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실.연성태는 적지 않게 열 받았다. 영상 통화가 끝난 다음 손에 힘이 없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는 핸드폰을 내던졌을 것이다.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온서애는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곧장 밖으로 나가 의사를 데려왔다.의사가 진정제 주사를 놓은 다음 온서애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물었다.“이제 좀 어떠세요?”연성태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온서애를 힐끗 보고는 빈정대는 식으로 대답했다.“보면 모르냐. 죽지 않고 살아있다.”허약한 목소리에는 짜증도 섞여 있었다. 온서애는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곁에 서서 물었다.
“엄마, 저 배달 음식 별로 안 먹어요. 시간이 맞을 때는 시혁 오빠를 불러서 요리사로 부려 먹어요. 시혁 오빠 요리 솜씨 장난 아니거든요.”강하랑은 정희월이 걱정할까 봐 집 근처의 식당을 전부 가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마냥 거짓은 아니었다.단시혁은 자주 먹을 것을 가져다줬다. 시간이 있을 때는 그녀의 집에서 요리해서 같이 먹고 다시 일하러 가기도 했다.그녀는 지금의 상태가 딱 좋았다. 동네 구경도 하고 서해 음식도 먹어봤으니 말이다. 귀찮을 때는 부려 먹을 오빠도 있어서 완벽했다.정희월이 도시락을 보내는
잠깐 고민하던 강하랑은 결국 건강검진을 예약했다.건강검진은 월요일이다. 이번 주 피곤한 것도 있고, 마무리할 일도 있어서 이틀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다. 오늘 일을 마무리하고 주말 동안 쉬기까지 하면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예외 사건은 온마음의 출산일이었다. 만약 아이를 낳기 시작했다면 건강검진을 취소하고 병원에 가야 할 것이다. 그녀의 개인적인 일보다는 조카의 탄생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말이 나오기 바쁘게 당일 저녁 바로 가족 단톡방에 온마음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강하랑은
“울지마. 울면 진짜 못 생겨진다? 이거 봐, 눈이 벌써 토끼처럼 빨개졌네.”온마음이 눈시울을 붉힌 것을 보고 단이혁이 괜히 장난을 쳤다. 언젠가 임산부는 울면 안 된다는 글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못생겼다고 하면서도 그의 눈빛은 속상함으로 가득했다.온마음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못생겼다고 날 버리면 딸이랑 나가서 따로 살 거예요. 어차피 나 이제 돈도 명성도 얻었으니까 이혁 씨 말고도 날 좋아할 사람은 많아요.”“알았어. 내가 널 버리기는 왜 버려.”단이혁은 온마음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리고 땀에 흠뻑
“역시 해외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한 사람답네요. 어떤 일이 닥쳐도 무서워하질 않아.”강하랑의 팔을 잡은 남자는 어느샌가 그녀의 가방을 빼앗아 들고 손까지 묶었다. 차가운 느낌을 봐서는 철제 수갑인 것 같았다.“미안하지만 우리도 직업 정신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에요. 돈 받고 입장을 바꾸면 우리만 곤란해져요. 알 만한 사람이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고 순순히 따라와요. 그러면 절대 다치게 하지 않을 테니까.”“...”강하랑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납치범의 말을 따랐다. 그들의 목적을 알기 전에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딱히 그런 건 아녜요.”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운전 속도와 달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어투로 말했다. 납치범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조금 믿기지 않았다.“그냥 난 의뢰를 받았을 뿐이죠. 그쪽처럼 납치당한 순간부터 덤덤한 고객은 많거든요. 우리도 그런 고객한테는 부드럽게 대하죠. 다만 납치하고 장소로 가는 도중에 마찰이 생긴다면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압할 겁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단하랑 씨가 우리한테 협조하길 바라서 그러는 거예요.”강하랑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곤 두 눈을 감았다.지금 이 순간
집 아래 주차장까지 도착했지만, 그의 핸드폰으로 여전히 강하랑의 답장이 오지 않아 그제야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그는 빠르게 강하랑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핸드폰이 있는 강하랑의 핸드백은 납치범에게 있었고 그녀의 핸드폰을 방해금지 모드로 전환해 놓았다.그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라면 응당 핸드폰을 자주 방해금지 모드로 설정할 것이라곤 생각했다. 여하간에 그들이 만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러했으니 말이다.특히 부잣집 아가씨나 사모님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잠을 방해받아 피부 상태 망치는 걸 싫어했기 때
집으로 올라가기 전에 단유혁은 그래도 강하랑이 집에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냥 깜빡하고 문자를 못 본 것이라고, 다른 일을 하느라 전화를 못 받은 것이라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거나 실수로 방해금지 모드 버튼을 터치해 버린 것이라고 말이다.여하간에 강하랑은 확실히 최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낮에도 놀지 않고 일을 하면서 밤에는 온마음과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그러나 엘리베이터를 카드로 찍고 올라가는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엄청난 공포가 밀려왔다.강하랑이 살고 있는 건물은 반드시 카드키를 찍어야만 그 층을 올라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