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인이 공항 갈 시간이니 얼른 데려다주라고 연락한 정희월에 강하랑은 그제야 아쉬운 듯 통화를 종료했다.“아, 갑자기 한주로 돌아가고 싶네.”박재인이 돌아간다는 말과 한주에 있는 온마음, 그리고 한남정 식구들이 그리워진 강하랑은 다소 한주시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단이혁은 노트북을 닫고 다른 한 손으로 단홍우의 작은 손을 잡으면서 강하랑을 보았다.“나 내일 아침에 갈 거야. 너도 갈래?”“어?”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비록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의아함이 들었다.단이혁은 느긋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네 그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도 모르지. 그러다가 갑자기 어느 남자한테 홀라당 넘어가지나 말아.”단이혁은 그녀의 이마를 콩 때리곤 문을 열어 강하랑에게 단홍우와 함께 돌아가라고 했다.강하랑은 그에게 딱밤을 맞은 이마를 만지며 반박하려던 때에 대표이사실 맞은편 책상에 홀로 앉아있는 형체를 발견하게 되었다.‘채은 언니?'‘왜 들어오지 않은 거지?'강하랑은 더는 단이혁의 말에 반박할 생각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곤 서채은이 들어오지 않고 밖에 머물고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
다른 사람 눈에도 두 사람만큼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집안이었다.한 명은 영호시 최고의 가문인 단씨 가문의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듣도 보도 못한 시골에서 올라온 일개 비서였다.하지만 그것이 뭐 상관있겠는가?몇십 년 전 단씨 가문도 아주 가난한 가문이었다.그녀의 아빠인 단지헌은 외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단씨 가문을 지금의 가문으로 일구어 정희월이 고생하지 않게 했다.사람의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현실이 어떻든 눈앞에 놓인 난관을 어떻게든 해
아마도 아직 어린 단홍우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을 못 했는지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특히 서채은은 더더욱 그랬다.하마터면 작디작은 단홍우의 손을 잡고 아니라고 말할 뻔했다.그녀는 사실 아주 좋아했다.심지어 단원혁이 그녀를 좋아한 것보다 더 일찍 말이다.학교에서 그를 처음 본 순간 그녀는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단상 위에서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마치 함부로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다.그래서 그녀는 더욱더 노력했다. 단씨 가문의 후원을 받아들인 후부터 그녀에겐 작은
“고모, 채은 아줌마는 왜 우는 걸까? 홍우가 혹시 말실수 한 거야? 아줌마가 우는 모습은 처음 봤어...”강하랑은 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도 서채은이 갑자기 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는지 몰랐다.단홍우의 말을 듣게 된 후 그녀는... 뭔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강하랑은 시선을 떨구고 단홍우의 작은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녀는 단홍우가 방금 했던 말을 곱씹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단홍우로 인해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가자, 고모 늦은 거 아니야? 고모 점장님께서 공항에 간다고 하지 않
“그러니까 내 말은 빠른 시일 내에 해보라는 거야.”단이혁은 아주 이성적인 모습으로 하려면 빨리해보라고 말했다.“만약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얼른 형한테 말해줘야 하지 않겠어? 인간에겐 입이라는 좋은 것이 있잖아. 말 못 할 건 뭐야, 그냥 말하기 싫은 거지. 만약 우리의 추측이 틀렸다면 그냥 넘어가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강하랑은 입술을 틀어 물었다.“그럼... 그럼 내가 기회를 봐서 해볼게.”뭔가 남몰래 나쁜 짓을 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녀는 그래도 확인해보고 싶었다.단이혁은 그녀가 뭘 망설이고 있는지
그러나 정희연은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유전자 검사로 받은 충격을 받았을 때보다는 많이 침착해진 모습이었다.어차피 단이혁에겐 숨겨둔 아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는데 그녀가 반대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아주 경사로운 일이었다.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래, 이 일은 큰일이니 이따가 네 아빠가 오면 같이 얘기해 보자꾸나. 다만 나도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아주 좋은 사람이에요.”정희월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단이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허리를
아마 단이혁에게도 봄날이 찾아와서 그런지 정희월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사랑이 네가 좋은 아가씨라고 하니 그럼 엄마는 네 둘째 오빠의 안목을 한 번 믿어보마. 이따 저녁에 네 아빠가 돌아오면 함께 혼수에 관해 얘기하자꾸나. 너무 과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것이고 너무 소소하면 기분이 나쁘겠지. 그러니 오늘도 본가에서 자고 가거라. 함께 상의해 보자꾸나.”“응, 엄마. 엄마 말씀이 맞아.”강하랑은 진지해진 정희월에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하지만 엄마, 적당히만 하면 돼. 만약 혼수를 많이 준비했다간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