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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Author: 이한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3-05 19:00:00
진아연의 손이 육경한의 넓은 등을 어루만지자, 그의 몸이 불편한 듯 굳어버렸다.

그의 등은 흉측한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잘생긴 얼굴을 제외하면 도저히 봐주기 힘들 정도였다.

진아연은 사실 그것들이 조금 역겹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잘생김 때문에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게다가 밤 기술도 훌륭했고 그녀에게 잘했다.

어느 정도냐면?

육경한이 자신을 찌른다 해도 망설이지 않을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여자라면 누구나 기가 막힌 잠자리를 선물해 주는 지고지순한 사람을 마다할 리 없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그녀는 진짜 보물을 발견한 것이다.

만약 그 바보 같은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흙탕 속의 육경한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바보 같은 여자가 너무 많이 베푼 탓이었다.

진씨 가문이 무너진 지금은 육경한만이 유일한 생명줄이다. 그래야만 서울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녀는 반드시 이 거대한 나무를 꽉 잡아야 한다.

진아연은 남자를 뒤에서 껴안았고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남자의 깊은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거예요?”

육경한의 목을 본 그녀는 표정이 급변했다.

“이건 뭐죠?”

그녀는 육경한이 밖에서 여자들과 잠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육경한은 절대 자신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건 여자가 할퀸 것이다.

여자가 그에게 흔적을 남기도록 내버려뒀을 리 없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고양이한테 할퀸 거야.”

육경한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그녀를 단번에 안아 들었다.

“왜 이렇게 일찍 깬 거야?”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결혼한 후에는 다른 여자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그녀에게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당신이 없어서 잠이 오지 않아요.”

진아연은 육경한의 목을 감싸며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육경한은 미소를 지었다.

“하고 싶어?”

“뭐라는 거예요? 아침인데...”

진아연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나무랐다.

약간 만족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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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종을 바라보던 그녀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소 비서님, 별장으로 돌아가시는 길이신가요? 제가 지난번에 별장에서 귀걸이 하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데 혹시 같이 타고 가도 될까요?”소종은 당연히 거절할 수 없었다.그 별장은 유진이가 들어가기 전에도 방민아가 종종 방문해 육경한과 식사를 함께했던 곳이었으니 말이다.게다가 별장에는 방민아를 위해 마련된 전용 객실도 있었다.하지만 소종은 의아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방민아와 육경한이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는지 말이다.보통 성인 남녀라면 서로 끌리는 감정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런 상황은 다소 이상했다.방민아는 외모도 준수했고 몸매나 분위기 역시 상위권이라 할 만했다. 특히 그녀 특유의 재벌가 아가씨 같은 기품은 매우 매력적이었다.그런데도 육경한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심지어 자신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여자를 찾는 편인데 육경한은 아무런 욕구도 없는 듯했다.그래서 한동안 소종은 육경한이 혹시 어떤 신체적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했었다.예전 소원과 함께할 때 육경한의 표정은 가장 매력적으로 빛났고 항상 묘한 열기를 띠고 있었다.하지만 방민아와 함께한 뒤로는 그런 열기가 사라지고 차가운 표정만 남았다.별장에 도착한 뒤 소종은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유진이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방민아도 뒤따라 올라왔는데 그녀가 귀걸이를 찾으러 가지 않고 자신을 따라오자 소종은 퍽 난감했다. 결국 그가 물었다.“민아 씨, 귀걸이는 안 찾으시나요?”그러자 방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도 아이를 좀 보고 싶어서요.”소종은 순간 멈칫했다. 육경한의 특별한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방민아가 아이를 봐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이전에 방민아를 데리고 아이를 보러 간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이런 소종의 마음을 알아채서인지 방민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경한 씨가 전에 저더러 아이 봐도 된다고 했어요. 믿기 어려우시면 경한 씨한테 전화해서 확인하셔도 돼요. 아니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5화

    소종 뒤로 방민아가 따라왔다. 육경한이 걱정되었던 방민아는 소종에게 무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리라고 했지만 소종은 차마 방민아에게 육경한이 소원을 구하러 갔다고 말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방민아는 몰래 소종의 뒤를 따라 병원에 온 것이었다.방민아를 발견한 순간 소종의 안색이 변하더니 잽싸게 앞으로 다가가 말리려는데 방민아가 소종의 손을 뿌리치더니 가져온 외투를 육경한에게 걸쳐줬다.“경한 씨, 도대체...”방민아는 육경한의 얼굴을 보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진흙과 피가 마치 물감처럼 남자의 얼굴에 흩뿌려져 있었고 옷도 엉망진창이었다. 이 정도로 망가진 육경한은 방민아도 처음이라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질투심이 타올랐다. 다른 여자를 위해 이렇게 얼빠진 모습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다만 밖으로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았던 방민아는 솟구쳐 올라오는 질투를 꾹꾹 참아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경한 씨, 일단 상처부터 처리해요. 이마가...”방민아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이마는 어쩌다 다친 거예요?”육경한이 그제야 방민아를 발견한 듯 그쪽을 힐끔 쳐다봤다.“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육경한의 표정이 어딘가 언짢아 보였다. 방만아는 그런 육경한을 보며 기분이 상했지만 결국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경한 씨가 걱정돼서요.”말은 이렇게 했지만 육경한이 자기를 버리고 간 게 소원을 위해서였다는 걸 알고 방민아의 가슴에 난 틈이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르는 것 같았다. 전에 육경한과 약속한 것처럼 유명무실한 결혼은 싫었다. 소원은 마치 가시처럼 육경한의 가슴에 박혀있었고 방민아가 아무리 빼내려 해도 빼지지 않았다.“여기 남아있을 필요 없으니까 이제 돌아가요.”간단한 한마디였지만 뜻은 명확했다.“하지만... 나는 경한 씨 옆에 있고 싶어요...”방민아는 너무 서러웠다. 육경한의 약혼녀는 분명 방민아인데 그가 다른 여자 곁을 이렇게 지키는 게 너무 싫었다.“방민아 씨, 돌아가요.”육경한이 성까지 붙여서 차갑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4화

    육경한은 지금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힘껏 안지철의 얼굴에 펀치만 계속 날렸다. 그렇게 이가 전부 부서진 안지철은 잘못 삼켰다가 사레가 들려 죽을 뻔했다.소원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육경한.”육경한의 주먹이 안지철의 얼굴에서 1cm 떨어진 곳에 멈췄다. 소원을 향해 고개를 돌린 육경한의 얼굴에는 아까 돌에 맞아서 흘린 피와 안지철을 때리면서 튄 피가 섞여 유난히 음침해 보였다.이에 소원은 전에 호러물에서 봤던 얼굴 없는 남자가 떠올랐다. 육경한은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아무 표정 없이 소원을 바라봤다.“왜? 이 자식 손을 빌려서라도 나 무너트리게?”이 말에 소원은 말문이 막혔다. 안지철이 죽으면 증인도 사라지게 되니 소원은 안지철이 죽는 게 싫었다. 유시연도 찾을 수 없는 마당에 안지철이라도 살아 있어야 유진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았다.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소원은 육경한에게 안지철을 심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안지철이 나쁜 건 맞지만 법률로 제재해야지 육경한이 사적으로 재판해서는 안 되었다.육경한은 늘 사람의 생명을 우습게 생각했고 가치가 없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처리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소원이 원하는 건 정의로운 재판밖에 없었다.안지철은 지은 죄는 법원에서 판결하는 게 맞았다.“육경한, 너...”소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이 부어올라 생김새를 알아볼 수 없는 안지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당신이 그 사람이야?”육경한이 안지철을 힐끔 쳐다봤다.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는 얼굴이 부어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에 육경한의 살기등등한 얼굴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다.“당... 당신이 감정을 맡긴 사람이네. 당신이 그 사이코패스였어?”안지철은 그제야 육경한이 왜 자기를 폭행했는지 알게 되었다. 하긴, 아무 병도 없는데 샘플을 바꿔치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안지철은 육경한이 어느 정도로 미쳤는지 모르지만 그 약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분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3화

    하지만 소원은 그런 육경한의 마음을 전혀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여러 감정이 뒤섞이자 육경한은 감정을 해소할 구멍이 필요했다. 모든 걸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쳐들었다.육경한의 정신질환은 점점 심해져 환각까지 보였다. 앞에 앉아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이 안지철이 아닌 다른 무서운 얼굴을 한 괴물로 변했고 육경한을 먹어버리려는 듯 몸을 비틀며 육경한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아악...”육경한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더니 짜증스럽게 소리를 질렀다.그 고함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든 안지철은 육경한이 어딘가 매우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마치 몸 안에 숨어있던 악마가 깨어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설마 이 사람... 정신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잔꾀가 생각난 안지철이 몰래 돌멩이 하나를 줍더니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육경한의 머리를 공격했다.“육경한.”경사 위에 앉아 있던 소원이 갑자기 이렇게 불렀다. 소원도 육경한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정신질환이 곧 도질 것 같은 상태처럼 보였다.육경한은 이성을 잃으면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고 잡히는 족족 죽일 정도로 쥐어팼다. 소원이 유진을 데려오려는 것도 이런 원인이었다. 육경한의 정신 상태로는 아이를 돌보기 힘들었다.연약한 유진은 육경한에게 한 입 거리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소원은 안지철이 육경한을 죽이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육경한이 쓰러지면 안지철은 공격의 화살을 소원에게 돌릴 것이다. 눈이 돌아가 버린 이상 한명이든 두 명이든 닥치는 대로 죽일 게 뻔했다. 게다가 소원의 몸으로 이성을 잃은 안지철을 당해내긴 무리였다.소원의 고함에 육경한이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육경한은 안지철이 휘두른 돌을 그대로 맞았고 순간 잘생긴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육경한은 그 공격에 쓰러지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안색은 피로 물든 얼굴 때문에 더 음침해졌다.안지철은 육경한의 눈빛에 놀라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돌로 내리찍어도 아무 반응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2화

    안지철이 돼지 멱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알고 보니 육경한이 시계 판이 위로 향하게 시곗줄을 손바닥에 움켜쥔 채 안지철의 코를 가격한 것이다. 한 번의 펀치 만에 안지철은 코피가 터졌고 코뼈가 부러지면서 코가 삐뚤었다.몇십억을 호가하는 비싼 시계라 그런지 펀치를 날려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아악... 너 미쳤어?”안지철은 코를 부여잡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육경한이 이 정도로 매섭게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펀치를 날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펑.둔탁한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렸고 안지철의 광대뼈가 부러졌다. 안지철은 그제야 이 남자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실감하고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을 부여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원... 원하는 게 뭐야. 원하는 게 돈이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때리지만 않으면... 흑흑...”육경한이 웃음을 터트렸다.“나 돈에는 관심 없어. 그냥...”“그냥 뭐... 원하는 게 뭐야. 다 줄게.”안지철은 눈치가 빨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 살아만 있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돈이야 언제든 다시 벌 수 있기에 그때 가서 다시 원하던 삶을 살면 되지만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목숨을 지켜야 했다.육경한은 입술을 삐쭉거리더니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데 어떡하지? 내가 관심 있는 건 네놈 목숨밖에 없는데.”안지철은 이 말이 너무 섬뜩해 바지에 지릴 뻔했다. 원하는 게 목숨밖에 없다니, 무서워도 너무 무서운 남자였다.“저기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저랑 원수진 거 없잖아요. 기껏해야 저 여자 건드린 것밖에 없는데 사실 아무 짓도 못 했고 겨우 뺨 두 대 때린 것뿐이에요. 죽을죄를 지은 건 아니잖아요.”“겨우 뺨 두 대 때렸다?”육경한의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네가 뭔데 감히 손을 대?”이 말에 안지철은 심장이 너무 벌렁대 숨 쉴 엄두조차 나지 않아 그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애원했다.“어르신, 아니 형님, 하느님, 부처님, 제가 죽을죄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1화

    소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옷을 걸치지 않으면 돌아가서 또 세게 아플 것이다.육경한은 유진에게 감정이 없었기에 소원까지 죽으면 육경한의 오락가락하는 성격에 힘든 건 유진밖에 없을 것이다.소원은 방민아가 법원 앞에서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했다. 사랑에 미쳐 극단적인 일을 저지르거나 범죄의 길로 나아가는 사람도 적잖게 있었다.이런저런 생각에 소원은 그 옷이 육경한의 옷인 걸 알면서도 추위를 이겨내고파 얼른 챙겨 입었다.육경한은 곁눈질로 그런 소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당기더니 아래로 내려가 진흙을 뒤집어쓴 안지철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 육경한의 눈빛에 안지철은 심장이 철렁했다. 몸집이 크고 체격이 빼어난 육경한은 승냥이처럼 부리부리한 눈으로 안지철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안지철은 평소 거의 일반인들과만 소통했고 이런 거물은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기에 눈빛이 닿기만 해도 온몸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감히 내게 발길질을 해?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당장 사람 불러서 너 죽인다.”안지철이 으름장을 놓으며 용기를 북돋으려 했다. 주로 연락하는 소종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육경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안지철은 소원이 큰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소원을 도와주러 온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저 아우라가 남다를 뿐 종이호랑이일지 모른다고, 그러니 상대가 행동을 취하기 전에 지레 겁을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오늘 이 여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이따 베일에 싸인 그 사람에게 연락해 처리해달라고 하면 된다. 이 일이 새어나가면 그 사람에게도 해가 될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이 모든 죄를 안지철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면 안지철도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안지철도 그렇게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나를 죽여?”육경한은 안색이 너무 어두웠고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독수리와도 같은 부리부리한 눈은 모든 걸 뚫어버릴 것처럼 매서웠는데 비바람이 몰아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90화

    벨트를 한쪽에 버린 안지철이 허겁지겁 소원 위로 올라탔다. 소원이 힘껏 저항하며 안지철의 아랫배를 걷어차려 했지만 안지철이 소원의 행동을 간파하고는 옆으로 피하더니 소원의 귀싸대기를 힘껏 후려갈겼다.풉.힘이 어찌나 세게 들어갔는지 소원은 귀싸대기를 맞자마자 머리가 어지럽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피를 한 모금 왈칵 토해냈다. 원래도 몸이 허약했는데 귀싸대기까지 맞자 반항할 능력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안지철이 더러운 손으로 옷을 벗기려 하자 너무 역겨워 토할 것 같았지만 먹은 게 없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당신 곱게 죽지는 못할 거야.”소원이 매서운 눈빛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안지철이 코웃음을 치더니 막무가내로 위에 올라탔다. 소원이 살기 어린 눈으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안지철의 귀를 힘껏 깨물었다.“아악. 미친X이 이거 안 놔?”안지철이 귀를 억지로 빼내려는데 소원의 입은 마치 볼트를 꽉 끼워서 맞춘 것처럼 단단했다. 그렇게 밀고 당기는 사이 안지철의 귀가 일부 뜯겨 나갔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이 섬뜩하면서도 우스웠다.“젠장. 이런 젠장.”안지철이 귀를 부여잡고 다리를 동동 굴렀다. 극심한 고통에 안지철은 다시 소원의 목을 조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뱉어. 안 뱉어?”소원이 물어뜯은 건 연골이었기에 제때 붙이면 흉터는 남겠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 소원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더니 물어뜯었던 살점을 경사 아래로 뱉어냈다.안지철은 그렇게 잘려 나간 귀가 강에 빠져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철썩. 철썩.안지철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소원의 볼을 마구 내리쳤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안지철은 소원의 목을 힘껏 조르더니 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미친 듯이 고아댔다.“미친X이, 지금 당장 죽여줄게.”소원은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숨소리도 점점 미약해졌다. 그렇게 숨이 꺼져가는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위에 올라탔던 안지철이 그대로 경사를 구르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9화

    소원이 절망하고 있는데 뒤에서 갑자기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하. 드디어 찾았네.”안지철도 금방 따라서 나왔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 피할 수가 없었던 소원은 경사를 따라 앞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빨리 걷지는 못했고 그렇게 몇 걸음 가지도 못한 채 안지철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말았다.“젠장.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거야?”안지철이 소원을 힘껏 바닥에 패대기쳤다.우두둑.소원은 무릎뼈가 부서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빌어먹을 X이, 아까 일부러 내 손 찢어놓은 거지. 맞아, 아니야?”안지철은 어디서 천 쪼가리를 찾아 손에 칭칭 감은 상태였지만 여전히 그 손을 제대로 쓰지는 못했다.소원은 어이가 없었다.“구해준 은혜를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그러다 천벌 받아.”“천벌? 나쁜 짓을 얼마나 했는데 받을 거였으면 진작에 받았지. 아직 죽지 않고 멀쩡히 살아 있잖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늘이 번쩍했다. 놀란 안지철이 입을 꾹 닫더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번개였다. 곧이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가 먼 곳에 떨어졌다.“하하하하.”안지철의 웃음이 점점 더 방자해졌다.“봤지? 봤지? 나한테는 절대 안 떨어져.”소원이 한마디 덧붙였다.“아직 좋아하긴 이르지. 때가 안 됐을 뿐이야.”안지철이 몽둥이로 소원의 무릎을 꾹 눌렀다.“아아.”소원이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며 비명을 질렀다. 안지철은 매서운 표정으로 소원을 째려보며 말했다.“그 입만 살아서.”그때 번개가 다시 하늘을 갈랐다. 하얀 섬광이 빗물에 젖은 소원의 얼굴과 비춤과 동시에 흠뻑 젖은 옷 아래로 드러난 굴곡진 몸매도 비췄다.이에 사악한 마음을 품은 안지철이 생각을 바꾸고 몽둥이로 소원의 옷을 이리저리 헤쳤다.“몸매가 죽여주는데.”안지철이 변태 같은 눈빛으로 소원을 쳐다봤다. 그저 때는 몰랐는데 빗물에 젖으니 소원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너무 섹시했다. 뽀얗고 말한 속살은 유시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월했고 매혹적인 얼굴까지 더해지자 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488화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상처에 빗물이 들어가자 너무 아팠고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이 원래도 좋지 않은데 이런 일을 당했으니 얼마 남지 않은 힘까지 다 소모해 진흙 범벅인 나무 뒤에 숨어 최대한 몸을 움츠리며 존재감을 줄이려 했다.졸음이 쏟아져 잠깐 눈을 붙이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불규칙한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야심한 밤에 이런 곳에 나타날 수 있는 사람은 안지철밖에 없을 것이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소원의 발자국이 다 지워졌기에 누가 와서 구해줄 거라는 희망은 버려야 했다.큰비는 수색에 어려움을 더했고 윤혜인이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는다 해도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소원은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꼭 안았다. 그래도 혹시나 안지철에게 들킬까 봐 미약한 숨소리마저 꾹 참았다.아무리 다쳤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의 힘을 이겨내긴 어려울뿐더러 소원은 환자였기에 안지철에게 위치를 들키면 그냥 죽기를 납작 없이 기다려야 했다.아니나 다를까 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몽둥이로 숲을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이제 그만 나오지?”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안지철의 목소리가 비 내리는 숲속에서 더 섬뜩하게 들렸다.“여기 뱀도 있고 들짐승도 많은데 동물에게 뜯겨 죽는 것보다는 얌전하게 나오는 게 덜 고통스러울 것 같은데. 내가 한 번에 깔끔하게 보내줄게. 헤헤.”안지철이 휘파람을 불며 이렇게 말했다. 웃는 소리도 어쩜 저렇게 섬뜩한지 의문이었다.소원은 점점 가까워지는 안지철의 목소리에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안지철은 랜턴까지 들고 있었기에 옆으로 지나가면 무조건 그녀를 발견할 것이다.끼고 있던 팔찌가 달랑거려 소리가 나지 못하게 잡고 있던 소원은 문득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에 끼고 있던 팔찌를 돌과 함께 먼곳으로 뿌려 소리가 나게 했다.가까이 다가오려던 안지철이 그 소리를 듣고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자, 이제 곧 찾아갑니다.”소원은 안지철의 걸음 소리가 돌을 던진 방향으로 가는 걸 들었다. 이 팔찌는 유진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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