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월은 여전히 단이혁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에 단원혁이 누구를 말하는지 몰랐다.그러나 단지헌은 아주 흥분하며 말했다.“남자라고? 어떤 놈이야?”단원혁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리고 차가워진 얼굴로 대문 앞에서 목격했던 것을 자세하게 말했다.남자가 강하랑 대신 문을 열어주는 것부터 강하랑이 활짝 웃는 모습까지 말이다.디테일을 99% 살려서 아주 생동하게 말했다.그리고 말하는 중간중간에 이를 빠드득 간 덕분에 그의 기분도 고스란히 느껴졌다.아무리 강하랑이 영호시로 돌아온 지 며칠이 되었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다른 남
“사랑이가요? 무슨 상황인데요?”단이혁은 결혼에 대한 것을 잠시 제쳐두고 단지헌과 단원혁과 함께 얼굴을 굳혔다.“사랑이가 요 며칠 스튜디오가 아니면 병원으로 갔어요. 그러니 제발 제게 사랑이가 연유성 그 자식이랑 다시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그럴 리가 없잖니!”정희월은 단이혁의 말에 한숨을 쉬더니 웃어버렸다.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지승현과 강하랑이 왜 자주 만나고 있는지를 말이다.“두 사람은 그냥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야. 사귀지도 않는데 왜 다들 발끈을 하는지...”강하
단지헌은 순간 단이혁의 말에 급발진하게 되었고 마침 입을 열어 욕하려던 와중에 정희월이 그를 말렸다.정희월은 한숨을 내쉬며 단이혁에게 말했다.“이 어리석은 놈아, 네가 온씨 가문의 아가씨랑 결혼하겠다는 거 우리가 반대하는 건 아니잖니. 네가 조급해할 게 뭐가 있니? 너 혼자 가면, 그 아가씨는 온씨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겠니! 네 아빠랑 같이 가야 우리 단씨 가문에서 그 아가씨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니. 그 아가씨 체면을 우리가 세워줘야지.”단이혁은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칠흑 같은 두 눈동자를 들어
자신을 욕하고 있던 고양이가 곧 자신의 곁에 있을 거란 생각에 단이혁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그리고 정희월이 한 말도 그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래서 단지헌과 같이 가라는 말에 그도 흔쾌히 동의했다.“어머니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노인네랑 그럼 같이 가죠. 뭐.”태도는 아까보단 많이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입은 아니었다.노인네라고 부르는 단이혁에 단지헌은 결국 참지 못하고 화를 내게 되었다.“이 썩을 놈아, 누가 아빠를 그렇게 불러?”만약 옆에 있던 정희월이 아니었다면 그는 슬리퍼를 들어 단이혁을 향해 던졌을 것이다.
“연유성. 그래, 내가 여기 오기 싫어하는 것은 인정할게.”강하랑은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를 똑바로 보았다.“만약 널 보살폈던 그동안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면 그냥 말해. 굳이 네 몸으로 이런 장난을 할 필요 없으니까.”이미 많은 것을 겪었던 강하랑은 더는 3년 전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연유성을 볼 수가 없었고 그의 곁에 맴돌 수가 없었다.만약 3년 전이였다면, 연유성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매일매일 병실로 찾아와 지극정성으로 간호했을 것이다.아무리 그가 다친 것이 그녀 때문이
큰 소리가 들려왔으니 이렇게 우뚝 서서 지켜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그는 계속 서 있기만 한 지승현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나가라고. 그러자 지승현은 그제야 손에 있던 물건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두 사람만 남게 했다.처음이었다. 지승우는 지승현을 향해 빈정대지도 않았고 아주 담담한 얼굴로 나가자고 했다.다만 병실 문이 닫히자마자 지승우의 태도는 바로 돌변했다.“야, 지승현. 너 어디 문제 있는 거냐? 왜 허구한 날 자꾸만 사랑 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건데, 재밌냐?”“난 사랑 씨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중이야. 이것도 문제
전에도 말했듯이 지승현은 지승우의 용서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건 내 책임이야. 그러니 변명은 하지 않을게. 날 때리든 욕하든 네 마음대로 해, 난 가만히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게 내가 사랑 씨를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는 아닌 것 같은데? 우리 집안의 상황으로 봤을 때, 이제 더 이상의 갈림길은 없을 거야. 설사 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 씨가 아닌 다른 걸 선택했다고 해도, 단씨 가문에서 사랑 씨를 지켜주지 않을까?”“너 진짜...”지승우는 지
병원.지승현과 지승우가 나간 다음 병실에는 침묵이 잠겼다. 숨 막히는 분위기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강하랑은 결국 먼저 입을 열어 사과했다.“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내 태도가 너무 삐딱했지? 만약 그것 때문에 퇴원하려는 거라면 내가 간병인을 찾아줄게. 그리고 앞으로는 간병인을 통해 도시락을 배달해 줄게, 어때?”강하랑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수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사람이라면 그녀라도 꼴 보기 싫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유성의 기분을 위해 억지 미소를 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