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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배남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대표님, 부부라는 호칭은 이미 이혼한 전처에게는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준혁은 배남준까지도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순간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마치 수천 개의 화살에 찔린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눈도 한껏 붉어진 채로 그가 윤혜인을 내려다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윤혜인, 저 남자랑 무슨 관계야?”

창백한 얼굴에 밤을 새운 탓에 그의 눈가에는 핏줄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더 이상의 상처를 견딜 수 없는 듯한 슬픔이 엿보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윤혜인은 그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비록 배남준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지만 이준혁에게 희망 따위를 주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다.

배남준은 윤혜인의 표정을 보고 그녀의 곤란함을 눈치채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혜인이와 저는 경천이의 허락을 받고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습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듣자, 이준혁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그러더니 그는 배남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윤혜인만을 응시하며 물었다.

“정말이야?”

배남준이 이렇게 말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윤혜인은 깜짝 놀랐다.

‘오빠가 무슨 허락을 했다는 거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한다고?!’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준혁의 강한 성격을 생각하며 일부러 윤혜인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우리 사귀고 있어요!”

짧은 몇 마디가 원자폭탄만큼의 파괴력을 발휘해 남자의 단단한 마음에 엄청난 구멍을 내버렸다.

그의 얼굴에서 혈색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윤혜인은 이 틈을 타서 손을 뺐고 계속해서 말했다.

“앞으로 저와 얽히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남준 오빠가 오해할 수 있으니까요!”

이준혁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마치 윤혜인의 말이 그의 몸을 산산조각 내버린 듯 말이다.

“안 돼!”

그때, 이준혁이 갑자기 소리쳤다.

“분명 나랑 6개월 동안은 결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잖아!”

“네. 저희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거지, 아직 결혼한 게 아니잖아요!”

윤혜인은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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