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 제4화 안녕하세요, 반승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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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안녕하세요, 반승제 씨

드디어 문이 열리고 반승제가 아닌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반승제의 비서인 심인우였다.

“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건 사모님께 전해달라고 하신 선물입니다.”

백연서는 반승제에게 돌아와서 저녁밥이나 먹으라고 했지 성혜인이 있다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그의 성격으로 원래 오려고 했던 것도 안 올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인우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아들며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래, 승제가 바쁜 건 나도 알고 있으니... 대신 몸조리 잘하라고 전해주렴.”

심인우는 머리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안으로 들어온 백연서는 성혜인을 쳐다보지도 않으며 손을 휘적였다.

“너도 이만 돌아가. 승제가 시간 있을 때 다시 부를 테니까.”

“네.”

성혜인은 애초부터 남아서 밥 먹을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심인우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흐릿한 뒷모습 만으로도 반승제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오늘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혼 서류가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시 차에 올라타서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성혜인은 빨간불을 기다리며 회사 단톡방을열어 봤다.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단톡방은 아주 시끄러웠다.

‘반승제가 이번에 결혼하러 돌아왔다면서요? 네이처 빌리지에 비싼 값을 주고 펜션을 샀다고 하던데 곧 인테리어도 하겠죠?’

‘사장님이 반승제랑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혹시 실내 디자인 일을 저희 쪽에서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저희가 엄청 덕을 보겠는데요? 반승제 정도의 재벌이라면 일은 둘째 치고 말이라도 섞어보고 싶어요...”

반승제가 결혼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는 뉴스에도 전혀 나온 적이 없는 일이었다.

이 화제에 관심 없었던 성혜인은 휴대전화를 끄려고 했는데 마침 사장 양한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지금 잠깐 문라이트로 올 수 있어? 네가 디자인했던 펜션에 관심 있는 고객이 있는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대.’

성혜인은 사실 아주 우연히 실내 디자이너가 되었다. 미술 전공이었던 그녀는 우연히 같은 반 친구에게 펜션 디자인을 해준 적 있는데, 또 우연히 한 부자의 눈에 들어서 원래보다 10배나 높은 가격으로 팔렸다. 이 덕분에 성혜인도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졸업을 한 후, 성혜인은 양한겸의 제안에 응해 그의 회사에서 실내 디자이너로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왜 정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인지는 또 아주 복잡한 이야기다.

성혜인은 문자를 보자마자 핸들을 돌려 문라이트로 향했다.

그녀가 문라이트 앞에 도착했을 때, 양한겸이 또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나는 너를 데리러 못 갈 것 같아. 하지만 임 사장님의 친구가 곧 도착한다고 했으니 잠깐만 기다려 줘.’

문라이트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만약 이곳의 회원이 없다면 지인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반승제가 임경헌의 전화를 받았다.

“형, 제가 소개해 주겠다고 했던 사람이 문라이트 앞에 도착했대요. 그러니까 올 때 꼭 데리고 와요. 이참에 서로 인사도 하고요.”

임경헌은 성혜인의 설계도를 바라보며 반승제가 무조건 마음에 들어 하리라 생각했다. 마침 네이처 빌리지의 펜션도 인테리어할 때가 되었으니 모자란 게 없는 반승제에게 선물을 줄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제가 형이 무조건 마음에 들어 할 만한 선물로 준비했거든요.”

반승제가 대답할 새도 없이 휴대전화 건너편의 음악 소리가 갑자기 커져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반승제는 자신의 사촌 동생이 제원에 둘도 없을 최고의 플레이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말한 ‘선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문라이트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오자마자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저 여자라고?’

가까이 가보니 틀림없이 오늘 아침 호텔에서 만났던 여자였다.

성혜인이 양한겸에게 전화를 해보려고 할 때, 반승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특유의 아우라도 부자들의 세상으로 불리는 문라이트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었다.

반승제는 검은색 정장에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성혜인이 일찍 떠난 이유가 틀림없이 임경헌에게서 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임경헌이 소개해 주겠다고 한 사람이 너야?”

성혜인은 반승제가 먼저 말을 걸어 올 줄 몰랐다. 그가 말한 임경헌이라는 사람은 아무래도 양한겸이 말했던 임 사장님인 듯했다.

‘임 사장님의 친구가 반승제이고, 내가 디자인하게 될지도 모를 펜션도 반승제의 것이라고?’

성혜인은 자신의 처지가 약간 우스웠다. 아직 이혼을 하지도 못했는데 전 남편의 신혼집을 디자인하게 되다니... 세상이 좁다는 말이 아무래도 사실인 듯했다.

어찌 됐든 제 발로 굴러들어 온 일을 거절할 리 없었던 그녀는 덤덤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반승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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