이 얼마 전 계약한 배우예요,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어느 정도 있고요.”“연기는 어떤가요?”정단정은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뭐 그저 그래요, 히지만 저희
현재 강 씨 집안에는 강책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그는 공원 계단에 걸터앉아서 허공을 바라보았다.그는 주말 오후마다 아버지가 그와 동생을 데리고 이곳으로 와 간식을 사 먹고 하늘의 구름을 보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시절은 단순하고 즐거웠다.지금 경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때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강책?”한 여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강책은 몸을 돌려 그녀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 여자는 강책이 아주 잘 알고 있다, 40대의 중년 여성으로 이미 나이가 들었지만 그녀의 몸매는 아주 잘 유지되고 있었고, 피부 관리도 좋아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그녀의 이름은 임지란, 강책 아버지의 고교 동창으로 강한비를 수년 동안 짝사랑했다.강한비가 장가를 들고 아이를 낳은 뒤 임지란은 한동안 엄청난 우울에 빠져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그리고 강한비의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임지란은 강한비를 위로하면서 강책과 강모 두 아이를 돌보아 주었다.오랜 세월 동안 임지란이 강책의 비어있던 엄마 자리를 메워 준 셈이다.후에 임지란은 용기를 내어 강한비에게 고백했지만, 결국은 거절당했다.강한비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잊지 못했을뿐더러, 임지란을 지체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의 사랑을 거절했다.그 후 상심한 임지란은 강남을 떠나 타향으로 떠났고, 듣자니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오늘 이 자리에서 그녀와 재회하게 되었다.강책은 반가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지란 아주머니, 돌아오신 거예요?”임지란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어제 막 귀국해서 여기 왔지.”강책은 임지란이 자신의 아버지 강한비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곳은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 가장 즐겨 찾았던 곳이었고, 강책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이곳에 온 것이었고, 임지란이 이곳에 온 목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어제 막 귀국해서 오늘 이곳에 바로 왔다는 것은 몇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강책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백강 엔터테인먼트.강책이 온 힘을 다해 뛰어넘으려는 회사인데, 왜 하필 그곳이지?강책은 속으로 괴로워했지만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지란 아주머니, 어떻게 백가에 가게 되신 거예요?”“사실대로 말해줄게, 왜냐하면 백강이 우리 남편한테 아주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거든, 귀국해서 영화 한 편을 찍게 해주겠다고 말이야. 나도 남편과 같이 귀국한 김에 백강에서 연기 지도를 맡았고.”“아주머니 남편분은 감독님이세요?”“맞아.”강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후에 임지란과 정면으로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그가 매우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생각을 하던 차에 갑자기 몇몇 남자들이 강책과 임지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비켜요, 여기 우리가 써야 하니까.”강책은 순간 넋이 나갔다.“여기는 공공장소인데 왜 우리가 비켜야 하죠?”“왜라니? 우리 기모 엔터테인면트가 여기서 영화를 찍어야 하고, 대스타 누흔열이 친히 현장에 오시는데 너희 같은 찌꺼기들이 빨리 안 비키면 어떡해? 억지로 쫓아내야지 갈 건가?”그러자 임지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기모 엔터 사람들은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지?”강책은 얼굴이 화끈거리며 곧바로 대답했다.“그게……사실 모든 기모 엔터 사람들이 일을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아요.”“하, 너희 둘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지금 우리 기모 엔터를 모욕하는 건가?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강책은 자기가 기르는 개에게 물리는 이 상황에 복잡한 심정이었고, 심히 어이가 없었다.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엉덩이를 한 번 털고는 임지란과 자리를 이동했다.그는 도대체 어떤 영화를 찍는 건지 매우 보고 싶었고, 곧 모든 촬영 장소가 다 비워졌다.엑스트라와 카메라, 조명사, 음향감독 모두 준비가 완료되었고, 현장에 수십 명의 사람들 모두 여주인공인 누흔열이 오기만을 기다렸다.누흔열은 얼마 전 기모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한 배우로, 업계에서 약간의 유명세를 타
한 번이면 끝나는 간단한 장면을 10번 이상 촬영하니 스태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강책도 매우 힘들었다. 이러니 누흔열의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다음 신은 아내와 내연녀와 찍는 장면입니다. 대역 배우 나와 주세요.”이번 신은 내연녀 역할을 맡은 누흔열이 본처에게 들켜 뺨을 맞는 장면이다. 하지만 당연히 누흔열은 뺨을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대역 배우를 썼다. 대역 배우는 기모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능요라는 여배우였다. “레디, 액션!!!”대역 배우가 연기할 때 누흔열은 무대 아래에 앉아 다리를 고고 차릴 마시고 스태프는 옆에서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공주님 같았다. 이제 막 연습생 생활을 마친 대역 배우였지만 능요의 연기력은 누흔열 보다 훨씬 훌륭했다.능요의 대사, 호흡, 몸짓 그리고 표정까지 너무 완벽해서 상대 배우가 무척 편했다.연기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상대 배우가 훌륭하면 연기에 더 몰입할 수 있다.능요의 열연에 상대 배우까지 몰입하여 한 번에 끝났다.특히 본처에게 뺨을 맞아 바닥에 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더욱 훌륭했다.뺨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억울해하며 우는 연기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끝냈다.“컷!!!”감독이 ‘컷’을 외치자 박수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능요의 연기력과 오랜 촬영을 하며 참아왔던 감정이 쏟아져 나온 박수였다. 소곤거리는 사람들도 있었다.“대역 배우인데 연기를 저렇게 잘하다니, 능요가 주연해야겠어.”“맞아. 다음번에 더 편하게 작품 할 수 있겠어. 내가 조명 조정 안 해도 어떻게 해야 잘 나오는 알고 있어. 정말 대단해.”“이게 바로 프로지!”“대스타라는 누흔열은 성형한 얼굴 믿고 남자들한테 꼬리치는 거 아냐? 아주 능력도 좋아.”누흔열은 사람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마시던 차를 내려놓았다.그녀는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무명 대역배우 주제에 주연 보다 잘 한다는 게 말이 돼?’누흔열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감독님, 방금 그 장면 별로인 것 같은
스태프들은 누흔열의 말을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사실 처음 찍었을 때 이미 완벽해서 두 번이나 찍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넘어지는 게 리얼하지 않다는 트집을 잡아 세 번이나 촬영했다. 누가 봐도 누흔열이 고의로 능열을 괴롭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스태프들은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가 누흔열을 주연으로 캐스팅하고, 이 영화의 분량을 전부 누흔열에게 준 거지?’참을 수밖에 없었다.감독이 화를 억누르며 외쳤다. “다시 갑시다. 액션!!!”능요는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 없이 계속 연기를 했다. 이번에도 방금 찍은 것과 별 차이 없었다. 하지만 능요는 넘어질 때 특히 신경 써서 진짜 넘어지는 것처럼 연기했다. 20대 여자가 보호 장비 없이 시멘트 바닥에 넘어지니 매우 아팠다.능요는 그 아픔의 생생함을 그대로 연기했다.사실 연기할 필요 없이 너무 아팠다.“컷!”감독은 미리 선수 처 누흔열에게 말했다. “능요씨 이번에 넘어지는 장면 정말 리얼했어요. 모든 장면이 너무 완벽했어요. 됐죠?”누흔열은 하하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느긋하게 말했다. “네, 능요씨는 괜찮은데 상대 배우 연기가 별로네요. 앙칼지고 독기가 전혀 없어서 다시 찍어야 할 것 같아요.”감독은 누흔열이 억지를 부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감독도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자, 다시 갑시다. 액션!!!”또다시 한차례, 한차례 끊임없이 똑같은 장면을 촬영했다. 누흔열은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다시요.”20번을 넘게 찍었는데 누흔열은 모두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능요는 여러 번 넘어져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눈물이 났다. 옆에 있던 임지란은 계속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게 연기예요? 이건 그냥 살인이에요!”“이런 배우로 좋은 작품은 꿈도 꾸지 마세요.”“어휴, 기모 엔터테인먼트는 보는 눈도 없고 돈만 날렸네요.”이때, 누군가 나서서 누흔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NG가 났다니 연기가 별로라니 몇 번을 찍어도 마음에
“자, 그럼 한 번 해봅시다.”누흔열은 직접 본처 역할 맡아 능요의 뺨을 때렸다.‘찰싹!!!’능열의 뺨 맞는 소리는 촬영장 전체에 울러 퍼졌다.누흔열은 능요의 뺨을 세게 때렸다. 능요는 아직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뺨을 맞아 연기할 필요 없이 아주 리얼하게 바닥에 쓰러졌다.‘철퍼덕’ 하는 소리와 능요는 뼈가 부러질 듯 쓰러졌다.능요는 아프고 억울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스태프들은 능요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연기였다. 원래 뺨 때리는 장면은 때리는 척만 하기 때문에 배우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는다. 하지만 누흔열은 하는 척이 아니라 정말로 능요의 뺨을 때렸다.연기가 아니라 정말 능요의 뺨을 때렸다.누가 봐도 누흔열이 본처 연기를 한다는 핑계로 능요에게 분풀이하는 것이었다. 누흔열은 능요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능요가 눈물을 흘리자 누흔열은 속이 후련했다.“좋네요, 이번에는 좀 리얼하게 넘어졌네, 눈물 연기도 좋고.” “이렇게 하면 돼요. 알겠죠?”능요는 아무 말 못 하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누흔열은 세트장에서 나와 마치 자신이 감독인 마냥 큰 목소리라 말했다. “배우들 준비해 주세요. 자, 레디 액션!!!”하지만 이번에도 누흔열의 맘에 들지 않았다. 누흔열처럼 모질게 정말 뺨을 때리는 배우는 없었을 것이다. 누흔열이 화가 나서 세트장으로 달려가 본처 역할을 맡은 배우에게 말했다. “아침밥 안 먹었어요? 손에 힘이 하나도 없네요. 그렇게 때려서 되겠어요?”“제가 다시 한번 보여줄게요. 어떻게 때리는지 눈 크게 뜨고 잘 봐요.누흔열은 다시 능요의 뺨을 세게 때렸다.누흔열이 한 번으로 모자라 일부러 연기하는 척 뺨을 때려 사리사욕 채우는 것을 모두가 알았지만 감히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유일하게 말한 사람은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여기서 누흔열이 여왕이다.능열은 절망하며 눈을 감았다.능요가 뺨을 맞으려는 순간 누군가 나타나 능요의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누흔열의 손목을 덥석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