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91화

작가: 이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감정을 숨기려고 했지만 입을 떼자마자 이미 목이 메었다.

곽진명은 순식간에 윤혜인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나지막하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혜인아, 무슨 일이야?”

윤혜인은 재빨리 감정을 감추며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 방금 물 마시다가 사레 들렸어요.”

“그래? 그럼 지금 그쪽에 도착한 거야?”

곽진명이 물었다. 그는 비행기 경유에 대해서는 몰랐기 때문에 아직 윤혜인이 출장 중인 줄 알았다.

“네, 아빠, 도착했어요.”

멀리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감정이 북받쳐 오를 것 같아 윤혜인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아빠, 아빠가 아시는 분 중에 폭탄 해체하실 줄 아는 군인 한 분 계시죠?”

윤혜인은 아버지가 해외에서 굉장히 친하게 지내던 군인이 있었고 그가 폭탄 해체 전문가였다는 걸 기억했다.

그 군인은 해외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며 폭발물 처리 업무를 맡았었다.

“아, 스미스 말이야? 왜, 그 사람한테 뭐 물어보려고?”

“네.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제 친구 중에 감독인 강미연이라는 친구 있잖아요. 기억하시죠? 그 친구가 지금 영화 촬영 중인데 폭약 관련된 정보를 좀 알아봐야 해서요. 스미스 아저씨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곽진명은 딸의 말을 신뢰했기에 대답했다.

“아, 그럼. 내가 스미스한테 연락해서 너가 물어보면 다 알려주라고 할게.”

“네, 고마워요, 아빠.”

윤혜인은 또다시 목이 메였다.

“바보 같은 녀석, 아빠한테 뭘 고맙다고 그래. 일할 때도 몸조심하고 건강도 잘 챙겨라. 아름이는 나랑 네 홍 아줌마가 잘 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네, 아빠도 건강 조심하시고요...”

“알았다. 돌아오기 전에 네 오빠한테 미리 말해. 공항에 마중 나갈 거야.”

“네, 아빠. 그럼 끊을게요.”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윤혜인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녀와 이준혁의 생존 확률은 각각 60%와 10%에 불과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둘 다 폭약과 함께 목숨을 잃는 것이다.

어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2화

    손바닥에는 이미 땀이 잔뜩 차서 가위조차 제대로 쥐기 힘들었다.마침내 그녀는 노란 선을 향해 가위를 겨눴다. 눈을 꼭 감고 마음을 다잡으며 자르려던 순간, 갑작스럽게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뭐 하는 거야!”그리고 곧 이어서 들린 소리.“쾅!”맑은소리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나타나 가위를 그녀 손에서 낚아채 땅에 떨어뜨렸다.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평소와 달리 단정하고 지적인 얼굴에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윤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내가 아니면 누가 있을 줄 알았어?”한구운이 불친절한 어조로 비아냥거렸다.윤혜인이 대답을 하지 않자 한구운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말해봐. 나 말고 누가 널 구해줄 수 있는데?”사실 그는 결혼식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화가 나서 일찍 자리를 떠났었다. 그런데 차가 도중에 이르렀을 때 부하들이 여러 가지 수상한 상황을 보고했다.먼저 이천수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는 예상했던 일이었다.이준혁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이천수의 체포는 필연적이었다.이씨 집안의 자산을 탐하려 했던 데다 주진희까지 살해했으니 그 어떤 죄목도 피할 수 없었다.한구운은 이천수가 저지른 자잘한 실수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천수가 자신을 대신해 다 뒤집어쓸 테니 말이다.최악의 경우 자신이 망한다 해도 이천수가 해외에 만들어놓은 광대한 사업체가 있으니 갈 곳이 없는 건 아니었다.이천수가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전혀 관심 없었다. 그는 쓸모없는 무능한 놈일 뿐 더 이상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변호사나 하나 구해서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 놔두면 될 일이었다.하지만 이준혁이 모든 손님들을 대피시키고 호텔을 비웠다는 보고를 듣자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최근 일들을 떠올려보니 이준혁이 단순히 이천수와 한구운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 이상의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 같았다.곧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3화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구운 씨, 나가요. 나 방해하지 말고.”“야, 너 정말 은혜도 모르는 여자구나. 내가 너 구해주러 왔는데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이런 식으로밖에 말 못 해?”한구운의 평소 차분한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변해 있었고 그의 말투는 마치 윤혜인이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는 듯했다.그러나 윤혜인은 단지 이렇게 물을 뿐이었다.“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 걸 알았어요?”“...”그 순간, 남자는 말문이 막혀버렸다.윤혜인은 상황을 금방 파악했다.“경유 항공편... 한구운 씨가 관련된 거죠?”이번에는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는지 한구운은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며 솔직하게 말했다.“그래. 내가 그랬어.” 그는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네 전남편이 결혼식을 하는데 네가 그 장면을 놓치면 안 되잖아?”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날 여기에 갇히게 한 주범이 이 사람이었어!’“한구운 씨, 내가 전생에 당신 조상 묘라도 파헤쳤나요? 어떻게 날 속여 여기로 데려오고 호텔 방에 가둬두기까지 해요? 당신 알기나 해요? 내가 그 변태에게 거의 죽을 뻔했다는 거?!”“...”한구운은 윤혜인이 이렇게 분노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평소에 그녀는 차갑거나 그저 그를 무시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분노로 가득 찬 윤혜인의 모습이 오히려 한구운의 눈에는 생기 있어 보였다.한순간, 그는 자신의 정신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는 단지 윤혜인을 소유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저 그녀가 자신에게 말만 걸어줘도 충분했다.정말 구제 불능이었다.“당장 꺼져요!”윤혜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이런 사람과 한마디도 더 나누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그녀의 화난 얼굴을 보고 한구운은 설명했다.“난 너를 방에 가두라고 지시한 적 없어.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야. 정말이야.”만약 한구운이 아니었다면 윤혜인을 본 사람은 원지민밖에 없었다.하지만 원지민이 저지른 일이라 한들 윤혜인은 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4화

    “한구운 씨, 정말로 나를 구해서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거예요?”윤혜인이 물었다.“그럼 나가고 나서는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요? 집으로 돌려보낼 거예요?”남자는 잠시 멍해졌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답은 내가 알려줄게요”윤혜인이 말했다.“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죠.”“한구운 씨는 이제 서울에 기반이 없어요. 그러니까 나를 데리고 나가려는 진짜 목적은 나를 멀리 해외로 데려가서 아무도 없는 곳에 가둬두려는 거겠죠. 맞아요?”한구운은 여전히 침묵했다.이 순간, 이들 둘만이 있을 뿐이고 더 이상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윤혜인의 앞에서는 굳이 가면을 쓰고 싶지 않았다.“한구운 씨는 아직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거예요?”윤혜인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당신은 언제나 이기주의자일 뿐이에요.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은 오로지 당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사람의 생각은 전혀 상관없죠. 그리고 필요할 때면 협박도 마다하지 않잖아요.”윤혜인은 한구운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자신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말에 한구운의 얼굴은 잠시 푸르스름해졌다가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럼 이준혁은 다르기라도 해?”한구운은 비웃으며 말했다.“윤혜인, 알아둬. 남자는 다 똑같아. 아무도 마음속에 사욕이 없는 사람은 없어. 이준혁도 예전에 나와 네가 가까워지는 걸 보고 여러 일들을 벌였잖아. 결국 널 대하는 이준혁의 태도도 단순한 소유욕 때문일 뿐이야. 너희 여자들만 멍청하게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거지!”한구운은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사실 남자들한테 사랑과 소유욕은 본질적으로 같은 거야.”그가 한참 동안 쏟아낸 말을 다 듣고 윤혜인은 단호히 말했다.“아니요. 준혁 씨는 당신과 같지 않아요. 그리고 많은 남자들과도 달라요.”윤혜인은 더 이상 이런 사람에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많은 것들이 그녀에게는 분명했지만 한구운에게는 아무리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한구운의 집착은 이미 뼛속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어쩌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5화

    ‘혜인이는 왜 나한테는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는 걸까. 똑같은 남자인데... 내가 한 일도 이준혁 못지않은데. 오늘도 마찬가지야. 여기에 폭탄이 가득한 걸 알면서도 난 혜인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돌아왔잖아. 똑같이 목숨을 걸고 한 행동인데... 대체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거냐고.’“그래요. 나 상처받았어요.”윤혜인은 주저 없이 인정했다.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 전의 상황을 떠올리면 가슴이 찌릿찌릿 아팠다.하지만 주훈이 모든 걸 윤혜인에게 털어놓았을 때 윤혜인은 그를 미워할 수 없었다.몸이 그렇게까지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길을 터주려 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준혁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유언장을 수정하며 윤혜인에게 더 유리한 조건들을 추가했고 이천수와 한구운을 상대하면서도 철저히 그녀와 아이를 위한 이익을 위해 싸웠다.이준혁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악명 높은 에단 찰스를 잡으려 했다.목적은 분명했다.그 모든 건 바로 윤혜인을 위한 것이었다.지난번 차 안에서 에단 찰스가 목소리를 변조해 내뱉은 말들을 듣는 순간 윤혜인은 깨달았다.이 악인이 잡히지 않는 한, 자신은 평안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려 했고 언젠가 윤혜인을 떠올려 흥미가 생기면 언제든지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다.그래서 이준혁이 마지막으로 하려던 일은 직접 에단 찰스를 잡는 것이었다.그리고 원지민과의 결혼식을 올린 이유는 에단 찰스가 더 이상 이준혁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윤혜인을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이 모든 것을 주훈이 전화로 설명했을 때 윤혜인은 이준혁의 의도를 확신했다.윤혜인은 고개를 들어 앞에 서 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한구운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사람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난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요.”“준혁 씨는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사랑을 핑계로 도덕적 압박을 주지도 않았죠. 그 사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6화

    마치 윤혜인이 말했던 그대로였다.한구운은 언제나 완벽한 이기주의자였다.그는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보상이 충분히 크고 매력적이어야만 했다.지금처럼 자신이 지불한 노력과 얻을 보상이 불균형할 때는, 한구운은 명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한구운의 반쪽 얼굴은 어둠 속에 숨어 밤과 하나가 되었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살며시 입술을 떼고 말했다.“혜인아, 네가 살아있길 바라. 그건 진심이야.”그 말을 마친 한구운은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마치 그 옛날, 광기 어린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내쉴 때 돌아서 나간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그의 마음이 정말 아무런 동요도 없었을까?당연히 아니었다.하지만 한구운은 그 동요를 억누를 수 있었다. 이것이 그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였다.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한 방울의 차가운 눈물이 카펫 위로 떨어졌다. 그 눈물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마음을 가다듬은 후, 윤혜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더 이상 떨리지 않는 손을 그녀는 정확하게 노란색 연결선 위에 올렸다....한편, 홀 안에서.원지민의 웨딩드레스는 여기저기 더러워져 흠집투성이였고 액세서리들도 흐트러져 있었다. 두꺼운 화장은 갈라져 그녀의 얼굴을 추하게 만들었다.평소라면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에단 찰스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안전이 어느 정도 보장된 후, 원지민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이준혁의 불타는 듯한 눈길을 마주하면서도 전혀 두려움 없이 당당히 쳐다보았다.“하하, 준혁아. 지금 많이 불안하지?”원지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에단이 혜인 씨를 잡으면 어떻게 할지 궁금하네. 설마...”그녀는 입을 가리며 일부러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혜인 씨의 배를 갈라서 네 아이를 꺼내는 건 아닐까?”“닥쳐!”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원지민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에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7화

    원지민은 극도의 질투와 원한으로 인해 이미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더욱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그런데 내가 널 쉽게 죽일 것 같아? 북안도에는 수많은 비밀 약이 있어. 그 약들은 네 사지를 다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지만 뇌는 오랫동안 멀쩡하게 남아 있게 둘 거야. 난 네가 직접 그 고통을 겪으며 어떤 괴물로 변하는지 보게 할 거야. 네 자랑스러운 재능, 네가 누려온 지위, 그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겠지. 너는 그저 아무 쓸모도 없는 인간 말종, 쓰레기, 인간 돼지가 될 뿐이야...”말을 하면서 원지민의 얼굴에 기괴한 미소가 떠올랐다.“이준혁, 그때가 되면 네가 도대체 무엇을 자랑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그녀는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눈빛으로 이준혁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얻지 못하는 건 다 망가져도 절대 다른 사람에게 가지 않게 할 거야!”“쾅!”갑자기 무언가가 날아와 그녀의 머리를 세차게 강타했다.“...아아아!!!”잠깐의 정적 후 원지민은 머리를 감싸 쥐고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오른쪽 머리에서 피가 샘솟듯이 흘러내리며 그녀의 얼굴을 뒤덮었다.그녀는 도대체 이준혁이 어떻게 그 쟁반을 집어 던졌는지 보지도 못했다.‘분명히 두 손이 묶여 있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원지민의 두 눈은 공포로 가득 찼다.언제 손이 풀린 건지 이준혁은 천천히 원지민의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지금 이 순간, 이준혁은 찰스의 부하들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마치 언제라도 그녀를 산산조각내어 죽일 것만 같았다.“살려줘!”궁지에 몰린 원지민은 찰스의 부하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조금 전 경비병은 다른 일을 보러 나갔고 또 다른 경비병은 방금 두 사람이 단단히 묶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간 상태였다.그래서 아무리 소리쳐도 원지민을 도울 사람은 없었다.“살려...”하지만 그녀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이미 원지민의 멀쩡한 손을 발로 짓밟고 비틀고 있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8장

    윤혜인이 자신의 아이를 다시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리고 윤혜인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을 알게 된 후, 이준혁의 생존 욕구는 어느 때보다 강렬해졌다.그는 살아남고 싶었다. 살아남아서 그녀와 함께 아이를 맞이하고 싶었다.아름이가 태어날 때 곁에 있지 못한 것이 이준혁의 삶에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로 남았다.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직접 보고 싶었다.이준혁이 작은 유리병을 주머니에 넣는 순간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살려...”원지민이 입을 크게 벌리며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입에 재빨리 손수건을 틀어막았다.“우웅... 우웅...”화장실에 다녀온 그림자 팀원이 들어와서 어수선한 장면을 보고는 재빨리 달려왔다.“그 자식은 어딨어?”그는 원지민의 머리에 피가 범벅인 것을 보고 당황하며 물었다.“우웅... 우웅....”원지민은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자기 입에 손수건이 틀어막혀 있는데 그걸 보지도 못하냐고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그제야 그림자 팀원은 사태를 파악하고 급히 손수건을 빼내며 다급하게 물었다.“그 자식은 어디 있냐고!”“당신...”그녀가 ‘뒤에'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이준혁은 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남자의 목 뒤를 내리쳤고 그 팀원은 고개를 돌릴 새도 없이 그대로 기절했다.원지민은 치를 떨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멍청한 놈, 돼지처럼 굼떠!”하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숙여 손을 칼처럼 만들어 그림자 팀원의 목 뒤를 세게 내리쳤다.그곳의 경혈을 타격하면 세 시간 동안은 절대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그는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고 완전히 부서진 왼쪽 무릎을 질질 끌며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남자를 옆으로 끌어다 두었다.그동안 이준혁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얇은 입술을 살짝 벌려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과거에는 아주 쉽게 해낼 수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그에게 너무도 고통스럽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199화

    이준혁은 원지민에게 다가가 그녀도 기절시킨 후 특수부대에 넘기려고 했으나 에단 찰스의 무전 내용을 듣고는 걸음을 멈췄다.사태를 알아차린 원지민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에단 찰스라는 그 미친놈에 대한 소문은 원지민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본인의 어머니를 죽인 것도 그였고 서울에 있는 그의 저택에서는 사람을 고문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즐긴다는 소문도 있었다.사람의 피부로 만든 등불까지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에단 찰스는 통제를 벗어난 미치광이였다.그에게 붙잡히면 고통스럽게 죽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원지민은 결코 에단 찰스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준혁아, 이준혁, 제발 부탁이야. 모든 죄를 인정할게. 경찰에 넘겨줘. 내가 저지른 모든 일, 어떤 죄든 다 받아들일 테니까...”원지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벗어나지 못해 몸부림쳤다.지금 그녀는 이준혁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예전에는 이준혁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가 자신을 죽일까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이준혁은 윤혜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와 아기를 보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때문에 그가 경찰에 자신을 넘기기만 하면 원지민은 탈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원지민은 울면서 외쳤다.“제발, 에단 찰스에게 날 넘기지 마. 절대 안 돼. 부탁이야... 부탁해...”하지만 그녀의 처절한 울음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의 마음에는 조금의 연민도 없었다.원지민이 얼마나 교활한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설령 감옥에 간다고 해도 그녀는 그곳에서도 자신을 무죄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그에 비해 에단 찰스와 마주하는 것은 원지민에게 가장 적합한 결말이었다.이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원지민이 내민 손을 보며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본 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네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야. 잘 즐겨, 원지민.”그렇게 이준혁은 문 쪽으로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40화

    여자도 같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너희들 눈멀었어? 끌어내야 할 사람은 저기 있잖아.”여자가 손을 내밀어 멀지 않은 곳에 놓인 휠체어에 앉은 남자와 기세등등한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연놈들 끌어내라고.”하지만 여자도 이내 보디가드에게 끌려 나갔다.원장이 씩씩거리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중요한 손님을 욕보였으니 양국의 화목을 깨트린 죄로 상부에 보고할 거예요.”“뭐라고요?”여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 이렇게 엄중한 후과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양국의 화목을 방해한 죄는 북안도에서 본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설립한 죄명이었다. 만약 죄가 성립된다면 북안도에서 영영 쫓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국제 통행증에 빨간 줄이 그어지면 다른 나라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진다.여자는 아직도 원장이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노망이라도 난 거예요?”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내가 누군지 봐요. 나야말로 당신들과 협력을 맺은 사람이에요. 끌어내려면 저기 앉은 저 쓰레기 같은 연놈들을 끌어내야지.“맞아요.”남자도 보디가드가 방심한 틈을 타 원장을 향해 달려오더니 소리를 질렀다.“나 정부 의료 부문 관리자와 친해요. 나를 함부로 대했다가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요.”보디가드는 원래 두 사람을 끌어낼 때 그렇게 큰 힘을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까만 해도 병원의 귀한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장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두 사람을 끌어내라고 하자 원장이 잘못 지시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남자가 원장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눈 크게 뜨고 똑바로 봐요. 내가 누군지. 끌어내야 할 사람은 저 절름발이라니까요.”남자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원장은 남자의 싸대기를 힘껏 후려갈겼다. 남자의 입에서 금세 피가 흘러나왔고 넋을 잃은 채 원장만 뚫어져라 쳐다봤다.원장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시 손을 들었다. 그러자 남자의 오른쪽 입가에도 피가 새어 나왔다. 화풀이한 원장이 휠체어에 앉은 이준혁의 눈치를 살폈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9화

    “아악.”남자가 발악하기 시작했다. 이마가 깨진 것도 모자라 주먹까지 맞았으니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임서현이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손뼉을 쳤다.“아빠, 너무 멋있어요.”임장덕은 아들이 선망의 눈빛을 보내자 자신감을 얻고는 남자에게 말했다.“차량 블랙박스를 한국 경찰에 넘길 거예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나쁜 짓 할 생각하지 마요.”임장덕은 그들이 나쁜 짓을 하는 걸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여자와 그 남편이 차에서 나눈 대화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블랙박스를 경찰에게 넘긴다면 경찰이 그 블랙박스를 단서로 수사하다 보면 뭔가를 조사해 낼지도 모른다남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멍청한 줄만 알았던 임장덕이 어느새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했을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자주 나쁜 짓을 저질렀기에 절대 증거를 남길 수도 있는 블랙박스를 달 리가 없었다.“빌어먹을. 내가 오늘 너 죽이고야 만다.”남자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때마침 주훈도 도착했다. 보디가드를 데려오지는 않았지만 이 병원 원장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러고는 이준혁에게 이 두 남녀는 병원에 의료 설비를 납품하는 사업을 하는데 북안도의 정부 의료 부문 관리자 매수해 북안도에 있는 병원의 의료 설비를 독점 공급하면서 떼돈을 벌었다고 보고했다. 돈이 들어오니 점점 행보가 오만해지게 된 것이다.남자는 원장과 사이가 좋았기에 원장을 보자마자 달려와 울부짖었다.“원장님, 이것 좀 보세요. 원장님 병원에서 저희가 무슨 수모를 당했는지 좀 보시라고요. 얼른 저 사람들 다 쫓아내요.”남자는 원장이 이 사람들을 쫓아내면 보디가드를 시켜 하나씩 손봐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운전기사 임장덕은 알고 있는 비밀이 많아 싹을 잘라야 했다.원장은 이 말을 듣자마자 손을 흔들더니 병원 보디가드를 불렀다.북안도는 한국과 달리 총기에 관한 사건 사고가 많았고 병원에도 가끔 총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법이라고는 모르는 사람들이었고 환자가 응급 수술에도 살아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8화

    화가 잔뜩 치밀어 오른 여자는 손톱으로 남자를 마구 꼬집으며 욕했다.“또또. 이러고도 안 봤다고요? 눈알을 뽑아야 정신을 차릴 거예요?”“아니. 아니야. 오해야.”남자가 변명했다.“저 여자 황 대표랑 되게 어울릴 것 같아서 그래. 황 대표가 얼굴은 청순한데 몸매는 화나 있는 여자를 좋아하잖아.”황 대표라고 불리는 사람은 그들의 협력사인 것 같았다. 그들은 평소에도 참하고 예쁜 여자를 찾아 황 대표에게 가져다 바치면서 계약을 성사하는 짓을 많이 했다. 일이 끝나면 몰래 찍은 동영상으로 협박하며 신고하지 못하게 협박하기도 했다.이 말에 여자가 바로 알아채고는 웃기 시작했다.“맞네. 저 여자를 황 대표에게 가져다 바치면 되겠네요.”남자는 뱀과도 같은 눈빛으로 윤혜인을 훑어봤다. 황 대표에게 바치기 전에 먼저 따먹을 방법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변태 같은 눈빛과 말투에 이준혁의 눈동자가 역겨움으로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이준혁은 예고도 없이 손에 들었던 지팡이를 그쪽으로 던졌다.쾅.까만색 특제 지팡이가 남자의 머리를 명중했고 이내 남자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아이고...”남자가 머리를 부여잡고 처절하게 울부짖었다.“어떤 새끼가 감히 나를 습격해?”깜짝할 사이에 날아든 지팡이에 남자는 날아온 게 뭔지 확인하기도 전에 머리를 맞고 말았지만 여자는 절름발이가 지팡이를 던진 걸 똑똑히 보고는 입을 열었다.“여보, 저 두 사람 당장 묶으라고 해요. 남자는 돈 많고 외로운 여자들 모임에 던져넣고 여자는 황 대표에게 가져다 바쳐요. 지금 당장 저 연놈을 골로 보내라고요.”남자가 여자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운전기사를 불렀다.“어이, 임씨.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왜 그렇게 행동이 굼떠? 거기 서서 뭐 해? 당장 저 남자부터 묶어.”남자는 이준혁이 절름발이라 임장덕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임장덕이 묶으면 보디가드가 두 사람을 차에 태우면 되는 것이다.임장덕이 얼른 이준혁 앞으로 다가왔다. 윤혜인은 임장덕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7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걸 봐서는 평소에도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스스럼없이 했을 것이다.남자는 여자의 말을 참 잘 들었다.“그래. 그래. 지금 당장 저 연놈 때려죽일게.”“거기 누구 없어?”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머리가 하얗게 센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걸어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지시 사항 있으신가요?”남자는 헐레벌떡 달려온 운전기사 임장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보디가드는?”임장덕이 굽신거리며 말했다.“대표님 지시를 기다리며 차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바로 부를까요?”“아니야.”인내심을 잃은 남자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네가 하면 되겠네. 와서 저 연놈들 혼 좀 내줘.”임장덕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화들짝 놀랐다.“대표님, 여기는 공중 장소입니다. 오해가 있으면 일단 대화로 푸시는 게...”임장덕이 말을 채 맺기도 전에 상대가 신발을 임장덕의 얼굴에 내던졌다.“젠장. 하라면 할 것이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굽이 높은 구두로 얼굴을 맞은 임장덕은 이빨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아빠.”구석진 곳에 서 있던 임서현이 그쪽으로 달려가 머리가 하얗게 센 아빠를 안고 울기 시작했다.“아빠, 대표님 왜 저러시는 거예요?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대표님도 아빠 존경한다면서요. 아빠 그동안 나 속인 거예요?”임장덕도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맞고만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아이에게 좋은 것만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었다. 매번 아들이 대표님은 어떤 사람인지 물을 때마다 아들이 부담을 느끼는 게 싫어 늘 젠틀하고 나이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아이는 잘 바르게 잘 자라날 수 있었다.임서현이 대표님이라 불리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까만 눈동자에 뭔지 모를 힘이 가득 차오르더니 한 글자 한 글자 힘 있게 내뱉었다.“아저씨,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 아빠를 때리면 안 되죠. 그리고 아까 한 지시는 잘못된 거라 아빠가 따르지 않는다 해도 문제 될 건 없어요.”임서현이 꿋꿋하게 말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6화

    윤혜인은 아직 산후조리 중이고 모유 수유하고 있었기에 옷을 헐렁하게 입은 것뿐이지만 여자는 알 리 없었다. 그냥 별 볼 일 없는 윤혜인이 돈 많은 남자라면 절름발이도 상관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게다가 이렇게 헐렁한 옷을 입어도 예쁘기만 한 윤혜인을 보고 질투 나 미칠 지경이었다. 하여 모욕적인 말로 윤혜인을 공격하면서 끌어내리려 했다.이를 들은 윤혜인이 웃음을 터트렸다.“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다리는 글쎄 안 좋다 하지만 얼굴 못 봤어? 얼굴만 봐도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끔뻑 죽겠어. 내가 좋아서 내가 꼬시는 건데 뭐가 문제야?”여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윤혜인이 바로 인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도 윤혜인의 말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가 정말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던 것이다. 여자가 그동안 만나봤던 남자들을 놓고 봐도 이 남자와 비길 수 있는 남자는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눈앞에 서 있는 예쁘장한 여자를 보면 눈을 찢어버리고 싶었다.“퉤. 걸레 같은 X.”여자가 비꼬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떠벌리고 다녀? 얼굴 하나 빨개지지 않는 것 봐. 뻔뻔하긴.”“내가 뭐가 뻔뻔한데?”윤혜인은 들으면 들을수록 웃음이 났다.“둘 다 싱글인데 서로 좋아하면 어때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색안경 끼고 사람 보는 거 그거 되게 안 좋은 거야.”윤혜인은 자기도 모르게 진실한 상황을 얘기했다. 물론 MSG를 추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예를 들면 좋아한다는 말 말이다. 여자의 말과 행동에 약이 잔뜩 올라서 말을 가려서 할 수가 없었다. 윤혜인은 여자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원래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마음도 더러운 편인데. 더는 역겨워서 상대 못 해주겠네.”잔뜩 약이 오른 여자가 말했다.“얼굴 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사람 불러서 그 입 찢어줄까?”“예쁜 게 어때서? 내가 예쁜 게 거슬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5화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휠체어를 앞으로 움직여 윤혜인을 등 뒤로 감췄다.엄마 품에 안긴 뚱보는 사라졌던 자신감을 되찾았다. 평소 무슨 사고를 치든 엄마는 늘 그의 편이었다. 오늘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뚱보를 만든 것도 다 엄마 덕분이었다.뚱보는 윤혜인을 손가락질하며 울음을 터트렸다.“엄마. 아니야. 저 여자야.. 저 나쁜 여자가 나 때렸어. 저 여자 죽여줘. 아니, 저 두 사람 다 죽여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걸 봐서는 한 패인 것 같아.”뚱보는 엄마가 오자 더듬지도 않고 목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때려죽여. 당장.”뚱보의 눈빛은 정말 악독하기 그지없었다.이를 들은 윤혜인의 눈빛이 순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뚱보는 아까 받은 수모로 정신을 차린 게 아니라 오히려 엄마 품에 안겨 바락바락 악을 쓰고 있었다.딱 봐도 평소에 합심해서 사람들을 여럿 괴롭히고 다닌 것 같았다.여자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바라봤다.“절름발이. 아직도 저 여자 감싸줄 용기가 나나 봐? 내가 오늘 너까지 같이 혼내준다. 절름발이도 모자라 장님으로 만들어줄게.”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듯이 이준혁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이준혁은 여자가 윤혜인을 해치는 걸 두고 볼 사람이 아니었기에 얼른 지팡이를 들어 여자의 다리를 내리쳤다.털썩.지팡이에 무릎을 맞은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렸고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여자가 고통에 몸부림쳤다.“너... 빌어먹을 절름발이가 감히 나를 습격해?”윤혜인은 모자가 말을 꺼낼 때마다 절름발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걸 보고 더는 참을 수 없어 앞을 막고 있는 이준혁을 등 뒤로 가렸다.“왜 얼굴을 저렇게 만들었는지는 아이한테 물어봐. 말을 그딴 식으로 했는데 오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윤혜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엄마가 돼서 그래도 돼? 도대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야?”“내 아이니까 어떻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4화

    윤혜인은 꼬맹이를 딱히 건드리지 않고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몸을 옆으로 쓱 비켰다. 허탕을 친 꼬맹이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윤혜인은 바닥에 드러누워 울고 있는 두 꼬마 악마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잘 들어. 가정 교육을 잘못 받은 거 같은데 뭐 괜찮아. 너희 같은 철부지 혼내줄 사람은 많으니까.”윤혜인이 두 녀석을 욕한 것도 두 녀석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딱지가 붙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싶어서지 정말 두 녀석을 욕해서 화풀이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다. 그쪽으로 인도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에게 물렸다고 해서 반대로 개를 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저 똑같은 일을 당하게 해 어떤 느낌인지 알려주고 다시는 다른 사람에게 그러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윤혜인이 입을 열었다.“기억해. 잠깐은 너희들이 더 강해 보일지 몰라도 계속 지금 막 나가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야.”윤혜인은 끝까지 두 녀석에게 굴복하지 않은 말라깽이를 당겨오더니 말했다.“얘, 넌 이름이 뭐야?”말라깽이는 윤혜인의 얼굴이 너무 예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리고 윤혜인이 방금 한 말이 너무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뚱보와 꼬맹이가 톡톡히 혼나는 모습을 보니 어딘가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부득이한 상황만 아니라면 절대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말라깽이는 윤혜인이 너무 눈부시게 멋있었다. 하여 얼른 군침을 삼키며 말했다.“임서현이에요.”윤혜인이 웃으며 칭찬했다.“임서현 어린이, 아주 잘했어요. 아버지가 참 잘 가르친 것 같아. 너만 봐도 아버지가 얼마나 바르고 존경할 만한 어른인지 알겠다.”윤혜인이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서 임서현의 얼굴에 묻은 먼지를 닦아줬다.“계속 이렇게 바르게 자라줘야 해.”임서현은 아까 많이 아플 때도 울지 않았는데 윤혜인이 칭찬하자 그새 눈시울이 붉어졌다.“예쁜 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악한 세력에 절대 허리를 숙이지 않을게요.”윤혜인은 그제야 이준혁을 챙길 겨를이 생겼다. 이미 나온 이상 숨을 수도 없었다. 윤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3화

    윤혜인이 구석에서 걸어 나왔다. 이준혁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들었던 지팡이를 천천히 내려놨다.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윤혜인이 뚱보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렸다“누가 똥이라도 먹은 것처럼 말하길래 헤이즐넛으로 입가심이라도 해주려고 그랬지. 근데 이렇게 비곗덩어리일 줄은 몰랐지.”윤혜인이 비곗덩어리에 힘을 주며 말꼬리를 천천히 길게 내뺐다. 남을 놀리기 좋아하는 뚱보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뭔지 톡톡히 보여줄 생각이었다.“너... 너 누구... 아야... 감히 나를 때려? 주... 죽고 싶지?”헤이즐넛에 맞아 입술이 터진 뚱보는 발음이 새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나는 너를 구하러 온 여신이지.”윤혜인이 오만한 표정으로 뚱보를 이리저리 훑어봤다. 윤혜인의 말에 마음이 불안해져 얼른 윤혜인을 째려봤다.“얼굴이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그래. 약간 씹다 만 반죽 같달까? 이빨은 왜 그렇게 커? 옥수수 두 개 심어놓은 것 같네. 그렇게 대충 생겨놓고 무슨 자신감으로 다른 사람 놀리는 거야?”“너...”뚱보의 졸병인 꼬맹이가 뚱보를 대신해 윤혜인을 욕하려다 뚱보 얼굴에 난 상처와 멍을 보고 얼른 하려던 말을 고치며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왜 욕하고 그래요?”“왜 모함하고 그래? 나는 욕 같은 거 안 해. 그냥 본 그래도 얘기하는 거지. 그리고...”윤혜인이 예쁜 눈망울로 두 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를 욕하게 만드는 건 일반적으로 사람이 아니야.”뚱보와 꼬맹이는 속에 든 게 없었기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뭔가 크게 한 방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자기들을 비꼬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뚱보가 말했다.“너... 감히 나... 나를 욕해?”“좀 닥치고 있어.”윤혜인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얼마 있지도 않은 교양 다 보여주지 않아도 돼.”윤혜인이 뚱보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생긴 건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하는 짓은 왜 그리 야비한 거야?”“흑흑... 흐앙...”뚱보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332화

    한참 기다려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뚱보가 다시 입을 열었다.“빌어먹을 새끼가 숨어서 나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원장한테 CCTV 확인해 보라고 할 거야. 내가 저 새끼 무조건 잡아낸다.”주변이 잠잠해지자 뚱보는 그를 공격한 사람이 얼굴을 드러낼 엄두가 나지 않아 숨은 거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기세등등해졌다.뚱보가 이준혁을 가리키며 말했다.“절름발이 이 새끼가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알면 깜짝 놀라. 나한테 손댔으니 이제 병원에서 무사하지는 못할 거야.”이준혁이 차갑게 물었다.“아버지가 누군데?”뚱보가 비웃었다.“우리 아빠가 누군지 너 같은 절름발이가 알아서 뭐 하게?”그것도 모자라 뚱보는 친구들을 데리고 같이 이준혁을 욕하기 시작했다.=“X신 새끼.”뚱보가 한마디 욕하자 옆에 있던 꼬맹이가 따라서 욕하기 시작했다.“X신 새끼.”“...”말라깽이 차례가 되었지만 그는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 나는...”“너... 너는 뭐. 모자란 새끼.”뚱보가 욕설을 퍼부었다.“운전기사 아들인 너를 데리고 다니면 감지덕지해야지 이렇게 멍청해서야 되겠어? 지금 당장 아빠한테 전화해서 밥버러지 같은 너희 아버지 자르라고 할 거야. 착한 우리 아빠가 일자리 줬으니까 망정이지 아니면 네가 나 따라다니면서 팔자 필 수 있었겠어?”욕을 먹은 말라깽이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맞장구를 쳐주던 다른 친구가 따라서 말라깽이를 욕하기 시작했다.“죽었어? 왜 욕도 못 해? X신 새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네.”꼬맹이가 재촉하기 시작했다.“빨리 해. 도련님 화나면 무섭다?”“난... 난 싫어.”말라깽이가 용기 내어 말을 이어갔다.“아빠가 욕하는 건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했어. 다른 사람을 비웃는 것도 안 되고.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없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격려와 도움이 맞는 거라고 했어.”뚱보는 화가 치밀어올라 가슴을 움켜

DMCA.com Protection Status