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결과를 예상할 때 XH 팀의 예전 실력을 떠올리면서 꽤 많은 팬들과 관중들이 그들을 응원했다. 비록 겨우겨우 결승에 진출한 것이지만 말이다. 거의 모든 해설가들이 그래도 XH가 우승하리라 예측했다.아쉽게도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었다.너무 열심히 한 탓에 부상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단오혁은 결승전에서 실수 연발했고 결국 첫 탈락으로 경기장에서 나오게 되었다.일찍 탈락한 패배 팀이었던 터라 패자부활전에 들어갈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더욱 속상했던 것은 섬나라 팀에게 패배한 것이다.그해 경기가 끝
그해 우승자는 여전히 그들이 아니었다.삼 년이 지나자 단오혁은 예비 인원으로 되었다.첫 번째 포인트 경기가 끝난 뒤, 팀은 2위라는 성적을 따냈고 1위는 작년에 우승한 팀이었다.포인트 경기의 성적을 본 팬들은 다시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황금비를 맞았던 그때의 마음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았다.그저 포인트 경기에서 2위를 했을 뿐인데 꼭 예전에 우승만 거머쥐던 경기의 왕이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단오혁의 팬들은 기세등등하게 단오혁의 복귀를 원하기도 했다.팬이니까. 당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오길 바랐다.더군
댓글엔 더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저 경기 기록만 남아있을 뿐이다.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 어느 경기에서 그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었는지, 어떤 실력으로 팀원과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 말이다.한줄 한줄, 한장 한장 전부 글과 사진의 방식으로 댓글을 남겼다.단순히 단오혁의 명예가 아니다. 그들이 함께 걸어온 길과 시간이기도 했다.강하랑은 경기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이 게임조차 놀아본 적도 없었지만, 팬들이 단 댓글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꼭 그녀도 그때의 현장에서 단오혁을 위해 응원의 목소리를 냈던
강하랑은 당연히 없었다.따릉이를 근처 지정 주차장에 잘 세워둔 뒤 곧바로 단오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가 전화를 걸고 연결음이 몇 초간 들려오자마자 바로 끊겼다.다시 전화를 걸어보려고 할 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그녀의 곁에 멈춰 섰던.운전석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가 그녀를 보고 있었다.멈칫하던 강하랑은 한참 뒤에야 정체를 알아보곤 바로 씩씩댔다.“왜 뒤에서 등장해요? 경기장에서 나와서 날 데리러 와야 하는 거 아녜요?”단오혁은 길가에 주차를 해두곤 운전석에서 내렸다. 캐리어를 끌고 있는 강하
단오혁은 확실히 강하랑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이미 4년 전에 비난이란 비난을 다 들었었기 때문이다.이런 한 마디마저 받아들일 수 없는 멘탈을 소유했다면 아마 경기장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더군다나 그의 동생이 한 말은 심한 말도 아니지 않은가. 그저 투덜거리다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고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러나 그의 여동생은 이미 죄책감을 느끼는 듯했다. 꼭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사람처럼 말이다.단오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실소를 터뜨리며 다른 한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쓰다듬었다.“뭐야, 이젠 이
KTX에서 내려야 할 때도 강하랑이 도움을 요청할 새도 없이 훤칠한 청년이 그녀의 캐리어를 짐칸에서 꺼내주었다.정말이지 너무도 고마웠다.지하철을 타면서 있었던 소동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생략했다.사소한 일은 남매 사이에 그저 장난으로 넘길 수 있었지만 이런 큰일은 말해봤자 마음을 어지럽힐 뿐이니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나았다.자신의 이야기를 끝낸 강하랑은 다시 단오혁이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은 것에 따져 들었다.분명 지하철역까지 왔음에도 일부러 말해주지 않고 그녀가 초라한 실력으로 자전거를 타는 걸 지켜보지 않았는가.지금
단오혁의 말을 듣고 난 강하랑은 속으로 엄청 의외라고 생각했다.사실 단오혁의 뜻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오혁의 악취미라는 결론밖에 나지 않았다.여하간에 단유혁과는 성격부터 다른 단오혁은 겉으로만 봐도 단이혁과 성격이 아주 잘 맞을 것 같았다.나이 차이는 별로 많이 나진 않았다. 그저 그녀와 2살 차이가 날 뿐이다. 나이도 비슷한 사람끼리 장난을 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니 강하랑도 방금처럼 원망 섞인 어투로 장난도 쳤다. 화도 나지 않았다.단오혁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니 그제야 자신
단오혁의 말에 얼떨떨한 모습으로 바로 따라갔다.“자리가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단오혁은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흘긋 보았다.“게스트석은 자리가 아니냐?”어쨌든 그는 이 경기의 후원자였다. 그러니 자리 하나 마련하지 못할까.강하랑은 빙긋 웃으며 단오혁을 따라갔다.우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높은 곳에서 찍고 있던 카메라 감독의 눈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고 거대한 스크린에 갑자기 두 사람의 모습이 방송되었다.조용히, 살금살금 지나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대형 스크린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는 것이 부끄러웠던 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