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강하랑은 일찍이 단오혁 등과 헤어졌다. 커플 사이에 껴서 데이트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송유나가 아무리 부탁해도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단오혁의 흐뭇한 눈길을 받으며 단유혁의 차에 올라탔다.연유성은 당연히 그녀와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차를 가져온 관계로 뻔뻔히 단유혁의 차를 타지는 못했다.서해에 돌아가는 길, 두 대의 차량은 나란히 움직였다. 서해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밥을 먹을 때였다.강하랑은 급하게 집에 돌아가지 않고 시내에서 먹을거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최근 핫한 중식당이 마음에
연유성은 전화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음 모드로 해놓은 다음에는 다시 확인하지도 않았다.“중요하다고 할 만한 일은 없어요. 있다고 해도 GN 쪽 일이겠죠. 근데 회사는 제가 없어도 잘 굴러가요. 월말에 보고 받을 일만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잠깐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강하랑은 연유성이 왜 GN을 언급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녀도 GN의 직원이다. 굳이 출근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가본 적이 있었다.GN은 완벽한 체계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유성이
영상통화가 연결되고 핸드폰에는 연성태의 쇠약한 얼굴이 나타났다. 적지 않게 화가 난 모양인지 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그게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보일 정도면 말이다.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잔뜩 잠긴 목소리는 완전한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연유성의 이름을 부르는데 멈췄다.연유성은 콧방귀를 뀌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프면 몸 관리나 할 것이지, 회사 일에 신경 써서 뭐 해요? 이러다가는 회사 일을 알아볼 시간도 없게 생겼네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즐기기나 하세요. 병원에만 있는 게 답
병원 병실.연성태는 적지 않게 열 받았다. 영상 통화가 끝난 다음 손에 힘이 없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는 핸드폰을 내던졌을 것이다.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온서애는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곧장 밖으로 나가 의사를 데려왔다.의사가 진정제 주사를 놓은 다음 온서애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물었다.“이제 좀 어떠세요?”연성태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온서애를 힐끗 보고는 빈정대는 식으로 대답했다.“보면 모르냐. 죽지 않고 살아있다.”허약한 목소리에는 짜증도 섞여 있었다. 온서애는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곁에 서서 물었다.
“엄마, 저 배달 음식 별로 안 먹어요. 시간이 맞을 때는 시혁 오빠를 불러서 요리사로 부려 먹어요. 시혁 오빠 요리 솜씨 장난 아니거든요.”강하랑은 정희월이 걱정할까 봐 집 근처의 식당을 전부 가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마냥 거짓은 아니었다.단시혁은 자주 먹을 것을 가져다줬다. 시간이 있을 때는 그녀의 집에서 요리해서 같이 먹고 다시 일하러 가기도 했다.그녀는 지금의 상태가 딱 좋았다. 동네 구경도 하고 서해 음식도 먹어봤으니 말이다. 귀찮을 때는 부려 먹을 오빠도 있어서 완벽했다.정희월이 도시락을 보내는
잠깐 고민하던 강하랑은 결국 건강검진을 예약했다.건강검진은 월요일이다. 이번 주 피곤한 것도 있고, 마무리할 일도 있어서 이틀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다.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 주말 동안 쉬기까지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예외 사건은 온마음의 출산일이었다. 만약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면 건강검진을 취소하고 병원에 가야 할 것이다. 그녀의 개인적인 일보다는 조카의 탄생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말이 나오기 바쁘게 당일 저녁 바로 가족 단톡방에 온마음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강하랑은
“울지마. 울면 진짜 못 생겨진다? 이거 봐, 눈이 벌써 토끼처럼 빨개졌네.”온마음이 눈시울을 붉힌 것을 보고 단이혁이 괜히 장난을 쳤다. 언젠가 임산부는 울면 안 된다는 글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못생겼다고 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속상함으로 가득했다.온마음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못생겼다고 날 버리면 딸이랑 나가서 따로 살 거예요. 어차피 나 이제 돈도 명성도 얻었으니까 이혁 씨 말고도 날 좋아할 사람은 많아요.”“알았어. 내가 널 버리기는 왜 버려.”단이혁은 온마음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땀에 흠뻑
“역시 해외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한 사람답네요. 어떤 일이 닥쳐도 무서워하질 않아.”강하랑의 팔을 잡은 남자는 어느샌가 그녀의 가방을 빼앗아 들고 손까지 묶었다. 차가운 느낌을 봐서는 철제 수갑인 것 같았다.“미안하지만 우리도 직업 정신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에요. 돈 받고 입장을 바꾸면 우리만 곤란해져요. 알 만한 사람이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고 순순히 따라와요. 그러면 절대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강하랑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납치범의 말을 따랐다. 그들의 목적을 알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