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82화

작가: 이한나
진아연의 말에 진찬성은 마음이 놓였다.

그는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 여자 진짜 명도 길어? 그런데 그 몸매가 죽으면 좀 아깝긴 하겠다.”

진찬성은 소원의 굴곡 있는 몸매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정말 매혹적인 여자라니까.’

오빠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아연은 바로 그의 말뜻을 알아챘다.

이건 그가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문득 진아연은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빠, 정말 그 여자랑 하고 싶다면...”

한편 병실 안.

소원이 막 깨어난 후, 간병인이 그녀에게 죽을 먹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손, 얼굴, 목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나아져 덜 부어 있었다.

육경한이 들어오자 간병인은 그의 눈짓을 보고 나갔다.

그렇게 그가 그릇을 받아들고 계속 소원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거부할 줄 알았지만 뜻밖에도 소원은 그런 기색 없이 숟가락이 오자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심지어 너무 급하게 먹다가 입가에 국물이 조금 흐르기도 했다.

육경한은 그릇을 내려놓고 휴지로 그녀의 입을 닦아주며 말했다.

“무슨 애처럼 먹어, 천천히 먹어도 돼, 여기 너랑 밥 뺏는 사람 없어.”

그의 말에는 은근히 애정 어린 느낌이 묻어 있었지만 본인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늘 털을 쭈뼛 세운 고양이처럼 행동하던 소원이 이렇게 얌전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육경한도 자연스럽게 놀리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곧 이상함을 느꼈다. 소원은 그의 말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상처투성이 얼굴에는 표정조차 없었고 온몸이 마치 곧 부서질 것 같은 깨진 유리 인형 같았다.

찝찝하긴 했지만 육경한은 이내 다시 그릇을 들어 먹여주었고 소원도 계속해서 받아먹었다.

마지막 한 숟가락을 먹일 때, 소원의 표정이 약간 흔들리더니 곧바로 ‘우웩' 하는 소리와 함께 방금 먹은 죽을 모두 토해냈다.

끈적한 액체가 침대와 육경한의 팔에 쏟아졌고 이윽고 위산 냄새가 함께 몰려왔다.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며 육경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소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3화

    그런 끔찍한 고통을 겪은 후, 갑작스러운 폭력 앞에서 소원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구치소에서 두 여자가 그녀의 손톱을 뽑던 모습을 즉각 떠오르자 반사적으로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기도 했다.그녀의 이런 모습에 육경한은 마음이 마치 무엇인가에 세게 부딪힌 것처럼 멈칫했다. 이윽고 높이 치켜들었던 손이 갑자기 힘을 잃었다.분노로 거칠게 들썩이던 그의 가슴은 신기하게도 진정되었다.그는 펼쳐진 손가락을 모아 천천히 내리며 여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예상대로 소원의 몸은 본능적으로 떨리기 시작했고 깊은 혐오감 때문에 그의 스킨십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러자 육경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말이다.그녀는 마치 꼭두각시 인형인 척하며 그가 알아서 떠나기를 바랐던 것이다.“내가 만지는 게 싫어?”육경한은 담담하게 물었다.넓은 손바닥은 소원의 뒤통수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하얀 목에 멈췄다. 그러더니 마치 그녀의 목 너비를 재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그가 실제로 목을 조르지는 않았지만 소원은 목이 꽉 조여지는 느낌을 받았다.뒤이어 육경한은 비웃듯이 말했다.“그게 가능할 것 같아?”한 마디 한 마디가 마치 악마의 예언처럼 들렸다.더 이상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던 그녀는 육경한의 손목을 세게 붙잡고는 마구 물어뜯었다.방심하고 있던 육경한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곧 피 냄새가 사방에 퍼지자 소원은 처음으로 누군가의 피를 생으로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예 다 마셔버려도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육경한은 그녀를 떼어내지 않고 오히려 팔을 낮춰 소원이 좀 더 쉽게 물 수 있도록 했다.각도를 조금 틀자 그는 소원이 자신의 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정말로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온몸의 피가 ‘훅'하고 불타오르는 느낌이었지만 그는 단지 ‘흥분’이라는 감정만 느낄 뿐이었다.그는 몸을 굽혀 그녀의 귀에 입을 대고 담담하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4화

    “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우리는 다시 하게 될 거야. 그러니 나를 거부하려고 하지 마. 말 잘 듣고 나를 화나게 하지만 않으면 죄는 피할 수 있을 거야. 알겠어?”육경한은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한 적이 거의 없었고 더욱이 이런 유혹하는 듯한 말투로 말한 적도 없었다.오늘 밤 그는 사상 최고의 인내심을 보였다.두 사람의 몸은 밀착되어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육경한이 소원을 자신의 품에 가두고 있었다.소원의 몸은 너무나도 허약했다. 조금 전 피를 빨 때 모든 힘을 소진했기 때문에 지금은 반항할 힘이 전혀 없었고 그래서 그저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한참 후, 그녀는 절망과 무력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육경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나를 놔줄 거야?”그러자 소원의 머리카락을 만지던 육경한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며 그가 담담하게 말했다.“다음 생에.”‘다음 생엔 이렇게 엮이지 말자, 나도 힘들어.’곧이어 그가 덧붙여 말했다.“이번 생엔 꿈도 꾸지 마.”다음 생이라는 이 단어에 소원은 밀폐된 철상자에게 자신의 육체와 영혼이 모두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그리고 그 열쇠는 바로 이 악마 같은 육경한의 손에 있었다.끝이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싸움이 소원에게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지친 그녀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육경한,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야? 그렇게 나를 미워한다면, 나를 죽여서 내 시체를 개에게, 늑대에게, 돼지에게 먹이는 게 더 통쾌하지 않겠어?”그러자 육경한은 그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마음속에 나는 사람을 죽이는 악마인 거야?”“그 정도는 아니지.”소원은 차분하게 말했다.“내 마음속에서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돼지나 개만도 못한 짐승이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약혼자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역겨워하는지 알긴 알아?”그 말을 들은 육경한이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화난 얼굴로 말했다.“역겨워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5화

    소원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그의 품에 꼭 안기고 말았다.온기를 머금은 눈물은 독약처럼 남자의 딱딱한 가슴으로 스며들어 그 냉혈하고 무정한 심장을 물들였다.슬픔이 전염되기라도 하는 듯 육경한의 심장도 욱신거리기 시작했다.꽉 힘을 준 그의 훤칠한 손가락 마디가 창백하게 질렸고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널 죽게 할 순 없어. 그러니까 꿈도 꾸지 마.”소원은 더 이상 반박할 힘이 없었고 아픈 몸에 의해 그녀는 오랫동안 깨어있는 것에 한계를 느껴 곧 남자의 품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창밖으로 푸른 달빛이 흘러들어와 방 전체가 은은한 하얀 빛깔의 천에 뒤덮인듯한 느낌이었다.육경한은 자신의 품에 안긴 어린 여인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조롱하듯 입꼬리를 끌어당겼다.입 밖에 내지 못한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소원아, 내가 또 너한테 잘해주고 싶다니.”“나 진짜 싼 인간이지. 응?”매번 이 여자에게 무자비한 우롱을 당하고 매번 그녀의 손에 익사하고 싶었다.육경한은 정말 천하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다....윤혜인은 8시 반에 끝나는 저녁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역 쪽으로 걸어갔다.길에서 휴대폰이 진동하는 소리를 느끼고 열어보니 이준혁의 전화였다.“수업 끝났어?”“네.”“내가 데리러 갈까?”그의 열정에 윤혜인은 더욱 경악하며 눈을 들어 몇백 미터만 있으면 도착하는 지하철역을 바라보았다.“괜찮아요. 지하철역에 도착했어요.”그러자 휴대폰 너머로 남자의 매력적인 음성이 들려왔다.“뭐가 괜찮아. 넌 내 와이픈데.”오랜만에 듣는 호칭에 멈칫한 윤혜인은 이제 그녀는 또 한 번 그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협의에 불과한 부부관계.두 번 다 할아버지 때문에 이준혁이 그녀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 윤혜인은 마음이 씁쓸했다.할아버지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도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필요할 때는 끌어내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아무렇게나 버려도 되는 물건 말이다.사실 이준혁에게 있어 그녀는 있든 없든 중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6화

    이준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천수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기에 아직은 공개할 수가 없다.꾹 입을 닫고 있는 이준혁에 원지민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준혁아, 네 전 와이프는 널 마음에 두고 있지 않아.”그 말은 마치 커다란 자석처럼 이준혁의 가슴 깊은 곳에 박힌 가시를 다시 돋우어 주었다.허...원지민처럼 일면식도 없는 외부인조차도 그녀가 그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줄은 몰랐다.그만큼 윤혜인의 마음이 선명하다는 것이다.이준혁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원지민은 그제야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고 감정도 안정되었다.“이건 아줌마의 뜻이니 계략을 쓰는 건 어때?”뜻밖의 제안에 이준혁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내가 없어도 아줌마는 계속 다른 여자를 소개해 줄 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방패막이가 돼도 상관없어.”그러자 이준혁이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걱정 마, 난 너한테 그런 마음이 없어. 나도 당분간은 선을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네가 나를 방패막이로 삼으면 나도 너를 허울로 삼을 거야. 아무도 손해 볼 거 없잖아.”이준혁이 그 어떤 부정도 하지 않자 원지민은 곧바로 기회를 틈타 멋대로 결정을 내려버렸다.“그럼 그렇게 하자. 네가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거로 퉁치자고. 공개 안 해도 돼. 그냥 각자 부모님한테만 말하는 거로 하자.”말을 마치고 그녀는 도시락을 들고 두어 번 흔들어 보이며 한마디 거들었다.“이건 내가 가서 먹고 보여줄게.”사무실을 나서자 원지민의 얼굴에 어려 있던 순진함도 일순간에 깨끗하게 사라졌다.이렇게 몇 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이준혁이 그녀를 남자로 여기며 친구로 지냈던 시간이다. 그때야말로 그들이 가장 가까이 의지했을 때니까.원지민이 여자라는 것을 의식하게 된 후, 이준혁은 즉시 그녀를 멀리했다.결국, 원지민은 상심을 품고 유학을 떠났지만 돌고 돌아보니 그녀는 여전히 그를 놓아줄 수 없었다.그를 갖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켜졌고 편집증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7화

    말을 이어가며 그녀는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서 재빨리 지하철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지하철역 안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설마 잡으러 올 리는 없겠지?지하철을 탔는데도 윤혜인의 마음은 계속 두근거렸다.그녀는 한구운의 또 다른 그 얼굴이 너무 두려웠다.지하철이 곧 역에 도착하고 윤혜인은 군중을 따라 역을 나서 앞사람을 따라 걸었다.지하철역은 단지에서 2천 미터도 채 안 되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아파트 단지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앞사람이 다른 길로 꺾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져 버렸다.윤혜인은 문득 불안한 마음에 동네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그때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온몸의 신경이 곤두선 윤혜인이 가방 안에 있는 늑대 방지 스프레이를 슬쩍 움켜쥐자 등 뒤에서 들리던 발걸음 소리도 갑자기 빨라졌다. 그 순간, 윤혜인은 재빨리 몸을 틀어 그 사람을 향해 스프레이를 번쩍 들었다.그러나 그녀를 앞선 그 사람은 마치 그녀를 정신병자처럼 쳐다보는 것이다.그 사람은 정말 순전히 행인일 뿐이었다.윤혜인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미스트를 다시 가방에 넣었다.그렇게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혜인아.”가슴이 흠칫 떨려났고 막 발을 옮겨 뛰려는데 남자가 뒤에서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남자의 목소리는 온화하면서도 청아했다.“혜인아, 난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얌전히 차에 타, 알았지?”화들짝 놀란 윤혜인은 지척에 있는 경비실을 보고 재빨리 언성을 높여 구조요청을 하였다.“살려...”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그쳤다.허리춤에 주삿바늘이 닿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이윽고 한구운이 젊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네가 도망간다면 배 속의 아이는 지킬 수 없을 거야.”아이가...한구운이 그녀가 임신한 것을 알고 있다.윤혜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예요?”“얘기 좀 하고 싶어.”“싫어요.”그러자 한구운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8화

    윤혜인이 급히 해명을 늘어놓았다.“어린 시절 일을 전부 다 기억하는 건 아니라... 죄송해요.”열두 살 때, 그녀는 머리를 한 번 다친 적이 있어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잊었어?”한구운은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하였고 늘 위장하던 웃음기마저 사라져 버렸다.그는 태어날 때부터 미쳐버린 어머니의 구타와 욕설을 전부 참아냈다. 그녀는 그 남자의 정부인이 되지 못한 것을 전부 한구운의 잘못으로 돌려버렸다.그가 너무 늦게 찾아온 탓이라고, 그러니 한구운은 영원히 남에게 보일 수 없는 사생아일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그녀는 가족에게 핍박을 받은 후 시골로 피신하여 자포자기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술과 약에 취하여 나날을 보내던 여자는 때때로 곤봉으로 한구운에게 폭행을 가했고 며칠 동안 굶기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마침내 그에게는 어머니에게 반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심지어 그녀가 죽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그 어떤 동요도 느끼지 못했다.그렇게 한구운은 이렇게 음습하게 한평생을 보내리라 생각한다.그녀를 되찾기 전까지 말이다.가장 암울한 시기, 그에게 사탕을 건네준 그 소녀.그런데 당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윤혜인은 흐릿한 남자의 얼굴을 보며 추측했다.“혹시 그 남자아이가 당신이에요? 그리고 그 여자애는 나인 것 같고. 맞죠?”그녀는 줄곧 한구운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데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해 왔다.그런데 한구운이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같은 게 아니라 너 맞아.”한구운은 점점 그 여자아이가 윤혜인이라고 확정을 지었다. 그 펜던트 뿐만 아니라 그녀의 향기, 그녀의 눈까지 모두 기억 속의 ‘그녀'와 똑 닮았기 때문이다.윤혜인은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지금 더더욱 날 해치지 말았어야죠. 우린 친구잖아요.”한구운의 잘생긴 얼굴은 달빛 아래 부드럽고 평온한 기색을 띠고 있었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혜인아, 왜 그렇게 생각해? 난 너에게 상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89화

    그녀는 도무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선배, 미쳤어요?”그러나 한구운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혜인아, 나는 네가 항상 내 옆에 있기를 바래. 나는 이곳의 모든 것을 원하지 않아. 오직 너만을 원해.”“전 싫어요!”윤혜인이 흥분 어린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선배, 전 이미 결혼했어요.”그 말 한마디에 한구운의 완벽한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혜인아, 난 네가 결혼했어도 상관없어.”“결혼했었던 게 아니에요. 저 이준혁과 재혼했어요.”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한구운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힘껏 밟았다.순식간에 강한 관성이 밀려오자 윤혜인은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려 조수석 가림막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이윽고 한구운이 눈동자를 붉히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뭐라고?”윤혜인은 아직도 얼떨떨한 머리를 감싸 쥐며 다시 입을 열었다.“선배, 저 어제 이준혁 씨와 재혼했으니 그 사람이 틀림없이 나를 찾아올 거예요.”순식간에 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한구운의 얼굴에는 온아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직 어두운 그늘만이 남았다.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캐물었다.“왜?”그런 한구운의 모습을 보자니 윤혜인은 문득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답했다.“그 사람은 내 아이의 아빠예요. 그러니까 준혁 씨는 반드시 나를 찾아올 거예요.”한구운은 순간 싸늘한 표정으로 윤혜인의 턱을 움켜쥐며 추궁했다.“그렇게 너한테 상처를 줬는데, 아이까지 한 명 잃었는데 전부 다 잊었어?”윤혜인의 턱을 움켜쥐고 있는 손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고 그의 표정은 보기에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난 네가 이 아이를 임신하게 된 건 사고인 줄 알고 따지지 않았는데 감히 이준혁과 재혼해?”윤혜인은 엄청난 고통에 자의식과 상관없이 생리적인 눈물이 맺혔다.하지만 한구운은 여전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당장이라도 그녀의 턱을 쥐어뜯으려는 듯 또박또박 말했다.“너희 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90화

    윤혜인의 고운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놀라움이 가득했다.미친놈.이 남자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미쳐버렸다.그녀는 아랫배를 꼭 감싼 채 경계 어린 눈빛으로 한구운을 경고했다.“한구운, 내 아이를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 내 아이가 있어야 내가 있어.”그러자 한구운이 담담하게 답했다.“난 네가 그를 기억하는 게 싫어. 그러니 이 기억은 내가 지워줄게.”윤혜인의 얼굴이 삽시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그의 말을 의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구운이라면 정말 그게 무엇이든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안 돼!절대 그에게 끌려가서는 안 된다.한구운이 다시 차를 돌려 출발하려 하자 윤혜인이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소리를 질렀다.“악! 아파. 배가 너무 아파. 빨리 차 세워요.”그러자 한구운은 마치 그녀의 말 속의 진위를 고찰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물끄러미 관찰했다.“선배, 저... 아파요... 죽는 건 아닐까요...”윤혜인은 시트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는데 손바닥만 한 작은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윽고 그녀는 손을 내밀어 적극적으로 그의 소매를 잡았는데 그녀의 작은 목소리는 마치 애교처럼 들리기도 했다.“선배...”부드럽고 찰진 목소리에 한구운은 잠시 멍해져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아파?”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다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어디 보자.”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은 갑자기 센터 콘솔의 향수병을 들고 한구운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구운의 관자놀이가 깨지면서 새빨간 피가 옆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윤혜인은 재빨리 기회를 틈타 손을 뻗어 잠금 해제 버튼을 누르고 안전벨트를 잡아당긴 뒤 미친 듯이 문을 당겼다.그런데 다음 순간 등 뒤의 한구운이 곧바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겼다.“악.”윤혜인이 갑작스러운 고통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한구운은 싸늘한 눈빛과 함께 온통 피투성이인 얼굴을 하고 있어 감정이 없는 가면을 쓴듯한 착각이 들었다. “혜인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8화

    “안녕하세요.”달콤한 목소리의 여자가 병실 문을 열며 들어왔다.육경한이 고개를 들어 보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여자는 육경한을 본 순간 눈빛에 놀라움이 스치더니 다가와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픽업트럭에 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모두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그녀는 들고 온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육경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여자는 갈 생각도 없는 듯했다.구해준 사람이 이렇게 잘생겼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의 외모는 남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음에도 흠잡을 데 없는 이목구비가 돋보였다.마치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냉철한 대표님’ 같았다.날카로운 눈빛과 잘생긴 얼굴은 그녀 같은 평범한 여자들이 평생 가까이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제가 사과 깎아드릴까요?”여자가 먼저 제안했다.하지만 그녀가 사과를 집어 드는 순간, 육경한이 차갑게 말했다.“필요 없어요. 나가세요.”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고 단호했다.여자는 순간 멈칫하며 사과를 손에 든 채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그러고는 이내 눈가가 붉어졌다.“저는 그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에요.”“고마워할 필요 없어요.”육경한은 냉담하게 대꾸했다.“나는 당신들을 구하려고 한 게 아니었으니까요.”이 말을 듣고 여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우리를 구하려 한 게 아니면 왜 목숨을 걸고 그런 위험한 싸움에 뛰어든 거지? 그토록 무모한 일을...’옆에서 육경한의 말을 듣고 있던 소종은 속이 답답해졌다.최근 구급차에서 찍힌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며 언론은 육경한이 수많은 여성을 구한 영웅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그 덕분에 미우 그룹의 이미지는 하늘로 치솟았고 주식도 단기간에 급등했다.지금 병원 밖에는 그를 인터뷰하려는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하지만 육경한의 이런 모습이 퍼지면 언론의 긍정적인 관심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하여 소종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죄송합니다. 저희 대표님이 머리를 다쳐서 지금 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7화

    의료진들이 내려와 먼저 소원을 들것에 눕히고 이어 남자도 들것에 옮겨 눕혔다.구급차에 실려 가는 동안, 소원의 마음속은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들것에 누운 채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닦여진 남자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날카롭게 솟은 눈썹, 칠흑같이 검은 눈동자, 얇고 날렵한 입술.그 얼굴은 다름 아닌 육경한이었다.순간, 소원의 목에서는 감사 인사가 걸려 나오지 않았다.‘왜 저 사람이 여기 있는 거지? 왜 하필 육경한이...’동시에 커다란 절망감이 온몸에 퍼졌다.‘웃기네. 내가 내 원수를 직접 구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어이없는 농담이냐고.’하늘은 정말 잔인하게도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남자 역시 소원이 자신을 알아보았음을 눈치챘다.그러나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소원을 향한 그의 검은 눈동자는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그는 소원보다 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 상황을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소원이 자신을 구하려 했을 때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알았다.그녀는 육경한을 철저히 낯선 사람으로 여겼고 그런 그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구급차 문이 닫히면서 두 사람의 시야는 차단되었다.소원은 현실이 너무 잔혹하다고 느꼈다.왜 육경한이 여기 있는지, 왜 그녀를 구하려 했는지, 왜 결국 자신이 육경한을 구해야 했는지.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고 이해할 수 없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며 결국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천천히 잠에 들었다.육경한도 깊은 잠에 빠져 하루 밤낮을 지나서야 깨어났다.눈을 떴을 때, 그의 침대 곁에는 소종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는게 보였다.“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정말 돌아가시는 줄 알았습니다!”소종은 울먹이며 말했다.육경한은 여전히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으로 문지르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그러나 소종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6화

    남자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소원의 말을 들었다는 신호를 보냈다.소원은 말했다.“우리에게 기회는 한 번뿐이에요. 반드시 호흡을 맞춰야 해요. 내가 그쪽 손을 잡고 하나, 둘, 셋 하면 그쪽은 그쪽 인생에서 가장 큰 힘을 다해 저와 함께 나와야 해요.”남자는 손가락을 움직였지만 협조하기를 꺼리는 듯했다.그 위험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만약 실패하면 두 사람 모두 죽을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지금 소원이 그냥 떠난다면 최소한 한 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소원이 남자의 손을 잡으려 하자 남자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녀의 시도를 거부했다.그러자 소원이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왜 그래요? 시간이 없어요!”뒷좌석은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차의 후미는 이미 골격만 남아 있었다.조금 전 절벽으로 떨어진 은색 미니밴은 검은 잔해로 변해버렸고 그 광경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시간은 점점 다급해지고 있었다.남자가 끝내 협조하지 않자 소원은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제 손바닥에 하고 싶은 말 적어주세요.”남자는 소원의 말을 듣고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손바닥에 급히 글자를 적었다.“가.”그는 그녀에게 빨리 떠나라고, 도망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그러나 소원은 남자가 손을 빼려 하자 그의 손가락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날 믿어줘요. 우리는 반드시 함께 살아남을 거예요.”남자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지만 소원은 포기하지 않았다.“만약 그쪽이 나를 믿지 않는다면 나도 여기 남아 있을게요. 5분도 안 걸려서 이 차는 절벽 아래로 떨어질 거예요. 함께 죽든지, 아니면 살아남든지 선택은 그쪽에게 달렸어요.”남자의 손가락이 갑자기 움찔했다.소원의 말이 그의 마음에 닿은 듯했다.마침내 그는 손을 돌려 소원의 손을 감싸 쥐었다.그것은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행동이었다.곧 소원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그럼 시작할게요.”손바닥과 등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죽음 앞에서 두려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5화

    어떤 여자들은 다리까지 심하게 다쳐 이미 상처가 곪아가고 있었다.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힘들게 나왔지만 현실은 그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다행히 아직 한국의 국경 안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다른 나라로 끌려갔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더 끔찍한 일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고맙다는 말 필요 없어요. 빨리 가요!”소원은 이 말을 남기고 검은색 차량으로 혼자 달려갔다.몸에 상처가 있는 그녀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지금은 죽음과의 경주였다.단 한 걸음만 늦어도 차는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게 분명했다.겨우 차에 도달했을 때, 차 안이 짙은 연기로 가득 차 있는 게 보였다.다행히 차창이 조금 전 미니밴에서 발사된 총알로 인해 깨져 있었기에 연기가 일부 빠져나가고 있었다.만약 창문이 깨지지 않았다면 차가 추락하거나 폭발하기도 전에 차 안의 사람들이 연기에 질식해 죽었을 것이다.차 안은 정적만이 감돌았다.운전석에는 한 남자가 조용히 누워 있었는데 얼굴이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연기에 질식해 의식을 잃은 듯했다.소원은 조심스럽게 차 문을 당겼다.차체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 사소한 움직임 하나로도 균형이 무너져 차가 추락할 수 있었다.자칫하면 그녀 자신도 함께 떨어질 위험이 있었다.그러나 조금 전 이 남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구해냈던 걸 떠올리며 소원은 자신도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녀는 차 안의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그렇게 소원은 움직임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며 조금씩 차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자마자 운전석의 남자가 의식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그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 때문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다.소원은 먼저 안전벨트를 풀기 위해 남자의 안전벨트 걸쇠를 손으로 더듬었다.그의 몸은 안전벨트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다행히 앞쪽에 충돌이 없어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던 덕분에 상황은 상대적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4화

    은색 미니밴은 이제 주도권을 잡았고 더 이상 검은색 차량과 정면으로 맞붙지 않으려 했다.그들의 목표는 픽업트럭과 트럭에 타고 있는 사람들 전부였다.만약 그들이 구해진다면 자신들의 기지는 끝장날 게 뻔했다.은색 미니밴은 픽업트럭을 향해 추격하던 중, 다시 한번 총구를 들어 트럭을 조준했다.목표는 단 하나, 트럭을 전복시켜 절벽 아래로 추락하게 만드는 것이었다.소원은 뒤따라오는 차가 계속 자신들을 조준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손은 전보다 더 떨려 안정감을 잃었고 뒷좌석에서는 공포에 질린 듯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다들 다음 총알이 누구에게 향할지 몰라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포 앞에서 아무도 두렵지 않을 수 없었다.소원은 뒤차에서 어떤 모션이 나올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필사적으로 차를 몰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멈추는 순간 위험은 더 커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은색 미니밴이 다시 픽업트럭을 조준하려는 순간, 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내어 커브 길에서 추월했다.그러고는 차체를 던져 승합차와 픽업트럭 사이에 끼어들며 총알을 막아냈다.하지만 이번 상황은 심각했다.총알을 막아낸 직후, 검은색 차량의 뒷좌석에서 불꽃이 튀어 오르더니 곧장 거센 불길로 번졌다.뒷좌석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고 차 안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미니밴 역시 이 광경에 놀라 멈칫했다.그러나 검은색 차량의 운전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불길이 치솟는 뒷좌석을 강제로 승합차에 밀어붙였다.결국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미니밴은 중심을 잃고 휘청이다가 산 아래로 추락했다.곧이어 미니밴에서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았다.한편, 검은색 차량은 미니밴을 밀어붙인 여파로 인해 간신히 멈췄으나 뒷좌석은 절벽 밖으로 튀어 나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상태가 되었다.지금은 운전자가 움직이지 않아도 불길이 더 번지면 차체가 균형을 잃고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게 뻔했다.SUV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3화

    상대는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은색 미니밴을 압도하며 그를 몰아붙였다.검은색 SUV는 마치 밤의 사냥꾼처럼 두 개의 강렬한 헤드라이트를 번쩍이며 자신의 먹잇감을 정확히 노렸다.은색 미니밴은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검은색 SUV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자 같았고 그 틈을 타 소원은 잠시 숨을 고르며 다시 속도를 올렸다.소원이 검은색 SUV를 돕지 않은 것은 일부러가 아니었다.우선, 자신의 운전 실력이 명백히 검은색 SUV의 운전자에 미치지 못했고 괜히 멈췄다가는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었다.게다가 소원은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닌 차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을 짊어지고 있었다.이 꽃다운 나이의 소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소원은 반드시 그녀들을 넓은 도로까지 안전하게 데려가야 했다.검은색 SUV의 도움 덕분에 소원은 은색 미니밴과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하지만 백미러로 여전히 두 차량이 치열하게 맞붙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검은색 SUV가 교묘한 기술로 미니밴을 몰아붙였다면 은색 미니밴은 마치 물뱀처럼 교활하고 악랄한 움직임으로 대응했다.몇 차례나 검은색 SUV를 절벽 아래로 밀어버리려는 시도가 있었다.이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사람들이었다. 한쪽이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싸움이었다.상황이 매우 위태로웠지만 검은색 SUV의 운전자는 상당히 노련했고 미니밴의 계략을 여러 번 피하며 반격했다.오히려 미니밴을 바위로 몰아가 차체에 더 큰 손상을 입혔다.그 바람에 미니밴의 옆면에 있던 백미러가 부서지고 차체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검은색 SUV는 이를 계산이라도 한 듯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아 미니밴이 뒤에서 들이받도록 유도했다.그리고 곧이어 SUV는 날렵하게 방향을 틀며 다른 쪽 백미러도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게 만들었다.결국 은색 미니밴은 양쪽 백미러를 모두 잃었는데 이런 험난한 산길에서는 백미러가 없는 상태로 운전한다는 것은 눈 한쪽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검은색 S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2화

    소원은 마침 차 안에서 발견한 가위를 사용해 머리를 짧게 잘랐다.그리고 모자를 쓰고 얼굴에 흙을 조금 묻히니 얼핏 보면 그 남자와 닮아 보이기까지 했다.차에서 내리지 않기만 하면 충분히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모든 준비를 마친 후, 소원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열쇠를 꽂은 뒤 가속 페달을 밟아 시동을 걸었다.차량이 움직였지만 밖에 있는 경비원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졸음이 몰려오는 시간이라 동료가 돌아오지 않은 것조차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소원은 차량을 문 앞까지 몰고 가 남자의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경비원은 대충 한 번 보고는 손짓으로 통과를 허락했다.차량이 대문을 지나가는 순간, 소원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두 번째, 세 번째 관문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이 조직은 매우 교묘하게 여러 겹의 관문을 설계해 두었기에 혼자든, 둘이든, 무리로 도망치려고 해도 도보로는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첫 번째 관문조차도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뒤이은 두 번째 관문에서도 소원은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신분증을 보여주자 경비원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바로 통과시켰다.이 남자가 조직의 주요 인물들과 연관이 깊었는지 신분증만 보여주면 경비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열어줬다.생각해 보면 조직의 상층부와 관련이 없었다면 남자는 한밤중에 이런 곳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을 것이다.그 뒤로 검문하는 사람이 없었고 소원은 꿈에도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줄 몰랐다.그러나 마지막 관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소원이 신분증을 보여주자 옆에 있던 경비원이 한 번 보고는 손짓으로 통과를 허락했다.그렇게 떠나려던 순간, 남자의 허리에 걸려 있던 무전기가 울리기 시작했다.무전기에서 무언가 급박한 말이 쏟아졌고 소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표정이 심각해지더니 경비원은 갑자기 사냥총을 들어 소원을 겨누며 말했다.“내려!”어설픈 한국어로 소원에게 명령한 것이다.소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1화

    상대방은 소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손짓은 대략적으로 이해한 듯했다.그는 총으로 소원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며 고개를 한쪽으로 젖히고 말했다.“가!”그가 가리킨 곳은 나무 오두막이었다. 아마도 그곳에 가서 사실 확인을 해보겠다는 의미 같았다.소원의 심장이 곧 목을 뚫고 나올 듯 했다.나무 오두막 안에는 그 남자의 시체와 피로 물든 바닥뿐이었다.그곳으로 간다면 사실확인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상황을 보고 바로 총알이 자신의 머리를 뚫을 가능성이 컸다.마지못해 오두막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소원은 일부러 손에 쥐고 있던 열쇠를 땅에 떨어뜨렸다.부드러운 흙바닥이라 소리는 나지 않았다.소원은 협조하는 척하며 이 감시자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이용해 어색한 한국어로 차 안에 있던 소녀들에게 조용히 말했다.“열쇠, 땅에 있어요. 내가 이따가 잡을 테니까, 다들 도망쳐요. 뒤돌아보지 말고.”이 한마디는 거의 마지막 작별 인사와 다름없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맨몸으로 총을 가진 사람과 맞서 싸우는 것은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소원이 생각하는 ‘붙잡는 방법’은 총을 빼앗아 이 경비원과 함께 죽는 길뿐이었다.결과가 좋을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선택지가 없었다.소원에게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할 것이다.열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니 말이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마음은 남아 있었다.유진이와 제대로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떠나야 한다니,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아프게 했다.‘유진아, 엄마를 용서해줘. 끝까지 널 되찾아 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소원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그 발은 마치 수백 킬로그램의 쇠사슬에 묶인 것처럼 무거웠다.경비원은 소원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총의 개머리판으로 그녀의 등을 툭툭 치며 성급하게 말했다.“빨리...”“쿵!”갑작스러운 소리에 경비원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560화

    이 둘은 방심한 채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문밖에 서 있는 두 경비는 달랐다. 그들은 진짜 총을 들고 있었다.만약 정면으로 뛰쳐나간다면 소원과 그녀의 일행은 접근도 못 하고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컸다.이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마당에 있는 픽업트럭이었다.소원은 조금 전에 처리한 경비원의 몸에서 열쇠를 빼냈다.모든 사람을 트럭 안에 숨겨 탈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터무니없는 방법 같아 보이지만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선택이었다.산속으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산속에는 이 지역 지형에 익숙한 경비원들이 있었고 소녀들은 안에서 물과 식량도 없이 있었기에 오래 버틸 수 없을 터였다.구조대가 오기 전에 발견되거나 굶어 죽을 가능성이 컸다.결국 이 계획은 소원이 깊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성공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소원은 문밖에 서 있는 경비원 둘 중 한 명이 화장실로 가는 것을 보았다.큰일을 보러 간 듯했는데 이런 경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예의 따위를 따지는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작은 일이었다면 어디서든 적당히 해결했을 것이었다.그들의 삶의 습성이 거의 야만인과 다름없었다.소원은 남은 경비원이 담배를 피우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조용히 작은 초가집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바깥 문에 달린 자물쇠를 조용히 풀고 문을 열었다.안에서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란 소녀들이 떨고 있었다.소원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조차도 그들은 몸을 웅크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소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랑 함께 나갈 사람 있어요?”방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다.모두 얼어붙은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소원은 다시 한번 물었다.“저랑 함께 나갈 사람 있어요? 구조대를 기다리면 오래 걸릴 거예요. 그 전에 들킬 수도 있고 제가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같이 나간다면 제가 목숨 걸고 여러분을 지킬게요. 완전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