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1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그녀는 거짓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솔직하게 말했다.

“소원 씨가 직접 부모님께 말씀드린 거예요. 위궤양이라고. 거짓말 아닙니다. 직접 병실에 가서 물어보셔도 돼요.”

이것은 소원이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었지만, 진아연은 바로 이 점을 이용했다.

뒤이어 그녀는 간호사를 내보내고 주치의를 불러들였다. 육경한도 본 적이 있는 소원의 수술 담당 의사 말했다.

진아연이 물었다.

“의사 선생님, 경한 씨한테 말씀해 주세요. 소원 씨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

그러자 의사는 떨리는 손으로 진단 보고서를 꺼내 육경한에게 건네주었다.

“소원 씨는 위궤양입니다. 저한테 돈을 주면서 가족들에게 위암이라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빚이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 저 병원에서 해고당하게 될 겁니다.”

육경한의 표정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을 보며 진아연은 그가 분노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육경한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아직도 의사로 일하고 싶으세요?”

남자의 웃음에는 따뜻함이 전혀 없었고, 지옥의 맹렬한 불길보다 더 무서웠다.

의사는 그의 웃음에 다리가 풀려 떨며 말했다.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제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전 그냥 잠깐의 돈 욕심에 그 여자분의 말을 믿은 거예요. 그분 탓입니다, 전부 그분 탓...”

그때, 육경한은 갑자기 손을 뻗어 철 같은 손으로 의사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당신 같은 놈도 의사라니!”

그리고는 의사를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

“쿵!”

초라하게 바닥에 나뒹군 의사는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육경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종에게 명령했다.

“저 사람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해. 사실이라면 손을 못 쓰게 만들어.”

‘이런 사람도 다 의사를 하다니...’

곧 소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끌어냈고 진아연은 육경한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

“소원 씨가 이렇게 교묘한 방법으로 경한 씨를 속여 시간을 벌고 돈을 마련할 줄은 몰랐어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2화

    육경한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원의 찢어진 옷을 한 치 한 치 갈아내듯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차가운 손끝으로 그녀의 빨갛게 멍든 피부를 살며시 쓰다듬다가 갑자기 힘을 주어 눌렀다.“으...”소원은 고통에 소리를 냈고 얼굴은 어느새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하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고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더욱 세게 눌렀다. 마치 원래 난 그 자국을 덮으려는 듯 말이다.그러더니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서 문도 채 못 닫고 하려는 거야?”소원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경한은 이미 포악해질 대로 포악해졌지만 단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애써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가슴이 계속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소원은 해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때, 육경한에게 차인 김재성이 벌떡 일어나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김재성은 분수를 모르고 소원의 앞을 가로막으며 죽음을 각오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소원이는 내 여자야, 어디 건드리기만 해봐!”그러자 육경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냉소를 지었다.“네 여자라고?”남자의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인함에 김재성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지만, 엄청난 보수를 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그래! 소원이는 내 여자야,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넌 절대 건드릴 수 없어!”“네 아이? 내가 건드릴 수 없어?”육경한은 두 문장을 반복하며 마치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오직 소원만이 그 웃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김재성을 세게 밀며 소리쳤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내가 언제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그래?!”김재성은 밀려난 채로 억울한 듯 말했다.“소원아, 나한테 화나서 그런 말 하는 건 이해해. 하지만 아이에게는 온전한 가정이 필요하다고. 아빠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잖아! 걱정하지 마, 네가 몇 명의 남자와 잤든 난 상관없어.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니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3화

    “어떻게 천해도 이렇게 천할 수 있어?! 서울에 있는 모든 남자로도 만족 못 할 것 같아? 날 속이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그 잡종의 아이까지 임신해?!”그의 목소리는 덧없이 차가웠으며 주변에는 한기만이 가득했다.소원은 그 한기에 눌려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힘겹게 육경한의 손목을 잡고 숨을 쉬려 애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그게 아니고... 저 자식이 갑자기 들어와서 내 옷을...”그 뒤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온 얼굴은 비정상적인 자주색을 띠었고 산소가 부족해진 페는 곧 터질 것만 같았다.육경한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배신이었다!무엇이든지 육경한의 낙인이 찍히면, 언젠가 그가 싫증이 나서 버린다 해도 다른 사람은 손대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소원에게 배신을 당했다!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을 생각할 때마다, 육경한은 분노가 차올라 소원을 불태워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원은 점점 시야가 어두워졌다. 가슴은 답답했고 목도 아팠으며 이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정말 날 죽이려는 건가? 이렇게 난 드디어 해방되는 건가? 아기도 나랑 함께 가는 건가?’의식이 흐려짐과 동시에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그 눈물은 새빨개진 소원의 작은 얼굴에서부터 육경한의 피로 얼룩진 손등까지 곧장 떨어졌다.소원은 울고 싶지 않았다. 냉혈한 육경한의 앞에서 자신의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의식은 더 이상 눈물을 통제할 수 없었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떠나야 한다니!‘다음 생에는, 제발 다음 생에는, 육경한을 만나지 않기를...’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조르던 육경한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차갑고 냉혹한 그의 얼굴에는 오직 증오만이 가득 남아있었다.“이렇게 죽는 건, 너무 쉽잖아?”소원은 마침내 숨을 쉴 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4화

    소원은 힘겹게 육경한의 말을 들었다.위궤양, 잡종의 아이,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김재성...인제 와 보니 모든 것이 그녀를 노린 일련의 덫이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그녀를 옭아매려는 계략이었다.‘대체 무슨 이유로 이토록 공을 들여 나를 괴롭히는 거지? 굳이 이런 죄명을 덧씌우지 않아도 난 육경한한테 죽을 때까지 괴롭힘을 당할 텐데! 왜 그러는거지, 대체?’소원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들 전부 진아연이 당신한테 한 거지?! 위궤양에, 바람피워서 임신한 아이에, 진찬성까지... 치밀하게 이야기를 꾸미느라 진아연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렇게 많은 증인들까지 찾으려고 말이야.”“닥쳐!”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육경한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연이를 그 천한 입에 올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아연이는 머릿속이 소름 끼치는 계략으로 가득 찬 너랑은 다르다고!”육경한은 마음속으로 진아연이 조금 거칠긴 해도 솔직한 사람이라 그런 거지 절대 그런 음흉한 술수를 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내가 위궤양인지 아닌지는 잘 조사해보면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내 배 속의 아이는...”소원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이 아이는 부모님이 그녀를 떠올릴 수 있게 남겨주려던 기억과도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만약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육경한이 알게 된다면, 그는 절대 소원이 아이를 낳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육경한은 소원을 노려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왜, 너도 말 못 하겠어?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겠지?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랑 자는게 소원이라는데, 내가 오늘 그 소원 이뤄줄게!”이윽고 육경한은 갑자기 소원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그러나 웬일인지 소원이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한 손으로 들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임신한 사람 맞아? 10살짜리 애보다 더 가벼운 것 같은데?’소원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두려워하며 몸부림쳤다.“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이거 내려놔! 회사도 다 포기할게. 당신은 나한테 이럴 자격 없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5화

    가장 충실하고 정직해 보였던 안태웅이 소진용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준 배신자였다는 사실에 소원은 충격을 받았다.혼란스러워진 그녀는 그 종이 뭉치를 미친 듯이 찢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었고 육경한은 차 옆에 기대어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네가 아무리 찢어봐야 다시 붙이면 그만이야.”그 말을 듣자 소원은 미친 사람처럼 그 종잇조각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아예 삼키려고 말이다.육경한은 처음엔 재미있게 보다가 점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로 일고여덟 장의 종이를 모두 삼킬 기세였으니 말이다!‘미친 거 아니야 진짜?!’화가 난 그는 즉시 담배를 끄고 그녀를 막아 나섰다.“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뱉어내!”하지만 소원은 그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입을 꼭 막고 필사적으로 종이를 삼켰다.마른 종잇조각이 목구멍을 지나갈 때, 마치 날카로운 낫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고통스러웠다.육경한은 그녀의 턱을 꽉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뱉어내라니까!”그러자 소원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종이를 삼켰다.하여 육경한은 어쩔 수 없이 손을 그녀의 입에 집어넣었다. 억지로라도 빼내려고 말이다.“너 정말 바보야?! 이건 복사본이야, 아무리 삼켜봐야 소용없다고!”‘복사본...’소원은 자신이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육경한처럼 영리한 사람이 원본을 줄 리가 없지. 하하! 복사본이라니!’그녀는 육경한이 입안의 종이를 꺼내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았다.목이 너무 아팠고 종잇조각에는 피가 묻어 나왔다.그 피는 마치 암세포에 감염된 것처럼 끔찍한 색이었다.육경한은 소원을 끌어내고 생수병을 그녀의 목구멍에 부어 깨끗이 씻어냈다.물을 너무 많이 쏟는 바람에 소원은 온몸이 다 젖었다.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꼭두 각시처럼 움직이지도 저항하지도 않으며, 육경한이 물을 부어 씻어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녀의 외투는 김재성에 의해 찢어졌고 안에는 회색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6화

    가뜩이나 약하고 여린 소원의 몸이 남자의 무릎에 세게 눌리자 조금씩 무릎이 접히다 결국 그의 앞에 꿇고 말았다.육경한의 뼈마디가 두드러진 손이 벨트 버클에 닿더니 달칵 소리와 함께 열렸다.순식간에 소원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변했다.이 행동만으로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역겨운 마음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육경한, 진아연으로 만족할 수 없는 거야? 병이 낳자마자 달려들게?”육경한은 조롱 섞인 가벼운 웃음을 내뱉었다.“이런 건 네가 해야지, 아연이한테는 차마 손 못 대잖아.”노골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말이었다!대놓고 너처럼 천한 여자만 남자의 노리개가 된다는 뜻이었다...소원은 수치심에 입술이 검붉은 빛을 띨 정도로 깨물었다.육경한은 서두르지 않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다음 눈을 내리깔고 쳐다보다가 이윽고 손에 힘을 주며 앞으로 당기더니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소 대표님이 언제 들어갈지는 내 기분에 달렸을걸?”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졌을 때 그를 더욱 수치스럽게 만든 것은 초조하고 걱정하던 마음이었다.이 여자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에는 독기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남에게 무릎을 꿇어도 남자는 결국 그녀가 이용하는 도구에 불과했고, 그는 자신이 그녀의 함정에 빠지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이 싫었다.위선적이고 속물적이며 속에는 온통 꿍꿍이뿐인 여자는 결코 입에 진실을 담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놓아주기 싫었다. 그 어떤 수단과 협박을 동원해서라도 그녀를 자신의 곁에 남겨둘 생각이었다.그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의 이유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고 모든 것을 증오 탓으로 돌렸다.자신의 진심을 가지고 놀았던 여자가 싫어서 곁에 두고 천천히 괴롭히고 싶었다.하는 동안 소원의 속눈썹이 파들거리며 온몸이 덜덜 떨렸다. 눈물을 흘리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다.그러나 육경한은 계속 그녀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7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한 차가 자리에 멈췄다.남자는 느긋하게 창문을 내리고 천천히 담배를 집어 들었다.“눈치껏 알아서 가.”소원은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육경한, 당신은 이럴 자격 없어! 이건 내 아이야!”“네 아이?”육경한 눈빛은 서늘했다.“그럼 강요하지 않을 테니까 애새끼와 네 아버지, 둘 중 하나만 골라.”하나를 고르라고?소원의 얼굴은 온통 고통으로 가득했다.그녀는 누구도 포기할 수 없었다!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육경한, 그냥 아이 지키게 해줘. 부모님께 마지막 희망이라도 남겨드리고 싶어. 난 어차피 암에 걸려서 곧 죽을 거야. 제발 부탁할게. 나 데리고 병원 가서 검사하면 되잖아. 여러 병원에서 검사하면 답이 나오지 않아?”육경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애새끼한테 감정이 깊은가 보네. 지키겠다고 암에 걸렸다는 얄팍한 수작까지 부리고!”소원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진짜 아니야. 거짓말 아니라고!”“하나만 물어볼게, 김재성 알아 몰라?”“알아, 하지만...”육경한이 짜증스럽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전 남자 친구야?”소원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그래.”육경한은 피식 웃으며 그녀와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내려!”그는 다시는 그녀의 거짓말에 속는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다.소원은 육경한의 팔을 꽉 잡았다.“내 말 좀 들어봐. 그 사람하고 아무 일도 없었어. 절대 그 사람 아이일 리 없어!”육경한은 얇은 입술로 말을 차갑게 내뱉었다. “그놈이 아니면 다른 놈이겠지, 어차피 다른 새끼 애잖아!”그 애새끼가 인간 세상에 내려오게 내버려두는 건 그에게 큰 모욕이 될 것이었다!그리고 방금 전, 그는 비서 소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알아본 결과 모두 사실이라는 결론을 들었다.빚이 있었던 의사는 소원에게 수술하는 척 거액의 돈을 챙겼고, 그 돈은 한이 그룹 계좌에서 빠져나갔다.소원의 부모님도 정말 위궤양일 뿐이라고 말했다.김재성은 과거 소원의 남자 친구였고 그 사이 소원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8화

    육경한은 소원이 자신의 아이를 낳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몇 년 전, 두 사람이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때 소원은 종종 그의 귀에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육경한, 나 당신 아이 낳고 싶어!”당연히 곧바로 그의 품에 갇혀 제대로 혼쭐이 났지만.다만 당시 두 사람 모두 대학생이었고, 아이를 갖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여의찮아서 피임을 했었다.두 사람은 졸업하자마자 아기를 갖기로 합의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몇 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을 다시 들은 육경한의 마음에는 더 이상 처음의 희열이 아닌 조롱과 증오만이 가득했다.그녀가 애새끼를 이토록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냥 둘 수 없었다.그는 여자의 턱을 세게 그러잡고 차갑게 말했다.“소원, 내가 매번 끝나고 피임약을 먹였는데 그게 어떻게 내 아이야?”소원은 턱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에 눈물이 차오르며 설명했다.“약 다 토했어.”관계가 끝나고 약을 뱉어내는 일이 몇 번 있었다.당시 위가 아파 항상 구토를 하곤 했는데 그때는 자신이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단지 소화 불량이라고 생각했다.“소원, 고작 애새끼 때문에 별 수작을 다 부리네.”육경한은 차갑게 웃었다.“왜 토했어? 설마 내 아이를 갖고 싶었어?”소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하려는 순간, 남자가 턱을 세게 잡은 채 쾅 소리와 함께 얼굴이 반쯤 시트에 눌렸다.남자의 표정은 차갑고 매정했다.“내 애가 맞다고 해도 난 지울 거야! 네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내 아이를 낳아? 넌 그럴 자격 없어!”육경한은 자신의 아이라는 말에 또다시 가슴이 설레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그는 절대 여자에게 속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여자가 자신을 속일 모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자신의 아이라니, 이 여자가 거짓말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었다면 또 속을 뻔했다.악독한 여자는 지난번 그를 사랑한다던 말처럼 늘 그를 휘어잡는 방법이 있었다.아직도 자신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절대 안 돼! 절대로!육경한의 눈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459화

    육경한은 광기에 휩싸여 당장이라도 이 망할 여자의 가죽을 벗기고 뼈를 발라내고 싶었다!이윽고 소원은 남자의 피 묻은 손이 칼날을 따라 손잡이를 잡고 있던 자신의 손목을 잡는 게 보였다.두둑-소원의 손목이 그대로 무표정한 악귀 같은 남자의 손에 부러졌다!챙그랑-칼도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아...” 소원은 고통을 호소하며 오른손을 맥없이 떨구었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이 너무 심해서 비명으로도 사그라지지 않았다.그 고통이 가슴까지 뻗쳤다.육경한의 손바닥은 칼날에 베여 피가 멈추지 않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소원의 턱을 잡고 들어 올리며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수술을 원하지 않으면 방법을 바꾸면 되지.”소원은 이 미친놈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제 팔이 부러져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곧바로 그의 손에 안전벨트를 채워지며 차는 그렇게 병원을 떠났다.곧이어 클럽에 들른 육경한은 소원을 차에서 끌어 내려 밀실로 들어갔다.안에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살집이 두둑한 남자 몇 명이 있었다.육경한은 시체처럼 소원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소파 털썩 앉더니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리고 수표 더미를 던지며 느릿하게 말했다.“이 아가씨 제대로 모셔. 이 여자 기분 좋게 만들어주면 이 돈은 알아서 나눠 가져.”경호원들은 몇십 년 동안 이렇듯 좋은 일은 처음 겪는다.돈도 챙기고 데리고 놀 여자도 있다니!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나.순식간에 소원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미쳤어!이 남자는 완전히 미쳤다!소원은 그가 얼마나 무자비한지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짓밟기 위해 남자 몇 명을 데려올 줄은 몰랐다…굶주린 늑대처럼 생긴 남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소원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지만, 그녀의 뒤에는 벽이었고 도망갈 방법은 없었다!그녀는 더듬더듬 술병 하나를 잡고 미친 듯이 휘둘렀다. “저리 가! 나한테 손대지 마! 다 꺼져!”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크게 비웃는 웃음소리뿐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2화

    윤혜인이 문 앞으로 다가가 힘껏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화들짝 놀란 도우미가 얼른 달려와 윤혜인을 막았다.“아가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만하세요.”도우미가 윤혜인을 안더니 힘껏 침대 쪽으로 끌어당겼다. 윤혜인은 문을 두드릴 수 없어 큰 소리로 외칠 수밖에 없었다.“엄마. 엄마. 엄마.”윤혜인이 큰 소리로 외치자 바깥에서 들리던 웅얼거리는 소리가 달라졌다.쿵.문이 격렬하게 흔들렸다.쿵. 쿵. 쿵.휠체어로 문을 힘껏 부수는 소리와 도우미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사모님. 안 됩니다. 이러시면 안 돼요.”윤혜인이 더 높은 소리로 불렀다.“엄마. 엄마. 엄마.”방 안에 있던 도우미가 윤혜인의 입술을 틀어막자 윤혜인이 팔다리를 마구 버둥대며 웅얼웅얼 소리를 냈다.문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탈칵 하는 소리와 함께 열쇠가 망가졌다. 문이 열리더니 검은 그림자가 안으로 쌩하고 들어왔다. 윤아름은 큰 꽃병 하나를 이고 들어와 윤혜인의 입을 막고 있는 도우미를 내리쳤다. 도우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윤아름이 휠체어에서 겨우 일어나 윤혜인을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윤혜인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다시 안아보는 거라 윤혜인도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도우미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다른 도우미를 보고 윤아름을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긴 윤아름은 아까 정신이 살짝 나간 것 같았다. 게다가 원진우가 윤아름을 다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기에 과분하게 말렸다가 윤아름이 다치는 날에는 도우미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다.이때 소식을 들은 원진우가 다급하게 걸어왔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녀를 보게 되었다. 원진우는 멈칫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 섰다.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는 윤혜인은 정상 같아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멍하던 예전과 비기면 정서라는 게 생겼다. 윤혜인이 확실히 윤아름을 치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1화

    원진우는 연속 몇 시간이나 윤혜인을 관찰했다. 관찰한 시간이 오래면 오랠수록 원진우는 윤혜인이 자는 모습이 자신과 쏙 빼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낯선 곳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고 언제든 경계 태세에 들어가는 것도 말이다.“일어났으면 뭐 좀 먹어요. 도우미에게 이쪽으로 가져다주라고 할게요.”원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차분하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만약 윤혜인에게 예전 경력이 없었다면 원진우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적어도 그렇게 잔혹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뒤로 잘 숨긴 것 같았다.윤혜인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었다가는 원망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정서도 도라는 게 있어 일정한 포인트까지 닿으면 되지 아니면 원진우가 오히려 경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진우는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그저 윤혜인이 보면 볼수록 귀엽다고 생각했다.“혜인 씨, 이름은 엄마가 지어준 거예요?”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혜인의 몸에는 금패가 하나 있는데 위에 윤혜인의 이름이 적힌 금패였다. 양아버지가 길다가 그녀를 줍고 주변과 경찰서에 윤혜인이라는 아이가 실종됐는지 물었지만 윤혜인이라는 아이를 잊어버린 적은 없다고 했다. 전에 조사가 어려웠던 건 윤혜인이 원진우의 의해 먼곳에 던져졌기 때문이다. 그때는 기술이 좋지 않아 실종자를 찾는 것도 힘든 일이긴 했다. 게다가 양아버지는 인자한 사람이었기에 윤혜인의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말할 뿐 이기적이게 그녀의 모든 걸 묵살하지는 않았다. 원래 이름을 쓰겠다고 한 것도 어느 날 친부모님을 만나면 그들이 자기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듣기 좋네요.”원진우가 말했다. 윤혜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원진우가 뭔가 말하려다가 방향을 잃었다.“일찍 쉬어요.”원진우가 이렇게 말하더니 방에서 빠져나갔다. 도우미가 아침을 가져다줬는데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윤혜인은 그 요리와 밥을 이미 보며 원진우가 아직 독을 타지는 않았을 거라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70화

    윤혜인은 다시 눈을 감으며 잠을 자야 체력을 보존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오빠가 사람을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자기 자신을 타일러도 윤혜인의 잠자리는 여전히 뒤숭숭했고 악몽만 연거푸 꿨다. 엄마가 여기 있고, 아버지를 죽인 원수도 여기 있다는 생각에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렇게 겨우 동이 틀 때까지 버틴 윤혜인이 눈을 뜨자 침대맡에 놓인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원진우였다. 윤혜인은 순간 얼굴을 굳히더니 혹시나 하지 말아야 할 잠꼬대를 하면서 마음에 담아뒀던 말을 전부 쏟아낸 게 아닌지 걱정했다.“깼어요?”원진우는 그런 윤혜인을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윤혜인은 바짝 긴장하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매우 덤덤했다.“네.”“어제 잠을 설치는 것 같던데요?”원진우가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차갑디차가운 눈동자에 담긴 의미가 뭔지는 알아내기 힘들었다.윤혜인은 혹시나 실수한 건 아닌지 의심되어 심장이 철렁했다. 얼른 머리를 굴린 윤혜인이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렇게 말했다.“네. 잠을 잘 자지 못한 건 맞아요. 어제 겪었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무섭거든요. 나는 정말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요.”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하자 원진우의 눈빛도 살짝 풀렸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요?”원진우가 물었다.“네. 너무 무서워요. 나를 세 번이나 죽이려고 했는데 어떻게 안 무섭겠어요?”윤혜인은 두려움을 전혀 위장하지 않았다. 원진우와 말할 때도 몸을 살짝 움츠리며 뒤로 빼고는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에 원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평소 곽진명과는 어떻게 지내는데요?”윤혜인은 원진우가 무슨 뜻으로 묻는지 몰라 잠깐 넋을 잃었다.“곽진명과도 이렇게 지내요?”원진우가 물었다. 윤혜인은 그제야 원진우가 자기를 윤혜인의 아버지로 대입해 곽진명과 비교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곽진명을 떠올리자 윤혜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아빠는 내게 무척이나 잘해줬어요. 그래서 한 번도 무섭다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9화

    원진우가 눈길을 돌리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묵묵히 다짐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총명한 여자라는 걸 알아챘으니 윤혜인이 한 말과 보이는 행동을 믿으면 함정에 빠지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원진우는 윤아름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윤아름의 어깨를 잡고 힘껏 흔들었다.“아름아,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윤아름의 동공은 여전히 풀려 있었고 원진우가 무슨 말을 하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원진우는 윤아름의 어깨를 점점 더 억세게 부여잡더니 이를 악물고 캐물었다.“말해. 말하라고. 있어, 없어?”“...”윤아름은 여전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흥흥거릴 뿐이었다. 진우희가 그렇게 된 걸 본 다음부터 줄곧 이 상태였다.원진우는 윤아름의 멘탈이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다. 양자를 총으로 쐈다는 소식부터 먼저 알려주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진우희의 시신까지 보여줬다. 지하실에 갇혀 있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윤아름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미쳐버리고 말았다. 다 자기 잘못이라고 자책하고 있었다. 곽경천도 그녀를 구하려다 총에 맞았고 진우희도 그녀를 도우려다 원진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이 모든 건 다 그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말았고 그 뒤에 아무리 다시 이어주려 해도 이어지지 않았다. 무의식적인 흥얼거림과 가끔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은 윤아름을 모두가 알아주던 미녀에서 바보로 전락하게 했다. 하지만 미인은 미인인지라 치매에 바보가 되어도 예쁘기만 했다.윤아름은 초점 없는 동공으로 무의식적으로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때 미약하게나마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윤아름의 눈동자가 다시 초점을 되찾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휠체어에서 바닥으로 넘어졌다. 원진우가 부축하려 했지만 윤아름이 그 손을 탁 쳐내더니 미친 듯이 모니터가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 화면으로 보이는 윤혜인은 어느새 몸을 웅크리고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8화

    그 누구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이를 본다면 차분함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윤아름처럼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윤아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멍한 표정이었다.원진우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번에는 정말 연기가 아닌 진짜였다. 윤혜인의 쓸모도 이제 끝났기에 원진우는 윤혜인의 손에 올렸던 발을 뗐고는 입을 열었다.“온도 영하 80도로 내려.”“!”윤혜인이 화들짝 놀랐다. 이건 윤혜인을 산채로 냉동시켜 저번에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겠다는 뜻이었다. 원진우가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윤혜인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원진우가 문밖으로 나서는 날에는 죽음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어떻게 해야만 살 수 있을까...’윤혜인은 죽기 싫었다. 살아서 엄마를 구하고 오빠가 오기를 기다리고 싶었다. 윤혜인은 윤아름의 얼굴을 떠올리다 갑자기 자지러지게 소리를 질렀다.“원진우!”윤혜인이 성까지 붙여서 부르자 아니나 다를까 원진우가 걸음을 멈추더니 윤혜인을 돌아봤다. 윤혜인은 혀끝을 꽉 깨물었다. 피비린내가 혀끝에서 느껴져서야 윤혜인은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윤혜인의 목은 마르고 갈라져 있었다.“내가 누구 딸인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윤혜인을 보는 원진우의 눈빛에서 보기 드물게 두려움이 묻어났다. 비록 몇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윤혜인이 그 눈빛을 캐치하고는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머지 반이야말로 윤혜인이 살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핵심이었다. 윤혜인은 원진우에게 고민할 기회도 주지 않고 꿋꿋하게 말했다.“삼촌, 그렇게 총명하신 분이 이미 눈치채고 계신 거 아니에요? 경천 오빠랑 나랑 친 남매가 아닌 건 알고 있잖아요. 아버지가 왜 직접 낳지 않고 남자아이를 입양했는지 생각해 본 적 없어요?”원진우가 윤혜인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혹시 지금 내 딸이라고 하고 싶은 거예요?”“머리는 썼는데 나도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그렇게 쉽게 속지 않아요.”원진우가 이렇게 말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7화

    턱에서 전해진 고통에 윤혜인은 호흡이 가빠졌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엄마 좀 만나게 해줘요... 딱 한 번만요...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든 다 좋아요...”“꿈도 꾸지 마요.”원진우가 윤혜인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원진우가 여신으로 받드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니, 이런 오점은 반드시 지워야 했다.윤혜인은 턱이 빠질 것처럼 아팠지만 여전히 울면서 애원했다.“딱 한 번만요. 한 번만 엄마를 만나게 해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죽어도 눈은 감고 죽어야죠...”원진우는 윤혜인이 죽음을 앞두고 자기 걱정보다는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 흥미를 느꼈다.“혜인 씨는 만나고 싶어도 아름이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죠.”이 말에 윤혜인이 고개를 저었다.“거짓말하지 마요. 엄마가 왜 나를 만나려 하지 않겠어요?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당신이 납치하면서 나를 버리지만 않았어도 우리는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고요.”“명을 재촉하는 꼴이라니.”원진우가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그렇다면 만족시켜 줄게요.”원진우가 손뼉을 치자 대문 하나가 열렸다. 불빛이 들어와서야 윤혜인은 지금 있는 곳이 냉동창고라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원진우는 전혀 추위를 타지 않았다. 특수 제작한 옷을 입고 있어 냉동창고에 있어도 추위를 막을 수 있었다. 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반사 때문에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 잘 보이지 않았다. 원진우가 그쪽으로 다가가 휠체어를 받아와 가까이 밀고 와서야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윤혜인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릴 적 기억들이 물밀듯 밀려왔다. 여자가 자장가를 부르며 아이를 달래는 장면, 여자가 어린 윤혜인의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장면이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도 여자의 얼굴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윤혜인과 자매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적지 않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6화

    “당신...”윤혜인이 이를 악물었다.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이 말을 빼고는 다른 말이 나가지 않았다.“급해할 거 없어요. 천천히 해요.”원진우가 오히려 웃으며 윤혜인을 다독였다. 윤혜인은 손에 칼만 있었다면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칼이 있다고 해도 절대 이 남자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경계가 삼엄한 배씨 정원에서 윤혜인을 납치했다는 건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말이었다. 윤혜인은 속으로 원망해도 흥분해도 쓸데없다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남자를 상대하려면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며 기회를 찾아야 했다. 윤혜인은 주먹을 꽉 움켜쥐는 것으로 최대한 차분해지려 애썼다.“왜 나를 죽이려는 거예요?”윤혜인이 물었다. 이 문제가 약간은 바보 같아 보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원진우가 윤혜인을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라면 아마도 윤혜인이 윤아름의 아이여서일 것이다. 그리고 윤혜인이 관찰한 데 의하면 원진우는 총명한 사람을 싫어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멍청한 척, 무서운 척하며 상대의 경계심을 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사실 윤혜인도 원진우가 어떻게 윤혜인이 어릴 때 찾아온 건지 알고 싶었다.원진우는 순진해 보이는 윤혜인의 얼굴을 보며 온화하게 웃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점이 생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죠. 윤혜인 씨의 존재가 딱 그 오점이거든요.”“...”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 원진우는 미친 게 틀림없었다. 윤혜인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어릴 때는 어떻게 찾아온 거예요?”“그때는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원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양아버지가 혜인 씨를 그렇게 보호할 줄은 몰랐는데. 명이 질기네요.”원진우가 잠깐 뜸을 들이더니 웃음이 점점 음침해졌다.“춥디추운 그날 밤에도 죽지 않고 살았고, 쓰레기 봉지에 담아놔도 안 죽고 살아있으니...”윤혜인이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당신이었어요...?”저 정도면 답을 준 거나 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5화

    이에 양아버지는 남자가 어린 윤혜인을 노린다는 걸 확신했다. 그 시절 화려한 옷을 입고 비싼 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를 유괴범이라 외친다면 믿을 사람도 없을뿐더러 성가신 일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작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런 짓을 절대 하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니 이 남자도 대담하게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양아버지는 남자가 느긋하게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자 얼른 어린 윤혜인을 안고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린 윤혜인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케이크가 바닥에 떨어지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아빠, 케이크... 케이크...”아이의 눈에 케이크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린 윤혜인이 눈시울을 붉히며 망가진 케이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양아버지의 품에서 벗어나려 하자 양아버지가 숨을 헐떡이며 다독였다.“착하지. 아빠가 다시 사줄게.”어린 윤혜인은 너무 속상해 양아버지의 몸에 엎드린 채 양아버지의 등 뒤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리를 내다봤다. 어린 윤혜인은 양아버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양아버지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이내 얌전하게 양아버지의 목을 감싸더니 어깨에 기대어 북받치는 서러움을 꾹꾹 눌렀다. 어린 윤혜인은 나이가 어렸기에 양아버지처럼 곧 들이닥칠 위험을 감지하지는 못했다. 차갑고 끈적한 구덩이에 빠져있는 어린 윤혜인은 빨간 벨벳 슈트를 입은 남자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윤혜인은 너무 무서워 눈을 부릅뜬 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두려움과 울분이 목에 걸려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남자는 5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추더니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다리를 들더니 양아버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허허.”남자가 음침하게 웃더니 제 딴에는 재밌다고 생각하는 말을 내뱉었다.“그러게 누가 그렇게 빨리 달리래? 그러니까 다리까지 나가떨어지는 거 아니야.”남자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이 밀려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64화

    칠흑 같은 밤과 뼈저린 추위, 그리고 아까 맞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비까지, 모든 상황이 똑같이 맞아떨어졌다. 양아버지가 어린 윤혜인을 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달리다가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다. 작고 연약한 어린 윤혜인은 포물선을 그리다 옆에 있던 구덩이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의 몸과 얼굴은 흙이 잔뜩 묻었고 무성한 갈대에 가려져 시커먼 진흙과 한 몸이 되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이 겨우 몸을 일으켜 양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려는데 양아버지가 어린 윤혜인을 향해 힘껏 고개를 저었다. 넘어져서 몸을 다친 양아버지는 몸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윤혜인을 안았던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어린 윤혜인은 그런 양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구덩이에 빠져있는 걸 양아버지도 분명히 봤는데 양아버지가 왜 그 자세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는지 말이다. 어린 윤혜인은 그렇게 넋을 놓고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빨간 스포츠카가 하늘이 떠나갈 것 같은 엔진소리와 함께 양아버지 뒤를 쫓았다. 앞에서 달리던 양아버지는 그렇게 차에 치여 허공으로 떠올랐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어린 윤혜인은 양아버지의 다리가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더니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걸 목격했다. 심지어 그중 한쪽이 어린 윤혜인 앞에 떨어졌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뭉개진 다리였다. 바닥에 쓰러진 양아버지의 얼굴도 어린 윤혜인을 향해 있었다. 눈을 부릅뜬 모습이 마치 절대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어린 윤혜인은 초점을 잃고 퀭한 양아버지의 두 눈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정말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어린 윤혜인은 죽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범퍼가 깨진 스포츠카에서 빨간 벨벳 슈틀 입은 남자가 내려왔다. 어린 윤혜인은 얼굴은 매혹적이고 잘생긴 남자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지 똑똑히 보았다. 남자는 몸통이 절반 뜯어져 나간 양아버지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