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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이준혁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윤혜인, 기억이 돌아온 거야?”

“아니요.”

윤혜인은 그저 그 이야기 속의 자신을 기억하고 감정 이입을 한 것뿐이었다.

되돌아온 대답에 이준혁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는 그녀가 과거를 기억하길 바라면서도,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도대체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분위기는 어색하게 흘러갔다.

“미안해...”

과거의 일들에서 잘못하고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는 것을 그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윤혜인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임세희에게 조금 관대한 적은 있었으나 그녀를 사랑한 적도 없었다.

윤혜인은 실망한듯한 남자의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준혁 씨,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요? 모든 ‘미안해'가 ‘괜찮아'로 돌아오지는 않아요. 저는 과거의 저를 대신해 당신을 용서할 권리가 없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심했다. 마치 어젯밤의 열정적인 그녀가 그녀가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가슴이 미세하게 떨리며 이준혁은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 문 벨이 울렸고 윤혜인은 재빨리 문을 열었다.

“윤혜인, 괜찮아?"

곧 배남준이 들어와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긴장된 표정으로 위아래로 살폈다.

과도하게 걱정하는 듯한 마음이 윤혜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괜찮아, 남준 오빠.”

그러자 배남준은 안도하며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은 그 행동이 매우 눈에 거슬렸다.

이준혁은 갑자기 앞으로 나서더니 윤혜인의 손목을 잡았다. 눈빛은 매우 어두운 채로 말이다.

“혜인이한테 손대지 마세요.”

얼음처럼 차가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가 예상치 못한 것은 윤혜인이 본능적으로 배남준의 손목을 잡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현 상황은 이준혁이 윤혜인을 잡고, 윤혜인은 다른 남자를 잡고 있는 꼴이 되었다.

온도가 마치 영하로 내려간 듯, 주위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어두운 이준혁의 얼굴에는 윤혜인이 가한 공격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때문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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